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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눈앞에 있잖아요? - 6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3:31 655회 0건
보이지 않아도 눈 앞에 있잖아요? -6-
안녕하십니까, 아바오아쿠 킬리군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어디선가의 목소리:그러니까, 그게 누구냐니까?

킬리군:......(손목에 면도칼을 들이대고 있다)

---------chapter 6-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자니 참 쓸쓸했다. 문득, 선배의 차가운 눈동자가 떠올랐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던 눈… 순진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져보고 싶어…"
그런 선배의 처녀를 갖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된다. 선배가 그 가녀린 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그 조그마한 입에 넣고 빨아 준다면…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난 이렇게 음란한 놈이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곧 당연한 거라고 치부했다. 아무래도 이 시기는, 동물의 발정기니까.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좋아한다"란 감정은, 단지 "그녀에게 내 종족의 씨를 뿌려라"라는 신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두근거림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내 새끼를 잉태할만한 암컷"이라는 신호. 그런 것이다.
흠, 그럼… 현재 내가 선배한테 가졌던 감정은 "우리 식"으로 말해서 "좋아하는"게 되겠군. 강용현은 히메카와 키즈나를 좋아한다…? 그것은, 강용현은 히메카와 키즈나를 임신시키고 싶어한다…? 뭔가 약하다. 강용현은 히메카와 키즈나를 강간하고 싶어한다…? 아냐. 목적과 틀리다. 강용현은 히메카와 키즈나를… 갖고 싶어한다….
…가지면 영원히 그것을 아끼게 될까? 그렇다면… 가지고 싶다. 허튼 연애를 해서 몇 달만에 식어버려 아무 느낌도 가지지 않게 되는 것 보단 낫다. 그렇지만 가진다니 어떻게?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에 사회적 제약으로 "발정기"의 욕구를 맘껏 표현할 수도 없고, 물건이 아니기에 영원히 가지고 있지도 못한다. 그래서 애매하게 사랑이라고, 좋아한다고 하는 건가… 그렇게 해서 잠시나마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점에서 보면 히로세는… 오히려 현명한거다. 사랑이니 좋아함이니 그런 감정에 빠져 한 수컷을 고르기 보다는 자기 좋을 대로 하고 치우는 거니까.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생각에서 깨어난 나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말도 안되는 시간이다. 착한 아이들은 잘 시간이고, 가정교육 제대로 받은 애라면 남의 집을 방문해서는 안 되는 그런 시간인데. 도대체 누구냐.
나는 대문까지 나갔다. 비가 아직도 오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들어가려 했지만, 또다시 울리는 초인종에, 대문을 열어 보았다.
찰캉.
"…히로세…?"
그것은 히로세. 우산도 받치지 않은 채, 비에 완전히 젖은 히로세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뭐야?"
이 밤중에, 무슨 일로, 왜 우산도 쓰지 않고. 라는 세 가지의 질문이 함축된 동시에, 별로 궐자의 방문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정서도 포함되어 있다.
"…"
입술 끝이 퍼렇다.
"용건 없으면, 닫는다."
"…"
자세히 보니 떨고 있었다.
"타임 리미트."
나는 그대로, 끼익 하고 문을 닫은 다음, 등을 돌려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서려는 나의 발걸음을, 히로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붙잡았다.
"…이…."
"?"
그 나지막한 소리는 갑자기 증폭된다.
"야이 나쁜놈아! 세상에 여자가 혼자 비 맞고 있는데, 들어오란 소리도 안하고, 박정하게 문을 닫아버려?!"
카라랑 카라랑!
"…문 부서지겠다."
"들여보내 주지 않으면, 대문 부수고서라도 들어갈거야!"
"해봐. 그 전에 순경아저씨가 올 거다."
"…"
철커덩…
히로세가 대문에 등을 대고 앉아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제까짓게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나. 이 겨울에 비를 맞고 자기가 견디려나.
겨울…?
비…?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잔인하다. 싫어하건 좋아하건 간에, 도대체 11월 중순에 비를 맞아 덜덜거리는 애를 집 앞에다 세워놓다니. 쫓아내려면 우산이라도 줘서 쫓아내야 했는데.
나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현관을 나섰다. 바로 앞에 보이는 대문 사이로, 까만 그림자가(하늘이 검붉은 색이라, 구별이 되었다)보였다.
"야, 어서 들어와."
히로세는 앉은채로 나를 올려다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됐어. 집에 주인아줌마 계시잖아. 여기서 말할게. 나…"
"웃기고 있네. 더 이상 짜증나게 하지 마라. 나도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으니까."
나는 히로세를 안아 일으켰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이 어떻게 우리 집을 알지? 류타녀석한테 전화한 건가…?

일단 그렇게 히로세를 현관까지 들이긴 했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녀석을 방 안에까지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다. 나는 그대로 히로세를 욕탕으로 처넣었다. 정말 귀찮은 녀석이다.
"오…옷은…"
"주인 아줌마(쿄코씨) 파자마, 앞에 놔둘 테니까."
쏴아 하고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 소리를 귓가에 담으며 나는 물을 끓였다. 일단 집 안에 들어온 손님이고 하니, 대접은 하고 봐야 되는 것이다. 다행히 녹차정도는 나도 끓일 줄 아니까.

"그래서, 무슨 일로 왔어."
나는 내 침대에 얌전히 앉아 녹차를 홀짝거리는 히로세에게 다짜고짜로 물었다. 히로세는 두 손으로 찻잔을 마주잡고 차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차 끊기기 전에 빨랑 할 말 하고 가."
나나세는 내 말을 들었는지 만 건지, 파자마 깃을 만져보고 돌려보고 하더니,
"주인 아주머니한테 인사드리고 나갈게…"
"출장중이라, 안 계시니까, 빨리 용건만 얘기하래도."
"그렇지만, 정말 놀랍네 설마 유우짱이 나를 집에 들여보내줄 줄은."
"집 앞에서 죽어버리면 나중에 무슨 혐의 쓰라고."
"…유우짱…"
그녀는 잔을 바닥에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 원조교제 같은 거 안해. 정말이야."
"…하아?"
…그 말 하려고, 차가운 비 맞아가면서, 이 집 앞에서 농성을 벌였나? 잠시 황당해하는 나에게, 히로세는 말을 계속한다.
"낮에 본 사람은 우리 아빠야."
"…"
거…거짓말? 아니 그런 걸 나한테 거짓말 할 이유도 없잖아.
"나, 동계방학 되기 전에, 홋카이도(北海島)로 이사 가. 그래서, 아빠가 선생한테 여러 가지 드릴 말씀이 있다고 그래서… 같이 간 거야"
"…돈을 꺼내 주던데…"
나는 조금씩 당황하고 있었다.
"그것도 봤어? 친구 보러 간다고 하니까 주신 것일 뿐이야."
"그…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이야. 나한테 꼭 그런 걸 얘기해야 할 필요가 없잖아. 고작 그런 말 하러 여기까지 미친 짓 하고 온 건 아니겠지."
"그 말 하러 왔어."
그녀는 너무도 당연히, 그리고 쉽게 대답했다.
"…왜?"
"돈을 벌려고 몸파는 그런 여자의 인상으로 유우짱에게 남기는 싫었으니까."
멍 해 있는 나에게, 그녀는 덧붙였다.
"나, 학기 초부터 유우짱을 좋아했으니까…"
"나는…"
나는 잠시 침을 삼키고,
"너… 싫다고 했어."
또박또박, 그렇지만 쭈삣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경박한 것도 아닌, 조롱의 것도 아닌, 단지 수줍음. 선배와 닮은…
"알아. 나 "더러운" 여자앤 거. 유우짱 말대로, 마음에 드는 남자애들이랑 꽤 잤어. 그래서 유우짱이 날 싫어한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그거 알아?"
그녀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창녀는 돈만 받으면 누구하고나 하지만, 나는 돈을 준대도 싫은 사람하고는 하기 싫어."
"…나는 싫다니까. 네가."
"그래. 난 "남들이 만지작거린 과자"니까."
"…"
나는 여기서, 히로세에게 지금 자신이 내게 품고 있는 감정이 얼마나 소용없는 것인지를 일깨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졌다.
"지금이야 그럴지 몰라도,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나는 곧 아무것도 아닌 게 되버린다구. 바보야. 지금 너는 단지 나에게 발정난…"
말해버리자.
"암코양이랑 다를 게 없어. 그리고 발정이 지나면, 나는 그저 숱하게 굴러 다니는 수컷 중의 하나로 보일 뿐이라구. 특별한 게 아냐. 너는 착각하고 있단 말야."
"유우짱이 내 기분을 어떻게 알아."
"누구에게나 공통된 거야. 멍청아."
휘익!
파자마의 깃이 바람을 가르며 얼굴로 날아온다. 하지만 두 번이나 당하진 않는다. 나는 잽싸게 히로세의 손을 잡았다.
타악!
"…윽…"
"또 때리려고? 한번만 더 하면 나도 친다."
공기의 반작용으로 뒤로 밀려났던 깃이 중력의 힘을 받아 원래대로 늘어진다. 그리고 앞으로 넘어온 공기에 실린, 코에 와 닿는 향기… 옷의 주인, 쿄코씨의 냄새다.
향을 감지하는 순간, 갑자기 나는 흥분되었다. 히로세가 침대에 앉아 있다. 쿄코씨의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은 히로세지만, 마치 쿄코씨가 앞에 있는 듯한 흥분이. 그리고, 벗기고 싶다는 욕망이…
"모르잖아… 그러니까… 홋카이도에 가서도 유우짱에 대한 그 기분, 잊지 않게 해…줘…."
히로세가 더듬거렸다.
"아, 아니야… 미안해… 유우짱이 더러운 몸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나…그냥 갈게."
안고 싶다…
지금 나의 앞에는 "여자"가 있다.
학교에서 티각태각하는 히로세가 아닌, 나의 충동을 자극하는 여자가 있다.
나는 갑자기 욕망으로 뒤엉켜,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발정이 시작된 것이다."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발정기. 그것이 극도로 기분 좋은 행위기 때문에, 동물들은 "내 종족을 위해서니까"라는 확고한 의식이 없이도 그것을 한다. 그래서 그것은 본능. 건강한 남자들이 여자를 보면 흥분하는 것은 발정기의 본능이다.
지금까지, 경멸이니, 무시니 하면서 잘 눌러왔던 히로세에 대한 무의식 속의 충동적인 욕망이 한순간에 터진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자신의 종족이 살아남으려면 일단은 많아야 하기에, 충동적인 성행위-일단 씨를 뿌리고 봐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 기능이 퇴화되기 전까지, 그 발정기란 것의 용도를 바꾸어, 두근거리지도 않는-즉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충동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은 인간 뿐이다. 그래. 히로세가 단지 쾌락을 위해서 남자들과 잔 것은 어쩌면 인간이니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본능의 모태는 동물과 같지만,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틀린 인간의 성적욕구.
…더러운 게 아니다. 히로세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을 아주 "인간적으로" 멋지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나는 단지 불결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에게 대한 경멸감이 조금 덜어져서, 흥분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 이 생각은 그저 내가 히로세를 상대로 섹스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불어넣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변명으로 만족하는 거다. 나 역시 지금은 충동적인 발정행위를 하는 것이니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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