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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41 1,566회 0건
(속)숨결-20부
" 어떻게 된거니.... "
" 뭐가요... "
" 오겠다는 말같은거 없었잖아... "
" 왜요.. 갑자기 찾아와서 놀랬어요... "
카페에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재훈을 바라보며 선민이 담담하게 말을 건냈다.

" 너 같으면 안놀라겠어.... "
" 아뇨... 전 놀라지않아요... 오빠가 갑자기 저처럼 느닷없이 제앞에 나타났다면 전 오히려 기뻐했을거예요.. "
" ......... "
" 오빠를 애타게 기다렸으니까요... "
" ......... "
" ......... "
선민의 말에 재훈이 입을 다문체 선민을 바라보았고 선민 역시 말을 멈춘체 재훈을 가만히 응시했다.


" 그래.. 무슨일로 온거냐... "
무거운 침묵이 못내 답답했는지 재훈이먼저 입을열어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 오빠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 "
" ........ "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노라는 선민의 말에 재훈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체 굳어진 얼굴로 선민을 바라보았고 그런 재훈의 시선을 외면하며 선민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이거 오빠가 그동안 보내준 편지하고 선물이예요.... "
" ........ "
선민이 가방에서 꺼내놓은 것은 얼마전 수연을 통해 인편으로 보냈던 청동 인형과 그간 재훈이 보냈던 편지 몇통이였다. 재훈은 그렇게 선민이 꺼내놓은 물건들을 말없이 바라보다 영문을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 선민을 바라보았다.

" 이제 더이상 가슴 아파하며 살고싶지 않아요... "
" ......... "
"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서지 않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는것...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
" ......... "
선민의 뜻밖의 말에 재훈이 놀란 표정으로 선민을 바라보았다.

" 이제 오빠가 바라는데로.. 오빠를 놓아줄께요... "
" ........ "
" 그러니까.. 애써 절피하느라.. 이곳에서 시간보내지 말고 귀국하세요.. "
" 선민아.. 그런게 아니라 난 공부때문에... "
" 괜찮아요.. 그런 변명 안해도.. 이젠 다 지나간 일들이니까요.... "
" ........ "
" 그동안 저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죄송했어요... "
" 선민아.... "
촉촉히 젖어가는 이슬을 애써 참으며 말하는 선민을 바라보며 재훈은 안타까운듯 나즈막히 선민의 이름을 불렀다.

" 그동안 여러 가지로 죄송했고.. 고마웠어요... "
" 아주 안볼 사람처럼 왜그러니... "
" ......... "
" 앞으로도 좋은 오빠 동생으로 만날수도 있잖아.... "
" 아뇨..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수도 없을거예요... "
" ...... "
만나고 싶어도 만날수 없을거란듯한 선민의 말에 재훈이 무슨 말이냐는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선민을 바라보았다.

" 저.. 얼마전에 선봤어요.. 그 남자랑.. 결혼할꺼예요.... "
" 선민아.... "
순간 이어진 선민의 말에 재훈이 당황스러운듯 목소리를 높여 선민을 불렀지만 선민은 그런 재훈을 애써 외면하며 말문을 이어갔다.

" 집안도 부유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같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
" 한 선민...... "
" ........ "
선민의 말을 가로 막으며 재훈이 또다시 목청을 높여 선민을 부르자 선민이 촉촉히 젖은 시선으로 재훈을 바라보았다.

" 웬만하면이라니.... "
" ......... "
" 너.. 그럼 지금 맘에도없는 결혼을 하겠다는거야... "
" ......... "
" 너 도대체 왜이러니.. "
" 그만하세요.. 갈께요... "
" 선민아... "
재훈의 말을 말없이 듣고있던 선민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뜨자 재훈이 그런 선민을 부르며 황급히 그뒤를 따라나섰다.


" 한 선민... "
황급히 계산을 마치고 선민의 뒤를 따라나선 재훈이 저만치 앞서가던 선민에게 달려가 거세게 팔을 움켜쥐며 선민을 돌려세웠다.

" ......... "
" 나랑 얘기 좀하자... "
" 오빠랑 더할 이야기 없어요... "
" 한 선민... 너 정말 왜이러니... "
" 뭐가요... "
" 그렇게 결혼하면.. 그 결혼이 행복할꺼같아... "
" 오빠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
" 선민아.... "
목청을 높여 말하는 선민을 향해 재훈이 화가난 표정으로 선민의 팔을 더욱 거세게 움켜쥐었다.

" 내가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그건 내문제지... 오빠 문제가 아니예요... "
" 어떻게 내문제가 아니야... "
" ......... "
" 네가 지금 왜 이러는데.. 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내문제가 아니란거야... "
" ......... "
더욱 높아진 억양으로 마치 고함을 지르듯 말하고있는 재훈을 선민이 눈물이 가득고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도대체 왜이러니... "
" 그럼.. 어떡하라구요... "
" ......... "
" 오빠는 내가아닌 죽은선영 언니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영원히 언니만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겠다는데... 나보고 뭘 어떡하라는 거예요.. "
" ......... "
" 나보고 한 평생 그런 오빠의 그림자만 바라보며 살라는 건가요.. 그래요... "
" 선민아.... "
어느새 울먹이듯 말하고있는 선민을 재훈히 가만히 끌어당겨 품안에 안았다.

" 왜.. 나한테만 이래요.... 다른 사람한테는 안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
" ......... "
" 돌아보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는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알면서.. 왜... 나한테 왜이래요... 왜... 왜.... "
" ......... "
" 흐흑.. 왜 나한테만 이러냐구요.. 왜... "
" ......... "
재훈의 품에안긴 선민이 재훈의 가슴을 움켜쥔 주먹으로 가볍게 내리치며 오열하며 내뱉던 말끝을 흐려가자 말없이 선민을 안고있던 재훈이 흐려지는 시선으로 운명이 만들어놓은 현실이 원망스러운듯 구름 한점없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 ......... "
돌아서려는 선민을 붙잡은체 애원하듯 설득하던 재훈이 계속해서 말이없는 선민의 태도에 괴로운듯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고 그런 재훈을 선민은 말없이 바라만보고 있었다.

" 선민아... 제발 부탁이다.. 마음 돌려라... "
" ......... "
" 그런식으로 결혼하게 되면은 절대 행복할수 없다... "
" ......... "
" 결국.. 불행하게 끝을맺고 말거다.. "
" ......... "
적지않은 술을 마신탓인지 재훈은 계속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같은말을 되풀이하고 있었고 그런 재훈을 선민은 계속해서 말없이 바라만보고 있었다.

" 선민아.. 그러지 말아라.. 네가 그러면 선영이가 나보고 뭐라고 그러겠니.... "
" ......... "
" 제발 부탁이니... 마음 돌려라.. 아니... 정말 행복해질수 있는지 다시 한번만 생각해봐라... 알았니... 선민아... "
" ......... "
이제는 눈까지 풀린체 말을 더듬고 있는 재훈을 바라보며 선민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었다. 사실 선민이 수연을 통해 보내온 재훈의 편지를 받은후 선을본건 사실이였지만 그건 순간 가슴에 밀어닥쳤던 재훈에 대한 서운함에 돌출된 행동이였을뿐... 결혼 같은것은 꿈에라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재훈의 말에대한 반발심으로 재훈에게 내뱉은 말이였을 뿐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재훈은 아직까지도 선민의 가슴에 자신이외에 누구도 들어올수 없음을 모르고 있었고 선민이 한평생 먼발치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모진 결심을한체 자신을 편하게 놓아주기 위하여 어렵게 자신을 찾아왔음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으음.... 음... "
" ......... "
술에 취해 널부러진 재훈을 겨우 부등켜안고 호텔 방으로 들어선 선민이 힘겹게 재훈을 침대에 눕힌뒤 힘겹게 외투를 벗겨낸뒤 조용히 침대 한켠에 앉아 물끄러미 재훈을 바라보았다.

" 음...으음.. 음.... "
" .......... "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중얼거리는 재훈을 내려다보며 선민의 고운손이 흐트러진 재훈의 머리칼을 쓸어올리다 술기운에 의해 붉어진 재훈의 뺨으로 살며시 옮겨져 재훈의 뺨을 쓰다듬었다.

" ......... "
발그레한 재훈의 뺨을 쓰다듬어가던 선민은 과연 자신이 이 남자없이 살아갈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무나 사랑하던 남자.... 그러나... 이제는 놓아주어야하는 남자... 그리고... 이제는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수밖에 없는 남자... 선민은 그렇게 자신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재훈을 놓아주리라 마음을 먹으면서도 과연 자신이 재훈없이 살아갈수 있을지에 대해서 스스로 반문하며 가만히 재훈의 입술위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 ......... "
재훈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느끼며 선민은 이대로 모든것이 멈추었으면 했다. 그냥 이렇게 재훈과 입술을 맞댄체 시간이 멈춰진 그대로 굳어버렸으면 싶었다. 동상처럼 굳어서 지금 자신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재훈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선민은 그렇게라도 재훈의 곁에서 재훈과 나란히 자리하고 싶었다.

" 음.... "
그렇게 자신의 입술에 맞다은 재훈의 입술을 통해서 재훈의 체온을 음미하던 선민의 내려감은 눈가에서 한줄기 눈물이 뺨을타고 내려와 재훈의 얼굴로 떨어지는 순간 재훈이 낮은 신음과 더불어 고개를 돌렸다.

" ........ "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염원과는 달리 멈추어지지 않는 시간이 안타까운듯 선민은 긴한숨을 내쉬었고 늘그래왔던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린 재훈의 옆모습을 애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 "
얼마간을 그렇게 애절한 시선으로 재훈을 바라보며 눈물을 짓던 선민이 무언가를 결심한듯 뺨을타고 흐르는 눈물 줄기를 훔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웃옷 단추에 손을 가져가며 다시한번 침대에 누워있는 재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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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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