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18화 용병대(5)
미텔들의 눈이 바뀌었다. 이전의 대수롭지 않은 시선에서 존경과 감탄 그리고 놀람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하루는 더욱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만 바라보시고 다음 논의를 하도록 하죠"
아하루가 계면쩍은지 그렇게 말했다.
"하하 논의랄게 뭐가 있나? 그냥 자네가 총대장을 맡도록 하게나"
미텔이 아하루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비록 미텔과 사이가 안좋은 츄바와 세므온이었지만 미텔의 이번 말에는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 님이라 하셨소? 젊은 나이에 대단하이"
""아레온의 사신"이라 불리우는 아하루님이라면 두말않겠습니다."
츄바와 세므온까지 가세하여 아하루가 총대장이 되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자 오히려 난처한 것은 아하루였다. 아하루는 전혀 뜻밖의 일이 진행되자 스스로도 굉장히 난간한 듯 어쩔줄을 몰라하며 쳄벌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작 쳄벌린은 그런 아하루를 살짝 외면하고는 미텔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대장들께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잠깐 잠깐만"
아하루가 쳄벌린의 말에 급히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아하루에게로 쏠렸다.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말해보라는 듯한 몸짓을 했다.
"크흠"
아하루가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먼저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미 코즈히 공작과는 원수지간의 사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무슨 이유로 제국의 공작이 일개 남작가에 불과한 저희 집안을, 그리고 저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약의 경우 제가 용병대의 총대장을 맡게 된다면 코즈히 공작과의 관계가 불편해 질게 뻔합니다. 그것에 대한 결의는 있으신지요?
둘째로, 여러분들도 처음엔 절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잘 납득이 가지 않지만 제가 "아레온의 사신"이라고 친다손 쳐도 아직 어린 제가 용병대의 총대장이라니요. 이것은 저도 그렇고 다른 여러 용병들도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로 저에겐 해야할 일들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비단 제 조카를 라이갈 까지 보내는 일 말고도 제 개인적인 복수가 남아 잇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일 그 일과 용병일이 겹치게 되면 전 제 일을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로 지금 전 일행들과 함께 하고 잇습니다. 그것도 여자 셋은 항상 저와 함께 하게 될것입니다. 따라서 만일의 경우 불미 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잇습니다. 이점을 염두해 두고 계신지요?"
아하루가 길게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자 용병들이 잠시 멍한 얼굴로 아하루를 쳐다 보았다. 너무 길게 이야기 한 탓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다만 쳄벌린의 경우는 그런 용병들을 보면서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용병들을 대신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흠, 그러니깐 아하루님이 말씀하시는 문제점은 크게 네가지군요? 첫째 용병대장을 맡았을 경우 코즈히 공작과의 문제
둘째, 다른 용병들이 아하루님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 셋째, 아하루의 일이 용병단 일과 겹칠 때, 넷째, 같이 다니는 동료들의 문제 아닙니까?"
쳄벌린의 요약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용병들도 그제서야 아하루가 하고픈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감을 잡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쳄벌린이 용병 대장들이 이해한 듯한 얼굴을 힐끔 살피고는 아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알겠지만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을 줄로 압니다. 먼저 코즈히 공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총대장을 맡고 잇는 것이 아하루님인 것을 숨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둘째로 다른 용병들이 지지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쳄벌린이 용병대장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들은 휘하의 부하들을 잘 통제할 수 있습니까? 부하들이 "아레온의 사신"이라는 말 없이도 아하루님의 명령에 따르게 할 자신이 있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만약 말 안듣는 놈이 잇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패주고 말겠소"
츄바가 자신있다는 듯 손으로 가슴을 퉁퉁 두드리며 말했다. 미텔과 세므온도 염려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쳄벌린이 다시금 아하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장님들의 저런 결의라면 두 번째 문제도 해결되었고, 세 번째는 아하루님의 복수에 관계된 일인가요? 일단 그 문제는 아하루님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군요. 저희 쳄벌린 상인대도 그리고 여기 계신 용병대장님들도 모두 코즈히 공작에게 뼛속깊은 증오를 느끼고 잇답니다. 따라서 저와 이들은 만일 아하루님이 복수를 하겠다면 능히 도와 드릴수 있을 겁니다.
아하루님 혼자서 복수하는 것보다 이렇게 뭉치는 편이 더 힘이 잇겠지요"
쳄벌린의 말에 아하루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네 혼자서 하기보다는 보잘 것 없는 우리들이지만 조금은 믿어주기 바라네"
미텔이 진지한 표정으로 아하루에게 말했다.
"그리고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조카 분의 문제는 저희가 책임지고 라이갈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하루님이 움직이게 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상인들이야 어디든 움직이니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라이갈 방면쪽으로 가는 상인대에 동석 시킨다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해결될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아하루님의 다른 동행분에 관해서인데, 그것은 아하루님의 동행분들이 모두 여자분들이라 걱정되시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듣기에도 용병대에는 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또한 여자가 두목인 경우도 잇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설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용병단의 군기가 아하루님의 동행에 찝적댈만큼 그렇게 해이하다고는 믿고 싶지 않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쳄벌린이 마지막 말을 용병대잔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무렴 만일 자네의 동행에게 손을 대는 놈이 잇다면 내 맹세코 그놈의 사지와 더불어 그놈의 모가지를 내 이 두손으로 직접 따버릴거네"
"저희가 비록 용병들이라 하지만 어느 정도 군기는 잇습니다. 아하루님이 걱정하실 정도의 그처럼 도적같은 집단은 아닙니다."
츄바와 세므온이 각기 말했다. 쳄벌린이 그런 용병대장의 지지를 입자 득의 양양한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쳄벌린과는 달리 아하루의 얼굴이 푹 숙여지다가 한참만에 다시 들려졌다.
"좋습니다. 승낙하겠습니다."
아하루가 더 이상 어쩔수 없다는 듯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텔들과 쳄벌린의 표정이 밝아졌다. 쳄벌린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세부 사항들에 대해서 논의 하도록 하지요"
쳄벌린이 가지고온 서류를 펴고는 기쁨에 젖어 잇는 용병 대장들과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고잇는 아하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의 편제는 각기 대장님이 300명씩 그리고 아하루님에게는 직속부대와 특수부대 그리고 행정을 맡아볼 사람들로 구성된 100명을 두고 모든 지휘는 아하루님의 지휘하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쳄벌린의 말에 미텔들과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쳄벌린이 다시금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아하루님의 직속부대는 호위대 30명 특수부대 60명 그리고 행정관 10명으로 구성됩니다. 이중 행정관은 저희가 보내도록 하고 나머지 호위대와 특수부대는 세 용병대에서 충당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 대장은..."
쳄벌린이 말을 흐리고는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아하루님이 직접 임명하시는게 좋겠군요."
"이렇듯 많은 배려를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하루가 쳄벌린의 말에 감사를 표하자 쳄벌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무거운 짐을 맡겨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쨌거나 이정도면 모든 편제가 이루어 진 듯 하군요.
앞으로는 저희가 보내드릴 행정관을 통해서 결과와 앞으로의 진행만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참 이번에 일거리를 맡으셨다고요?"
쳄벌린이 미텔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미텔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 졌다.
"그게 저..."
미텔이 잠시 머뭇거리며 말을 흐리더니 힘없이 자신이 들고온 서류 뭉치 중 제일 밑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선 쳄벌린에게로 건넸다. 쳄벌린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의아한 듯이 하나같이 고개숙인 용병 대장들을 바라보았다.
"왜그러십니까?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잘못된 조건입니다."
세므온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꺼냈다. 쳄벌린이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낸 세므온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못참겟다는 듯 츄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속은거요. 어쨌든 이 일이 잘못되도 우리는 어쩔수 없는 것이오. 이게 다 그놈들이 우리를 속인거요. 그러니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무방할 거요"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자세히들 말해보세요"
쳄벌린이 탁자를 한번치고는 엄한 소리로 말했다. 용병대장들이 다시금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미텔이 고개를 들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핌 지역의 짐보만(Jimboman) 영지에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곳은 최근 새로이 영주 승계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깐..."
미텔이 서류를 뒤적이다 뭔가를 찾아 내고는 그 서류를 읽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 그러니깐... 아, 네, 그 짐보만 영지의 원래 영주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들의 어머니가 다르다고 합니다.
원래 짐보만 영주는 첫째 부인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자 새로이 첩을 들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둘째 부인에게서 바라던 아들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후 기적적으로 첫째 부인에게서도 아들이 태어 났습니다.
선대 백작이 살아 있을 적에는 그런대로 잠잠했지만 선대 백작이 죽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텔이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
"선대 백작은 첫째 아들인 카페이레 덴 아무스 짐보만에게 자리를 물려 주었습니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장자권이란 것입니다. 그러자 첫째부인과 그 아들인 둘째 쿠타린 드 아무스 짐보만 측이 이의를 제기 했습니다.
그것은 본처가 아닌 후처의 소생을 장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둘은 서로 대립하다가 둘째 아들인 쿠타린이 성의 근위대를 동원해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째 카페이레는 그 거사를 피해 성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수 잇엇습니다. 그리고는 남쪽에 위치한 제2의 도시인 아레온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이레 쪽이 인망이 좋앗던지 대략 3000명 정도의 군사가 모였고 둘째 쿠타린도 그와 비슷한 2500 정도의 군세를 확보햇습니다.
둘은 짐보만 영지를 남북으로 가르는 "아도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카페이레측에서 좀더 세를 확보하고자 저희에게 의뢰를 해 왔습니다."
"흠... 조건이 아주 좋군요? 우리 용병대 1000여명이 가세한다면 즉시로 2500대 4000이 되니깐 능히 압승을 거둘수 잇겠군요? 그러면 그동안 실추된 우리의 명에도 되찾을 테고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이 조금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만?"
쳄벌린이 탁자에 턱을 괴고는 미텔을 바라보앗다. 쳄벌린의 분석이 제법 정확했던지 미텔이 찔끔 거리는 표정을 지엇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하다가 한숨을 내셨다.
"후~, 단주님 말씀이 정확하십니다. 사실 카페이레측은 거의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을 아주 많이 깍앗습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용병단의 금액보다 무려 절반 정도에 게약을 체결하게 되엇습니다."
"그럴수 잇지요. 어차피 그때의 결정은 대장님들이 현재 용병단의 형편을 충분히 고려하셔서 체결하셨겠지요. 물론 반값이라 조금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이일로 명성을 차근 차근 쌓아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그다지 문제될게 없는 것 같은데요?"
"후~ 문제는 그 다음 이었습니다. 저희가 조금 불리하다 싶지만 "떨어지는 새는 날개짓을 할수밖에 없다"고 억지로 계약을 체결한 직후 문제가 발생햇습니다."
"문제라니요?"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입이 타는지 앞에 놓인 물을 벌컥 마셔댔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는 이미 강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진 직후 였습니다. 쿠타린 측에서도 용병대와 계약을 체결 용병대가 강을 우회해서 본진의 뒤쪽을 기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카페이레 군은 대패해 아레온 성으로 간신히 피했고 병사는 고작 1000여명 밖에 남지 않앗다고 합니다. 하지만 쿠타린 측은 더욱 늘어나 용병대를 빼고도 3000명이나 집결되엇다고 합니다.
현재 카페이레 군은 남은 1000여명으로 아레온에서 항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쿠타린은 용병대 1000명과 자신의 군사 2000여명을 동원해 일거에 쓸어버릴 작정이라고 합니다."
미텔의 말이 끝나자 쳄벌린이 괴롭다는 듯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 쥐었다. 다른 용병 대장들이 그런 쳄벌린의 모습을 보고 침묵을 지켰다.
방안 가득 한참동안 침묵이 흐르다 쳄벌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현재 상황은 4000대 2000이 된다는 이야기군요"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만 앞으로 쿠타린 측의 병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미텔들의 눈이 바뀌었다. 이전의 대수롭지 않은 시선에서 존경과 감탄 그리고 놀람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하루는 더욱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만 바라보시고 다음 논의를 하도록 하죠"
아하루가 계면쩍은지 그렇게 말했다.
"하하 논의랄게 뭐가 있나? 그냥 자네가 총대장을 맡도록 하게나"
미텔이 아하루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비록 미텔과 사이가 안좋은 츄바와 세므온이었지만 미텔의 이번 말에는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 님이라 하셨소? 젊은 나이에 대단하이"
""아레온의 사신"이라 불리우는 아하루님이라면 두말않겠습니다."
츄바와 세므온까지 가세하여 아하루가 총대장이 되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하자 오히려 난처한 것은 아하루였다. 아하루는 전혀 뜻밖의 일이 진행되자 스스로도 굉장히 난간한 듯 어쩔줄을 몰라하며 쳄벌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작 쳄벌린은 그런 아하루를 살짝 외면하고는 미텔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대장들께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잠깐 잠깐만"
아하루가 쳄벌린의 말에 급히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아하루에게로 쏠렸다.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아하루의 말에 쳄벌린이 말해보라는 듯한 몸짓을 했다.
"크흠"
아하루가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먼저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미 코즈히 공작과는 원수지간의 사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무슨 이유로 제국의 공작이 일개 남작가에 불과한 저희 집안을, 그리고 저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약의 경우 제가 용병대의 총대장을 맡게 된다면 코즈히 공작과의 관계가 불편해 질게 뻔합니다. 그것에 대한 결의는 있으신지요?
둘째로, 여러분들도 처음엔 절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잘 납득이 가지 않지만 제가 "아레온의 사신"이라고 친다손 쳐도 아직 어린 제가 용병대의 총대장이라니요. 이것은 저도 그렇고 다른 여러 용병들도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로 저에겐 해야할 일들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비단 제 조카를 라이갈 까지 보내는 일 말고도 제 개인적인 복수가 남아 잇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일 그 일과 용병일이 겹치게 되면 전 제 일을 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로 지금 전 일행들과 함께 하고 잇습니다. 그것도 여자 셋은 항상 저와 함께 하게 될것입니다. 따라서 만일의 경우 불미 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잇습니다. 이점을 염두해 두고 계신지요?"
아하루가 길게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자 용병들이 잠시 멍한 얼굴로 아하루를 쳐다 보았다. 너무 길게 이야기 한 탓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다만 쳄벌린의 경우는 그런 용병들을 보면서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용병들을 대신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흠, 그러니깐 아하루님이 말씀하시는 문제점은 크게 네가지군요? 첫째 용병대장을 맡았을 경우 코즈히 공작과의 문제
둘째, 다른 용병들이 아하루님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 셋째, 아하루의 일이 용병단 일과 겹칠 때, 넷째, 같이 다니는 동료들의 문제 아닙니까?"
쳄벌린의 요약에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용병들도 그제서야 아하루가 하고픈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감을 잡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쳄벌린이 용병 대장들이 이해한 듯한 얼굴을 힐끔 살피고는 아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알겠지만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을 줄로 압니다. 먼저 코즈히 공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총대장을 맡고 잇는 것이 아하루님인 것을 숨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둘째로 다른 용병들이 지지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쳄벌린이 용병대장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들은 휘하의 부하들을 잘 통제할 수 있습니까? 부하들이 "아레온의 사신"이라는 말 없이도 아하루님의 명령에 따르게 할 자신이 있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만약 말 안듣는 놈이 잇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패주고 말겠소"
츄바가 자신있다는 듯 손으로 가슴을 퉁퉁 두드리며 말했다. 미텔과 세므온도 염려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쳄벌린이 다시금 아하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장님들의 저런 결의라면 두 번째 문제도 해결되었고, 세 번째는 아하루님의 복수에 관계된 일인가요? 일단 그 문제는 아하루님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군요. 저희 쳄벌린 상인대도 그리고 여기 계신 용병대장님들도 모두 코즈히 공작에게 뼛속깊은 증오를 느끼고 잇답니다. 따라서 저와 이들은 만일 아하루님이 복수를 하겠다면 능히 도와 드릴수 있을 겁니다.
아하루님 혼자서 복수하는 것보다 이렇게 뭉치는 편이 더 힘이 잇겠지요"
쳄벌린의 말에 아하루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네 혼자서 하기보다는 보잘 것 없는 우리들이지만 조금은 믿어주기 바라네"
미텔이 진지한 표정으로 아하루에게 말했다.
"그리고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조카 분의 문제는 저희가 책임지고 라이갈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아하루님이 움직이게 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상인들이야 어디든 움직이니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라이갈 방면쪽으로 가는 상인대에 동석 시킨다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해결될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아하루님의 다른 동행분에 관해서인데, 그것은 아하루님의 동행분들이 모두 여자분들이라 걱정되시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듣기에도 용병대에는 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또한 여자가 두목인 경우도 잇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설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용병단의 군기가 아하루님의 동행에 찝적댈만큼 그렇게 해이하다고는 믿고 싶지 않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쳄벌린이 마지막 말을 용병대잔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무렴 만일 자네의 동행에게 손을 대는 놈이 잇다면 내 맹세코 그놈의 사지와 더불어 그놈의 모가지를 내 이 두손으로 직접 따버릴거네"
"저희가 비록 용병들이라 하지만 어느 정도 군기는 잇습니다. 아하루님이 걱정하실 정도의 그처럼 도적같은 집단은 아닙니다."
츄바와 세므온이 각기 말했다. 쳄벌린이 그런 용병대장의 지지를 입자 득의 양양한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쳄벌린과는 달리 아하루의 얼굴이 푹 숙여지다가 한참만에 다시 들려졌다.
"좋습니다. 승낙하겠습니다."
아하루가 더 이상 어쩔수 없다는 듯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텔들과 쳄벌린의 표정이 밝아졌다. 쳄벌린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세부 사항들에 대해서 논의 하도록 하지요"
쳄벌린이 가지고온 서류를 펴고는 기쁨에 젖어 잇는 용병 대장들과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고잇는 아하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의 편제는 각기 대장님이 300명씩 그리고 아하루님에게는 직속부대와 특수부대 그리고 행정을 맡아볼 사람들로 구성된 100명을 두고 모든 지휘는 아하루님의 지휘하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쳄벌린의 말에 미텔들과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쳄벌린이 다시금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아하루님의 직속부대는 호위대 30명 특수부대 60명 그리고 행정관 10명으로 구성됩니다. 이중 행정관은 저희가 보내도록 하고 나머지 호위대와 특수부대는 세 용병대에서 충당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 대장은..."
쳄벌린이 말을 흐리고는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아하루님이 직접 임명하시는게 좋겠군요."
"이렇듯 많은 배려를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하루가 쳄벌린의 말에 감사를 표하자 쳄벌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무거운 짐을 맡겨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쨌거나 이정도면 모든 편제가 이루어 진 듯 하군요.
앞으로는 저희가 보내드릴 행정관을 통해서 결과와 앞으로의 진행만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참 이번에 일거리를 맡으셨다고요?"
쳄벌린이 미텔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미텔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 졌다.
"그게 저..."
미텔이 잠시 머뭇거리며 말을 흐리더니 힘없이 자신이 들고온 서류 뭉치 중 제일 밑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선 쳄벌린에게로 건넸다. 쳄벌린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의아한 듯이 하나같이 고개숙인 용병 대장들을 바라보았다.
"왜그러십니까?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잘못된 조건입니다."
세므온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꺼냈다. 쳄벌린이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낸 세므온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은 못참겟다는 듯 츄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속은거요. 어쨌든 이 일이 잘못되도 우리는 어쩔수 없는 것이오. 이게 다 그놈들이 우리를 속인거요. 그러니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무방할 거요"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자세히들 말해보세요"
쳄벌린이 탁자를 한번치고는 엄한 소리로 말했다. 용병대장들이 다시금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미텔이 고개를 들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핌 지역의 짐보만(Jimboman) 영지에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곳은 최근 새로이 영주 승계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깐..."
미텔이 서류를 뒤적이다 뭔가를 찾아 내고는 그 서류를 읽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에.. 그러니깐... 아, 네, 그 짐보만 영지의 원래 영주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들의 어머니가 다르다고 합니다.
원래 짐보만 영주는 첫째 부인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하자 새로이 첩을 들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둘째 부인에게서 바라던 아들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후 기적적으로 첫째 부인에게서도 아들이 태어 났습니다.
선대 백작이 살아 있을 적에는 그런대로 잠잠했지만 선대 백작이 죽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텔이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
"선대 백작은 첫째 아들인 카페이레 덴 아무스 짐보만에게 자리를 물려 주었습니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장자권이란 것입니다. 그러자 첫째부인과 그 아들인 둘째 쿠타린 드 아무스 짐보만 측이 이의를 제기 했습니다.
그것은 본처가 아닌 후처의 소생을 장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둘은 서로 대립하다가 둘째 아들인 쿠타린이 성의 근위대를 동원해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첫째 카페이레는 그 거사를 피해 성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수 잇엇습니다. 그리고는 남쪽에 위치한 제2의 도시인 아레온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이레 쪽이 인망이 좋앗던지 대략 3000명 정도의 군사가 모였고 둘째 쿠타린도 그와 비슷한 2500 정도의 군세를 확보햇습니다.
둘은 짐보만 영지를 남북으로 가르는 "아도난"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카페이레측에서 좀더 세를 확보하고자 저희에게 의뢰를 해 왔습니다."
"흠... 조건이 아주 좋군요? 우리 용병대 1000여명이 가세한다면 즉시로 2500대 4000이 되니깐 능히 압승을 거둘수 잇겠군요? 그러면 그동안 실추된 우리의 명에도 되찾을 테고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이 조금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만?"
쳄벌린이 탁자에 턱을 괴고는 미텔을 바라보앗다. 쳄벌린의 분석이 제법 정확했던지 미텔이 찔끔 거리는 표정을 지엇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하다가 한숨을 내셨다.
"후~, 단주님 말씀이 정확하십니다. 사실 카페이레측은 거의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을 아주 많이 깍앗습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용병단의 금액보다 무려 절반 정도에 게약을 체결하게 되엇습니다."
"그럴수 잇지요. 어차피 그때의 결정은 대장님들이 현재 용병단의 형편을 충분히 고려하셔서 체결하셨겠지요. 물론 반값이라 조금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이일로 명성을 차근 차근 쌓아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현재로선 그다지 문제될게 없는 것 같은데요?"
"후~ 문제는 그 다음 이었습니다. 저희가 조금 불리하다 싶지만 "떨어지는 새는 날개짓을 할수밖에 없다"고 억지로 계약을 체결한 직후 문제가 발생햇습니다."
"문제라니요?"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입이 타는지 앞에 놓인 물을 벌컥 마셔댔다.
"계약을 체결할 당시는 이미 강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진 직후 였습니다. 쿠타린 측에서도 용병대와 계약을 체결 용병대가 강을 우회해서 본진의 뒤쪽을 기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카페이레 군은 대패해 아레온 성으로 간신히 피했고 병사는 고작 1000여명 밖에 남지 않앗다고 합니다. 하지만 쿠타린 측은 더욱 늘어나 용병대를 빼고도 3000명이나 집결되엇다고 합니다.
현재 카페이레 군은 남은 1000여명으로 아레온에서 항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쿠타린은 용병대 1000명과 자신의 군사 2000여명을 동원해 일거에 쓸어버릴 작정이라고 합니다."
미텔의 말이 끝나자 쳄벌린이 괴롭다는 듯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 쥐었다. 다른 용병 대장들이 그런 쳄벌린의 모습을 보고 침묵을 지켰다.
방안 가득 한참동안 침묵이 흐르다 쳄벌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현재 상황은 4000대 2000이 된다는 이야기군요"
쳄벌린의 말에 미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만 앞으로 쿠타린 측의 병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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