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13부
복잡한 마음에 잠시 머리를 식히려 했던 봄날의 짧은 여행을 통해 재민은 그동안 자신 의 머리를 어지럽혔던 문제를 어느정도 정리도 해보고 그로 인해 예전처럼 차츰 안정 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하루에도 몇번씩 이어지는 연주에 대한 생각을 제외하 면 다른 문제는 없었다..영은도 그날 이후로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재민은 내심 걱정 도 되었지만 굳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렇게 영은은 재민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짧은 봄날의 하루하루는 지나가고 어느덧 재민은 여름휴강을 맞이 하게 되었다..
초여름에 들어선 6월 말의 날씨는 제법더웠다..
어느덧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운 반팔티로 변해있었고 한껏 자신의 몸매를 드러낸 여자들도 종종 보였다..
재민은 대체로 모든시간을 하숙집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자칫 무료하게 느껴지는 시간에 어느정도의 나태함으로 익숙해져 갈 무렵 연재에게 전 화가 걸려왔다..
휴강을 하고 열흘정도 지나가고 있었지만 몇번의 연락을 제외하곤 아직 연재를 만나진 않았었다..
연재도 아르바이트와 나름대로의 일로 바쁜 모양이었다..
"야..방학도 했는데 ...뭐하고 지내냐??"
"뭐..특별한것 있겠냐..그냥 방콕신세지..."
"그럼 오후에 만나자..간만에 술한잔 해야지..."
"그럴까??..."
"그럼..있다 5시에 00에서 만나자..."
"그래.."
연재는 재민이 영은과 만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지영에게 들을 수 있었고 이유는 모르 지만 그 원인이 재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재민 에겐 한번도 그에 대한 질문을 해보진 않았다...
연재는 손가락이 아팠다...하루에 4시간 동안 꼬박 워드를 치다보면 연재의 손가락은 어느세 자신이 자판을 치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만큼 아무느낌이 없어지곤 한다..이젠 조금 익숙해졌지만 가끔식 손가락이 저려 오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재민과의 통화를 끝내고 모처럼 재민과의 약속에 연재는 더욱 손놀림을 빨리 했다...
"야~~~~방에만 틀어 박혀 있다더니 정말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네..."
재민을 보자 연재가 반갑게 말한다...
"아르바이트 끝내고 오는길이야??"
"응...그것도 오늘로 쫑이다..."
"왜??..그만둔거야??"
"응...그래서 말인데...."
연재는 재민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다 재민이 먼저 시킨 오랜지 쥬스를 빼앗듯 입으로 가져가 벌컥 들이킨다..
"야...우리도 이제 여름 휴가 준비해야지..."
"휴가준비??"
"응..다행이도 잘 아는 형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조금 힘들지만 일당이 쎈편이라면서 할 맘 없냐고 묻더라."
"아파트 건설현장이라...그럼 노가다?"
"머 그렇지...우리 이번 기회에 한 한달정도 고생해서 휴가비도 벌고 책값도 벌고 그 러자 ..어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야~그 빼빼마른 사람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걱정말고 넌 나믿고 같이 하는거 야 그냥.."
재민은 들떠있는 연재의 표정이 재미있어 웃음 짓는다..
하긴 아직 재민도 젊은 나이였고 여름하면 벌써부터 머리에서 피서생각이 나곤했다...
결국 재민은 연재와 함께 공사장일을 하기로 결정 하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원 한 맥주를 찾아 초저녁부터 거리를 나섰다.
시원하게 맥주를 한모금 들이킨후 재민이 연재에게 말했다..
"지영인 어때?? 잘지내??"
"응..그애도 낮엔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빠..아마 지금쯤이면 끝났을걸??...말나온김에 부를까??"
"너 하고싶은 대로 해.."
"짜식..그럼 내가 안부를줄 알았냐??..하하"
연재는 전화를 걸어 기어이 지영을 불렇다..
"참 누나가 요즘 통 너 놀러안온다고 궁금해 하더라.."
아직까지도 이렇게 불쑥 연재의 입에서 연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재민은 깜짝깜 짝 놀라곤 한다..실은 재민도 하루에도 몇번씩 연주를 보고싶어했지만 보면 더 심난해 질까 하는 마음에 연주의 사진으로만 보고픔을 해소해 나가고 있었다..
"응..집에 있다보니 통 나가기가 싫어서..."
"거봐라..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게을러 지는거야..그러지 말고 오늘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자자..간만에..."
재민의 갑작스런 말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할무렵 그들을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 가 들려왔다..순간,재민은 눈이 더 커질 수 없을만큼 커졌다..
지영의 옆에 영은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어?? 이게 누구야...영은이잖아?!"
"연재..그리고 재민이 오랜만이다..."
영은은 연재를 한번 본후 재민을 바라보며 웃음짓는다..
두달 가까이 영은을 안본 동안 영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깨 까지 오는 머리는 짧게 커트를 했고 금색으로 염색을 했다.
몸에 붙는 나시 스타일의 흰색 상의에 조금 펑퍼짐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자 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꼭 연애인 같은데??...어서와...."
재민은 영은을 본 순간부터 꼼짝할 수가 없었다..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 다..
"어머??...흥..나는 눈에도 안보이니??"
지영이 짐짓 삐진듯 눈을 흘기며 연재를 쳐다봤다..
"그럴리가 있나..내가 무슨 배짱으로 우리 공주님을...하하"
지영 또한 새한얀 쫄티와 햇살에 비치면 속이 살짝 보이는 얇은 검정색 정장바지를 입 고 조금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있었다..두 여자가 들어오니 가게 안이 갑자기 환해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난 너 죽은줄 알았다..통 얼굴을 안보여주기에..."
"내가 워낙 바빠서...호호호"
"암튼 정말 반갑다...자자 우리 이럴게 아니라 오랜만에 건배한번 해야지...
연재가 서둘러 잔을 채웠다..재민은 그제서야 잔을 부딪히며 살짝 영은을 쳐다봤다..
그런 재민의 눈속에 들어온 모습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영은의 눈길이었다...
예고 없던 영은의 등장으로 한동안 그들의 술자리는 떠들석했고 그 분위기는 한참을 이어갔다...재민이 영은과 단 둘이 있게된것은 연재가 화장실을 가고 무슨이유인지 지 영도 함께 자리를 피해주듯 나가고난 후였다..
"잘 지냈니??"
"응...너는...??"
"보다시피..잘 지내고 있어..."
"그래..."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갑다..."
"그..그래..나도 반가워..."
형식적인 이야기였지만 재민은 어려웠다...한번 재민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였기 에 그 어려움은 더해만갔다..그런 재민의 마음을 느낀것일까?? 영은이 말을 이었다.. "재민아...나..네가 나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던 그날 이후 한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이젠 괜찮아..그리고 널 연인은 아니더라도 좋은 친구로써까지 놓치고 싶지않아...우 리..예전의 기억은 잊고 이젠 친구로써 연락하고 지내자.."
영은이 그렇게 까지 말을 하자 아직도 지난 기억에 사로잡혀있던 재민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리고, 그런 기분을 털어내려는듯 눈을 들어 영은을 바라보며 말했 다..
"그래..그렇게 까지 말해주니 너무 고마워..네 말대로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
생각지도 않게 지금 재민과 영은은 마주앉아 환히 웃음짓고 있었다.. "야~~~우리 화장실 갔다온동안 무슨 일 있었냐??..뭐가 그렇게 좋아서 실실 웃고있냐 ??"
"짜식 없는 자리에선 임금님도 욕한다던데..니 욕좀했다.."
"그래 알아봤다..어쩐지 귀가 간지럽더라니..."
"하하하..호호호...하하하"
시작되는 여름의 한 귀퉁이 그렇게 젊은남녀의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계속됐다 ...
연재는 지금 지영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요즈음 연재는 지영에게 약간은 서운한 감정을 느끼곤했다..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지영은 연재와의 만남도 조금 뜸했고 만나도 계속 같이 있고 싶 어하는 연재를 매번 달래듯 집으로 돌려 보내곤했다...연재는 오늘은 그런 지영과 함 께 밤을 보내고 싶었다.
연재가 지영의 잡고 있는 손에 살짝힘을 준다..그러자 지영이 연재를 쳐다본다...
"지영아..나..오늘 너의집에 가면 안될까??"
"안돼..."
연재는 똑 끊어지는 지영의 대답에 슬슬 화가났다..
"지영아..너 나한테 화나는일 있니??..요즘 왜그래??"
"그런일 없어...연재야...그냥 주인집 눈도 있고...시간도 늦었고 그리고 너 늦으면 분명 누나가 걱정할테고 나 때문인줄 알텐데..."
"그럼 누나한테 전화할게..그리고 집때문이라면 여관도 있잖아."
"약속했잖아..이제 왠만하면 우리 그런곳에 가지 않기로..."
"그래..그랬지...그런데 지영아..나 요즘 너한테 약간 섭섭해..무어라 딱 꼬집어 너한 테 말은 못하겠지만 왠지 네가 예전 보다 조금 멀게 느껴져...네가 일부러 나한테 거 리를 두는것처럼.."
연재의 말에 지영의 마음은 내심 뜨끔했다...
"내가 널 왜 멀리해....그런거 아냐...절대 그렇게 생각하지마.."
지영은 연재에게 미안한 마음에 맞잡은 손에 자신도 힘을 준다..
"다음에..다음에 함께가자..이젠 방학도 했으니 우리 시간많잖아.."
지영의 말에 가만히 지영을 쳐다보던 연재는 웃으며 말한다..
"널 만나면 자꾸 어린애처럼 보채기만 하네..그래..그러자.."
지영도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갑작스레 지영이 연재의 입에 입을 맞춘다...
"연재야 그럼 조심해서가..."
지영은 연재의 입에 짧은 흔적을 남기고 그렇게 뛰어서 버스를 탔다...멀어져가는 지 영을 보며 연재는 그렇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미안해..연재야...하지만 아직 자연스럽게 널 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이 너무나 복잡해 ..."
돌아오는 버스에 타고 있는 지영은 또다시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한가지 걱정거리에 사로잡혔다..
연주의 생일날 영모를 보고 난후 지영은 몇일 동안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야했다..행 여나 그를 통해 연주가 모든걸을 알게될까 하는 마음이었다..다행이 그런일은 없었지 만..아니..혹시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하는건지도 모르지만...그런 상태에서 연재와 그럴순 없었다...또한 연주곁의 그 영모란 사람으로 인해 지금 지영은 자신이 어찌 해 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수많은 후회속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아무에게 말도 못한채 그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한건 지영은 연재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 사랑이 결실을 맺을지..그리고 맺는다 해도 계속 평온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연재가 무얼 원하는지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사람이랑은 어때??"
친구가 되기로 했지만 약간은 어색함속에 거리를 걷던 영은이 재민에게 말했다...
"그사람이라니??"
갑작스런 질문에 재민은 영은이 말하는 "그사람"이 누구를 말하는것이니 알지못해 되 물었다..
"네가..사랑하는 그사람.."
"으응...그냥...그래..."
"그사람도 널 사랑하니??...지영이 말 들어보니 너 아직도 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 는것 같던데..."
재민은 그 사람이 연주라고 말을 할 수없었다..혼자만의 외사랑으로 인해 영은에게 상 처를 주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 사랑까지는 몰라도..자주 만나고 잘지내...."
"그렇구나..."
"영은아..."
"왜??"
"가능하면 이건 너만 알고 있었음 좋겠는데..."
"....그래....."
"고마워..."
"그리고 혼자 그렇게 애태우지말고 필요하다면 나한테라도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털 어놓고 그래...그럼 조금 시원해져..."
영은의 말에 재민은 깜짝놀랐다...이미 재민이 외사랑을 하고 있음을 영은은 느끼고 있는듯했다..
"......."
재민은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지하철 역에 다달았을 즈음 영은이 마지막 말을 남기며 뛰어갔다.
"힘내..누군진 모르지만 분명 널 좋아하게 될거야..아니 사랑하게 될거야....그리고 자주 연락하자.."
영은은 금새 재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영은이 가고 난뒤 재민은 갑자기 연주가 보고싶어졌다..
그동안 참지 못할만큼 그녀 목소리 듣고싶을땐 눌렀던 전화번호를 누른다...그사이에 도 재민의 마음속은 전화를 끊어야 한다..걸어야 한다를 두고 수없이 갈등을 계속했다 ..결국 전화를 끊지 못했고 전화는 한동안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듣고 싶은 목소리는 도통 들려오지 않았다...연주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것 같았다...순간 재민은 서둘러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연주의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재민은 연주집에 끊임없이 전화를 걸며 그녀가 들어 왔는지를 확인했지만 전화는 계속해서 공신호만 들려왔다...
연주가 사는 아파트 입구 ..자신의 모습을 자동차에 숨기고 재민은 초초하게 연주를 기다렸다...
처음엔 연주가 금방이라도 그길을 지나갈것 처럼 느껴졌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연주는 나타나지 않았다..가끔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며 재민의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연주는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한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재민은 이제껏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긴장했지만 지금 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은 처음이었다..느낌으론 분명.연주였다..
연주가 재민을 향해 걸어오고있었다...그토록 보고싶던 연주가 재민이 있는 쪽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었다..
재민은 연주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듯 연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어느새 재민의 가슴은 크게 뛰기시작했고 숨소리는 커져만갔다...연주가 재민이 있 는곳을 지나친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민은 연주가 아파트입구로 사라진 뒤에도 한 동안 그자리에서 꼼짝못하고 그녀가 사라진 입구에 눈길을 주었다...얼마동안의 시간 이 지나서야 재민은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렇게 짧은 시 각 그녀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복잡한 마음에 잠시 머리를 식히려 했던 봄날의 짧은 여행을 통해 재민은 그동안 자신 의 머리를 어지럽혔던 문제를 어느정도 정리도 해보고 그로 인해 예전처럼 차츰 안정 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하루에도 몇번씩 이어지는 연주에 대한 생각을 제외하 면 다른 문제는 없었다..영은도 그날 이후로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재민은 내심 걱정 도 되었지만 굳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렇게 영은은 재민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짧은 봄날의 하루하루는 지나가고 어느덧 재민은 여름휴강을 맞이 하게 되었다..
초여름에 들어선 6월 말의 날씨는 제법더웠다..
어느덧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운 반팔티로 변해있었고 한껏 자신의 몸매를 드러낸 여자들도 종종 보였다..
재민은 대체로 모든시간을 하숙집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자칫 무료하게 느껴지는 시간에 어느정도의 나태함으로 익숙해져 갈 무렵 연재에게 전 화가 걸려왔다..
휴강을 하고 열흘정도 지나가고 있었지만 몇번의 연락을 제외하곤 아직 연재를 만나진 않았었다..
연재도 아르바이트와 나름대로의 일로 바쁜 모양이었다..
"야..방학도 했는데 ...뭐하고 지내냐??"
"뭐..특별한것 있겠냐..그냥 방콕신세지..."
"그럼 오후에 만나자..간만에 술한잔 해야지..."
"그럴까??..."
"그럼..있다 5시에 00에서 만나자..."
"그래.."
연재는 재민이 영은과 만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지영에게 들을 수 있었고 이유는 모르 지만 그 원인이 재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재민 에겐 한번도 그에 대한 질문을 해보진 않았다...
연재는 손가락이 아팠다...하루에 4시간 동안 꼬박 워드를 치다보면 연재의 손가락은 어느세 자신이 자판을 치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만큼 아무느낌이 없어지곤 한다..이젠 조금 익숙해졌지만 가끔식 손가락이 저려 오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재민과의 통화를 끝내고 모처럼 재민과의 약속에 연재는 더욱 손놀림을 빨리 했다...
"야~~~~방에만 틀어 박혀 있다더니 정말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네..."
재민을 보자 연재가 반갑게 말한다...
"아르바이트 끝내고 오는길이야??"
"응...그것도 오늘로 쫑이다..."
"왜??..그만둔거야??"
"응...그래서 말인데...."
연재는 재민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다 재민이 먼저 시킨 오랜지 쥬스를 빼앗듯 입으로 가져가 벌컥 들이킨다..
"야...우리도 이제 여름 휴가 준비해야지..."
"휴가준비??"
"응..다행이도 잘 아는 형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조금 힘들지만 일당이 쎈편이라면서 할 맘 없냐고 묻더라."
"아파트 건설현장이라...그럼 노가다?"
"머 그렇지...우리 이번 기회에 한 한달정도 고생해서 휴가비도 벌고 책값도 벌고 그 러자 ..어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야~그 빼빼마른 사람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걱정말고 넌 나믿고 같이 하는거 야 그냥.."
재민은 들떠있는 연재의 표정이 재미있어 웃음 짓는다..
하긴 아직 재민도 젊은 나이였고 여름하면 벌써부터 머리에서 피서생각이 나곤했다...
결국 재민은 연재와 함께 공사장일을 하기로 결정 하고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원 한 맥주를 찾아 초저녁부터 거리를 나섰다.
시원하게 맥주를 한모금 들이킨후 재민이 연재에게 말했다..
"지영인 어때?? 잘지내??"
"응..그애도 낮엔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빠..아마 지금쯤이면 끝났을걸??...말나온김에 부를까??"
"너 하고싶은 대로 해.."
"짜식..그럼 내가 안부를줄 알았냐??..하하"
연재는 전화를 걸어 기어이 지영을 불렇다..
"참 누나가 요즘 통 너 놀러안온다고 궁금해 하더라.."
아직까지도 이렇게 불쑥 연재의 입에서 연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재민은 깜짝깜 짝 놀라곤 한다..실은 재민도 하루에도 몇번씩 연주를 보고싶어했지만 보면 더 심난해 질까 하는 마음에 연주의 사진으로만 보고픔을 해소해 나가고 있었다..
"응..집에 있다보니 통 나가기가 싫어서..."
"거봐라..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게을러 지는거야..그러지 말고 오늘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자자..간만에..."
재민의 갑작스런 말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할무렵 그들을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 가 들려왔다..순간,재민은 눈이 더 커질 수 없을만큼 커졌다..
지영의 옆에 영은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어?? 이게 누구야...영은이잖아?!"
"연재..그리고 재민이 오랜만이다..."
영은은 연재를 한번 본후 재민을 바라보며 웃음짓는다..
두달 가까이 영은을 안본 동안 영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깨 까지 오는 머리는 짧게 커트를 했고 금색으로 염색을 했다.
몸에 붙는 나시 스타일의 흰색 상의에 조금 펑퍼짐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자 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꼭 연애인 같은데??...어서와...."
재민은 영은을 본 순간부터 꼼짝할 수가 없었다..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 다..
"어머??...흥..나는 눈에도 안보이니??"
지영이 짐짓 삐진듯 눈을 흘기며 연재를 쳐다봤다..
"그럴리가 있나..내가 무슨 배짱으로 우리 공주님을...하하"
지영 또한 새한얀 쫄티와 햇살에 비치면 속이 살짝 보이는 얇은 검정색 정장바지를 입 고 조금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있었다..두 여자가 들어오니 가게 안이 갑자기 환해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난 너 죽은줄 알았다..통 얼굴을 안보여주기에..."
"내가 워낙 바빠서...호호호"
"암튼 정말 반갑다...자자 우리 이럴게 아니라 오랜만에 건배한번 해야지...
연재가 서둘러 잔을 채웠다..재민은 그제서야 잔을 부딪히며 살짝 영은을 쳐다봤다..
그런 재민의 눈속에 들어온 모습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영은의 눈길이었다...
예고 없던 영은의 등장으로 한동안 그들의 술자리는 떠들석했고 그 분위기는 한참을 이어갔다...재민이 영은과 단 둘이 있게된것은 연재가 화장실을 가고 무슨이유인지 지 영도 함께 자리를 피해주듯 나가고난 후였다..
"잘 지냈니??"
"응...너는...??"
"보다시피..잘 지내고 있어..."
"그래..."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갑다..."
"그..그래..나도 반가워..."
형식적인 이야기였지만 재민은 어려웠다...한번 재민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아이였기 에 그 어려움은 더해만갔다..그런 재민의 마음을 느낀것일까?? 영은이 말을 이었다.. "재민아...나..네가 나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던 그날 이후 한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이젠 괜찮아..그리고 널 연인은 아니더라도 좋은 친구로써까지 놓치고 싶지않아...우 리..예전의 기억은 잊고 이젠 친구로써 연락하고 지내자.."
영은이 그렇게 까지 말을 하자 아직도 지난 기억에 사로잡혀있던 재민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리고, 그런 기분을 털어내려는듯 눈을 들어 영은을 바라보며 말했 다..
"그래..그렇게 까지 말해주니 너무 고마워..네 말대로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
생각지도 않게 지금 재민과 영은은 마주앉아 환히 웃음짓고 있었다.. "야~~~우리 화장실 갔다온동안 무슨 일 있었냐??..뭐가 그렇게 좋아서 실실 웃고있냐 ??"
"짜식 없는 자리에선 임금님도 욕한다던데..니 욕좀했다.."
"그래 알아봤다..어쩐지 귀가 간지럽더라니..."
"하하하..호호호...하하하"
시작되는 여름의 한 귀퉁이 그렇게 젊은남녀의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계속됐다 ...
연재는 지금 지영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요즈음 연재는 지영에게 약간은 서운한 감정을 느끼곤했다..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지영은 연재와의 만남도 조금 뜸했고 만나도 계속 같이 있고 싶 어하는 연재를 매번 달래듯 집으로 돌려 보내곤했다...연재는 오늘은 그런 지영과 함 께 밤을 보내고 싶었다.
연재가 지영의 잡고 있는 손에 살짝힘을 준다..그러자 지영이 연재를 쳐다본다...
"지영아..나..오늘 너의집에 가면 안될까??"
"안돼..."
연재는 똑 끊어지는 지영의 대답에 슬슬 화가났다..
"지영아..너 나한테 화나는일 있니??..요즘 왜그래??"
"그런일 없어...연재야...그냥 주인집 눈도 있고...시간도 늦었고 그리고 너 늦으면 분명 누나가 걱정할테고 나 때문인줄 알텐데..."
"그럼 누나한테 전화할게..그리고 집때문이라면 여관도 있잖아."
"약속했잖아..이제 왠만하면 우리 그런곳에 가지 않기로..."
"그래..그랬지...그런데 지영아..나 요즘 너한테 약간 섭섭해..무어라 딱 꼬집어 너한 테 말은 못하겠지만 왠지 네가 예전 보다 조금 멀게 느껴져...네가 일부러 나한테 거 리를 두는것처럼.."
연재의 말에 지영의 마음은 내심 뜨끔했다...
"내가 널 왜 멀리해....그런거 아냐...절대 그렇게 생각하지마.."
지영은 연재에게 미안한 마음에 맞잡은 손에 자신도 힘을 준다..
"다음에..다음에 함께가자..이젠 방학도 했으니 우리 시간많잖아.."
지영의 말에 가만히 지영을 쳐다보던 연재는 웃으며 말한다..
"널 만나면 자꾸 어린애처럼 보채기만 하네..그래..그러자.."
지영도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을 짓는다..
갑작스레 지영이 연재의 입에 입을 맞춘다...
"연재야 그럼 조심해서가..."
지영은 연재의 입에 짧은 흔적을 남기고 그렇게 뛰어서 버스를 탔다...멀어져가는 지 영을 보며 연재는 그렇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미안해..연재야...하지만 아직 자연스럽게 널 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이 너무나 복잡해 ..."
돌아오는 버스에 타고 있는 지영은 또다시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한가지 걱정거리에 사로잡혔다..
연주의 생일날 영모를 보고 난후 지영은 몇일 동안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야했다..행 여나 그를 통해 연주가 모든걸을 알게될까 하는 마음이었다..다행이 그런일은 없었지 만..아니..혹시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 하는건지도 모르지만...그런 상태에서 연재와 그럴순 없었다...또한 연주곁의 그 영모란 사람으로 인해 지금 지영은 자신이 어찌 해 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수많은 후회속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아무에게 말도 못한채 그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한건 지영은 연재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 사랑이 결실을 맺을지..그리고 맺는다 해도 계속 평온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연재가 무얼 원하는지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사람이랑은 어때??"
친구가 되기로 했지만 약간은 어색함속에 거리를 걷던 영은이 재민에게 말했다...
"그사람이라니??"
갑작스런 질문에 재민은 영은이 말하는 "그사람"이 누구를 말하는것이니 알지못해 되 물었다..
"네가..사랑하는 그사람.."
"으응...그냥...그래..."
"그사람도 널 사랑하니??...지영이 말 들어보니 너 아직도 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 는것 같던데..."
재민은 그 사람이 연주라고 말을 할 수없었다..혼자만의 외사랑으로 인해 영은에게 상 처를 주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 사랑까지는 몰라도..자주 만나고 잘지내...."
"그렇구나..."
"영은아..."
"왜??"
"가능하면 이건 너만 알고 있었음 좋겠는데..."
"....그래....."
"고마워..."
"그리고 혼자 그렇게 애태우지말고 필요하다면 나한테라도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털 어놓고 그래...그럼 조금 시원해져..."
영은의 말에 재민은 깜짝놀랐다...이미 재민이 외사랑을 하고 있음을 영은은 느끼고 있는듯했다..
"......."
재민은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지하철 역에 다달았을 즈음 영은이 마지막 말을 남기며 뛰어갔다.
"힘내..누군진 모르지만 분명 널 좋아하게 될거야..아니 사랑하게 될거야....그리고 자주 연락하자.."
영은은 금새 재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영은이 가고 난뒤 재민은 갑자기 연주가 보고싶어졌다..
그동안 참지 못할만큼 그녀 목소리 듣고싶을땐 눌렀던 전화번호를 누른다...그사이에 도 재민의 마음속은 전화를 끊어야 한다..걸어야 한다를 두고 수없이 갈등을 계속했다 ..결국 전화를 끊지 못했고 전화는 한동안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듣고 싶은 목소리는 도통 들려오지 않았다...연주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것 같았다...순간 재민은 서둘러 연주의 집으로 향했다.
연주의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재민은 연주집에 끊임없이 전화를 걸며 그녀가 들어 왔는지를 확인했지만 전화는 계속해서 공신호만 들려왔다...
연주가 사는 아파트 입구 ..자신의 모습을 자동차에 숨기고 재민은 초초하게 연주를 기다렸다...
처음엔 연주가 금방이라도 그길을 지나갈것 처럼 느껴졌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연주는 나타나지 않았다..가끔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며 재민의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연주는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한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재민은 이제껏 사람이 지나갈때마다 긴장했지만 지금 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은 처음이었다..느낌으론 분명.연주였다..
연주가 재민을 향해 걸어오고있었다...그토록 보고싶던 연주가 재민이 있는 쪽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있었다..
재민은 연주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듯 연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어느새 재민의 가슴은 크게 뛰기시작했고 숨소리는 커져만갔다...연주가 재민이 있 는곳을 지나친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민은 연주가 아파트입구로 사라진 뒤에도 한 동안 그자리에서 꼼짝못하고 그녀가 사라진 입구에 눈길을 주었다...얼마동안의 시간 이 지나서야 재민은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렇게 짧은 시 각 그녀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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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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