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그렇게 큰 집도 아니었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2층집. 나와 같이 선배의 방은 2층인 모양이고, 1층의 구조는 들어서자 리빙 룸, 그 옆의 부엌, 화장실 등으로 거의 하숙집과 비슷했다. 리빙 룸에서 선배가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자, 선배는 부엌쪽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달각거렸다. 차를 준비하는 것이겠지.
조금 지나니 선배가 쟁반에다 찻주전자와 잔을 들고 불안하게 걸어왔다. 금방이라도 쏟을 것 같이 비틀비틀 걸었지만, 왠걸, 테이블이 있는 방향을 잘 파악해서 놓는다.
"이 집에 남자가 들어온 건, 아버지와, 이사장님 이후로 용현군이 처음이네요…"
"영광이네."
주위를 둘러보니, 왠지 적막해 보였다.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선배의 어머니는?"
"…"
"직장 다니셔?"
"아니요… 어디 나가셨는지…."
"자주 집을 비우시나 보지?"
"네…"
그녀는 능숙하게 찻주전자를 들어…
"어…, 내가 하지."
말리는 나를 상관하지 않은 채, 주전자의 주둥이를 찻잔에 대고 조심스럽게 따라 붓는다. 쪼르르르 하고 조금씩 흘러나오는 뜨거운 차가, 잔의 적당한 높이에서 멈춘다.
"대단하네."
나는 실로 감탄하면서 차를 들었다.
"처음부터 눈이 보이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생긋 웃는다. 나는 어떠한 경위로 그녀가 실명했는지, 언제부터인지를 이 기회에 듣고 싶었으나 본인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잠자코 차를 마시고 있었다.
후루룩…
차를 다 마셔간다.
"이 차를 다 마시면, 나는 돌아가는 거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잔을 비우기가 상당히 아쉬워졌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해가 지려는 시간에(겨울이라 해가 짧다), 집에 있는 것은 선배와 나 둘뿐.
강용현은… 키즈나를…
"…선배."
문득 나의 부름에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는 키즈나.
"방 구경 좀 해도 돼?"
"…방… 구경?"
"여자 방은 어떻게 생겼나, 알고 싶어."
"별로 다를 게 없을 게에요."
"아니, 다를 거야."
"…이상한 용현군."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끄덕거린다.
"하긴, 저도 방이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선배는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
"계단 올라가는 게 느려요. 잡아 줄거죠?"
언제나의 미소다.
"물론."
나는 그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용현군의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
"아뇨, 손에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마음…?
지금까지 그렇게 선배를 안정시키던 마음이, 현재의 나의 마음일까?
"여기에요."
방을 들어서자마자, 향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코를 자극했다.
"여자 방은 이런 향기가 나는 것인가…?"
들락거려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한 편의 책상, 스탠드, 가지런히 꽂혀져 있는 책들, 그리고 조금 커다란 침대.
침대에는 인형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거의 초등학생 정도의 크기를 한 커다란 펭귄 인형이었다.
"어때요?"
"내 방의 100배는 깨끗하고 멋진걸."
"그래요?"
칭찬이니 기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배는 내 앞을 가로질러 침대로 가서, 퐁 하고 네 활개를 펴고 누웠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펭귄 인형을 용케도 잡아 끌어안는다.
"이거 참 크죠?"
"…아, 아아."
"저는 매일 이걸 껴안고 자요. 포근하거든요."
그러면서 으응, 하고 펭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부빈다. 손은 목을 껴안고, 다리는 펭귄의 배를 감아, 완전히 그야말로 "껴안은"상태다.
"…"
그리고 벌려진 치마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
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서, 침대로 다가갔다.
기회다. 이건 기회다. 기회. 기회. 기회. 다시 오지 않는다. 아니 평생 오지 않는다.
머리가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선배…"
"…?"
펭귄에 부비적대던 얼굴을 드는 선배. 문간에 서 있을 내가 갑자기 침대에 와 있어서 의아한 모양이다.
"사람을 안으면… 더 따뜻해질거야."
"…에?"
나는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키고, 침대에 걸터앉아 한 손으로 선배의 얼굴에 손을 갖다대었다.
"인형과는 비교도 안되게… 말야."
"요, 용현군…?"
선배는 얼굴에 느껴지는 나의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나는 그대로 선배의 양 어깨를 눌렀다. 방해가 되는 펭귄 인형은 이미 침대 밖으로 차 버렸다.
"…"
지금 나의 아래에, 불안한 표정을 지은 선배가 조그맣게 호흡을 하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쉰 다음, 천천히 선배의 가슴쪽으로 손을 옮겼다.
"이럴려고 온 게 아닌데."
…시끄러워. 이미 엎은 물이다.
"이것이 목적이었나?"
꿈에서 본 대로지.
그러나 그 두 소리도 선배의 가슴에 손이 닿았을 때, 들리지 아니하게 되었다.
"…아앗!"
선배는 크게 놀라서 몸을 바둥거린다.
"놔, 놔요 용현군! 왜…!"
"선배를 안고 싶어. 만지고 싶어."
나는 잘도 그런 대담한 소리를 하며, 단추를 풀었다.
"…! 그만…!"
선배는 여전히 바둥거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원체 내가 세게 내리누르고 있었기에, 그 시도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힘이 빠져서 잠시 쳐져 있던 선배는, 내가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자마자 다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용현군…! 부탁이니, 제발…!"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드러난 키즈나의 유방을 보았다.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아담하다고 할 정도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으며, 젖꼭지 역시 알맞은 크기에 보기좋은 모양을 하고 발그스름한 색을 뽐내고 있었다.
"이것이 선배의…"
천사라고 생각한…
"지팡이의 아가씨"이라는… 선배의 유방…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로 얼굴을 그곳에 가져갔다.
"…!"
입이 한 쪽 유방에 닿자, 키즈나가 몸서리를 쳤다.
혀를 꺼내어, 유두 주위를 핥았다. 다른 손도 그녀의 유방에 올려,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유두를 비틀었다.
"…앙!"
아까보다 더욱 강렬히 몸을 떤다.
"제…제발…."
키즈나가 눈물을 글썽였다.
"선배, 기분 좋잖아? 그래서 신음하고 있었잖아? 왜 그래?"
"이, 이러면… 용현군이 이러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용현군… 싫어하게 될 거에요…"
"…"
머릿속에 커다란 회전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된 두 가지의 소리. 이제는 하나의 소리밖에 들리지 아니한다. 더불어, 나의 몸은 초조에 떨고 있었다.
왜 못하고 있지, 바보자식!
이 소리가.
이 외침이.
너의 논리에 따르자면 전혀 망설일 것이 없잖아!
그 소리는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하였다.
"그럼 선배는 지금까지 날 좋아했단 말야?"
"…"
"아니, 상관없겠지."
"…"
"나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
잘 말했어.
직후, 그 소리는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거야.
너의 행동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생긴 발정이니까.
그것은 그렇게 말했다.
단지 이성이 옆에 있다는 것으로 제멋대로 흥분해 버리고, 꿈에서 그런 행위를 본 것만으로 욕구를 느껴버렸다는 것, 상대를 위해 조금도 억누르지 못했다는 것. 그 모든 것은 네가 저번에 말했던 충동적인 본연의 욕구 아니냐? 그래. 그것은 상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상대가 "자신의 옆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
충동적인 발정이야.
네놈이 더럽게 생각했던 그 짓을 네놈은 또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해버려.
한번 정도 더 더러워지는 게 어때서 그래?
닥치는 대로 씨를 뿌려야 하는 건 종족번식의 약속이지.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건 상관 없어.
정말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다가 너의 씨가 말라버리기 전에.
하나라도 더 확보하라구.
그 소리의 어느 하나에도, 또 다른 하나의 소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나는 선배의 팬티를 난폭하게 잡아내렸다. 울고 있는 선배는 더 이상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바로 위에 고정된 초점이 없는 시선. 허무의 눈동자.
대충 팬티를 던져 놓고, 나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털이 나 있었지만, 히로세 정도 무성하지도 않은, 그녀의 음모 사이로 음부가 보였다.
흥분할 일도 없었건만, 발기할 대로 발기한 나의 자지를, 나는 앞 뒤 생각도 없이 그녀에게 밀어넣었다.
"아… 아아악!"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다. 애액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더욱 깊이 밀어넣었다.
"으… 으흑! 아하악!"
키즈나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시트를 꽉 쥐었다.
빌어먹을…
나는 대충 들어간 자지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악! 아학! 으으하앗!"
"큭…"
기분이 좋지 않았다. 되려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
무엇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둠보다도 짙고 더욱 선명한… 붉은색.
키즈나의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든 것 같은 기분에, 서둘러 자지를 빼었다.
피…
희미한 어둠속에 보이는 그것은 이미 시트를 붉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윽… 크흑… 하악…"
키즈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멍하니 서서,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자취를 감추었던 소리가 들려온다.
왜 이제 나타난 거야.
어째서 꼭 늦은 뒤에 나타나는 거야.
바보같이… 꿈대로 되어버렸잖아….
"히로세와는…"
히로세와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쁜 감정을 가져왔던 히로세와는 오히려 행복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아냐…"
히로세와의 섹스는, 서로를 좋아했기에 잘 됐던 것이다.
그동안의 감정이야 문제되지 않았다.
포옹 직전의 감정. 그것이야말로…
그러면 대답은 간단했다.
선배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도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닥쳐.
"그런 생각이…"
자신이 저질러 버린 행동을, 이제 변명하시겠다?
"나는 선배를…"
끝났어.
이미 발정은 끝났어.
맥없이 계단을 내려오는 나의 눈에, 리빙 룸의 테이블에 그대로 놓여있는, 하트 모양의 와플이 들어왔다.
차게 식어 있겠지.
그렇게 큰 집도 아니었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2층집. 나와 같이 선배의 방은 2층인 모양이고, 1층의 구조는 들어서자 리빙 룸, 그 옆의 부엌, 화장실 등으로 거의 하숙집과 비슷했다. 리빙 룸에서 선배가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자, 선배는 부엌쪽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달각거렸다. 차를 준비하는 것이겠지.
조금 지나니 선배가 쟁반에다 찻주전자와 잔을 들고 불안하게 걸어왔다. 금방이라도 쏟을 것 같이 비틀비틀 걸었지만, 왠걸, 테이블이 있는 방향을 잘 파악해서 놓는다.
"이 집에 남자가 들어온 건, 아버지와, 이사장님 이후로 용현군이 처음이네요…"
"영광이네."
주위를 둘러보니, 왠지 적막해 보였다.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선배의 어머니는?"
"…"
"직장 다니셔?"
"아니요… 어디 나가셨는지…."
"자주 집을 비우시나 보지?"
"네…"
그녀는 능숙하게 찻주전자를 들어…
"어…, 내가 하지."
말리는 나를 상관하지 않은 채, 주전자의 주둥이를 찻잔에 대고 조심스럽게 따라 붓는다. 쪼르르르 하고 조금씩 흘러나오는 뜨거운 차가, 잔의 적당한 높이에서 멈춘다.
"대단하네."
나는 실로 감탄하면서 차를 들었다.
"처음부터 눈이 보이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생긋 웃는다. 나는 어떠한 경위로 그녀가 실명했는지, 언제부터인지를 이 기회에 듣고 싶었으나 본인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잠자코 차를 마시고 있었다.
후루룩…
차를 다 마셔간다.
"이 차를 다 마시면, 나는 돌아가는 거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잔을 비우기가 상당히 아쉬워졌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해가 지려는 시간에(겨울이라 해가 짧다), 집에 있는 것은 선배와 나 둘뿐.
강용현은… 키즈나를…
"…선배."
문득 나의 부름에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는 키즈나.
"방 구경 좀 해도 돼?"
"…방… 구경?"
"여자 방은 어떻게 생겼나, 알고 싶어."
"별로 다를 게 없을 게에요."
"아니, 다를 거야."
"…이상한 용현군."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끄덕거린다.
"하긴, 저도 방이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선배는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
"계단 올라가는 게 느려요. 잡아 줄거죠?"
언제나의 미소다.
"물론."
나는 그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용현군의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
"아뇨, 손에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마음…?
지금까지 그렇게 선배를 안정시키던 마음이, 현재의 나의 마음일까?
"여기에요."
방을 들어서자마자, 향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코를 자극했다.
"여자 방은 이런 향기가 나는 것인가…?"
들락거려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한 편의 책상, 스탠드, 가지런히 꽂혀져 있는 책들, 그리고 조금 커다란 침대.
침대에는 인형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거의 초등학생 정도의 크기를 한 커다란 펭귄 인형이었다.
"어때요?"
"내 방의 100배는 깨끗하고 멋진걸."
"그래요?"
칭찬이니 기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선배는 내 앞을 가로질러 침대로 가서, 퐁 하고 네 활개를 펴고 누웠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펭귄 인형을 용케도 잡아 끌어안는다.
"이거 참 크죠?"
"…아, 아아."
"저는 매일 이걸 껴안고 자요. 포근하거든요."
그러면서 으응, 하고 펭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부빈다. 손은 목을 껴안고, 다리는 펭귄의 배를 감아, 완전히 그야말로 "껴안은"상태다.
"…"
그리고 벌려진 치마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
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서, 침대로 다가갔다.
기회다. 이건 기회다. 기회. 기회. 기회. 다시 오지 않는다. 아니 평생 오지 않는다.
머리가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선배…"
"…?"
펭귄에 부비적대던 얼굴을 드는 선배. 문간에 서 있을 내가 갑자기 침대에 와 있어서 의아한 모양이다.
"사람을 안으면… 더 따뜻해질거야."
"…에?"
나는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키고, 침대에 걸터앉아 한 손으로 선배의 얼굴에 손을 갖다대었다.
"인형과는 비교도 안되게… 말야."
"요, 용현군…?"
선배는 얼굴에 느껴지는 나의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나는 그대로 선배의 양 어깨를 눌렀다. 방해가 되는 펭귄 인형은 이미 침대 밖으로 차 버렸다.
"…"
지금 나의 아래에, 불안한 표정을 지은 선배가 조그맣게 호흡을 하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쉰 다음, 천천히 선배의 가슴쪽으로 손을 옮겼다.
"이럴려고 온 게 아닌데."
…시끄러워. 이미 엎은 물이다.
"이것이 목적이었나?"
꿈에서 본 대로지.
그러나 그 두 소리도 선배의 가슴에 손이 닿았을 때, 들리지 아니하게 되었다.
"…아앗!"
선배는 크게 놀라서 몸을 바둥거린다.
"놔, 놔요 용현군! 왜…!"
"선배를 안고 싶어. 만지고 싶어."
나는 잘도 그런 대담한 소리를 하며, 단추를 풀었다.
"…! 그만…!"
선배는 여전히 바둥거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원체 내가 세게 내리누르고 있었기에, 그 시도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힘이 빠져서 잠시 쳐져 있던 선배는, 내가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자마자 다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용현군…! 부탁이니, 제발…!"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드러난 키즈나의 유방을 보았다.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아담하다고 할 정도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으며, 젖꼭지 역시 알맞은 크기에 보기좋은 모양을 하고 발그스름한 색을 뽐내고 있었다.
"이것이 선배의…"
천사라고 생각한…
"지팡이의 아가씨"이라는… 선배의 유방…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로 얼굴을 그곳에 가져갔다.
"…!"
입이 한 쪽 유방에 닿자, 키즈나가 몸서리를 쳤다.
혀를 꺼내어, 유두 주위를 핥았다. 다른 손도 그녀의 유방에 올려,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유두를 비틀었다.
"…앙!"
아까보다 더욱 강렬히 몸을 떤다.
"제…제발…."
키즈나가 눈물을 글썽였다.
"선배, 기분 좋잖아? 그래서 신음하고 있었잖아? 왜 그래?"
"이, 이러면… 용현군이 이러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용현군… 싫어하게 될 거에요…"
"…"
머릿속에 커다란 회전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된 두 가지의 소리. 이제는 하나의 소리밖에 들리지 아니한다. 더불어, 나의 몸은 초조에 떨고 있었다.
왜 못하고 있지, 바보자식!
이 소리가.
이 외침이.
너의 논리에 따르자면 전혀 망설일 것이 없잖아!
그 소리는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하였다.
"그럼 선배는 지금까지 날 좋아했단 말야?"
"…"
"아니, 상관없겠지."
"…"
"나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
잘 말했어.
직후, 그 소리는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당연한거야.
너의 행동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생긴 발정이니까.
그것은 그렇게 말했다.
단지 이성이 옆에 있다는 것으로 제멋대로 흥분해 버리고, 꿈에서 그런 행위를 본 것만으로 욕구를 느껴버렸다는 것, 상대를 위해 조금도 억누르지 못했다는 것. 그 모든 것은 네가 저번에 말했던 충동적인 본연의 욕구 아니냐? 그래. 그것은 상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상대가 "자신의 옆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
충동적인 발정이야.
네놈이 더럽게 생각했던 그 짓을 네놈은 또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해버려.
한번 정도 더 더러워지는 게 어때서 그래?
닥치는 대로 씨를 뿌려야 하는 건 종족번식의 약속이지.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건 상관 없어.
정말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다가 너의 씨가 말라버리기 전에.
하나라도 더 확보하라구.
그 소리의 어느 하나에도, 또 다른 하나의 소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나는 선배의 팬티를 난폭하게 잡아내렸다. 울고 있는 선배는 더 이상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바로 위에 고정된 초점이 없는 시선. 허무의 눈동자.
대충 팬티를 던져 놓고, 나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털이 나 있었지만, 히로세 정도 무성하지도 않은, 그녀의 음모 사이로 음부가 보였다.
흥분할 일도 없었건만, 발기할 대로 발기한 나의 자지를, 나는 앞 뒤 생각도 없이 그녀에게 밀어넣었다.
"아… 아아악!"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다. 애액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더욱 깊이 밀어넣었다.
"으… 으흑! 아하악!"
키즈나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시트를 꽉 쥐었다.
빌어먹을…
나는 대충 들어간 자지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악! 아학! 으으하앗!"
"큭…"
기분이 좋지 않았다. 되려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
무엇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둠보다도 짙고 더욱 선명한… 붉은색.
키즈나의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든 것 같은 기분에, 서둘러 자지를 빼었다.
피…
희미한 어둠속에 보이는 그것은 이미 시트를 붉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윽… 크흑… 하악…"
키즈나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멍하니 서서,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자취를 감추었던 소리가 들려온다.
왜 이제 나타난 거야.
어째서 꼭 늦은 뒤에 나타나는 거야.
바보같이… 꿈대로 되어버렸잖아….
"히로세와는…"
히로세와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쁜 감정을 가져왔던 히로세와는 오히려 행복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아냐…"
히로세와의 섹스는, 서로를 좋아했기에 잘 됐던 것이다.
그동안의 감정이야 문제되지 않았다.
포옹 직전의 감정. 그것이야말로…
그러면 대답은 간단했다.
선배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도 선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닥쳐.
"그런 생각이…"
자신이 저질러 버린 행동을, 이제 변명하시겠다?
"나는 선배를…"
끝났어.
이미 발정은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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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게 식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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