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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 제왕이 되다. - 1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4:53 1,077회 0건
1
일주일의 공백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형사계 사무실은 시끌벅적하다.
여기저기 빈 책상들은 다들 외근이거나 사우나에 있는 사람들이 주인이다.
군데군데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는 꼭 하나씩 진상 얼굴을 한 놈들이 앉아있다.
그 진상들을 향해 소리치는 고함, 책상 치는 소리...조용할 날이 없다.
보연은 자신의 책상에 쌓여있는 사건관련 서류들을 대강 훑어본 뒤 일어섰다.
손에 캔커피 두 개를 들고 형사과장이라고 팻말이 붙은 방 앞에 섰다.

“어떻게 되신 겁니까?”
“휴가”
“아니...그동안 안 가시던 휴가라니...”
“깊이 알려고 하면 다쳐요. 아저씨”
“참 나...”
“그건 그렇고...과장님 상태가 지금 어떻지?”
“물어보나 마나죠. 들어가 보세요”

형사계 서무를 담당하는 나이 어린 순경이 보연을 보고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나이 어린 순경의 말이 끝나자 보연이 방을 노크했다.

“들어 와”

안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방 안은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과장은 체인스모커다.
요즘 경찰서도 구내 금연을 권유하는 추세지만 형사과는 사실 상당부분 예외다.
하는 일이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인지 상부도 그 점은 용인하는 것 같다.
담배를 입술 끝에 꼬나물고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있던 과장이 얼굴을 들었다.

“뭐야?”
“죄송합니다”
“뭐...죄송할 것 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죄송한 것은 죄송한 거죠”
“좋아 뭐...사과는 받지”
“감사합니다”
“근데 말야...”
“네”
“자네가 없어서인지 애들이 개판이야”
“그럴리가요”
“아냐. 저번 날 잡아 온 애들 송치 마감일이 오늘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냥 현행범이니까 쉽게 영장은 나왔는데...”
“네”
“새끼들이 무능해가지고 여죄도 하나 못 밝히고...쌍칼은 냄새도 맡지 못하고 있어”
“죄송합니다”
“암튼...검찰도 더 밝히지 못하고 기소장을 쓸 것 같은데...”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엉?”
“제가 놈들의 여죄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쌍칼도 잡고...”
“그으래? 어떻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과장이 이게 웬 떡이야 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바싹 다가 밀었다.
보연은 코로 훅 풍겨오는 진한 니코틴 냄새를 피해 얼굴을 뒤로 뺐다.
과장이 담배 냄새 때문인 것을 직감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아주 유능한 프로파일러 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프로파일러?”
“네”
“그래서?”
“영장 기재 내용 외에 더 밝힐 것도 있고...”
“그리고?”
“놈들에게서 쌍칼 소재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될까? 검찰도 포기했는데...”
“한 번 믿어보시죠. 밑져봐야 본전 아닙니까?”
“좋아. 최보연이 그냥 놀지는 않은 모양인데...한 번 믿어보지 뭐”
“감사합니다. 카피 드시지요”
“그래. 고마워”

과장 방을 나온 보연이 급히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김형사님”
“예”
“저번 날 잡은 애들 아직 유치장에 있죠?”
“네”
“그놈들 영상조사실로 좀 데리고 오세요”
“알았습니다”

보연의 지시에 김형사라고 불린 깡패모습을 한 형사 하나가 일어섰다.
보연은 그가 일어서서 나가는 것을 보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오빠”

말끔한 차림을 한 용주가 보연의 목소릴 듣고 고개를 들었다.
외모는 말끔했으나 구렛나룻에서 부터 코밑 턱밑까지의 수염이 온 얼굴을 덮고 있었다.
보연과 주희의 뜻이었다.
수염까지 밀면 용주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그 진면목의 용주 얼굴은 보연이 오빠라고 하기엔 너무 어렸다.
집에선 아무 스스럼이 없이 오빠니 아빠니 주인님이니 여보니 기분 내키는 대로 부른다.
그냥 그때마다 용주의 아래에서 죽어가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르는 것이다.
섹스를 하지 않은 평상시도 그냥 집 안에서는 무조건 둘 다 오빠다.
그를 위해 집에서 일을 봐주던 아줌마도 내 보냈다.
특히 주희가 자신의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용주가 먹도록 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주희도 보연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다.
아무리 셋이 공유한 사실이라고 해도 밖에서는 서로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합의한 용어가 보연은 그냥 오빠로, 주희는 고선생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용주의 얼굴에서 수염을 남겨두기로 했다.
사실상 그냥 두면 수염이 온 얼굴을 덮을 것 같은 모양이므로 그렇게 했다.

“가요”
“응”

보연을 따라 일어서는 용주에게 민원인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던 형사들의 눈이 꽂혔다,
미녀이면서 미혼인데다 유능한 형사계장인 보연이 오빠라고 부른 남자...
그녀에겐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므로 다른 형사들에겐 사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형사들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시커먼 수염만 보였다.

“이름이 뭐야?”
“김종득입니다”
“당신이 쌍칼이야?”
“예”
“왜 쌍칼이지”
“양 손 모두에 면도날을 쥐고 자유자재로 쓴다고 붙여진 별명입니다”
“언제부터?”
“스무 살 무렵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신 수하는 오늘 잡혀 온 사람들 말고 없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어?”
“전국에 산재해 있습니다”
“모두 몇 명 쯤이지?”
“어림잡아 50여 명은 넘을 것입니다”
“좋아. 당신은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 알았지?”
“예”

조사실 안에 있는 보연은 자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이 오빠의 능력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 일주일, 자신도 이제 엄마까지 이 남자의 무한대 능력에 대해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이 그의 섹스능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강한 수컷이고 자신들은 그 수컷에게 정복당한 암컷...
다른 암컷들보다 좀 더 수컷을 밝히는 강한 음욕의 소유자들인데 그것을 제압한 수컷...
여기까지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때문에 부끄러움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오빠는 능력자다.
오빠를 만난 것은 일생일대의 행운이다.
자신들이 어떤 방식을 써도 진실을 말하지 않던 치들이다.
현장에서 잡히면 그것만 인정하므로서 그만큼의 벌만 받는 것이 그들의 불문율이다.
그 외, 조직이라든지, 자신들의 범죄와 관련된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는 놈들이다.
그런 몸들이 지금 용주 앞에서 모든 사실들을 털어 놓는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형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내막까지 전부 내어 놓았다.

“여기야”

그놈들을 면담하고 나온 용주가 자세하게 그려진 약도를 한 장 내 놓았다.
보연은 즉시 그곳으로 형사대를 급파했다.
그리고 30여분 후 그동안 그토록 경찰의 애를 녹였던 한 남자가 수갑을 차고 들어왔다.
그 남자가 탄 차 뒤로 들어오는 승합차 두 대에 20여 명의 무리들이 실려 왔다.
그 무리들 중에는 여자 남자 어린애 노인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었다.

쌍칼...김종득 대한민국 소매치기의 대부...그가 잡힌 것이다.
잡힌 것만이 아니다. 그는 지금 용주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되어 있다.
어떤 것도 숨김이 없이 모두 묻는 대로 대답한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이런 수사는 없었다.
그런데 용주가 지금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이 나라 소매치기 조직의 뿌리를 캐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론 용주의 업적이 아니다. 보연이의 업적이다.
최보연 경감, 뜬금없는 무단 휴가를 일주일 쓰고 오더니 대어를 낚아버렸다.

2
“괜찮아?”
“응...아주 좋아. 이거 봐”

진료실 침대에 누워있는 명희에게 화영이 말했다.
명희는 화영이 말한 화면을 보았다.
그 화면 속에 나타난 초음파 영상은 선명했다.
맨 처음 하나의 점이더니 이제 제법 사람의 형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세상에....내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다니....’

명희는 물끄러미 초음파 영상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눈물 한 자락을 흘렸다.
그런 명희의 손을 화영이 살며시 쥐었다.

“차 한 잔 할래?”
“안 바빠? 진료 없어?”
“자기에게 낼 시간 정도는 항상 있지”
“고마워”
“고맙긴...내 방에서 잠깐 기다려”
“그래”

진료실을 나와 원장실로 자리를 옮긴 명희가 원장실 소파에 앉았다.
그 때 백에 둔 전화기가 울었다.
백을 열고 전화기를 꺼낸 명희가 전화기를 열었다.

“예, 저예요”
“....”
“그래요?”
“....”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
“그냥 두시고 지켜보기만 하세요”
“....”
“네, 아마도 또 헛생각을 하는 거겠죠”
“...”
“그러게요. 그렇게 혼이 나고도...”
“....”
“예, 여기서 그냥 집으로 갈께요”

전화를 끊자 방문을 열고 지수가 들어왔다.

“어머. 회장님...”
“어 지수구나?”
“예, 웬일이세요? 요즘 자주 오시네요?”
“응..엄마에게 볼 일이 좀 있어서...”
“네에, 어디 안 좋은 곳이 있는 건 아니죠?”
“그럼...너가 그렇게 잘 관리해주는데 안 좋을 일이 있니?”
“네에”
“내가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러게요”
“그나저나 요새 신혼재미가 좋겠구나?”
“아이 뭐...”
“좋다고 너무 좋은 티 내지 말아라. 혼자 사는 엄마 더 외롭다”
“네...그럼요. 잘 알아요”
“신랑이 잘 해주지?”
“그냥..”
“요새 사건들이 하도 많이 터지니까 특수부가 바쁜 것 같던데...강 검사도 그렇지?”
“그 사람 소식은 회장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그렇지도 않아. 요샌 관피아 어쩌구 하잖아?”
“네”
“그래선지 하도 죄는 데가 많아서 그쪽도 우리하고 좀 떨어지고 싶은 눈치야.”
“네에”
“안 바쁘니?”
“그냥 좀 바쁘긴 한데 회장님이 오셨대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그래 고맙다.”
“네 그럼...”
“그래...나도 네 엄마 잠깐 만나고 갈 거야”
“그러세요. 그럼...”

인사를 마친 지수가 방문을 열고 나갔다.
명희는 지수가 나간 뒤를 바라보다가 혼자서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화영이 들어왔다.

“지수 모르지?”
“그럼...”
“절대로 알면 안 돼”
“당연하지”
“그래서 말인데...”
“응”
“앞으로 얼마나 있으면 외부로 표시가 날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
“통상적이라면 우리 나이는 옷을 풍성하게 입으니까 5개월 쯤...”
“그럼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았네?”
“이치적으론 그런데...”
“???”
“고회장은 조금 더 빠를 것 같은데?”
“왜?”
“그동안 몸 관리를 너무 잘해서 우리 나이 아줌마들하고 다르잖아”
“....”
“또 평소에 전혀 풍성한 옷을 입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그러면?”
“지금 14주에서 15주 넘어가는 중인데 태아가 거의 모양 형성이 끝나가...”
“그래서?”
“그러면 이제 자라는 일만 남았는데...금방 부쩍 자라거든”
“아!”
“아마...한 3~4주 후면 지금 같은 옷은 입을 수 없을 거야”

화영이 그 같은 말을 하면서 명희의 눈치를 살폈다.
명희도 화영의 말을 들으면서 오늘 자신이 화영을 방문한 목적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낳기로 결심을 한 이상 어떻게든 최소인원 외에는 비밀로 하고 출산을 해야 해서였다.

“그래선데...”
“응”
“한 6개월 나하고 우리 집에서 살면 어때?”
“왜?”
“아줌마들...비서들...다 내 보내고...조박 집에서 일해 주는 그 이모라는 여자...”
“응”
“같이 와서 우리 수발을 들게 하면서...”
“....”
“내가 어디 외국으로라도 나갈까, 아니면 어디 별장에 한 6개월 살까 했는데...”
“그랬는데?”
“요즘 부쩍 또 애들이 설치거든”
“누구?”
“알잖아...”
“동생들?”
“그래, 명준이가 요즘 들어 부쩍 움직임이 잦아”
“그렇구나”
“내가 조박사 병원에 들락거리니까 무슨 낌새를 챈 거야”
“참...”
“그러나 내가 임신을 한 거라곤 꿈에도 모르겠지.”
“그거야...”
“그래서 지수에게 진료를 받으려고 다니는 줄 알 거야. 대학병원 두고도 여길 다녔으니까”
“....”
“근데 아니잖아? 그러니 쟤들이 더 바짝 긴장한 거지”
“그 정도야?”
“그럼...금방 지수가 다녀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걸?”
“설마...”
“지수 남편을 통해서 지수에게 연락이 왔겠지”
“걔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나?”
“이제야 말하지만 강철준 검사가 지수를 노렸던 이유는 아마도 나였을 거야”
“진짜루?...”
“내 느낌상 그래.”
“세상에...”
“쟤들로선 나랑 연결시키려면 조박사, 주여사, 박마담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니까”
“....”
“지금까지 끊임없이 해 왔던 수작들이지. 저번 주여사 건도 아마 그 일환일 거고...”
“무섭구나”
“그래서 이 팀장도 모르게 지금까지 일을 진행했어. 이 팀장은 계속 감시를 당하니까...”
“응”
“하지만 결국 이 팀장은 알아야 되는데...
“그렇겠지”
“그래서 이 팀장 보호 아래 진료부터 출산까지 조박사가 같이 살면서 처리해 줬으면 하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지수 때문에 휴진은 어렵지만 나랑 사는 것은 되잖아?”
“꼭 그래야 돼?”
“그래. 나 좀 도와 줘. 부탁이야”
“고회장 건강...아이 건강...생각하면...
“이건 조박사 운명이야”
“운명까지는...”
“아냐. 내가 이 나이에 아이를 가진 것. 그걸 조박사만 아는 것...운명이지”
“참...나...”
“조박...”
“그래. 그런데 지수에겐 뭐라고 하지? 이모까지 빼가면서?”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 보자구....”

명희는 화영이 자신의 제안에 응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렇다면 이제 이 팀장이다.
자신과 명희를 위한 물샐틈없는 경호...적임자는 이 팀장뿐이다.
집에서 근무하는 비서진을 빼내는 것, 찬모들을 빼내는 것...이 팀장 만이 할 수 있다.

‘뭐라고 할까? 그래...조 박사가 동거하니까....인공수정?...그래 어쩔 수 없다면...’

3.
“오늘도 조화영 산부인과에 갔다고?”
“예. 형님”
“주치의인 강 검사 부인말로는 별다른 징후가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 이상합니다”
“알았어. 강철준 검사에게 확실히 더 알아보라고 해”
“네”

고명준은 담뱃불이 다 타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나이 60이 다 되어가는 여자가 산부인과를 들락거린다.
그 병원에는 물론 내과 전문의인 최지수 박사가 있다.
만약 여성만이 가지는 암인 자궁암이거나 자궁경부암 등이라면 이미 최박사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라면 강철준이 벌써 알려왔을 것이다.
그런데 강철준은 아니라고 했다. 최지수의 말이라면 그건 믿지 않을 수 없다.

‘근데 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늙은 여우가 가진 재산...상상을 초월할 거대한 부...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 여우가 죽으면 법적으로 상속 1순위다.
하지만 그 여우는 그리 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아버지 사후 재산정리를 하면서 그리 못 박았다.
그러니 그 여우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그 엄청난 재신은 어디론가 기부될 것이다.
법적 상속인들인 이복동생들 모두 공평하게 나눠도 자신의 몫만 수천억일 것이다.
그런데 명준은 공평하게 나누는 것도 싫다.
친동생인 명우야 어쩔 수 없고, 여동생 명주도 조금 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제대로만 챙긴다면 자신에게 돌아 올 몫은 조 단위의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다.
아버지 사 후, 명준 자신에게 떨어진 유산은 백억 쯤이었다.
이는 물론 동생 명우도 여동생 명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저 여우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 유산은 아버지의 유산 백배...아니 200배도 넘을 것이다.

이걸 허공에 날릴 수 없다.
이 계획은 아버지 사후부터 지금까지 잊어본 일이 없는 계획이다.
그런데 아버지 사후 그 여우는 아버지에게 받은 재산을 수십배 더 불려버렸다.
같은 피를 타고났는데 돈이 다니는 길은 그 여우를 따라잡을 수 없다.
자신은 욕심을 부리다가 손해를 보고, 이익을 남겨도 쥐꼬리만큼이었다.
그래서 이미 받은 유산도 거의가 은행에 잡혀있거나 투자했던 땅들은 다 실패작이다.
겉으로야 거액의 유산을 받은 상속자로 중형 기업군을 거느린 회장이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이미 그룹을 곪아 터지기 일보 전이다.
같이 그룹을 일구자고 했던 동생 명우도 명색이 부회장이지 거의 거지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 고위직이나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과 관계는 좋다.
특히 돈 아끼지 않고 뿌리며 심어 둔 첩자들이 검찰에도 경찰에도 곳곳에 있다.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은 물론 청와대나 국회, 그리고 금융기관도 아직은 약발이 먹힌다.
하지만 실상 이런 약발은 자신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라면 이미 끝났을 약발이다.

그런데도 먹히는 것은 다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삼성 이회장보다 위에 있다는 이 땅 최고 거부의 상속 1순위라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 여우가 어느 날 갑자기 전 재산 사회 환원 어쩌고 한다면?
명준은 그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그 여우를 손아귀에 넣고 요리가 끝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지금껏 요리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제비라는 소문이 있는 놈에게 그 여우의 친구를 요리하게 했다.
그놈은 아마도 명준이 그려놓은 그림에 따라 자신이 움직였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놈에게 흘린 정보, 대한민국 최고 부자 고명희,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단 4명의 친구, 그리고 이경훈 팀장...비서실 직원들...
하지만 이 팀장이나 직원들은 공적인 사이지만 4명의 친구는 사적인 관계...
틈은 그곳에 있으며 그 틈을 이용하면 고명희를 정복할 수도 있음...

깡패에서 제비로 변신, 푼돈을 벌어서 성인오락실을 하다가 사설 도박장까지 큰 놈이다.
스스로 도박사노릇까지 하다가 사설 도박장에 운을 걸었던 놈이다.
마떼기까지 하면서 돈을 벌었던 놈이다. 그러니 그놈도 돈이라면 길을 아는 놈이다.
길을 아는 놈에게 던져진 미끼...그 미끼를 그놈이 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문 것이 미끼인줄도 모르고 모두 자신의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알았다.
그랬으니까 결국 놈은 여우의 친구를 좃으로 굴복시키고 여우의 곁까지 가는데 성공했다.
놈은 그 여우만 자빠뜨리면 자신이 이땅 최고의 거부가 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명준은 그놈이 여우를 자빠뜨리고 여우의 정부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철준 검사, 바로 그가 명준이 사용할 수술 메스였다. 놈을 잡을 저격용 피스톨이었다.

그런데...
다 이뤄질 것 같은 작전이 뒤틀렸다.
박철우란 놈이 완전 바보가 되어버렸다.
지금 그놈은 노숙자다. 자신의 작전이 뒤틀리자 명준이 그리 만들어 버렸다.
놈은 누가 자신을 그리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누구냐는 다그침에 그냥 ‘주인님’이라고만 말했다.
좃대가리에 포로가 된 메조키스트 섭들이 새디스트 돔에게 그리 부른다는 소린 들었다.
하지만 좃달린 놈이 ‘주인님’이라고 하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헌데 그놈은 누구냐고 물으면 벌벌 떨면서 주인님만 연발했다.
결국 놈이 가진 것을 다 훼방을 놓고 놈을 노숙자로 몰아버렸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지금의 일이 생겼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여우처럼 바쁜 사람이 너무 자주 병원을 다닌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친구의 딸인 최지수 박사가 하도 성화를 대면 왕진 진료로 상태를 체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최소한 매주 한 번은 병원을 들른다.
이건 틀림없는 변고다. 죽을병에 걸린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럼에도 최지수 박사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강철준도 자기 부인에게 물을 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돈 앞에서는 남편도 물을 먹일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여우가 최지수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섭했다는 것도 된다.

그렇다면? 남은 작전은 둘 중 하나다.
강철준을 이용, 최지수를 납치하여 그 엄마 조화영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 하나다.
이는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강철준은 이미 다 용인되어 있다. 다만 짜고치는 고스톱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검사 부인 납치는 중대한 범죄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특수부 검사의 부인이 납치되었다는 뉴스는 센세이션이다.
아무리 남편 강 검사가 용인했다지만 겉으로 나타낼 수는 없다.
그러니 검거 전담반이 편성될 것이고, 그럴수록 운신의 폭은 좁다.
매우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좋은 작전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이경훈 경호팀장과의 정면승부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이경훈은 술을 먹지 않는다. 이경훈은 가족도 없다. 이경훈은 아끼는 것이 없다.
납치도 인질도 포섭도 어려운 상대다. 그럼에도 그의 무술 실력은 아직 적수가 없다.
이경훈 팀의 경호원들은 사실 청와대 경호원 수준을 능가한다.
깡패들로 그들을 제압할 수 없다.
결국 방법은 여우와 이경훈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래...소문...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야’

“명우야”
“예, 형님”
“이경훈이 올해 몇 살이지?”
“이 팀장요?”
“응”
“60은 넘었죠”
“그래, 여우보다 서너 살은 많지?”
“예”
“여우가 산부인과에 다니잖아?”
“예”
“그것도 부쩍 자주...”
“예”
“뭐겠냐?”
“그야 뭐 친구니까...최지수도 그러고...”
“아냐. 틀림없이 임신이야”
“에이...그 나이에?”
“못 하란 법 없어. 월경만 하면...”
“그래도...”
“여우도 이경훈도 둘 다 미혼이잖아?”
“그거야...”
“둘이 붙었을 수 있어. 남녀관계는 모르는 거야”
“....”
“강 검사에게 시켜서 최지수더러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여우 진료기록 입수 하라고 해”
“예”
“그래서 임신이 확실하면 아버지는 이경훈이야”
“아!”
“그렇다면?”
“???”
“미리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여우의 임신...아이 아버지는 이경훈...”
“그래서요?”
“극비의 사실이 소문으로 돌면, 여우는 첫째 이경훈을 의심하게 돼”
“아~하”
“둘 사이를 갈라놓는 거지. 일단은...그리고 일이 되어가는 것 보면서...”
“....”
“흐흐흐흐흐”

고명준의 웃음소리가 괴기했다.
이는 고명준 스스로 자신이 명희와의 싸움에서 최초로 승기를 잡은 것 같아서였다.

.......
작가의 말

응응신이 없죠? 아마 다음회..아니 어쩌면 그 다음회까지 없을 수도 있어요.
야설인데 그러면 재미가 없을 건데...이 점 저도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용주가 훗날 거대한 힘을 가진 제왕이 되는데 맨날 응응만 하면 되겠어요?
그러니 용주의 성공을 위해 여러분이 좀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일요일 저녁이라서 마누라 눈치 보느라 분량이 좀 짧습니다. 이점도 양해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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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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