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내음(7부)
" 우진씨.. "
" 네.. "
" 무슨할말 있으세요.. "
" ..... "
수아는 조금전부터 무언가 망설이듯 보여지는 우진의 모습에 조금은 궁금한 표정으로 말을 물었다.
" 그게 말이죠... "
" 하실말씀 있으시면 해보세요.. "
머뭇거리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냈다.
" 좋습니다..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죠.. "
" ..... "
" 저랑 여행 같이 안가시겠읍니까.. "
" 여행이요.. "
" 네.. 요즘들어서 바다가 보고 싶은데.. 혼자 가기는 싫고.. 수아씨랑 함께 갔으면 하는데.. "
" ..... "
말끝을 흐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우진을 향해 수아가 말없이 미소만을 머금었다.
" 어려우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
" 그말하려고 아까부터 그렇게 머뭇거리셨어요.. "
" 그렇게 보였읍니까.. "
" 네.. "
" 훗.. 사실 여행을 같이 가자고하면 수아씨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조금 망설여 졌거든요.. "
" 왜요.. "
" 수아씨가 혹시나 제가 딴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할까 봐서요.. "
" 후후.. "
" 왜 웃으십니까.. "
작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수아를 바라보며 우진이 조금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 우진씨.. 정말로 딴 마음품고 여행 가시자고 그러신거 아니예요.. "
" 아..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드신다면 제 제안 없었던걸로 하겠읍니다.. 정말입니다.. "
" 후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이상해요.. "
" 아이.. 정말.. 왜 그러십니까.. 안 그래도 괜한 제안을 한거같아서 불안한데.. "
" 후후... "
얼굴까지 벌개진체 말까지 더듬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는 우진의 순진함이 너무나 흡족스러운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 언제가는 건데요.. "
" 엇.. 같이 가시겠읍니까.. "
" 글쎄요.. 우진씨를 믿어도 될지 어떨지 좀더 생각해 보구요.. "
" ..... "
약을 올리듯 말을 건내는 수아를 바라보는 우진의 표정이 조금은 심통난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 언제 떠나는거죠.. "
" 이번주 주말입니다.. "
" 너무 빠르다.. 어쩌죠.. 이번 주말은 힘들것 같은데.. "
" 알겠읍니다.. 그럼 없었던걸로 하죠.. 어차피 가시고 싶은것 같지도 않은데.. "
" ..... "
" 가시죠.. 제가 바래다 드리겠읍니다.. "
" 우진씨.. "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는 냉랭하게 변해버린 우진의 태도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우진이 제안한 여행을 내심 흔쾌히 받아들이려 했지만 우진이 어떻게 나올까 장난을 쳐보았던 수아로써는 급격하게 변해버린 우진의 태도가 적잖이 곤혹스러웠다.
" 우진씨.. 화났어요.. "
" 아닙니다.. "
커피숍을 나온 수아는 반걸음쯤 앞서 걸어가는 우진의 팔을 잡으며 말을 건냈다.
" 화나신것 같은데요.. "
" 아닙니다.. 화 안났읍니다.. "
" 정말 이러시기예요.. "
" 제가 뭘 말입니까... "
" 우진씨 그렇게 안봤는데.. 밴뎅이 속이네요.. "
" 밴뎅이속이요.. "
" 네.. 무슨 남자가 그렇게 맥없이 물러서요.. 한번쯤은 더 같이 가자고 말해봐야 하는것 아닌가요.. "
" ..... "
" 기껏 한번 말해보고 안되니까.. 토라지기나하고.. 우진씨 실망이예요.. "
" 그럼 같이 가시는 겁니까.. "
" 몰라요... "
" ..... "
토라진듯 차갑게 말하는 수아를 바라보던 우진이 수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돌아섰고 그런 우진의 행동에 수아는 또다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우진이 많이 삐진듯 보여졌기 때문이다.
" 좋습니다.. 밴뎅이라는 말까지 들은 이상 저도 더는 기다리지 않겠읍니다.. 같이 가시겠읍니까.. 아니면 그만 두시겠읍니까.. "
" 우진씨.. "
" 말씀해 보십시요.. 어쩌시겠읍니까.. "
" 알았어요.. 생각해 볼께요.. 그러니까 그렇게 돌아서있지 말고 저를보고 말씀하세요.. "
" 가시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읍니까.. "
" 그래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마음 풀고 어서 돌아서세요.. "
" ..... "
뒤돌아 서있는 우진의 팔을 잡아채며 수아가 채근을 하자 우진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우진이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자신을 바라보자 수아가 조금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한마디에 금방 기분이 풀린듯한 우진이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수아씨.. "
" 왜요.. "
" 큭..큭.. "
" 왜 웃어요.. "
" ..... "
웃음을 참지 못하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가 쏘아 부치듯 말을 건내는 순간 우진이 말없이 손가락 두개를 펼쳐 브이자 모양을 하자 수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웬 브이자.. "
" 우하하... 수아씨가 졌어요.. "
" 제가 지다니요.. 그게 무슨말이예요.. "
" 하하... 제 작전에 수아씨가 넘어왔다구요.. "
" 뭐.. 뭐라구요.. "
" 아무렴 제가 밴뎅이만큼 속이 좁은 남잔줄 아셨읍니까.. 하하하.. "
" 우진씨.. "
" 하하하... 작전 대성공.. "
" 에이 엉터리... 이리와요.. "
" 하하.. 메롱.. "
결국 자신이 우진의 꾀에 넘어간것임을 알아챈 수아가 주먹을 불끈쥐며 우진을 금방이라도 때릴듯한 자세를 취하자 우진이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그런 수아곁에서 멀어지자 수아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진을 흘겨보며 우진을 잡기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촤아아..!! 철썩.... !! -
" .... "
맹렬한 기세로 해안으로 밀려 들어온 파도가 방파제의 벽을 타고 올라 하늘로 흩어지는것을 바라보며 수아는 이제껏 힘겹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듯 물보라를 피어내며 흩어져버린 파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억 저편에 가물거리듯 떠오르기만 하여도 애써 참아내며 살수 있으련만 자신의 기억 어느 한 조각에서도 각인되지 못한체 물보라의 뿌연 흩날림처럼 허공으로 흩어져버린 부모의 모습.. 그렇게 기억되지 않는 부모 혈육의 모습을 그리며 스물 네해를 살아오는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건 언제나 희망 대신 절망이였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자신을 맴돌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삶이란 주어진 그대로의 모습만으로 항상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는 못한것.. 자신 또한 늘 힘들게만 여겨지는 삶의 문턱에서 늘 당당하고 싶었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스물 네해를 살아오면서도 아직도 가슴 한켠이 시리웁고 저려오는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람에 대한 정과 그리움이였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텨보아도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여도 소리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을 한없는 외로움에 빠뜨려버리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정만큼은 아직도 이겨낼수가 없었다.
" .... "
그렇게 한적한 곳에서 이름 모르게 피어나는 들꽃같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수아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들꽃간이 버려져있던 자신의 가슴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정이 조금씩 희석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이 시작되는 시점에 우진이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다는 생각에 수아는 자신을 휘감아도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
" 수아씨.. "
" .... "
되풀이되는 파도의 흩어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수아가 자신을 부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우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춥죠.. 자 여기 커피 대령했읍니다.. "
" 고마워요... "
" 수아씨 많이 추운가보네.. 코가 빨개졌어요.. "
" .... "
커피를 받아든 수아를 바라보며 우진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목에 감겨져있던 목도리를 풀어 수아의 목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 괜찮아요.. 우진씨도 춥잖아요.. "
" 전 괜찮습니다.. 이래뵈도 남자 아닙니까.. "
" .... "
만류하려는 수아의 손짓을 뿌리치며 우진이 수아의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아버렸다.
" 어때요.. 따뜻하죠... "
" 네.. 따뜻해요.. "
" 그럼 됐어요.. 따뜻하다니.. 커피 마셔요.. "
" ..... "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바라보던 우진이 수아옆에 앉으며 커피잔을 들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우진을 바라보던 수아가 따뜻한 커피잔을 두손으로 움켜쥔체 가만히 고개를 옆으로 숙여 우진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가자 그런 수아를 흘끗 바라보던 우진이 이내 시선을 바다 한가운데로 던졌다.
" 수아씨.. "
" 네.. "
얼마간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우진이 수아를 부르자 우진의 어깨에 살며시 기댄체로 수아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수아씨는 겨울 바다가 좋습니까.. 아니면 여름 바다가 좋습니까.. "
" 글쎄요.. 전 바다를 그렇게 많이 와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떤 모습의 바다가 좋은지 잘모르겠어요.. "
" 후후.. 그래요.. "
" 우진씨는 어느 계절의 바다가 좋은데요.. "
" 전 겨울 바다가 좋습니다.. "
" 왜요.. 조용하고 운치가 있어서요.. "
" 아뇨.. 그런걸 느낄만큼 전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
" 그럼 왜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데요.. "
" 온전히 바다를 볼수가 있잖아요.. "
" .... "
" 여름 바다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바다를 바라볼때 사람들로 시야가 많이 어지럽거든요.. 그런데 겨울 바다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뜸하니까.. 온전하게 넓은 바다만을 볼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전 겨울 바다가 좋습니다.. "
" 그런가요.. "
" 네.. "
우진의 짧은 대답을 들으며 수아가 시선을 조금 들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우진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수아는 자신의 가슴에서 흐르는 우진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시선을 떨궈 다시금 우진의 한쪽 어깨에 깊숙히 머리를 기대갔다.
" 수아씨.. "
" 네.. "
" 전 수아씨가 겨울 바다였으면 좋겠읍니다.. "
" ..... "
뜬금없는 우진의 말에 수아가 우진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어 물끄러미 우진을 바라보았고 우진 또한 천천히 시선을 돌려 잔잔한 시선으로 수아를 바라보았다.
" 그래서 외롭고 우울할때면 언제나 수아씨 곁을 찾아와서 응석도 부리고싶고 또 때로는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 우진씨... "
" 안될까요.. 수아씨.. "
" 하지만 전.. 그렇게 우진씨를 위로할만큼 여유롭지가 않아요.... 그런 제가 어떻게 우진씨를 위로하고 보듬을수가 있겠어요.. "
" 수아씨.. "
" .... "
자신의 말을 가로막는 우진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수아가 또다시 우진을 가만히 응시했다.
" 그때는 제가 수아씨의 겨울 바다가 되어드리겠읍니다.. 수아씨가 힘들고 외로울땐 제가 수아씨의 곁에서 수아씨를 외로하고 수아씨를 보듬어 드리면 되지않겠읍니까.. "
" .... "
" 안되겠읍니까... "
" .... "
눈물을 글썽인체 우진을 말없이 바라보던 수아가 대답대신 서서히 상체를 우진에게 기대가자 우진이 살포시 그런 수아의 상체를 보듬어 안았다.
" 사랑합니다.. 수아씨.. "
" 우진씨.. "
" 수아씨가 제 곁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수아씨 곁에서 수아씨만을 위한 남자가 되겠읍니다... "
" ...... "
우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진의 품에 안겨있던 수아가 고개짓을 헤대며 우진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
" 아뇨.. 우진씨가 저한테 우진씨를 떠나달라고 말하기전 까지는 절대로 우진씨 곁을 떠나지 않을꺼예요.. 우진씨의 여자로 언제까지고요.. "
" 수아씨... "
" 사랑해요... "
울먹이듯 말하는 수아의 말에 우진이 감격한듯 힘차게 수아를 끌어안자 우진의 품에 안겨버린 수아의 얼굴에서 기다란 눈물 한줄기가 얼굴을 타고흘러 우진의 가슴을 적셔가자 그런 수아의 눈물을 가슴에 느낀듯 우진이 천천히 수아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안은체 자신의 품에서 들어올려 애정이 듬뿍서린 얼굴로 수아를 내려다 보았다.
" ..... "
" ..... "
그렇게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의 사랑을 느껴가던 우진과 수아의 얼굴이 서서히 간격을 좁혀가며 서로의 입술을 찾아갔고 어느덧 상대방 입술의 촉감을 자신의 입술에서 느껴가던 두사람의 입술이 하나가 되어버린 순간 상대방의 모든것을 자신의 가슴으로 옮겨가려는듯한 두 사람의 깊고 긴 입맞춤이 겨울 바다의 매서운 차가움을 그렇게 서서히 녹여가고 있었다.
" 우진씨.. "
" 네.. "
" 무슨할말 있으세요.. "
" ..... "
수아는 조금전부터 무언가 망설이듯 보여지는 우진의 모습에 조금은 궁금한 표정으로 말을 물었다.
" 그게 말이죠... "
" 하실말씀 있으시면 해보세요.. "
머뭇거리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냈다.
" 좋습니다..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죠.. "
" ..... "
" 저랑 여행 같이 안가시겠읍니까.. "
" 여행이요.. "
" 네.. 요즘들어서 바다가 보고 싶은데.. 혼자 가기는 싫고.. 수아씨랑 함께 갔으면 하는데.. "
" ..... "
말끝을 흐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우진을 향해 수아가 말없이 미소만을 머금었다.
" 어려우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
" 그말하려고 아까부터 그렇게 머뭇거리셨어요.. "
" 그렇게 보였읍니까.. "
" 네.. "
" 훗.. 사실 여행을 같이 가자고하면 수아씨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조금 망설여 졌거든요.. "
" 왜요.. "
" 수아씨가 혹시나 제가 딴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할까 봐서요.. "
" 후후.. "
" 왜 웃으십니까.. "
작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수아를 바라보며 우진이 조금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 우진씨.. 정말로 딴 마음품고 여행 가시자고 그러신거 아니예요.. "
" 아..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드신다면 제 제안 없었던걸로 하겠읍니다.. 정말입니다.. "
" 후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이상해요.. "
" 아이.. 정말.. 왜 그러십니까.. 안 그래도 괜한 제안을 한거같아서 불안한데.. "
" 후후... "
얼굴까지 벌개진체 말까지 더듬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는 우진의 순진함이 너무나 흡족스러운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 언제가는 건데요.. "
" 엇.. 같이 가시겠읍니까.. "
" 글쎄요.. 우진씨를 믿어도 될지 어떨지 좀더 생각해 보구요.. "
" ..... "
약을 올리듯 말을 건내는 수아를 바라보는 우진의 표정이 조금은 심통난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 언제 떠나는거죠.. "
" 이번주 주말입니다.. "
" 너무 빠르다.. 어쩌죠.. 이번 주말은 힘들것 같은데.. "
" 알겠읍니다.. 그럼 없었던걸로 하죠.. 어차피 가시고 싶은것 같지도 않은데.. "
" ..... "
" 가시죠.. 제가 바래다 드리겠읍니다.. "
" 우진씨.. "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는 냉랭하게 변해버린 우진의 태도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우진이 제안한 여행을 내심 흔쾌히 받아들이려 했지만 우진이 어떻게 나올까 장난을 쳐보았던 수아로써는 급격하게 변해버린 우진의 태도가 적잖이 곤혹스러웠다.
" 우진씨.. 화났어요.. "
" 아닙니다.. "
커피숍을 나온 수아는 반걸음쯤 앞서 걸어가는 우진의 팔을 잡으며 말을 건냈다.
" 화나신것 같은데요.. "
" 아닙니다.. 화 안났읍니다.. "
" 정말 이러시기예요.. "
" 제가 뭘 말입니까... "
" 우진씨 그렇게 안봤는데.. 밴뎅이 속이네요.. "
" 밴뎅이속이요.. "
" 네.. 무슨 남자가 그렇게 맥없이 물러서요.. 한번쯤은 더 같이 가자고 말해봐야 하는것 아닌가요.. "
" ..... "
" 기껏 한번 말해보고 안되니까.. 토라지기나하고.. 우진씨 실망이예요.. "
" 그럼 같이 가시는 겁니까.. "
" 몰라요... "
" ..... "
토라진듯 차갑게 말하는 수아를 바라보던 우진이 수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돌아섰고 그런 우진의 행동에 수아는 또다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우진이 많이 삐진듯 보여졌기 때문이다.
" 좋습니다.. 밴뎅이라는 말까지 들은 이상 저도 더는 기다리지 않겠읍니다.. 같이 가시겠읍니까.. 아니면 그만 두시겠읍니까.. "
" 우진씨.. "
" 말씀해 보십시요.. 어쩌시겠읍니까.. "
" 알았어요.. 생각해 볼께요.. 그러니까 그렇게 돌아서있지 말고 저를보고 말씀하세요.. "
" 가시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읍니까.. "
" 그래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마음 풀고 어서 돌아서세요.. "
" ..... "
뒤돌아 서있는 우진의 팔을 잡아채며 수아가 채근을 하자 우진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우진이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자신을 바라보자 수아가 조금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한마디에 금방 기분이 풀린듯한 우진이 철없는 어린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수아씨.. "
" 왜요.. "
" 큭..큭.. "
" 왜 웃어요.. "
" ..... "
웃음을 참지 못하는 우진을 바라보며 수아가 쏘아 부치듯 말을 건내는 순간 우진이 말없이 손가락 두개를 펼쳐 브이자 모양을 하자 수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웬 브이자.. "
" 우하하... 수아씨가 졌어요.. "
" 제가 지다니요.. 그게 무슨말이예요.. "
" 하하... 제 작전에 수아씨가 넘어왔다구요.. "
" 뭐.. 뭐라구요.. "
" 아무렴 제가 밴뎅이만큼 속이 좁은 남잔줄 아셨읍니까.. 하하하.. "
" 우진씨.. "
" 하하하... 작전 대성공.. "
" 에이 엉터리... 이리와요.. "
" 하하.. 메롱.. "
결국 자신이 우진의 꾀에 넘어간것임을 알아챈 수아가 주먹을 불끈쥐며 우진을 금방이라도 때릴듯한 자세를 취하자 우진이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그런 수아곁에서 멀어지자 수아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진을 흘겨보며 우진을 잡기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 촤아아..!! 철썩.... !! -
" .... "
맹렬한 기세로 해안으로 밀려 들어온 파도가 방파제의 벽을 타고 올라 하늘로 흩어지는것을 바라보며 수아는 이제껏 힘겹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듯 물보라를 피어내며 흩어져버린 파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억 저편에 가물거리듯 떠오르기만 하여도 애써 참아내며 살수 있으련만 자신의 기억 어느 한 조각에서도 각인되지 못한체 물보라의 뿌연 흩날림처럼 허공으로 흩어져버린 부모의 모습.. 그렇게 기억되지 않는 부모 혈육의 모습을 그리며 스물 네해를 살아오는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건 언제나 희망 대신 절망이였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자신을 맴돌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삶이란 주어진 그대로의 모습만으로 항상 누구에게나 만족스럽지는 못한것.. 자신 또한 늘 힘들게만 여겨지는 삶의 문턱에서 늘 당당하고 싶었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스물 네해를 살아오면서도 아직도 가슴 한켠이 시리웁고 저려오는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람에 대한 정과 그리움이였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텨보아도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여도 소리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을 한없는 외로움에 빠뜨려버리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정만큼은 아직도 이겨낼수가 없었다.
" .... "
그렇게 한적한 곳에서 이름 모르게 피어나는 들꽃같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수아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들꽃간이 버려져있던 자신의 가슴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정이 조금씩 희석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이 시작되는 시점에 우진이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며 서있다는 생각에 수아는 자신을 휘감아도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
" 수아씨.. "
" .... "
되풀이되는 파도의 흩어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수아가 자신을 부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우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춥죠.. 자 여기 커피 대령했읍니다.. "
" 고마워요... "
" 수아씨 많이 추운가보네.. 코가 빨개졌어요.. "
" .... "
커피를 받아든 수아를 바라보며 우진이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목에 감겨져있던 목도리를 풀어 수아의 목에 칭칭 감기 시작했다.
" 괜찮아요.. 우진씨도 춥잖아요.. "
" 전 괜찮습니다.. 이래뵈도 남자 아닙니까.. "
" .... "
만류하려는 수아의 손짓을 뿌리치며 우진이 수아의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아버렸다.
" 어때요.. 따뜻하죠... "
" 네.. 따뜻해요.. "
" 그럼 됐어요.. 따뜻하다니.. 커피 마셔요.. "
" ..... "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바라보던 우진이 수아옆에 앉으며 커피잔을 들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우진을 바라보던 수아가 따뜻한 커피잔을 두손으로 움켜쥔체 가만히 고개를 옆으로 숙여 우진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가자 그런 수아를 흘끗 바라보던 우진이 이내 시선을 바다 한가운데로 던졌다.
" 수아씨.. "
" 네.. "
얼마간을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우진이 수아를 부르자 우진의 어깨에 살며시 기댄체로 수아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수아씨는 겨울 바다가 좋습니까.. 아니면 여름 바다가 좋습니까.. "
" 글쎄요.. 전 바다를 그렇게 많이 와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떤 모습의 바다가 좋은지 잘모르겠어요.. "
" 후후.. 그래요.. "
" 우진씨는 어느 계절의 바다가 좋은데요.. "
" 전 겨울 바다가 좋습니다.. "
" 왜요.. 조용하고 운치가 있어서요.. "
" 아뇨.. 그런걸 느낄만큼 전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
" 그럼 왜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데요.. "
" 온전히 바다를 볼수가 있잖아요.. "
" .... "
" 여름 바다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바다를 바라볼때 사람들로 시야가 많이 어지럽거든요.. 그런데 겨울 바다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뜸하니까.. 온전하게 넓은 바다만을 볼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전 겨울 바다가 좋습니다.. "
" 그런가요.. "
" 네.. "
우진의 짧은 대답을 들으며 수아가 시선을 조금 들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우진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수아는 자신의 가슴에서 흐르는 우진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시선을 떨궈 다시금 우진의 한쪽 어깨에 깊숙히 머리를 기대갔다.
" 수아씨.. "
" 네.. "
" 전 수아씨가 겨울 바다였으면 좋겠읍니다.. "
" ..... "
뜬금없는 우진의 말에 수아가 우진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어 물끄러미 우진을 바라보았고 우진 또한 천천히 시선을 돌려 잔잔한 시선으로 수아를 바라보았다.
" 그래서 외롭고 우울할때면 언제나 수아씨 곁을 찾아와서 응석도 부리고싶고 또 때로는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 우진씨... "
" 안될까요.. 수아씨.. "
" 하지만 전.. 그렇게 우진씨를 위로할만큼 여유롭지가 않아요.... 그런 제가 어떻게 우진씨를 위로하고 보듬을수가 있겠어요.. "
" 수아씨.. "
" .... "
자신의 말을 가로막는 우진의 나즈막한 목소리에 수아가 또다시 우진을 가만히 응시했다.
" 그때는 제가 수아씨의 겨울 바다가 되어드리겠읍니다.. 수아씨가 힘들고 외로울땐 제가 수아씨의 곁에서 수아씨를 외로하고 수아씨를 보듬어 드리면 되지않겠읍니까.. "
" .... "
" 안되겠읍니까... "
" .... "
눈물을 글썽인체 우진을 말없이 바라보던 수아가 대답대신 서서히 상체를 우진에게 기대가자 우진이 살포시 그런 수아의 상체를 보듬어 안았다.
" 사랑합니다.. 수아씨.. "
" 우진씨.. "
" 수아씨가 제 곁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수아씨 곁에서 수아씨만을 위한 남자가 되겠읍니다... "
" ...... "
우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진의 품에 안겨있던 수아가 고개짓을 헤대며 우진의 품에서 얼굴을 들었다.
" 아뇨.. 우진씨가 저한테 우진씨를 떠나달라고 말하기전 까지는 절대로 우진씨 곁을 떠나지 않을꺼예요.. 우진씨의 여자로 언제까지고요.. "
" 수아씨... "
" 사랑해요... "
울먹이듯 말하는 수아의 말에 우진이 감격한듯 힘차게 수아를 끌어안자 우진의 품에 안겨버린 수아의 얼굴에서 기다란 눈물 한줄기가 얼굴을 타고흘러 우진의 가슴을 적셔가자 그런 수아의 눈물을 가슴에 느낀듯 우진이 천천히 수아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안은체 자신의 품에서 들어올려 애정이 듬뿍서린 얼굴로 수아를 내려다 보았다.
" ..... "
" ..... "
그렇게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의 사랑을 느껴가던 우진과 수아의 얼굴이 서서히 간격을 좁혀가며 서로의 입술을 찾아갔고 어느덧 상대방 입술의 촉감을 자신의 입술에서 느껴가던 두사람의 입술이 하나가 되어버린 순간 상대방의 모든것을 자신의 가슴으로 옮겨가려는듯한 두 사람의 깊고 긴 입맞춤이 겨울 바다의 매서운 차가움을 그렇게 서서히 녹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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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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