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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51 1,680회 0건
실연.그 후.


예상 외로 장편이 되어버릴 것 같네요..

먼저 이야기의 후속편입니다.

이번 글에는 야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미리 알려, 여러분의 실망을 줄여드리고자 합니다.

야설보다 소설쪽으로 기울어가는 느낌이네여. 에거거..

더 죤 글루 찾아뵐....수 있을런지.. 실은 걱정이 앞섭니다.

노력하께요.. 꾸벅..

햇병아리 올림.

.....................................................................................


6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한 낮 같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도 등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그러나 딱히 갈 곳도 없고...

누굴 불러내기도 귀찮고..


요즘 내내 책이 머릿속엘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도 건성 건성 듣고.. 노트 정리를 해도 그냥 옮겨 적기만 할 뿐 글자는 눈 위에서 겉돈다.

이러다 정말 후회하지..

벌써 보름째. 선배를 볼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우연히라도 한번쯤 마주칠 만 한데

마치 누군가 일부러 손써놓는 것 같다.

잊고 지내려 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캠퍼스 저 안쪽까지 그의 모습을 찾아대고 있곤 한다.

참 . 씁쓸. 하다. . .

쓴 웃음도 난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었구나.

그러면서도 막상 마주치면 어색할 그 느낌이 막연히 두렵기는 하다.

어느새 나는 정문을 지나고 있다.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터벅 터벅 발걸음만 옮기고 있다.

요즘 난 부쩍 거울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쟤가 저렇게 예뻤구나 하는 생각이라도 들 수 있게,

잠시나마 그가 씁쓸해질 수 있게.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멍한 얼굴로 화장을 해 대지만,

나는 안다.

요즘들어 내 얼굴은 부쩍 헬쓱해지고, 피부도 까칠해져 있다는 걸.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기도 귀찮고, 할 일 없이 냉수만 자꾸 들이킨다.

누가 억지로 권해야 몇 술 떠넣는 밥숟가락.

이런 모습의 내가 싫지만,

그냥 . 나 하고싶은 대로 당분간 그렇게 놔두고 싶다.


정문을 벗어나 걷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늦추며 고개를 들고 뒤를 본다.

두어 걸음 쯤 뒤에 낯 익는 차와 낯 익은 얼굴이 있다.

반가운 느낌도, 당혹스런 느낌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이 사람이 여기에 있구나. 그냥 그 느낌이다.

그가 내게 다가온다. 그의 어깨너머로 더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내 얼굴은 당연한 듯 그의 어깨 머머로 향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내 눈과 마주친 선배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진다.

그의 옆에는. 옆에는... 그녀가 서 있다.

그래 . 그렇지 . 이젠 내 옆자리가 아니지.

내게 다가오던 그가 잠시 멈칫한다. 내 얼굴은 이제 그를 향한다.

나는 이내 반가운 듯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 언제 왔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

내 곁을 지나쳐 멀어지는 선배의 모습이 보인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내 시선은 걷고 있는 선배에게 머문다.

운전을 하던 그의 시선도 내 선배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선배와 나는 순식간에 멀어지고 있다.



그와 나는 또다시 한 침대에 앉아 있다.

당연한 듯이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으면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저 멍하기만 하다.

그가 담배를 꺼내 문다.

나는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

그의 긴 숨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이곤 하는 그가 느껴진다.

그가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문다.

그의 두번째 담배가 거의 타 들어갈 즈음,

나는 냉장고로 가 냉수를 한 잔 따른다.

잠시. 투명한 컵을 바라보다

걸어와 그에게 건넨다.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 순순히 물을 받아 마신다.

물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리곤..

한참을 앉아있다가.. 그가 먼저 말을 꺼낸다.

" 우리, 사귈래요 ? "

" ...... "

나는 그를 바라본다.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상한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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