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2부
번화가의 밤...
그의 기억으로 이 거리가 번화가로 인식되기 시작한건 이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기고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역이 생기자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유흥시설들이 이제는 골목골목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그의 친구들이 대부분 이 유흥가를 둘러싸고 얼마 떨어 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기에 그가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 번화가를 찾아 야만 했다..
거리엔 벌써부터 어디에서 술을 마셨는지 만취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비틀거리며 제 각기 알아들을 수 없는 악을 질러대고 있었다..
외로움...
그도 몇년전까지 외로움이란걸 느낄때면 어김없이 이곳에 나와 술을 마시곤 했었다.. 물론 술을 마시고 난후엔 오히려 더 큰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지만 마시는 동안만은 잠 시나마 혼자란 느낌이 들지않아서였다..
그때 그의 잦은 술친구가 되어준 친구가 지금 그가 만나러가는 "세호"란 친구였다..
제법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그는 낮익은 한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가게안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저마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낮익은 얼굴을 찾는다..
한참 시선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간다...
"일찍왔네.."
먼저 자리를 찾이하고 그를 기다리던 세호가 그의 말에 반갑게 그를 맞는다...
"왔구나...언제 퇴원한거야??"
"오늘.."
"다리는 이제 괜찮은거야??"
"퇴원은 했는데..조금은 더 쉬어야 할거 같아.."
"미안하다..자주 찾아가보지 못해서..."
"괜찮아...죽을병 걸린것도 아닌데 뭐.."
"그래..이번기회에 푹 쉬어라..여행을 가든지..."
"응...참...주문해야지..!"
초등학교 코 흘리개시절 알게된 세호...
이십여년 가까이 친구란 고리로 연결되어온 이 친구는 그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그가 세호란 친구의 얼굴 표정에서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것만큼 그친구도 정일 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겐 여러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는 이 친구야 말로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였다..
그만큼 자신의 속맘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종업원이 가져온 얼음박스에 담겨진 차가운 맥주를 꺼내 서로의 잔을 채운다...
"자...마시자..."
"건강을 위해~~"
잔이 부딪히고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요즘 어때??...일은 잘되니??"
"뭐 셀러리맨이야 매일 다람쥐 첵바퀴 돌듯 하잖아.."
"지희씨는??"
"요즘 조금 바빠서 몇일 못봤어..."
"언제 결혼할거야??"
"글쎄...안그래도 성화가 이만 저만이 아냐..."
"좋은 여자잖아...이젠 결혼해야지..."
"그래..해야겠지..."
"너만 가면 이제 친구들중엔 나만 남는셈인가??"
"그래...너도 이제 좋은여자 만나야지.."
"...."
살아가는것....어느한순간 잠시 뒤를 돌아보면 어느덧 참 많은 시간이 흘렇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어제 군대를 제대한것 같은데 벌써 그의 나이가 서른을 넘겼고 이젠 친구들 모두가 결 혼을 하고 눈앞의 친구와 자신만이 솔로였다...
"안그래도 내가 지희한테 슬쩍 언질은 해놨는데.."
"뭘??"
"너한테 어울릴만한 여자 한번 알아보라고...조만간 성사되면 자리한번 마련할게..."
"....."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사실 결혼은 니가 빨리가야하는데..."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나겠지..."
"그러지 말고 이제 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래..친구녀석들한테 부탁도 좀 하고... 니가 자꾸 그런식이니까 한녀석도 신경쓰는 녀석이 없는거야.."
"술마시자...."
여자이야기....
술자리에서 이성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야기중 하나다...그러나 언젠 가부터 그런 이야기의 종착은 그에게 이어진다...그리고 그는 습관처럼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한번 두번 되풀이되자 이젠 습관처럼 이렇게 말꼬리를 돌리고 만다...
나이를 먹는다는것...이젠 꼬리표 아닌 꼬리표가 따라다녀야만 하는 것인가보다...
깊어가는 밤을 밝히는 수많은 네온사인...스쳐지나는 많은 사람들...밤거리로 퍼져나 가는 음악소리들....
이밤이 가면 그들이 남긴 수많은 흔적만이 휑한 거리를 가득 메울것이고 그 길엔 또 다시 하루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그리고 그 또한 그 사람들중의 하 나로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또 하루를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힘겹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또다시 밤은 찾아올것이기에 그들은 서슴없이 이밤을 보내길 아쉬워하지 않는다...다만 한번 뿐인 오늘밤을 즐길것이다...깊어가는 가을을......
술을 마시면 습관처럼 어김없이 찾아드는 외로움....
아파트 베란다에 마련한 의자에 앉아 이미 많은 불이 꺼져있는 맞은편 아파트를 바라 보며 그는 한개피 담배를 입에 문다..
언제부턴가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그곳에 앉아 몇개피의 담배를 피며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곤 한다...
아파트 아래로 가로등이 켜져있는 놀이터가 보인다...그리고 작은 벤치들도 보인다 ....정일은 사르르 눈을 감는다...
기억....
정일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것 같다...
지금과 같이 몇개의 가로등이 밝혀 주던 몇개의 공원 벤치...
그곳에 그는 그의 친구 둘과 함께 있었다...
그날은 친구들이 대입시험을 보았던 날이었다...
모든걸 끝냈다는 해방감에 그들은 초저녁부터 술을 한잔 하였고 이내 헤어지기가 아쉬 워 아파트 공원에서 몇병의 술을 더 마시고 있을 무렵이었다....
모두가 처음 접하는 자유에 절제하지 못했음인가....
이내 모두가 꽤 취했고 그런 그들의 눈에 젊은 남녀 한쌍이 보였다...
젊은 혈기....
한 친구녀석이 그들에게 괜한 시비를 건다...
이윽고 그녀석은 발길질로 상대방 남자를 걷어차버린다...
넘어진 그 남자는 우리를 발견하고 쉽사리 덤벼들질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며 그의 여자친구인 듯한 여자가 소리친다...
"당신 깡패에요??...왜 잘못도 없는 사람을 차고 그래요??"
여자의 말에 무어라 말도 못하고 그녀석은 다시금 우리쪽으로 걸어온다...그리고 그날 의 우리의 술자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인연....
그일이 있고 얼마 후였을 것이다...
정일은 얼마후 그녀를 다시금 만나게된다...
그는 기억에 없었지만 그녀는 그날 그자리에 있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깡패~~"
우연히 마주친 거리에서 그녀가 정일에게 던진 한마디의 말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피하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일까??..
아파트 상가에서...신호등앞에서...공원에서...그녀와의 인연은 계속되었고..어느샌가 그둘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그녀와 함께 있었던 그 남자가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오빠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 그는 그녀를 맘속에 담는다...
아니...어쩌면 처음 "깡패"라 부르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를 보던 그순간 이미 그녀 에게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알고 지내던 그녀와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건 친구들과 함께 간 한 카페에서 우연히 친구들과 앉아있는 그녀를 본 날이었다...
그날 그의 일행과 그녀의 일행은 합석을 했고 그 뒤로 그 모두는 친해져서 자주 어울 리는 사이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자신의 호출기가 울릴때마다 괜한 기대감을 갖게되었다...
어느날밤 그녀의 호출을 받고 늦은 시간 그녀와 함께 공원에서 단둘만의 대화를 나누 던 그때...그는 수줍은 첫 입맞춤을 할 수 있었다...그리고 친구같던 그 둘의 사이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땐 그녀와 그렇게 영원할것만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날아든 영장....
비로소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다시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26개월간의 군대생활...
그가 그녀와의 이별을 생각한건 군입대란 이유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남겨준 유일한 재산이라곤 13평 남짓한 임대아파트..
아직 모아둔 돈도 앞날에 대한 계획도 명확하게 없었던 그였기에 26개월을 무작정 기 다려 달라고 그녀에게 말할 순 없었다..
결국 그는 군 입대조차 숨기고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그가 군입대 사흘전..집 문을 열었을때 한통의 편지와 포장된 상자하 나를 발견한다...
빽빽하게 적어져있는 편지한통...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었다...
이미 자신의 입대를 알고 준비한 약상자와 함께....
코끝이 찡해온다..그리곤 무작정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잠시후 뛰어온 그녀가 그의 품에 파고든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녀와의 마지막밤...
그날은 그도 그녀도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행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홀로 군에 입대했다...
훈련소 생활중 첫눈이 오던날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편지가 날아든다...공교롭게 두 번째 눈이 오던날 두번째 편지가 날아든다.
당장이라도 답장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에겐 용기가 없다...
아직까지도 그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편지는 그뒤로 몇통 계속되었지만 그는 끝내 답장을 쓰기만 할뿐 보내진 못했다..
시간이 흐른다...
제대가 가까와 올수록 그는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제대를 한다..
그러나 제대후 그의 귀에 들려오는 뜻밖의 그녀의 결혼 소식...
그의 나이 스물 넷...겨울....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가 아닌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 평생 한 남자를 사랑할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그는 그날 홀로 눈물 흘린다...
자신의 제대 소식도 전하지 못한채..멀리서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원망 하면서.....
"답장한통만 했었어도....."
긴 상념에서 깨어난 그의 입을 맴도는 한마디....
첫사랑....그랬기에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아련함....
그 뒤로 몇번인가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아직까지 그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한 여인으로 인해...그렇게 시간은 흐른것이었다...
이젠 맞은편 아파트의 불이 거의 꺼져있었다...
그날의 그공원처럼 지금도 저 아래 놀이터의 가로등은 환한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벤치엔 몇개의 낙엽만이 올려져 있을 뿐이었다....
번화가의 밤...
그의 기억으로 이 거리가 번화가로 인식되기 시작한건 이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기고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역이 생기자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유흥시설들이 이제는 골목골목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그의 친구들이 대부분 이 유흥가를 둘러싸고 얼마 떨어 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기에 그가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 번화가를 찾아 야만 했다..
거리엔 벌써부터 어디에서 술을 마셨는지 만취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비틀거리며 제 각기 알아들을 수 없는 악을 질러대고 있었다..
외로움...
그도 몇년전까지 외로움이란걸 느낄때면 어김없이 이곳에 나와 술을 마시곤 했었다.. 물론 술을 마시고 난후엔 오히려 더 큰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지만 마시는 동안만은 잠 시나마 혼자란 느낌이 들지않아서였다..
그때 그의 잦은 술친구가 되어준 친구가 지금 그가 만나러가는 "세호"란 친구였다..
제법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그는 낮익은 한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가게안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저마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낮익은 얼굴을 찾는다..
한참 시선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간다...
"일찍왔네.."
먼저 자리를 찾이하고 그를 기다리던 세호가 그의 말에 반갑게 그를 맞는다...
"왔구나...언제 퇴원한거야??"
"오늘.."
"다리는 이제 괜찮은거야??"
"퇴원은 했는데..조금은 더 쉬어야 할거 같아.."
"미안하다..자주 찾아가보지 못해서..."
"괜찮아...죽을병 걸린것도 아닌데 뭐.."
"그래..이번기회에 푹 쉬어라..여행을 가든지..."
"응...참...주문해야지..!"
초등학교 코 흘리개시절 알게된 세호...
이십여년 가까이 친구란 고리로 연결되어온 이 친구는 그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그가 세호란 친구의 얼굴 표정에서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는것만큼 그친구도 정일 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겐 여러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는 이 친구야 말로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였다..
그만큼 자신의 속맘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종업원이 가져온 얼음박스에 담겨진 차가운 맥주를 꺼내 서로의 잔을 채운다...
"자...마시자..."
"건강을 위해~~"
잔이 부딪히고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요즘 어때??...일은 잘되니??"
"뭐 셀러리맨이야 매일 다람쥐 첵바퀴 돌듯 하잖아.."
"지희씨는??"
"요즘 조금 바빠서 몇일 못봤어..."
"언제 결혼할거야??"
"글쎄...안그래도 성화가 이만 저만이 아냐..."
"좋은 여자잖아...이젠 결혼해야지..."
"그래..해야겠지..."
"너만 가면 이제 친구들중엔 나만 남는셈인가??"
"그래...너도 이제 좋은여자 만나야지.."
"...."
살아가는것....어느한순간 잠시 뒤를 돌아보면 어느덧 참 많은 시간이 흘렇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어제 군대를 제대한것 같은데 벌써 그의 나이가 서른을 넘겼고 이젠 친구들 모두가 결 혼을 하고 눈앞의 친구와 자신만이 솔로였다...
"안그래도 내가 지희한테 슬쩍 언질은 해놨는데.."
"뭘??"
"너한테 어울릴만한 여자 한번 알아보라고...조만간 성사되면 자리한번 마련할게..."
"....."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사실 결혼은 니가 빨리가야하는데..."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나겠지..."
"그러지 말고 이제 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그래..친구녀석들한테 부탁도 좀 하고... 니가 자꾸 그런식이니까 한녀석도 신경쓰는 녀석이 없는거야.."
"술마시자...."
여자이야기....
술자리에서 이성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야기중 하나다...그러나 언젠 가부터 그런 이야기의 종착은 그에게 이어진다...그리고 그는 습관처럼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한번 두번 되풀이되자 이젠 습관처럼 이렇게 말꼬리를 돌리고 만다...
나이를 먹는다는것...이젠 꼬리표 아닌 꼬리표가 따라다녀야만 하는 것인가보다...
깊어가는 밤을 밝히는 수많은 네온사인...스쳐지나는 많은 사람들...밤거리로 퍼져나 가는 음악소리들....
이밤이 가면 그들이 남긴 수많은 흔적만이 휑한 거리를 가득 메울것이고 그 길엔 또 다시 하루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그리고 그 또한 그 사람들중의 하 나로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또 하루를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힘겹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또다시 밤은 찾아올것이기에 그들은 서슴없이 이밤을 보내길 아쉬워하지 않는다...다만 한번 뿐인 오늘밤을 즐길것이다...깊어가는 가을을......
술을 마시면 습관처럼 어김없이 찾아드는 외로움....
아파트 베란다에 마련한 의자에 앉아 이미 많은 불이 꺼져있는 맞은편 아파트를 바라 보며 그는 한개피 담배를 입에 문다..
언제부턴가 술을 마시면 어김없이 그곳에 앉아 몇개피의 담배를 피며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곤 한다...
아파트 아래로 가로등이 켜져있는 놀이터가 보인다...그리고 작은 벤치들도 보인다 ....정일은 사르르 눈을 감는다...
기억....
정일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것 같다...
지금과 같이 몇개의 가로등이 밝혀 주던 몇개의 공원 벤치...
그곳에 그는 그의 친구 둘과 함께 있었다...
그날은 친구들이 대입시험을 보았던 날이었다...
모든걸 끝냈다는 해방감에 그들은 초저녁부터 술을 한잔 하였고 이내 헤어지기가 아쉬 워 아파트 공원에서 몇병의 술을 더 마시고 있을 무렵이었다....
모두가 처음 접하는 자유에 절제하지 못했음인가....
이내 모두가 꽤 취했고 그런 그들의 눈에 젊은 남녀 한쌍이 보였다...
젊은 혈기....
한 친구녀석이 그들에게 괜한 시비를 건다...
이윽고 그녀석은 발길질로 상대방 남자를 걷어차버린다...
넘어진 그 남자는 우리를 발견하고 쉽사리 덤벼들질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며 그의 여자친구인 듯한 여자가 소리친다...
"당신 깡패에요??...왜 잘못도 없는 사람을 차고 그래요??"
여자의 말에 무어라 말도 못하고 그녀석은 다시금 우리쪽으로 걸어온다...그리고 그날 의 우리의 술자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인연....
그일이 있고 얼마 후였을 것이다...
정일은 얼마후 그녀를 다시금 만나게된다...
그는 기억에 없었지만 그녀는 그날 그자리에 있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깡패~~"
우연히 마주친 거리에서 그녀가 정일에게 던진 한마디의 말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피하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일까??..
아파트 상가에서...신호등앞에서...공원에서...그녀와의 인연은 계속되었고..어느샌가 그둘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그녀와 함께 있었던 그 남자가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오빠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 그는 그녀를 맘속에 담는다...
아니...어쩌면 처음 "깡패"라 부르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를 보던 그순간 이미 그녀 에게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알고 지내던 그녀와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건 친구들과 함께 간 한 카페에서 우연히 친구들과 앉아있는 그녀를 본 날이었다...
그날 그의 일행과 그녀의 일행은 합석을 했고 그 뒤로 그 모두는 친해져서 자주 어울 리는 사이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자신의 호출기가 울릴때마다 괜한 기대감을 갖게되었다...
어느날밤 그녀의 호출을 받고 늦은 시간 그녀와 함께 공원에서 단둘만의 대화를 나누 던 그때...그는 수줍은 첫 입맞춤을 할 수 있었다...그리고 친구같던 그 둘의 사이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땐 그녀와 그렇게 영원할것만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날아든 영장....
비로소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다시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26개월간의 군대생활...
그가 그녀와의 이별을 생각한건 군입대란 이유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남겨준 유일한 재산이라곤 13평 남짓한 임대아파트..
아직 모아둔 돈도 앞날에 대한 계획도 명확하게 없었던 그였기에 26개월을 무작정 기 다려 달라고 그녀에게 말할 순 없었다..
결국 그는 군 입대조차 숨기고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그가 군입대 사흘전..집 문을 열었을때 한통의 편지와 포장된 상자하 나를 발견한다...
빽빽하게 적어져있는 편지한통...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었다...
이미 자신의 입대를 알고 준비한 약상자와 함께....
코끝이 찡해온다..그리곤 무작정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잠시후 뛰어온 그녀가 그의 품에 파고든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녀와의 마지막밤...
그날은 그도 그녀도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행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홀로 군에 입대했다...
훈련소 생활중 첫눈이 오던날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편지가 날아든다...공교롭게 두 번째 눈이 오던날 두번째 편지가 날아든다.
당장이라도 답장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에겐 용기가 없다...
아직까지도 그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편지는 그뒤로 몇통 계속되었지만 그는 끝내 답장을 쓰기만 할뿐 보내진 못했다..
시간이 흐른다...
제대가 가까와 올수록 그는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제대를 한다..
그러나 제대후 그의 귀에 들려오는 뜻밖의 그녀의 결혼 소식...
그의 나이 스물 넷...겨울....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가 아닌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 평생 한 남자를 사랑할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그는 그날 홀로 눈물 흘린다...
자신의 제대 소식도 전하지 못한채..멀리서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원망 하면서.....
"답장한통만 했었어도....."
긴 상념에서 깨어난 그의 입을 맴도는 한마디....
첫사랑....그랬기에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아련함....
그 뒤로 몇번인가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아직까지 그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한 여인으로 인해...그렇게 시간은 흐른것이었다...
이젠 맞은편 아파트의 불이 거의 꺼져있었다...
그날의 그공원처럼 지금도 저 아래 놀이터의 가로등은 환한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벤치엔 몇개의 낙엽만이 올려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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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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