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거의 밤마다 태선이 제 침대에 파고 들었습니다. 밝은 낮에는 우리는 그저 누가 봐도 평범한 엄마와 아들이었지만, 침대에서는 서로의 육체를 위로해주는 연인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벗어나면 태선도, 나도 새벽의 그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둘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변하는 늑대인간처럼 말입니다.
창수와 제가 까페에 같이 앉아 있는 것을 본 이후에 태선이 그렇게 변한 이유를 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새벽의 침대에서는 세상 누구보다도 저에게 다정한 태선이지만, 아침에 침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들인 태선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저는 차마 이유를 묻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만약 제가 ‘너 왜 엄마를 더듬느냐’는 식으로 태선에게 물었다고 해도, 태선이 뭐라고 했겠습니까?
태선은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려 하는 이유는 아빠의 애정 결핍 때문’ 이라고 간주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에 태선이 저와 화해할 때 그가 이야기했던 대로, 아빠 대신 저를 위로해 주고자 하는 행동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그런 결론을 내리고도 석연찮은 점은 있었지만, 그런 일이 시작된 이후 저를 대하는 태선의 태도가 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졌을 뿐 아니라, 저 자신도 아들의 야릇한 애정 표시에 맛이 들려 있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태선과 저만의 비밀이었지만, 저는 서로를 더듬고 만족시켜 주는 그 행위가 남녀 사이의 유희가 아니라, 엄마와 아들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태선의 수면 부족을 염려한 저는 어느 날, 태선이 침대에 눕고 불을 끄자마자 먼저 그를 더듬기 시작했고, 태선도 제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던 유희가 이제는 밤으로 당겨졌고, 그래서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태선이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침대에 눕자마자 태선이 저를 더듬어 오고, 그가 나를 절정으로 내몰고, 제가 그를 사정시켜 주는 것이 거의 일과처럼 굳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차피 벗겨질 속옷을 입지 않고 그저 나이트 가운만을 걸친 채 태선을 맞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태선은 손으로 만지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저는 그 은밀하고 야릇한 유희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정도는 엄마로서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범위 내라고 자위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태선은 저에게는 아들이자, 연인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학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 그 날 결국 우리는 마지막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 날도 우리는 서로에게 만족을 준 상태였기 때문에 설마 태선이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나이트 가운만을 걸친 채 속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태선을 등지고 몸을 구부린 채 잠을 청했습니다. 그 자세에서 제 엉덩이는 태선의 사타구니 바로 앞에 있었고, 태선이 엉덩이를 덮은 가운 자락을 들춰낼 때만 해도 그저 만지고 싶어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태선은 엉덩이를 쓰다듬더니, 90도로 꺾인 엉덩이 관절 아래로 고랑에 눌려 있는 제 보지에 손바닥을 댔습니다. 다시 아련한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갯살 사이를 그의 손가락 끝이 왕복하는 동안 제 샘에서는 다시 물이 스며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지기가 어려웠는지 베개를 제 무릎 사이에 넣으려 했고, 저는 다리를 벌려 그걸 받아들였습니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이제 그는 마음대로 제 보지를 만지기 시작했고, 저는 다시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뒤쪽에서 당하는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야릇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태선은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제 음핵과 점막을 공략하여 절정 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지에서 손이 떨어지더니 그 손이 제 아랫배를 감아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뭘 하려고 그러는 걸까? 뜨겁고 단단한 것이 제 조갯살에 닿는 순간 저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너무나 순식간에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허리를 빼서 도망가려는 저를 태선이 강한 힘으로 제압했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제 하체에 뻐근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으흑~!!”
정신을 차린 순간에는 뜨겁고 단단한 불기둥이 이미 제 점막을 팽팽이 벌리며, 보지를 꽉 메운 상태였습니다. 뒤 늦게 다리를 펴 보지를 숨기려 했지만, 이미 깊숙이 제 몸을 꿰뚫어 버린 기둥을 허벅지 사이로 압박하는 꼴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아..안돼~”
현실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건 잘못된 건데... 부정할 수 없이 저는 아들과 성관계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남성이 자신이 태어난 그 보지 속에 박혀 있는 것입니다. 태선의 한 손은 여전히 아랫배를 감아 제압하면서, 다른 손이 침대와 겨드랑이 사이를 통과해 들어오더니 유방을 쥐어짜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태선의 굵은 자지.
“제발...”
전에도 침대에 들어서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유희를 하면서 태선과 대화를 한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축축이 젖은 음성으로 태선이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사랑해, 엄마.”
“이건 안돼... 태선아. 우리는 이러면..으윽~!!”
넋이 나가 있는 제 몸 속으로 태선의 자지가 바쁘게 들낙거렸습니다.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축축히 젖은 보지는 그 때마다 요란하게 질퍽거리는 마찰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으음~ 으음~ 으음~ 아.. 어떡해!”
손을 뒤로 돌려 태선의 아랫배를 밀어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짐승이 되어버린 태선의 강한 공격을 막기에 제 손은 너무나 무기력했습니다. 게다가 다시 뒤틀려 오는 하체. 절망감 속에서도 아련히 쾌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제 입에서는 들뜬 신음소리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미칠 듯이 황홀한 느낌이었고, 저는 뒤에서 저를 공격하는 남자가 아들이라는 사실도,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말았습니다. 제 몸은 마치 빵빵하게 바람을 집어 넣은 고무 풍선처럼 위태위태한 상태였습니다.
“아아~ 엄마!”
태선이 먼저 절정에 도달한 듯 저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자지를 쳐올리기 시작했고 제 몸 속에서 수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액이 질벽을 때리는 느낌. 그러자 저도 마침내 강한 절정 속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고, 하체에서 올라오는 파도 같은 쾌감 외에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빳빳이 굳어 숨도 못 쉬고 오직 조갯살만 움찔거리며,불기둥을 조여 대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의 충혈된 보지 속에 울컥, 울컥 정액을 쏟아내는 아들.
아아~ 결국 그렇게 되고 말 것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 창수와의 정사를 태선에게 들키고, 태선과 저의 입장이 뒤틀어지고, 계속해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때부터 운명은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 보지는 태선의 자지에서 마지막 남은 정액마저 뽑아내려는 듯 계속해서 옴싹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렇게 강렬한 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정이 가시자 저는 절망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앞날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내일부터 당장 태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우리 가정은 어떻게 되는 건지... 미래는 까마득한 장벽으로 가려져 버린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러면 안돼!”
“왜? 엄마도 좋아했잖아!”
아침에 태선과 마주 앉아 얘기하면서도 저는 제가 현명한 선택을 한 건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타일렀건만, 태선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제 언성은 높아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돼! 이건 죄악이야! 너도 잘 알잖니?”
“뭐가 죄악인데? 엄마가 낯선 놈이랑 붙는 건 죄악이 아니고?”
“뭐...뭐라구?”
태선의 입에서는 기어이 제가 우려하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엄마가 개처럼 엎드려서 눈까지 뒤집혀 가지고... 엄마 그런 표정 난 처음 봤어. 좋아죽겠다는 그 표정!”
“태선아... 제발...”
“그때 엄마랑 그놈을 얼마나 죽이고 싶었는지 알아? 하지만 난 참았어. 엄마를 이해하기로 했어. 엄말 사랑하니까! 대신에 내가 엄마를 위로해 주기로 했어! 엄마도 그랬잖아. 절대 그런 짓 안한다고..”
눈물이 앞을 가려 저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무기력해진 저에게 태선은 계속해서 독설을 퍼부어 댔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야? 또 그놈하고... 왜! 그 놈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야? 엄마도 좋아했잖아! 남자한텐 다 그러는 거야? 엄마는?”
“제발! 네가 무슨 말을 해도 할 수 없어. 엄마가 잘못한 건 알아. 인정해. 하지만 절대로 안돼. 만약에 아빠가 이걸 알기라도 하면...”
“그래도 할 수 없어. 이미 우리는 강을 건넌 거야. 엄마가 말렸다면, 나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엄마는... 엄마는... 말리지 않았어. 근데.. 이제 와서...”
태선도 울고 있었습니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저는 태선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안 돼! 널 위해서야! 한 번만 더 그러면 엄마는 죽어버릴 거야.”
벌떡 일어선 태선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죽는다고?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야?”
태선은 무너질 듯한 걸음을 옮겨 힘겹게 이층의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어쩌면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태선의 말 대로 이미 우리는 선을 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저는 그의 품에 안겨 쾌락에 겨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고, 이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걸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아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선은 변했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만, 제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습니다. 방학의 마지막 남은 이틀 동안 저는 태선의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고, 개학을 하자 태선이 새벽에 학교에 가서 밤에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저는 그가 사고나 치지 않는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제 머리로는 사태를 해결할 또렷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걸 누구에게 상의할 수도 없고... 오직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답답하고 불안한 가운데 일주일이 흘러가고 개학한 첫 주의 토요일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태선의 뒤에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가 서 있었습니다. 손님을 데려와서인지 그 날 만은 태선이 저에게 말을 걸어 주었습니다.
“다녀왔어요.”
“응, 어서와. 근데 누구니?”
“제 친구 다혜예요. 다혜야, 우리 엄마.”
“안녕하세요?”
“으응. 반갑다. 옷 갈아입고 식사하러 와.”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도, 집에 데려온다는 말도 태선은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동년배의 여자애를 사귀면 제 몸에 대한 관심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저는 그 다혜라는 얘가 명랑한 성격이고, 질 나쁜 애 같지도 않아서 안심을 했습니다.
“수영할려고.”
“수영?”
“응. 집에 수영장이 있다니까 다혜가 구경하고 싶대서 데려온 거야.”
“응. 그래.”
“엄마 수영복 좀 빌려 줘.”
“그래. 그러자.”
수영복을 입은 여자애의 몸매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저 수영복이지만 둘이서 수영장으로 향하는 뒷모습이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선이도 운동을 많이 해서 마치 선수처럼 근육이 잡혀 있었으니까요. 침실에 누워 창문으로 뒤뜰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습니다.
태선의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예전엔 저런 웃음을 나한테도 보여줬었는데.... 질투 비슷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와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커튼을 살짝 젖혀 수영장 쪽을 바라본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수영장 모퉁이 물 속에서 둘이 붙어 있었고 입술이 맞붙어 있었습니다. 제 쪽으로 등을 보이고 있는 여자애의 팔이 태선의 목에 뱀처럼 감겨 있었고, 태선의 손은 물 속에 잠겨 있었지만, 뭔가 만지는 듯 계속해서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저런...’ 제 침실에서 수영장이 보인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태선이 저런 짓을 하다니...
그건 마치 저에게 어쩔거냐고 물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이라도 나가서 뜯어 말려야 했지만, 그러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태선이 여자애의 수영복 끈을 어깨 너머로 벗겨 내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힐끗 침실의 창문 쪽을 쳐다보며 내가 보고 있는 걸 안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안돼...제발...’ 저는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불같은 질투도 일어났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듯, 여자애를 쳐다보는 태선의 눈빛... 다혜의 상체에서 수영복이 흘러내리더니 태선의 머리가 그 애의 양쪽 어깨 안쪽으로 가려 사라졌습니다. 여자애는 목을 뒤로 꺾고 가슴에 닿는 태선의 입술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저는 정신없이 침실을 뛰쳐 나갔습니다. 문을 열고 뒤뜰까지 가는 게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태선아! 뭐해!”
여자애는 당황한 듯 얼른 수영복을 다시 추스렸지만, 태선은 그녀를 여전히 안은 채 너무나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게.. 무슨 짓이야. 고등학생들이...”
다혜가 고개를 푹 숙이고 제 옆을 지나 사라졌고, 뒤뜰에는 저와 태선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적반하장이지... 오히려 태선이 절 나무라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래요?”
“왜 그러냐구?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
“요즘 고등학생들 다 이래요. 웬 수선이람.”
이미 그 착한 태선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못되고 싸가지 없는 불량 청소년이 제 눈앞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 그..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엄마한테?”
태선은 아무 말 없이 수영장에서 나와 제 곁을 지나치려 했습니다. 완전히 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태선의 팔을 거칠게 잡아챘습니다.
“네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엄마나 잘해. 나한테 뭘 어쩌라는 거야?”
저는 태선의 뒷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정말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아들의 귀엽고 착하던 옛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찌어찌 거실로 되돌아간 나는 탁자에 있는 쪽지를 보고 다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저 나가요, 엄마. 어차피 크면 나갈 테니까 좀 더 빠르다고 생각하세요. 사랑해요.]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봐도 태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저는 쪽지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야 했습니다. 태선의 등산 베낭과 옷가지 몇 벌이 없어져, 그걸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사랑해요 라고? 그 다음 날에도 태선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월요일에 학교에 전화해보니 출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은 계속 꼬여만 가고, 저는 항상 기회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출 만은 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는데... 그런 때에 남편이 출장 중인 것이 야속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태선이 집을 나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며칠 동안 거의 미칠 듯한 기분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본 나는 마침내 다혜라는 얘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가 집에 돌아갔다 싶은 시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알고 있지? 응? 제발 말해 줘.”
“...”
“제발... 난 이러다 죽고 말거야. 너두... 부모님이 계시잖니. 네가 없어지면 그 분들이 어떤 기분이겠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발... 응? 태선이가 없으면 나는 죽어.”
택시는 왜 그렇게 천천히 달리는지... 태선이 일을 하고 있다는 술집으로 저는 뛰어 들어갔습니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맥주를 나르고 있는 태선의 모습을 본 순간, 안도감과 함께 연민 때문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나왔습니다. 그런 저를 태선은 너무나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다혜가 전화를 한 듯 제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집에 가자. 엄마가 잘못했어.”
태선은 두 말 없이 따라 나왔고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도착해 이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저는 태선을 뒤에서 껴안았습니다.
“약속해 줘. 절대로... 집은 나가지 않겠다고.”
“....”
“네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가출은 절대 안돼. 절대로...”
태선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이층으로 올라가 다시 한 번 제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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