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11부
강의를 마친후 재민은 연재와 함께 지영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저기 재민아...."
"응??"
"그저께 밤에 영은이 한테 전화왔었어..."
"......"
아마도 영은이 술해 취해 재민에게 왔던 그날 밤을 말함이리라..
"술을 마셨는지 취한 목소리로 너 사는곳을 묻더라...그래서 너 사는곳 자세하게 가르 쳐줬어...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니니??"
"아니야..잘했어..."
재민은 또다시 그날밤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영은이랑 무슨일 있니??"
"일은...아무일도 없어..."
연재는 재민의 표정에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느꼈지만 재민이 더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보여 화제를 돌렸다...
"참 나 아르바이트 자리 구했다...월요일부터 나갈거야.."
"무슨 아르바이트인데??"
"출판사인데...워드작업이야..."
"그래..잘됐다...."
영은이 생각나서인지 재민의 표정은 쉽사리 밝아지질 않았다.
연재와 재민이 지영을 만나기로 한 곳엔 지영이 이미 와있었다.
지영은 얇은 폴로티에 면바지 차림이었다...
그런 지영을 보자 연재의 안색이 환해졌다..
"일찍나왔네..."
"아냐..나도 방금왔어...재민이도 왔네.."
"응 ..안녕.."
재민은 혹시라도 지영이 영은과 같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영은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영은이는 안왔어??...재민아 너 약속안했어??"
"응?? 으응..."
연재의 말에 재민은 그냥 얼버무렸다..
"아까 영은이 만났는데 같이 가자니까 몸이 좀 안좋다면서 먼저 가더라..재민이 혹시 영은이랑 무슨일 있었어??"
발길을 돌리며 지영이 재민에게 물었다..
"무슨일은...."
"어제부터 영은이 표정이 어둡던데....혹시 너희 둘 싸운거 아냐??"
"......"
재민은 난처했다...무어라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재민은 침묵했다..
"어머?? 얘네들 진짜 싸운 모양이네..하긴 사랑싸움도 해야 정이들지...호홋"
재민이 침묵하고 지영이 지레짐작으로 그렇게 말하자 연재는 재민에게 말했다...
"재민아 진짜 싸운거야??"
"아냐..싸우긴...빨리가자.....가서 빨리 준비해야지..."
재민은 말을 돌리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연재의 집으로 온 지영과 재민은 상을 차리고 케익과 샴페인 그리고 몇가지 음식을 준 비한뒤 풍선을 불어 가벼운 생일잔치 준비를 했다...
연재와 지영은 무엇이 그리도 신나는지 풍선을 불며 서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민은 잠시 자리를 피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낮설었다...
바로 이앞에 연재의 집을 처음 오던날 재민은 그때도 이렇듯 거울앞에서 자신의 모습 을 들여다보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재민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린듯한 느낌이 었다...
지금도 재민은 한여자에 대한 그리움과 또 한 여자에대한 미안함에 사로잡혀있다...
"그래 이미 시작된 감정이다...정리하기로한 감정은 빨리 정리하자!"
재민은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생일축하 준비가 끝나고 재민과 연재 그리고 지영은 연주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윽고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재민과 연재는 모든 불을 끄고 현관앞으로 다가갔다...
문이 열리며 연주가 들어섰다...
"펑!""펑!"
"누나 생일축하해....!"
"누나 생일 축하해요....!"
문을 열고 들어선 연주는 갑작스레 터지는 폭죽과 연재,재민의 축하속에 놀라며 웃음 짓는다...
"고맙다...연재야..재민아...."
불이 켜지고 연재와 재민의 모습이 연주시야에 들어왔다..
꼬깔모자를 쓰고 환히 웃는 그들을 보자 연주는 웃음이 났다..
그런 연주의 눈에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생일 축하드려요..."
지영이 다가와 연주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누구....."
"내 여자친구야 누나..."
연재가 서둘러 대답했다..
"지영아 인사드려 우리 누나야..."
순간 지영은 깔끔한 정장을 입은 연주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하세요 이지영이라고 해요..."
연주는 생각지도 않은 지영의 인사에 전잖케 당황했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지영을 반 겼다..
"잘왔어요...연재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줄 몰랐어요..."
"히히..누나 놀래켜 줄려고....말안했어..."
"그래 잘했어...잠깐만 누나 방에 들어가서 옷좀 갈아입고 나올게..."
"응..."
방에 들어온 연주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저 아이였던가...만취하도록 연재가 술을마신 이유가....
분명 연재도 이젠 여자친구가 있을 나이였지만 처음 맞는 상황에 연주는 조금 당황스 러웠다...
"그래 연재가 이젠 여자친구를 사귈만큼 컸구나.."
연주는 지영이라는 연재의 예쁜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웃었다..
잠시후 베이지색 면바지와 흰색 티로 갈아입은 연주가 방을 나왔다..연재와 재민은 그 사이 음악을 틀어놓고 생일 케익에 초를 붙여놓았다...
"누나 어서와....촛불꺼야지..."
"그래..."
연주는 자리에 앉아 밝혀놓은 촛불을 껐다..
그와 동시에 연재.재민.지영이 노래불렇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누나의 생일축하 합니다~~~~~"
재민은 나직히 노래말 중간에 "사랑하는 연주"라 속삭이며 얼굴을 붉혔다...정작 혼자 서 해본 말이었지만 왠지 누가 들은 듯 부끄러움에서 였다...
축하노래가 끝나고 연재와 지영이 준비한 선물을 건넨다..
재민도 준비한 선물을 누나에게 건넸다..
"돈도 많지 않을텐데 무슨 선물을....아무튼 고맙다 다들..."
"누나 얼른 풀어봐~~~"
연재의 말에 재민은 누나에게 쓴 카드가 생각나 얼굴이 빨개졌다.
하나 하나 선물을 풀어보던 연주가 재민의 선물을 풀었다..
"어머"...재민이 선물한 두개의 cd를 보면서 연주가 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재민아..누나 잘 들을게...."
"네...."
다행히 누나는 카드를 열어보진 않았기에 재민의 부끄러움은 조금 덜할 수 있었다...
"지영씨라고 했지요??"
연주가 지영을 부르자 지영이 성급히 대답했다..
"그냥 지영이라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 누나...내 친구인데.....편하게 말해..."
"그래...그럼...지영인 우리 연재 만난지 얼마나 됐어??"
연주는 처음 연재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지영이 궁금했다..
"얼마 안됐어요..아직 한달도 채 안됐어요..."
대답을 하고 지영은 못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렇구나...앞으로 우리 연재 잘 좀 부탁해...연재가 지영이 속상하게 하면 언니처럼 생각하고 서슴없이 연락하고..."
"네....."
"누난..내가 뭐 어린앤가...."
"그럼 ...누나한텐 아직도 어린앤걸..."
"하하하...호호호...."
모처럼 연주의 집은 밝은 웃음이 넘쳐났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 연재의 집 초인종이 울린건 연재의 이야기로 한바탕 모두 웃을때 였다...
"어??누구지??"
연재는 문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여기가 임연주씨댁 맞습니까??"
순간 연주는 흠칫 놀란다...재민도 그소리에 문을 쳐다본다..
문이 열리고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자가 손에 꽃과 케익을 들고 서있는것이 보였다....
"안대리님......"
연주는 생각지도 않은 그의 방문에 너무 놀랐다...
"아~~~연주씨...이렇게 허락도 없이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연재는 그가 들어오도록 한쪽으로 비켜선다...
"실례인줄 알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안녕하세요..."
연제가 조금 얼떨떨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
"아~연재군인가 보군요...반가워요..안영모라고 합니다"
영모는 서슴없이 손을 내밀어 연재에게 악수를 청했다..
"네??네...임연재라고 해요.."
얼떨결에 악수를 한 연재는 누나를 쳐다보았다..
"연주씨 이렇게 계속 세워 둘 겁니까??"
영모는 연주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자 넉살좋게 웃으며 말했다.
"여긴 어떻게...들어오세요....."
영모는 연주의 말에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어느세 생일상에 앉았다...
"이런 제가 조금 늦었군요...."
생일케익이 잘라진걸 보고서야 영모가 입을 열었다..
"근데 여기 이분들은...??"
그제서야 연주가 재민과 지영을 영모에게 소개했다...
"여긴 연재 친구인 재민이고 여긴..동생 여자친구인 지영이에요"
연주가 다시 영모를 소개하려 했지만 영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그렇군요 ..반가워요 전 연주씨와 한 회사에 근무하는 안영모라고 해요..."
"예..."..."예...."
재민과 지영은 동시에 대답했다...
느닷없는 영모의 등장으로 재민은 너무도 놀랬다..
그 어느날 연주의 일기장을 몰래 보던날 그속에 있던 이름 하나가 떠오른 것이다..."
안대리..."..그가 바로 이사람인것 같았다.
그가 나타나자 재민의 마음은 어두워졌다....
한편..누구보다 놀란것은 지영이었다...
처음 문에 들어서는 그를 보며 지영은 기절할뻔 하였다..
지영은 한번본 사람은 좀처럼 잊지 못하는 편이다..
또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안영모란 사람은 지영이 일했던 술집에 몇번 온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지영이 그의 파트너는 아니었지만 지영일행은 그의일행과 같이 그날 2차까지 함 께 갔던 기억이 있었기에 지영은 지금 눈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 상황이 바로 여기 오기전부터 느낀 아련한 불안감이 었음을 그제 서야 지영은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영모는 왠지 낮이 익다라는 느낌만 가질뿐 아직 지영에 대해 기억해 내지는 못 했다...하긴 그도 그럴것이 가발에 화장까지 진하게 했던 지영을 쉽게 기억하기도 힘 든 일이었다...
영모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한동안 어색함이 흘렀다..
모두의 머리속에는 제각각 다른생각들이 들어차 있었다...
이날..영모의 방문이후 거의 모든이야기는 영모의 너스레와 질문 그리고 간단한 다른 사람들의 대답으로 채워졌다..
연주는 너무도 당황하였고..연재는 누나의 첫 남자손님에 적잖케 당황하였다..한편 지 영은 그자리가 불안불안해서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영모의 출현으로 정작 제일 충격을 입은 사람은 재민이었다.재민은 연주를 바 라보며 하염없는 슬픔에 잠겼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 이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생일잔치도 어느 덧 끝이났다...
영모는 못내 아쉬운듯 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고 연주는 그런 그를 배웅하기위해 함께 나갔다..
연재도 지영을 배웅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길을 나섰고 재민은 지금 홀로 돌아오는 버 스안에 있었다...
생각해 보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막상 재민의 눈앞에 영모란 사람이 나타나자 재민의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직 학생신분인 재민이 상대하기에는 그는 너무도 커보였다..
깔끔한 외모.자신있는 말투.무엇하나 쉽게 생각되는것이 없었다.
돌아오는 버스안 의자에 기댄 재민은 한없이 작아져만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지영을 배웅하던 연재도 나름대로의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언젠간 닥칠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누나의 남자로 인해 머리속이 복잡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연재는 지영을 바라보았다..
지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하염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지영아~"
연재의 부름에 지영이 적 잖케 놀라며 대답한다...
"으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생각은...그냥...."
"오늘 이렇게 같이 와줘서 고마워..."
"아냐..오히려 너희 누나를 볼 수 있어서 내가 고맙지..."
지영이 말하는사이 어느덧 버스가 오고 있었다...
"어머..버스왔네...연재야 그럼 이만 가볼게.."
"그래..조심해서 들어가 ...들어가서 전화 하고..."
"응..갈게..."
연재는 지영이 탄 버스가 출발하고서야 몸을 돌렸다..
"연주씨..갑작스럽게 방문을 해서 기분 상하셨어요??"
"아니에요...."
연주는 지금 영모와 함께 걷고있었다...
"죄송합니다..전 다만 연주씨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싶어서.."
"네..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려요..하지만 예고없는 이런 방문은 오늘 한번으로 족했으 면 해요...솔직히 당황되요..이런 안대리님의 행동.."
"역시 기분이 좋진 않으셨군요...그러지요..."
어느덧 그들은 영모의 차앞에 서있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연주가 서둘러 인사를 했다...
"저기 연주씨 잠깐만요..."
연주가 돌아본다...
영모는 양복 주머니에서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이거..연주씨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겁니다...받아주세요.."
연주는 영모의 선물을 안받기도 뭐해서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연주가 영모의 선물을 받자 영모는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럼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조심히 들어가세요...그리고 오늘 즐거웠습니다..."
"네..조심히 가세요..."
영모는 마지막까지 연주에게 손을 흔들며 그렇게 연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연주는 영모의 선물을 한번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길 연주의 마음도 편칠 않았다...
"일찍왔네"
연재가 들어오는 연주에게 말했다..
"응...가는거 보고 오는길이야..."
"누나...."
"응??"
"저기 아까 그사람....."
연재가 조심스럽게 영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하자 연주가 말했다..
"연재야...그사람 그냥 회사 동료일 뿐이야...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
"신경은....난 누나를 찾는 남자가 처음 집에 방문해서...."
".........."
"저기 아까보니까 그사람 누나를 좋아하는 눈치던데..."
연재는 누나가 그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하지만 차마 직접 묻지는 못 하고 조심스레 돌려 물었다..
"누난...아직까지 남자를 사귀고 싶은 맘이 없어..그리고 그사람은 그냥 회사 동료일 뿐이야..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신경쓰지마"
"누나..혹시 나때문이라면...."
"연재야!"
"알았어...누나 나 피곤해서 방으로 들어갈게...."
연재는 더이상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다고 느끼고 방으로 들어왔다...어색함을 잊으 려는듯 방으로 들어와 음악을 틀고 연재는 눈을 감았다...
연주는 생일상을 정리한후 방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런 영모의 방문으로 연재가 많이 놀랐으리라...
방으로 들어온후 연주는 한동안 연재와 지영 그리고 영모를 생각하였다...그러다 그가 주고간 선물을 조용히 풀었다..
"목걸이"였다..얼핏 보기에도 조금 비싸보였다...
"휴~~~~"..목걸이를 보자 연주는 또다시 부담을 느꼈다...
차라리 받지 말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화장대에 목걸이를 올려놓고 연주는 문뜩 재민이 선물한 선물을 쳐다보았다...
"유재하"의 앨범과"러브어페어"사운드 트랙이었다...
앨범은 없지만 연주도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
연주는 "유재하"의 cd를 오디오에 넣고 틀었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길..잡힐듯 말듯 멀어져가는 무지개와 같은길 ....."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밤을 적셔주듯 은은하게 들려왔다..
노래를 들으며 연주는 재민이 쓴 카드를 펼쳤다...
카드를 읽은 연주의 입가엔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연주는 그밤 잠들때까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영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지만 하필 그런인연으로 다시 만날줄은 상상도 하지못한 일이었다 ...
일을 하면서도 지영은 낮 거리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아직 그런일을 겪어보지 못했었다 ..
그러나 오늘 자신이 그런일을 한것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혹시 그사람이 자신을 알아 보고도 모른 척한 것이라면....!
지영은 처음 찾아온 자신의 사랑이 예고없는 불청객으로 인해 깨질까 조바심쳤다...
혹시라도 그로 인해 자신의 사랑이 깨진다면 연재나 지영 모두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갈것이 분명하기에 지영은 자신이 어찌해야 될지를 몰랐다...
돌아와서 연재에게 하기로 한 전화도 잊고 지영은 밤늦도록 잠들지 못한채 해결되지 않는 걱정에 뒤척여야만 했다...
버스에서 내린 재민은 이렇게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들어가면 분명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재민은 어디 포장마차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민은 오늘 처럼 자신이 작아 보인적은 처음이었다...
"안영모"란 사람을 보고 난후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막연한 상상은 그저 헛된 상상이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그런 생각에 재민은 쓴 소주를 계속해서 넘겼다...
술을 마시지만 재민의 정신은 더욱 또렸해지기만 했다..
재민은 지갑에서 연주의 사진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환히 웃고있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재민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사진속의 그녀가 나의 여자였다면...단 일분이라도 그녀와 사랑에 빠질수 있다면 ...."
재민은 암담한 자신의 사랑에 몸을 떨면서도 그녀의 사진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 다....
강의를 마친후 재민은 연재와 함께 지영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저기 재민아...."
"응??"
"그저께 밤에 영은이 한테 전화왔었어..."
"......"
아마도 영은이 술해 취해 재민에게 왔던 그날 밤을 말함이리라..
"술을 마셨는지 취한 목소리로 너 사는곳을 묻더라...그래서 너 사는곳 자세하게 가르 쳐줬어...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니니??"
"아니야..잘했어..."
재민은 또다시 그날밤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영은이랑 무슨일 있니??"
"일은...아무일도 없어..."
연재는 재민의 표정에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느꼈지만 재민이 더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보여 화제를 돌렸다...
"참 나 아르바이트 자리 구했다...월요일부터 나갈거야.."
"무슨 아르바이트인데??"
"출판사인데...워드작업이야..."
"그래..잘됐다...."
영은이 생각나서인지 재민의 표정은 쉽사리 밝아지질 않았다.
연재와 재민이 지영을 만나기로 한 곳엔 지영이 이미 와있었다.
지영은 얇은 폴로티에 면바지 차림이었다...
그런 지영을 보자 연재의 안색이 환해졌다..
"일찍나왔네..."
"아냐..나도 방금왔어...재민이도 왔네.."
"응 ..안녕.."
재민은 혹시라도 지영이 영은과 같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영은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영은이는 안왔어??...재민아 너 약속안했어??"
"응?? 으응..."
연재의 말에 재민은 그냥 얼버무렸다..
"아까 영은이 만났는데 같이 가자니까 몸이 좀 안좋다면서 먼저 가더라..재민이 혹시 영은이랑 무슨일 있었어??"
발길을 돌리며 지영이 재민에게 물었다..
"무슨일은...."
"어제부터 영은이 표정이 어둡던데....혹시 너희 둘 싸운거 아냐??"
"......"
재민은 난처했다...무어라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재민은 침묵했다..
"어머?? 얘네들 진짜 싸운 모양이네..하긴 사랑싸움도 해야 정이들지...호홋"
재민이 침묵하고 지영이 지레짐작으로 그렇게 말하자 연재는 재민에게 말했다...
"재민아 진짜 싸운거야??"
"아냐..싸우긴...빨리가자.....가서 빨리 준비해야지..."
재민은 말을 돌리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연재의 집으로 온 지영과 재민은 상을 차리고 케익과 샴페인 그리고 몇가지 음식을 준 비한뒤 풍선을 불어 가벼운 생일잔치 준비를 했다...
연재와 지영은 무엇이 그리도 신나는지 풍선을 불며 서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민은 잠시 자리를 피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낮설었다...
바로 이앞에 연재의 집을 처음 오던날 재민은 그때도 이렇듯 거울앞에서 자신의 모습 을 들여다보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재민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깊은 늪에서 허우적거린듯한 느낌이 었다...
지금도 재민은 한여자에 대한 그리움과 또 한 여자에대한 미안함에 사로잡혀있다...
"그래 이미 시작된 감정이다...정리하기로한 감정은 빨리 정리하자!"
재민은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생일축하 준비가 끝나고 재민과 연재 그리고 지영은 연주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윽고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재민과 연재는 모든 불을 끄고 현관앞으로 다가갔다...
문이 열리며 연주가 들어섰다...
"펑!""펑!"
"누나 생일축하해....!"
"누나 생일 축하해요....!"
문을 열고 들어선 연주는 갑작스레 터지는 폭죽과 연재,재민의 축하속에 놀라며 웃음 짓는다...
"고맙다...연재야..재민아...."
불이 켜지고 연재와 재민의 모습이 연주시야에 들어왔다..
꼬깔모자를 쓰고 환히 웃는 그들을 보자 연주는 웃음이 났다..
그런 연주의 눈에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생일 축하드려요..."
지영이 다가와 연주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누구....."
"내 여자친구야 누나..."
연재가 서둘러 대답했다..
"지영아 인사드려 우리 누나야..."
순간 지영은 깔끔한 정장을 입은 연주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하세요 이지영이라고 해요..."
연주는 생각지도 않은 지영의 인사에 전잖케 당황했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지영을 반 겼다..
"잘왔어요...연재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줄 몰랐어요..."
"히히..누나 놀래켜 줄려고....말안했어..."
"그래 잘했어...잠깐만 누나 방에 들어가서 옷좀 갈아입고 나올게..."
"응..."
방에 들어온 연주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저 아이였던가...만취하도록 연재가 술을마신 이유가....
분명 연재도 이젠 여자친구가 있을 나이였지만 처음 맞는 상황에 연주는 조금 당황스 러웠다...
"그래 연재가 이젠 여자친구를 사귈만큼 컸구나.."
연주는 지영이라는 연재의 예쁜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웃었다..
잠시후 베이지색 면바지와 흰색 티로 갈아입은 연주가 방을 나왔다..연재와 재민은 그 사이 음악을 틀어놓고 생일 케익에 초를 붙여놓았다...
"누나 어서와....촛불꺼야지..."
"그래..."
연주는 자리에 앉아 밝혀놓은 촛불을 껐다..
그와 동시에 연재.재민.지영이 노래불렇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누나의 생일축하 합니다~~~~~"
재민은 나직히 노래말 중간에 "사랑하는 연주"라 속삭이며 얼굴을 붉혔다...정작 혼자 서 해본 말이었지만 왠지 누가 들은 듯 부끄러움에서 였다...
축하노래가 끝나고 연재와 지영이 준비한 선물을 건넨다..
재민도 준비한 선물을 누나에게 건넸다..
"돈도 많지 않을텐데 무슨 선물을....아무튼 고맙다 다들..."
"누나 얼른 풀어봐~~~"
연재의 말에 재민은 누나에게 쓴 카드가 생각나 얼굴이 빨개졌다.
하나 하나 선물을 풀어보던 연주가 재민의 선물을 풀었다..
"어머"...재민이 선물한 두개의 cd를 보면서 연주가 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재민아..누나 잘 들을게...."
"네...."
다행히 누나는 카드를 열어보진 않았기에 재민의 부끄러움은 조금 덜할 수 있었다...
"지영씨라고 했지요??"
연주가 지영을 부르자 지영이 성급히 대답했다..
"그냥 지영이라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 누나...내 친구인데.....편하게 말해..."
"그래...그럼...지영인 우리 연재 만난지 얼마나 됐어??"
연주는 처음 연재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지영이 궁금했다..
"얼마 안됐어요..아직 한달도 채 안됐어요..."
대답을 하고 지영은 못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렇구나...앞으로 우리 연재 잘 좀 부탁해...연재가 지영이 속상하게 하면 언니처럼 생각하고 서슴없이 연락하고..."
"네....."
"누난..내가 뭐 어린앤가...."
"그럼 ...누나한텐 아직도 어린앤걸..."
"하하하...호호호...."
모처럼 연주의 집은 밝은 웃음이 넘쳐났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 연재의 집 초인종이 울린건 연재의 이야기로 한바탕 모두 웃을때 였다...
"어??누구지??"
연재는 문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여기가 임연주씨댁 맞습니까??"
순간 연주는 흠칫 놀란다...재민도 그소리에 문을 쳐다본다..
문이 열리고 깔끔한 정장차림의 남자가 손에 꽃과 케익을 들고 서있는것이 보였다....
"안대리님......"
연주는 생각지도 않은 그의 방문에 너무 놀랐다...
"아~~~연주씨...이렇게 허락도 없이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연재는 그가 들어오도록 한쪽으로 비켜선다...
"실례인줄 알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안녕하세요..."
연제가 조금 얼떨떨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
"아~연재군인가 보군요...반가워요..안영모라고 합니다"
영모는 서슴없이 손을 내밀어 연재에게 악수를 청했다..
"네??네...임연재라고 해요.."
얼떨결에 악수를 한 연재는 누나를 쳐다보았다..
"연주씨 이렇게 계속 세워 둘 겁니까??"
영모는 연주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자 넉살좋게 웃으며 말했다.
"여긴 어떻게...들어오세요....."
영모는 연주의 말에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어느세 생일상에 앉았다...
"이런 제가 조금 늦었군요...."
생일케익이 잘라진걸 보고서야 영모가 입을 열었다..
"근데 여기 이분들은...??"
그제서야 연주가 재민과 지영을 영모에게 소개했다...
"여긴 연재 친구인 재민이고 여긴..동생 여자친구인 지영이에요"
연주가 다시 영모를 소개하려 했지만 영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그렇군요 ..반가워요 전 연주씨와 한 회사에 근무하는 안영모라고 해요..."
"예..."..."예...."
재민과 지영은 동시에 대답했다...
느닷없는 영모의 등장으로 재민은 너무도 놀랬다..
그 어느날 연주의 일기장을 몰래 보던날 그속에 있던 이름 하나가 떠오른 것이다..."
안대리..."..그가 바로 이사람인것 같았다.
그가 나타나자 재민의 마음은 어두워졌다....
한편..누구보다 놀란것은 지영이었다...
처음 문에 들어서는 그를 보며 지영은 기절할뻔 하였다..
지영은 한번본 사람은 좀처럼 잊지 못하는 편이다..
또한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안영모란 사람은 지영이 일했던 술집에 몇번 온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지영이 그의 파트너는 아니었지만 지영일행은 그의일행과 같이 그날 2차까지 함 께 갔던 기억이 있었기에 지영은 지금 눈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이 상황이 바로 여기 오기전부터 느낀 아련한 불안감이 었음을 그제 서야 지영은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영모는 왠지 낮이 익다라는 느낌만 가질뿐 아직 지영에 대해 기억해 내지는 못 했다...하긴 그도 그럴것이 가발에 화장까지 진하게 했던 지영을 쉽게 기억하기도 힘 든 일이었다...
영모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한동안 어색함이 흘렀다..
모두의 머리속에는 제각각 다른생각들이 들어차 있었다...
이날..영모의 방문이후 거의 모든이야기는 영모의 너스레와 질문 그리고 간단한 다른 사람들의 대답으로 채워졌다..
연주는 너무도 당황하였고..연재는 누나의 첫 남자손님에 적잖케 당황하였다..한편 지 영은 그자리가 불안불안해서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영모의 출현으로 정작 제일 충격을 입은 사람은 재민이었다.재민은 연주를 바 라보며 하염없는 슬픔에 잠겼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 이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생일잔치도 어느 덧 끝이났다...
영모는 못내 아쉬운듯 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고 연주는 그런 그를 배웅하기위해 함께 나갔다..
연재도 지영을 배웅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길을 나섰고 재민은 지금 홀로 돌아오는 버 스안에 있었다...
생각해 보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막상 재민의 눈앞에 영모란 사람이 나타나자 재민의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직 학생신분인 재민이 상대하기에는 그는 너무도 커보였다..
깔끔한 외모.자신있는 말투.무엇하나 쉽게 생각되는것이 없었다.
돌아오는 버스안 의자에 기댄 재민은 한없이 작아져만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지영을 배웅하던 연재도 나름대로의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언젠간 닥칠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누나의 남자로 인해 머리속이 복잡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연재는 지영을 바라보았다..
지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하염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지영아~"
연재의 부름에 지영이 적 잖케 놀라며 대답한다...
"으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
"생각은...그냥...."
"오늘 이렇게 같이 와줘서 고마워..."
"아냐..오히려 너희 누나를 볼 수 있어서 내가 고맙지..."
지영이 말하는사이 어느덧 버스가 오고 있었다...
"어머..버스왔네...연재야 그럼 이만 가볼게.."
"그래..조심해서 들어가 ...들어가서 전화 하고..."
"응..갈게..."
연재는 지영이 탄 버스가 출발하고서야 몸을 돌렸다..
"연주씨..갑작스럽게 방문을 해서 기분 상하셨어요??"
"아니에요...."
연주는 지금 영모와 함께 걷고있었다...
"죄송합니다..전 다만 연주씨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싶어서.."
"네..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려요..하지만 예고없는 이런 방문은 오늘 한번으로 족했으 면 해요...솔직히 당황되요..이런 안대리님의 행동.."
"역시 기분이 좋진 않으셨군요...그러지요..."
어느덧 그들은 영모의 차앞에 서있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연주가 서둘러 인사를 했다...
"저기 연주씨 잠깐만요..."
연주가 돌아본다...
영모는 양복 주머니에서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낸다..
"이거..연주씨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겁니다...받아주세요.."
연주는 영모의 선물을 안받기도 뭐해서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연주가 영모의 선물을 받자 영모는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럼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조심히 들어가세요...그리고 오늘 즐거웠습니다..."
"네..조심히 가세요..."
영모는 마지막까지 연주에게 손을 흔들며 그렇게 연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연주는 영모의 선물을 한번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길 연주의 마음도 편칠 않았다...
"일찍왔네"
연재가 들어오는 연주에게 말했다..
"응...가는거 보고 오는길이야..."
"누나...."
"응??"
"저기 아까 그사람....."
연재가 조심스럽게 영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하자 연주가 말했다..
"연재야...그사람 그냥 회사 동료일 뿐이야...그러니 너무 신경쓰지마...."
"신경은....난 누나를 찾는 남자가 처음 집에 방문해서...."
".........."
"저기 아까보니까 그사람 누나를 좋아하는 눈치던데..."
연재는 누나가 그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하지만 차마 직접 묻지는 못 하고 조심스레 돌려 물었다..
"누난...아직까지 남자를 사귀고 싶은 맘이 없어..그리고 그사람은 그냥 회사 동료일 뿐이야..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신경쓰지마"
"누나..혹시 나때문이라면...."
"연재야!"
"알았어...누나 나 피곤해서 방으로 들어갈게...."
연재는 더이상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다고 느끼고 방으로 들어왔다...어색함을 잊으 려는듯 방으로 들어와 음악을 틀고 연재는 눈을 감았다...
연주는 생일상을 정리한후 방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런 영모의 방문으로 연재가 많이 놀랐으리라...
방으로 들어온후 연주는 한동안 연재와 지영 그리고 영모를 생각하였다...그러다 그가 주고간 선물을 조용히 풀었다..
"목걸이"였다..얼핏 보기에도 조금 비싸보였다...
"휴~~~~"..목걸이를 보자 연주는 또다시 부담을 느꼈다...
차라리 받지 말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화장대에 목걸이를 올려놓고 연주는 문뜩 재민이 선물한 선물을 쳐다보았다...
"유재하"의 앨범과"러브어페어"사운드 트랙이었다...
앨범은 없지만 연주도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
연주는 "유재하"의 cd를 오디오에 넣고 틀었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길..잡힐듯 말듯 멀어져가는 무지개와 같은길 ....."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밤을 적셔주듯 은은하게 들려왔다..
노래를 들으며 연주는 재민이 쓴 카드를 펼쳤다...
카드를 읽은 연주의 입가엔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연주는 그밤 잠들때까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영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지만 하필 그런인연으로 다시 만날줄은 상상도 하지못한 일이었다 ...
일을 하면서도 지영은 낮 거리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아직 그런일을 겪어보지 못했었다 ..
그러나 오늘 자신이 그런일을 한것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혹시 그사람이 자신을 알아 보고도 모른 척한 것이라면....!
지영은 처음 찾아온 자신의 사랑이 예고없는 불청객으로 인해 깨질까 조바심쳤다...
혹시라도 그로 인해 자신의 사랑이 깨진다면 연재나 지영 모두 너무나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갈것이 분명하기에 지영은 자신이 어찌해야 될지를 몰랐다...
돌아와서 연재에게 하기로 한 전화도 잊고 지영은 밤늦도록 잠들지 못한채 해결되지 않는 걱정에 뒤척여야만 했다...
버스에서 내린 재민은 이렇게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들어가면 분명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재민은 어디 포장마차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재민은 오늘 처럼 자신이 작아 보인적은 처음이었다...
"안영모"란 사람을 보고 난후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막연한 상상은 그저 헛된 상상이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그런 생각에 재민은 쓴 소주를 계속해서 넘겼다...
술을 마시지만 재민의 정신은 더욱 또렸해지기만 했다..
재민은 지갑에서 연주의 사진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환히 웃고있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재민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사진속의 그녀가 나의 여자였다면...단 일분이라도 그녀와 사랑에 빠질수 있다면 ...."
재민은 암담한 자신의 사랑에 몸을 떨면서도 그녀의 사진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 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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