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케치 3부
"나이트가서 만난 앤데 꽤 이뻐"
"풋.."
학교를 마친후 근처 지하철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철한은 태혁을 어디론가 끌고 가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은 태혁과 친해진후 얼마되지 않아 중3때 옆집누나에게 동정을 받쳤다고 떠들어댄 적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왠만한 상판은 이쁘다고 말 안하잖아.근데 그 계집애는 이뻐"
"하하"
"처음 나이트에서 보고 조명빨 화장빨인줄 알았는데 감자탕집에서 다시 보아도 이쁘더라고..근데 계집애가 쉽게 안줄려고 하는게 문제야..."
철한은 그 여자애를 처음 보던날 함께 몸을 섞지 못한것이 아쉬운듯이 입맛을 다졌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닦아야지.."
태혁은 철한을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녀석은 태혁에게만은 다른면들을 보여주었다.
태혁이외에 다른 녀석들에게는 결코 다정스런 성격이 아니었다.
녀석에게 언젠가 그것에 관해 묻자 녀석은 빨개진 얼굴로 "내 카리스마야...그리고 넌 내가 처음으로 인정한 친구고.."라고 말하며 쑥쓰러워하며
대답했었다.
태혁은 지금 철한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내심 내키지 않았지만 녀석의 들뜬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따라나서는 중이었다..술 몇잔 들이키다
조용히 빠져줄 생각이었다.
이윽고 둘의 발길은 한 소주방에서 멈추어졌다..
"다왔다..들어가자.."
들어서기전 태혁은 불현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듯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푸르른 색이었다.
문뜩,이렇게 좋은날 담배연기 가득찬 어두운 굴속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안왔나보네...조금 기다려야겠다."
가게안을 한바퀴 둘러본 철한이 한쪽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년들이 담배피우는 꼴좀봐..정말 가관이다...싸가지 없는년들..."
녀석의 말에 태혁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따지면 녀석이나 태혁도 마찬가지였기에...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얼핏 봐도 고딩으로 보이는 무리 몇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혁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때 철한이 팔을 치며 말했다..
"야! 떴다.."
태혁은 시선을 문쪽으로 가져갔다..
새하얀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여자가 문앞을 들어서고 있었다.
피부도 새하얗기에 목에 감은 붉은색 스카프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미인임을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벌써왔네??"
"으응..."
그녀가 나타나자 녀석답지않게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그모습이 우수워 태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혼자왔어??"
"아니..화장실에...금방 들어올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한 여자가 들어서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여자는 뚫어질듯 태혁을 바라봤다..
태혁도 피하지 않고 여자를 바라본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윤기있는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탈색 브릿지를 넣은듯 새하얀 머리칼이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었다..
웨리가 있는 몸에 붙는 검은색 셔츠에 검은빛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셔츠앞 작은 붉은색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여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태혁이야..노태혁.."
태혁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전 김한나고요...옆에 친구는 최미수라고해요.."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들은 주문을 했다..
술이 몇잔 돌기 전까지 그냥 겉도는 이야기가 흘러지나갔다.
"키가 크신것 같네요.."
간간히 태혁을 뚫어질듯 바라보던 미수가 태혁에게 말을걸었다.
"철한이 만하죠.."
"참고로 내 키는 182야"
옆에서 듣고 있던 철한이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태혁은 내심 조심스러웠다..
녀석에게 듣기론 앞의 여자들은 서울 무슨 전문대학에 다닌다고 들었다.
철한이는 나이트에서 자신이 대학생이라고 속인 후 그녀들을 낚았다고 말했고 태혁에게 비밀을 지켜줄것을 바랬다...
졸지에 녀석과 태혁은 체대를 다니는 대학생 노릇을 해야만했다.
녀석은 아까부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한나를 바라보며 지껄여대고 있었다.
"술..잘마시세요??"
"그럭저럭.."
"대답이 굉장히 간단하네요..아까부터.."
"습관이라서.."
"근데 왜 반말해요??..."
미수는 말을 하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같이 말트지..편하게."
"후훗..엎드려 절 받기네..그래..그러자.."
"태혁씨도 체대 다녀요??"
순간 한나가 태혁에게 물어왔다..
태혁은 잠시 망설여졌다..그리곤 이내 대답했다.
"아니.."
"어머..체대다닌다고 들었는데.."
두여자는 동시에 눈이 동글해져 궁금한듯 철한과 태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야..태혁아.."
녀석은 순식간에 난감해져 썩은 얼굴을 하고 태혁을 바라본다.
"우선 한나 너도 말트자..존대말 불편해.."
"그래.."
"나 실은 고딩이야.."
"뭐??"
여자들은 너무나 놀란듯 벌어진 입을 막지 못한채 태혁과 철한을 바라본다.
"철한이 녀석과 같은반이야..대일고2학년.."
"철한아 정말이야??"
한나가 믿지 못하겠다는듯 철한에게 물었다..
"내가 너때문에 미친다..정말..그래..사실 우리 고딩이야...오래 속일 생각도 없었는데 잘됐지 뭐..속시원하다."
"푸하하하"
"하하하하"
"웃지마 쪽팔려.."
철한의 말에 여자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철한은 난감한 표정이된채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제 어쩐다??"
한나의 말에 태혁은 미수를 바라봤다..
미수도 그런 태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한대로해..있고싶음 있고 갈려면 가고..분명한건..너희들이 지금까지 먹은밥보다 아마 우리가 먹은밥이 더 많을거다..우린 웬만하면 한끼에
두공기씩 비우니.."
"푸하하하"
전혀 예상치 못한 태혁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미수 어떻할래??"
"글쎄...난...난...괜찮아.."
"기집애..그럴줄 알았다.."
잠시 스쳐가는 한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좋아..인정할건 인정하지뭐..대신 이제부터 재미있게 해줘야해.."
"오케이...오케이...휴 간이 조마조마했다.."
철한은 어느새 밝은 웃음을 지으며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저씨..여기 소주한병더요..."
큰 근심거리를 덜어 놓은 철한은 본격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천성적으로 타고난것인지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태혁도 간간히 몇마디씩 농담비슷한 말들을 던졌고 그로인해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갔다..
그들의 테이블에 그들의 인원수 만큼의 소주병이 비워져 놓여있을 때였다.
"우리 춤추러가자.."
갑작스레 한나가 말했다..
"그럴까??.."
철한도 맞장구쳤다..
태혁은 난감했다..태혁은 아직 나이트에 가보질 않았다..그리고 춤은 한번도 쳐보지 않았기에 더욱 난감했다..그러나 그들의 분위기를 자신으로
인해 망치고 싶진 않았다.
"태혁인??"
"그래.가자.."
이윽고,의견을 통일한 그들은 가게를 나서 근처의 한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엄마 카드 빌려왔다..머니는 걱정하지마.."
철한이 녀석이 살며시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녀석의 아버지는 무슨회사 중역이었지만 실세는 녀석의 어머니였다.
녀석의 어머니는 부동산 투기를 해서 제법 많은 돈을 긁어모았고 그로 인해 녀석의 씀씀이는 언제나 컸다..
오늘도 녀석은 엄마 몰래 카드를 슬쩍 했으리라...
그런 생각에 태혁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뭐생각해??"
철한과 한나가 앞에서 걷고 있었고 미수가 어느새 태혁의 옆에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니야..아무것도..."
"혼자산다면서??"
"응"
"밥은??"
"해먹어.."
"직접해??"
"밥통이.."
"후훗..정말 말 짧다.."
미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물어보면 안될것 같아 그쯤에서 그만두었다.
어느새 그들은 나이트 클럽안으로 들어섰다..
업소 안은 이미 그나이 또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십니까??"
온통 하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웨이터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조성모불러.."
"예..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잠시후 조성모란 명찰을 단 한 남자가 그들을 한 자리로 안내했다..
"형님..오랜만에 오셨네요.."
"응..."
녀석은 철한이를 잘 아는듯 웃으며 몇마디를 건넨후 주문을 받고 돌아섰다..
태혁은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인해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디제이 인듯한 남자의 말소리와 시끄러운 음악, 돌아가는 사이키조명 아래로 무대를 가득매운 남녀들이 노래에 맞추려 몸을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문뜩,철한을 바라보았다..녀석은 이 시끄러운 음악사이에서도 한나의 귓속에 무언가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이트 자주와??"
불현듯 미수가 태혁의 귓가에 입을대고 말을했다..
"아니..."
태혁이 멋적게 웃자 그녀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런것 같았어.."
잠시후, 그들의 테이블에 술과 안주가 놓여졌다..
태혁은 그들앞에서 춤이란것을 출려면 조금 취해야 할것만 같았다..
그리곤 이내 양주 한잔을 클라스에 딸아서 단숨에 비웠다..
따끔거리며 식도를 타 넘어가던 술은 이내 뱃속에서 찌릿한 느낌을 주며 점차 따뜻함을 전했다..
"무슨술을 그렇게 서둘러 마셔??"
미수가 놀란듯 말을 건넨다..
"긴장되서.."
"푸하하핫"
"왜??"
"너알아??"
"뭘??"
"너 굉장히 웃긴다는거.."
태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홀엔 몇몇쌍이 부둥켜안고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번타임에 나가자.."
한나가 태혁과 미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술을 더 마셔야 할것만 같았다.
태혁이 다시 클라스에 양주를 딸아 마시려는 찰나 미수가 그의 손을 잡았다.
"긴장하지마..그냥..음악들으면서 가볍게 흔들면돼...별거 아니야.."
태혁의 마음을 아는지 미수가 웃으며 말했다.
태혁은 그런 그녀의 손이 따뜻하다는것을 느꼈다..
그로인해 긴장되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음악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시피커를 때려 부수기라도 할 듯 홀안을 진동시켰고 디제이의 목소리도 높아져만 갔다..
다시금 자리에 있던 남녀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속에 태혁일행도 속해있었다..
빠른 비트의 음악들이 귓속을 파고들었고 어느새 그들은 음악에 취해가기 시작했다.
태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생긴것 만큼이나 다양하게 자신의 춤들을 추고있었다.
어떤이에겐 홀이 너무 좁게만 느껴지는듯 옆에 사람과 부딪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속에 미수가 있었다.
조명때문에 더더욱 미수의 몸놀림이 아름다워보였다.
가볍게 흔들고 있는것 같은데도 태혁의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태혁을 바라보며 웃음지며 두손을 머리 위로 올린채 흔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태혁의 눈속에 짧은순간 각인되어버린듯 했다.
철한은 한나곁에 붙어서 덩치에 안어울리게 작은 율동들을 만들어내느라 애쓰는 중이었다..한나 또한 작은 동작속에서 귀엽게 자신을
표출해내고 있었다.
어정쩡히 그모습을 바라보는 태혁의 손을 미수가 이끌었다..
미수는 태혁이 더이상 구경꾼이 되지않게 태혁을 도왔다..
음악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수록 태혁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끼며 아무것도 생각지 않은채 음악에 몸을 맏기기 시작했다..
음악이 삶에 공기와 같이 꼭 필요하단 생각을 가끔하긴 했었지만 음악속에 춤을 춘다는것에 이렇듯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것은 생각지
못했었다..
지금 태혁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갈수록 태혁의 얼굴엔 웃음이 감돌았고..무엇보다 많은사람중에 자신의 존재를 표출해낼수 있는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할수 있다면 마음속 찌꺼기까지 모두 내뱉고 싶었다..
어느새 많은 눈들을 의식하던 그의 눈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을 바라보는 미수만이 보일뿐이었다..음악이 멈추지 않았다면 태혁은 오랜시간을
그렇게 음악속에 취해있어야 했을것이다...
한 차례 뜨거운 해일이 지나갔다고 느껴졌을때 음악은 부드러움으로 변해있었고 철한은 한나와 함께 스테이지에서 몸을 합친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던 태혁이 몸을 돌릴 무렵 자신의 손을 잡는 따뜻함을 느껴야만 했다..
"같이 추지 않을래??"
어느새 불어진 볼 사이 수줍은 웃음을 보이며 미수가 말했다.
"난..난.."
태혁이 망설이는 사이 미수는 태혁을 이끌고 스테이지로 들어섰다..
잠시전 사이키 조명아래 누구보다 아름답던 미수가 태혁에게 안겨온다.
미수의 몸이 태혁의 몸안으로 숨을듯 안겨 들어왔다..
태혁은 잠시 손을 둘 곳을 찾다 그녀의 허리에 가볍게 얹었다.
태혁이 철한을 쳐다보았을때..녀석이 엄지손가락을 들며 웃고있었다.
"나도 처음이야.."
"뭐가??"
"남자랑 브루스 추는거.."
"...."
"왜 내가 네손을 잡고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나도 모르겠어..다만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그렇게 하라고 소리쳤고 난 네 손을 잡았어.."
"....."
"아까 마음을 진정시키려 술잔을 비우던 네모습에서 문뜩 귀엽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지금 네 가슴은 어느것 보다도 든든하게만 느껴져..."
태혁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머릿칼에 얼굴을 가져갔다..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태혁아.."
"응"
"나..너랑 사귀고싶어.."
미수의 말을 듣는 순간 태혁의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미수도 그의 품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태혁은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안에만 맴돌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다만 미수의 가는 허리를 감고 있는손에 약간의
힘을 더하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그러자..미수또한 어깨에 감겨 있던 손을 위로 올려 그의 목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또다시 음악속엔 그 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이트가서 만난 앤데 꽤 이뻐"
"풋.."
학교를 마친후 근처 지하철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철한은 태혁을 어디론가 끌고 가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은 태혁과 친해진후 얼마되지 않아 중3때 옆집누나에게 동정을 받쳤다고 떠들어댄 적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왠만한 상판은 이쁘다고 말 안하잖아.근데 그 계집애는 이뻐"
"하하"
"처음 나이트에서 보고 조명빨 화장빨인줄 알았는데 감자탕집에서 다시 보아도 이쁘더라고..근데 계집애가 쉽게 안줄려고 하는게 문제야..."
철한은 그 여자애를 처음 보던날 함께 몸을 섞지 못한것이 아쉬운듯이 입맛을 다졌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닦아야지.."
태혁은 철한을 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녀석은 태혁에게만은 다른면들을 보여주었다.
태혁이외에 다른 녀석들에게는 결코 다정스런 성격이 아니었다.
녀석에게 언젠가 그것에 관해 묻자 녀석은 빨개진 얼굴로 "내 카리스마야...그리고 넌 내가 처음으로 인정한 친구고.."라고 말하며 쑥쓰러워하며
대답했었다.
태혁은 지금 철한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내심 내키지 않았지만 녀석의 들뜬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따라나서는 중이었다..술 몇잔 들이키다
조용히 빠져줄 생각이었다.
이윽고 둘의 발길은 한 소주방에서 멈추어졌다..
"다왔다..들어가자.."
들어서기전 태혁은 불현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듯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푸르른 색이었다.
문뜩,이렇게 좋은날 담배연기 가득찬 어두운 굴속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직 안왔나보네...조금 기다려야겠다."
가게안을 한바퀴 둘러본 철한이 한쪽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년들이 담배피우는 꼴좀봐..정말 가관이다...싸가지 없는년들..."
녀석의 말에 태혁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따지면 녀석이나 태혁도 마찬가지였기에...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얼핏 봐도 고딩으로 보이는 무리 몇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혁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때 철한이 팔을 치며 말했다..
"야! 떴다.."
태혁은 시선을 문쪽으로 가져갔다..
새하얀 청바지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여자가 문앞을 들어서고 있었다.
피부도 새하얗기에 목에 감은 붉은색 스카프가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미인임을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벌써왔네??"
"으응..."
그녀가 나타나자 녀석답지않게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그모습이 우수워 태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혼자왔어??"
"아니..화장실에...금방 들어올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한 여자가 들어서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여자는 뚫어질듯 태혁을 바라봤다..
태혁도 피하지 않고 여자를 바라본다.
어깨를 흘러내리는 윤기있는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탈색 브릿지를 넣은듯 새하얀 머리칼이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었다..
웨리가 있는 몸에 붙는 검은색 셔츠에 검은빛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셔츠앞 작은 붉은색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여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태혁이야..노태혁.."
태혁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전 김한나고요...옆에 친구는 최미수라고해요.."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들은 주문을 했다..
술이 몇잔 돌기 전까지 그냥 겉도는 이야기가 흘러지나갔다.
"키가 크신것 같네요.."
간간히 태혁을 뚫어질듯 바라보던 미수가 태혁에게 말을걸었다.
"철한이 만하죠.."
"참고로 내 키는 182야"
옆에서 듣고 있던 철한이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태혁은 내심 조심스러웠다..
녀석에게 듣기론 앞의 여자들은 서울 무슨 전문대학에 다닌다고 들었다.
철한이는 나이트에서 자신이 대학생이라고 속인 후 그녀들을 낚았다고 말했고 태혁에게 비밀을 지켜줄것을 바랬다...
졸지에 녀석과 태혁은 체대를 다니는 대학생 노릇을 해야만했다.
녀석은 아까부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한나를 바라보며 지껄여대고 있었다.
"술..잘마시세요??"
"그럭저럭.."
"대답이 굉장히 간단하네요..아까부터.."
"습관이라서.."
"근데 왜 반말해요??..."
미수는 말을 하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같이 말트지..편하게."
"후훗..엎드려 절 받기네..그래..그러자.."
"태혁씨도 체대 다녀요??"
순간 한나가 태혁에게 물어왔다..
태혁은 잠시 망설여졌다..그리곤 이내 대답했다.
"아니.."
"어머..체대다닌다고 들었는데.."
두여자는 동시에 눈이 동글해져 궁금한듯 철한과 태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야..태혁아.."
녀석은 순식간에 난감해져 썩은 얼굴을 하고 태혁을 바라본다.
"우선 한나 너도 말트자..존대말 불편해.."
"그래.."
"나 실은 고딩이야.."
"뭐??"
여자들은 너무나 놀란듯 벌어진 입을 막지 못한채 태혁과 철한을 바라본다.
"철한이 녀석과 같은반이야..대일고2학년.."
"철한아 정말이야??"
한나가 믿지 못하겠다는듯 철한에게 물었다..
"내가 너때문에 미친다..정말..그래..사실 우리 고딩이야...오래 속일 생각도 없었는데 잘됐지 뭐..속시원하다."
"푸하하하"
"하하하하"
"웃지마 쪽팔려.."
철한의 말에 여자들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철한은 난감한 표정이된채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제 어쩐다??"
한나의 말에 태혁은 미수를 바라봤다..
미수도 그런 태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편한대로해..있고싶음 있고 갈려면 가고..분명한건..너희들이 지금까지 먹은밥보다 아마 우리가 먹은밥이 더 많을거다..우린 웬만하면 한끼에
두공기씩 비우니.."
"푸하하하"
전혀 예상치 못한 태혁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
"미수 어떻할래??"
"글쎄...난...난...괜찮아.."
"기집애..그럴줄 알았다.."
잠시 스쳐가는 한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좋아..인정할건 인정하지뭐..대신 이제부터 재미있게 해줘야해.."
"오케이...오케이...휴 간이 조마조마했다.."
철한은 어느새 밝은 웃음을 지으며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저씨..여기 소주한병더요..."
큰 근심거리를 덜어 놓은 철한은 본격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천성적으로 타고난것인지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태혁도 간간히 몇마디씩 농담비슷한 말들을 던졌고 그로인해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갔다..
그들의 테이블에 그들의 인원수 만큼의 소주병이 비워져 놓여있을 때였다.
"우리 춤추러가자.."
갑작스레 한나가 말했다..
"그럴까??.."
철한도 맞장구쳤다..
태혁은 난감했다..태혁은 아직 나이트에 가보질 않았다..그리고 춤은 한번도 쳐보지 않았기에 더욱 난감했다..그러나 그들의 분위기를 자신으로
인해 망치고 싶진 않았다.
"태혁인??"
"그래.가자.."
이윽고,의견을 통일한 그들은 가게를 나서 근처의 한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엄마 카드 빌려왔다..머니는 걱정하지마.."
철한이 녀석이 살며시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녀석의 아버지는 무슨회사 중역이었지만 실세는 녀석의 어머니였다.
녀석의 어머니는 부동산 투기를 해서 제법 많은 돈을 긁어모았고 그로 인해 녀석의 씀씀이는 언제나 컸다..
오늘도 녀석은 엄마 몰래 카드를 슬쩍 했으리라...
그런 생각에 태혁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뭐생각해??"
철한과 한나가 앞에서 걷고 있었고 미수가 어느새 태혁의 옆에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니야..아무것도..."
"혼자산다면서??"
"응"
"밥은??"
"해먹어.."
"직접해??"
"밥통이.."
"후훗..정말 말 짧다.."
미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물어보면 안될것 같아 그쯤에서 그만두었다.
어느새 그들은 나이트 클럽안으로 들어섰다..
업소 안은 이미 그나이 또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십니까??"
온통 하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웨이터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조성모불러.."
"예..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잠시후 조성모란 명찰을 단 한 남자가 그들을 한 자리로 안내했다..
"형님..오랜만에 오셨네요.."
"응..."
녀석은 철한이를 잘 아는듯 웃으며 몇마디를 건넨후 주문을 받고 돌아섰다..
태혁은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인해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디제이 인듯한 남자의 말소리와 시끄러운 음악, 돌아가는 사이키조명 아래로 무대를 가득매운 남녀들이 노래에 맞추려 몸을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문뜩,철한을 바라보았다..녀석은 이 시끄러운 음악사이에서도 한나의 귓속에 무언가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나이트 자주와??"
불현듯 미수가 태혁의 귓가에 입을대고 말을했다..
"아니..."
태혁이 멋적게 웃자 그녀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런것 같았어.."
잠시후, 그들의 테이블에 술과 안주가 놓여졌다..
태혁은 그들앞에서 춤이란것을 출려면 조금 취해야 할것만 같았다..
그리곤 이내 양주 한잔을 클라스에 딸아서 단숨에 비웠다..
따끔거리며 식도를 타 넘어가던 술은 이내 뱃속에서 찌릿한 느낌을 주며 점차 따뜻함을 전했다..
"무슨술을 그렇게 서둘러 마셔??"
미수가 놀란듯 말을 건넨다..
"긴장되서.."
"푸하하핫"
"왜??"
"너알아??"
"뭘??"
"너 굉장히 웃긴다는거.."
태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홀엔 몇몇쌍이 부둥켜안고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번타임에 나가자.."
한나가 태혁과 미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술을 더 마셔야 할것만 같았다.
태혁이 다시 클라스에 양주를 딸아 마시려는 찰나 미수가 그의 손을 잡았다.
"긴장하지마..그냥..음악들으면서 가볍게 흔들면돼...별거 아니야.."
태혁의 마음을 아는지 미수가 웃으며 말했다.
태혁은 그런 그녀의 손이 따뜻하다는것을 느꼈다..
그로인해 긴장되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음악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시피커를 때려 부수기라도 할 듯 홀안을 진동시켰고 디제이의 목소리도 높아져만 갔다..
다시금 자리에 있던 남녀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속에 태혁일행도 속해있었다..
빠른 비트의 음악들이 귓속을 파고들었고 어느새 그들은 음악에 취해가기 시작했다.
태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생긴것 만큼이나 다양하게 자신의 춤들을 추고있었다.
어떤이에겐 홀이 너무 좁게만 느껴지는듯 옆에 사람과 부딪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속에 미수가 있었다.
조명때문에 더더욱 미수의 몸놀림이 아름다워보였다.
가볍게 흔들고 있는것 같은데도 태혁의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태혁을 바라보며 웃음지며 두손을 머리 위로 올린채 흔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태혁의 눈속에 짧은순간 각인되어버린듯 했다.
철한은 한나곁에 붙어서 덩치에 안어울리게 작은 율동들을 만들어내느라 애쓰는 중이었다..한나 또한 작은 동작속에서 귀엽게 자신을
표출해내고 있었다.
어정쩡히 그모습을 바라보는 태혁의 손을 미수가 이끌었다..
미수는 태혁이 더이상 구경꾼이 되지않게 태혁을 도왔다..
음악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수록 태혁 또한 그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끼며 아무것도 생각지 않은채 음악에 몸을 맏기기 시작했다..
음악이 삶에 공기와 같이 꼭 필요하단 생각을 가끔하긴 했었지만 음악속에 춤을 춘다는것에 이렇듯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것은 생각지
못했었다..
지금 태혁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갈수록 태혁의 얼굴엔 웃음이 감돌았고..무엇보다 많은사람중에 자신의 존재를 표출해낼수 있는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할수 있다면 마음속 찌꺼기까지 모두 내뱉고 싶었다..
어느새 많은 눈들을 의식하던 그의 눈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을 바라보는 미수만이 보일뿐이었다..음악이 멈추지 않았다면 태혁은 오랜시간을
그렇게 음악속에 취해있어야 했을것이다...
한 차례 뜨거운 해일이 지나갔다고 느껴졌을때 음악은 부드러움으로 변해있었고 철한은 한나와 함께 스테이지에서 몸을 합친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던 태혁이 몸을 돌릴 무렵 자신의 손을 잡는 따뜻함을 느껴야만 했다..
"같이 추지 않을래??"
어느새 불어진 볼 사이 수줍은 웃음을 보이며 미수가 말했다.
"난..난.."
태혁이 망설이는 사이 미수는 태혁을 이끌고 스테이지로 들어섰다..
잠시전 사이키 조명아래 누구보다 아름답던 미수가 태혁에게 안겨온다.
미수의 몸이 태혁의 몸안으로 숨을듯 안겨 들어왔다..
태혁은 잠시 손을 둘 곳을 찾다 그녀의 허리에 가볍게 얹었다.
태혁이 철한을 쳐다보았을때..녀석이 엄지손가락을 들며 웃고있었다.
"나도 처음이야.."
"뭐가??"
"남자랑 브루스 추는거.."
"...."
"왜 내가 네손을 잡고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나도 모르겠어..다만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그렇게 하라고 소리쳤고 난 네 손을 잡았어.."
"....."
"아까 마음을 진정시키려 술잔을 비우던 네모습에서 문뜩 귀엽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지금 네 가슴은 어느것 보다도 든든하게만 느껴져..."
태혁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머릿칼에 얼굴을 가져갔다..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태혁아.."
"응"
"나..너랑 사귀고싶어.."
미수의 말을 듣는 순간 태혁의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미수도 그의 품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태혁은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안에만 맴돌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다만 미수의 가는 허리를 감고 있는손에 약간의
힘을 더하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그러자..미수또한 어깨에 감겨 있던 손을 위로 올려 그의 목을 힘주어 끌어안았다.
또다시 음악속엔 그 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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