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와의 관계이후 나와 형규의 삶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일들을 이야
기 하기 앞서 따분하긴 하겠지만 혈육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형
규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우리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는게 순서인것 같다.
*************보지敎********************
1. 전쟁......그리고 휴전
형규와 나는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다. 고1때까지는 서로 알고는 지냈 지만
말 몇마디 나눠보지 못한 사이였다. 반이 달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일종의 라
이벌 의식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와 형규는 고등학교에 들
어오기 전까지 단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공부에 있어서만은 그야
말로 모범생이었다. 공부라고 하면 스스로 전국구임을 자부하던 녀석들이 한
고등학교에 오게됐으니,둘다 처음으로 2등이라는 걸 맛볼 위기를 맞은 셈이
었다. 중학교때까지의 내 실력과 성적을 알고 계신 담임선생님께서, 강력한
견제세력이 있으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실때에도 난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규도 입학 당시에 담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다)
양쪽 담임이 경고한대로 고등학교 1년을 우린 치열하게 경쟁으로 지냈다.
2등이라는걸 둘다 처음으로 경험해봤고, 주거니 받거니하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했다. 입학 첫 시험에서 3등과의 평균점수가 3점정도 차
이났던게, 기말에는 8점정도까지 차이가 났으니 형규와 나와 의 경쟁이 얼마
나 치열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그 1년동안 무척 지쳐버린 것도 사
실이지만, 영어 수학은 이미 어느 대학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실력까지 향상
되어 있었다. 고2때 문,이과로 계열이 갈리면서 우리의 전쟁은 끝이 났다.
다시 둘다 독주체제로 들어갔고 문득문득 고1때의 경쟁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 그 전이라고 해서 원수지간 처럼 지낸건 아니었지만,서먹서먹했던 우리의
관계는 학생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여전히 서로에 대
한 경쟁의식은 남아 있었고,나의 경우는 형규를 이과 샌님이 라고 놀려대곤
했다. 읽어보지도 않은 고전들을 줄거리만 파악해서 형규에게 썰을 풀고, 이
과생에겐 좀 무리지 않겠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유치하고 창피하고..뭐 그렇다^^--
형규는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고게 내 약점이었다. 키도 내가 10센티
정도 작았고, 여름에 반바지를 입으면 털복숭이의 형규다리는 나를 좌절케했
다. 형규가 나이를 가지고 티를 내고 그런 것도 아니었지 만 괜히 나혼자 주
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2.축제,그리고 만남......
공부는 이미 우리 관심사 밖이었는지, 이것저것 청소년에게 금지되어 있 던
것들을 경험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시간에 비례하여 서로에게
차지하는 의미도 커지고 있었다. 형규와 나는 서로 모든걸 공유하고 비밀이
없다고 생각하던 내게 충격을 주는 사건은 그해 가을에 일어났다.
풍덩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뛰고 소
리지르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던 고2 가을... 축제 마지막 날 학교를 오픈
해서 여학생의 교내 출입이 허락되는, 그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이 고3형들이나 노는 애들을 위한 행
사라고 생각하고, 땡땡이 까고 맥주나 한 잔 할까해서 형규네 반이 위치한
곳으로 갔다. 까만 생머리에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장미를 한아름 안고 있는
여학생 한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열명정도의(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형
규 의 말에 의하면 열명정도 있었다고 한다) 여학생중 걔 한명만 보였고 심
장이 멎고 머리속이 하얗게 텅 비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자가 내 눈에 보
인적은 있었지만,내가 여자를 바라본건 처음이라는걸 알았다. 멍하니 서있는
내 어깨를 형규가 툭 치는 바람에 달콤한 꿈에서 깨고 말았다.
" 혜미야,인사해. 내 가장 친한 친구 승훈이..."
"안녕..."
"........"
코마 상태에서 그들의 입이 동그래졌다, 옆으로 벌어졌다 ,혀가 보였다, 입
술이 다물어졌다 하는걸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형규네 반이 체육대회 2학년
우승을 하며 축제가 막을 내렸고, 호프집 으로 이동을 했고,난 10,000cc 정
도를 때렸고,두어명이 집까지 업어서 데려다줬다고 했다.
3.형규의 다른 얼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우정의 배신이 내 가슴을 얼게 했고, 혜미에 대한
열정이 나를 까맣게 태웠다. 공부..... 그까지것이 다 무슨 소용 이란 말인
가... 세상에서 형규가 가장 위대해 보였고,가장 미웠다. 형규는 내가 풀어
대는 개똥철학과 고전에 대한 해석과 어설픈 비판이 유익하고 즐거웠던 모양
이다.
차츰 말수가 적어지고 한 숨을 내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염
려했다. 그러나,나는 형규에게 나의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을 아니
냐고 둘러대며,니도 이 형처럼 가을의 감상에 젖어보는 멋을 좀 알아라고 핀
잔을 줬지만 그럴수록 난 더 슬프기만 했다. 집에서는 일부러 명랑하게 행동
했고, 성적도 떨어지지 않아 주변에서 나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형규뿐이
었다. 가을과 낙엽이 갖는 또다른 의미를 배우면서 나를 감싸고 있던 두꺼운
껍질을 깨나가고 있었다. 나를 난파시켰던 가을의 소용돌이도 시간에 밀리우
고 성큼 겨울이 다가왔다. 기말고사 역시 각각 1등을 하였고, 고3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놀아줘야하는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었다.
"승훈아,1월부터는 학교에서 고3이라고 무지 볶을게 뻔하니까 이번 크리스마
스에 멋진 추억하나 잡자."
"야.. 술이나 한 통 때리면 되지 추억은 무슨 추억이냐?"
"이새끼 대개 삐딱하네. 너..임마 계속 그렇게 개길거야?"
"........"
"승훈아,크리스마스는 그때가서 이야기하고 오늘 나랑 강남역에 좀 나가자."
"왜? 무슨일 있어?"
"응...음반하나 살려고."
"쥐뿔도 모르는게 음반은 무슨 음반....?"
"야..그니까 니가 같이 가서 골라주면 되잖아"
딱히 할 일도 없고,마음도 답답했기에 못이기는 척 하면서 형규를 따라 나섰
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도,거리에는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
겼다. 연인들은 마냥 즐거워만 보였고,다들 활기에 찬 얼굴이 었다.
Scorpions의 도쿄공연 더블음반을 추천해주었고, 난 쉐링의 바이 올린을 선
택했다. 배도 고프니까 밥먹으면서 소주나 한잔 때리자는 형규의 제안에 나
도 오케이를 했다. 가을 이후로는 주로 형규가 떠들고 난 듣는 입장으로 바
뀌었었다. 역시 이 날도 술판은 형규가 주도 하엿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
를 무렵, "형규야....."
"응,혜미야 어서와.."
혜미였다. 밤마다 나를 괴롭혔던 바로 그 혜미였다.
"승훈이도 같이 왔네...반갑다..잘지냈어?"
"응,너도 잘 지냈지?"
"근데 너 그날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완전 고랜가봐.."
"고래는 무슨...너 만나서 방가와 그랬지."
"참,인사해. 내 친구 유정이야. 잘碁?...2:2네.."
난 최대한 냉정을 찾을려고 노력하며,여유있는척 유정이와 인사를 했다. 형
규는 혜미에게 선물할려고 음반을 산거였는데,혜미는 갖고 싶었던 음반이라
고 애들처럼 신나했다. 형규가 내가 추천해준 음반이라고 하자 음악 취향이
비슷한가보다며 내 어깨를 툭 쳤는데, 난 몸이 부르르 떨리는걸 알 수 있었
다. 긴 시간동안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규는 주로 유정이와 이약기를했고,나는 혜미와 이야기했다. 혜미가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신나하면 나도 같이 기뻤고, 우울한 이 야기를 하면 나도 따
라서 우울해졌다. 혜미는 이야기할때 액션이 많은 애였는데,내 손을 잡고 깔
깔대기도 했고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배를 쥐고 웃기도 했다.물론 순간이
었지만. 그때마다 난 가슴이 출렁거렸고 얼굴이 화끈거리는걸 들키지 않을려
고 나도 오바하며 웃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만남처럼 많이 취하진 않았고
,애들을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승훈아 나좀 보자.잠깐 할 얘기가 있어."
"야,나 숙제 해야돼.. 이번 노랑개 수업이야."
한번 물리면 약도 없다는 노랑개의 수업인데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쉬는 시
간을 이용해 열나게 참고서를 베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그럼 몸조심하고,노랑개 가면 나한테좀 와라. 중요한 얘기야."
교실 뒤쪽에 앉았던 터라 노랑개의 숙제 검사 도중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다음 쉬는 시간에 도시락도 못 까먹고 형규에게
갔다. 형규는 다짜고짜 묻는거였다.
"너,혜미에게 뻑갔지? 다리 놔줘? 걔 삼삼해.."
벌겋게 달구어진 얼굴을 숙인채로 형규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수 밖에 없었다
.
"맞지? 내,니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그게 혜미때문이었지?"
"......."
"짜식,내가 누구냐...보지교의 교주 아니냐... 지금까지야 니가 어려서 이야
기를 못 꺼냈는데,이제 너도 발정기가 된 것 같으니 이 교주님이 한 수 가르
쳐주지. 임마.....걱정말고 이제 얼굴좀 펴..넌 이 교주 님을 따르기만 하면
돼.. "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게 니가 좋아하는 등심이 아니라, 조개 즉 보지 임을
이 교주님이 특별히 개인지도로 가르쳐줄게. 일단 한번 먹어보고 보고서를
올리도록...."
무슨 말인지 그 당시로는 알 수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어깨를 툭 한대
치고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자지의 상대되는 말이 보지란건 알고 있었
다. 그러나,한번도 입에 보지란 단어를 올려본 적이 없었고,조개니 먹는다느
니 그런 단어가 무엇을 은유하는지도 몰랐다. 단지,보지란 단어를 서스름없
이 입에 담는 형규에게 충격을 받아 어떻게 오후 수업이 끝났는지도 모르고
가방을 싸서 교문을 나섰다.
4. 보지교의 신도들
**에궁, 배가 고프네요. 밥~~묵고 continued....
글구 부족한 제글을 게시판에 등록해주신 소라님께 감사 드립니다. 더 없는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기존의 야설들과는 좀 다른 형태로 만들어 볼려고 하
니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니네요^^ 아무쪼록 제 글읽으시면서 즐거우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기 하기 앞서 따분하긴 하겠지만 혈육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형
규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우리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는게 순서인것 같다.
*************보지敎********************
1. 전쟁......그리고 휴전
형규와 나는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다. 고1때까지는 서로 알고는 지냈 지만
말 몇마디 나눠보지 못한 사이였다. 반이 달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일종의 라
이벌 의식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와 형규는 고등학교에 들
어오기 전까지 단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공부에 있어서만은 그야
말로 모범생이었다. 공부라고 하면 스스로 전국구임을 자부하던 녀석들이 한
고등학교에 오게됐으니,둘다 처음으로 2등이라는 걸 맛볼 위기를 맞은 셈이
었다. 중학교때까지의 내 실력과 성적을 알고 계신 담임선생님께서, 강력한
견제세력이 있으니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실때에도 난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규도 입학 당시에 담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다)
양쪽 담임이 경고한대로 고등학교 1년을 우린 치열하게 경쟁으로 지냈다.
2등이라는걸 둘다 처음으로 경험해봤고, 주거니 받거니하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했다. 입학 첫 시험에서 3등과의 평균점수가 3점정도 차
이났던게, 기말에는 8점정도까지 차이가 났으니 형규와 나와 의 경쟁이 얼마
나 치열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그 1년동안 무척 지쳐버린 것도 사
실이지만, 영어 수학은 이미 어느 대학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실력까지 향상
되어 있었다. 고2때 문,이과로 계열이 갈리면서 우리의 전쟁은 끝이 났다.
다시 둘다 독주체제로 들어갔고 문득문득 고1때의 경쟁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 그 전이라고 해서 원수지간 처럼 지낸건 아니었지만,서먹서먹했던 우리의
관계는 학생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여전히 서로에 대
한 경쟁의식은 남아 있었고,나의 경우는 형규를 이과 샌님이 라고 놀려대곤
했다. 읽어보지도 않은 고전들을 줄거리만 파악해서 형규에게 썰을 풀고, 이
과생에겐 좀 무리지 않겠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유치하고 창피하고..뭐 그렇다^^--
형규는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고게 내 약점이었다. 키도 내가 10센티
정도 작았고, 여름에 반바지를 입으면 털복숭이의 형규다리는 나를 좌절케했
다. 형규가 나이를 가지고 티를 내고 그런 것도 아니었지 만 괜히 나혼자 주
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2.축제,그리고 만남......
공부는 이미 우리 관심사 밖이었는지, 이것저것 청소년에게 금지되어 있 던
것들을 경험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시간에 비례하여 서로에게
차지하는 의미도 커지고 있었다. 형규와 나는 서로 모든걸 공유하고 비밀이
없다고 생각하던 내게 충격을 주는 사건은 그해 가을에 일어났다.
풍덩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뛰고 소
리지르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던 고2 가을... 축제 마지막 날 학교를 오픈
해서 여학생의 교내 출입이 허락되는, 그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나와는 상관없이 고3형들이나 노는 애들을 위한 행
사라고 생각하고, 땡땡이 까고 맥주나 한 잔 할까해서 형규네 반이 위치한
곳으로 갔다. 까만 생머리에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장미를 한아름 안고 있는
여학생 한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열명정도의(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형
규 의 말에 의하면 열명정도 있었다고 한다) 여학생중 걔 한명만 보였고 심
장이 멎고 머리속이 하얗게 텅 비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자가 내 눈에 보
인적은 있었지만,내가 여자를 바라본건 처음이라는걸 알았다. 멍하니 서있는
내 어깨를 형규가 툭 치는 바람에 달콤한 꿈에서 깨고 말았다.
" 혜미야,인사해. 내 가장 친한 친구 승훈이..."
"안녕..."
"........"
코마 상태에서 그들의 입이 동그래졌다, 옆으로 벌어졌다 ,혀가 보였다, 입
술이 다물어졌다 하는걸 신기한듯 바라보았다. 형규네 반이 체육대회 2학년
우승을 하며 축제가 막을 내렸고, 호프집 으로 이동을 했고,난 10,000cc 정
도를 때렸고,두어명이 집까지 업어서 데려다줬다고 했다.
3.형규의 다른 얼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우정의 배신이 내 가슴을 얼게 했고, 혜미에 대한
열정이 나를 까맣게 태웠다. 공부..... 그까지것이 다 무슨 소용 이란 말인
가... 세상에서 형규가 가장 위대해 보였고,가장 미웠다. 형규는 내가 풀어
대는 개똥철학과 고전에 대한 해석과 어설픈 비판이 유익하고 즐거웠던 모양
이다.
차츰 말수가 적어지고 한 숨을 내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염
려했다. 그러나,나는 형규에게 나의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을 아니
냐고 둘러대며,니도 이 형처럼 가을의 감상에 젖어보는 멋을 좀 알아라고 핀
잔을 줬지만 그럴수록 난 더 슬프기만 했다. 집에서는 일부러 명랑하게 행동
했고, 성적도 떨어지지 않아 주변에서 나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형규뿐이
었다. 가을과 낙엽이 갖는 또다른 의미를 배우면서 나를 감싸고 있던 두꺼운
껍질을 깨나가고 있었다. 나를 난파시켰던 가을의 소용돌이도 시간에 밀리우
고 성큼 겨울이 다가왔다. 기말고사 역시 각각 1등을 하였고, 고3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놀아줘야하는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았었다.
"승훈아,1월부터는 학교에서 고3이라고 무지 볶을게 뻔하니까 이번 크리스마
스에 멋진 추억하나 잡자."
"야.. 술이나 한 통 때리면 되지 추억은 무슨 추억이냐?"
"이새끼 대개 삐딱하네. 너..임마 계속 그렇게 개길거야?"
"........"
"승훈아,크리스마스는 그때가서 이야기하고 오늘 나랑 강남역에 좀 나가자."
"왜? 무슨일 있어?"
"응...음반하나 살려고."
"쥐뿔도 모르는게 음반은 무슨 음반....?"
"야..그니까 니가 같이 가서 골라주면 되잖아"
딱히 할 일도 없고,마음도 답답했기에 못이기는 척 하면서 형규를 따라 나섰
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도,거리에는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
겼다. 연인들은 마냥 즐거워만 보였고,다들 활기에 찬 얼굴이 었다.
Scorpions의 도쿄공연 더블음반을 추천해주었고, 난 쉐링의 바이 올린을 선
택했다. 배도 고프니까 밥먹으면서 소주나 한잔 때리자는 형규의 제안에 나
도 오케이를 했다. 가을 이후로는 주로 형규가 떠들고 난 듣는 입장으로 바
뀌었었다. 역시 이 날도 술판은 형규가 주도 하엿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
를 무렵, "형규야....."
"응,혜미야 어서와.."
혜미였다. 밤마다 나를 괴롭혔던 바로 그 혜미였다.
"승훈이도 같이 왔네...반갑다..잘지냈어?"
"응,너도 잘 지냈지?"
"근데 너 그날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완전 고랜가봐.."
"고래는 무슨...너 만나서 방가와 그랬지."
"참,인사해. 내 친구 유정이야. 잘碁?...2:2네.."
난 최대한 냉정을 찾을려고 노력하며,여유있는척 유정이와 인사를 했다. 형
규는 혜미에게 선물할려고 음반을 산거였는데,혜미는 갖고 싶었던 음반이라
고 애들처럼 신나했다. 형규가 내가 추천해준 음반이라고 하자 음악 취향이
비슷한가보다며 내 어깨를 툭 쳤는데, 난 몸이 부르르 떨리는걸 알 수 있었
다. 긴 시간동안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규는 주로 유정이와 이약기를했고,나는 혜미와 이야기했다. 혜미가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신나하면 나도 같이 기뻤고, 우울한 이 야기를 하면 나도 따
라서 우울해졌다. 혜미는 이야기할때 액션이 많은 애였는데,내 손을 잡고 깔
깔대기도 했고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배를 쥐고 웃기도 했다.물론 순간이
었지만. 그때마다 난 가슴이 출렁거렸고 얼굴이 화끈거리는걸 들키지 않을려
고 나도 오바하며 웃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만남처럼 많이 취하진 않았고
,애들을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승훈아 나좀 보자.잠깐 할 얘기가 있어."
"야,나 숙제 해야돼.. 이번 노랑개 수업이야."
한번 물리면 약도 없다는 노랑개의 수업인데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쉬는 시
간을 이용해 열나게 참고서를 베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그럼 몸조심하고,노랑개 가면 나한테좀 와라. 중요한 얘기야."
교실 뒤쪽에 앉았던 터라 노랑개의 숙제 검사 도중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다음 쉬는 시간에 도시락도 못 까먹고 형규에게
갔다. 형규는 다짜고짜 묻는거였다.
"너,혜미에게 뻑갔지? 다리 놔줘? 걔 삼삼해.."
벌겋게 달구어진 얼굴을 숙인채로 형규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수 밖에 없었다
.
"맞지? 내,니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그게 혜미때문이었지?"
"......."
"짜식,내가 누구냐...보지교의 교주 아니냐... 지금까지야 니가 어려서 이야
기를 못 꺼냈는데,이제 너도 발정기가 된 것 같으니 이 교주님이 한 수 가르
쳐주지. 임마.....걱정말고 이제 얼굴좀 펴..넌 이 교주 님을 따르기만 하면
돼.. "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게 니가 좋아하는 등심이 아니라, 조개 즉 보지 임을
이 교주님이 특별히 개인지도로 가르쳐줄게. 일단 한번 먹어보고 보고서를
올리도록...."
무슨 말인지 그 당시로는 알 수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어깨를 툭 한대
치고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자지의 상대되는 말이 보지란건 알고 있었
다. 그러나,한번도 입에 보지란 단어를 올려본 적이 없었고,조개니 먹는다느
니 그런 단어가 무엇을 은유하는지도 몰랐다. 단지,보지란 단어를 서스름없
이 입에 담는 형규에게 충격을 받아 어떻게 오후 수업이 끝났는지도 모르고
가방을 싸서 교문을 나섰다.
4. 보지교의 신도들
**에궁, 배가 고프네요. 밥~~묵고 continued....
글구 부족한 제글을 게시판에 등록해주신 소라님께 감사 드립니다. 더 없는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기존의 야설들과는 좀 다른 형태로 만들어 볼려고 하
니 그 고통이 장난이 아니네요^^ 아무쪼록 제 글읽으시면서 즐거우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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