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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9 1,259회 0건
젊음, 그 열기 속으로 22부
도대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물어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알아왔던 미나라면, 아니 평소의 미나라면 충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짐작도 하지못하던 말들이 미나의 입술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 때마다 나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은하와의 관계?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도 않았지만 미나가 물어보는 사실에 대해서는... 하지만 그렇다고 미나에게 말할수도 없는 일이었다.
"..."
나의 침묵을 미나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그 여자보다 못 해...?"
"뭐...?"
내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나만 생각해봤을뿐, 그 외의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미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무슨... 소리야...?"
"그 여자와 나, 둘 중에 누가 더 낫냐구!"
"그걸 왜 지금 물어보는거지...? 말 돌리지말고 솔직하게 말해."
"..."
은하와 미나의 무엇을 비교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이나 몸매? 미나가 그런걸 물어보는 녀석이었던가?
나를 바라보는 미나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 여자랑은 그랬으면서 왜 나는 안된다는거야? 조금 오래 안아주지도 안잖아!"
"뭐...?"
-자신을 옆에 내려앉게 한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럼...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
미나를 안은 내 몸의 반응을 미나에게 들키고 싶지않아서 그랬던 것인데...
아니, 미나 역시 나의 그런 반응을 알고있었고, 또 당황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는데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거부당했다고 여겨진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는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은하와 비교라니...
"미나야..."
내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미나가 말을 잘랐다.
"오빠한테 난 아직도 어린애야?"
"..."
"왜, 왜 날 밀어내?"
"그게 아니라..."
분명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것이 분명했지만 그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고 그런 여자였더라면, 오해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었지만, 미나는 그런 상대가 아니었다.
미나의 고개가 숙여지고 말았다.
어깨가 조금씩 덜썩이기 시작했고...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손등 위로 떨어져 산산히 부서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
시간상으로는 1,2분이나 지났을까...
숙여졌던 미나의 고개가 다시 들리워졌다. 물기에 젖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나의 눈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눈에서 더이상 나에게 회피할 수 없도록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미나의 입이 열렸다.
"말 돌리지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구 그랬지? 안 그럴테니까 오빠도 솔직하게 말해줘."
"..."
"그 여자랑... 아니! 비교같은걸 할 생각은 없어."
"..."
"난 여자로 안보이는거야?"
"..."
"그냥 동생일뿐이구, 안고싶다는 생각은 없는거야?"
"미나야..."
"나! 이런 말 하게 될줄은 몰랐지만, 지금 안하면 후회할거란 생각이 들어."
"..."
미나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뭘 말하려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미나에게 대답을 안할 수는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미나의 목소리가 폭로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 오늘 오빠를 안고싶어."
"되바라진 계집애라고 생각해도 할 수 없지만, 더이상 나 자신을 속이기는 싫어. 오빠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때부터 쭉 그랬어. 안기고 싶다구."
"오빠가 군대갔을 때, 그렇게 빨리 가버릴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면회가서 오빠 얼굴 보고싶어서 미칠것만 같았지만, 오빠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서 그렇게 할 수 없었어."
"오빠 제대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어."
"해운대에서 다시 만났을 때... 나 어떻게 되는줄 알았어."
"집 앞에서 오빠가 안아줬을 때,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 머리가 핑 도는것 같았어."
"난 그랬는데... 오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것 같았어."
"그래두... 그래!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기다리면,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빠가 날 다르게 볼거라구 생각했어. 그랬는데..."
"더 이상 못기다리겠어!"
"오늘 그 여자 만날 때, 오빠 얼굴 보고서 참을수가 없었어. 오빠는 나한테 한 번도 그런 얼굴 보여준적 없었어. 그런데 그 여자한테는..."
몰아치듯이 말을 내뱉은 미나는 가볍게 헐떡이고 있었다. 자그마한 주먹을 움켜쥐고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미나의 얼굴이 열에 들떠있었다.
그리고 한껏 숨을 들이마신 미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 오빠에게 안기고 싶어!"
"날 안을 마음이 없거든, 그렇다고 확실하게 말해줘!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더이상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께!"
"..."
미나의 마지막 말이 내 귓가를 울리고 있었고, 그 소리때문에 머리속이 뒤죽박죽이 되버렸다. 마치 바로 옆에서 큰 스피커가 울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미나의 두 눈이 나를 당당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송곳같은 그 시선을 받아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미나의 시선을 피한다는 것은, 이렇게까지 말한 미나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말하지...?
-아니! 도대체 나 자신은 미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으아아아아...
눈 앞으로 미나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휙휙 지나갔고, 머리 속에서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나 자신이 싸우고 있었다. 미나를 안고싶어하는 나 자신도 절실했지만, 그냥 놔두고싶은 나 자신도 더없이 절실했다.
...
...
그렇게 나 자신이 답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미나의 시선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눈을 보면서, 이번에도 내 침묵이 미나를 힘들게 할 것이라는 불안이 갑작스럽게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그런거야...?"
이어질 미나의 말이 무엇일지 알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미안해, 오빠..."
-안돼... 말 하지마...
"이제 더이상... 더이상 귀찮게 안할께..."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나... 갈래..."
겨우 들릴락말락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미나가 일어섰다. 미나의 무릎이 흔들리고 있었고, 쥐고있는 미나의 주먹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뭘! 뭘 더 생각하고 있는거야?
-이렇게 미나를 보내버리고나서 어떻하려구 그래?
-붙잡아! 이 멍청아! 미나를 잡으라구!
눈 앞에서 미나의 몸이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느린 흑백필름처럼. 내 심장은 밖으로 튀오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있었고, 내 어깨는 돌처럼 굳어있었다. 입안이 바짝 말랐지만 침을 삼킬 수가 없었다.
이제 완전히 미나의 몸이 돌려졌다.
미나의 등만이 자그맣게 내 눈 속으로 들어왔다.
-으으으윽...
내 몸이 전혀 말을 듣지않았다. 마치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으려고 했다.
손만, 손만 뻗으면 미나를 붙잡을 수 있는데...
미나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내게서 멀어지는 미나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약간 휘청이는 미나의 발소리...
가방을 찾아 드는 소리...
현관에서 신발을 끌어당기는 소리...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 소리...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는 소리!!!
-이이이익!!!
온몸에 남아있던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나를 내리누르는 힘을 튕겨내고서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리고 미나를 향해 움직였다.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억지로 한 발, 한 발 움직여 저만치 보이는 미나의 등을 향해 나아갔다.
가까스로 미나에게 손을 뻗을 곳까지 왔다.
미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내 손이 닿자 흠칫 놀라는 미나를 온 힘을 다해서 끌어안았다. 미나의 자그마한 어깨가 비명을 질렀지만 놓을수는 없었다.
"가지마..."
내 목소리가 끝이 갈라진채로 흘러나왔다.
미나에게 내 말이 들린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지마..."
나에게 붙잡힌 미나의 어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미나의 온몸이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미나에게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팔을 떼어내고 싶다는 듯이 미나가 온몸을 뒤틀어댔다.
미나의 어디에 이만한 힘이 남아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놓칠수가 없었다. 만약, 지금 손을 놓게 된다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에...
그리고 뭔가 말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미나에게 말하고 싶었다.
"널... 안... 고... 싶... 어..."
거칠게 뒤틀리던 미나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다.
마치 그자리에 얼어버린 것처럼...
한동안 미나와 나의 거친 호흡만이 공간을 채울뿐이었다.
그리고...
미나의 입에서 얕으막한 흐느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흐으... 흐으윽..."
미나의 어깨를 돌려세웠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미나를 돌려세우기가 쉽지않았다.
미나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물기 가득한 미나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미나의 가슴이 크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숨을 감당하기 힘겨운듯이 미나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미나의 입술...
"흐읍!"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미나의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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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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