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혹성상인 9. --- 돌리보나
9.
미샤는 네 발로 기어 한스에게로 다가왔다. 미샤의 그 예쁜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한스의 생각과 달리 미샤의 얼굴은 의외에도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샤가 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한스가 앉은 소파의 옆에 와 서자 한스는 미샤의 엉덩이를 보았다.
뜻밖에도 형편없이 이겨졌던 채찍질의 흔적은 간데 없고 매끈한 피부가 노출되어 있었다. 한스가 미샤의 눈을 보자 미샤는 부끄러운 빛을 띠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미샤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정말 놀랍게도 상처의 흔적이 하나도 없이 매끄럽고 탄탄하기 그지 없었다.
한스가 엉덩이를 더듬고 있는데 미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
은혜? 내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한스는 미샤와 링링 간에 무슨 협상이 있었음을 느꼈다. 미샤에게 물어보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중학교 미술선생이던 여자가 지금은 발가벗고 개처럼 엎드려 그게 고맙다고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한다. 회사와 링링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다음날 아침 링링은 이제 카오린을 떠나자고 했다. 한스는 줄을 잡고 일어섰다. 미샤는 그 줄에 목이 걸린 채 기어서 그들을 따랐다. 모함은 이미 없었고 그들은 카오린의 여객터미널에서 순양함으로 갈아타고 마리브로 향했다. 항해 도중 미샤는 계속 한스의 옆에 엎드려 있었다. 한스는 처음에는 꺼림찍했는데 이제는 미샤가 이러고 있는 게 괜찮았다. 제3검정원에서 본 그 서버도 이렇게 만들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브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없어요.”
링링은 마리브에 가면 역사관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시스의 역사는 마리브가 좌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브는 카오린에 비해 치안이 불안한 곳이므로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전면 직접관리 제13기지 마리브. 마리브는 멀리서 볼 때 오렌지 색으로 빛나는 매혹적인 행성이었다. 거주 서버 13억. 이시스 지역에서는 중간 정도 크기의 행성.
미리 연락이 된 탓인지 마리브에서는 카오린에서 있었던 고위인사 영접 같은 소란은 없었다. 다만 전용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을 뿐.
마리브 역사관에 도착한 한스는 역사관 정면을 덮고 있는 거대한 조성물에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철사를 이어 만든 길이 400미터 가량의 조각. 그 조각은 수 많은 여자들이 지옥의 단말마 같은 모습으로 엉켜있는 것이었다. 소재가 주는 질감과 검은 색이 주는 느낌, 그리고 당장 이라도 지옥의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과장되지만 생생한 고통의 모습.
어쩐지 그 건물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건물도 창문 하나없는 콘크리트의 육중한 건물. 한스는 흡사 도살장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끔 안내 서버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내방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대의 유물들이 음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대체로 도자기, 회화, 조각 같은 미술품들이지만 어쩐지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한산하고 어두운 건물에서 이런 유물들을 구경하자 한스는 슬슬 두려움이 더해져갔다.
어떤 장소에 이르자 링링이 한스에게 주목하라고 알려줬다.
그걸 쳐다본 한스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해골이었다. 머리만 남아있는 해골. 아주 기이하고 음산한 느낌의 해골의 옆에는 ‘돌리보나’라고 쓰여 있었다.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옆 스크린에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3,000년전 이시스 성단에 사람이 이주를 시작했다. 이시스는 은하에서 변방이었지만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이 많아 이곳 거주는 빨리 진전되었고 인구는 급속히 증가했다. 그런데 약 1,000년 전 재앙이 이시스를 덮쳤다. 이 부근의 커다란 우주환경 격변으로 말미암아 이시스는 중력장에 휩싸여 외부 은하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이 무렵 500여개의 이시스 내 행성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고립된 이시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문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시스의 진짜 불행은 그로부터 300년 후에 찾아왔다. 돌리보나. 이 여자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다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천재였다. 돌리보나는 14살 때 마리브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7살 때 마리브 국립연구원의 생명공학연구책임자가 되었다. 그녀가 20살이 되었을 때 이미 그녀는 이시스 전역에서 최고의 저명인사가 되었다. 엄청난 부와 명예가 그녀를 따랐다.
그런데 그녀는 유일한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남자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후 세 남자를 차례로 사귀었는데 그들은 모두 돌리보나의 돈을 가로채고 명성을 이용해 먹고 그리고 돌리보나를 버렸다. 그런 그들은 한결같이 그때 번 돈으로 수많은 여자를 농락하는 데 인생을 보냈다.
세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돌리보나는 마침내 남자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오뉴월에 서리가 내렸다. 돌리보나는 흉악하기 짝이없는 남자라는 동물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기로 결심을 했다. 그녀가 만든 활동성RNA ‘디스트로이와이’는 이시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디스트로이와이는 모든 사람에게 감염되었다.
디스트로이와이에 감염된 사람은 아들을 낳을 수 없었다. 1년이 못되어 이시스 전역에서 상황이 명확해졌다. 모든 행성에서 여자만 태어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 행성의 정부는 인공수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후 1년 동안 단 한명의 사내아이도 탄생시키지 못했다. 성공을 확신한 돌리보나는 전 이시스 언론에 자신이 한 일을 알렸다.
마리브 정부는 돌리보나를 연행했고 재판에 회부했다. 당시 마리브의 지도자 덩찌안은 돌리보나에게 사형을 선고한 후 목숨을 담보로 디스트로이와이의 퇴치방법 개발을 돌리보나와 협상하려 했다. 그런데 재판장으로 끌려가던 돌리보나는 분노한 군중의 난동에 납치되어 몰매를 맞아 죽었다. 그로서 이시스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겼다.
돌리보나를 조사한 마리브 정부는 그녀가 몰래 만들어 놓았던 비책을 하나 찾았다. 그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시스의 멸망은 막을 수 있었다. 그건 인간의 체세포와 난소를 결합시켜 수정란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시스의 인류는 대를 이어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결코 남자를 만들지는 못했다.
여기까지 읽어간 한스는 링링과 미샤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링링은 마저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 이후 여자만 남은 이시스의 문명은 더욱 퇴보를 거듭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자 다시 사회는 상황에 적응을 시작했고 문명은 느리지만 다시 진보의 길에 나섰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이시스 사람들의 신체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갑자기 평균신장이 크게 커졌다. 그러면서 소위 여성적 성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인들의 키가 평균 180이 넘을 정도로 커지고 유방과 엉덩이가 특히 발달했다. 그리고 젊음을 유지하는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20대의 꽃다운 육체가 13-4세 때부터 45세 정도까지 지속이 되었다. 원인은 여성 호르몬의 과잉때문으로 진단되었다. 더욱이 큰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의 성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었다.
이시스의 모든 행성이 전체 역량을 동원하여 해결하려 했으나 이 경향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결국 모두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100여년이 더 흐르자 이제는 그 자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도처에 옛날의 데이터를 복구한 포르노가 넘쳐 났다. 그러나 남자 없는 세상에서 포르노는 성욕만 더 돋울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용을 모두 읽은 한스는 링링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이야기를 다해주시오.”
“무슨…이야기를 요?”
“그런데 어떻게 이시스에 회사가 들어오게 되었죠?”
“나중에 회사에 돌아가 말할께요.”
한스는 숙소로 돌아가 분장실에 들렀다. 오늘 저녁의 시찰을 위해 여자로 변장을 했다. 여장을 한 한스를 보자 링링은 한스의 가슴에 푸른색 증을 붙여주고 미샤의 목걸이를 기둥에 묶었다. 둘만 나와 리무진으로 라스 미구엘로 향했다.
라스 미구엘은 마리브의 행정수도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마리브 최대의 도시였다. 미구엘은 지하가 매우 발달해 있었다. 링링은 복잡한 지하구조를 잘알고 있는 듯 한참을 복잡하게 지나 어떤 장소로 한스를 안내했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장소는 미로처럼 방들과 길이 얽혀 있었다.
“이곳은 회사가 이시스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곳이에요. 회사가 마리브를 접수한 후 이곳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죠. 지금은 이곳이 불법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이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어요.”
링링의 설명을 들으며 한스는 몇 개의 미로를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자주 서버들을 마주쳤다. 서버들은 푸른색 증을 가슴에 단 여자들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가끔 몽둥이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덩치 큰 여자들을 만났다. 그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 링링은 메릴이란 이름을 팔았다. 메릴의 이름을 들은 서버들은 그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메릴이 누구요?”
“이 곳의 두목 중 하나지요. 전략정보처에 줄을 대고 있어요.”
무장한 여자들은 아마도 유흥가의 똘만이들 같은 것이리라. 그런데 이렇게 여자들이 서버들의 은밀한 구역에 침입하면 제재가 있을 것도 같은데 메릴의 이름만 대면 통하는 것이 신기했다. 한스의 의문을 눈치챈 듯 링링이 답을 주었다.
“사실 회사의 남자나 여자가 불법적으로 이곳으로 즐기러 오기도 하거든요. 그 들은 모두 메릴을 통하지요.”
그렇구나, 이 세상 어디에나 이런 뒷구멍이 있는 것이다. 회사가 지배하는 이시스도 예외가 아니다.
마침내 그들은 중앙에 이르었다. 중앙은 마치 고대 극장처럼 생겼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그를 둘러 방청석이 놓여 있었다. 한스와 링링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청석에는 수많은 서버들이 있었다. 끼리끼리 키쓰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고 있었고 혼자서 오나니를 하고 있는 서버도 있었다.
무대에 서버들이 나타났다. 무대의 서버들은 언뜻 보아 조금 징그럽게 그러니까 좀 남자처럼 생긴 서버들이었다. 근육이 발달하고 몸은 바깥 세계의 여자들 정도로 이곳 서버들에 비하면 통나무 스타일이라고 부를 만도 했다. 그녀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쇠사슬과 로프로 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서버가 하나 나와 징그러운 서버들을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소개하는 동안 방청석에는 웅성거림이 계속되고 더러 환호성도 터졌다. 한 서버를 모두 소개하고 나자 그 서버가 나무로 만든 큼직한 딜도(모조 자지)를 하나 높이 쳐들자 온통 환호성이 극장 안에 메아리 쳤다.
사회보는 서버가 방청석에 앉은 한 서버에게 올라오라고 했다. 그녀는 한 두 번 사양하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상당한 미모였다. 그녀는 무대 위로 올라가 수줍어 하더니 사회자가 재촉하자 징그러운 서버 앞에 스커트를 벗고 엎드렸다. 징그러운 서버는 회초리를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악하는 소리가 극장 안에 메아리치자 박수소리가 따라 울렸다.
미모의 서버가 그대로 있자 징그러운 서버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거기에 딜도를 쑤시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는 사이에 미모의 서버가 신음소리를 요란하게 냈다. 잠깐의 쇼가 끝나자 둘다 바로 원위치를 했다.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 100 코페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경매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가고 650코페까지 가격이 나왔다. 사회자가 한참을 더 높은 가격을 찾아도 더 이상 없었다. 낙찰시키려는 순간 링링이 손을 들었다. 1루프! 모두가 놀라 링링을 쳐다 보았다. 링링이 서버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확인한 그들에게서 미세한 소리로 욕설과 투덜거림이 흘러나왔다. 잠시후 링링이 1루프에 낙찰을 받았다.
한스는 링링이 무슨 속셈으로 저런 서버를 사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서버의 경매에서도 링링은 600코페로 또 낙찰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1루프 100코페. 결국 무대에 나와있던 서버 다섯을 모두 링링이 낙찰을 받았다. 한스는 그녀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그때 한 서버가 나타나 링링의 귀에 대고 뭐라고 이야기했다. 링링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스를 이끌고 극장 안을 나와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기에 들어와 본 곳 중에서 제일 깨끗하고 호화로운 곳이었다. 가운데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서버가 하나 서 있었다.
“오랜 만이에요. 그 동안은 무슨 재미가 그렇게 좋아 한번도 안왔나요?”
“내가 와봐야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한데 뭣하러 와요?”
그 서버와 링링은 서로 팔을 벌리고 껴안았다가 떨어졌다.
“이 분은 누구죠? 좀 험악하게 생기셨네.”
“메릴, 이분에게 장난하면 안돼요. 고귀한 신분이세요.”
“아, 그러시군요. 높은 분을 접대하려고 창녀를 다섯이나 샀군요.”
메릴은 링링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아냥거렸다. 링링이 메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 이분은 남자에요라고. 그 말에 메릴이 놀라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이년이 몰라 뵈었습니다. 저희한테 5년만에 찾아오신 손님을 몰라 뵈어 뭐라 면목이 없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십시오.”
“아니, 변장하고 온 내가 잘못이죠.”
“메릴, 이분은 이곳에 대해 알고 싶어해요.”
“남자 분이 미구엘 밑구녕을 알아서 뭐하시려구… 알고나면 괜히 서버에게 밥맛만 떨어지실 텐데…”
> Re.. ^^(leafless)
> 정말.. 글 잘쓰시네요..
>
> 보는 순간순간에두.. 흥분감이 멈추질 않아욤^^;;
>
> 야설을 본다기보다는.... 꼭 SF장편 소설을 보는기분.. ^_^
>
> 흥미 진진하네요..
>
> 소설... 끊기지 않고 계속 연재 되었으면좋겠어요
>
> 화이팅! ^^
9.
미샤는 네 발로 기어 한스에게로 다가왔다. 미샤의 그 예쁜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한스의 생각과 달리 미샤의 얼굴은 의외에도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샤가 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한스가 앉은 소파의 옆에 와 서자 한스는 미샤의 엉덩이를 보았다.
뜻밖에도 형편없이 이겨졌던 채찍질의 흔적은 간데 없고 매끈한 피부가 노출되어 있었다. 한스가 미샤의 눈을 보자 미샤는 부끄러운 빛을 띠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스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미샤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정말 놀랍게도 상처의 흔적이 하나도 없이 매끄럽고 탄탄하기 그지 없었다.
한스가 엉덩이를 더듬고 있는데 미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
은혜? 내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한스는 미샤와 링링 간에 무슨 협상이 있었음을 느꼈다. 미샤에게 물어보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중학교 미술선생이던 여자가 지금은 발가벗고 개처럼 엎드려 그게 고맙다고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한다. 회사와 링링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다음날 아침 링링은 이제 카오린을 떠나자고 했다. 한스는 줄을 잡고 일어섰다. 미샤는 그 줄에 목이 걸린 채 기어서 그들을 따랐다. 모함은 이미 없었고 그들은 카오린의 여객터미널에서 순양함으로 갈아타고 마리브로 향했다. 항해 도중 미샤는 계속 한스의 옆에 엎드려 있었다. 한스는 처음에는 꺼림찍했는데 이제는 미샤가 이러고 있는 게 괜찮았다. 제3검정원에서 본 그 서버도 이렇게 만들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브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없어요.”
링링은 마리브에 가면 역사관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시스의 역사는 마리브가 좌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브는 카오린에 비해 치안이 불안한 곳이므로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전면 직접관리 제13기지 마리브. 마리브는 멀리서 볼 때 오렌지 색으로 빛나는 매혹적인 행성이었다. 거주 서버 13억. 이시스 지역에서는 중간 정도 크기의 행성.
미리 연락이 된 탓인지 마리브에서는 카오린에서 있었던 고위인사 영접 같은 소란은 없었다. 다만 전용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을 뿐.
마리브 역사관에 도착한 한스는 역사관 정면을 덮고 있는 거대한 조성물에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철사를 이어 만든 길이 400미터 가량의 조각. 그 조각은 수 많은 여자들이 지옥의 단말마 같은 모습으로 엉켜있는 것이었다. 소재가 주는 질감과 검은 색이 주는 느낌, 그리고 당장 이라도 지옥의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과장되지만 생생한 고통의 모습.
어쩐지 그 건물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건물도 창문 하나없는 콘크리트의 육중한 건물. 한스는 흡사 도살장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끔 안내 서버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내방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대의 유물들이 음산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대체로 도자기, 회화, 조각 같은 미술품들이지만 어쩐지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한산하고 어두운 건물에서 이런 유물들을 구경하자 한스는 슬슬 두려움이 더해져갔다.
어떤 장소에 이르자 링링이 한스에게 주목하라고 알려줬다.
그걸 쳐다본 한스는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해골이었다. 머리만 남아있는 해골. 아주 기이하고 음산한 느낌의 해골의 옆에는 ‘돌리보나’라고 쓰여 있었다.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옆 스크린에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3,000년전 이시스 성단에 사람이 이주를 시작했다. 이시스는 은하에서 변방이었지만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이 많아 이곳 거주는 빨리 진전되었고 인구는 급속히 증가했다. 그런데 약 1,000년 전 재앙이 이시스를 덮쳤다. 이 부근의 커다란 우주환경 격변으로 말미암아 이시스는 중력장에 휩싸여 외부 은하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이 무렵 500여개의 이시스 내 행성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고립된 이시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문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시스의 진짜 불행은 그로부터 300년 후에 찾아왔다. 돌리보나. 이 여자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다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천재였다. 돌리보나는 14살 때 마리브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7살 때 마리브 국립연구원의 생명공학연구책임자가 되었다. 그녀가 20살이 되었을 때 이미 그녀는 이시스 전역에서 최고의 저명인사가 되었다. 엄청난 부와 명예가 그녀를 따랐다.
그런데 그녀는 유일한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남자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후 세 남자를 차례로 사귀었는데 그들은 모두 돌리보나의 돈을 가로채고 명성을 이용해 먹고 그리고 돌리보나를 버렸다. 그런 그들은 한결같이 그때 번 돈으로 수많은 여자를 농락하는 데 인생을 보냈다.
세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돌리보나는 마침내 남자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오뉴월에 서리가 내렸다. 돌리보나는 흉악하기 짝이없는 남자라는 동물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기로 결심을 했다. 그녀가 만든 활동성RNA ‘디스트로이와이’는 이시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디스트로이와이는 모든 사람에게 감염되었다.
디스트로이와이에 감염된 사람은 아들을 낳을 수 없었다. 1년이 못되어 이시스 전역에서 상황이 명확해졌다. 모든 행성에서 여자만 태어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 행성의 정부는 인공수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후 1년 동안 단 한명의 사내아이도 탄생시키지 못했다. 성공을 확신한 돌리보나는 전 이시스 언론에 자신이 한 일을 알렸다.
마리브 정부는 돌리보나를 연행했고 재판에 회부했다. 당시 마리브의 지도자 덩찌안은 돌리보나에게 사형을 선고한 후 목숨을 담보로 디스트로이와이의 퇴치방법 개발을 돌리보나와 협상하려 했다. 그런데 재판장으로 끌려가던 돌리보나는 분노한 군중의 난동에 납치되어 몰매를 맞아 죽었다. 그로서 이시스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겼다.
돌리보나를 조사한 마리브 정부는 그녀가 몰래 만들어 놓았던 비책을 하나 찾았다. 그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시스의 멸망은 막을 수 있었다. 그건 인간의 체세포와 난소를 결합시켜 수정란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시스의 인류는 대를 이어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결코 남자를 만들지는 못했다.
여기까지 읽어간 한스는 링링과 미샤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링링은 마저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 이후 여자만 남은 이시스의 문명은 더욱 퇴보를 거듭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자 다시 사회는 상황에 적응을 시작했고 문명은 느리지만 다시 진보의 길에 나섰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이시스 사람들의 신체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갑자기 평균신장이 크게 커졌다. 그러면서 소위 여성적 성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인들의 키가 평균 180이 넘을 정도로 커지고 유방과 엉덩이가 특히 발달했다. 그리고 젊음을 유지하는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20대의 꽃다운 육체가 13-4세 때부터 45세 정도까지 지속이 되었다. 원인은 여성 호르몬의 과잉때문으로 진단되었다. 더욱이 큰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의 성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었다.
이시스의 모든 행성이 전체 역량을 동원하여 해결하려 했으나 이 경향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결국 모두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100여년이 더 흐르자 이제는 그 자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도처에 옛날의 데이터를 복구한 포르노가 넘쳐 났다. 그러나 남자 없는 세상에서 포르노는 성욕만 더 돋울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용을 모두 읽은 한스는 링링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이야기를 다해주시오.”
“무슨…이야기를 요?”
“그런데 어떻게 이시스에 회사가 들어오게 되었죠?”
“나중에 회사에 돌아가 말할께요.”
한스는 숙소로 돌아가 분장실에 들렀다. 오늘 저녁의 시찰을 위해 여자로 변장을 했다. 여장을 한 한스를 보자 링링은 한스의 가슴에 푸른색 증을 붙여주고 미샤의 목걸이를 기둥에 묶었다. 둘만 나와 리무진으로 라스 미구엘로 향했다.
라스 미구엘은 마리브의 행정수도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마리브 최대의 도시였다. 미구엘은 지하가 매우 발달해 있었다. 링링은 복잡한 지하구조를 잘알고 있는 듯 한참을 복잡하게 지나 어떤 장소로 한스를 안내했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장소는 미로처럼 방들과 길이 얽혀 있었다.
“이곳은 회사가 이시스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곳이에요. 회사가 마리브를 접수한 후 이곳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죠. 지금은 이곳이 불법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이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어요.”
링링의 설명을 들으며 한스는 몇 개의 미로를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자주 서버들을 마주쳤다. 서버들은 푸른색 증을 가슴에 단 여자들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가끔 몽둥이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덩치 큰 여자들을 만났다. 그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 링링은 메릴이란 이름을 팔았다. 메릴의 이름을 들은 서버들은 그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메릴이 누구요?”
“이 곳의 두목 중 하나지요. 전략정보처에 줄을 대고 있어요.”
무장한 여자들은 아마도 유흥가의 똘만이들 같은 것이리라. 그런데 이렇게 여자들이 서버들의 은밀한 구역에 침입하면 제재가 있을 것도 같은데 메릴의 이름만 대면 통하는 것이 신기했다. 한스의 의문을 눈치챈 듯 링링이 답을 주었다.
“사실 회사의 남자나 여자가 불법적으로 이곳으로 즐기러 오기도 하거든요. 그 들은 모두 메릴을 통하지요.”
그렇구나, 이 세상 어디에나 이런 뒷구멍이 있는 것이다. 회사가 지배하는 이시스도 예외가 아니다.
마침내 그들은 중앙에 이르었다. 중앙은 마치 고대 극장처럼 생겼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그를 둘러 방청석이 놓여 있었다. 한스와 링링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청석에는 수많은 서버들이 있었다. 끼리끼리 키쓰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고 있었고 혼자서 오나니를 하고 있는 서버도 있었다.
무대에 서버들이 나타났다. 무대의 서버들은 언뜻 보아 조금 징그럽게 그러니까 좀 남자처럼 생긴 서버들이었다. 근육이 발달하고 몸은 바깥 세계의 여자들 정도로 이곳 서버들에 비하면 통나무 스타일이라고 부를 만도 했다. 그녀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쇠사슬과 로프로 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서버가 하나 나와 징그러운 서버들을 하나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소개하는 동안 방청석에는 웅성거림이 계속되고 더러 환호성도 터졌다. 한 서버를 모두 소개하고 나자 그 서버가 나무로 만든 큼직한 딜도(모조 자지)를 하나 높이 쳐들자 온통 환호성이 극장 안에 메아리 쳤다.
사회보는 서버가 방청석에 앉은 한 서버에게 올라오라고 했다. 그녀는 한 두 번 사양하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상당한 미모였다. 그녀는 무대 위로 올라가 수줍어 하더니 사회자가 재촉하자 징그러운 서버 앞에 스커트를 벗고 엎드렸다. 징그러운 서버는 회초리를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악하는 소리가 극장 안에 메아리치자 박수소리가 따라 울렸다.
미모의 서버가 그대로 있자 징그러운 서버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거기에 딜도를 쑤시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는 사이에 미모의 서버가 신음소리를 요란하게 냈다. 잠깐의 쇼가 끝나자 둘다 바로 원위치를 했다.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 100 코페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경매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가고 650코페까지 가격이 나왔다. 사회자가 한참을 더 높은 가격을 찾아도 더 이상 없었다. 낙찰시키려는 순간 링링이 손을 들었다. 1루프! 모두가 놀라 링링을 쳐다 보았다. 링링이 서버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확인한 그들에게서 미세한 소리로 욕설과 투덜거림이 흘러나왔다. 잠시후 링링이 1루프에 낙찰을 받았다.
한스는 링링이 무슨 속셈으로 저런 서버를 사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서버의 경매에서도 링링은 600코페로 또 낙찰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1루프 100코페. 결국 무대에 나와있던 서버 다섯을 모두 링링이 낙찰을 받았다. 한스는 그녀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그때 한 서버가 나타나 링링의 귀에 대고 뭐라고 이야기했다. 링링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스를 이끌고 극장 안을 나와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기에 들어와 본 곳 중에서 제일 깨끗하고 호화로운 곳이었다. 가운데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서버가 하나 서 있었다.
“오랜 만이에요. 그 동안은 무슨 재미가 그렇게 좋아 한번도 안왔나요?”
“내가 와봐야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한데 뭣하러 와요?”
그 서버와 링링은 서로 팔을 벌리고 껴안았다가 떨어졌다.
“이 분은 누구죠? 좀 험악하게 생기셨네.”
“메릴, 이분에게 장난하면 안돼요. 고귀한 신분이세요.”
“아, 그러시군요. 높은 분을 접대하려고 창녀를 다섯이나 샀군요.”
메릴은 링링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아냥거렸다. 링링이 메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 이분은 남자에요라고. 그 말에 메릴이 놀라 한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이년이 몰라 뵈었습니다. 저희한테 5년만에 찾아오신 손님을 몰라 뵈어 뭐라 면목이 없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십시오.”
“아니, 변장하고 온 내가 잘못이죠.”
“메릴, 이분은 이곳에 대해 알고 싶어해요.”
“남자 분이 미구엘 밑구녕을 알아서 뭐하시려구… 알고나면 괜히 서버에게 밥맛만 떨어지실 텐데…”
> Re.. ^^(leafless)
> 정말.. 글 잘쓰시네요..
>
> 보는 순간순간에두.. 흥분감이 멈추질 않아욤^^;;
>
> 야설을 본다기보다는.... 꼭 SF장편 소설을 보는기분.. ^_^
>
> 흥미 진진하네요..
>
> 소설... 끊기지 않고 계속 연재 되었으면좋겠어요
>
>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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