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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50 2,573회 0건
버스에서.

한시간에 한두대 꼴로 있는 시골버스인지라 오늘도 집에가는 길은

콩나물 제멋대로 부대끼듯 이리 저리 낑겨서 가게 생겼다.

여름이 한껏 다가와 있어서인지

사람들 머릿수가 늘어날 때마다 질끈한 땀냄새도 늘어만 간다.

이제 제발 좀 그만 태우고 출발좀 하지 ~

우리의 염원과는 상관없이 출발시간이 2분이나 지난 지금도

기사 아저씨는 나몰라라 창밖만 보며 무시기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구 있고,

그 사이 발 디딜 데도 없는 버스안으로 인간들이 망설임조차 없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온다.

저 나이 되서 공부도 안하는지,

고등학교 언니오빠들마저 이 시간에 이 버스를 타느라 저렇게 빽빽하게 서있다.

에구구.

6시 이전 차는 중딩들한테 양보좀 하그라우야 ~~~

교복이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자꾸만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날 밀어제끼곤 한다.

그래. 참자. 어차피 사람이 많아서 그런건데 어쩌겠어.

하지만, 해도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안그래도 더워죽겠구만, 이렇게 착 붙어서 밀어부칠건 뭐 있냔 말야.

힘도 세면서 좀 버텨주면 안되나...

이대로 계속 참고있다간 집에 갈 때까지 이렇게 밀리면서 가야될지도 몰라.

"아이씨이... 왜이렇게 미는거야 ~~ "

짜증섞인 내 목소리.. 하지만, 뒤에선 아랑곳하지 않는다. 슬그머니 신경질이 늘어간다.

" 아 씨이.. "

나도 모르는 척 등을 뒤로 밀어본다.

그 뒤론 뒤에서 밀 때마다 나도 보란듯이 다시 밀어 대꾸하곤 했다.

부릉 부릉.

오 ~ 드디어 !! 기사아저씨, 탁월한 선택입니당 ~~~

버스가 출발하자, 양껏 제껴놓은 차창으로 찬 바람이 쉬이 ~ 불어온다.

머리칼이 볼 위에서 찰랑거린다.

단발머리의 비애. ㅠ,ㅠ

그래도, 갑자기 시원해진 탓인지, 단발머리의 간지러움이 왠지 기분좋게 느껴진다.

오늘은 집에가서 다락방에 감춰놓은 만화책이나 읽어야지. 방문 꼭꼭 잠그고 ~~~

엄마 몰래 만화책을 들여다 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덜컹.

작은 동네를 지날때 , 유난히 높은 데꼬보꼬 때문에 몸이 휘청거렸다.

때를 놓칠새라 뒷 사람이 얼른 내 쪽으로 걸음을 옮겨 제 자리를 넓혔다.

당연히, 난 갑갑해서 짜증이 난다.

" 씨이... "

나도 질세라 등으로 그를 밀어부친다.

내 등과 그의 가슴 사이에 놓인 내 가방이 그를 묵직하게 밀어낸다.

통쾌하다.

그 때.

내 뒤통수로 뭔가 뜨거운 바람이 휙 . 불어온 것 같다.

기분이 이상하다.

이잉~

그 . 런 . 데 .

무언가 작고 딱딱한 것이 내 허벅지 옆 쪽에 잠깐 스친다.

?? 이게 뭐지 ??

조용 ~

암것두 아니구나. 휴우..

다시 그 딱딱한 것이 내 허벅지에 닿는다.

읍?

그런데 이번에는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다리에 머물러 있다.

설마.. 설마..

그 것이 이제는 내 허벅지의 뒤쪽으로 더듬어 간다.

설마가 아니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손가락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

아냐 내 착각일거야.. 그럴거야...

어느새 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내 바램과는 상관없이 그 손은 이제 엉덩이쪽으로 올라와 내 살들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

소리를 질러? 아냐. 동네버스에서. 아마 내 소문이 다 나 버릴거야.

얼굴을 마주봐버릴까? 그럼 얼른 손을 치우지 않을까?

그런데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남들이 내 당황해하는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게 고개를 푹 숙이는 일 뿐이다.

그 손은, 갑자기 내 몸에서 사라졌다.

휴우 ~

그러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뿐.

내 치마가 살며시 들려올려지는 느낌. 아니겠지..아니겠지...

아니긴. 아니길 바란건 그야말로 내 바램일 뿐이었다.

치마를 살며시 걷어올린 그 손길은 미끈한 스타킹을 타고 올라 내 중요한 부분에 다가오고 있다.

한줄기 땀이 이마에서 턱으로 주욱 흘러내린다.

얼굴은 더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젠, 내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달달달달 떨려오기 시작했다.

제. 발. 그만 두란말야.

내가 잘못 했어. 이제 안 밀테니까 이러지 말구 제발 손좀 치워.

제발 내 말좀 들어주라.. 말이 아니고 생각일 뿐이었지만, 내 말은 너무 간절하다.

하지만,

뒤에서 갑자기 키득 거리는 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왔다.

두명, 아니 세명 ??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서 장난을 ??

내 창피함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이젠 머릿속이 멍하다. 땀은 빗줄기를 이뤄 흘러내리고 있고,

내 머리칼은 젖어서 얼굴에 달라붙고 있다.

이제 두 정거장만 가면 난 내려도 되는데... ㅠ,ㅠ

버스가 언덕을 오르느라 굉음을 내는 사이, 그 손이 내 팬티 아랫부분을 만지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삐죽삐죽 치워봤지만, 워낙 비좁은 버스 안이라 단 몇 센치도 움쩍을 않는다.

미치겠다. 이럴 때 바로 미치겠단 표현을 쓰는 것일 게다.

팬티위로 안착을 한 그 손은 팬티 위를 앞 뒤로 계속 쓸고 다닌다.

덜컹.

버스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그 손이 갑자기 쑥 치워진다.

그리곤, 내 뒤의 그들이 우루루 버스에서 내린다.

어떤 안도의 한숨이 가슴을 타고 내려온다.

버스에선 제법 많은 사람이 내렸지만, 한무리의 남자 교복이 자기네들을 알리기라도 하듯

내리자 마자 뒤돌아 서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키득거리는 표정을 얼굴에 가득 담고서.

하지만, 난 그 얼굴을 마주 볼 수가 없어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고개를 아래로 박았다.

그들이 뭐라고 얘기하는 지 내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다음 정거장까지 오는 동안 내 머릿속은 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갔다.

팬티에 물이 잔뜩 묻어있다.

ㅠ,ㅠ

이렇게 더러운데, 만지다니..

손으로 물을 만져 냄새를 맡아보았다. 무슨 시큼한 것 같기도 하고, 찌린내 비슷하기도 한 이상한 냄새.

그들의 행동에도 분하지만,

이제 그들이 날 알아볼 때마다 내 더러운 냄새를 흉볼거란 생각에 더 창피해진다.

씨이..

왜 내 팬티에는 오늘따라 이상한 게 묻어있는 거야. 더 챙피하게..

내가 다시는 그 버스 타나봐라.

보충수업을 빼먹고서라도 절대루 절대루 안마주치게 할거야. 씨이..

만화책이고 뭐고, 엄마오기 전에 벌겋게 익은 얼굴부터 어떻게 하고,

눈물자국부터 지워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이씨.. 뭐 이런 하루가 다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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