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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6 2,148회 0건
흔적 2부

돌아갈 곳이 없는 인생이란 외롭고 초라할뿐이다..비록 작은 "하숙방"이고 누구하나
반기는 사람 없었지만 재민에게는 그 공간이 참으로 소중했다..재민의 부모님이 두 분
다 고아였기에 마지막 재민의 피붙이인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재민은 너무도 암담했었
다.그러나 다행이도 부모님이 약간의 돈을 남겨주셨기에 재민은 자신 스스로가 생활할
수 있는 작은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부모가 없다는 슬픔을 이겨내고 이제 막 다시 살아가야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을
무렵 재민은 바로 그곳에서 홀로 결심했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열심히..그리고 밝게 살아가겠노라고...

재민이 사는 곳은 여느 주택가와 마찬가지였지만 그곳에 이르는길이 조금 어두운 편이
었고 단지 몇개의 가로등만이 간간히 밤길을 밝혀주고 있었다...집이 가까워 오자 재
민의 발걸음도 점점 종종걸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재민아!"
집에 들어갈려는 차에 뒤에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연재..."
맞은편 대문앞에 연재가 서있다 재민을 발견하곤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연재야!....어쩐일이야 이저녁에 왜 여기있어??"
"응 ...아까 미팅했던 파트너랑 헤어지고 불연듯 너 생각이 나서..후훗"
"연락이라도 하지..그럼 일찍 달려왔잖아..."
"야..야..처녀미팅에 내가 초칠일 있냐?...그래 어땠어?? 첫미팅이??"
"그건 차차 이야기하고 얼른 들어가자..다리 아플텐데...그건뭐야??"
"으응..너랑 술한잔 할려고 소주 한병 사왔어..."
"왜 무슨일있어??"
"일은 무슨일...다리아프다 얼른 들어가자.."

어두운 방에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둘이 앉아있는밤...재민은 느닷없는 손님이었지만
연재의 방문이 참으로 반가왔다..
"혼자 사는방이라 마땅히 내놓을 안주도 없다..."
"괜찮아..그런거 따질려면 밖에서 먹지 내가 미쳤다고 이 궁상을 떨겠냐...."
"정말 무슨일이야?? 갑자기 안하던 짓을하고..."
"자식아..꼭 무슨일이 있어야 하냐??..그냥 하루종일 기집애 수다 들어주다 지쳐서 너
랑 술한잔 하려고 들렀다..참 넌 어땠어??..그 여자애 괜찮아 보이던데..."
"누구..영은이??...머..그럭저럭..."
"자식 영은이라고 부르는거 보니 싫진 않았던 모양이구나..."
"처음 본건데 뭐라 말할순 없고 그냥 심심하진 않았어..어찌나 말이 많던지....후훗"
"잘해봐 임마..지영이 말들어보니까 꽤 괜찮은 아이같더라..."
"그건그렇고 넌 어땠어??"
"일단 술한잔 부터 딸아라....얘기는 한잔 마시고 하자..."
"으응 그래..."
재민은 작은 종이컵에 술을 부어 연재에게 주고 자신의 잔도 채웠다..
"자...건배...."
"그래.."
"캬아~~~~~~~~좋다"
"그애 말이야 지영이..."
"응.."
"오늘 하루였지만 나 그애한테 반한거 같아.."
"그래??"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어.."
"무슨...??"
"실은..아까 그애와 헤어질 무렵에 정식으로 말했어..사귀고 싶다고..."
"정말??..."
"응...그런데 지영이가 정색을 하며 안된다고 하는거야...그냥 친구는 가능한데 사귀
는건 안된다나..."
"왜??...니가 사귀기에는 마음에 안든데??"
연재는 다시 한잔의 술을 입에 털어넣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건 아닌거 같은데..자신은 남자를 사귈 처지가 아니라나..
자신과 사귀면 분명 후회할거라고 하더라니까..."
"음...집이 엄격한거야??"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아무튼 말못할 사연이 있는거 같아.."
"혹시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는거 아니야??"
"나도 그런가 해서 물어봤는데 아니래.."
"음...그럼 이제 어쩔건데??"
"일단은 연락처는 서로 주고받았으니까 생각해 봐야지..아예 연락도 못하게 하는건 아
니었으니까..."
"그래 잘될거야...좋게 생각해..내가 보기에도 넌 멋있는 놈이니까.."
"자식...고맙다..참 ..나 오늘 너랑 같이 여기서 자도되냐??"
"물론 난 괜찮지만 ..누나한테는 전화했어??"
"그럼 아까했지..."
"그래 그럼 오늘 여기서 나랑 같이 자자"
"짜식..고맙다...자 ...마시자.."
일년넘게 연재를 사귀지만 연재가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재민은 아무쪼록 연재가 그 여자랑 잘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연재의 방문은 모처럼 재민의 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두 친
구의 이야기는 밤깊을 무렵까지 끊일 줄 몰랐다...

어제 느닷없는 연재의 방문으로 여느 아침관 다르게 재민은 좀 늦은시간 연재와 학교
로 향했다..옆의 연재는 어제의 술기운이 다 해소가 되질 않았는지 연신 옆에서 하품
을 한다...
"아~~~~그냥 강의 빼먹고 어디가서 잠이나 자고싶다..야..재민아..우리 오늘 하루 학
교에 가지말까??"
"쉰소리 하지말고 저기가서 커피나 한잔씩 마시자.."
"이그....내가 차라리 부처님이랑 이야길 하고말지..."
"그래라...혹시 아냐 부처님이 고맙다고 중이 되라 하실지..."
"쨔식...참..너 오늘 우리집 가는거지??"
"가야지...."
"오케이...재민아..일단 너먼저 강의실에 들어가라.."
"왜..어디가려고?? "
"응 찬물에 세수나 한번 더 하고 들어갈게.."
"그래.."
멀어져가는 연재를 보며 재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오늘따라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기만 했다...

"띵동~~~~~~"
"연재니~~~~~~~~??"
"응.나야..."
"찰칵"소리와 함께 문이열리며 연주의 모습이 보인다..
연주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재민은 가슴이 "덜컥"내려앉음을 느낄수 있었다..아무 이
유없이 그 뒤로 재민의 가슴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그래..재민이도 왔구나..얼른 들어와.."
"네..."
"어라?? 누나는 나보다 재민이가 더욱 반가운 모양인걸??"
순간 재민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물들고 가슴소리는 옆의 연재에게 들릴만큼이나 크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누나 놔두고 밖에서 외박하는 야박한 동생은 필요없는걸??"
"아이~~~~~누나 봐주라...누나만큼이나 재민이도 외롭거든..히힛"
"얼른 가서 씻고 나와..재민이도 씻고..."
"네??.,..네..."
화장실로 들어선 재민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조금전 연주가 재민앞에 모습을 드러냈을때의 느낌이란 말로
표현못할 아주 신기한 느낌이었다...
사막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이에게 오아시스가 보이는 현실보다도 더욱 더 기쁜..끊임
없이 갈구하던 무언가를 찾았을때의 느낌..허나 모든것이 지금 재민의 마음을 대변해
주기엔 부족했다.
"이런게 사랑일까"..."이런..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거람.."
마치 생각하지 말아야할 생각이라도 한냥 재민은 찬물에 모든걸 씻어내려는 듯 소리내
어 얼굴을 참물에 담구었다....

"차린건 없지만 많이먹어...재민아..."
"네...잘먹을게요..."
차린건 없다고 했지만 상위에는 갈비며...사라다며..마치 생일상처럼 갖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푸짐한 상을 보며 재민은 선듯 음식을 입에
가져갈수가 없었다..
"재민이...입맛이 없니?? 왜 안먹고 있어??.."
"아..아뇨..너무 맛있어 보여서..."
"후훗...얼른먹어..안그러면 연재가 다먹는다..."
"네...."
"누난 ...내가 뭐 걸신들린 사람인줄 알아?? 이걸 다먹게??"
"입에 넣은거 넘긴다음에 말씀하세요~~~~~도련님.."
"암튼..넘 맛있어..역시 누나가 제일이야..."
"천천히 먹어..체해..."
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낄수 있는 이들로 인해 재민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
도 충분히 배부를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식사가 끝난후 상을 치우고 연주는 간단한 과일과 차를 내왔다..
"참 재민이는 부모님 없이 혼자산게 얼마나 되었니??"
느닷없는 질문에 재민은 눈에 보일만큼 놀란다...그녀가 말을 걸어올때면 여지없이 재
민의 모든 세포들은 극도로 긴장을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고등학교 2학년때 어머님마저 돌아가시고..그뒤로..."
"그래...연재는 그래도 나라도 있어서 괜찮지만 재민이는 외로울때가 많겠구나..."
"......."
"누나 그래도 재민이는 그런티 절대 내지않아..나도 처음 이녀석 혼자산다는 이야기
듣고 안믿었다니까..."
"그래..그럴수록 더욱 밝게 살아야해..그리고 언제라도 좋으니 혼자있기 외로우면 연
재랑 같이 자렴..."
"네...고맙습니다.."
"고맙긴...나도 일때문에 연재한테 많이 신경을 써주질 못해서 내심 미안했는데 재민
이같은 좋은친구가 옆에 있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좋은친구는요 ...항상 재가 연재 신세만 지는걸요.."
"임마 말은바로해라 내가 항상 너한테 신세지는거지!.."
"하하하하...호호호?"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민은 참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언제부터인가 재민 또한 마치 연주
네의 한 식구가 된냥 스스럼없이 어울릴수 있었다...재민에겐 아쉬울만큼 빠르게 깊어
가는 밤이었다..

연주는 올해 스물 여덟이었다..그녀는 현두자동차에 근무하고 있었고 여자로써는 드물
게 그나이에 대리란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다..그것은 모두가 연주의 남보다 두배이상
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다..차로 과일을 팔던 연주부모님이 늦은밤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실때 연주나이는 열일곱이었고 연재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연주가 상고
에서 취업을 하기전까지 연주와 연재는 이모집과 작은아버지 집에서 떨어져 커야만했
고 그뒤로 실로 어럽게 어렵게 연주의 노력으로 지금은 작은 영세아파트의 전세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물론 동생 연재의 뒷바라지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그런 연주가
연재에게는 어머님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고 간혹 엄마에게처럼 연주에게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이제는 머리가 커서 간혹 누나에게 시집을 가라는 연재의 말에 연주는 그저 놀라울 뿐
이고 다른 한편으론 언젠가 떨어져 살아야할 그 막연한 날이 점점 다가옴에 불안감마
저 들기도했다..실제로 똑 소리나는 연주의 일하는 모습과 참한 모습에 주위의 남자들
이 연주에게 다가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연재를 생각하며 모든걸 뿌리
쳐왔었다...그러나 같은회사 대리인 안영모란 사람이 있었고..그녀에게 벌써 몇년간
프로포즈를 해오는 중이었다..아직 연재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란 스스로의 다짐으로
그를 멀리하고 있긴했지만 너무도 저돌적인 공세에 약간씩 허물어져가는 자신을 느끼
기에 그것이 요즈음 연주의 하나의 고민거리였다...

"오늘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고맙습니다.."
"차린것도 없었는데 고맙긴...조심해서 가..그리고 자주 놀러오고"
"네..."
"누나 나 재민이 바라다 주고 올게.."
"그래.."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재민아 잘가..."
재민은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닫혀지는 문틈으로 그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다..너무 잘 먹었고..."
"자식 고맙긴...정..그러면 니가 내일 식당 밥 사라.."
"그래..."
"정말 안자고 갈래??"
"응...가봐야지..남자는 잠은 한곳에서 자야한다더라.."
"어떨때보면 넌 세상 다산놈같다니까..."
"어~..저기 버스온다..나 그만갈게 안녕~~~"
"그래..조심해서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는듯 재민은 버스를 향해 뛰기시작했다..
조금더 그곳에 있으면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을까 하는마음에...

"내가 왜 이럴까..." 돌아오는 버스안과 지금 하숙방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진정되지
않는 이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연주"..그녀를 보고만 있어도 아니 그녀의 생각만으로도 세상 모든걸 가진것같은 기
분이 들기도 했고 세상모든게 그녀가 아니면 부질없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7년 연상..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녀에게 재민은 단지 동생의 친구일뿐이리라...
또한 엄마가 아이를 돌보듯 길러온 동생이기에 그 친구또한 결코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
이러한 생각을 하다 순간 재민은 너무도 놀랐다...
자신이 ..자신이..."연주"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된것이다...
재민은 괴로웠다..술취한 그밤이 후회됐고..그녀를 알게된것이 후회됐다...평화롭던
자신의 삶에 너무도 감당키 힘든 감정이 찾아온것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 느껴졌다...
누워서 죽은듯 생각에 잠겨있던 재민은 마침내 어제밤 연재와 마시던 소주병을 가져다
입에다 털어넣는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잠들기위해...그러나 가슴속으로 뜨거운 알코올 기운이 느껴지면서
머릿속엔 더욱 선명한 한 여자의 영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몇일전부터 연재의 머릿속엔 온통 한가지 고민이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그 고민은 "이지영"이란 여자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 그녀와 만난 날 자유분방한 그녀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이 늘 보아오던 누나와 너
무도 틀림에 새로움을 느꼈고 그것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옴을 느낄수 있었다..하지만
조금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또한 표현방식은 틀릴지라도 누나같은 따스함을 가슴에 지
닌 아이란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 너와 정식으로 사귀어보고싶어.."
"일단 나에게 그런말을 해줘서 너무 고마워..하지만 그럴수 없어...나를 사귀면 넌 분
명히 후회하게 될거야.."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마지막 지영의 그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지금 그의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존재는 분명 이지영이란 여자였고
이것을 해소 하기 위해선 일단 그녀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생각으로 지금 연
재는 강의시간이 너무도 길게만 느껴졌다...

"야..재민아.."
"응?? "
연재가 책을 가망에 집어 넣는 재민을 불렀다.
"저기 오늘 시간있으면 나랑 어디좀 가지않을래??"
"어딜??"
"응 가보면 알아...갈수있으면 같이가자.."
"시간은 있지만..어딜가는데??"
"그래?? 그럼 얼른가자.."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는 어린아이처럼 연재는 재민의 손을 낚꿔채어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ㄷ가..

"뭐?? 이아여대에 가자고??"
"응..."
"갑자기 이아여대는 왜 갈려고??"
"응 ..지영이 만날려고..."
"만나기로 약속했어??...근데 왜 나는 데리고가??.."
"아니 ..약속안했어..그냥 무턱대고 가는거야..."
갑작스런 연재의 행동에 재민은 놀랄 뿐이었다...몇일전부터 끊임없는 "연주"생각에
재민은 그냥 하숙방에서 쉬고싶었지만 자신의 옆에있는 사람이 연재였기에 아무말없이
동행하기로 하였다..

재민과 연재는 막상 이아여대는 도착했지만 섣불리 캠퍼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문의 안쪽은 금남의 땅이었기에...
할 수 없이 재민과 연재는 교문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입하는 여성들의 눈초리를 감당하기 힘들어 둘은 조금 멀찍이 물러서서 정문
을 주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조금씩 기다림이 지루해질 무렵...드디어 지영이 눈에 띄었다...
순간..옆의 연재의 얼굴이 환히 빛났다..
"야!..나왔다..얼른가봐..."
"응??.....으응...근데 가서 뭐라하지??"
"여기까지 달려온놈이 그런 용기도 없어??"
"알았어...그럼 가볼께..."
말을 마치곤 지영쪽으로 걸어가는 연재를 보며 재민은 "피식"웃음이 났다..역시 "사랑
앞에는 모두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것인가.."

연재는 걸어가는 지영의 뒷언저리로 빠르게 다가갔다..
"저..지영아..."
지영은 연재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한듯 태연히 걸어간다..
연재는 숨을 고르며 다시금 조금 더 큰소리로 지영을 부른다..
"지영아!"
그제서야 걸어가던 지영이 뒤를 쳐다본다..
"응??...어머??..너 연재잖아..여긴 왠일이야??"
"응...너 볼려고 ...기다렸어..."
"얘~~~연락이라도 하고오지..내가 안나오면 어쩔려고...암튼 반갑네..."
"저기 재민이 알지?? 그날 미팅에 나온..같이 왔거든.."
"어디...??"
연재의 말에 지영의 눈은 연재의 눈길이 머무는곳을 향한다..
그곳에는 가방을 둘러맨 재민이 지영과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를 꾸벅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 너무 무모하다...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다니..."
"무모해도 이렇게 널 만났잖아..."
"내가 약속이라도 있었으면 어쩔려고 그랬어??"
"그래도 얼굴은 볼 수 있잖아.."
"푸훗..내가 연애인인줄 알아??...무슨 대단한 얼굴이라고..."
"참 영은이는 뭐해?? 괜찮다면 같이 부르자..."
"그럴까???"
순간 재민은 그들을 말렸다..그는 연재의 일로 인해 더이상 영은과 연관되는것이 부담
스러웠다..아마도 연주생각 때문이리라...
"아..아냐....그러지마...연락도 안하고왔는걸..."
"머 연재는 연락하고 온거니??...기다려..안그래도 영은이가 니 이야기 많이했어..."
"그랬어??...와~~그애가 우리 재민이가 맘에 있나보네..하하"
연재의 말에 웃음지으며 지영은 빠르게 핸드폰의 다이얼을 눌렇다...

"너희들 사람놀래키는 대는 일가견이 있다..."
세사람이 카페에 들어간지 얼마안되어 카페에 들어선 영은이 앉아있는 재민을 보며 말
했다...
"나도 놀랬어..글쎄 얘들이 정문 앞에서 기달리고 있지 뭐야.."
"그래??"
"불초 소생들이 공주님들 뵙는 일념으로 행동한것이니 귀엽게 봐주시길...하하"
연재가 넉살좋게 말한다..
뜻하지 않는 네명의 만남은 술자리로 이어졌고 적당히 취기가 오른 그들은 "노래방"을
갔다..
대게가 그렇듯 트로트와 힙합이 난무하는 가운데 분위기가 한껏 젖을무렵 연재가 마이
크를 잡았고.."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해"란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니가 아침에 눈을떠 처음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됐으면~"
조용히 지영을 바라보며 노래부르는 연재를 보며 재민은 웃음이 났다..
"얘...연재가 지영이를 좋아하나보다...~~"
불연듯 옆의 영은이 재민의 귀에대고 말을했다..
재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재의 노래를 들으면서 재민은 연재의 사랑이 노래 가사말처럼 부디 이루어지기를 또
내심 자신의 사랑도 그렇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랬다...

노래방에서 나온뒤 그들은 짝지어 헤어진뒤 지금 재민은 영은과 거리를 걷고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만남이었기에 첫날처럼 재민은 도통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네가 연재때문에 온것 알아.."
침묵을 깨고 영은이 말한다...
"아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속마음을 들켜버린것 같아 뜨끔했다..
사실 영은은 아주 이쁘게 생긴 아이였다..굳이 재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만큼 매력적이었다...
더욱이 여자답지 않은 털털함과 가끔 보이는 귀여움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했다..하지만 재민에게는 그 모든것이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괜찮아...어찌되었든 우린 만났으니까....사실 너 만나고 가끔 네 생각나서 연락해
보려고 했었지만 쉽게 연락할수가 없더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
재민은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암튼 오늘 너무 즐거웠어..."
"그래...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어느덧 그들이 서있는 곳은 지하철역이었다..
"그럼 나 갈게...안녕..."
무언가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히 보이는 영은의 얼굴에서 재민은 미안함을 느껴야했
다..
"그래 잘가...좋은꿈꾸고..."
재민의 말에 영은은 돌아서서 걸어간다..그러다 문뜩 뒤돌아서서 재민에게 말을했다 ...
"바보야....연락좀해..."
영은은 무언가 쑥쓰러웠던지 서둘러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재민은 한동안 그녀가 걸어내려간 계단 입구에서서 멍하니 서있었다...

연재는 재민일행과 헤어진뒤 뜻하지 않은 지영의 제의로 포장마차에 들어와 있었다...
"저기 영은이 있잖아..아무래도 재민이 좋아하는거 같아.."
"그래??"
"응 갠 원래 무언가에 빠지면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인데 요 근래들어 재
민이 만난후로 재민이 이야기를 자주해.."
"그렇구나..."
"재민이는 어때??...재민이도 영은이 이야기 해??"
"아니..원래 그런쪽으론 말이없는 애라서..."
"그래...정말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영은이 참 외로운 아이거든..겉으로 보면 아니게
보여도 실은 외로움이 많은 아이야.."
"저기...너하고 나는??"
"응??...무슨말이야??"
"너 만나고 생각해봤어...네가 나에게 한말..."
"........"
"그런데 난 이해를 할 수 없어..도통 모르겠어..내가 싫은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귀자
..."
"......"
"나 네가 어떤의미로 나에게 그런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네게 어떤일이 있다해도 이 해할 수 있어..."
"그렇게 쉽게 말할 말이 아니야.."
"뭘 쉽게 말을 할 수 없다는 거니??"
"너에게 말을 할 순 없지만 난 네게 어울릴만한 여자가 아니야..
단지 너와 좋은 친구로는 지낼 수 있어..하지만 더이상은 안돼."
"도대체 왜 그런거야..내가 싫은거야??"
"그런 이유 때문이 아냐...그냥 술이나 마시자.."
지영은 더이상 말하기가 싫다는듯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런 지영의 손을 만류하며 연재가 말한다..
"좋아..니가 그렇게도 거절하니 이쯤에서 그 이야기는 그만할게..하지만 이건 알아둬
..나 임연재는 앞으로 네맘을 돌릴려고 노력할거야 ..현재는 네가 나를 거부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마음 돌릴 수 있도록 노력할거야...이것까지 거부하진 말아줘!"
"연재야......."

지영의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돌아오는길 연재는 마음이 무거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슨 수로 지영의 마음을 돌리고 또 무엇때문에 지영은 그토록 자
신을 거부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다만 지영이 연재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는 것에 안도할 뿐이었다..
어두운 밤하늘 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연재의 마음은 어둡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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