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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34 2,142회 0건
(속)숨결-30부
- 리리리.. 라라리리..!! -

" 고객이 전화를 받지않습니다... 삐..소리가나면 음성을.... "
" ........ "
한참을 울려대던 핸드폰 벨이 멈추어지며 음성을 남기라는 메세지가 들려오자 수연이 힘없이 들고있던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연은 재훈과 그일이 있은후 일주일째 자신의 전화를 피하는듯한 재훈의 태도에 섭섭함을 금할길이 없었다. 그날 여행을 떠날 당시만해도 자신도 그런일을 벌이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 자신을 외면하며 돌아서버린 재훈에게 자신은 여자로써 자존심에 작은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훈을 찾았건만 재훈은 계속해서 자신을 피해가고 있었고 그런 재훈에게 일종의 모멸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 ......... "
낯익은 전화번호가 찍혀있는 핸드폰을 바라보던 재훈은 조용히 핸드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벌써 일주일째 하루에 서너통씩 수연은 계속 전화를 하고있었지만 재훈은 차마 수연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일주일전 수연과 마지막선을 넘을뻔했던 그일때문만은 아니였다. 그일을 벌이려했던 수연의 마음이 재훈으로 하여금 수연을 마주할수없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오랜시간 수연을 지켜봐온것은 아니였지만 수연은 그렇게 쉽사리 남자앞에서 허물어질 여자는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연이 그렇게 쉽사리 자신에게 모든것을 내던지려 했음은 자신을 향한 수연의 마음이 결코 단순한 마음이 아니란걸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훈은 수연과 정사를 벌이려던 마지막 순간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선민의 기억에 알수없는 그리움을 느끼며 수연과의 정사를 멈출수밖에 없었고 일주일 지난 지금까지 도대체 알수없는 자신의 마음때문에 선뜻 수연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 .......... "
그렇게 알수없는 자신의 마음에 답답함을 느끼며 재훈은 또다시 찾아온 강어귀에 앉아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보았다.

- 선영아.. 도대체 뭐니... 내 가슴에 흐르고있는 이 감정의 정체가 도대체 뭐니... 그렇게 애원하던 선민을 애써 뿌리쳤던 난데.. 지금 이순간 내 가슴에 흐르고있는 선민에 대한 그리움의 정체는 도대체 뭐니... 선영아.. 나 두렵다... 행여.. 지금의 이런 내 감정이 선민이를 향한 사랑이라면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되는거니... 그리고 나는 무슨 낯으로 너를 보아야 하는거니.. 선영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니.. 어떻게... -

그렇게 하늘을 올려보며 선영과 가슴으로 이야기하던 재훈이 괴로운듯 고개를 떨구며 두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어갔다. 철저하게 외면했던 자신을 향했던 선민의 사랑.. 그러나 어느 한순간 갑자기 자신의 머리속을 스치듯 지나가던 선민의 기억에 의하여 자신조차 모른체 숨겨져있던 선민에 대한 알수없는 그리움이 고개를 쳐드는 순간 재훈은 그 사실에 너무도 어이없어하며 애써 부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민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감을 느끼며 재훈은 어쩌면 자신의 이런 마음이 선민을 향한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한 자책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선영을 잊지못하기도 했었지만 선영의 동생때문 이였기에 외면했던 선민의 마음이였다. 언니가 사랑했던 남자를 어떻게 사랑할수 있느냐는듯 자신을 향했던 선민을 나무라며 선민에게 사랑을 지키려하는 고귀한 사랑의 숭배자처럼 위세를 떨었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자신의 가슴 한구석에 그렇게 외면했던 선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재훈은 너무도 이중적인 가슴을 지닌 자신을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그렇게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에 괴로워하는 재훈의 곁으로 겨울 날씨에 어울리지않은 따스한 햇살이 조용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모든것을 이해하니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선영의 말을 대신하듯 괴로워하는 재훈의 곁을 그렇게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 딜릴리.. 딜릴리.... !! -

" 여보세요... "
" ........ "
" 여보세요... "
벨소리에 수화기를 집어들었던 수연이 상대편으로부터 아무말이 전해지지않자 다시한번 상대방을 불렀다.

" 접니다.... "
자신의 재촉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순간 수연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재훈임을 느끼며 울컥 솟아오르는 서러움에 수화기를 들고있는 손을떨기 시작했다.

" 네.. 말씀하세요... "
" 지금 만나뵐수 있을까요... "
" 그러죠.... 어디서 뵐까요... "
" 지금 수연씨 동네에 와있읍니다.. 전에 만났던 커피숍에서 기다리겠읍니다... "
" 네.... 알았어요.. 지금 나가죠..."
" 네... "
재훈의 짧은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적막이 귓전을 파고들었지만 수연은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한체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토록 애가타는 마음으로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언제나 들려오는건 차가운 기계음 뿐이였다. 그런데 그런 재훈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에 수연은 내심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알수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쉽사리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 ......... "
그렇게 한참을 수화기를 붙든체 앉아있던 수연이 흠짓거림과 동시에 황급히 수화기를 내려놓은뒤 자리에서 일어나 장문을 열어 자신의 외출복을 서둘러 꺼내기 시작했다.


" 수연씨.... "
십여분째 말이없던 재훈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수연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체 말문을 열었다.

" 말씀하세요.... "
" 지난번일에 대해서는 제가 수연씨에게... "
" 사과의 말씀이라도 하시겠다는 건가요... "
" ........... "
" 재훈씨.... "
" ........... "
재훈의 말을 가로막은 수연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재훈을 부르자 재훈이 시선을 들어 수연을 바라보았다.

" 그날일에 대해서는 우리 아무말도하지 않기로하죠... "
" ........... "
" 저나.. 재훈씨나.. 이성적인 판단을 할수있는 사람들 아닌가요... 전 그날 제가 재훈씨한테 보였던 행동이 한낱 불장난에 지나지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 ........... "
" 전 제 감정에 충실했을 뿐이예요... 그런데 재훈씨가 저에게 사과할 이유가 있을까요... "
" 수연씨.... "
" 재훈씨...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을뿐이예요... 그런데 재훈씨가 사과를 한다면.... 저의 그런 행동이 그저 스쳐가는 싸구려 순정에 지나지 않을꺼예요.... "
" ........... "
" 그러니까.. 재훈씨가 저한테..... "
" 사랑하는 사람이 있읍니다.... "
" ........... "
이어지는 수연의 말을 가로막으며 재훈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건내자 수연이 순간 말문을 닫으며 재훈을 바라보았다.

" 그렇기 때문에 수연씨한테 사과하고 싶은겁니다... "
" .......... "
" 물론 수연씨를 상대로 육체적 욕망을 채워보겠다는 그런 흑심을 품었던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 다른 그림자를 품고있었음에도 수연씨에게 한순간 그런 욕망을 품었다는게 죄송스럽습니다... "
" 알아요.. 재훈씨가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있다는걸.... "
" .......... "
갑작스런 수연의 말에 재훈이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수연을 바라보았다.

" 그걸 알면서도 재훈씨를 가슴에 새겼어요.. "
" 수연씨.... "
" 하지만 재훈씨... 지금 재훈씨의 가슴에 새겨져있는 그분이 과연 재훈씨에게 무엇을 해줄수가 있나요.. "
" ......... "
" 잡을수없는 사람이예요... 재훈씨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분은 재훈씨에게 아무런것도 해줄수가 없다구요... 이제 그만 잊으세요.... "
" 수연씨.. 지금 무슨말을..... "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연의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재훈이 물었다.

" 재훈씨.. 저도 알아요... 선영씨란 분에 대해서... 그리고 선영씨를 재훈씨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도요... 하지만 이제 잊으세요.. 그분이 편하게 눈을 감을수 있도록요... "
" 그게 아닙니다.. 수연씨.... "
" ......... "
" 지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선영이가 아닙니다... "
" ......... "
재훈에게 떠나버린 선영이란 여자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재훈의 뜻밖에 말에 수연은 순간 당황하며 멍하니 재훈을 바라보았다.

" 아직 선영이를 깨끗이 잊지 못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가슴에 다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다는걸 얼마전에 알아버렸읍니다... "
" 그럼... 재훈씨 가슴에 선영씨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말인가요.. 그런가요... "
" 네..... "
" ......... "
수연의 물음에 재훈이 시선을 떨구며 나즈막히 대답하자 수연은 한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눈을 질끈내려 감았다.

" 저도 얼마전에야 알았읍니다... 제가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
" .......... "
" 그랬기에 수연씨한테... "
" 누군가요... "
한기를 느끼는듯 온몸을 떨며 수연이 재훈을 향해 물었다.

" .......... "
" 누구냐구요... 재훈씨가 사랑한다는 그사람이 누구냐구요... "
" 수연씨.... "
" 재훈씨 입으로 저에게 그랬어요... 잊을려고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구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니요... 설마 지난번일로 저에게 부담이라도 느끼셔서 이러는건가요.. 그런건가요... "
" ......... "
" 재훈씨.. 그런거라면 굳이 이러실 필요없어요... 이렇게까지 재훈씨 스스로를 속이면서 저에게 벽을 두르실 필요없어요... 재훈씨가 이런다고해서.... "
" 선민이를 사랑하고 있읍니다... "
" ......... "
재훈의 놀라운 말에 수연은 찬물을 뒤집어쓴듯 경직된 표정으로 재훈을 바라보았다.

" .......... "
" 선민이라면... 설마... 한 선민씨를 .. "
" 맞습니다.... "
" .......... "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훈의 놀라운 말에 수연은 이제 온몸을 부들거리며 떨고있었고 알수없는 허탈감이 전신을 감싸오는것을 느끼며 말없이 재훈을 바라보았다.

" 정말 선민씨를 사랑하시나요... "
" ......... "
" 왜 말을 못하시죠... 선민씨를 사랑하냐고 물었어요... "
" 그렇습니다.... "
" ......... "
혹시나하며 물었던 자신의 물음에 재훈이 그렇다는 대답을하자 수연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앞에 놓여진 물컵을 부여잡았다.

" 다시한번만 물어보죠... 그말 정말인가요... "
" 네..... "

- 촤아악...!! -

수연의 물음에 재훈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수연이 부여잡았던 물컵을 들어 재훈의 얼굴을 향해 힘차게 쏟아부었다.

" 선민씨를 사랑한다고요.... 그토록 고귀한 사랑의 순례자처럼 선영씨의 그늘을 품고살겠다더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영씨의 동생인 선민씨를 사랑한다고요... "
" .......... "
" 당신이란 사람.. 결국 속물에 지나지 않았군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한순간 가슴이 설레였던 제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군요.... "
" .......... "
수연이 쏟아부은 물사례를 뒤집어쓴체 재훈이 말없이 수연의 독설을 듣기만하고 있었다.

" 사랑에는 어떤 선이없다구요... 그 선을 선택하는건 결국 스스로의 선택이라구요.. "
" .......... "
" 결국 당신이 말한 선이란게 겨우 이런거였군요... 위선자.... "
" .......... "
수연이 재훈을 향해 위선자란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지만 물사례를 뒤집어쓴 재훈은 말없이 시선을 떨군체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 ......... "
걸음을 옮겨 자리를 벗어나며 수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쏟아부은 물사례를 뒤집어쓴체 고개를 떨구있는 재훈을 다시한번 바라보며 카페를 벗어났다.


" ......... "
거리의 을씨년한 거리를 휘감아돌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가는것을 느끼며 수연은 자신의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행여 재훈이 자신을 붙잡기 위하여 뛰쳐나올지도 모른다는 미련에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하던 수연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며 고개가 살며시 떨구어졌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치며 스쳐갔던 남자.... 그리고 그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자신의 주위에 다시 찾아들었던 남자.... 그렇게 너무도 우연처럼 이어지는 인연속에서 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더우기 그 남자의 가슴에 온통 상처뿐인 흔적만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런 그남자를 바라보며 연민의 정마저 보태며 그 남자를 가슴깊이 새기며 사랑이란 감정을 키워왔다. 그런데 다른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니.. 영원히 상처의 고통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것 같았던 그 남자의 가슴에 다른 사랑이라니...

수연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 재훈을 향해 그토록 모진말을 던져야했다.. 재훈이 자신을 기만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재훈이 자신의 사랑을 져버려서가 아니라... 너무나 엄청난 사실앞에 내던져진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초라해서였다... 받아들여야함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안타까워 수연은 발버둥치듯 그렇게 재훈을 향하여 모진 행동과 말을 쏟아부어야했다. 무너질것 같은 자신을 버티기 위해서 그렇게 재훈을 통하여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했다.

" ......... "
마침내 문앞을 지키듯 한참을 버티고 서있던 수연이 혹시나하며 재훈을 기다렸던 자신의 마지막 바램마져 한낱 부질없음을 느끼며 무겁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리란 모진 결심을 하며 고개를 숙인체 그렇게 자신이 품어왔던 사랑을 등진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등진체 걸음을 옮겨가는 수연의 어깨위로 흩뿌연 이슬비가 촉촉히 내려앉고 있었다. 무너진 자신의 사랑앞에 눈물을 떨구고있는 수연의 가련한 모습을 애써 감쳐주려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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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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