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서 생긴일 (1)
예전에 내가 살던 시골 동네에는 폐가가 하나 있었다.
산기슭에 있어서 아이들과 가끔 담력을 시험한다고 놀러가기도 했었다.
내가 열 여섯 살 때였다.
동네 친구 몇 명이서 그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순임아, 이따 저녁 먹고 바로 와야 돼. 알었지?"
"알았어. 난 걱정말구 너나 잘 빠져나와."
"그래, 진수는 온대?"
"어, 영철이는??"
"바늘가는데 실이 빠지겠냐~ 당연히 오지."
나와 순임이, 진수, 영철이는 모두 동갑으로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서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여서 이제 여름방학이 기다려지는 때...
열 여섯 살의 우리 넷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날의 일이 나와 내 친구의 인생을 바꿔 놓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난 순임이와의 약속대로 저녁을 먹고 부모님이 테레비를 보러
옆집에 가신 사이에 집을 나섰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면서 산기슭까지 갈 생각을 하니
좀 으스스하긴 했지만 몇 번이나 다닌 길이어서 별 생각 없이 걸었다.
중간쯤 가다가 갑자기 배가 싸르르 아픈 것이
설사라도 할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볼 일을 보고 길을 나섰다.
연속극이 끝났는지 옆집에선 어른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났다.
저런 나쁜 년이 어쩌구저쩌구....
예나 지금이나 연속극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나가자 옆집 똘이가 막 짖는다.
저 놈의 개새끼는 옆집에 산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날 보면 짖는다.
동네 어귀를 막 벗어날 무렵 난 진수와 영철이를 만났다.
"야, 니네 인제 가?"
"어, 고파 너두 인제 가는거야?"
"응, 배 아퍼서 뒷간 좀 들렸다 가느라~"
"하~ 가시나...거참...말하는 거 하고는...."
"뭐어~"
"뒷간이 뭐냐, 뒷간이....뒷간 갔다 왔어도 안그런 척도 좀 하구 그래야지"
"내가 언제 그런데 신경쓰는거 봤냐??ㅎㅎㅎ"
혼자가는 게 약간 무서웠는데
남자애들하고 같이 가게 돼서 속으로 내심 안심이 되었다.
"야, 우리 순임이 좀 놀려줘 볼까??"
"어뜨케??"
"그냥....가시나가 우리 언제까지 기달리는지 내기도 좀 하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자구??"
"어~ 그기서 혼자 기달리게 냅두는 거야."
"야, 걔 무서움 많아서 혼자서 30분도 못 있을 거야."
"하긴..그렇지??"
"그럼...그래도 어떡하나 보자~"
"그래, 그럼"
우린 순임이를 볼 수 있는 폐가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숨어서
폐가를 지켜보았다.
순임이는 아직 안왔나보다.
우린 순임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한 30분을 지나도 영 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밤 외출을 들켰나 보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폐가로 갔다.
그리곤 각자 집에서 싸 가지고 나온 것들을 풀어놨다.
옥수수 같은 먹을 것과 술도 있었고 안주삼아 김도 몇장 가져왔다.
그리고서는 진수가 지난 번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갔을 때
사촌 형으로부터 얻어온 그 신기한 책을 꺼냈다.
진수는 여자들한테는 절대 안보여준다고 약속하고 가져왔다는데
우린 여자라고 생각 안한다며 보여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나체 사진이 실린 야한 도색 잡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잡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그 당시에 그걸 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여자들은 처음 본 것 같았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이며 몸도 하얗고....
거기다 가슴도 엄청 컸다.
그렇게 예쁜 여자들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다리를 활짝 벌리고 사진을 찍다니...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입을 헤~벌리고 침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 했다.
나 역시나 예쁜 여자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다 둘이서 눈짓을 하더니 나더러 집에 가라고 했다.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다나...
난 이것들이 여자라고 무시한다고 욕을 하면서 폐가를 나왔다.
그러다 그 둘이 뭘 하는지 궁금해 가는 척 하다가 다시 몰래 숨어들어갔다.
"야....진짜 죽인다...."
"그지? 우린 언제 이런 여자들 구경해보냐...."
"그러게 말이다. 맨날 보느니 순임이하고 고파니....에휴...."
저것들이!@#
우리가 어때서!@#$%
난 열받아서 확~ 뒤엎고 싶었지만 애들이 무얼 하는지가 더 궁금해서
꾸욱 눌러참았다.
조금 지켜보자니 바지를 내리고 거시기를 꺼내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시골이라서 동물들 교미하는 걸 보면서 컸기에
성에 대해 아주 무지한 건 아니었지만 남자의 거시기를 실제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음...사람의 거시기는 저렇게 생겼구나...생각보다 크군....
그걸 내 거시기에다 넣는단 말이지....들어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애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영철이와 진수는 각자 자기 손으로 자신들의 거시기를 감싸고
위 아래로 왔다갔다 문지르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만지더니 진수가 먼저 "으....흐....흐...."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거시기의 끝에서 하얀 액체를 뿌렸다.
그 뒤를 이어 얼마 안가 영철이도 "하아...흐...."하면서 역시나 하얀 액체를 내뿜었다.
양은 얼마 안되는데 상당히 멀리까지 뻗쳐나갔다.
아이들은 바지춤을 추스리더니 다시 앉아서 잡지책을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살짝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해서 애들이 자위하던 장면이 떠올라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밤중에 무서운 줄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혹시....귀신이 아닐까....
난 무서워서 더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난 거의 뛰다시피 걷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흐느끼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가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어흑...무서워라,...진작에 내려갈 걸....
속으로 후회하면서 까진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저 뒤에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난 소복을 입은 귀신을 상상하고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그러면 그 무서운 게 사라지기라도 하는 양....
내가 눈을 감았다 떴어도 여전희 희끄무레한 형체가 거기 있었다.
오히려 내쪽으로 천천희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난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다가 또 넘어졌다.
난 아픈 것도 모르고 재빨리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고파야,.....고파야.....흐흑...."
헉...귀신이 내 이름까지 알다니....정말로 귀신이구나,....
"고파야....나 좀 봐...나야....흑...흐흑..."
자꾸만 내 이름을 부르는데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누구지.......?
"고파야...나야...순임이....흑....나라니까...."
아니 순임이가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울고 있지??
오늘 못나온게 아니었나??
난 겁이 났지만 희끄무레한 형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랬더니 거기엔 흙투성이가 된 순임이가 쓰러져 있었다.
"순임아!@#"
"고파야...."
"너 왜 이래?? 무슨일이야??"
"흑....엉엉...."
순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다.
난 그 순간 내 친구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한참을 그렇게 울던 내 친구는 이제는 지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눈물이 고여 빛나는 눈동자가 애처롭게 보였다.
울음을 그치지 못해 끅끅대는 소리가 어린 내 맘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순임아...괜찮아...내가 있잖아....괜찮아....뚝 그쳐..."
"흑....흐흑....끅....끅....."
순임이는 아직도 얘기를 할 수 있을만큼 진정되지 않았다.
난 다시 폐가로 올라가서 진수와 영철이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차마 순임이를 놔두고는 갈 수 가 없어 그저 그 아이를 안고만 있었다.
또 한참을 흐느끼던 그 아이, 내 친구 순임이는 이제 진정이 됐는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고파야...나...어떡해....나 어떡해.....흑...."
말끝에 다시 설움이 북받치나보다.
난 순임이가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또 한참을 기다렸다.
"나....당했어...."
"뭐? 뭘 당했단거야?"
그 아이의 흙투성이인 옷차림과 그간의 흐느낌으로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설마설마 했던 일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아까....너네 만나러 가는데.....끅...."
"어...너 왜 안왔어!!"
"가다가...뒤에서 누가 입막고 끌고 갔어."
"뭐? 누군데?? 그게 누구야!!!"
"흑...모르겠어...뒤에서 잡아채서 얼굴 못봤어....너무 어두워서...."
"바보야, 얼굴을 똑바로 봐놔야지!!!!!!"
"안보였는걸...흑...."
그 순간 당황해서 무엇이 보였으랴....그렇지만 안타까움에 나는 도리어
순임이를 바보같다며 닥달했다.
왜 못보았느냐고...
"생각나는 거 없어??생긴거 말고...키라든지...등치라든지...."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잘 생각해봐!!!잡아야 할 거 아냐...내 그 인간, 아니 개만도 못한 새끼 꼭 잡는다!"
"몰라...무서워서...아무것도 못봤어....생각이 안나...."
"내려가자! 내려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 놈 잡자...."
"싫어...말 안할래....죽어도 말 못해~~"
"왜, 이 바보야....왜 말을 못해~~~"
"너, 누구한테 이거 말하면 나 죽어버릴꺼야!!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이 말을 하는 순간 순임이의 눈빛은 아까 흐느끼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그 순간 죽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비장한 눈빛에 마음이 에려왔다.
"그럼 영철이하고 진수한테만...그래서 우리가 범인 잡을게..."
"안돼!@!절대 안돼...."
"걔들은 우리 친구잖아~ 괜찮아, 범인 잡는 거 도와 줄꺼야."
"그래도 안돼, 절대 안돼!!!"
"알았어...아무한테도 말 안할께...."
일단 그 아이를 진정시켜야겠단 생각에 무조건 들어주기로 했다.
"자, 우리 일단 집으로 가자. 집에 가서 생각하자."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알았지??"
"알았어"
"맹세해??"
"그래..맹세할게."
난 그렇게 순임이를 진정시켜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흙투성이인 그 아이를 냇가에 들러 대강 씻게 하고
마을로 돌아갔다.
순임이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뒤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돌아와서 지지배가 밤에 밖으로 쏘다닌다고 엄마한테 한참을 야단맞고
잠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서도 자꾸만 흐느끼던 순임이 모습이 생각나서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어렴풋이 잠이 들었고....다시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다음날 학교 가는 길....
매일 아이들과 만나던 마을 어귀로 갔다.
순임이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로 먼저 나와 있었다.
평소엔 늦게 나오는 편인데.....
난 남자애들이 오기 전에 순임이와 얘기하려고 다가갔다.
"순임아!"
"어, 왔어??"
"괜찮아?? 안 좋으면 내가 학교엔 얘기할 테니 집에서 쉬어."
"싫어. 그냥 갈래."
"야아~ 너 얼굴에 무슨 일 있다고 써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학교는 갈래."
"그래, 그럼 학교서 힘들면 나한테 말해. 같이 조퇴하자."
"알았어. 고마워."
잠시 후에 남자애들이 왔고 우린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그날 따라 순임이가 유난히 말이 없었지만
남자애들은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속으로 순임이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너무 힘들게만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내 친구가 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종일 수업시간에 순임이 쪽을 바라보며 수업은 듣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순임이더러 어디 아프냐고 물어 보는 것 같았다.
순임이는 그냥 몸살이라고....그렇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
방과 후....
대부분 넷이 모여서 집엘 가지만 오늘은 순임이가 남자애들과 가기 싫단다.
하긴...어제 밤에 그 일을 당했는데....
순임이와 난 둘이서 학교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야, 어제 그 놈 말야. 혹시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니지??"
"몰라..."
"설마 아닐꺼야. 지나가는 놈일꺼야."
"지금 생각 났는데..."
"어, 말해봐!!"
"거기에...."
"거기??"
"어...그 사람 거기말야...."
"어..."
"거기에 이상한 게 있었어."
"이상한 거라니??"
"너무 아파서 잘 생각은 안나는데 한쪽이 볼록했어. 구슬같은 거 들어있는 거 같이..."
"그래?? 근데 그런 놈을 어떻게 잡지?? 다 벗겨놓아야 알 수 있는건데...-_-;;"
"그렇지?? 별 도움 안되네...."
"아냐...나중에 확실한 증거로 쓸 수 있어."
"야...자세히 얘기 좀 해봐. 내가 꼭 잡을꺼야."
"잡긴 니가 어떻게 잡아...."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잡을꺼야. "
"잡아서 어쩔건데...경찰에 신고라도 할래??"
"해야지. 당연히!!!"
"싫어. 나 다른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아는 거...죽어도 싫어."
"알았어. 그럼 경찰에 신고 안하고 내가 복수해줄게."
"훗....."
그게 순임이가 어제 밤 이후로 보인 첫 번째 웃음이었다.
난 이제 순임이가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니까...어제...어떻게 된거야...."
"그게...."
예전에 내가 살던 시골 동네에는 폐가가 하나 있었다.
산기슭에 있어서 아이들과 가끔 담력을 시험한다고 놀러가기도 했었다.
내가 열 여섯 살 때였다.
동네 친구 몇 명이서 그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순임아, 이따 저녁 먹고 바로 와야 돼. 알었지?"
"알았어. 난 걱정말구 너나 잘 빠져나와."
"그래, 진수는 온대?"
"어, 영철이는??"
"바늘가는데 실이 빠지겠냐~ 당연히 오지."
나와 순임이, 진수, 영철이는 모두 동갑으로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서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여서 이제 여름방학이 기다려지는 때...
열 여섯 살의 우리 넷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 날의 일이 나와 내 친구의 인생을 바꿔 놓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난 순임이와의 약속대로 저녁을 먹고 부모님이 테레비를 보러
옆집에 가신 사이에 집을 나섰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면서 산기슭까지 갈 생각을 하니
좀 으스스하긴 했지만 몇 번이나 다닌 길이어서 별 생각 없이 걸었다.
중간쯤 가다가 갑자기 배가 싸르르 아픈 것이
설사라도 할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볼 일을 보고 길을 나섰다.
연속극이 끝났는지 옆집에선 어른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났다.
저런 나쁜 년이 어쩌구저쩌구....
예나 지금이나 연속극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나가자 옆집 똘이가 막 짖는다.
저 놈의 개새끼는 옆집에 산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날 보면 짖는다.
동네 어귀를 막 벗어날 무렵 난 진수와 영철이를 만났다.
"야, 니네 인제 가?"
"어, 고파 너두 인제 가는거야?"
"응, 배 아퍼서 뒷간 좀 들렸다 가느라~"
"하~ 가시나...거참...말하는 거 하고는...."
"뭐어~"
"뒷간이 뭐냐, 뒷간이....뒷간 갔다 왔어도 안그런 척도 좀 하구 그래야지"
"내가 언제 그런데 신경쓰는거 봤냐??ㅎㅎㅎ"
혼자가는 게 약간 무서웠는데
남자애들하고 같이 가게 돼서 속으로 내심 안심이 되었다.
"야, 우리 순임이 좀 놀려줘 볼까??"
"어뜨케??"
"그냥....가시나가 우리 언제까지 기달리는지 내기도 좀 하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자구??"
"어~ 그기서 혼자 기달리게 냅두는 거야."
"야, 걔 무서움 많아서 혼자서 30분도 못 있을 거야."
"하긴..그렇지??"
"그럼...그래도 어떡하나 보자~"
"그래, 그럼"
우린 순임이를 볼 수 있는 폐가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숨어서
폐가를 지켜보았다.
순임이는 아직 안왔나보다.
우린 순임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한 30분을 지나도 영 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밤 외출을 들켰나 보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폐가로 갔다.
그리곤 각자 집에서 싸 가지고 나온 것들을 풀어놨다.
옥수수 같은 먹을 것과 술도 있었고 안주삼아 김도 몇장 가져왔다.
그리고서는 진수가 지난 번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갔을 때
사촌 형으로부터 얻어온 그 신기한 책을 꺼냈다.
진수는 여자들한테는 절대 안보여준다고 약속하고 가져왔다는데
우린 여자라고 생각 안한다며 보여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나체 사진이 실린 야한 도색 잡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잡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그 당시에 그걸 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여자들은 처음 본 것 같았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얼굴이며 몸도 하얗고....
거기다 가슴도 엄청 컸다.
그렇게 예쁜 여자들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다리를 활짝 벌리고 사진을 찍다니...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입을 헤~벌리고 침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듯 했다.
나 역시나 예쁜 여자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다 둘이서 눈짓을 하더니 나더러 집에 가라고 했다.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다나...
난 이것들이 여자라고 무시한다고 욕을 하면서 폐가를 나왔다.
그러다 그 둘이 뭘 하는지 궁금해 가는 척 하다가 다시 몰래 숨어들어갔다.
"야....진짜 죽인다...."
"그지? 우린 언제 이런 여자들 구경해보냐...."
"그러게 말이다. 맨날 보느니 순임이하고 고파니....에휴...."
저것들이!@#
우리가 어때서!@#$%
난 열받아서 확~ 뒤엎고 싶었지만 애들이 무얼 하는지가 더 궁금해서
꾸욱 눌러참았다.
조금 지켜보자니 바지를 내리고 거시기를 꺼내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시골이라서 동물들 교미하는 걸 보면서 컸기에
성에 대해 아주 무지한 건 아니었지만 남자의 거시기를 실제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음...사람의 거시기는 저렇게 생겼구나...생각보다 크군....
그걸 내 거시기에다 넣는단 말이지....들어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애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영철이와 진수는 각자 자기 손으로 자신들의 거시기를 감싸고
위 아래로 왔다갔다 문지르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만지더니 진수가 먼저 "으....흐....흐...."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거시기의 끝에서 하얀 액체를 뿌렸다.
그 뒤를 이어 얼마 안가 영철이도 "하아...흐...."하면서 역시나 하얀 액체를 내뿜었다.
양은 얼마 안되는데 상당히 멀리까지 뻗쳐나갔다.
아이들은 바지춤을 추스리더니 다시 앉아서 잡지책을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살짝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해서 애들이 자위하던 장면이 떠올라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밤중에 무서운 줄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혹시....귀신이 아닐까....
난 무서워서 더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난 거의 뛰다시피 걷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흐느끼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가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어흑...무서워라,...진작에 내려갈 걸....
속으로 후회하면서 까진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그때였다.
저 뒤에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난 소복을 입은 귀신을 상상하고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그러면 그 무서운 게 사라지기라도 하는 양....
내가 눈을 감았다 떴어도 여전희 희끄무레한 형체가 거기 있었다.
오히려 내쪽으로 천천희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난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다가 또 넘어졌다.
난 아픈 것도 모르고 재빨리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고파야,.....고파야.....흐흑...."
헉...귀신이 내 이름까지 알다니....정말로 귀신이구나,....
"고파야....나 좀 봐...나야....흑...흐흑..."
자꾸만 내 이름을 부르는데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누구지.......?
"고파야...나야...순임이....흑....나라니까...."
아니 순임이가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울고 있지??
오늘 못나온게 아니었나??
난 겁이 났지만 희끄무레한 형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랬더니 거기엔 흙투성이가 된 순임이가 쓰러져 있었다.
"순임아!@#"
"고파야...."
"너 왜 이래?? 무슨일이야??"
"흑....엉엉...."
순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다.
난 그 순간 내 친구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한참을 그렇게 울던 내 친구는 이제는 지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도 눈물이 고여 빛나는 눈동자가 애처롭게 보였다.
울음을 그치지 못해 끅끅대는 소리가 어린 내 맘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순임아...괜찮아...내가 있잖아....괜찮아....뚝 그쳐..."
"흑....흐흑....끅....끅....."
순임이는 아직도 얘기를 할 수 있을만큼 진정되지 않았다.
난 다시 폐가로 올라가서 진수와 영철이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차마 순임이를 놔두고는 갈 수 가 없어 그저 그 아이를 안고만 있었다.
또 한참을 흐느끼던 그 아이, 내 친구 순임이는 이제 진정이 됐는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고파야...나...어떡해....나 어떡해.....흑...."
말끝에 다시 설움이 북받치나보다.
난 순임이가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또 한참을 기다렸다.
"나....당했어...."
"뭐? 뭘 당했단거야?"
그 아이의 흙투성이인 옷차림과 그간의 흐느낌으로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설마설마 했던 일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아까....너네 만나러 가는데.....끅...."
"어...너 왜 안왔어!!"
"가다가...뒤에서 누가 입막고 끌고 갔어."
"뭐? 누군데?? 그게 누구야!!!"
"흑...모르겠어...뒤에서 잡아채서 얼굴 못봤어....너무 어두워서...."
"바보야, 얼굴을 똑바로 봐놔야지!!!!!!"
"안보였는걸...흑...."
그 순간 당황해서 무엇이 보였으랴....그렇지만 안타까움에 나는 도리어
순임이를 바보같다며 닥달했다.
왜 못보았느냐고...
"생각나는 거 없어??생긴거 말고...키라든지...등치라든지...."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잘 생각해봐!!!잡아야 할 거 아냐...내 그 인간, 아니 개만도 못한 새끼 꼭 잡는다!"
"몰라...무서워서...아무것도 못봤어....생각이 안나...."
"내려가자! 내려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 놈 잡자...."
"싫어...말 안할래....죽어도 말 못해~~"
"왜, 이 바보야....왜 말을 못해~~~"
"너, 누구한테 이거 말하면 나 죽어버릴꺼야!!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이 말을 하는 순간 순임이의 눈빛은 아까 흐느끼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그 순간 죽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비장한 눈빛에 마음이 에려왔다.
"그럼 영철이하고 진수한테만...그래서 우리가 범인 잡을게..."
"안돼!@!절대 안돼...."
"걔들은 우리 친구잖아~ 괜찮아, 범인 잡는 거 도와 줄꺼야."
"그래도 안돼, 절대 안돼!!!"
"알았어...아무한테도 말 안할께...."
일단 그 아이를 진정시켜야겠단 생각에 무조건 들어주기로 했다.
"자, 우리 일단 집으로 가자. 집에 가서 생각하자."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알았지??"
"알았어"
"맹세해??"
"그래..맹세할게."
난 그렇게 순임이를 진정시켜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흙투성이인 그 아이를 냇가에 들러 대강 씻게 하고
마을로 돌아갔다.
순임이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뒤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돌아와서 지지배가 밤에 밖으로 쏘다닌다고 엄마한테 한참을 야단맞고
잠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서도 자꾸만 흐느끼던 순임이 모습이 생각나서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어렴풋이 잠이 들었고....다시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다음날 학교 가는 길....
매일 아이들과 만나던 마을 어귀로 갔다.
순임이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로 먼저 나와 있었다.
평소엔 늦게 나오는 편인데.....
난 남자애들이 오기 전에 순임이와 얘기하려고 다가갔다.
"순임아!"
"어, 왔어??"
"괜찮아?? 안 좋으면 내가 학교엔 얘기할 테니 집에서 쉬어."
"싫어. 그냥 갈래."
"야아~ 너 얼굴에 무슨 일 있다고 써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학교는 갈래."
"그래, 그럼 학교서 힘들면 나한테 말해. 같이 조퇴하자."
"알았어. 고마워."
잠시 후에 남자애들이 왔고 우린 평소와 같은 대화를 나누며 학교로 향했다.
그날 따라 순임이가 유난히 말이 없었지만
남자애들은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속으로 순임이의 비밀을 혼자 간직하는 것이 너무 힘들게만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내 친구가 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종일 수업시간에 순임이 쪽을 바라보며 수업은 듣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순임이더러 어디 아프냐고 물어 보는 것 같았다.
순임이는 그냥 몸살이라고....그렇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
방과 후....
대부분 넷이 모여서 집엘 가지만 오늘은 순임이가 남자애들과 가기 싫단다.
하긴...어제 밤에 그 일을 당했는데....
순임이와 난 둘이서 학교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야, 어제 그 놈 말야. 혹시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니지??"
"몰라..."
"설마 아닐꺼야. 지나가는 놈일꺼야."
"지금 생각 났는데..."
"어, 말해봐!!"
"거기에...."
"거기??"
"어...그 사람 거기말야...."
"어..."
"거기에 이상한 게 있었어."
"이상한 거라니??"
"너무 아파서 잘 생각은 안나는데 한쪽이 볼록했어. 구슬같은 거 들어있는 거 같이..."
"그래?? 근데 그런 놈을 어떻게 잡지?? 다 벗겨놓아야 알 수 있는건데...-_-;;"
"그렇지?? 별 도움 안되네...."
"아냐...나중에 확실한 증거로 쓸 수 있어."
"야...자세히 얘기 좀 해봐. 내가 꼭 잡을꺼야."
"잡긴 니가 어떻게 잡아...."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잡을꺼야. "
"잡아서 어쩔건데...경찰에 신고라도 할래??"
"해야지. 당연히!!!"
"싫어. 나 다른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아는 거...죽어도 싫어."
"알았어. 그럼 경찰에 신고 안하고 내가 복수해줄게."
"훗....."
그게 순임이가 어제 밤 이후로 보인 첫 번째 웃음이었다.
난 이제 순임이가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니까...어제...어떻게 된거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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