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16화 이리스 평원(2)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대지를 환한 빛으로 가득 채우자 아하루 일행은 더욱 분주해졌다. 아하루 일행은 가급적 오늘 안으로 타이건에 도착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었다. 그동안의 험한 여정으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가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어서 일어나"
아하루의 어린 조카 카리에가 아직 잠이 덜깼는지 지친 눈꺼플을 연신 깜빡이며 마른 손으로 눈을 비벼대는 동생 레이첼에게 다가가 동생의 침구를 잡아 끌며 말했다.
카리에는 레이첼이 엉거주춤 일어나 걸음을 옮기자 주섬 주섬 동생 레이첼이 잠들엇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카리에와 레이첼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대견함 보다는 안타까워 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카리에와 레이첼의 모습은 불과 얼마전 제법 포동 포동하고 총기가 잇어보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몰골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을 만큼 많이 야위고 엉망이었다.
사실 어른들도 힘든 여정인데 이제 겨우 6세와 4세인 아이들로써는 너무나 힘든 일임엔 틀림없었다. 아하루의 조카들인 카리에와 레이첼은 그나이에 오히려 이제껏 용케도 잘 참아왓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빠라고 카리에가 레이첼을 다독이며 챙겨주는 모습은 다른 일행들의 마음에 더욱 연민의 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레이첼, 레이첼이 이상해요"
카리에의 말에 르네가 얼른 레이첼에게 다가갔다. 레이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르고 잇었다. 르네가 조심스럽게 그런 레이첼을 자신의 품에 안고는 전신을 만져 갓다.
"레이첼"
카리에가 불란한 눈으로 르네의 품에 안겨 있는 레이첼을 바라보며 울것같은 얼굴을 지었다. 그런 카리에의 어깨를 누군가 짚었다.
"삼춘"
카리에가 뒤를 바라보곤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하루가 카리에를 이끌고는 살며시 르네와 레이첼의 곁에서 물러 나왓다.
"카리에. 괜찮을 거야. 조금있으면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러면 나아질거야"
아하루가 마치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듯 카리에에게 말했다. 카리에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겟다는 듯 아하루의 품에 안겨서 흐느꼈다.
"삼춘,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는 어디잇는거야?"
아하루가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카리에를 다독거렸다.
"엄마는 지금 곤경에 빠졌어. 하지만 우리 카리에는 강하니깐 그런 엄마를 구해낼수 잇을거야? 그치?"
아하루의 말에 카리에가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하더니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 엄마를 다시 볼 때 까지 울지 않을거야"
아하루가 살짝 미소를 지어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이 삼촌이랑 같이 엄마를 구해내도록 하자 알겠지?"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보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때?"
아하루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르네를 보고는 물었다. 곁에 잇던 카리에가 르네를 보고는 쪼르르 자리에 누워 잇는 레이첼에게로 달려갓다.
르네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잠깐 보고는 흐린 안색으로 담담히 말을 꺼냈다.
"별로 안좋아요. 그동안의 너무 무리한 여정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르네의 말에 아하루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가 그런 아하루의 얼굴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단은 마을에 도착하면 한 2-3일 정도는 푹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하루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셨다.
"그래.. 그럼 그동안 만이라도 르네가 수고해줘"
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천천히 레이첼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이첼 곁에 있던 카리에가 르네가 다가오자 얼른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르네는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금 손에 빛을 내어선 레이첼의 몸을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아하루는 애써 카리에와 레이첼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늘 통과해야할 눈 앞의 평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하루의 눈 앞에는 작은 평원지대가 펼쳐져 잇었다. 그리고 그 평원을 가르는 "아실리에" 강과 그 강너머 아련하게 평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잇는 타이건 성이 마치 자그마한 점처럼 보였다.
아하루가 고개를 조금 움직여 평원을 지나는 강을 바라보았다. 아하루가 잇는 곳보다는 지대가 낮아서 그런대로 강 줄기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가 도도한 강물을 자신의 아래로 흘려보내며 우뚝 서잇었다.
"후~"
아하루가 나직한 탄식음을 내었다. 그러자 아하루를 지켜보던 카미야가 얼른 아하루에게 다가와선 그의 옆에 섯다.
"왜그러시죠?"
아하루가 말대신 손가락을 들어 평원 쪽을 가르켰다. 카미야가 아하루가 가르킨 평원 쪽을 바라보다 도도히 흐르는 아실리에 강과 그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를 바라보곤 약간 얼굴을 구겼다.
"저..저들이 언제 저곳에..."
카미야의 경악스런 낮은 탄식에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아하루 일행들이 아하루와 카미야의 주위로 몰려 왓다. 그리고는 그들도 아하루와 카미야가 본 것을 보고는 경악과 낮은 탄식을 흘렸다.
아실리에 강에 잇는 유일한 다리 쪽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복장은 얼마전 차렌을 벗어날 때 보앗던 기사들의 복장이엇던 것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저들이 저곳에 잇을 수 있지요?"
군나르가 멍한 표정으로 이곳 저곳 수색하듯 움직이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표정으로 말했다.
"돌파가 가능할까요?"
노만이 눈에 보이는 기사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말했다.
"저들의 진용으로 봐선 돌파는 불가능해. 그리고 만일 다리 저쪽에도 놈들이 잇다면 그땐 꼼짝없이 앞뒤에서 협공을 받게되고"
카미야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탄식하듯 말했다.
"흠 말로 강을 건널수 잇을까요?"
군나르가 구불 구불 길게 뻗어 잇는 아실리에 강 줄기를 위아래로 ?어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아하루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뻗어 평원에 길다란 갈대 숲을 가리켰다.
아하루의 지적에 일행들이 좀더 주의 깊게 갈대 숲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드문 드문 날카로운 창검이 햇빛을 받아 창검을 번뜩이며 빛을 부숴내리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그야말로 쫙 깔렸군요"
군나르가 미약하게 요동치듯 움직이는 갈대 숲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곤 평원 양쪽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저들을 빙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카미야가 침중한 얼굴로 아하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하루는 뭔가를 고심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이 버티질 못할 거야. 그리고 빙 돌아간다고 한들 그쪽도 그냥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놔두진 않앗을 거야."
아하루의 말에 카미야가 난감한 듯한 얼굴표정을 지어보였다. 아하루는 뭔가를 더 고심하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할 수 없지. 일단 저쪽을 바라봐"
아하루의 말에 일행들이 아하루가 가리킨 오른 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 비해 제법 강폭이 넓어보였다.
"여기서 바라본 바로는 저쪽이 강폭이 제일 넓은 곳이야. 따라서 아마도 수심은 제일 낮겠지. 아마 우리들이 지닌 말로도 충분히 건널수가 잇겠지. 문제는 저곳에 잇을 적들을 어떻게 통과하는가 인대"
아하루가 자신을 쳐다보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들의 긴장된 모습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말자구. 잘될거야. 아참, 훼리나 마법은 어느 정도 할줄 알지?"
아하루의 말에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잇던 훼리나가 어리둥절해 하다가 아하루가 자신을 지목하자 얼굴을 붉히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직은 기초에 불과해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곤 재차 물었다.
"혹 할줄 아는 것중에 불계열이나 바람 계열 같은 것은 없어?"
훼리나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실력이 미천하지만 간단한 화염구나 바람을 불게 하는 것 정도는 할수 잇을 것 같아요"
아하루가 빙긋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그정도면 됐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각기 횃불을 하나씩 만들어 둬"
"횃불이요?"
일행들이 의아한 듯 반문하자 아하루가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왕이면 화력 좋고 오래탈만한 횃불이면 좋겟지?"
그제서야 아하루의 계획을 대충 눈치챈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각자 뒤를 돌아서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으스름한 저녁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위가 전부 어둠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러한 어둠을 틈타 평원의 한쪽 끝 숲속에서 조심스럽게 평원으로 들어서는 한떼의 인영이 보였다. 바로 아하루 일행이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갈대로 우거진 들판에 들어서더니 조금씩 넓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품안에 있던 통을 꺼내서는 그곳에 잇는 불씨를 지니고 잇던 나무 뭉치에 붙이기 시작했다.
미리 기름을 발라 놓앗던지 불이 붙기 시작한 나무들은 금새 활활 타오르며 주위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횃불을 부드러운 바닥에 꽂앗다. 그러느라 주변의 갈대가 타들어가기 시작했지만 그다지 신b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등에 차고 잇던 활을 꺼내들고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먹였다.
아하루가 주위를 둘러보곤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삐이익 삐이익"
사방에서 갑작스레 호각이 울리면서 갈대 숲들이 이리저리 심하게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왓다.
"발사"
아하루의 말에 일행들이 화살촉에 묶여진 기름먹은 천에 불을 붙이고는 공중을 향해 말렸다.
빨간 불줄기가 허공에서 동그란 궤적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더니 땅에 떨어졌다.
"빨리 꺼라. 불이 붙게 하지마"
"빨리가서 잡아라"
"피해"
"불이 붙었다."
갈대 숲은 삽시간에 여기 저기 떨어진 불화살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화살들은 그 제 임무를 다하기도 전에 기사들의 발에 밟혀 불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져야 했다. 살아남은 것은 고작 두 개 하지만 그 두 개의 불만으로 금새 주변의 갈대 밭으로 넓게 불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아하루 일행에게서 불살들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많은 불길들이 갈대밭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훼리나 시작해"
아하루의 말에 아하루의 뒤쪽에 잇던 훼리나가 두손을 공중으로 쳐들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세상에 모든 곳에 숨결을, 기쁨을 가져다 주는 이여 이제 너의 위엄을 보여 모든이들이 너에게 고개를 숙이게 하라"
훼리나의 손에서 작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아하루 일행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하루 일행이 있는 곳으로부터 거센 바람이 강쪽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에서부터 불어오던 밤바람이 훼리나가 일으킨 바람과 서로 만나 회오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의 결을 따라 갈대밭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이곳 저곳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갈대 밭에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자 그 불꽃은 주변의 회오리를 따라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며 화마의 광풍은 그 주변에 잇던 모든 것을 자신의 불꽃에 집어 넣어 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히히잉"
"불..불이다"
"살려줘"
"으..으악"
갈대 밭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과 말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제각기 불을 피해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또 몇몇은 불에 몸을 그실리게 되자 갈대 숲은 혼란의 극치를 맞았다.
"침착하라 강에서 물을 길어다 불을 꺼라. 주위를 경계하라"
갈대숲에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며 기사들을 독려하는 소리도 들렸다.
"가자"
아하루가 말위에 올라타고는 옆구리에찬 칼을 높이 들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른 이들도 아하루의 뒤를 쫓아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군나르, 카미야 아이들을 부탁?quot;
아하루가 자신의 옆을 바짝 쫓아오는 군나르와 카미야에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들의 품안에는 두려움에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레이첼과 카리에가 각각 매달려 잇었다. 군나르와 카미야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대지를 환한 빛으로 가득 채우자 아하루 일행은 더욱 분주해졌다. 아하루 일행은 가급적 오늘 안으로 타이건에 도착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었다. 그동안의 험한 여정으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가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어서 일어나"
아하루의 어린 조카 카리에가 아직 잠이 덜깼는지 지친 눈꺼플을 연신 깜빡이며 마른 손으로 눈을 비벼대는 동생 레이첼에게 다가가 동생의 침구를 잡아 끌며 말했다.
카리에는 레이첼이 엉거주춤 일어나 걸음을 옮기자 주섬 주섬 동생 레이첼이 잠들엇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카리에와 레이첼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대견함 보다는 안타까워 하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카리에와 레이첼의 모습은 불과 얼마전 제법 포동 포동하고 총기가 잇어보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몰골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을 만큼 많이 야위고 엉망이었다.
사실 어른들도 힘든 여정인데 이제 겨우 6세와 4세인 아이들로써는 너무나 힘든 일임엔 틀림없었다. 아하루의 조카들인 카리에와 레이첼은 그나이에 오히려 이제껏 용케도 잘 참아왓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빠라고 카리에가 레이첼을 다독이며 챙겨주는 모습은 다른 일행들의 마음에 더욱 연민의 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레이첼, 레이첼이 이상해요"
카리에의 말에 르네가 얼른 레이첼에게 다가갔다. 레이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르고 잇었다. 르네가 조심스럽게 그런 레이첼을 자신의 품에 안고는 전신을 만져 갓다.
"레이첼"
카리에가 불란한 눈으로 르네의 품에 안겨 있는 레이첼을 바라보며 울것같은 얼굴을 지었다. 그런 카리에의 어깨를 누군가 짚었다.
"삼춘"
카리에가 뒤를 바라보곤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하루가 카리에를 이끌고는 살며시 르네와 레이첼의 곁에서 물러 나왓다.
"카리에. 괜찮을 거야. 조금있으면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러면 나아질거야"
아하루가 마치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듯 카리에에게 말했다. 카리에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겟다는 듯 아하루의 품에 안겨서 흐느꼈다.
"삼춘,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는 어디잇는거야?"
아하루가 자신에게 기대어오는 카리에를 다독거렸다.
"엄마는 지금 곤경에 빠졌어. 하지만 우리 카리에는 강하니깐 그런 엄마를 구해낼수 잇을거야? 그치?"
아하루의 말에 카리에가 조금씩 진정하기 시작하더니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 엄마를 다시 볼 때 까지 울지 않을거야"
아하루가 살짝 미소를 지어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이 삼촌이랑 같이 엄마를 구해내도록 하자 알겠지?"
카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루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보며 카리에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때?"
아하루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르네를 보고는 물었다. 곁에 잇던 카리에가 르네를 보고는 쪼르르 자리에 누워 잇는 레이첼에게로 달려갓다.
르네가 그런 카리에의 모습을 잠깐 보고는 흐린 안색으로 담담히 말을 꺼냈다.
"별로 안좋아요. 그동안의 너무 무리한 여정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르네의 말에 아하루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르네가 그런 아하루의 얼굴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단은 마을에 도착하면 한 2-3일 정도는 푹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하루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셨다.
"그래.. 그럼 그동안 만이라도 르네가 수고해줘"
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천천히 레이첼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이첼 곁에 있던 카리에가 르네가 다가오자 얼른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르네는 그런 카리에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금 손에 빛을 내어선 레이첼의 몸을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아하루는 애써 카리에와 레이첼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늘 통과해야할 눈 앞의 평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하루의 눈 앞에는 작은 평원지대가 펼쳐져 잇었다. 그리고 그 평원을 가르는 "아실리에" 강과 그 강너머 아련하게 평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잇는 타이건 성이 마치 자그마한 점처럼 보였다.
아하루가 고개를 조금 움직여 평원을 지나는 강을 바라보았다. 아하루가 잇는 곳보다는 지대가 낮아서 그런대로 강 줄기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가 도도한 강물을 자신의 아래로 흘려보내며 우뚝 서잇었다.
"후~"
아하루가 나직한 탄식음을 내었다. 그러자 아하루를 지켜보던 카미야가 얼른 아하루에게 다가와선 그의 옆에 섯다.
"왜그러시죠?"
아하루가 말대신 손가락을 들어 평원 쪽을 가르켰다. 카미야가 아하루가 가르킨 평원 쪽을 바라보다 도도히 흐르는 아실리에 강과 그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를 바라보곤 약간 얼굴을 구겼다.
"저..저들이 언제 저곳에..."
카미야의 경악스런 낮은 탄식에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아하루 일행들이 아하루와 카미야의 주위로 몰려 왓다. 그리고는 그들도 아하루와 카미야가 본 것을 보고는 경악과 낮은 탄식을 흘렸다.
아실리에 강에 잇는 유일한 다리 쪽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복장은 얼마전 차렌을 벗어날 때 보앗던 기사들의 복장이엇던 것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저들이 저곳에 잇을 수 있지요?"
군나르가 멍한 표정으로 이곳 저곳 수색하듯 움직이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표정으로 말했다.
"돌파가 가능할까요?"
노만이 눈에 보이는 기사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말했다.
"저들의 진용으로 봐선 돌파는 불가능해. 그리고 만일 다리 저쪽에도 놈들이 잇다면 그땐 꼼짝없이 앞뒤에서 협공을 받게되고"
카미야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탄식하듯 말했다.
"흠 말로 강을 건널수 잇을까요?"
군나르가 구불 구불 길게 뻗어 잇는 아실리에 강 줄기를 위아래로 ?어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아하루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뻗어 평원에 길다란 갈대 숲을 가리켰다.
아하루의 지적에 일행들이 좀더 주의 깊게 갈대 숲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드문 드문 날카로운 창검이 햇빛을 받아 창검을 번뜩이며 빛을 부숴내리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그야말로 쫙 깔렸군요"
군나르가 미약하게 요동치듯 움직이는 갈대 숲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곤 평원 양쪽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저들을 빙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카미야가 침중한 얼굴로 아하루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하루는 뭔가를 고심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이 버티질 못할 거야. 그리고 빙 돌아간다고 한들 그쪽도 그냥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놔두진 않앗을 거야."
아하루의 말에 카미야가 난감한 듯한 얼굴표정을 지어보였다. 아하루는 뭔가를 더 고심하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할 수 없지. 일단 저쪽을 바라봐"
아하루의 말에 일행들이 아하루가 가리킨 오른 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 비해 제법 강폭이 넓어보였다.
"여기서 바라본 바로는 저쪽이 강폭이 제일 넓은 곳이야. 따라서 아마도 수심은 제일 낮겠지. 아마 우리들이 지닌 말로도 충분히 건널수가 잇겠지. 문제는 저곳에 잇을 적들을 어떻게 통과하는가 인대"
아하루가 자신을 쳐다보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들의 긴장된 모습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말자구. 잘될거야. 아참, 훼리나 마법은 어느 정도 할줄 알지?"
아하루의 말에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잇던 훼리나가 어리둥절해 하다가 아하루가 자신을 지목하자 얼굴을 붉히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직은 기초에 불과해요"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곤 재차 물었다.
"혹 할줄 아는 것중에 불계열이나 바람 계열 같은 것은 없어?"
훼리나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실력이 미천하지만 간단한 화염구나 바람을 불게 하는 것 정도는 할수 잇을 것 같아요"
아하루가 빙긋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그정도면 됐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각기 횃불을 하나씩 만들어 둬"
"횃불이요?"
일행들이 의아한 듯 반문하자 아하루가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왕이면 화력 좋고 오래탈만한 횃불이면 좋겟지?"
그제서야 아하루의 계획을 대충 눈치챈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각자 뒤를 돌아서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으스름한 저녁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위가 전부 어둠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러한 어둠을 틈타 평원의 한쪽 끝 숲속에서 조심스럽게 평원으로 들어서는 한떼의 인영이 보였다. 바로 아하루 일행이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갈대로 우거진 들판에 들어서더니 조금씩 넓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품안에 있던 통을 꺼내서는 그곳에 잇는 불씨를 지니고 잇던 나무 뭉치에 붙이기 시작했다.
미리 기름을 발라 놓앗던지 불이 붙기 시작한 나무들은 금새 활활 타오르며 주위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횃불을 부드러운 바닥에 꽂앗다. 그러느라 주변의 갈대가 타들어가기 시작했지만 그다지 신b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등에 차고 잇던 활을 꺼내들고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먹였다.
아하루가 주위를 둘러보곤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삐이익 삐이익"
사방에서 갑작스레 호각이 울리면서 갈대 숲들이 이리저리 심하게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왓다.
"발사"
아하루의 말에 일행들이 화살촉에 묶여진 기름먹은 천에 불을 붙이고는 공중을 향해 말렸다.
빨간 불줄기가 허공에서 동그란 궤적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더니 땅에 떨어졌다.
"빨리 꺼라. 불이 붙게 하지마"
"빨리가서 잡아라"
"피해"
"불이 붙었다."
갈대 숲은 삽시간에 여기 저기 떨어진 불화살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화살들은 그 제 임무를 다하기도 전에 기사들의 발에 밟혀 불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져야 했다. 살아남은 것은 고작 두 개 하지만 그 두 개의 불만으로 금새 주변의 갈대 밭으로 넓게 불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다시 아하루 일행에게서 불살들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많은 불길들이 갈대밭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훼리나 시작해"
아하루의 말에 아하루의 뒤쪽에 잇던 훼리나가 두손을 공중으로 쳐들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세상에 모든 곳에 숨결을, 기쁨을 가져다 주는 이여 이제 너의 위엄을 보여 모든이들이 너에게 고개를 숙이게 하라"
훼리나의 손에서 작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아하루 일행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하루 일행이 있는 곳으로부터 거센 바람이 강쪽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에서부터 불어오던 밤바람이 훼리나가 일으킨 바람과 서로 만나 회오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의 결을 따라 갈대밭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이곳 저곳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갈대 밭에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자 그 불꽃은 주변의 회오리를 따라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며 화마의 광풍은 그 주변에 잇던 모든 것을 자신의 불꽃에 집어 넣어 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히히잉"
"불..불이다"
"살려줘"
"으..으악"
갈대 밭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과 말들이 있었는지 그들이 제각기 불을 피해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또 몇몇은 불에 몸을 그실리게 되자 갈대 숲은 혼란의 극치를 맞았다.
"침착하라 강에서 물을 길어다 불을 꺼라. 주위를 경계하라"
갈대숲에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며 기사들을 독려하는 소리도 들렸다.
"가자"
아하루가 말위에 올라타고는 옆구리에찬 칼을 높이 들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른 이들도 아하루의 뒤를 쫓아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군나르, 카미야 아이들을 부탁?quot;
아하루가 자신의 옆을 바짝 쫓아오는 군나르와 카미야에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들의 품안에는 두려움에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레이첼과 카리에가 각각 매달려 잇었다. 군나르와 카미야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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