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깊은 밤, 모든 것이 잠들어있는 고요함 속에서 서릿발 같은 기상을 내뿜는 인물이 암흑을 꿰뚫고 우뚝 서있다.
용주, 그였다. 고용주! 어찌하여 성이 고씨인지 용주는 모른다.
할아범이 종종 “너는 고씨 가문의 자식이다‘라는 말을 하여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다.
할아범이 누군지 왜 자신을 돌보며 길렀는지 그도 모른다.
다만 죽기 전 날 할아범은 자신이 죽은 다음에 뜯어보라며 편지 한 통을 남겼을 뿐이다.
그 편지는 생전 할아범이 끼고 살던 작은 나무상자 안에 있다.
할아범은 자신이 죽을 날도 예견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혹여 용주가 그 상자를 열어볼까 짐작하여 그걸 막으려고 베개삼이 베고 죽었다.
그 상자는 지금도 할아범 머리 밑에 있다. 그러나 용주는 그게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할아범을 묻고 산을 내려가면 가져갈 물건이라곤 그 작은 나무 상자뿐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생각이 든 용주는 그 침잠한 눈을 들어 움막을 둘러보았다.
비록 움막이지만 어디 한 곳 허술한 곳은 없었다.
주변에 잡초 하나 없이 말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과도 이별이다. 다시 돌아오겠지만 당분간은 이별이다.
무한한 감회에 젖어 여러 생각을 하는 가운데 금방 치열한 방사를 치른 여인이 생각났다.
자신의 운명에 어떤 작용을 할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여인의 몸에 씨를 뿌렸다.
어머니뻘도 넘는 나이인 것 같은 여인인데 여인은 자신의 밑에서 죽어가면서 헐떡였다.
“나가 당신 여보여?”
“네에...이제부터 영원까지...”
그녀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자는 요물이다.”
할아범의 말도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몸을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등 뒤로 느껴지는 여인의 봉긋한 가슴 감촉이 좋다.
살며시 코끝을 파고드는 여인의 냄새도 좋다.
자신을 안은 여인의 팔을 떼어내면서 돌아선 용주가 그녀를 다시 안았다.
그리곤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렸다.
격렬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용주는 여인의 입술을 열고 혀를 넣었다.
혀가 들어가자 여인이 세차게 빨았다.
용주도 질 수 없었다. 그녀의 윗입술 아랫입술을 뺄듯이 빨았다.
곧 이어 그녀도 그의 세찬 입맞춤에 정신을 잃어갔다.
이내 용주의 한 손이 그녀의 앞가슴을 헤치고 쑥 들어와 유방을 거머쥐었다.
"아아……."
한 동안 점령하고 있던 그녀의 입술을 해방시키고 고개를 숙였다.
풀어 헤쳐진 앞섶 사이로 하얀 배꽃 같은 살 무덤이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보였다.
그의 얼굴이 들어와 그녀의 유방에 달린 꼭지를 물었다.
여인이 열병환자처럼 외쳤다.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
용주의 혀가 움직임에 따라 화영의 몸이 활처럼 휘며 젖혀졌다.
그녀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희열의 눈물이었다. 잃어버린 세월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내심 중얼거렸다.
"남자도 수컷도 모르던 조화영, 이제야 진실로 여자의 행복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이 순간,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아요."
허리를 세운 화영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용주의 바지를 벗겼다.
스르르!
흘러내리는 옷 사이로 건장한 그의 몸이 달빛 사이로 드러났다.
무릎을 꿇으며 앉은 화영이 다시 그 거대한 물체를 입에 물었다.
처음엔 실패했는데 한없이 입을 벌리니 그 거대한 귀두를 삼킬 수 있었다.
속옷도 없이 겉옷만 걸치고 나온 화영의 옷을 용주도 벗겨버렸다.
중년의 몸이지만 관리가 잘 된 탓에 흠잡을 곳 없는 몸이었다.
아름다운 두 개의 봉우리에 달린 검붉은 꼭지가 위태롭게 솟아 있었다.
두 개의 꼭지를 양 손의 손가락으로 잡고 살살 돌렸다.
손과 몸에 미미하게 떨리는 여인의 움직임이 잡혔다.
새삼 부끄러움을 타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천국을 가고 싶은 것일까?
헉헉거리며 뿌리를 빨던 여인이 눈을 들어 용주와 시선을 맞췄다.
뚫어질 듯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거기 있었다.
그 시선에 취한 화영의 마음은 불타올랐다.
"여…… 보!"
거뭇한 여인의 비경을 용주가 손으로 움켜쥐었다.
"여보……. 아아……, 사랑해요."
그녀를 덥석 안아든 용주가 움막의 툇마루에 그녀를 뉘었다.
그리고 그녀를 공격해갔다. 좀 전의 공격보다 더욱 거친 공격이었다.
"헉헉……!"
"학학……!"
그녀의 나체가 튈 듯이 흔들렸다.
용주의 몸이 거세게 움직이고 따라서 그녀의 유방도 거듭하여 크게 출렁거렸다.
거친 욕망의 숨소리와 신음이 달빛 사이로 울려퍼졌다.
"아앙…… 하아앙!"
화영이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교음을 토했다.
희열이 하체에서부터 전해져오자 그녀의 몸은 불길에 싸인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영에게 이런 희열은 평생토록 느껴볼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두 사람의 밤은 깊고도 길었다.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길고도 긴 밤.
용주와 화영이 뿜어내는 뜨겁고 뜨거운 사랑의 열기가 내내 움막을 뒤덮고 있었다.
2
땀을 흘리며 땅을 덮는 용주의 뒷모습이 늠름해 보였다.
동이 터오는 새벽하늘과 근육질의 사내가 움직이는 조화...,
이런 아침을 겪어본 적이 없는 화영은 새삼 새로운 삶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나무를 스치는 상큼한 바람이 좋다.
투명한 공기를 팔랑이며 나는 작은 새의 날개짓 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이런 아침은 정말 새로운 아침이다.
이런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홀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정복한 한 사내와 같이다.
앞에서 땀을 흘리는 사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는 다만 지난밤에 여자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이제 자신은 그의 품에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 거대하고도 뜨거운 몸이 자신의 가냘픈 몸을 장악했다.
이제 자신은 한 사내에게 종속된 여인임을 알게 했다.
그의 뜨겁고도 포근한 숨결이 아직도 온 몸을 지배하고 있다.
폭풍처럼 휘감아도는 열정에 몸을 담근 후 자신은 지난 세월을 잊었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휴우!"
용주가 허리를 펴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앞에 작은 봉오리가 생긴 무덤이 있다.
“다 했어요?”
“그란거 같구만”
“그런데....”
“???”
“그냥 이렇게 묻어드려도 되요?”
“그라믄?”
“사람이 죽으면요...”
“?”
“의사의 사망 확인서를 가지고 행정기관에서 매장이나 화장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
“그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고 사망신고가 되어야 서류상으로도 죽은 것이 돼요”
“ 필요 읍서”
“왜요?”
“호적이 읍서.”
“네?”
“낭중에...”
“???”
“그나저나 걸을 수는 있것소?”
“네에...잠깐 걸어보니까 아픈 곳이 없어요”
“그라믄...”
“....”
“아침 묵고 이따가 해 뜨믄 내려가씨요”
“혼자요?”
“??”
“혼자가기 싫어요. 가다가 또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허허허”
화영은 그의 웃음소리도 좋았다.
그의 몸과 웃음을 이렇게 하룻밤 기억으로만 남겨둘 수 없었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자신의 삶터인 도시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본심이었다.
어제 밤 정사에서 질러 댄 자신의 교소성과 거친 숨결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다.
웃음소리를 남긴 용주가 화영이 바라보던 말던 옷을 훌렁 벗었다.
그리고 두레박으로 길러 낸 물을 자신의 몸으로 쏟아부었다.
초가을이지만 산중이라 춥다. 그러나 용주는 그 차가운 물을 그냥 부었다.
그렇게 서있는 용주의 몸에 달린 거대한 물체가 화영의 몸을 다시 달군다.
발그레해진 얼굴을 감추려고 화영이 고개를 숙였다.
수건으로 몸을 훔친 용주가 벗은 그대로 와서 화영을 안아들었다.
성큼 방 안으로 들어간 용주가 화영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빨어 봐"
그녀의 부끄러움과는 반대로 당당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화영이 순종하고 있었다.
화영은 그가 시키는 대로 버섯 모양의 귀두를 천천히 혀로 감아 들었다.
한 입 가득히 들어오는 버섯은 입 속에서도 부드러운 감촉을 만들며 입 깊숙이 밀려들었다.
"쭈우욱~~쭉"
"쭈..쭈쭈....쭛~"
그녀가 머리를 주억거리자 흡입하는 공기 마찰음이 울렸다.
잠깐의 입놀림으로 그의 것은 다시 힘줄이 돋고 버섯이 한껏 부풀려 졌다.
그 위용이 당당했다. 마치 육모 방망이를 연상케 하는 그의 것은 멋진 모습 그대로였다.
화영의 입이 귀두의 갈라진 부분을 예민하게 핥다가 육봉을 따라 밑으로 흘렀다.
음모가 무성하게 자란 사이로 큼지막하게 퍼져있는 주름진 알집을 부드럽게 입 속을 흡입했다.
"으..흐음~"
용주의 신음소리는 오히려 화영을 되려 흥분하게 만들었다.
화영의 혀가 용주의 항문을 핥으면서 용주는 화영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처럼 애무를 하는 화영의 몸이 먼저 달아올랐다.
“아 흑”
신음을 뱉으며 용주의 ‘용근’을 입에서 뺐다.
올려다 본 자신의 시선에 용주의 시선이 잡혔다.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몸을 움츠렸다.
용주가 화영을 엎드리게 하더니 힘차게 육봉을 밀어 넣었다.
"아흐흑~~~"
예고 없이 밀고 들어오는 ‘용근’으로 인해 그녀는 기겁하며 신음을 토했다.
"으.흠~~"
용주가 거침없이 밀어 붙였다.
"퍽퍽.....퍽....~"
회영의 몸이 그가 거칠게 밀어붙이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하~~여보.....천천히....."
"퍽퍽퍽........쩍~"
엉덩이에 부딪는 살 소리.....
화영의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으로 질척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방안을 울렸다.
"쩍~쩍~쩍~.."
"아~그그~~나.......나 어떻게....아~~그그그~~~~"
"여~보~"
"............아하항~~나 죽어요"
화영은 듣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이 남자에게 불려지는 이름을...
"여 보......내 이름...화영이...조화영....한번 불러줘요"
"조화영?~~"
“네...”
“화영씨?”
“아니요...그냥 화영이...아하항...화영아 라고 불러줘요”
"짜악~~짜악~~~"
"아흐흐흑~~~~~"
엉덩이에 부딪치는 소리와 더불어 철벅거리는 소리까지 들으며 안간힘을 썼다.
그가 움직이는 속도에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려 하면 그가 유방을 쥐어 일으켰다.
그 큰 손아귀에 잡힌 유방이 찌그러지며 주는 알싸한 아픔도 좋았다.
나이 어린 남자에게 엉덩이를 치켜들고 신음을 토하는 것이 전혀 수치스럽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더 거칠게 암컷으로 대우해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처럼 화영이 거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위기에 정상위로 바로 눕혀졌다.
"화영이?"
"아하~~네에..."
"좋아?...... "
"아흑~~~~좋아요"
"그랴....? 워디가?"
"으흐흑~~~~"
말을 하면서도 육봉은 다시 밀고 들어왔다.
그 육봉의 감촉에 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몸은 오히려 공중으로 붕 떠오르듯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보지 좀 더 벌려 보랑게~"
"아하~~제발......"
그의 입에서 나온 보지라는 소리에 화영의 몸이 들썩였다.
그리고 보지에서 물을 쏟았다.
보지...보지....보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이 생식기의 이름을 화영은 철들고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사내가 보지라고 한다. 보지를 더 벌리라고 한다.
어찌해야 더 벌리는 것인지 화영은 알 수 없으나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가랑이에 힘을 줘서 더 넓게 벌렸다.
사내의 허리가 다시 속도를 내면서 방안에 살 부딪는 소리만 가득했다.
"쩍~쩍...쩍쩍~......쩍~.."
"아아아악~~여~보~~나...좀.....어....떡해....아악!!~"
그녀의 신음소리가 급박하게 터지면서 사내는 더욱 거칠게 그녀를 밀어 붙였다.
"퍽퍽퍽퍽퍽............~"
"여 보.....그...그만.....아악~~~제발......나 이제......주..죽을 것......끄으헉~~"
화영은 용주의 두 팔을 잡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몸이 서너 번 경련을 하다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용주 또한 격정적으로 움직이더니 그녀의 안에다 정액을 힘차게 쏟았다.
"으흐흠~~아하~~"
"쿨럭쿨럭쿨럭"
한없이 쿨럭거리던 뿌리에서 쏟아지던 물이 화영의 안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물을 쏟아낸 그가 나직한 신음을 내더니 몸을 옆으로 굴려 나란히 누었다.
그리곤 퍼져버린 화영이 고른 숨소리를 낼 때까지 기분좋게 화영의 젖꼭지를 만져줬다.
숨을 돌린 화영이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흑~~"
"으째서?..."
"으흐흑~~~~"
화영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흐느꼈다.
"???..."
용주가 화영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버리지 말아요....나 혼자 보내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산다고?”
"네...나 이제 당신 없이 못 살아요."
“딸들도 있담서”
“걔들은 걔들 인생이 있죠”
"나넌 정처도 읍는 놈이여...긍게 나도 나를 몰러..."
“이제 어떡할 건데요?”
“우선 당신 딸들에게 바래다 주고...”
“그런 다음에는요?”
“나 혼자서 시상구경도 허고...”
“그럼 나랑 같이 다녀요"
3
“엄마”
“엄마!!”
“응? 으응?”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
“응? 뭐?”
“여러 번 불러도 못 들었잖아?”
“내가 그랬어?”
“그래.”
“아무것도 아냐”
“또 그 사람 생각했어?”
“아~~ 아냐”
지수는 오늘도 엄마의 공허한 시선에서 그 사람의 환영을 보았다.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가졌던 동생 연수와 엄마와의 산행...
엄마는 그 뒤 다른 사람이 되었다.
길이 엇갈려서 따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만난 엄마는 소녀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터미널 의자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 엄마의 주변 저 멀리에 얼굴을 온통 수염으로 덮은 한 남자가 있었다.
이목구비를 분간할 수 없는 수염이었다. 그리고 질끈 묶어진 머리는 등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엄마를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았다.
남자는 자신과 연수가 나타나자 일부러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고 있으나 지수는 달랐다.
이미 계획된 결혼식이었다.
그 결혼식이 끝나고 자신은 신혼여행을 떠났으며 연수는 남은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엄마는 혼자 남았다. 그러나 사실 지수는 혼자 남은 엄마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뒤도 엄마는 혼자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해에 대학 2학년인 지수 자신과 고3인 연수가 있었으나 혼자인 것은 사실이었다.
엄마는 병원 일에 매달렸고, 자신들은 아줌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학교를 다녔다.
중3때부터 자신들을 수발하며 키운 아줌마였다.
지수와 연수는 아줌마를 이모라고 불렀다.
늘 약한 아빠의 수발도 이모가 거의 들었다.
아빠와 엄마가 부부인데 집안일은 이모가 다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는 더욱 그랬다. 엄마는 병원밖에 몰랐고 자신들은 이모차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엄마는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시선은 늘 허공에 있었고, 모든 말이 건성이었다.
준비된 결혼식이었으며 준비된 분가였다.
연수가 떠나고 자신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본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늘 뭔가를 잃어버린 표정이었다. 어딘지 허술하고 안정된 모습은 없었다.
이런 모습은 예전의 엄마가 아니다. 예전의 엄나는 혼자였음에도 매사가 당당했다.
인정받은 산부인과 의사, 개업의로도 성공한 산부인과 원장, 누구난 인정한 의사 조화영이 엄마였다.
“엄마...”
“응?”
“강서방이 오늘 저녁은 엄마랑 같이 먹재”
“그래?”
“응”
“그러지 뭐”
“예약하라 그럴까?”
“뭐하러? 이모한테 준비하라고 해”
“집에서 먹게?”
“그래...난 호텔 같은데 음식 싫어하잖아?”
“알았어”
지수는 엄마와 이런 대화릃 나누면서도 엄마가 모든 게 건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엄마와 헤어진 지수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면서 엄마의 변화된 모습이 더욱 각인되었다.
‘그래...내가 다시 혼자서라도 지리산을 가봐야 하겠어’
엄마의 변화가 그 수염쟁이 때문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지수는 생각을 굳혔다.
어떤 말로도 어떤 선물로도 엄마의 변화를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으면 그 수염쟁이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깊은 밤, 모든 것이 잠들어있는 고요함 속에서 서릿발 같은 기상을 내뿜는 인물이 암흑을 꿰뚫고 우뚝 서있다.
용주, 그였다. 고용주! 어찌하여 성이 고씨인지 용주는 모른다.
할아범이 종종 “너는 고씨 가문의 자식이다‘라는 말을 하여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다.
할아범이 누군지 왜 자신을 돌보며 길렀는지 그도 모른다.
다만 죽기 전 날 할아범은 자신이 죽은 다음에 뜯어보라며 편지 한 통을 남겼을 뿐이다.
그 편지는 생전 할아범이 끼고 살던 작은 나무상자 안에 있다.
할아범은 자신이 죽을 날도 예견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혹여 용주가 그 상자를 열어볼까 짐작하여 그걸 막으려고 베개삼이 베고 죽었다.
그 상자는 지금도 할아범 머리 밑에 있다. 그러나 용주는 그게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할아범을 묻고 산을 내려가면 가져갈 물건이라곤 그 작은 나무 상자뿐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생각이 든 용주는 그 침잠한 눈을 들어 움막을 둘러보았다.
비록 움막이지만 어디 한 곳 허술한 곳은 없었다.
주변에 잡초 하나 없이 말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과도 이별이다. 다시 돌아오겠지만 당분간은 이별이다.
무한한 감회에 젖어 여러 생각을 하는 가운데 금방 치열한 방사를 치른 여인이 생각났다.
자신의 운명에 어떤 작용을 할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여인의 몸에 씨를 뿌렸다.
어머니뻘도 넘는 나이인 것 같은 여인인데 여인은 자신의 밑에서 죽어가면서 헐떡였다.
“나가 당신 여보여?”
“네에...이제부터 영원까지...”
그녀의 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자는 요물이다.”
할아범의 말도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몸을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등 뒤로 느껴지는 여인의 봉긋한 가슴 감촉이 좋다.
살며시 코끝을 파고드는 여인의 냄새도 좋다.
자신을 안은 여인의 팔을 떼어내면서 돌아선 용주가 그녀를 다시 안았다.
그리곤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렸다.
격렬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용주는 여인의 입술을 열고 혀를 넣었다.
혀가 들어가자 여인이 세차게 빨았다.
용주도 질 수 없었다. 그녀의 윗입술 아랫입술을 뺄듯이 빨았다.
곧 이어 그녀도 그의 세찬 입맞춤에 정신을 잃어갔다.
이내 용주의 한 손이 그녀의 앞가슴을 헤치고 쑥 들어와 유방을 거머쥐었다.
"아아……."
한 동안 점령하고 있던 그녀의 입술을 해방시키고 고개를 숙였다.
풀어 헤쳐진 앞섶 사이로 하얀 배꽃 같은 살 무덤이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보였다.
그의 얼굴이 들어와 그녀의 유방에 달린 꼭지를 물었다.
여인이 열병환자처럼 외쳤다.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
용주의 혀가 움직임에 따라 화영의 몸이 활처럼 휘며 젖혀졌다.
그녀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희열의 눈물이었다. 잃어버린 세월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내심 중얼거렸다.
"남자도 수컷도 모르던 조화영, 이제야 진실로 여자의 행복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이 순간,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아요."
허리를 세운 화영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용주의 바지를 벗겼다.
스르르!
흘러내리는 옷 사이로 건장한 그의 몸이 달빛 사이로 드러났다.
무릎을 꿇으며 앉은 화영이 다시 그 거대한 물체를 입에 물었다.
처음엔 실패했는데 한없이 입을 벌리니 그 거대한 귀두를 삼킬 수 있었다.
속옷도 없이 겉옷만 걸치고 나온 화영의 옷을 용주도 벗겨버렸다.
중년의 몸이지만 관리가 잘 된 탓에 흠잡을 곳 없는 몸이었다.
아름다운 두 개의 봉우리에 달린 검붉은 꼭지가 위태롭게 솟아 있었다.
두 개의 꼭지를 양 손의 손가락으로 잡고 살살 돌렸다.
손과 몸에 미미하게 떨리는 여인의 움직임이 잡혔다.
새삼 부끄러움을 타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천국을 가고 싶은 것일까?
헉헉거리며 뿌리를 빨던 여인이 눈을 들어 용주와 시선을 맞췄다.
뚫어질 듯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이 거기 있었다.
그 시선에 취한 화영의 마음은 불타올랐다.
"여…… 보!"
거뭇한 여인의 비경을 용주가 손으로 움켜쥐었다.
"여보……. 아아……, 사랑해요."
그녀를 덥석 안아든 용주가 움막의 툇마루에 그녀를 뉘었다.
그리고 그녀를 공격해갔다. 좀 전의 공격보다 더욱 거친 공격이었다.
"헉헉……!"
"학학……!"
그녀의 나체가 튈 듯이 흔들렸다.
용주의 몸이 거세게 움직이고 따라서 그녀의 유방도 거듭하여 크게 출렁거렸다.
거친 욕망의 숨소리와 신음이 달빛 사이로 울려퍼졌다.
"아앙…… 하아앙!"
화영이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교음을 토했다.
희열이 하체에서부터 전해져오자 그녀의 몸은 불길에 싸인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영에게 이런 희열은 평생토록 느껴볼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두 사람의 밤은 깊고도 길었다.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길고도 긴 밤.
용주와 화영이 뿜어내는 뜨겁고 뜨거운 사랑의 열기가 내내 움막을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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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리며 땅을 덮는 용주의 뒷모습이 늠름해 보였다.
동이 터오는 새벽하늘과 근육질의 사내가 움직이는 조화...,
이런 아침을 겪어본 적이 없는 화영은 새삼 새로운 삶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나무를 스치는 상큼한 바람이 좋다.
투명한 공기를 팔랑이며 나는 작은 새의 날개짓 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이런 아침은 정말 새로운 아침이다.
이런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홀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정복한 한 사내와 같이다.
앞에서 땀을 흘리는 사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는 다만 지난밤에 여자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이제 자신은 그의 품에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 거대하고도 뜨거운 몸이 자신의 가냘픈 몸을 장악했다.
이제 자신은 한 사내에게 종속된 여인임을 알게 했다.
그의 뜨겁고도 포근한 숨결이 아직도 온 몸을 지배하고 있다.
폭풍처럼 휘감아도는 열정에 몸을 담근 후 자신은 지난 세월을 잊었다.
아니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휴우!"
용주가 허리를 펴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앞에 작은 봉오리가 생긴 무덤이 있다.
“다 했어요?”
“그란거 같구만”
“그런데....”
“???”
“그냥 이렇게 묻어드려도 되요?”
“그라믄?”
“사람이 죽으면요...”
“?”
“의사의 사망 확인서를 가지고 행정기관에서 매장이나 화장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
“그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고 사망신고가 되어야 서류상으로도 죽은 것이 돼요”
“ 필요 읍서”
“왜요?”
“호적이 읍서.”
“네?”
“낭중에...”
“???”
“그나저나 걸을 수는 있것소?”
“네에...잠깐 걸어보니까 아픈 곳이 없어요”
“그라믄...”
“....”
“아침 묵고 이따가 해 뜨믄 내려가씨요”
“혼자요?”
“??”
“혼자가기 싫어요. 가다가 또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허허허”
화영은 그의 웃음소리도 좋았다.
그의 몸과 웃음을 이렇게 하룻밤 기억으로만 남겨둘 수 없었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자신의 삶터인 도시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본심이었다.
어제 밤 정사에서 질러 댄 자신의 교소성과 거친 숨결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다.
웃음소리를 남긴 용주가 화영이 바라보던 말던 옷을 훌렁 벗었다.
그리고 두레박으로 길러 낸 물을 자신의 몸으로 쏟아부었다.
초가을이지만 산중이라 춥다. 그러나 용주는 그 차가운 물을 그냥 부었다.
그렇게 서있는 용주의 몸에 달린 거대한 물체가 화영의 몸을 다시 달군다.
발그레해진 얼굴을 감추려고 화영이 고개를 숙였다.
수건으로 몸을 훔친 용주가 벗은 그대로 와서 화영을 안아들었다.
성큼 방 안으로 들어간 용주가 화영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빨어 봐"
그녀의 부끄러움과는 반대로 당당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화영이 순종하고 있었다.
화영은 그가 시키는 대로 버섯 모양의 귀두를 천천히 혀로 감아 들었다.
한 입 가득히 들어오는 버섯은 입 속에서도 부드러운 감촉을 만들며 입 깊숙이 밀려들었다.
"쭈우욱~~쭉"
"쭈..쭈쭈....쭛~"
그녀가 머리를 주억거리자 흡입하는 공기 마찰음이 울렸다.
잠깐의 입놀림으로 그의 것은 다시 힘줄이 돋고 버섯이 한껏 부풀려 졌다.
그 위용이 당당했다. 마치 육모 방망이를 연상케 하는 그의 것은 멋진 모습 그대로였다.
화영의 입이 귀두의 갈라진 부분을 예민하게 핥다가 육봉을 따라 밑으로 흘렀다.
음모가 무성하게 자란 사이로 큼지막하게 퍼져있는 주름진 알집을 부드럽게 입 속을 흡입했다.
"으..흐음~"
용주의 신음소리는 오히려 화영을 되려 흥분하게 만들었다.
화영의 혀가 용주의 항문을 핥으면서 용주는 화영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처럼 애무를 하는 화영의 몸이 먼저 달아올랐다.
“아 흑”
신음을 뱉으며 용주의 ‘용근’을 입에서 뺐다.
올려다 본 자신의 시선에 용주의 시선이 잡혔다.
그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몸을 움츠렸다.
용주가 화영을 엎드리게 하더니 힘차게 육봉을 밀어 넣었다.
"아흐흑~~~"
예고 없이 밀고 들어오는 ‘용근’으로 인해 그녀는 기겁하며 신음을 토했다.
"으.흠~~"
용주가 거침없이 밀어 붙였다.
"퍽퍽.....퍽....~"
회영의 몸이 그가 거칠게 밀어붙이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하~~여보.....천천히....."
"퍽퍽퍽........쩍~"
엉덩이에 부딪는 살 소리.....
화영의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으로 질척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방안을 울렸다.
"쩍~쩍~쩍~.."
"아~그그~~나.......나 어떻게....아~~그그그~~~~"
"여~보~"
"............아하항~~나 죽어요"
화영은 듣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이 남자에게 불려지는 이름을...
"여 보......내 이름...화영이...조화영....한번 불러줘요"
"조화영?~~"
“네...”
“화영씨?”
“아니요...그냥 화영이...아하항...화영아 라고 불러줘요”
"짜악~~짜악~~~"
"아흐흐흑~~~~~"
엉덩이에 부딪치는 소리와 더불어 철벅거리는 소리까지 들으며 안간힘을 썼다.
그가 움직이는 속도에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려 하면 그가 유방을 쥐어 일으켰다.
그 큰 손아귀에 잡힌 유방이 찌그러지며 주는 알싸한 아픔도 좋았다.
나이 어린 남자에게 엉덩이를 치켜들고 신음을 토하는 것이 전혀 수치스럽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더 거칠게 암컷으로 대우해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처럼 화영이 거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위기에 정상위로 바로 눕혀졌다.
"화영이?"
"아하~~네에..."
"좋아?...... "
"아흑~~~~좋아요"
"그랴....? 워디가?"
"으흐흑~~~~"
말을 하면서도 육봉은 다시 밀고 들어왔다.
그 육봉의 감촉에 화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몸은 오히려 공중으로 붕 떠오르듯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보지 좀 더 벌려 보랑게~"
"아하~~제발......"
그의 입에서 나온 보지라는 소리에 화영의 몸이 들썩였다.
그리고 보지에서 물을 쏟았다.
보지...보지....보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이 생식기의 이름을 화영은 철들고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사내가 보지라고 한다. 보지를 더 벌리라고 한다.
어찌해야 더 벌리는 것인지 화영은 알 수 없으나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가랑이에 힘을 줘서 더 넓게 벌렸다.
사내의 허리가 다시 속도를 내면서 방안에 살 부딪는 소리만 가득했다.
"쩍~쩍...쩍쩍~......쩍~.."
"아아아악~~여~보~~나...좀.....어....떡해....아악!!~"
그녀의 신음소리가 급박하게 터지면서 사내는 더욱 거칠게 그녀를 밀어 붙였다.
"퍽퍽퍽퍽퍽............~"
"여 보.....그...그만.....아악~~~제발......나 이제......주..죽을 것......끄으헉~~"
화영은 용주의 두 팔을 잡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몸이 서너 번 경련을 하다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용주 또한 격정적으로 움직이더니 그녀의 안에다 정액을 힘차게 쏟았다.
"으흐흠~~아하~~"
"쿨럭쿨럭쿨럭"
한없이 쿨럭거리던 뿌리에서 쏟아지던 물이 화영의 안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물을 쏟아낸 그가 나직한 신음을 내더니 몸을 옆으로 굴려 나란히 누었다.
그리곤 퍼져버린 화영이 고른 숨소리를 낼 때까지 기분좋게 화영의 젖꼭지를 만져줬다.
숨을 돌린 화영이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흑~~"
"으째서?..."
"으흐흑~~~~"
화영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흐느꼈다.
"???..."
용주가 화영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버리지 말아요....나 혼자 보내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산다고?”
"네...나 이제 당신 없이 못 살아요."
“딸들도 있담서”
“걔들은 걔들 인생이 있죠”
"나넌 정처도 읍는 놈이여...긍게 나도 나를 몰러..."
“이제 어떡할 건데요?”
“우선 당신 딸들에게 바래다 주고...”
“그런 다음에는요?”
“나 혼자서 시상구경도 허고...”
“그럼 나랑 같이 다녀요"
3
“엄마”
“엄마!!”
“응? 으응?”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
“응? 뭐?”
“여러 번 불러도 못 들었잖아?”
“내가 그랬어?”
“그래.”
“아무것도 아냐”
“또 그 사람 생각했어?”
“아~~ 아냐”
지수는 오늘도 엄마의 공허한 시선에서 그 사람의 환영을 보았다.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가졌던 동생 연수와 엄마와의 산행...
엄마는 그 뒤 다른 사람이 되었다.
길이 엇갈려서 따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만난 엄마는 소녀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터미널 의자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 엄마의 주변 저 멀리에 얼굴을 온통 수염으로 덮은 한 남자가 있었다.
이목구비를 분간할 수 없는 수염이었다. 그리고 질끈 묶어진 머리는 등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엄마를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았다.
남자는 자신과 연수가 나타나자 일부러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고 있으나 지수는 달랐다.
이미 계획된 결혼식이었다.
그 결혼식이 끝나고 자신은 신혼여행을 떠났으며 연수는 남은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엄마는 혼자 남았다. 그러나 사실 지수는 혼자 남은 엄마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뒤도 엄마는 혼자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해에 대학 2학년인 지수 자신과 고3인 연수가 있었으나 혼자인 것은 사실이었다.
엄마는 병원 일에 매달렸고, 자신들은 아줌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학교를 다녔다.
중3때부터 자신들을 수발하며 키운 아줌마였다.
지수와 연수는 아줌마를 이모라고 불렀다.
늘 약한 아빠의 수발도 이모가 거의 들었다.
아빠와 엄마가 부부인데 집안일은 이모가 다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는 더욱 그랬다. 엄마는 병원밖에 몰랐고 자신들은 이모차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엄마는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시선은 늘 허공에 있었고, 모든 말이 건성이었다.
준비된 결혼식이었으며 준비된 분가였다.
연수가 떠나고 자신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본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늘 뭔가를 잃어버린 표정이었다. 어딘지 허술하고 안정된 모습은 없었다.
이런 모습은 예전의 엄마가 아니다. 예전의 엄나는 혼자였음에도 매사가 당당했다.
인정받은 산부인과 의사, 개업의로도 성공한 산부인과 원장, 누구난 인정한 의사 조화영이 엄마였다.
“엄마...”
“응?”
“강서방이 오늘 저녁은 엄마랑 같이 먹재”
“그래?”
“응”
“그러지 뭐”
“예약하라 그럴까?”
“뭐하러? 이모한테 준비하라고 해”
“집에서 먹게?”
“그래...난 호텔 같은데 음식 싫어하잖아?”
“알았어”
지수는 엄마와 이런 대화릃 나누면서도 엄마가 모든 게 건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엄마와 헤어진 지수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면서 엄마의 변화된 모습이 더욱 각인되었다.
‘그래...내가 다시 혼자서라도 지리산을 가봐야 하겠어’
엄마의 변화가 그 수염쟁이 때문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지수는 생각을 굳혔다.
어떤 말로도 어떤 선물로도 엄마의 변화를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으면 그 수염쟁이를 만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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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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