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특별한 능력자 한수효
녹초가 되어 완전히 널부러진 정숙의 위에서 내려와 벌거벗은 몸으로 냉수 한 컵을 들이킨 수효는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한 도시는 길 양쪽으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벗어놓은 옷에서 주섬주섬 주머니를 찾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정숙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열일곱이지만 담배는 벌써 중학교 1학년이던 때부터 피우기 시작했으니 4년째다. 그래도 누구하나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덩치도 덩치려니와 처음엔 들키지 않으려 했고 나중에 들켰어도 모두들 그러려니 했다.
담배 한 대가 다 타들어가도 정숙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자신과 몸을 섞는 여성들에게서 늘 있는 일이었으므로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싶어 손을 코 앞에 대어 보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호흡소리가 새근새근 매우 규칙적이었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수효는 나머지 담배를 맛있게 빨아들여 다 피웠다. 그래도 정숙은 꿈틀거림도 없었다.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서 시원하게 몸을 씻었다. 욕실은 훌륭했다. 그러나 수효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서둘러 몸을 씻었다. 이제 방에 들어온 지 두 시간이 다 되어가므로 정숙을 깨워야 했기 때문이다. 몸을 다 씻은 수효는 밖으로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다시 담배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 사이로 효정의 얼굴도 보이고 원장인 숙희의 얼굴도 보이고 담임이었던 수영의 얼굴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자기를 죽도록 따라다닌 희수가 보이기도 했다.
그들 중 수효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원장인 숙희다.
숙희도 지금 저렇게 뻗어 있는 정숙의 또래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받을 때면 늘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을 깬 뒤 숙희는 그냥 소녀다. 팔에 매달리기도 하고 안기기도 하면서 아양도 떤다. 평소에는 엄마같은 반말로 자연스럽다가도 관계가 시작되고 끝나면 교태가 듬뿍 담긴 언어로 수효를 주인으로 대접한다.
수효는 숙희가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래 아이들과 전혀 다른 성기, 숙희와 함께 보았던 서양인들의 섹스비디오에 나오는 사내들보다 크면 크지 적지 않은 자신의 성기, 더구나 발기하면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도깨비방망이를 연상시키는 성기, 그것은 숙희를 처음 안은 열다섯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강한 정자를 받고 싶어 하는 소망은 모든 암컷의 공통점이다.
꿩이나 공작,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도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강하고 화려하고 아름답다. 사자, 호랑이 등 맹수에서부터 황소나 심지어 다람쥐 같은 동물도 수컷은 암컷보다 크고 장대하며 아름답다. 꽃도 마찬가지다. 암꽃보다 수꽃이 더 아름답다. 동아프리카의 키차일드 물고기는 화려한 색의 ‘꽃미남 수컷’을 좋아한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밝고 선명한 색을 가진 수컷일수록 기생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암컷은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을 좋아한다. 이건 유전적으로 확실하다. 인간사회도 애초는 모계사회였다. 그러나 인간의 암컷은 자신도 종족들도 맹수로부터나 또 다른 종족으로부터 보호할 힘이 없었다. 자신의 종을 보호하려면 강한 수컷이 필요했다.
수컷은 달랐다. 수컷은 아무 때나 아무 암컷에게나 정자를 뿌릴 수 있으므로 종족의 보호에 그리 본능적이지 않았다. 즉 언제든 누구에게든 종족을 퍼뜨릴 수 있는 수컷은 사자나 호랑이와 같이 자유를 갈구했었다. 종족보호나 자신의 씨를 받은 암컷과 종종의 생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암컷은 아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암컷도 발정기가 있었다. 그 발정기가 배란기다. 배란기, 즉 발정기에 씨를 받아야 했고 그 씨가 몸에서 자라 밖으로 생산되면 그가 자력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 10년은 보호를 해줘야 했다.
그런데 그럴 힘을 암컷들은 애초부터 타고나지 못했다. 당연히 씨의 주인에게 책임의식을 갖게 해줘야 했다. 그 씨가 자신의 씨임을 수컷에게 알리고 수컷으로부터 씨와 자신도 보호를 받아야 했다. 결국 그러려면 수컷이 자신에게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발정기가 아니어도 언제든 섹스를 할 수 있게 한 진화다.
포유류인 모든 동물은 발정기, 즉 배란기 외에는 수컷의 접근을 허락지 않는다. 발정기도 아닌데 수컷이 껄떡거리면 맞짱도 불사한다. 하지만 발정기는 그렇지 않다. 강한 수컷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유혹한다.
인간의 암컷은 그리해서는 자신과 종족을 보호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수컷이 자신에게 머물러야 했다. 그러려면 수컷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야 했다. 아무 때나 인간이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다. 화장품, 향수, 성형수술 이 모든 것이 강하고 힘센 수컷이 자기에게 머물게 하기 위한 암컷들의 진화다.
반대로 수컷들은 이렇게 진화하는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몸을 만들어야 하고 높은 직위를 가져야 하고 사람들을 거느리며 힘을 과시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시작된 노력들이며 이 노력들이 욕심으로 진화하여 원시적부터 종족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효는 특별한 아이였다.
신체구조는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열 살을 넘기면서 역삼각이 되어갔고 또래 애들보다 한 뼘은 더 컷다. 자연히 어떤 운동도 소화할 수 있었다. 고아원이 집이라서 돈 내고 배우는 학원을 가진 않았으나 할 수 있는 운동은 천지였다. 혼자서 바닷가를 뛰는 것에서 바다로 돌을 던지는 것까지 다 운동이었다.
싸움을 매우지 않았음에도 누구와 싸워도 진적이 없었다. 사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며 순간적으로 1~2m는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으며 날듯이 뛸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남성의 심볼이었다. 이미 어린이일 때 수효의 심볼은 고추가 아니었다. 열 살 무렵에 몽정을 하고 열한 살 때 털로 뒤덥혔으며 초등학교 졸업 때 이미 어른보다 큰 성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열 다섯 중학 2년생 수효의 성기는 이미 성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 있었다.
잘생긴 외모, 건장한 체격, 만능운동꾼에 싸움꾼, 여기까지면 수효는 아마도 천상 싸움꾼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여기에 더 큰 선물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순간적으로 암컷을 제압할 수 있는 자연스런 힘, 어떤 여성이든 한 번 그윽하게 쳐다보기만 하면 그 시선으로부터 제압당하는 묘한 능력자가 곧 수효였다.
희수, 그애가 발단이었다.
희수는 예쁘다. 수효보다 한 살이 더 많지만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 그런데 그 희수가 고아원 아이라는 이유로 동네 건달들에게 납치를 당해 윤간을 당할 위기에 빠졌었다. 이미 집으로 돌아왔어야 할 희수가 돌아오지 않자 원장은 수효를 포함한 애들에게 희수의 행방을 찾으라고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수효는 동네 으슥한 곳만 골라서 희수를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찾았다.
도시의 어떤 투기꾼이 팬션을 짓는다고 파헤친 땅에 골조만 덩그라니 올린 뒤 폐허처럼 방치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희수는 아랫도리가 벗겨진 채 여러 사내들의 음흉한 눈길 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수효의 눈에서 불길이 솟았다. 그리고 자신도 알지 못한 초능력 같은 몸놀림으로 사내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희수를 구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은 수효의 구속이었다.
사내들은 고아인 수효가 감당할 수 없는 집 애들이었다. 그들 부모가 수효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왔고 수효는 그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여덟이나 되는 애들이 한명에게 맞았는데 경찰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맞은 애들의 일방적 진술을 이유로 유치장에 가뒀다.
원장 숙희는 희수의 얘기를 듣고 수효의 구명에 나섰다. 법적으로 형사미성년자였던 수효는 원장의 이런 노력에 의해 풀려났다. 원장의 신원보증과 가택보호가 석방이유였다.
그날 비로소 수효는 자신에게 비범한 능력이 있음을 또 알았다.
감옥으로 가면서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풀려나므로 수효는 원장이 엄마같이 고마웠다. 처음으로 인간에게 고마음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무 뜻도 없이 단지 고맙고 감사하여 원장을 포옹했다. 그 순간 숙희를 바라 본 수효의 눈길에서 강한 텔레파시를 받은 원장은 수효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원장실로 들어갔는지 원장도 수효도 알지 못했다. 강한 자석에 끌리듯이 둘은 방으로 갔고 방에서 알몸으로 엉켰다. 엉킨 두 시간, 숙희는 인간의 암컷이 수컷과의 교접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희열과 쾌락을 맛봤다. 그 시간 이후 숙희는 수효의 포로였다.
담임이었던 수영 또한 똑 같았다.
인간의 여성 또한 외모가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한다. 여성은 남성을 의식해 화장을 하고, 특히 중세 서양 여자들은 불편함뿐 아니라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기꺼이 코르셋을 입거나 아편을 발라 상기된 앳된 얼굴을 만들어냈다.
수영은 언제부터인지 수효의 눈길을 받으면 몸이 뜨거웠다. 그냥 수효가 자신을 보기만 해도 사타구니에서 자연스럽게 물이 흘렀다. 시험감독이라도 하면서 수효의 옆자리를 스치는 날은 어김없이 화장실에서라도 손가락으로 자신의 질을 희롱해야 했다.
수효를 의식하서 자신도 모르게 짙은 화장을 하고, 몸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 속옷을 더 입고 코르셋도 착용하고, 심지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안 가던 마사지샾까지 다녀야만 했다.
인간의 암컷들이 가문 학벌 돈 등을 수컷 선택의 또 다른 기준을 삼지만 수영은 수효의 앞에만 서면, 또는 수효를 생각하기만 해도 그깟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단지 수효의 품에 안겨 맘껏 희롱을 당하고 싶었다.
흔히 여자는 촉각에 약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사랑의 행위가 이뤄지려면 필수적으로 스킨쉽이 이뤄져야 한다. 즉 어루만져 주면 거의 모든 여자가 마음을 연다고 흔히 얘기한다. 시각 청각 촉각에 이어 후각도 있다. 남녀 모두 향기로운 이성에 끌리지 않던가. 그런데 수영은 수효에게서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특정 이성의 특별한 체취에 취하는 경우다.
우리는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향기로 페르몬 향을 말한다. 페르몬 향이란 배에 달걀만한 향낭을 지닌 사향노루에게서 나는 냄새다. 교미 시기가 되면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여기에서 강한 냄새를 풍긴다. 이 향기를 페르몬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영이 생각하기에는 수효에게서 늘 페르몬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수효가 숙희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 다음 날 수영 또한 수효의 여자가 되었다.
효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숙희와 수영을 통해 자신에게 비범한 능력이 있음을 안 수효는 의식적으로 효정을 피했다.
사실 수효는 그가 고아원에서 혼자만의 능력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때부터 효정이 자신을 남다르게 보고 있음을 알았다. 누나 같기도 하고 선생님도 같고, 때로는 엄마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만은 보호해주고 싶었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성욕이 생기면 숙희 방으로 가면 되었다. 주기적으로 수영이 찾아와서 성욕을 풀어주었다. 이미 숙희나 수영은 수효의 포로였으므로 수효는 성욕 때문에 다른 여자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그날, 수영의 집에서 수영과 진한 섹스를 하고 돌아서던 길에 둘 관계를 의심한 학교 불량배들에게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그 애들이 수영과 수효를 미행했던 것이다.
그 애들은 애들이 아니었다. 수영을 자신들에게도 돌리라고 요구했다. 아니면 둘 사이를 소문내서 수영의 교사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엄연히 성인인 수영이 미성년자인 수효와 성행위를 했다면 무조건 교사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수효는 조용히만 해주면 조용히 살겠다고 부탁했다. 애들은 막무가내였다. 칼자루를 자신들이 쥔 것으로 착각하고 협박의 강도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빰 한 대씩을 때렸다. 하지만 맞은 애들은 모두 기절했다. 다시 경찰서였다. 마침 그 시간에 바빴던 숙희대신 효정이 보호자로 왔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효정도 수효의 여자가 된 이유다. 그리고 수효가 제주도를 떠나 서울의 정숙까지 실신시킨 이유다.
녹초가 되어 완전히 널부러진 정숙의 위에서 내려와 벌거벗은 몸으로 냉수 한 컵을 들이킨 수효는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한 도시는 길 양쪽으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벗어놓은 옷에서 주섬주섬 주머니를 찾아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정숙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열일곱이지만 담배는 벌써 중학교 1학년이던 때부터 피우기 시작했으니 4년째다. 그래도 누구하나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덩치도 덩치려니와 처음엔 들키지 않으려 했고 나중에 들켰어도 모두들 그러려니 했다.
담배 한 대가 다 타들어가도 정숙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자신과 몸을 섞는 여성들에게서 늘 있는 일이었으므로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싶어 손을 코 앞에 대어 보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호흡소리가 새근새근 매우 규칙적이었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수효는 나머지 담배를 맛있게 빨아들여 다 피웠다. 그래도 정숙은 꿈틀거림도 없었다.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가서 시원하게 몸을 씻었다. 욕실은 훌륭했다. 그러나 수효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서둘러 몸을 씻었다. 이제 방에 들어온 지 두 시간이 다 되어가므로 정숙을 깨워야 했기 때문이다. 몸을 다 씻은 수효는 밖으로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다시 담배 한 대를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 사이로 효정의 얼굴도 보이고 원장인 숙희의 얼굴도 보이고 담임이었던 수영의 얼굴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자기를 죽도록 따라다닌 희수가 보이기도 했다.
그들 중 수효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원장인 숙희다.
숙희도 지금 저렇게 뻗어 있는 정숙의 또래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받을 때면 늘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을 깬 뒤 숙희는 그냥 소녀다. 팔에 매달리기도 하고 안기기도 하면서 아양도 떤다. 평소에는 엄마같은 반말로 자연스럽다가도 관계가 시작되고 끝나면 교태가 듬뿍 담긴 언어로 수효를 주인으로 대접한다.
수효는 숙희가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래 아이들과 전혀 다른 성기, 숙희와 함께 보았던 서양인들의 섹스비디오에 나오는 사내들보다 크면 크지 적지 않은 자신의 성기, 더구나 발기하면 울퉁불퉁한 모양새가 도깨비방망이를 연상시키는 성기, 그것은 숙희를 처음 안은 열다섯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강한 정자를 받고 싶어 하는 소망은 모든 암컷의 공통점이다.
꿩이나 공작,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도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강하고 화려하고 아름답다. 사자, 호랑이 등 맹수에서부터 황소나 심지어 다람쥐 같은 동물도 수컷은 암컷보다 크고 장대하며 아름답다. 꽃도 마찬가지다. 암꽃보다 수꽃이 더 아름답다. 동아프리카의 키차일드 물고기는 화려한 색의 ‘꽃미남 수컷’을 좋아한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밝고 선명한 색을 가진 수컷일수록 기생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암컷은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을 좋아한다. 이건 유전적으로 확실하다. 인간사회도 애초는 모계사회였다. 그러나 인간의 암컷은 자신도 종족들도 맹수로부터나 또 다른 종족으로부터 보호할 힘이 없었다. 자신의 종을 보호하려면 강한 수컷이 필요했다.
수컷은 달랐다. 수컷은 아무 때나 아무 암컷에게나 정자를 뿌릴 수 있으므로 종족의 보호에 그리 본능적이지 않았다. 즉 언제든 누구에게든 종족을 퍼뜨릴 수 있는 수컷은 사자나 호랑이와 같이 자유를 갈구했었다. 종족보호나 자신의 씨를 받은 암컷과 종종의 생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암컷은 아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암컷도 발정기가 있었다. 그 발정기가 배란기다. 배란기, 즉 발정기에 씨를 받아야 했고 그 씨가 몸에서 자라 밖으로 생산되면 그가 자력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 10년은 보호를 해줘야 했다.
그런데 그럴 힘을 암컷들은 애초부터 타고나지 못했다. 당연히 씨의 주인에게 책임의식을 갖게 해줘야 했다. 그 씨가 자신의 씨임을 수컷에게 알리고 수컷으로부터 씨와 자신도 보호를 받아야 했다. 결국 그러려면 수컷이 자신에게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발정기가 아니어도 언제든 섹스를 할 수 있게 한 진화다.
포유류인 모든 동물은 발정기, 즉 배란기 외에는 수컷의 접근을 허락지 않는다. 발정기도 아닌데 수컷이 껄떡거리면 맞짱도 불사한다. 하지만 발정기는 그렇지 않다. 강한 수컷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유혹한다.
인간의 암컷은 그리해서는 자신과 종족을 보호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수컷이 자신에게 머물러야 했다. 그러려면 수컷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제공해야 했다. 아무 때나 인간이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다. 화장품, 향수, 성형수술 이 모든 것이 강하고 힘센 수컷이 자기에게 머물게 하기 위한 암컷들의 진화다.
반대로 수컷들은 이렇게 진화하는 암컷들을 차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몸을 만들어야 하고 높은 직위를 가져야 하고 사람들을 거느리며 힘을 과시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시작된 노력들이며 이 노력들이 욕심으로 진화하여 원시적부터 종족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효는 특별한 아이였다.
신체구조는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았어도 열 살을 넘기면서 역삼각이 되어갔고 또래 애들보다 한 뼘은 더 컷다. 자연히 어떤 운동도 소화할 수 있었다. 고아원이 집이라서 돈 내고 배우는 학원을 가진 않았으나 할 수 있는 운동은 천지였다. 혼자서 바닷가를 뛰는 것에서 바다로 돌을 던지는 것까지 다 운동이었다.
싸움을 매우지 않았음에도 누구와 싸워도 진적이 없었다. 사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며 순간적으로 1~2m는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으며 날듯이 뛸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남성의 심볼이었다. 이미 어린이일 때 수효의 심볼은 고추가 아니었다. 열 살 무렵에 몽정을 하고 열한 살 때 털로 뒤덥혔으며 초등학교 졸업 때 이미 어른보다 큰 성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열 다섯 중학 2년생 수효의 성기는 이미 성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 있었다.
잘생긴 외모, 건장한 체격, 만능운동꾼에 싸움꾼, 여기까지면 수효는 아마도 천상 싸움꾼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여기에 더 큰 선물을 신으로부터 받았다. 순간적으로 암컷을 제압할 수 있는 자연스런 힘, 어떤 여성이든 한 번 그윽하게 쳐다보기만 하면 그 시선으로부터 제압당하는 묘한 능력자가 곧 수효였다.
희수, 그애가 발단이었다.
희수는 예쁘다. 수효보다 한 살이 더 많지만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 그런데 그 희수가 고아원 아이라는 이유로 동네 건달들에게 납치를 당해 윤간을 당할 위기에 빠졌었다. 이미 집으로 돌아왔어야 할 희수가 돌아오지 않자 원장은 수효를 포함한 애들에게 희수의 행방을 찾으라고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수효는 동네 으슥한 곳만 골라서 희수를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찾았다.
도시의 어떤 투기꾼이 팬션을 짓는다고 파헤친 땅에 골조만 덩그라니 올린 뒤 폐허처럼 방치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희수는 아랫도리가 벗겨진 채 여러 사내들의 음흉한 눈길 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수효의 눈에서 불길이 솟았다. 그리고 자신도 알지 못한 초능력 같은 몸놀림으로 사내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희수를 구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은 수효의 구속이었다.
사내들은 고아인 수효가 감당할 수 없는 집 애들이었다. 그들 부모가 수효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왔고 수효는 그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여덟이나 되는 애들이 한명에게 맞았는데 경찰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맞은 애들의 일방적 진술을 이유로 유치장에 가뒀다.
원장 숙희는 희수의 얘기를 듣고 수효의 구명에 나섰다. 법적으로 형사미성년자였던 수효는 원장의 이런 노력에 의해 풀려났다. 원장의 신원보증과 가택보호가 석방이유였다.
그날 비로소 수효는 자신에게 비범한 능력이 있음을 또 알았다.
감옥으로 가면서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풀려나므로 수효는 원장이 엄마같이 고마웠다. 처음으로 인간에게 고마음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무 뜻도 없이 단지 고맙고 감사하여 원장을 포옹했다. 그 순간 숙희를 바라 본 수효의 눈길에서 강한 텔레파시를 받은 원장은 수효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원장실로 들어갔는지 원장도 수효도 알지 못했다. 강한 자석에 끌리듯이 둘은 방으로 갔고 방에서 알몸으로 엉켰다. 엉킨 두 시간, 숙희는 인간의 암컷이 수컷과의 교접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희열과 쾌락을 맛봤다. 그 시간 이후 숙희는 수효의 포로였다.
담임이었던 수영 또한 똑 같았다.
인간의 여성 또한 외모가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한다. 여성은 남성을 의식해 화장을 하고, 특히 중세 서양 여자들은 불편함뿐 아니라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기꺼이 코르셋을 입거나 아편을 발라 상기된 앳된 얼굴을 만들어냈다.
수영은 언제부터인지 수효의 눈길을 받으면 몸이 뜨거웠다. 그냥 수효가 자신을 보기만 해도 사타구니에서 자연스럽게 물이 흘렀다. 시험감독이라도 하면서 수효의 옆자리를 스치는 날은 어김없이 화장실에서라도 손가락으로 자신의 질을 희롱해야 했다.
수효를 의식하서 자신도 모르게 짙은 화장을 하고, 몸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 속옷을 더 입고 코르셋도 착용하고, 심지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안 가던 마사지샾까지 다녀야만 했다.
인간의 암컷들이 가문 학벌 돈 등을 수컷 선택의 또 다른 기준을 삼지만 수영은 수효의 앞에만 서면, 또는 수효를 생각하기만 해도 그깟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단지 수효의 품에 안겨 맘껏 희롱을 당하고 싶었다.
흔히 여자는 촉각에 약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사랑의 행위가 이뤄지려면 필수적으로 스킨쉽이 이뤄져야 한다. 즉 어루만져 주면 거의 모든 여자가 마음을 연다고 흔히 얘기한다. 시각 청각 촉각에 이어 후각도 있다. 남녀 모두 향기로운 이성에 끌리지 않던가. 그런데 수영은 수효에게서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특정 이성의 특별한 체취에 취하는 경우다.
우리는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향기로 페르몬 향을 말한다. 페르몬 향이란 배에 달걀만한 향낭을 지닌 사향노루에게서 나는 냄새다. 교미 시기가 되면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여기에서 강한 냄새를 풍긴다. 이 향기를 페르몬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영이 생각하기에는 수효에게서 늘 페르몬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수효가 숙희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 다음 날 수영 또한 수효의 여자가 되었다.
효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숙희와 수영을 통해 자신에게 비범한 능력이 있음을 안 수효는 의식적으로 효정을 피했다.
사실 수효는 그가 고아원에서 혼자만의 능력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때부터 효정이 자신을 남다르게 보고 있음을 알았다. 누나 같기도 하고 선생님도 같고, 때로는 엄마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만은 보호해주고 싶었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성욕이 생기면 숙희 방으로 가면 되었다. 주기적으로 수영이 찾아와서 성욕을 풀어주었다. 이미 숙희나 수영은 수효의 포로였으므로 수효는 성욕 때문에 다른 여자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그날, 수영의 집에서 수영과 진한 섹스를 하고 돌아서던 길에 둘 관계를 의심한 학교 불량배들에게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그 애들이 수영과 수효를 미행했던 것이다.
그 애들은 애들이 아니었다. 수영을 자신들에게도 돌리라고 요구했다. 아니면 둘 사이를 소문내서 수영의 교사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 엄연히 성인인 수영이 미성년자인 수효와 성행위를 했다면 무조건 교사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수효는 조용히만 해주면 조용히 살겠다고 부탁했다. 애들은 막무가내였다. 칼자루를 자신들이 쥔 것으로 착각하고 협박의 강도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빰 한 대씩을 때렸다. 하지만 맞은 애들은 모두 기절했다. 다시 경찰서였다. 마침 그 시간에 바빴던 숙희대신 효정이 보호자로 왔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효정도 수효의 여자가 된 이유다. 그리고 수효가 제주도를 떠나 서울의 정숙까지 실신시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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