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숨결-18부
" 아깐 정말 놀랬잖아요... "
재훈의 말대로 다시 아무렇치도 않은듯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수연이 놀랬다며 말을 건냈다.
" 후후.. 제가 뭐라고 그랬읍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그랬죠.. "
" 죄송합니다... 암튼 무슨 농담을 못해요.. "
" 임마 그러길래.. 본전도 못찾을꺼면서... 그런 농담은 뭐하러해... "
" 그냥 웃자고 그런거지.. 어휴 내가 미쳐.. 왜 에이꼬를 만나서 이 고생인지.. "
" 태우씨.... "
" 아냐.. 아냐.. 취소.. 에이꼬 만나서 정말 행복해.. 진짜야... "
태우의 말에 에이꼬가 다시 울상을 지으려하자 태우가 기겁을하며 에이꼬를 달랬고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재훈과 수연은 또다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두분은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
술잔을 기울이던 태우가 잔을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묻자 재훈은 조금전 수연이 했던말을 떠올리며 순간 당황해하자 수연이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 재훈씨.. 친구분 부인이 저랑 대학 동창예요.. 그래서 알게됐어요... "
" 아.. 그러세요.. "
" 왜요.. "
" 아뇨.... 그냥요.. 난 누님이 재훈이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알았거든요... "
" 후후.. 그렇고 그런 사이요... "
" 네... 에이꼬랑 저처럼요... "
" 태우씨.. "
" 왜.. "
에이꼬의 부름에 태우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짧게 대답했다.
" 그럼.. 정상이랑 수연상이랑도 같이 자는 사입니까... "
" 컥... "
" ....... "
" ....... "
갑작스런 에이꼬의 질문에 태우는 마시려던 술이 목에걸린듯 술을 내뱉었고 재훈과 수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에이꼬를 바라보았다.
" 야.. 에이꼬... "
" 네... "
"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야... "
" 태우씨랑 우리같은 사이라고 그랬잖습니까... 그러니까 정상이랑 수연상도 우리처럼 같이 자냐구요.. "
" 흑.. 에이꼬... "
" 왜이러십니까... "
이어지는 에이꼬의 말에 태우가 당황하며 에이꼬의 입을 막으려하자 에이꼬가 고개를 저으며 태우의 손길을 피했다.
" 죄송합니다.. 에이꼬 조용히 안해... "
" 왜요.. 제가 잘못한겁니까... "
" 어휴.. 에이꼬 그런말 하는거아냐.... 두분은 그런 사이아니란 말야.. 빨리 사과해... "
" 네.. 그러시군요... 에이꼬.. 죄송합니다... "
" 으휴.. 내가 미쳐요.. "
에이꼬의 미안해 하는 표정과 태우의 너스레에 재훈과 수연은 순간 어색했던 표정을 풀며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태우씨와 에이꼬는 어떻게 만난거죠.. "
괜찮다는 자신의 말에도 불구하고 태우가 자신의 차키를 넘기며 떠미는 등살에 못이겨 자신을 데려다주기 위하여 운전을 하고있는 재훈을 바라보며 수연이 물었다.
" 유학온 학생들 사이에서도 피부색을 따라서 서로 갈라지죠..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등에서 유학온 동양계 학생끼리 모임이 있죠.. 거기서 만났다고 하더군요... "
" 여기서는 한국 학생들이랑 일본 학생들 사이가 좋은가보죠.... "
" 아무래도 민족적 정서상 좀 그렇기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그런것에 굳이 연연해 하지는 않으니까요... "
" 그래요.. 한국에선 얼마전에 역사 교과서 왜곡이다 고이즈미 수상의 신사참배다 뭐다해서 한참 시끄러운데... "
" 안그래도 그 문제때문에 이곳에서도 우리 유학생들과 일본 유학생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었죠.... 토론중에 말다툼이 일어나는 바람에... "
" 말다툼이요... "
" 네.. 처음에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설정방향을 토론해보자고 모인건데... 나중엔 좀 심각한 상황까지 갔었죠.. "
" 왜요... "
" 토론 도중에 우리 학생 하나가 일제시대 만행에 대해서 규탄을 했거든요... 특히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
" 그래서요... "
"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 유학생중 하나가 그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반박을 하고 나선거죠... "
" 어떻게 반박을 했는데요... "
" 혹시 한일 기본 조약에 대해서 아십니까... "
"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
" 저도 그 일본 유학생이 말하기 이전에는 잘몰랐었죠.. 어쨌든 그 일본 유학생의 말에 따르면 1965년 일본은 당시 한국 정부와 한일 기본 조약을 체결하면서 5억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배상을 했다는 겁니다.. "
" 5억 달러라면 당시로썬 상당한 금액이네요.. "
" 꽤 큰돈이죠.. 그런데 한국 정부가 그 돈을 받으면서 다시는 종군 위안부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
" 그게 사실인가요.... "
" 네.. 그런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국 유학생 중하나가 사실이라고 말해줬으니까요... "
" 결국 일본 학생은 일본으로썬 할만큼은 했다 그건가요.. "
" 글쎄요... 어쨌든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일본은 한국 정부에 사죄의 뜻으로 배상을 했다는거죠.... "
" 어이가 없네요... 결국 돈으로 모든걸 풀었다고 생각하는거군요.. "
" 일본도 일본이지만.. 우리도 문제가 많죠... "
" 어떤 문제요... "
"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돈을 가지고 피해를 받았던 분들에게 제대로 배상도 해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그분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런 배려가 없었다는게 문제죠... "
" 국가적 차원에서 배려요.. "
" 네.. 전 솔직히 일본에게 배상 문제를 떠맡기기 이전에 우리 정부가 일차적으로 그분들을 위해서 배상을 해줬으면 합니다.... "
" ......... "
" 그렇게 해서라도 그분들의 받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드린 다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문제에 대해서 싸웠으면 합니다...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신 분들이 조금씩 명을 다하시고 계시니까요.. "
" 하지만 그렇게되면 일본 정부가 더욱 배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그분들이 계속해서 일본을 상대로 배상 문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일본도 책임 회피가 어려워지는것 아닌가요... "
"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그분들의 상처 치유에서 배상을 해줘야 하는것 아닐까요... "
" 어째서요... "
" 수연씨는... 과연 우리 국민중에 그분들을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며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 글쎄요.. 우리 국민 거의다가 아닐까요... "
" 아니요... 메스컴에서 그 문제를 들먹이면 국민 모두들 흥분하며 난리를 치지만.. 결국은 그분들은 외로운 싸움을하고 계실뿐입니다... "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 그날 일본 유학생의 말중에 이런말이 있었으니까요... "
" ........ "
" 일본이 한국 정부에 배상한 돈은 배상금이란 명목이 아닌 경제 협력자금이란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이중에 있느냐.. 그리고 일본 땅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체 숨진 여성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죠.. 그러자 일본 유학생이 이렇게 말했죠... 과연 한국이란 나라가 일본에 대해서 그렇게 큰소리로 칠만큼 스스로 그분들에 대해서 무엇을 했느냐 스스로도 그분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큰 소리를 칠수있느냐고 반문했죠... "
" 그 학생도 전형적인 일본인이군요.. "
"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 그렇지 않은가요.. 결국 자신의 나라의 책임 회피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거잖아요... "
" 후후.... "
" 왜 웃으세요... "
" 그 유학생이 바로 에이꼬입니다... "
" 네.. 그게 진짠가요.... "
그 유학생이 에이꼬 였다는 재훈의 말에 수연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그리고 에이꼬는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 그런데.. 왜... "
" 답답했던거죠... 언제나 그런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쉽사리 흥분을 하면서도 막상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않은체 일본만을 성토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에이꼬로서는 너무나 답답했던거죠.... "
" ......... "
" 에이꼬는 이곳으로 오기전에 일본에서 종군위안부로 끌려가신 분들을 위한 일본인 모임에서도 활동을 했다더군요.... "
" 네.... "
" 참.. 부끄러웠읍니다... 비록 에이꼬가 만행을 저지른 일본 국민이라지만 한국인으로써 에이꼬에게 많이 부끄러웠죠.... "
" ........ "
" 흠.. 그런데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무건운 쪽으로 흘러갔죠.. 아뭏든 그날이후 태우 녀석과 에이꼬가 더욱 가까워지게 됐죠..... "
" 그랬군요.... "
재훈으로부터 에이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재훈과 같이 부끄러운 생각을 감출수가 없었다. 재훈의 말처럼 자신 또한 그러한 사실을 모른체 살아왔던탓에 수연은 조금전 해맑은 모습으로 웃어보이던 에이꼬를 떠올리면서 비록 일본인이지만 수연은 에이꼬가 존경스러웠다.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자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던가... 수연은 그렇게 미약하나마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에이꼬를 생각하며 그녀가 키워가는 태우와의 사랑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 아쉽네요.. 그동안 누님이랑 정도 많이 들었는데... "
" 그래요.. 에이꼬도 슬픕니다... "
어느덧 귀국할 날짜가 다가온 수연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태우가와 에이꼬가 아쉬운듯 말을 건냈다.
" 나중에 한국에 오게되면 그대 다시 만나면 되잖아요... "
" 그래도... 좀더 있다가 가면 안됩니까.. 에이꼬 아쉽습니다... "
" 미안해요.. 저도 돌아가서 할일이 많아서.. "
" 그럼 누님 한국에 들어가서 누님찾아가면 한턱 내시는거죠.... "
" 그럼요.. 당연하죠.... "
" 에이꼬도 태우씨랑 같이 갑니다... "
" 네.. 그래요... "
옆에 앉아있는 태우의 팔장을 기며 에이꼬가 밝은 표정으로 말하자 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건냈다.
" 몇시 비행기로 가십니까... "
또다시 태우의 등살에 수연을 데려다주던 재훈이 운전을하며 수연에게 물었다.
" 모레.. 열두시 비행기예요... "
" 네.. 학교 수업때문에 마중은 못나가드리겠네요... "
" 괜찮아요.. 그동안 다들 재밌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덕분에 외롭지않게 시간 보내고.. "
" .........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겸언쩍은듯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그나저나.. 재훈씨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공부 하시는거죠... "
" 네.. 올때는 한 이년 작정하고 왔었죠.... "
" 이년이면 얼마남지 않았네요... "
" 왜요.. 아직 칠개월이나 남았는데요... "
" 그래야.. 겨우 반년 조금넘게 남은건데요... "
" 그런가요... 그런데 어떻게될지 잘모르겠읍니다.... "
" 왜요... "
" 아직 배울게 많은것 같기도하고... 한국에 돌아가도 별... "
" 왜요.. 고국이 그립지 않으세요... "
" 그립죠.. 보고싶은 사람도 많고.. 그런데 그게 좀.... "
" 재훈씨.. 한국에 무슨 죄짓고 도망쳐 오셨어요... "
" 네.... "
수연의 말에 재훈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재훈씨 말투가 가고는 싶은데.. 돌아갈수가 없는 사람처럼 말하시네요... "
" 그런게... 아니라.. "
" 후후..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설마 진짜로 죄짓고 도망오셨나봐요.. "
" ......... "
" ......... "
자신의 말에 재훈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이없자 수연은 그런 재훈을 의아한 표정으로 말없이 바라보았다.
재훈은 수연의 말을 들으면서 또다시 떠오르는 선민의 기억에 곤혹스러웠다. 사실 재훈이 유학을 떠나오면서 선민에게 약속한 기간도 이년의 시간이였다. 재훈으로썬 그정도의 시간이라면 선민의 마음이 어느정도 돌아서리라 생각을 했지만 선민이 보내오는 편지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발견할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선민은 자신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보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조금씩 다가오는 선민과의 약속 기간이 점점 무겁게 재훈의 가슴을 짓눌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재훈으로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애당초 그저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던 재훈의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오래도록 선영을 잊지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민이 자신과 떨어져 시간을 보낸다면 자신을 향했던 마음을 접을것이라는 우매한 생각을 가졌던 재훈의 잘못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재훈은 아직까지도 자신을 향한 선민의 사랑이 선영을 향했던 자신의 사랑만큼이나 간절하고 진실된 것이였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아깐 정말 놀랬잖아요... "
재훈의 말대로 다시 아무렇치도 않은듯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수연이 놀랬다며 말을 건냈다.
" 후후.. 제가 뭐라고 그랬읍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그랬죠.. "
" 죄송합니다... 암튼 무슨 농담을 못해요.. "
" 임마 그러길래.. 본전도 못찾을꺼면서... 그런 농담은 뭐하러해... "
" 그냥 웃자고 그런거지.. 어휴 내가 미쳐.. 왜 에이꼬를 만나서 이 고생인지.. "
" 태우씨.... "
" 아냐.. 아냐.. 취소.. 에이꼬 만나서 정말 행복해.. 진짜야... "
태우의 말에 에이꼬가 다시 울상을 지으려하자 태우가 기겁을하며 에이꼬를 달랬고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재훈과 수연은 또다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두분은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
술잔을 기울이던 태우가 잔을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묻자 재훈은 조금전 수연이 했던말을 떠올리며 순간 당황해하자 수연이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 재훈씨.. 친구분 부인이 저랑 대학 동창예요.. 그래서 알게됐어요... "
" 아.. 그러세요.. "
" 왜요.. "
" 아뇨.... 그냥요.. 난 누님이 재훈이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알았거든요... "
" 후후.. 그렇고 그런 사이요... "
" 네... 에이꼬랑 저처럼요... "
" 태우씨.. "
" 왜.. "
에이꼬의 부름에 태우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짧게 대답했다.
" 그럼.. 정상이랑 수연상이랑도 같이 자는 사입니까... "
" 컥... "
" ....... "
" ....... "
갑작스런 에이꼬의 질문에 태우는 마시려던 술이 목에걸린듯 술을 내뱉었고 재훈과 수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에이꼬를 바라보았다.
" 야.. 에이꼬... "
" 네... "
"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야... "
" 태우씨랑 우리같은 사이라고 그랬잖습니까... 그러니까 정상이랑 수연상도 우리처럼 같이 자냐구요.. "
" 흑.. 에이꼬... "
" 왜이러십니까... "
이어지는 에이꼬의 말에 태우가 당황하며 에이꼬의 입을 막으려하자 에이꼬가 고개를 저으며 태우의 손길을 피했다.
" 죄송합니다.. 에이꼬 조용히 안해... "
" 왜요.. 제가 잘못한겁니까... "
" 어휴.. 에이꼬 그런말 하는거아냐.... 두분은 그런 사이아니란 말야.. 빨리 사과해... "
" 네.. 그러시군요... 에이꼬.. 죄송합니다... "
" 으휴.. 내가 미쳐요.. "
에이꼬의 미안해 하는 표정과 태우의 너스레에 재훈과 수연은 순간 어색했던 표정을 풀며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태우씨와 에이꼬는 어떻게 만난거죠.. "
괜찮다는 자신의 말에도 불구하고 태우가 자신의 차키를 넘기며 떠미는 등살에 못이겨 자신을 데려다주기 위하여 운전을 하고있는 재훈을 바라보며 수연이 물었다.
" 유학온 학생들 사이에서도 피부색을 따라서 서로 갈라지죠..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등에서 유학온 동양계 학생끼리 모임이 있죠.. 거기서 만났다고 하더군요... "
" 여기서는 한국 학생들이랑 일본 학생들 사이가 좋은가보죠.... "
" 아무래도 민족적 정서상 좀 그렇기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그런것에 굳이 연연해 하지는 않으니까요... "
" 그래요.. 한국에선 얼마전에 역사 교과서 왜곡이다 고이즈미 수상의 신사참배다 뭐다해서 한참 시끄러운데... "
" 안그래도 그 문제때문에 이곳에서도 우리 유학생들과 일본 유학생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었죠.... 토론중에 말다툼이 일어나는 바람에... "
" 말다툼이요... "
" 네.. 처음에는 한일 관계의 올바른 설정방향을 토론해보자고 모인건데... 나중엔 좀 심각한 상황까지 갔었죠.. "
" 왜요... "
" 토론 도중에 우리 학생 하나가 일제시대 만행에 대해서 규탄을 했거든요... 특히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
" 그래서요... "
" 그런데 놀랍게도 일본 유학생중 하나가 그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반박을 하고 나선거죠... "
" 어떻게 반박을 했는데요... "
" 혹시 한일 기본 조약에 대해서 아십니까... "
"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
" 저도 그 일본 유학생이 말하기 이전에는 잘몰랐었죠.. 어쨌든 그 일본 유학생의 말에 따르면 1965년 일본은 당시 한국 정부와 한일 기본 조약을 체결하면서 5억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배상을 했다는 겁니다.. "
" 5억 달러라면 당시로썬 상당한 금액이네요.. "
" 꽤 큰돈이죠.. 그런데 한국 정부가 그 돈을 받으면서 다시는 종군 위안부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
" 그게 사실인가요.... "
" 네.. 그런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국 유학생 중하나가 사실이라고 말해줬으니까요... "
" 결국 일본 학생은 일본으로썬 할만큼은 했다 그건가요.. "
" 글쎄요... 어쨌든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일본은 한국 정부에 사죄의 뜻으로 배상을 했다는거죠.... "
" 어이가 없네요... 결국 돈으로 모든걸 풀었다고 생각하는거군요.. "
" 일본도 일본이지만.. 우리도 문제가 많죠... "
" 어떤 문제요... "
"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돈을 가지고 피해를 받았던 분들에게 제대로 배상도 해주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그분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런 배려가 없었다는게 문제죠... "
" 국가적 차원에서 배려요.. "
" 네.. 전 솔직히 일본에게 배상 문제를 떠맡기기 이전에 우리 정부가 일차적으로 그분들을 위해서 배상을 해줬으면 합니다.... "
" ......... "
" 그렇게 해서라도 그분들의 받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드린 다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 문제에 대해서 싸웠으면 합니다... 종군 위안부로 끌려가신 분들이 조금씩 명을 다하시고 계시니까요.. "
" 하지만 그렇게되면 일본 정부가 더욱 배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그분들이 계속해서 일본을 상대로 배상 문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일본도 책임 회피가 어려워지는것 아닌가요... "
"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그분들의 상처 치유에서 배상을 해줘야 하는것 아닐까요... "
" 어째서요... "
" 수연씨는... 과연 우리 국민중에 그분들을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며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 글쎄요.. 우리 국민 거의다가 아닐까요... "
" 아니요... 메스컴에서 그 문제를 들먹이면 국민 모두들 흥분하며 난리를 치지만.. 결국은 그분들은 외로운 싸움을하고 계실뿐입니다... "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 그날 일본 유학생의 말중에 이런말이 있었으니까요... "
" ........ "
" 일본이 한국 정부에 배상한 돈은 배상금이란 명목이 아닌 경제 협력자금이란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이중에 있느냐.. 그리고 일본 땅에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체 숨진 여성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죠.. 그러자 일본 유학생이 이렇게 말했죠... 과연 한국이란 나라가 일본에 대해서 그렇게 큰소리로 칠만큼 스스로 그분들에 대해서 무엇을 했느냐 스스로도 그분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큰 소리를 칠수있느냐고 반문했죠... "
" 그 학생도 전형적인 일본인이군요.. "
"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 그렇지 않은가요.. 결국 자신의 나라의 책임 회피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거잖아요... "
" 후후.... "
" 왜 웃으세요... "
" 그 유학생이 바로 에이꼬입니다... "
" 네.. 그게 진짠가요.... "
그 유학생이 에이꼬 였다는 재훈의 말에 수연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그리고 에이꼬는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 그런데.. 왜... "
" 답답했던거죠... 언제나 그런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쉽사리 흥분을 하면서도 막상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않은체 일본만을 성토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에이꼬로서는 너무나 답답했던거죠.... "
" ......... "
" 에이꼬는 이곳으로 오기전에 일본에서 종군위안부로 끌려가신 분들을 위한 일본인 모임에서도 활동을 했다더군요.... "
" 네.... "
" 참.. 부끄러웠읍니다... 비록 에이꼬가 만행을 저지른 일본 국민이라지만 한국인으로써 에이꼬에게 많이 부끄러웠죠.... "
" ........ "
" 흠.. 그런데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무건운 쪽으로 흘러갔죠.. 아뭏든 그날이후 태우 녀석과 에이꼬가 더욱 가까워지게 됐죠..... "
" 그랬군요.... "
재훈으로부터 에이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재훈과 같이 부끄러운 생각을 감출수가 없었다. 재훈의 말처럼 자신 또한 그러한 사실을 모른체 살아왔던탓에 수연은 조금전 해맑은 모습으로 웃어보이던 에이꼬를 떠올리면서 비록 일본인이지만 수연은 에이꼬가 존경스러웠다.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는 자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던가... 수연은 그렇게 미약하나마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 안타깝게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에이꼬를 생각하며 그녀가 키워가는 태우와의 사랑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 아쉽네요.. 그동안 누님이랑 정도 많이 들었는데... "
" 그래요.. 에이꼬도 슬픕니다... "
어느덧 귀국할 날짜가 다가온 수연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태우가와 에이꼬가 아쉬운듯 말을 건냈다.
" 나중에 한국에 오게되면 그대 다시 만나면 되잖아요... "
" 그래도... 좀더 있다가 가면 안됩니까.. 에이꼬 아쉽습니다... "
" 미안해요.. 저도 돌아가서 할일이 많아서.. "
" 그럼 누님 한국에 들어가서 누님찾아가면 한턱 내시는거죠.... "
" 그럼요.. 당연하죠.... "
" 에이꼬도 태우씨랑 같이 갑니다... "
" 네.. 그래요... "
옆에 앉아있는 태우의 팔장을 기며 에이꼬가 밝은 표정으로 말하자 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건냈다.
" 몇시 비행기로 가십니까... "
또다시 태우의 등살에 수연을 데려다주던 재훈이 운전을하며 수연에게 물었다.
" 모레.. 열두시 비행기예요... "
" 네.. 학교 수업때문에 마중은 못나가드리겠네요... "
" 괜찮아요.. 그동안 다들 재밌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덕분에 외롭지않게 시간 보내고.. "
" ......... "
수연의 말에 재훈이 겸언쩍은듯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그나저나.. 재훈씨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공부 하시는거죠... "
" 네.. 올때는 한 이년 작정하고 왔었죠.... "
" 이년이면 얼마남지 않았네요... "
" 왜요.. 아직 칠개월이나 남았는데요... "
" 그래야.. 겨우 반년 조금넘게 남은건데요... "
" 그런가요... 그런데 어떻게될지 잘모르겠읍니다.... "
" 왜요... "
" 아직 배울게 많은것 같기도하고... 한국에 돌아가도 별... "
" 왜요.. 고국이 그립지 않으세요... "
" 그립죠.. 보고싶은 사람도 많고.. 그런데 그게 좀.... "
" 재훈씨.. 한국에 무슨 죄짓고 도망쳐 오셨어요... "
" 네.... "
수연의 말에 재훈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재훈씨 말투가 가고는 싶은데.. 돌아갈수가 없는 사람처럼 말하시네요... "
" 그런게... 아니라.. "
" 후후..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설마 진짜로 죄짓고 도망오셨나봐요.. "
" ......... "
" ......... "
자신의 말에 재훈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이없자 수연은 그런 재훈을 의아한 표정으로 말없이 바라보았다.
재훈은 수연의 말을 들으면서 또다시 떠오르는 선민의 기억에 곤혹스러웠다. 사실 재훈이 유학을 떠나오면서 선민에게 약속한 기간도 이년의 시간이였다. 재훈으로썬 그정도의 시간이라면 선민의 마음이 어느정도 돌아서리라 생각을 했지만 선민이 보내오는 편지에는 전혀 그런 모습을 발견할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선민은 자신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보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조금씩 다가오는 선민과의 약속 기간이 점점 무겁게 재훈의 가슴을 짓눌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재훈으로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니 애당초 그저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던 재훈의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오래도록 선영을 잊지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민이 자신과 떨어져 시간을 보낸다면 자신을 향했던 마음을 접을것이라는 우매한 생각을 가졌던 재훈의 잘못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재훈은 아직까지도 자신을 향한 선민의 사랑이 선영을 향했던 자신의 사랑만큼이나 간절하고 진실된 것이였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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