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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12 1,540회 0건
SF] 혹성상인 47. --- 파리스의 사과
47.

멀리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뭔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풍경. 차츰 가까이 다가가자 한스는 붉은 빛 바다에 탄성을 질렀다. 다른 곳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르게 은은한 붉은색이 감도는 바다. 마치 저녁놀에 물든 것 같은 바다를 보며 한스가 탄성을 지르고 있을 때 미셀의 차는 언덕을 끼고 올라 언덕 위에 세워진 흰색 건물로 향했다.

“바다가 왜 저렇게 붉지?”
고급 레스토랑의 창가에 앉은 한스가 창 밖을 내다보며 미셀에게 물었다.
“… 여자들만 사는 별이라서 맨스가 너무 많이 흘러 저렇대요.”
“뭐, 뭐라고?”
“후훗, 농담이에요. 이곳 기후가 추워서 바다에 살얼음이 끼지요. 블루센?이 가스거성을 향할 때 그 별의 붉은 기운이 얼음에 비춰서 붉게 보이는 거에요.”
“그래? 그런데 이 별의 이름은 왜 블루센?이야???br> “그건, 공기 중에 약간 구리 성분이 녹아있어 우주 밖에서는 그렇게 보인대요.”
“하긴, 내가 올 때도…”

무지막지하게 큰 게 같은 갑각류로 만든 음식이 나오자 셋은 시장하던 차에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게를 다 먹어 갈 때쯤 저쪽 테이블에서 이쪽을 힐끔거리던 여자들 중에 한 여자가 한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하이”

“하이’
한스는 대답을 하면서도 사쿠라 클럽에서 당했던 악몽이 생각나 경계의 빛을 띠고 몸을 움츠렸다.
“반가워요. 사쿠라 클럽에 오셨던 손님이죠? 거기서 무례한 일을 당하신 것 같군요. 염려 마세요. 저희는 그렇게 무례하지 않아요.”
“… 용건이 뭐요?”
“급하기도 하셔라. 겁먹지 마세요. 폐를 끼치지는 않을께요. 잠깐 앉아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한스는 미셀을 보았다. 미셀의 눈이 긍정의 뜻을 보였다. 한스가 그 여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비어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소?”
“정말 못 말리겠네. 급하기는… 저는 센? 검찰청의 브룩 레인이에요. 검사지요. 하지만 놀라지는 마세요. 공무 수행중이 아니니까. 저쪽에 있는 여자들은 제 제일 친한 친구들이죠.”
한스는 브룩을 보고 다시 저쪽 테이블에 있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이전 같으면 한스가 여자들을 볼 때는 언제나 음탕한 관점에서 보았다. 그러니까 여자들의 얼굴과 몸매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가를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쿠라 클럽에서 당하고 난 직후라 오히려 두려운 빛으로 그녀들이 공격성을 띠고있는가를 먼저 살피게 되었다.

다행히 그녀들의 얼굴에 그런 기미가 없는 것을 보자 한스는 안심을 하고 엉덩이를 들었다 놓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래서요?”
“이렇게 말하면 자화자찬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저희 셋은 모두 이곳 센?의 최고 엘리트들이에요.”
“…”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트윈 제일의 명문 푸동대학교에서 각 단과대학을 수석 졸업했지요. 저는 그후 변호사 시험에도 수석 합격했고 쯔이는 생명공학연구원의 수석 연구원이고 사마지아는 펜동 투자은행의 헤드 트레이더에요.”

뭔지 몰라도 또 골치 아프게 생겼군. 한스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여자에 대해 한번도 좋은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대개 (한스의 경험으로는) 못생기고 콧대 높고, 저만 잘난 줄 아는 매력 없는 여자들이었던 것이다.

“어머, 대단한 분들이시네요.”
눈치 없는 나타샤가 그녀가 늘어놓는 화려한 경력에 놀라 감탄을 하고 나섰다. 브룩은 나타샤의 뺨에 칠해져 있는 붉은색 페인트를 힐끗 보고는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뭘요. 별 거 아니에요. 짐작하시겠지만 우리는 모두 잘난 맛에 살아왔어요. 모두 유명한 가문 출신이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인정 받기를 원하지 않았어요. 가문이 아니라 나의 실력을 보고 판단을 해달라, 이것이 저희가 원하는 거에요.”
“난 그렇게 훌륭한 분들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학식이나 인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오.”
배알이 꼴린 한스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웃기는 년들이로구만. 그래봐야 서버 주제에 회사 회장의 아들이고 이사회 자문위원이며 나사미야 행성의 영웅인 한스의 앞에서 잘난 체를 하다니. 원래 공부 잘하는 년들은 밥맛이라니까.

“그러실 거에요. 아무리 회사의 직원이라지만 우리의 머리나 학문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얼씨구나 잘나간다. 점입가경이로다. 네 년들은 내 여동생이 누군지 알면 기절초풍을 하고 나가 자빠질 거다. 너희가 아무리 잘난 가문에서 태어나고 아무리 좋은 보직을 가지고 있어봐야 어떻게 트윈의 지배자와 비교를 하랴.

“하지만 당신이 판단해 줄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 문에…”
“난 여자들 값 매기는 것 밖에 못해요. 나는 회사의 트레이더니까.”
심통이 난 한스가 빈정대는 투로 짓궂은 말을 던졌다. 그런데 브룩은 바로 그 말을 받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거에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거에요.”
“나보고 값을…”
“값은 아니지만 똑 같은 거에요.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성적을 가지고 엄청나게 경쟁했어요. 엎치락 뒤치락하며 EPA 1, 2, 3등을 다투었죠. 그런데 대학에 가고부터 그걸로 다투기는 어려웠어요.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니까. 하지만 아이큐는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니까 객관적인 잣대가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건 당신이 평가해주지 않아도 되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자기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뻐? 한스는 코웃음을 치며 브룩을 다시 보았다. 한스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바뀌자 브룩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브룩을 보던 한스는 문득 놀랐다.

브룩은 예뻤다. 한스가 사쿠라 클럽의 악몽 때문에 처음부터 경계심을 가지고 그녀를 대했고 그녀가 바로 공부 운운하자 선입견을 가지고 보았던 것이다. 관점을 바꿔서 아니 한스의 본래 관점으로 돌아와 그녀를 보자 그녀가 매혹적이고 우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마칼레나의 미모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편이지만.

“우리는 그걸로 엄청나게 다투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 보았죠. 그런데 옛책에 나와있기를 여자의 미모는 여자가 판단할 수 없다, 여자의 진정한 미모는 남자가 판단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그래서 나에게…”
“그래요. 초면에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남자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특실을 따로 잡아 놓았어요. 그곳에 가서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예쁜지 판단해 주세요.”
“내게 파리스의 사과를?”
“그렇지요.”
“근데 신화 속의 파리스 왕자는 제일 예쁜 여신에게 사과를 주었다가 다른 여신들의 미움을 받아 파멸하고 말았소. 나도 그러다가 이곳 검찰청에 끌려가는 것 아니오?”
“제가 약속할께요. 절대 보복은 없을 거에요.”

그래, 네 년들이 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여기는 트윈이고 내 여동생 리에가 이곳의 지배자다. 설사 네년들이 해꼬지하려 한다고 해도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한스는 브룩의 제의를 승낙하고 고개를 돌려 저쪽 테이블의 두 여자를 보았다. 다시 보니 그녀들도 예쁜 편에 속했다. 한스는 브룩을 따라 일어서 그녀를 따라 갔다. 일어나 브룩의 뒤를 따르려니 그녀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 풍만한 엉덩이가 암내를 물씬 풍기며 코끝에 확 다가왔다.

방금 전에 한스는 티파니의 깊은 곳에서 16명의 서버들 중에 제일 예쁜 서버를 고르는 심사위원 노릇을 했다. 불과 한시간도 안되어 또다시 이번에는 센? 제일의 재원들의 미모를 심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한스는 입가에서 실소가 흘렀다. 여기에서는… 여기에서는 계속 심사위원 노릇만 하게 되는구나.

“파리스는 심사를 해준 상으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얻었는데 당신들을 판정하면 나는 무슨 대가를 얻소?”
“어떤 것을 원하세요?”
“…글쎄…”
“뭐든지 말해 봐요.”
“음… 음, 당신들 엉덩이를 때려보고 싶소.”
“어머, … 당신… 알고 보니 변태군요?”
“싫으면 그만 두지 뭐.”

브룩은 다른 여자들과 잠시 속삭이더니 한스에게 왔다.
“조건이 있어요.”
“뭔데?”
“… 살살 해야 돼요. 그리고…”
“그리고?”
“절대 이 일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면 안돼요.”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

넓은 특실 한쪽에 푹신한 의자들과 테이블이 있었고 한쪽은 넓게 비어 있었다. 잘 갖추어진 의자들과 테이블을 보자 한스는 이런 곳에서 포커나 한판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는 테이블 위에서 여자들과 마주보고 앉았다.

브룩, 쯔이, 사마지아, 왼쪽부터 세 여자가 고상한 폼을 잡고 앉았다.
“잘 보세요. 누가 제일 예쁜지.”
한스는 세 여자를 쳐다보았다. 브룩의 깊고 푸른 눈 속을 들여다 보다 그녀도 자신의 눈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한스는 갑자기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쯔이를 보았다. 희고 긴 목,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흘러 내려가는 목덜미. 눈 내린 고속도로의 순결함을 연상시키는 그녀 목덜미의 흰 피부는 갑자기 한스의 자지가 벌떡 서게 하였다.

한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마지아를 보았다. 반듯하고 오똑한 콧날, 부드러우면서도 단정한 인중, 그리고 우아하게 솟아있는 붉은 입술. 미간에서 코, 인중, 입술을 거쳐 턱과 목으로 이어지는 거의 완벽한 곡선. 자세히 보니 사마지아도 반듯한 미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한스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그녀들의 눈 속을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것만 빼고는 그녀들의 얼굴과 두 가슴의 융기 사이로 보이는 가슴 골짜기의 초입부까지 자세히 보고 난 한스가 낮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얼굴은…”
“잠깐 만요. 얼굴은 누가 제일 예쁘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누가 전체적으로 제일 예쁜 지를 말해 주세요. 우리가 일어나 있을께요.”

세 여자가 이제 일어나 빈 공간으로 나아가 모델처럼 포즈를 취했다. 가만히 서있다가 천천히 걸어 움직이다가… 한스의 머리에 ‘코스츔1’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옆에 있던 나타샤는 그녀들을 보고 자신이 수백 번도 더 연습한 그 모습을 자랑해 보이고 싶어했다. 한스가 별다른 감흥없이 그녀들을 보고 있자 여자들이 다시 테이블로 다가와 한스를 쳐다보았다. 이제 답을 달라는 듯이.

“그림 본 적 있나요? 파리스가 세 여신 중에 제일 예쁜 여신을 고르던…”
“… 옛날 지구에서 그려진 그림 말인가요?”
“그래요.”
“네, 어디선가 본듯해요.”
“그 그림을 다시 생각해봐요.”
“무슨 뜻이죠?”
“세 여신이 어떤 상태로 있었죠?”
“… 옷을 벗으라는 말인가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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