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인형 (10)
“네르.”
한참을 꿈에 부풀어 있던 미경의 정신을 원래의 세계로 끌어당긴 것은
그녀의 토라진 듯한 목소리였다.
‘아!’
그제야 미경은 앞에 사람을 놓고서 자신이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말 둔해도 이렇게 둔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의 바보 같음을 자책하며
미경은 얼른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미안해요.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미경의 태연한 대답에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눈에 뻔히 보였는데 말이다. 분명히 주인님과의 로맨스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여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니까. 정말 꿈도 야무지다. 하지만 그녀는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신에 살며시 웃는 가면의 표정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눈앞의 멍청한 계집에게 보내는 그녀만의 비웃음이었다.
“제 이름이에요. 네르.”
미경이 활짝 미소지었다. 좀 전의 실수를 무마하려는 것이었다.
“좋은 이름이군요. 잘 어울려요. 그냥 네르라고 불러도 되죠?”
“네. 그러세요. 저도 미경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겉으로는 말이다.
“그럼 이제 씻어도 되겠지요?”
미경은 이제 씻을 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뜻이었다.
“네. 얼른 씻어요.”
하지만 그녀 네르는 나갈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미경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말하였다.
“저기… 씻을 건데요.”
“네. 그래야죠.”
앞에도 그랬지만 이 여자는 뭔가 말이 안 통한다. 정말 짜증나는 여자라고
생각하며 미경은 직설적으로 말하였다.
“그만 나가주시겠어요?”
미경의 말에 네르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네르는 미경에 대한 시중을 드는 동시에 감시역을 맡고 있기도 한 것이다.
“목욕 시중을 들어 드리겠어요.”
“저 혼자 괜찮으니 나가주세요.”
“안 돼요. 편히 모시라는 주인님의 분부입니다.”
그녀가 강하게 나오자 미경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었다. 이곳은 그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럼 씻고 나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줘요.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미경 또한 그녀가 왜 나가지 않는 것인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였다.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감시 같은
것을 한단 말인가.
미경의 말에 네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눈을 감고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
까닥거리며 침묵을 지켰다.
“음…….”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미경은 계속 설득조의 어조로
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친근한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네르. 전 여태까지 목욕 시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런 과한 친절은
제게 불편할 뿐이에요. 그러니 나가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가 씻고 나올 동안
여기서 기다려 달라는 것이니 그 정도는 어렵지 않잖아요? 설령 당신의 주인이
명한 일이라 해도, 당사자가 불편해 하니 그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해 줄 거예요.”
잠시 생각에 잠긴 척 하던 네르로서는 미경의 말에 인상을 팍 쓸 뻔했다. ‘당신의
주인이 명한 일’이라고?! 주인님께서 명한 일이다! 이해해 줄 거라고?! 이해해
주시길 빌어야지! 은근슬쩍 자신의 주인님에게 높임말을 생략하는 그녀에게 네르는
큰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질대로 억지로 목욕 시중을 든다고 하여서는, 그녀를 있는 대로 괴롭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여기에 대해서 따로 명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목욕 시중을 든다 하면, 분명 거절할 거예요. 당신은 그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방에 남겠다고 해요. 그리고 10분쯤 뒤에 그녀를 따라 들어가서 목욕 시중을 들도록 해요.’
그녀에게 미경이란 천녀(賤女)의 시중을 들도록 명한 주인님의 옆에서 그분의 전속시녀이자
모든 시녀들의 시녀장인 루인님께서 덧붙인 내용이었다. 물론 루인님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주인님께서는 그렇게 하라 이르셨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씻고 나오세요.”
“고마워요, 네르.”
네르는 웃으며 어서 들어가 보라고 재촉하였다. 물론 미경이 욕실로 들어간 후에 문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음은 당연지사였다.
"확 미끄러져 버려라!"
“네르.”
한참을 꿈에 부풀어 있던 미경의 정신을 원래의 세계로 끌어당긴 것은
그녀의 토라진 듯한 목소리였다.
‘아!’
그제야 미경은 앞에 사람을 놓고서 자신이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정말 둔해도 이렇게 둔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의 바보 같음을 자책하며
미경은 얼른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미안해요.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미경의 태연한 대답에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눈에 뻔히 보였는데 말이다. 분명히 주인님과의 로맨스를 꿈꾸었을 것이다.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여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니까. 정말 꿈도 야무지다. 하지만 그녀는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신에 살며시 웃는 가면의 표정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눈앞의 멍청한 계집에게 보내는 그녀만의 비웃음이었다.
“제 이름이에요. 네르.”
미경이 활짝 미소지었다. 좀 전의 실수를 무마하려는 것이었다.
“좋은 이름이군요. 잘 어울려요. 그냥 네르라고 불러도 되죠?”
“네. 그러세요. 저도 미경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겉으로는 말이다.
“그럼 이제 씻어도 되겠지요?”
미경은 이제 씻을 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뜻이었다.
“네. 얼른 씻어요.”
하지만 그녀 네르는 나갈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미경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말하였다.
“저기… 씻을 건데요.”
“네. 그래야죠.”
앞에도 그랬지만 이 여자는 뭔가 말이 안 통한다. 정말 짜증나는 여자라고
생각하며 미경은 직설적으로 말하였다.
“그만 나가주시겠어요?”
미경의 말에 네르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네르는 미경에 대한 시중을 드는 동시에 감시역을 맡고 있기도 한 것이다.
“목욕 시중을 들어 드리겠어요.”
“저 혼자 괜찮으니 나가주세요.”
“안 돼요. 편히 모시라는 주인님의 분부입니다.”
그녀가 강하게 나오자 미경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었다. 이곳은 그녀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럼 씻고 나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줘요.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미경 또한 그녀가 왜 나가지 않는 것인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였다.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감시 같은
것을 한단 말인가.
미경의 말에 네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눈을 감고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
까닥거리며 침묵을 지켰다.
“음…….”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미경은 계속 설득조의 어조로
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친근한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네르. 전 여태까지 목욕 시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런 과한 친절은
제게 불편할 뿐이에요. 그러니 나가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가 씻고 나올 동안
여기서 기다려 달라는 것이니 그 정도는 어렵지 않잖아요? 설령 당신의 주인이
명한 일이라 해도, 당사자가 불편해 하니 그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해 줄 거예요.”
잠시 생각에 잠긴 척 하던 네르로서는 미경의 말에 인상을 팍 쓸 뻔했다. ‘당신의
주인이 명한 일’이라고?! 주인님께서 명한 일이다! 이해해 줄 거라고?! 이해해
주시길 빌어야지! 은근슬쩍 자신의 주인님에게 높임말을 생략하는 그녀에게 네르는
큰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질대로 억지로 목욕 시중을 든다고 하여서는, 그녀를 있는 대로 괴롭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여기에 대해서 따로 명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목욕 시중을 든다 하면, 분명 거절할 거예요. 당신은 그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방에 남겠다고 해요. 그리고 10분쯤 뒤에 그녀를 따라 들어가서 목욕 시중을 들도록 해요.’
그녀에게 미경이란 천녀(賤女)의 시중을 들도록 명한 주인님의 옆에서 그분의 전속시녀이자
모든 시녀들의 시녀장인 루인님께서 덧붙인 내용이었다. 물론 루인님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주인님께서는 그렇게 하라 이르셨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요.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씻고 나오세요.”
“고마워요, 네르.”
네르는 웃으며 어서 들어가 보라고 재촉하였다. 물론 미경이 욕실로 들어간 후에 문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음은 당연지사였다.
"확 미끄러져 버려라!"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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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9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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