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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최음제를 탄 술을 먹였다?”
“예”
“그래서? 그 다음을 계속 얘기 해 봐요”
“시간이 좀 지나자 여자들 둘 다 흐느적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미리 22층에 잡아 놓았던 방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여자들 둘을 부축하고?”
“네”
“그랬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색인지 가방인지를 맨 그 분이 뒤에 탔어요”
“그 다음은?”
“그리곤 기억이 안 납니다”
“왜?”
“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깨어나니까 우리만 다른 방에 있었어요”
“그런 다음?”
“그 분이 우리 둘을 어떻게 한 것 같은데...”
“그런데?”
“그 뒤론 우리 둘 다....”
얘기를 종합하면 그 뒤 이놈들은 둘 다 바보가 되었다는 거다.
강철준...
그는 지금 이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인지 믿어야 할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고명준이 자신의 소스를 기다리지 않고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명준의 상대는 그냥 한 여자 재력가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녀는 실제로 대한민국 최고의 공룡으로 인정받는 로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된다.
그 로펌을 통해 법조계도 쥐고 흔든다.
판사나 검사의 인사는 물론 특정사건 수사까지도 입김을 행사한다.
법조계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하는 일도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정책이 정해지는 통로를 그녀가 장악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법원, 검찰, 금융계, 공무원, 재벌기업 등 모든 고위직 은퇴자들은 그녀의 눈치를 본다.
낙하산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는 대통령의 낙하산보다 고명희의 낙하산이 훨씬 안전하다.
그런데 그녀의 배다른 동생은 지금 이런 여자와 전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임에도 그는 이 전쟁을 자신이 이겨야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그녀를 죽이는 일밖에 없다.
결국 현직 검사인 자신의 판단으론 고명준의 작전은 고명희를 죽이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땅은 한동안 모든 부분에서 혼돈이 올 것이다.
그동안 고명희의 낙하산으로 호가호위한 사람들은 극심한 혼돈 상태에서 허덕이며 공격을 받고...
그러는 동안 나라의 각 분야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것이다.
철준은 고명준의 계획이 그래서 매우 무모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함에도 자신과 고명준이 얽힌 관계는 쉽게 끊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철준은 지금 그 점이 매우 답답하다. 그래서 운신하기가 더 어렵다.
철준이 고명준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법대 재학 중에 선배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다.
자신의 부친도 지방에서는 갑부라고 불린다.
하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만났던 부잣집 아들들과는 달랐다.
그 애들과의 교류는 늘 부족함뿐이었다.
그 부족함을 고명준이 매워줬다.
고명준은 필요할 때 지원을 받는 스폰서였다.
그렇게 고명준의 도움을 은밀하게 받으며 부족함이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사시에 합격하고 연수원 생활을 할 때도 그의 지원은 끊기지 않았다.
사실 연수원 성적으로만 보면 자신은 검찰에 채용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고명준은 검사지원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너 자신을 믿어라’고 말했다.
법무관으로 군대를 마치고 검사를 지원했다. 합격이었다.
고명준은 이후 강철준의 검사생활 중에서도 매우 필요한 스폰서였다.
‘돈에 한 눈 팔지 마’
고명준은 지금껏 이 말을 책임진 사람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검사들의 법정 수사비는 언제나 부족함뿐이다.
검찰수사관은 물론 지원받은 경찰들에게 흡족한 술자리도 만들어줄 수 없다.
기껏해야 삼겹살에 소주를 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회식도 자주하면 바로 수사비가 동난다.
결국 검사가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검사가 주머니를 털 일이 없었다.
국가가 지급하는 수사비에도 관심이 없었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여자 대주고 주머니 채워 줄 사람 흔하고 흔했다.
검사에게 줄을 대면 그것이 빽인 시절에 그 빽을 대려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고향 선후배는 물론 친인척 학교선후배 수사 중 알게 된 일반인 등 다양한 스팩트럼이었다.
그러나 강철준이 검사로 임관하던 때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스폰은 거의가 말썽을 동반했다.
부산 경남의 한 재력가에 의해 터진 검찰의 추문도 이에 속한다.
그 재력가가 사업이 몰락하면서 터진 사건이다.
그 재력가는 그동안 자신이 스폰했던 검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자 방송을 이용 터뜨렸다.
지금은 더하다. 스마트폰 시대이므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혀진 사진이 세상 곳곳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검사, 특히 특수부 검사가 어중간한 술자리나 접대자리에 끼면 안 된다.
고명준은 강철준에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그에 대해서 신신당부했다.
사건 관련 스폰은 받으면 안 된다. 부족한 것은 자기에게 말해라. 언제고 좋다.
이런 말을 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줬다.
지방청을 돌 때도 중앙으로 올라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능력을 인정받아 특수통으로 자리하고는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고명준은 어떤 사건청탁 한번이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능력 있는 후배가 검사로 날리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말만 했다
지수와의 결혼....
어느 날 고명준이 좋은 여자가 있다며 만나볼 것을 권유했다.
현직 내과 전문의인데 종합병원 의사가 아니라 개원의라고 했다.
엄마가 산부인과 원장을 하고 본인은 같은 건물에서 내과 병원 원장을 한다고 했다.
동생이 있다는데 그 동생은 자신도 이름을 들어서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졸업한 법대에서 천재로 이름이 난 후배였다.
그리고 그 천재는 사시에 합격하고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박사과정에 있었다.
거절할 명분이 없는 상대였다. 자신이 꿈꾸던 상대였다.
그런데 소개팅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고명준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고명희....
그 이름을 모르면 검사가 아니다.
대통령 이름처럼 전 국민이 아는 이름은 아니지만 이 땅 상위층에겐 선망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일에 쌓인 인물이다.
누구도 그녀의 실물을 제대로 봤다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고명준 자신이 그녀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비록 배가 다르다고 해도 부친의 사망 이후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서 검사로 출세하려면 고명희의 눈에 들어야 한다고 권면했다.
최소한 고명희가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철준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이미 자신들의 세계에 그것은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고명준이 만나보라는 그 내과의사가 수시로 고명희와 대면할 수 있는 의사라는 것이다.
고명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치의로서 고명희의 몇 안 되는 절친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정보만 제공했을 뿐이야”
“그래서 절 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방법은 강검이 알아서 해야지”
“참 ...나”
“좀 치졸하지만 교통사고는 어때?”
“교통사고요?”
“그래...내가 애들 시켜서 최지수 박사 출퇴근 시간과 노선은 알아줄 수 있지”
“이름이 최지수입니까?”
“응”
“그래서요?”
“단독주택에 살고 병원도 단독 건물이라서 지하주차장 접촉 이런 거는 어렵고...”
“???”
“그녀의 출퇴근 길 중 서행을 해야 할 곳 몇 군데를 찍어줄 거니까....”
“대기하고 있다가 슬쩍 접촉사고를 내라?”
“그거지 뭐”
“좀 치졸하긴 하네요. 일반 잡범들이 쓰는 수법인데...”
“필요하면 뭐라도 해야지”
“그렇게 접촉사고를 내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알아서 요리하라?”
“음...그거지. 어때?”
고명준과 헤어지고 지검 사무실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 여자들을 만났다.
뚜쟁이들이 검사 신분을 보고 돈으로 딸을 팔아먹으려는 졸부들도 소개했다.
재벌 집 딸들하고도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연을 맺어보라는 추궁을 받은 여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모두가 자신의 뜻과는 달랐다.
우선 2세의 유전인자가 우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우성 유전인자는 여성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따라서 머리가 좋지 않은 여성과의 결혼으로 2세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히 자기 주변의 친구 동료들 2세와 경쟁도 되지 않을 유전자를 받게 되는 것은 싫다.
또 어떤 식이든 그렇게 맺어지면 자신이 남자임에도 갑의 위치가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과 고명준을 빼면 자신이 을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평생을 살아야 할 여자에게 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다구나 멍청한 여자가 돈만 많다고 갑 노릇을 하려고 하는 꼴은 보아줄 수 없다.
‘그렇다면?’
철준은 마음을 굳혔다.
우연을 가장한 도킹, 그리고 이후의 일은 자신에게 달렸다.
‘모든 게 순조롭게 된다면?’
자신이 갑의 입장에서 이 땅 최고의 갑부이자 권력자와 연을 맺을 수 있다.
거기다 본인은 의사이고 동생은 천재 법학자다. 유전자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명준이 제공한 사진으로 본 그녀의 차는 아우디였다.
수리비가 꽤나 많이 나갈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2세 일생이 걸린 일이었다.
일은 순조로웠다.
대한민국 최고 검찰청인 지검 특수부 검사가 배푸는 친절...
비록 미등이 하나 깨졌을 뿐이지만 그 작은 교통사고를 세심하게 처리해 준 친절성...
그것을 바탕으로 지수를 아내로 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고명희는 그림자도 잡을 수 없었다.
결혼식 날 딱 한 번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얼굴을 봤을 뿐이었다.
여러 경로로 지수에게 말을 건네 보았으나 지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언질도 없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그녀에 대한 행동을 교과서처럼 몸에 익힌 것 같았다.
그런데 고명준은 달랐다.
자신이 지수와 결혼식을 올린 뒤로 부쩍 고명희 근황을 자주 물었다.
하지만 그에게 알려 줄 정보가 없었다.
그러자 아주 노골적으로 고명준이 자신의 내심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스폰은 곧 고명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고명희는 결혼도 하지 않아서 배우자가 없다. 당연히 자식도 없다.
때문에 그녀의 사후 유산 상속 1순위가 고명준 자신이다.
상상할 수 없는 재산, 그게 자신들과 관계없는 사회기부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다.
기부를 하더라도 그 기부금 관리 법인의 대표는 자기가 해야겠다.
이런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철준은 고명준의 그 생각이 나쁘다는 판단은 들지 않았다.
그가 범법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그를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려면 그동안 자신이 고명준의 스폰을 계속 받아왔다는 것도 말해야 한다.
그래서 늘 지나가는 말로...검찰청이나 법조계에 도는 소문을 빗대어서 말했다.
노골적으로 출세 때문에 자신도 고명희의 은덕을 입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이 을이 되고 지수가 갑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방법은 지수를 몸으로 정복하고, 굴종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의 힘이 부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요즘 부쩍 지수는 자신과 관계를 가진 뒤 욕실에서 자위를 한다.
열패감이었다. 계집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내...그가 자신이었다.
그런데....
고명준이 한 건을 물어왔다.
고명희의 친구가 제비에게 물렸는데 그 제비가 폐인이 되어 노숙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검사로서의 털끝이 바짝 섰다. 촉이다. 이건 제대로 된 건수다.
그 폐인이 된 제비에게서 나오는 소스...그 소스에 뭐라도 걸려든다면?
고명준에게만이 아니라 고명희에게 자신이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
철준은 수사관을 시켜 그 제비를 바로 잡아왔다.
노숙자로 전락한 제비라서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철준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놈들이 하는 진술이 밑기지가 않는다.
바보가 된 제비라더니 황설수설도 유만부득이지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 말을 한다.
자신들은 영혼을 빼앗겼단다.
그 영혼을 빼앗은 사람이 좃도 안 서게 만들어 버려서 어떤 방법으로도 좃이 안 선다고 한다.
무슨 생각을 하든지 그 사람 말만 떠올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그 분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아는 상식으로 판단하면 지독한 최면술에 걸린 것 같은데...
최면술의 효과가 이렇게 오래 간다는 것은 또 들은 적이 없다.
그러함에도 철준이 놈들을 취조하여 알아 낸 사실은 간단하면서도 의미가 심장하다.
일단 놈들이 고명희에게 접근했던 방식...
박철우란 놈이 지금은 폐인이 되었지만 횡설수설하면서 했던 진술은 상당부분 인정해줄만 했다.
놈은 부모도 모르는 고아다. 어려서부터 반골기질이 풍부해 고아원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10대 때부터 양아치들과 어울리며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그렇게 진화하면서 감옥에서 깡패들과 만나 조직원이 되었다.
조직폭력배로 살면서 조직 간의 싸움에 행동대원으로 나서 날림질을 하다 다시 잡혔다.
감옥에서 같은 고아출신으로 도박 기술자가 된 명석을 만났다.
몇 년의 형기를 명석에게서 도박기술 배우는데 사용했다.
같은 시기에 출소한 뒤 둘은 도박판을 휩쓸었다.
그러나 직접 선수로 뛰면 뜯기는 돈이 더 많았다. 그래서 직접 도박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경찰의 눈을 피해 벌려진 도박판은 판이 작아서 양이 차지 않았다.
사업을 다각화 했다. 도박으로 번 돈을 이용, 불법 컴퓨터 도박장을 치렸다.
그러다가 돈이 불려지면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불법 카지노 시설도 차렸다.
시내 곳곳에 있는 화상경마장 근처에서 불법적으로 경마 마떼기 사업도 했다.
경찰 단속을 피하느라 고달프기는 했으나 돈은 쉽게 벌렸다.
서서히 돈의 위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돈이 생기자 힘도 생긴 것이다.
자신들이 형님으로 모시고 수발을 들었던 사람들에게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똘마니들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동료 건달들이 운영하는 술집에 가서도 VIP대접을 받았다.
돈이 최고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었다.
이때부터 놈은 돈 귀신이 되어갔다.
가진 돈으로 불법사채업까지 겸했다.
그러다가 고리 사채를 썼던 룸살롱 여자애들을 사고파는 일에도 손을 댔다.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았다.
돈 많은 과부나 가정주부가 필요했다.
캬바레 춤선생을 하는 놈을 잡아다 춤을 배웠다. 춤을 배운 뒤 놈은 날아다녔다.
멀쩡한 외모에다 도박장에서 돈도 벌었으니 일반 제비들과는 달랐다.
놈은 또 좃이 좋았다. 그러니 한 번 좃맛을 보면 아줌마들이 더 극성이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좃심으로 제압한 아줌마들의 돈을 가져다가 더 불려줬다.
그러니 여자들 먹고 돈 뜯어낸 다음 버리는 양아치 제비새끼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박철우 그놈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 바닥은 좋은 소문이라도 나쁜 소문과 같이 전파되는 것은 빠르다.
이런 내막을 아는 놈으로선 그물을 친 것이다.
이렇게 그물을 치고 대어를 기다리는데 놈의 안테나에 고명희가 걸려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철준이 파악한 바로는 놈에게 이런 정보를 던진 자가 고명준이다.
고명준은 박철우 놈보다 더 고명희가 필요했다.
이런 고명준이 박철우의 소문을 들었다.
자신의 계획에 박철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고명희의 정보를 놈에게 흘렸던 것이다.
그러나 놈은 이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안테나에 걸린 고명희의 정보가 고명준이 흘린 것으로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놈은 순전히 자신의 정보망으로 고명희가 걸려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렇더라도 고명희는 놈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건달 조직원으로 큰 박철우다.
몇 년씩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겪었던 건달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가진 놈이 파악한 정보로도 이경훈 팀은 건달들과 달랐다.
어떤 승부로도 이경훈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니 고명희 곁으로 가기는커녕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막혀있는 놈에게 고명준은 다시 정보를 흘렸다.
고명희가 스스럼없이 만나는 친구들의 정보가 그것이었다.
여기까지 파악한 강철준은 고명준의 작전에 혀를 내둘렀다.
그 작전 안에 자신과 지수의 결혼식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박철우가 장모와 고명희, 그리고 박주희 事?대표인 박주희 등과 만나는 동선...
만나는 이유와 날짜, 그중 가장 쉬운 상대지만 또 고명희와는 가장 막역한 주옥선...
주옥선을 타킷으로 할 수 있도록 박철우에게 제공된 정보는 치밀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치밀하게 재공된 정보를 박철우는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얻어낸 것으로 안다.
어떻든 박철우는 술에 취한 주옥선을 호텔 여자화장실에서 강간했다.
그런데 강간이었음에도 그 한 번의 교접에 주옥선은 껌뻑 넘어갔다.
이후 주옥선은 박철우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암컷이 되었다.
박철우는 만날 때마다 주옥선의 부족한 섹스를 채워줬다.
자신이 가진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기에다 감옥에서 만든 해바라기...절륜한 정력...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취득한 정보와 말솜씨로 주옥선을 휘어잡았다.
주옥선은 아들같은 박철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포로인줄도 모르고 자신이 행여 철우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했다.
여기까지다.
강철준이 그동안 박철우 정명석을 취조하며 얻은 정보와 고명준에게서 취득한 정보는...
이 정보를 놓고 강철준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박철우와 정명석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허름한 행색의 남자...
놈의 인상착의는 박철우도 정명석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옥선과 고명희는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허름한 행색의 남자를 찾으려면 주옥선과 고명희의 진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무슨 방법으로 그들의 진술을 청취할 수 있는가. 없다.
여기까지가 강철준의 고민이다.
물론 그보다 더한 고민은 자신이 과연 고명준과 언제까지 한 배를 탈 것인가이다.
그 배에서 내리려면 역으로 고명준을 엮어버려야 하는데 그럴 건수도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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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가야....
내실로도 쓰는 은밀한 방이다.
지금 방안에서 술잔을 나누는 명준은 오늘 이 담판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는 금감원의 국장이다.
그리고 자신과 회사가 거래하는 증권사 전무다.
급하게 돌아오는 어음과 회사채 만기는 이제 두어 달 남짓이다.
하지만 액수는 무려 300억....
대기업이나 재벌들에겐 껌 값이지만 자신에겐 버거운 금액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나는 것도 문제지만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린 사기행위가 더 크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분식회계를 통한 사업 부풀리기로 팔아먹은 회사채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는 버틸 재간이 없다.
고명희가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전에 유산을 챙기던지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경훈을 떼어내고 일본의 살인기술자들에게 의뢰하려는 계획은 보류해야 한다.
고명희가 이경훈과 결혼을 하겠다는 마당인데 그를 떼어 낼 계획은 소용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야 했다.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여 파는 것이다.
그런데 승인권을 가진 금감원이 증권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극구 피하던 담당 국장과 주거래 증권사 전무를 어렵게 초대했다.
이런 자리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니 오늘 밤 구워삶아야 한다.
명준은 그래서 어렵게 만든 이 자리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당연히 애들도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그도 1차의 회담이 성공해야 한다.
“오 마담, 마담이 이 어른들에게 한 잔씩 좀 올려”
“네 회장님”
오수연...
고명준의 내연의 처다.
대학 때 퀸을 했던 여자다.
그래서 연예계로 들어가 화려한 조명을 받을 꿈을 꿨던 여자다.
하지만 IMF로 집안이 몰락하여 연예인이 될 배경이 없어져 버렸다.
대학 후배로 연예 메니지먼트 사를 하는 친구가 스폰을 추천했다.
상당한 후원을 했으나 연예인으로 크진 못했다.
그러나 타고난 끼 때문인지 본인이 하겠대서 차려 준 룸살롱에선 대박을 친다.
지금 오수연은 강남 텐프로에서도 알아주는 큰손이다.
그녀의 웃음에 녹아나지 않은 남자 없다.
그녀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은 여자 없다.
그러니 그 웃음과 설득력으로 여자든 남자든 꼬이게 만드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업소에서 탐내는 A급 여대생이나 회사원들이 언제나 넘친다.
그녀들도 가야라면 만사 오케이다.
회사원은 자신이 받는 월급의 몇 배를 한 달에 며칠 웃음과 몸으로 해결하면 챙길 수 있다.
여대생은 한 달에 한두 번만 출근해도 등록금을 해결하고 풍족하게 용돈을 쓸 수 있다.
탐나는 명품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해줄 수 있는 남자가 꼬이는 곳이 가야다.
오늘....
고명준은 이런 A급 애들 둘을 준비시키라고 오수연에게 명령했다.
지금 그 애들은 이 방에서 부르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자신들이 나누는 은밀한 얘기를 들은 파트너가 외부에 발설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아무리 오수연이라고 해도 퇴근한 이후 놀리는 그녀들의 입을 막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지금의 대화는 그처럼 극비다.
오수연이 암내를 풍기며 둘에게 술을 따랐다.
둘은 오수연의 암내에 취했는지 입을 벙긋하며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둘이 약속이나 한 듯 단숨에 술잔을 비우자 오수연이 그들의 입에 안주를 물렸다.
“국장님...”
“예”
“아시죠?”
“뭘요”
“이번에 들어 선 경제팀이 내건 내수경제 활성화 방안...”
“알죠”
“지금 정부는 기업의 기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
“사업만 타당하면 정부 보증으로 상당한 개발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나 봐요”
“그럴 겁니다”
“제가 남해 쪽에 아주 오래 전 작은 무인도를 하나 사둔 것이 있습니다.”
“아~네에”
명준은 하던 말을 끊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서 한잔 들이켰다.
명준이 술잔을 놓자 수연이 생밤 하나를 입에 넣어줬다.
얼음에 재워진 생밤의 감촉이 입 안에서 입맛을 당겼다.
우두둑 그 밤을 깨물고는 와각와각 씹어 삼킨 뒤 다시 말을 이었다.
““WTO체제에다 FTA보편화 체제가 되면서 농어촌 지자체는 생존이 어려워져 가고 있지요”
“그렇죠”
“때문에 각 지자체는 자체 생존을 위해...최소한의 재정 확보를 위해...”
“....”
“외지자본을 끌어들이고 개발하므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농업대체 사업으로 키우려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게 또 서로 제살 뜯어먹기 경쟁 중이라서...”
어느덧 술자리는 국가경제에 대한 토론회처럼 변했다.
그러나 명준은 이런 토론회 비슷한 자리를 원했기에 자신의 뜻대로 돌아감에 만족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도 정부의 지원을 좀 받아볼까 합니다.”
“그래요?”
“제가 가진 무인도는 섬 전체가 한 50만 평이 조금 넘고 60만 평은 조금 모자라는...”
“무인도 치곤 크네?”
“그런 편이죠”
둘의 얘기에 H증권사 홍전무가 끼어들었다.
“그런데요?”
“이번에 마침 제 섬이 있는 지자체에서 전화가 왔어요”
“무슨 전화?”
“그 섬을 개발할 의사가 없느냐는 것이었어요”
“아!”
홍전무는 무릎을 쳤으나 국장은 시큰둥했다.
언제인지 모르게 오수연이 채워놓은 술잔을 명준은 또 급히 비웠다.
이번에는 수연이 치즈 한 쪽을 입에 넣어줬다.
치즈는 입 안에 남은 술과 침의 힘에 의해 그냥 녹아 없어졌다.
입맛을 다신 명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본도에서 약 1.2km 떨어진 섬인데 지금은 선착장도 없는 섬입니다”
“....”
“그런데 지자체 측에서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선착장 건설, 전기, 지하수 개발 등의 비용을 지원하겠답니다”
“그래요?”
홍전무가 다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국장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그곳에다 골프장과 콘도를 지을 계획입니다”
“분양이 될까요?”
입을 닫고 있던 국장이 실눈을 뜨면서 한마디 던졌다.
낚시밥을 문 것이다.
“충분합니다. 일단 제 땅입니다.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죠”
“그리고요?”
“기반시설비가 개발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요?”
“적은 섬이라서 해발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럼 개발비가 적게 들겠군요”
“그래서 본 섬과 연계수단으로 케이블카도 설치하려고 합니다”
“그 비용도 상당할텐데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관광객 유치의 조건이 됩니다”
“그래서요?”
“토지매입비, 기반시설비가 빠지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가 있죠”
“그건 그렇겠습니다”
“토목, 건설, 관광 3대 사업이면 지자체는 연속적으로 엄청난 고용효과가 있습니다.”
“그도 그렇죠”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면 실패할 이유가 없는 사업입니다”
“호오...”
국장이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
명준은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총 예상 개발비를 500억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좀 되는군요”
“이 개발계획이 포함된 사업계획서와 회사 대차대조표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하려 합니다”
“얼마나?”
“전액입니다”
“500억?”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어때요? 홍전무님 생각은?”
“글쎄요. 일단 처음 들어서...”
“판매가 가능하겠어요?”
“좀 더 확인을 해 봐야죠”
“이번에 만기로 돌아오는 고회장님 회사 회사채가 있죠?”
“그럴 겁니다”
“그게 얼마쯤이죠?”
“넉넉 잡아서 200억은 넘을 걸요? 그렇죠 고회장님?”
“아마 그럴겁니다”
“그래서 신규사채 발행으로 구사채를 막는다?”
국장은 순식간에 명준의 내심을 파악했다.
마찬가지로 홍전무라고 모를 일이 없었다.
명준은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가 규모는 중급이지만 총 고용인원이 그래도 몇 천입니다”
“....”
“더구나 회사채 발행 당시부터 이런 상황을 우리 서로 예견한 것 아닌가요?”
“그게 무슨?”
국장과 홍전무가 고명준의 작전을 완전하게 눈치를 챘다.
그는 부도가 나면 물귀신 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회사가 망가지면 고명준이 감옥을 가는 것은 불문가지나 자신들도 온전할 수 없다.
결국 고명준이 이 자리를 만든 것은 자신들과 한 몸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장은 술이 땡겼다.
언제인지 모르게 이 미녀는 술잔을 채워두고 있다.
건너편에 앉았지만 암내가 풍겨서 좃을 주체하기 힘들다.
적당히 뭉뚱그리면 암수가 엉키는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약속장소가 가야라고 했을 때 이미 예견한 일이다.
“그러니까....이번 건만 승인을 해 주시면...”
“승인을 해 드려도 판매가 문제지요”
“그야, 여기 계신 홍전무께서....”
고명준이 슬쩍 홍전무에게 바통을 넘긴다.
홍전무도 술이 땡긴다. 고명준 요놈 고단수다.
역시 고성환 아들 답다.
고명희에겐 발끝만큼도 못 따라가지만 술수가 자신들은 넘는다.
언제든지 터지면 죽는 것은 일반....
하지만 혹시 고명준의 개발계획이 성공하면 꿩먹고 알먹는 일이다.
홍전무도 입맛을 다시며 술잔을 단숨에 비운다.
둘이 약속이나 한 듯이 술잔을 들이키자 고명준이 눈짓을 했다.
날렵하게 몸을 일으킨 오수연이 바람처럼 밖으로 나가더니 장미꽃 둘을 달고 왔다.
“안녕하세요? 미나예요”
“안녕하세요? 써니에요”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애들은 텔레비전에서도 보기 힘든 미녀들이었다.
...........
작가의 말
무슨 야설이 이래? 이 야설작가 웃기는 친구네?
응응신이 없는 것은 그렇다 쳐.
무슨 야설이 뭐 경제가 어떻고 정책이 어떻고야?
이러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가득입니다.
그러나 야설이라도 좀 현실성이 있었으면 해서...
물론 주인공 용주의 케릭터는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또 용주와 섹스를 하면서 얽힌 여자들과의 관계도 다 현실성이 없습니다.
우리네 삶 속에서 현실로는 일어날 수 없는 케릭터에다 여자들과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 혼탁한 세상을 이런 케릭터의 주인공이라도 나타나서 정리를 좀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야설 게시판이고 독자들의 인기리에 주인공이 성장했으면 싶어서 여자들과의 관계 또한 그리 설정한 것입니다.
이 점 이해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전혀 현실성 없는 우리의 용주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여자들을 소유하면서...
이 혼탁한 세상을 정복하고 정리하면서 제왕의 길로 가는 노정을 우리 서로 기대하십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종종 이처럼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올리오는 횟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도 격려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그치만 재미도 전혀 무시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니까...최음제를 탄 술을 먹였다?”
“예”
“그래서? 그 다음을 계속 얘기 해 봐요”
“시간이 좀 지나자 여자들 둘 다 흐느적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미리 22층에 잡아 놓았던 방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여자들 둘을 부축하고?”
“네”
“그랬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색인지 가방인지를 맨 그 분이 뒤에 탔어요”
“그 다음은?”
“그리곤 기억이 안 납니다”
“왜?”
“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깨어나니까 우리만 다른 방에 있었어요”
“그런 다음?”
“그 분이 우리 둘을 어떻게 한 것 같은데...”
“그런데?”
“그 뒤론 우리 둘 다....”
얘기를 종합하면 그 뒤 이놈들은 둘 다 바보가 되었다는 거다.
강철준...
그는 지금 이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인지 믿어야 할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고명준이 자신의 소스를 기다리지 않고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명준의 상대는 그냥 한 여자 재력가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녀는 실제로 대한민국 최고의 공룡으로 인정받는 로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된다.
그 로펌을 통해 법조계도 쥐고 흔든다.
판사나 검사의 인사는 물론 특정사건 수사까지도 입김을 행사한다.
법조계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하는 일도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정책이 정해지는 통로를 그녀가 장악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법원, 검찰, 금융계, 공무원, 재벌기업 등 모든 고위직 은퇴자들은 그녀의 눈치를 본다.
낙하산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는 대통령의 낙하산보다 고명희의 낙하산이 훨씬 안전하다.
그런데 그녀의 배다른 동생은 지금 이런 여자와 전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임에도 그는 이 전쟁을 자신이 이겨야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이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그녀를 죽이는 일밖에 없다.
결국 현직 검사인 자신의 판단으론 고명준의 작전은 고명희를 죽이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땅은 한동안 모든 부분에서 혼돈이 올 것이다.
그동안 고명희의 낙하산으로 호가호위한 사람들은 극심한 혼돈 상태에서 허덕이며 공격을 받고...
그러는 동안 나라의 각 분야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릴 것이다.
철준은 고명준의 계획이 그래서 매우 무모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함에도 자신과 고명준이 얽힌 관계는 쉽게 끊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철준은 지금 그 점이 매우 답답하다. 그래서 운신하기가 더 어렵다.
철준이 고명준을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법대 재학 중에 선배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다.
자신의 부친도 지방에서는 갑부라고 불린다.
하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만났던 부잣집 아들들과는 달랐다.
그 애들과의 교류는 늘 부족함뿐이었다.
그 부족함을 고명준이 매워줬다.
고명준은 필요할 때 지원을 받는 스폰서였다.
그렇게 고명준의 도움을 은밀하게 받으며 부족함이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사시에 합격하고 연수원 생활을 할 때도 그의 지원은 끊기지 않았다.
사실 연수원 성적으로만 보면 자신은 검찰에 채용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고명준은 검사지원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너 자신을 믿어라’고 말했다.
법무관으로 군대를 마치고 검사를 지원했다. 합격이었다.
고명준은 이후 강철준의 검사생활 중에서도 매우 필요한 스폰서였다.
‘돈에 한 눈 팔지 마’
고명준은 지금껏 이 말을 책임진 사람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검사들의 법정 수사비는 언제나 부족함뿐이다.
검찰수사관은 물론 지원받은 경찰들에게 흡족한 술자리도 만들어줄 수 없다.
기껏해야 삼겹살에 소주를 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회식도 자주하면 바로 수사비가 동난다.
결국 검사가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검사가 주머니를 털 일이 없었다.
국가가 지급하는 수사비에도 관심이 없었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여자 대주고 주머니 채워 줄 사람 흔하고 흔했다.
검사에게 줄을 대면 그것이 빽인 시절에 그 빽을 대려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고향 선후배는 물론 친인척 학교선후배 수사 중 알게 된 일반인 등 다양한 스팩트럼이었다.
그러나 강철준이 검사로 임관하던 때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스폰은 거의가 말썽을 동반했다.
부산 경남의 한 재력가에 의해 터진 검찰의 추문도 이에 속한다.
그 재력가가 사업이 몰락하면서 터진 사건이다.
그 재력가는 그동안 자신이 스폰했던 검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자 방송을 이용 터뜨렸다.
지금은 더하다. 스마트폰 시대이므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혀진 사진이 세상 곳곳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검사, 특히 특수부 검사가 어중간한 술자리나 접대자리에 끼면 안 된다.
고명준은 강철준에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그에 대해서 신신당부했다.
사건 관련 스폰은 받으면 안 된다. 부족한 것은 자기에게 말해라. 언제고 좋다.
이런 말을 하면서 주머니를 채워줬다.
지방청을 돌 때도 중앙으로 올라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능력을 인정받아 특수통으로 자리하고는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고명준은 어떤 사건청탁 한번이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능력 있는 후배가 검사로 날리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말만 했다
지수와의 결혼....
어느 날 고명준이 좋은 여자가 있다며 만나볼 것을 권유했다.
현직 내과 전문의인데 종합병원 의사가 아니라 개원의라고 했다.
엄마가 산부인과 원장을 하고 본인은 같은 건물에서 내과 병원 원장을 한다고 했다.
동생이 있다는데 그 동생은 자신도 이름을 들어서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졸업한 법대에서 천재로 이름이 난 후배였다.
그리고 그 천재는 사시에 합격하고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박사과정에 있었다.
거절할 명분이 없는 상대였다. 자신이 꿈꾸던 상대였다.
그런데 소개팅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때서야 고명준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고명희....
그 이름을 모르면 검사가 아니다.
대통령 이름처럼 전 국민이 아는 이름은 아니지만 이 땅 상위층에겐 선망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일에 쌓인 인물이다.
누구도 그녀의 실물을 제대로 봤다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고명준 자신이 그녀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비록 배가 다르다고 해도 부친의 사망 이후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서 검사로 출세하려면 고명희의 눈에 들어야 한다고 권면했다.
최소한 고명희가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철준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이미 자신들의 세계에 그것은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고명준이 만나보라는 그 내과의사가 수시로 고명희와 대면할 수 있는 의사라는 것이다.
고명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치의로서 고명희의 몇 안 되는 절친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정보만 제공했을 뿐이야”
“그래서 절 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방법은 강검이 알아서 해야지”
“참 ...나”
“좀 치졸하지만 교통사고는 어때?”
“교통사고요?”
“그래...내가 애들 시켜서 최지수 박사 출퇴근 시간과 노선은 알아줄 수 있지”
“이름이 최지수입니까?”
“응”
“그래서요?”
“단독주택에 살고 병원도 단독 건물이라서 지하주차장 접촉 이런 거는 어렵고...”
“???”
“그녀의 출퇴근 길 중 서행을 해야 할 곳 몇 군데를 찍어줄 거니까....”
“대기하고 있다가 슬쩍 접촉사고를 내라?”
“그거지 뭐”
“좀 치졸하긴 하네요. 일반 잡범들이 쓰는 수법인데...”
“필요하면 뭐라도 해야지”
“그렇게 접촉사고를 내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알아서 요리하라?”
“음...그거지. 어때?”
고명준과 헤어지고 지검 사무실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동안 여러 여자들을 만났다.
뚜쟁이들이 검사 신분을 보고 돈으로 딸을 팔아먹으려는 졸부들도 소개했다.
재벌 집 딸들하고도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연을 맺어보라는 추궁을 받은 여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모두가 자신의 뜻과는 달랐다.
우선 2세의 유전인자가 우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우성 유전인자는 여성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따라서 머리가 좋지 않은 여성과의 결혼으로 2세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히 자기 주변의 친구 동료들 2세와 경쟁도 되지 않을 유전자를 받게 되는 것은 싫다.
또 어떤 식이든 그렇게 맺어지면 자신이 남자임에도 갑의 위치가 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과 고명준을 빼면 자신이 을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평생을 살아야 할 여자에게 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다구나 멍청한 여자가 돈만 많다고 갑 노릇을 하려고 하는 꼴은 보아줄 수 없다.
‘그렇다면?’
철준은 마음을 굳혔다.
우연을 가장한 도킹, 그리고 이후의 일은 자신에게 달렸다.
‘모든 게 순조롭게 된다면?’
자신이 갑의 입장에서 이 땅 최고의 갑부이자 권력자와 연을 맺을 수 있다.
거기다 본인은 의사이고 동생은 천재 법학자다. 유전자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명준이 제공한 사진으로 본 그녀의 차는 아우디였다.
수리비가 꽤나 많이 나갈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2세 일생이 걸린 일이었다.
일은 순조로웠다.
대한민국 최고 검찰청인 지검 특수부 검사가 배푸는 친절...
비록 미등이 하나 깨졌을 뿐이지만 그 작은 교통사고를 세심하게 처리해 준 친절성...
그것을 바탕으로 지수를 아내로 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고명희는 그림자도 잡을 수 없었다.
결혼식 날 딱 한 번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얼굴을 봤을 뿐이었다.
여러 경로로 지수에게 말을 건네 보았으나 지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언질도 없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그녀에 대한 행동을 교과서처럼 몸에 익힌 것 같았다.
그런데 고명준은 달랐다.
자신이 지수와 결혼식을 올린 뒤로 부쩍 고명희 근황을 자주 물었다.
하지만 그에게 알려 줄 정보가 없었다.
그러자 아주 노골적으로 고명준이 자신의 내심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스폰은 곧 고명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고명희는 결혼도 하지 않아서 배우자가 없다. 당연히 자식도 없다.
때문에 그녀의 사후 유산 상속 1순위가 고명준 자신이다.
상상할 수 없는 재산, 그게 자신들과 관계없는 사회기부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다.
기부를 하더라도 그 기부금 관리 법인의 대표는 자기가 해야겠다.
이런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철준은 고명준의 그 생각이 나쁘다는 판단은 들지 않았다.
그가 범법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그를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려면 그동안 자신이 고명준의 스폰을 계속 받아왔다는 것도 말해야 한다.
그래서 늘 지나가는 말로...검찰청이나 법조계에 도는 소문을 빗대어서 말했다.
노골적으로 출세 때문에 자신도 고명희의 은덕을 입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이 을이 되고 지수가 갑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방법은 지수를 몸으로 정복하고, 굴종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의 힘이 부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요즘 부쩍 지수는 자신과 관계를 가진 뒤 욕실에서 자위를 한다.
열패감이었다. 계집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내...그가 자신이었다.
그런데....
고명준이 한 건을 물어왔다.
고명희의 친구가 제비에게 물렸는데 그 제비가 폐인이 되어 노숙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검사로서의 털끝이 바짝 섰다. 촉이다. 이건 제대로 된 건수다.
그 폐인이 된 제비에게서 나오는 소스...그 소스에 뭐라도 걸려든다면?
고명준에게만이 아니라 고명희에게 자신이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
철준은 수사관을 시켜 그 제비를 바로 잡아왔다.
노숙자로 전락한 제비라서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철준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놈들이 하는 진술이 밑기지가 않는다.
바보가 된 제비라더니 황설수설도 유만부득이지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 말을 한다.
자신들은 영혼을 빼앗겼단다.
그 영혼을 빼앗은 사람이 좃도 안 서게 만들어 버려서 어떤 방법으로도 좃이 안 선다고 한다.
무슨 생각을 하든지 그 사람 말만 떠올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그 분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아는 상식으로 판단하면 지독한 최면술에 걸린 것 같은데...
최면술의 효과가 이렇게 오래 간다는 것은 또 들은 적이 없다.
그러함에도 철준이 놈들을 취조하여 알아 낸 사실은 간단하면서도 의미가 심장하다.
일단 놈들이 고명희에게 접근했던 방식...
박철우란 놈이 지금은 폐인이 되었지만 횡설수설하면서 했던 진술은 상당부분 인정해줄만 했다.
놈은 부모도 모르는 고아다. 어려서부터 반골기질이 풍부해 고아원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10대 때부터 양아치들과 어울리며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그렇게 진화하면서 감옥에서 깡패들과 만나 조직원이 되었다.
조직폭력배로 살면서 조직 간의 싸움에 행동대원으로 나서 날림질을 하다 다시 잡혔다.
감옥에서 같은 고아출신으로 도박 기술자가 된 명석을 만났다.
몇 년의 형기를 명석에게서 도박기술 배우는데 사용했다.
같은 시기에 출소한 뒤 둘은 도박판을 휩쓸었다.
그러나 직접 선수로 뛰면 뜯기는 돈이 더 많았다. 그래서 직접 도박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경찰의 눈을 피해 벌려진 도박판은 판이 작아서 양이 차지 않았다.
사업을 다각화 했다. 도박으로 번 돈을 이용, 불법 컴퓨터 도박장을 치렸다.
그러다가 돈이 불려지면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불법 카지노 시설도 차렸다.
시내 곳곳에 있는 화상경마장 근처에서 불법적으로 경마 마떼기 사업도 했다.
경찰 단속을 피하느라 고달프기는 했으나 돈은 쉽게 벌렸다.
서서히 돈의 위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돈이 생기자 힘도 생긴 것이다.
자신들이 형님으로 모시고 수발을 들었던 사람들에게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똘마니들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동료 건달들이 운영하는 술집에 가서도 VIP대접을 받았다.
돈이 최고였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었다.
이때부터 놈은 돈 귀신이 되어갔다.
가진 돈으로 불법사채업까지 겸했다.
그러다가 고리 사채를 썼던 룸살롱 여자애들을 사고파는 일에도 손을 댔다.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았다.
돈 많은 과부나 가정주부가 필요했다.
캬바레 춤선생을 하는 놈을 잡아다 춤을 배웠다. 춤을 배운 뒤 놈은 날아다녔다.
멀쩡한 외모에다 도박장에서 돈도 벌었으니 일반 제비들과는 달랐다.
놈은 또 좃이 좋았다. 그러니 한 번 좃맛을 보면 아줌마들이 더 극성이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좃심으로 제압한 아줌마들의 돈을 가져다가 더 불려줬다.
그러니 여자들 먹고 돈 뜯어낸 다음 버리는 양아치 제비새끼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박철우 그놈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 바닥은 좋은 소문이라도 나쁜 소문과 같이 전파되는 것은 빠르다.
이런 내막을 아는 놈으로선 그물을 친 것이다.
이렇게 그물을 치고 대어를 기다리는데 놈의 안테나에 고명희가 걸려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철준이 파악한 바로는 놈에게 이런 정보를 던진 자가 고명준이다.
고명준은 박철우 놈보다 더 고명희가 필요했다.
이런 고명준이 박철우의 소문을 들었다.
자신의 계획에 박철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고명희의 정보를 놈에게 흘렸던 것이다.
그러나 놈은 이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안테나에 걸린 고명희의 정보가 고명준이 흘린 것으로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놈은 순전히 자신의 정보망으로 고명희가 걸려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렇더라도 고명희는 놈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건달 조직원으로 큰 박철우다.
몇 년씩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겪었던 건달들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가진 놈이 파악한 정보로도 이경훈 팀은 건달들과 달랐다.
어떤 승부로도 이경훈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니 고명희 곁으로 가기는커녕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막혀있는 놈에게 고명준은 다시 정보를 흘렸다.
고명희가 스스럼없이 만나는 친구들의 정보가 그것이었다.
여기까지 파악한 강철준은 고명준의 작전에 혀를 내둘렀다.
그 작전 안에 자신과 지수의 결혼식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박철우가 장모와 고명희, 그리고 박주희 事?대표인 박주희 등과 만나는 동선...
만나는 이유와 날짜, 그중 가장 쉬운 상대지만 또 고명희와는 가장 막역한 주옥선...
주옥선을 타킷으로 할 수 있도록 박철우에게 제공된 정보는 치밀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치밀하게 재공된 정보를 박철우는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얻어낸 것으로 안다.
어떻든 박철우는 술에 취한 주옥선을 호텔 여자화장실에서 강간했다.
그런데 강간이었음에도 그 한 번의 교접에 주옥선은 껌뻑 넘어갔다.
이후 주옥선은 박철우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암컷이 되었다.
박철우는 만날 때마다 주옥선의 부족한 섹스를 채워줬다.
자신이 가진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기에다 감옥에서 만든 해바라기...절륜한 정력...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취득한 정보와 말솜씨로 주옥선을 휘어잡았다.
주옥선은 아들같은 박철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포로인줄도 모르고 자신이 행여 철우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했다.
여기까지다.
강철준이 그동안 박철우 정명석을 취조하며 얻은 정보와 고명준에게서 취득한 정보는...
이 정보를 놓고 강철준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박철우와 정명석을 폐인으로 만들었다는 허름한 행색의 남자...
놈의 인상착의는 박철우도 정명석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옥선과 고명희는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허름한 행색의 남자를 찾으려면 주옥선과 고명희의 진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무슨 방법으로 그들의 진술을 청취할 수 있는가. 없다.
여기까지가 강철준의 고민이다.
물론 그보다 더한 고민은 자신이 과연 고명준과 언제까지 한 배를 탈 것인가이다.
그 배에서 내리려면 역으로 고명준을 엮어버려야 하는데 그럴 건수도 아직은 없다.
2
룸살롱 가야....
내실로도 쓰는 은밀한 방이다.
지금 방안에서 술잔을 나누는 명준은 오늘 이 담판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는 금감원의 국장이다.
그리고 자신과 회사가 거래하는 증권사 전무다.
급하게 돌아오는 어음과 회사채 만기는 이제 두어 달 남짓이다.
하지만 액수는 무려 300억....
대기업이나 재벌들에겐 껌 값이지만 자신에겐 버거운 금액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나는 것도 문제지만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린 사기행위가 더 크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분식회계를 통한 사업 부풀리기로 팔아먹은 회사채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는 버틸 재간이 없다.
고명희가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전에 유산을 챙기던지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경훈을 떼어내고 일본의 살인기술자들에게 의뢰하려는 계획은 보류해야 한다.
고명희가 이경훈과 결혼을 하겠다는 마당인데 그를 떼어 낼 계획은 소용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야 했다.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여 파는 것이다.
그런데 승인권을 가진 금감원이 증권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극구 피하던 담당 국장과 주거래 증권사 전무를 어렵게 초대했다.
이런 자리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니 오늘 밤 구워삶아야 한다.
명준은 그래서 어렵게 만든 이 자리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당연히 애들도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그도 1차의 회담이 성공해야 한다.
“오 마담, 마담이 이 어른들에게 한 잔씩 좀 올려”
“네 회장님”
오수연...
고명준의 내연의 처다.
대학 때 퀸을 했던 여자다.
그래서 연예계로 들어가 화려한 조명을 받을 꿈을 꿨던 여자다.
하지만 IMF로 집안이 몰락하여 연예인이 될 배경이 없어져 버렸다.
대학 후배로 연예 메니지먼트 사를 하는 친구가 스폰을 추천했다.
상당한 후원을 했으나 연예인으로 크진 못했다.
그러나 타고난 끼 때문인지 본인이 하겠대서 차려 준 룸살롱에선 대박을 친다.
지금 오수연은 강남 텐프로에서도 알아주는 큰손이다.
그녀의 웃음에 녹아나지 않은 남자 없다.
그녀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은 여자 없다.
그러니 그 웃음과 설득력으로 여자든 남자든 꼬이게 만드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업소에서 탐내는 A급 여대생이나 회사원들이 언제나 넘친다.
그녀들도 가야라면 만사 오케이다.
회사원은 자신이 받는 월급의 몇 배를 한 달에 며칠 웃음과 몸으로 해결하면 챙길 수 있다.
여대생은 한 달에 한두 번만 출근해도 등록금을 해결하고 풍족하게 용돈을 쓸 수 있다.
탐나는 명품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해줄 수 있는 남자가 꼬이는 곳이 가야다.
오늘....
고명준은 이런 A급 애들 둘을 준비시키라고 오수연에게 명령했다.
지금 그 애들은 이 방에서 부르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자신들이 나누는 은밀한 얘기를 들은 파트너가 외부에 발설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아무리 오수연이라고 해도 퇴근한 이후 놀리는 그녀들의 입을 막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지금의 대화는 그처럼 극비다.
오수연이 암내를 풍기며 둘에게 술을 따랐다.
둘은 오수연의 암내에 취했는지 입을 벙긋하며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둘이 약속이나 한 듯 단숨에 술잔을 비우자 오수연이 그들의 입에 안주를 물렸다.
“국장님...”
“예”
“아시죠?”
“뭘요”
“이번에 들어 선 경제팀이 내건 내수경제 활성화 방안...”
“알죠”
“지금 정부는 기업의 기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
“사업만 타당하면 정부 보증으로 상당한 개발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나 봐요”
“그럴 겁니다”
“제가 남해 쪽에 아주 오래 전 작은 무인도를 하나 사둔 것이 있습니다.”
“아~네에”
명준은 하던 말을 끊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서 한잔 들이켰다.
명준이 술잔을 놓자 수연이 생밤 하나를 입에 넣어줬다.
얼음에 재워진 생밤의 감촉이 입 안에서 입맛을 당겼다.
우두둑 그 밤을 깨물고는 와각와각 씹어 삼킨 뒤 다시 말을 이었다.
““WTO체제에다 FTA보편화 체제가 되면서 농어촌 지자체는 생존이 어려워져 가고 있지요”
“그렇죠”
“때문에 각 지자체는 자체 생존을 위해...최소한의 재정 확보를 위해...”
“....”
“외지자본을 끌어들이고 개발하므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농업대체 사업으로 키우려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게 또 서로 제살 뜯어먹기 경쟁 중이라서...”
어느덧 술자리는 국가경제에 대한 토론회처럼 변했다.
그러나 명준은 이런 토론회 비슷한 자리를 원했기에 자신의 뜻대로 돌아감에 만족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도 정부의 지원을 좀 받아볼까 합니다.”
“그래요?”
“제가 가진 무인도는 섬 전체가 한 50만 평이 조금 넘고 60만 평은 조금 모자라는...”
“무인도 치곤 크네?”
“그런 편이죠”
둘의 얘기에 H증권사 홍전무가 끼어들었다.
“그런데요?”
“이번에 마침 제 섬이 있는 지자체에서 전화가 왔어요”
“무슨 전화?”
“그 섬을 개발할 의사가 없느냐는 것이었어요”
“아!”
홍전무는 무릎을 쳤으나 국장은 시큰둥했다.
언제인지 모르게 오수연이 채워놓은 술잔을 명준은 또 급히 비웠다.
이번에는 수연이 치즈 한 쪽을 입에 넣어줬다.
치즈는 입 안에 남은 술과 침의 힘에 의해 그냥 녹아 없어졌다.
입맛을 다신 명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본도에서 약 1.2km 떨어진 섬인데 지금은 선착장도 없는 섬입니다”
“....”
“그런데 지자체 측에서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선착장 건설, 전기, 지하수 개발 등의 비용을 지원하겠답니다”
“그래요?”
홍전무가 다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국장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그곳에다 골프장과 콘도를 지을 계획입니다”
“분양이 될까요?”
입을 닫고 있던 국장이 실눈을 뜨면서 한마디 던졌다.
낚시밥을 문 것이다.
“충분합니다. 일단 제 땅입니다.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죠”
“그리고요?”
“기반시설비가 개발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요?”
“적은 섬이라서 해발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럼 개발비가 적게 들겠군요”
“그래서 본 섬과 연계수단으로 케이블카도 설치하려고 합니다”
“그 비용도 상당할텐데요?”
“하지만 그것으로도 관광객 유치의 조건이 됩니다”
“그래서요?”
“토지매입비, 기반시설비가 빠지면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가 있죠”
“그건 그렇겠습니다”
“토목, 건설, 관광 3대 사업이면 지자체는 연속적으로 엄청난 고용효과가 있습니다.”
“그도 그렇죠”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면 실패할 이유가 없는 사업입니다”
“호오...”
국장이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
명준은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총 예상 개발비를 500억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좀 되는군요”
“이 개발계획이 포함된 사업계획서와 회사 대차대조표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하려 합니다”
“얼마나?”
“전액입니다”
“500억?”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어때요? 홍전무님 생각은?”
“글쎄요. 일단 처음 들어서...”
“판매가 가능하겠어요?”
“좀 더 확인을 해 봐야죠”
“이번에 만기로 돌아오는 고회장님 회사 회사채가 있죠?”
“그럴 겁니다”
“그게 얼마쯤이죠?”
“넉넉 잡아서 200억은 넘을 걸요? 그렇죠 고회장님?”
“아마 그럴겁니다”
“그래서 신규사채 발행으로 구사채를 막는다?”
국장은 순식간에 명준의 내심을 파악했다.
마찬가지로 홍전무라고 모를 일이 없었다.
명준은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가 규모는 중급이지만 총 고용인원이 그래도 몇 천입니다”
“....”
“더구나 회사채 발행 당시부터 이런 상황을 우리 서로 예견한 것 아닌가요?”
“그게 무슨?”
국장과 홍전무가 고명준의 작전을 완전하게 눈치를 챘다.
그는 부도가 나면 물귀신 작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회사가 망가지면 고명준이 감옥을 가는 것은 불문가지나 자신들도 온전할 수 없다.
결국 고명준이 이 자리를 만든 것은 자신들과 한 몸이 되겠다는 것이다.
국장은 술이 땡겼다.
언제인지 모르게 이 미녀는 술잔을 채워두고 있다.
건너편에 앉았지만 암내가 풍겨서 좃을 주체하기 힘들다.
적당히 뭉뚱그리면 암수가 엉키는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다.
약속장소가 가야라고 했을 때 이미 예견한 일이다.
“그러니까....이번 건만 승인을 해 주시면...”
“승인을 해 드려도 판매가 문제지요”
“그야, 여기 계신 홍전무께서....”
고명준이 슬쩍 홍전무에게 바통을 넘긴다.
홍전무도 술이 땡긴다. 고명준 요놈 고단수다.
역시 고성환 아들 답다.
고명희에겐 발끝만큼도 못 따라가지만 술수가 자신들은 넘는다.
언제든지 터지면 죽는 것은 일반....
하지만 혹시 고명준의 개발계획이 성공하면 꿩먹고 알먹는 일이다.
홍전무도 입맛을 다시며 술잔을 단숨에 비운다.
둘이 약속이나 한 듯이 술잔을 들이키자 고명준이 눈짓을 했다.
날렵하게 몸을 일으킨 오수연이 바람처럼 밖으로 나가더니 장미꽃 둘을 달고 왔다.
“안녕하세요? 미나예요”
“안녕하세요? 써니에요”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애들은 텔레비전에서도 보기 힘든 미녀들이었다.
...........
작가의 말
무슨 야설이 이래? 이 야설작가 웃기는 친구네?
응응신이 없는 것은 그렇다 쳐.
무슨 야설이 뭐 경제가 어떻고 정책이 어떻고야?
이러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가득입니다.
그러나 야설이라도 좀 현실성이 있었으면 해서...
물론 주인공 용주의 케릭터는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또 용주와 섹스를 하면서 얽힌 여자들과의 관계도 다 현실성이 없습니다.
우리네 삶 속에서 현실로는 일어날 수 없는 케릭터에다 여자들과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 혼탁한 세상을 이런 케릭터의 주인공이라도 나타나서 정리를 좀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야설 게시판이고 독자들의 인기리에 주인공이 성장했으면 싶어서 여자들과의 관계 또한 그리 설정한 것입니다.
이 점 이해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전혀 현실성 없는 우리의 용주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여자들을 소유하면서...
이 혼탁한 세상을 정복하고 정리하면서 제왕의 길로 가는 노정을 우리 서로 기대하십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종종 이처럼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올리오는 횟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도 격려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그치만 재미도 전혀 무시하진 않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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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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