섬사람들....(셋)
나는 그 소리에 물을 떠서 벌교댁 입앞으로 가져갔다.
벌교댁은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 가슴을 쳤다.
가벼운 속옷이 손짓에 움직이고, 그 속에 있는 가슴마저 출렁거렸다.
"아, 인제 살것 같구만" 벌교댁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지금까지 혼자 술 마셨소?" 벌교댁이 날 보며 물었다.
난 벌교댁의 눈이 참 깊다는 것을 알았다. 세속에 많이 찌든 그런 눈가의 모습과는 달리
벌교댁의 눈의 깊은 상념의 늪처럼 날 빨아들이는 듯 했다.
"이런데 올 사람은 아닌데, 어찌?" 벌교댁이 물 그릇을 놓며 물었다.
난 어정쩡하게 "돈도 벌고 여행도하고 세상 경험도 할겸해서요"라고 답했다.
"그럼 잘못 왔구먼. 여긴 돈벌기도 힘들고 볼 것도 없고, 경험이래야. 뼈빠지는 것밖에 없어"
"------"
"남정네들이라곤 기집들 속이나 어떻하면 쑤실까 하는 생각으로, 아낙들은 과부투성이라 정상들이 아냐"
"------"
"암내 풀풀 풍기면서, 남의 집안 다 말아먹기나 하지"
"어쩌면, 그것이 세상---"내가 말하기도 전에 벌교댁은 날 쳐다보며 말했다.
"세상?. 거 좋치, 그러나 무서운 곳이야."
그렇게 말하고 멍하니 방바닥을 보더니
"이젠 瑛율? 가봇쇼"하며 홋이불을 덮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나는 방을 나와 비척비척 화장실에 들어가 김씨의 이야기에 몇번 힘만 주었다 사그라진 물건을 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일지도 모른다.
이 좋은 젊은 청춘을 이런 바닷가에서 썩고 있으니 말이다.
화장실 문이 바람에 삐그덕 거렸다.
목욕하던 아낙네의 방에도 아무소리 들리지 않고, 순심이 방도 불은 꺼져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누우니 벌교댁의 젖가슴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술집하는 여자라고, 쉽게 덤비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세상이라는 이야기에 푸념하던 그 말들이 귀를 맴돌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리곤 바람의 강간을 잠재우려는 듯 비가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다.
내 젊은 시간도 조금씩 시간에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란 무형물에 어쩌면 강간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다, 강간당하고 있다.
에피소드 2. (단기사병 그 짧은 사정의 시간들 上)
"아짐, 아짐, 아짐 없소?"
누군가가 미닫이 유리문을 두둘기며 벌교댁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벌교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기척이 없자 내가 밖으로 나가보니 여학생 하나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나가 문을 열어주자. 여학생은 "아짐 없어요?"하고는 새우깡 하나를 집어 들곤 천원짜리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잔돈이 없는데?" 내가 말하자 여학생은 "그래요?" 하면서 "오후에 다시 올께요"하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엔 또 다른 여학생이 먼 바다를 바라보다가 여학생이 나오자 고개를 돌렸다.
순심이었다. 비록 어둠 속에서 보았지만, 난 그 여학생이 순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심이가 날 물끄러미 쳐다 보더니 베식 웃었다.
그 웃음에 어제 날 보았다는 의미가 섞인 듯 했다.
"누가 왔능가?"하며 벌교댁이 미닫이 문을 열었다.
"예, 새우깡 사러 왔는데요" 내가 말하자 "알았어"하곤 벌교댁은 다시 문을 닫았다.
내가 두 여학생을 다시 바라보자 그들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다. 내가 물끄러미 그들을 보고 있자니 순심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날 보더니 다시 제 갈길을 가버렸다.
순심이가 바라보는 눈길에 난 내 가슴이 조금씩 일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것보다는 알 수는 없지만 여자라는 느낌으로 다가선 감정이었다.
비는 시원하게도 아닌 상태로 추적추적 바다를 적시고 섬을 적시고 있었다.
방안에 쳐박혀 멀뚱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벌교댁이 아침을 차려왔다.
벌교댁은 어제 채한 것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지 부시시한 얼굴에 머리카락 몇 가닥들은 세상 만난듯 밖으로 가출해 있었다.
"밥 묵고 심심하믄 낚시나 가지그려" 벌교댁은 그렇게 말하고 상을 놓고 나가버렸다.
대나무로 만든 낚시에 봉돌 달아서 물에 담그고 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바다.
그 넓음이 좋았고, 그 끝이 없음이 좋았고, 그 변화무쌍함이 좋았다.
그것 때문에 바다를 찾았는데 온지 일주일 동안 난 바다를 보지 못하고
그저 바다에 놓인 양어장 밧줄만 잡고 있었다.
지금쯤 아마, 도시는 열병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독재에 대한 투쟁이 사명이라 부르짖던 친구들은 아스팔트에 서 있을 것이며
젊음은 광기라 부르고 여자는 눕히면 끝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여자 사냥에 나섰을 것이다.
모두들 무엇이든 미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막걸리 한잔에 진한 최루탄 냄새가 났다.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막걸리 한잔에 나의 동정을 주었던 여자의 입술이 생각났다.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그 막걸리에는 수많은 친구들과 여자들이 따라 올라왔다.
이 세상 취할 수만 있는 것도 자유라던 선배의 말이 떠 올랐다.
그 선배 때문에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도 말이다.
방광이 차 올랐다.
시원하게 바다에 갈겼다. 바다는 나의 썩어빠진 오줌을 받아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었다.
"손들어!"
그 소리에 내가 뒤돌아 보려고 하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냄비". "하고 다시 압박을 주는 말들을 뱉어냈다.
난 오줌 누던 양손을 들었다.
"냄비" 하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킬킬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난 장난 인줄 알고 손을 내려 뒤를 돌아보려 했을때
"철커덕"거리는 무거운 쇳소리를 들었다. 순간 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난 손을 번쩍 들었다.
"서서히 뒤로 돌아"
난 그 소리에 난감하게도 나의 물건을 덜렁거리며 뒤를 돌았다.
진초록의 군인 둘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다 돌자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내가 머쓱하게 웃자 그들은 깔깔대면 웃었다.
"이젠 됐다. 옷 입어"
그들은 숫제 나에게 명령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옷을 다 입자. 그들은 내 막걸리 병 곁으로 가서 앉았다.
"와서 앉아라. 여기 일하러 왔제?. 대학생이라며?" 한 녀석이 물었다.
"그으...래....요"
난 반말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은 높이는 것도 그래서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들은 숫제 반말이었다.
"니 형기 아냐?"
"형기" 그들의 말에 내가 다시 "형기"라는 이름을 되네이자
옆에 있던 이병놈이 나에게 말한 상병놈의 머리를 치면서
"야 새끼야, 울 나라에 대학이 한두개냐?"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들 친구중 하나가 "형기"라는 놈이고 그놈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것 같았다.
"야, 니 몇살이냐?" 이병이 물었다.
"스무살" 내가 말했다.
"이 씨뿔놈. 거짓말치면 아궁창 돌려버린다." 상병이 말했다.
"스무살. 71년 생" 내가 제차 말하자.
"씨발, 동생이믄 좋았을 것인디" 상병이 말했다.
"염병, 동생이믄 뭐할라고?" 이병이 말했다.
상병은 아무말도 못하고 막걸리를 나발 불고 있었다.
그리곤 상병이 내 낚시대를 들어 올렸다.
"야, 미친 놈을 봤나?. 너 밑깍(미끼) 끼웠냐?" 상병이 말했다.
난 아무말 하지 않았다.
"아, 냅둬라. 가방끈 길다고 바다 낚고 있었는 갑다" 이병이 나에게 막걸리병 내밀며 말했다.
내가 막걸리병을 받아 들자 상병이 다시 말했다.
"우린 니하고 동갑이다. 71년"
그러자 이병이 끼어들었다.
"몇월달이냐?"
그러자 상병이 M1 총을 들고 칠 듯 하며
"야, 씨발놈아. 친구면 친구제 뭐헌디 호구조사 허냐." 이병의 말을 잘라버렸다.
"난. 박동만이다. 이놈은 박칠만이고" 상병이 말했다.
"난. 강민!"
"앗따, 가방끈 깅께긍가 이름도 멋져부네." 이병이 총구로 돌을 들추며 말했다.
"이 씨발놈은 아무튼!. 지가 대학가서 이름짓냐?. 지 애비, 애미가 지어 줬겄제?" 상병이 말했다.
"아, 글구만" 이병이 머쓱해 하며 답했다. 그러더니
"야, 드디어 한마리"하곤 갯지렁이를 잡아 올렸다. 그리곤 빈 막걸리 병에 담았다.
"우린 방위, 아니 단기사병이다. 난 두달 남고, 이놈은 세달榮?" 상병이 바다를 보며 말했다.
"씨펄, 방위 끝나면 뭍으로 나가야 쓸 것인디, 여기서는 더이상 갯내(바다냄새)나서 못살거다."
상병이 총을 던지며 말하곤 누웠다.
"세상 참 더러워서, 니는 살기 좋냐?" 상병이 누워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더러워서 바다에 목요하면 깨끗해 질까하고" 내가 말했다.
"염병, 그러면 우린 완전히 천사다 천사!" 상병이 눈을 감으며 이야기 했다.
그리곤 아무말이 없었다.
이병은 열심히도 갯지렁이를 잡았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상병이 일어나 총을 집었다.
"가게야?" 이병이 물었다.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여그, 많이 잡어라. 글고 잡으면 다시 살려 줘라 여그서 잡은 것들 짝아서 묵잘것도 없다" 이병이 나의 손에 갯지렁이를 담은 막걸리 병을 건네 주고 일어섰다.
"야, 근디 동만아, 온 저녘에 저놈이 끼워줄까나?" 이병이 물었다.
상병은 한참 동안 아무말 하지 않다가
"너, 해지믄 초소로 올라와라. 소주 댓병 한 두개 들고, 안주는 우리가 준비 할팅께"하고 돌아서 걸어갔다.
"히히. 야, 안주가 회도 있고 여자도 있고 그래야, 니 좆 깨끗이 씻고 와라잉~~. 쫌 있다 홍콩 보내 줄텡께"하며 이병도 상병을 따라 가버렸다.
난 그들이 떠난 후 다시 낚시를 바다에 던졌다.
갯지렁이들은 이미 막걸리에 취해 도망간지 오래였다.
바다라도 낚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 내 젊은 청춘에 한페이지라도 그럴싸하게 잡아 올리면 좋으련만
그렇게 바다는 또 나의 빈 낚시 바늘을 삼켰다.
20030605
- 저의 어줍잖은 글에 많은 분들의 메일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독자분들을 위해 더욱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목포 유부클럽"회원님들의 카페에 제 글이 오른다 하니. 그것 또한 감개무량입니다.
제글을 옮기시더라도 제겐 귓뜸이나 해 주시고, 제 作名과 메일 주소 같이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email protected] (비평 및 낱말 문의처)
나는 그 소리에 물을 떠서 벌교댁 입앞으로 가져갔다.
벌교댁은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 가슴을 쳤다.
가벼운 속옷이 손짓에 움직이고, 그 속에 있는 가슴마저 출렁거렸다.
"아, 인제 살것 같구만" 벌교댁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지금까지 혼자 술 마셨소?" 벌교댁이 날 보며 물었다.
난 벌교댁의 눈이 참 깊다는 것을 알았다. 세속에 많이 찌든 그런 눈가의 모습과는 달리
벌교댁의 눈의 깊은 상념의 늪처럼 날 빨아들이는 듯 했다.
"이런데 올 사람은 아닌데, 어찌?" 벌교댁이 물 그릇을 놓며 물었다.
난 어정쩡하게 "돈도 벌고 여행도하고 세상 경험도 할겸해서요"라고 답했다.
"그럼 잘못 왔구먼. 여긴 돈벌기도 힘들고 볼 것도 없고, 경험이래야. 뼈빠지는 것밖에 없어"
"------"
"남정네들이라곤 기집들 속이나 어떻하면 쑤실까 하는 생각으로, 아낙들은 과부투성이라 정상들이 아냐"
"------"
"암내 풀풀 풍기면서, 남의 집안 다 말아먹기나 하지"
"어쩌면, 그것이 세상---"내가 말하기도 전에 벌교댁은 날 쳐다보며 말했다.
"세상?. 거 좋치, 그러나 무서운 곳이야."
그렇게 말하고 멍하니 방바닥을 보더니
"이젠 瑛율? 가봇쇼"하며 홋이불을 덮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나는 방을 나와 비척비척 화장실에 들어가 김씨의 이야기에 몇번 힘만 주었다 사그라진 물건을 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일지도 모른다.
이 좋은 젊은 청춘을 이런 바닷가에서 썩고 있으니 말이다.
화장실 문이 바람에 삐그덕 거렸다.
목욕하던 아낙네의 방에도 아무소리 들리지 않고, 순심이 방도 불은 꺼져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 누우니 벌교댁의 젖가슴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술집하는 여자라고, 쉽게 덤비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세상이라는 이야기에 푸념하던 그 말들이 귀를 맴돌았다.
바람이 불었다.
그리곤 바람의 강간을 잠재우려는 듯 비가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다.
내 젊은 시간도 조금씩 시간에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란 무형물에 어쩌면 강간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다, 강간당하고 있다.
에피소드 2. (단기사병 그 짧은 사정의 시간들 上)
"아짐, 아짐, 아짐 없소?"
누군가가 미닫이 유리문을 두둘기며 벌교댁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벌교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기척이 없자 내가 밖으로 나가보니 여학생 하나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나가 문을 열어주자. 여학생은 "아짐 없어요?"하고는 새우깡 하나를 집어 들곤 천원짜리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잔돈이 없는데?" 내가 말하자 여학생은 "그래요?" 하면서 "오후에 다시 올께요"하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엔 또 다른 여학생이 먼 바다를 바라보다가 여학생이 나오자 고개를 돌렸다.
순심이었다. 비록 어둠 속에서 보았지만, 난 그 여학생이 순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심이가 날 물끄러미 쳐다 보더니 베식 웃었다.
그 웃음에 어제 날 보았다는 의미가 섞인 듯 했다.
"누가 왔능가?"하며 벌교댁이 미닫이 문을 열었다.
"예, 새우깡 사러 왔는데요" 내가 말하자 "알았어"하곤 벌교댁은 다시 문을 닫았다.
내가 두 여학생을 다시 바라보자 그들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다. 내가 물끄러미 그들을 보고 있자니 순심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날 보더니 다시 제 갈길을 가버렸다.
순심이가 바라보는 눈길에 난 내 가슴이 조금씩 일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것보다는 알 수는 없지만 여자라는 느낌으로 다가선 감정이었다.
비는 시원하게도 아닌 상태로 추적추적 바다를 적시고 섬을 적시고 있었다.
방안에 쳐박혀 멀뚱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벌교댁이 아침을 차려왔다.
벌교댁은 어제 채한 것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지 부시시한 얼굴에 머리카락 몇 가닥들은 세상 만난듯 밖으로 가출해 있었다.
"밥 묵고 심심하믄 낚시나 가지그려" 벌교댁은 그렇게 말하고 상을 놓고 나가버렸다.
대나무로 만든 낚시에 봉돌 달아서 물에 담그고 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바다.
그 넓음이 좋았고, 그 끝이 없음이 좋았고, 그 변화무쌍함이 좋았다.
그것 때문에 바다를 찾았는데 온지 일주일 동안 난 바다를 보지 못하고
그저 바다에 놓인 양어장 밧줄만 잡고 있었다.
지금쯤 아마, 도시는 열병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독재에 대한 투쟁이 사명이라 부르짖던 친구들은 아스팔트에 서 있을 것이며
젊음은 광기라 부르고 여자는 눕히면 끝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여자 사냥에 나섰을 것이다.
모두들 무엇이든 미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막걸리 한잔에 진한 최루탄 냄새가 났다.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막걸리 한잔에 나의 동정을 주었던 여자의 입술이 생각났다.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그 막걸리에는 수많은 친구들과 여자들이 따라 올라왔다.
이 세상 취할 수만 있는 것도 자유라던 선배의 말이 떠 올랐다.
그 선배 때문에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도 말이다.
방광이 차 올랐다.
시원하게 바다에 갈겼다. 바다는 나의 썩어빠진 오줌을 받아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있었다.
"손들어!"
그 소리에 내가 뒤돌아 보려고 하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냄비". "하고 다시 압박을 주는 말들을 뱉어냈다.
난 오줌 누던 양손을 들었다.
"냄비" 하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킬킬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난 장난 인줄 알고 손을 내려 뒤를 돌아보려 했을때
"철커덕"거리는 무거운 쇳소리를 들었다. 순간 총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난 손을 번쩍 들었다.
"서서히 뒤로 돌아"
난 그 소리에 난감하게도 나의 물건을 덜렁거리며 뒤를 돌았다.
진초록의 군인 둘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다 돌자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내가 머쓱하게 웃자 그들은 깔깔대면 웃었다.
"이젠 됐다. 옷 입어"
그들은 숫제 나에게 명령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옷을 다 입자. 그들은 내 막걸리 병 곁으로 가서 앉았다.
"와서 앉아라. 여기 일하러 왔제?. 대학생이라며?" 한 녀석이 물었다.
"그으...래....요"
난 반말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말은 높이는 것도 그래서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나 그들은 숫제 반말이었다.
"니 형기 아냐?"
"형기" 그들의 말에 내가 다시 "형기"라는 이름을 되네이자
옆에 있던 이병놈이 나에게 말한 상병놈의 머리를 치면서
"야 새끼야, 울 나라에 대학이 한두개냐?"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들 친구중 하나가 "형기"라는 놈이고 그놈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것 같았다.
"야, 니 몇살이냐?" 이병이 물었다.
"스무살" 내가 말했다.
"이 씨뿔놈. 거짓말치면 아궁창 돌려버린다." 상병이 말했다.
"스무살. 71년 생" 내가 제차 말하자.
"씨발, 동생이믄 좋았을 것인디" 상병이 말했다.
"염병, 동생이믄 뭐할라고?" 이병이 말했다.
상병은 아무말도 못하고 막걸리를 나발 불고 있었다.
그리곤 상병이 내 낚시대를 들어 올렸다.
"야, 미친 놈을 봤나?. 너 밑깍(미끼) 끼웠냐?" 상병이 말했다.
난 아무말 하지 않았다.
"아, 냅둬라. 가방끈 길다고 바다 낚고 있었는 갑다" 이병이 나에게 막걸리병 내밀며 말했다.
내가 막걸리병을 받아 들자 상병이 다시 말했다.
"우린 니하고 동갑이다. 71년"
그러자 이병이 끼어들었다.
"몇월달이냐?"
그러자 상병이 M1 총을 들고 칠 듯 하며
"야, 씨발놈아. 친구면 친구제 뭐헌디 호구조사 허냐." 이병의 말을 잘라버렸다.
"난. 박동만이다. 이놈은 박칠만이고" 상병이 말했다.
"난. 강민!"
"앗따, 가방끈 깅께긍가 이름도 멋져부네." 이병이 총구로 돌을 들추며 말했다.
"이 씨발놈은 아무튼!. 지가 대학가서 이름짓냐?. 지 애비, 애미가 지어 줬겄제?" 상병이 말했다.
"아, 글구만" 이병이 머쓱해 하며 답했다. 그러더니
"야, 드디어 한마리"하곤 갯지렁이를 잡아 올렸다. 그리곤 빈 막걸리 병에 담았다.
"우린 방위, 아니 단기사병이다. 난 두달 남고, 이놈은 세달榮?" 상병이 바다를 보며 말했다.
"씨펄, 방위 끝나면 뭍으로 나가야 쓸 것인디, 여기서는 더이상 갯내(바다냄새)나서 못살거다."
상병이 총을 던지며 말하곤 누웠다.
"세상 참 더러워서, 니는 살기 좋냐?" 상병이 누워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더러워서 바다에 목요하면 깨끗해 질까하고" 내가 말했다.
"염병, 그러면 우린 완전히 천사다 천사!" 상병이 눈을 감으며 이야기 했다.
그리곤 아무말이 없었다.
이병은 열심히도 갯지렁이를 잡았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상병이 일어나 총을 집었다.
"가게야?" 이병이 물었다.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여그, 많이 잡어라. 글고 잡으면 다시 살려 줘라 여그서 잡은 것들 짝아서 묵잘것도 없다" 이병이 나의 손에 갯지렁이를 담은 막걸리 병을 건네 주고 일어섰다.
"야, 근디 동만아, 온 저녘에 저놈이 끼워줄까나?" 이병이 물었다.
상병은 한참 동안 아무말 하지 않다가
"너, 해지믄 초소로 올라와라. 소주 댓병 한 두개 들고, 안주는 우리가 준비 할팅께"하고 돌아서 걸어갔다.
"히히. 야, 안주가 회도 있고 여자도 있고 그래야, 니 좆 깨끗이 씻고 와라잉~~. 쫌 있다 홍콩 보내 줄텡께"하며 이병도 상병을 따라 가버렸다.
난 그들이 떠난 후 다시 낚시를 바다에 던졌다.
갯지렁이들은 이미 막걸리에 취해 도망간지 오래였다.
바다라도 낚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 내 젊은 청춘에 한페이지라도 그럴싸하게 잡아 올리면 좋으련만
그렇게 바다는 또 나의 빈 낚시 바늘을 삼켰다.
20030605
- 저의 어줍잖은 글에 많은 분들의 메일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독자분들을 위해 더욱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목포 유부클럽"회원님들의 카페에 제 글이 오른다 하니. 그것 또한 감개무량입니다.
제글을 옮기시더라도 제겐 귓뜸이나 해 주시고, 제 作名과 메일 주소 같이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email protected] (비평 및 낱말 문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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