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는 남편이 과거에 폭력배 조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준우와 남편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사실을 부정했다. 아니 그녀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관계있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그녀는 두려웠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놈들이 저지른 방법대로 되돌려 줘야지. 만약 은지의 가족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떤 생각을 할 거야”
“우리 친정식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당연히 저주받을 행위이고 법의 판결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
“그렇다면 은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해되었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건 생각하기도 싫어. 난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목숨보다 귀중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버렸어.”
준우는 은지에게 ‘너의 남편이 그 범인이야!’라며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어차피 창식에 대한 보복은 그의 몫이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한다 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더욱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준우는 생각했다. 준우의 말을 듣고 있는 은지는 과연 조금이라도 남편을 사랑하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불행을 각오하고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족의 사랑이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 그리고 ......”
“..........”
“추억만 남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오직 준우 씨였어. 공원에서 그날.......그날 준우 씬 날 갖고 싶었지?”
“어쩌면 순간적인 감정의 충동일지 몰라. 하지만 널 사랑했고, 사랑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야.”
은지가 고개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시선을 마주쳤다. 왠지 그녀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준우는 지난 시간의 추억을 떠 올리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녀의 눈빛도 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준우는 그녀를 만난 또 다른 이유를 상기시켰다. 조 창식의 가족 사항에 대해 자세히 알아내고 싶은 것이다.
“가족들은 괜찮아?”
“뭐를........!?”
“아들과 딸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은지와 나이 차이도 많지 않다면서.......?”
“그냥........서로의 생활에만 열중하니까........”
“그렇다면 무척 소원한 가족관계이군. 아들딸들은 뭐하는데?”
“승호는 독일로 유학중이라 자주 보지 못하고, 혜림 이는 재수를 하다가 올해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리듬체조를 전공중이야. 계모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무슨 간섭을 하겠어.”
“딸 이름이 혜림!? 리듬체조를 한다고........?”
“응,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착하고 예쁘기는 해.”
“여자들 사이니까, 딸하고는 자주 대화를 하겠네!”
“그렇지도 못해. 혜림 이는 국가대표 선발이 되려고 훈련 중이야. 그래서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해. 자주 대화를 못하지만 성격이 밝고 발랄하면서도 사교성이 있어서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편이야.”
준우는 다시 한 번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은지를 측은하게 느꼈다. 그렇지만 그는 대화중에도 틈틈이 조 창식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거의 준우가 알고 있던 상황들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은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여동생 정아를 강간하던 조 창식을 떠 올리며 더욱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의 뇌리 속에는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정아에게 다가가던 조 창식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준우는 똑같은 방법으로 조 창식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리라고 다짐했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술잔을 집어 들고 벌컥 들이마셨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은지는 오직 그와의 애틋했던 추억만을 떠올렸다. 그녀가 무슨 말인가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준우 씨! 결혼할 여자가 있어?”
“아니! 아직은.......그럴 여유가 없어.”
“나.......! 오늘 준우 씨와 같이 있고 싶어.”
“남편이 기다리지 않아?”
준우도 은지와 같이 시간 속에 지나간 애정을 간직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은 서로 가슴 속에 간직했던 애정의 불꽃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떨렸다. 이미 그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정에 다녀온다고 했어. 난 준우 씨와 하룻밤 같이 있고 싶어.......그래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나를 사랑하잖아. 오늘 만이라도 준우 씨의 여자가 되고 싶었어.......오늘 날 가져. 그래야 과거에 주고 싶었던 순결의 미련도 없애 버릴 것만 같아.”
“그건.......우리 서로를 가슴 아프게 하는 거야.”
준우가 고개를 저었다. 은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서 전해오는 따스한 체온이 아득했던 첫사랑의 열정으로 전해왔다. 은지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준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를 떠올리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가졌었다. 그녀는 그 자괴감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준우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추억마저도 벗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를 만나러 나오면서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소유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렸던 순결을 되찾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그들은 밤이 이슥하여 레스토랑을 나왔다. 어두운 밤이지만 광고판의 오색찬란한 불빛이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손을 잡고 나그네처럼 걸었다. 은지가 호텔 간판이 보이는 빌딩 앞에서 멈추어 섰다. 마주친 그들의 시선은 무언의 대화를 하였다.
은지가 호텔 간판의 번쩍이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멈추어 섰다. 잠시 주춤거리던 준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호텔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과거의 순수했던 열정의 문으로 들어가듯이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호텔 룸 안에 들어가서 그녀가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안아 줘. 나 지금 외로워.”
“.........!”
준우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옛 추억을 되살리며 갈망하는 그녀의 눈빛! 그는 그녀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거나 지금 순간을 후회도 하지 말자! 그는 숨을 몰아 쉴 정도로 강하게 그녀를 당겨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준우의 마음에서 지나간 세월의 공백만큼 낯설거나 두려움 대신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한쪽으로 당기면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그리고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은지는 스스로 원해서 준우와 호텔로 들어왔으면서도 혼란스러웠다. 비록 그녀가 원하여 그의 가슴에 안기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조금은 거부하여 정숙한 여자다움을 보여야하는가. 그녀는 순수한 첫사랑을 잊지 못해 그를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남자의 애무에 굶주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줘야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이끌려가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그에게 소유당하고 싶었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준우도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이제 벌어지는 상황은 은지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생각을 벗어 던지고 오직 감정에 반응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붙들고,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갔다. 열 개의 손가락 모두가 셔츠에 가려진 그의 근육을 문지르고 있었다.
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흥분되어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는 과거에 자신을 애타게 만들었던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어루만지며 굴곡진 엉덩이를 위로 바짝 끌어 당겼다. 은지는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준우를 느끼며 옅은 신음을 토해냈다.
“준우 씨.......”
“은지........”
은지는 고가처럼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움 없이 그의 몸에 바짝 밀착하였다. 그들의 잇닿은 하복부에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이제 그들은 현실을 망각하고 고거의 늪 속에 빠져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실의 존재감마저 잃어버리고, 가슴 속으로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준우 역시 흥분으로 모든 혼란 속에 벗어나 아득한 감각 속에 빠져 들었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그녀에 대한 애처로움이나 조 창식에 대한 분노가 몽롱한 욕정으로 녹아 버렸다.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욕정에 불타올랐다. 아! 그녀의 입술과 혀는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달콤하고 뜨거웠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할수록 뜨거워지는 준우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과 혀를 탐닉했다. 그의 가슴에 닿은 그녀의 젖가슴은 풋풋했던 예전과는 달리 농염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렇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만졌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동안 긴 시간동안 멀어져 있는 시간동안 그의 손바닥에 머물렀던 충만한 그 감촉은 뜨거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준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대 위에 눕혔다. 그는 그녀의 입술과 혀를 끊임없이 탐닉하면서 그녀가 걸친 옷들을 벗겨냈다. 브래지어가 벗겨지고 탐스럽고 아담한 젖가슴이 들어났다.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지그시 애무했을 때 딱딱하게 발기를 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술기운 탓일까. 흥분하기 시작한 그들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준우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젖가슴 가운데 돋아난 젖꼭지를 입술로 물었다. 은지는 뜨거운 그의 입술이 젖꼭지에 닿는 순간 온몸에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편에게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쾌감이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탄성을 흘려냈다.
“아! 준우 씨........!”
“은지! 사랑스러워........”
준우는 낮게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들을 하나씩 벗어 버렸다. 그는 완전히 발가벗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바닥만한 팬티로 허벅지를 감추고 있었다. 그는 다른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가 그렇게도 터치하고 싶었던 그녀의 허벅지는 매끄럽고 탄력이 넘쳤다. 그는 허벅지를 쓸어 올리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는 팬티마저 벗기려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준우 씨! 지금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나를 정말 사랑했는지 알고 싶어!”
“음! 진심이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준우가 은지의 팬티를 벗겨냈다. 그녀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붉은 침대등불 아래 조각상처럼 완전히 발가벗은 두 남녀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있었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젖가슴을 움켜쥐고 마치 어머니의 젖꼭지처럼 그녀의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 몸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에 빠져 들었다.
은지는 과거로 돌아가 그에게 순결을 받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미 성욕을 알고 있어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 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두려웠던 그녀였었다. 그러나 그녀는 과거로 되돌아가 그의 여자가 되는 심정이었다. 그녀는 그를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젖꼭지를 애무하던 준우의 혀끝이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허리를 지나 배꼽근처를 타액으로 적시고 내려간 그의 혀끝이 둔덕을 덮은 음모를 훑었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보지가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는 혓바닥으로 꽃송이를 적시고 있는 이슬을 핥으며 마찰을 했다.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화들짝 놀랬다.
“주, 준우 씨! 거긴.........”
“괜찮아! 모두 갖고 싶어.”
오럴이나 페라치오의 경험이 처음인 그녀는 입으로 보지를 핥는 것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성감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허벅지에 틀어박힌 준우의 머리를 붙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올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혀끝이 그녀의 보지 구멍을 넘나들었다.
“하 으, 주, 준우 씨.......”
“사, 사랑해........”
격렬하게 흥분한 준우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의 하복부에는 우람하게 솟은 페니스가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보지는 젖어 있었고 매끄러웠다. 결혼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보지는 살이 포동포동하고 팽팽한 피부로 쌓여 있었다.
충동적이었지만 준우가 갖고 싶어 하던 그녀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보지 구멍을 벌리고 방망이처럼 솟은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핏줄이 들어나도록 굵게 발기한 페니스를 보지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매끄럽게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보지 속에 빠듯하게 틀어 박혔다.
“하 윽!”
“허 읍!”
그들은 동시에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보지는 아직도 처녀처럼 탄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자지를 옥죄이는 쾌감에 준우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심호흡을 했다. 은지는 골반이 뻐근하도록 느끼는 포만감에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흣~! 너무 커.......”
“은지가 좋아.”
파르르 떠는 은지는 준우의 등을 움켜쥐고 허리를 비틀었다.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자지의 우람함을 피하려 엉덩이를 뒤로 뺐던 그녀는 다시 숨을 몰아쉬었다. 보지 속으로 들어온 자지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준우는 깊이 넣었던 자지를 꺼내어 보지 입구에 마찰을 했다. 그녀는 예민한 감각들이 모두 살아나는 쾌감을 느꼈다.
“하 으! 사, 사랑해, 준우 씨.........”
“으, 은지........”
준우는 그녀가 둔부를 꿈틀거릴수록 묘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마치 부드러운 손으로 자지를 주무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는 천천히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진퇴운동이 계속되고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는 바람이 되어 그녀를 몰아치고 그녀는 파도처럼 흔들렸다.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처럼 거친 숨소리가 그들에게서 흘러 나왔다.
“하 우, 으 하. 하 아. 읍, 흐 우........”
“허 읍, 허 억, 으 흡, 하 읍.........”
그들의 거칠어지는 신음소리는 오직 욕망의 포로가 된 육체의 언어였다. 과거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그들만의 대화였다. 은지는 과거를 지우기 위해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재생된 순결을 그에게 주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처럼 두려움 따위는 없이 희열의 회오리에 묻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낌없이 과거를 지워버릴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는 그들의 신음소리는 땀방울과 정액이 짓이겨지는 소리와 어우러졌다.
“하, 으, 핫, 찌걱, 찌거덕, 읍, 하우, 읍, 핫, 읍,........”
준우는 첫사랑이었던 은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는 자지를 좌우로 회전을 시키며 보지 속에 넣었다가 천천히 빼내기도 하고 때로는 깊이 밀어 넣었다가 급히 빼내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안타까움으로 매달렸다.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머리끝까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하 앙, 으 하. 주, 준우 씨! 조금만 더.......자, 자기야.........”
은지는 이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에 젖었다. 발기부전제를 복용하고 관계하는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격렬한 황홀함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준우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마치 숨을 멈출 것처럼 몰아 쉰 그녀는 머리를 소파쿠션에 묻으며 안간힘을 썼다.
“난 몰라. 아 흐 으. 준우 씨!”
“으, 은지........”
은지가 준우의 가슴을 파고들며 거친 숨을 내뿜었다. 엑스터시의 절정을 향해 가던 그도 헐떡거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는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자지가 뜨거운 액체에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드디어 오르가즘에 도달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러나 준우는 지치지 않고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었다. 그녀는 또 다시 일어나는 엑스터시에 젖어 허우적거렸다.
“하 우, 하 아, 아 흐, 으 하. 히 읏........”
“헉, 허 억, 찌걱, 찌거덕, 찌걱. 허 윽........”
준우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더욱 깊숙이 보지 속을 헤집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억제했던 모든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터질 때까지 자지를 보지 깊숙이 밀어 넣었다.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보지와 자지로 연결되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주, 준우 씨. 하 앙~! 하 우, 아 하........”
“하 읍, 헛, 은지! 하 압........”
준우는 보지 깊숙이 들어간 자지가 뼈끝 어딘가 닿은 것만 같았다. 은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더 깊숙이! 넌 내 여자였어! 그는 외치고 싶었다. 그는 온 몸의 신경들이 모두 터질 것만 같았다. 귀두가 둥근 고리 같은 것으로 조여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는 안쪽까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경직 되었다. 그는 자신의 온몸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르가즘에 빠져 들었다.
“헉~! 으, 은지.........”
“준우 씨!”
은지는 보지 속으로 뜨거운 용액이 뿜어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차라리 준우의 아기를 임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은 하나가 되어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자지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준우는 열기의 늪으로 변한 보지 속에 자지를 박아 넣은 채 은지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순결했던 추억속의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함께 결합한 섹스였기에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로웠다. 첫사랑의 여인!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그녀를 소유한 것이다. 그녀는 과거 속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성감에 민감하고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황홀한 감정에 휩싸인 은지는 나른한 눈빛으로 준우를 올려다보았다. 준우가 그녀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고 그녀에게 벗어나 반듯이 누웠다. 그들은 말이 필요 없었다. 손을 마주 잡고 누워있는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은지는 이제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추억 따위는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힘겨운 현실에서도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새벽 일찍 그들은 호텔을 나왔다. 은지는 못내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친정에 다녀온다면서 준우와 헤어졌다. 은지와 헤어진 준우는 장 사장을 출근시키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가정부 강릉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준우는 강릉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이층 층계를 향해 걸어갔다. 안방 문이 열리고 진숙이 거실로 나왔다.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 층계를 오르려던 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진숙과 준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난밤에 들어오지 않고 아침에 들어온 그를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민비서! 어디 갔었어?”
“큰 아버지 댁에 갔었습니다.”
준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층계를 올라갔다. 여자는 육체적인 교합을 했던 남자에게 집착하기 마련이다. 준우는 관심을 보이는 진숙의 시선을 무시하였다. 그는 결코 그녀에게 욕정을 느껴 관계를 했던 것은 아니었고 보복을 위한 계획의 시초단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진숙의 마음은 달랐다.
무의미한 생활과 남편에 대해 불만이었던 진숙에게 준우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는 아니다. 여자는 성적인 역할을 통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여자의 실상은 정욕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자기기만에 빠져든다. 그녀에게 준우와의 육체관계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진숙은 그가 다시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그녀는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 표현할 수는 없었다.
진숙의 마음은 옭아 메 놓았다고 생각한 준우의 관심은 수진과 수정에게도 향해 있었다. 그녀들은 그가 계획을 실행할 다음 대상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수정에 대한 그의 마음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는 여동생 정아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에게 세상을 원망하는 동병상린 같은 감정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식탁에 나타난 수진은 여전히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수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식구들은 역시 수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녀는 생모를 도외시하는 아버지, 장 인호를 경멸하고 있어 가정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밖으로 떠도는 그녀는 완전히 외톨이가 된 상황이었다.
수진은 은연중에 준우에게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으나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 문화회관에서 있을 경연대회에 참가할 예정인 그녀가 장 사장이 출근하는 승용차에 동승하였다. 장 사장을 회사에 출근시키고 준우는 그녀를 태워다 주려고 문화회관으로 승용차를 운전했다.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힐끔 바라 본 그가 엷은 미소를 띠었다.
“수진 씨는 원래 성격이 그렇게 무뚝뚝하고 차가워요?”
“아뇨! 사람에 따라서요. 그걸 왜 물어요?”
“여자답게 상냥할 수는 없어요?”
“걱정 말아요. 민비서가 상관할 필요는 없잖아요.”
뽀로통한 표정으로 수진이 눈을 흘겼다. 준우는 차라리 그녀의 뽀로통한 표정을 하는 모습이 생기가 흘러 보인다고 느꼈다. 그리고 짓궂은 생각이 든 그가 희소를 흘렸다.
“누군가를, 아니 남자를 사랑해 봤어요? 내가 보기에 수진 씨는 돌부처 같고 감정이 없는 사람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해요! 나는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하고 가슴이 뜨거운 여자예요.”
“하하.........! 가슴이 뜨겁다고! 만져 볼 수도 없고.”
“숙녀에게 그런 저속하고 무례한 말을.......! 못 됐어.”
준우는 백미러를 통해 얼굴을 붉히는 수진의 얼굴을 보고 희소를 흘렸다. 그녀는 오히려 그의 거침없는 말에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회관 앞에 당도하여 그가 승용차를 세웠다. 그리고 말없이 차에서 내리려는 그녀를 향해 넌지시 한마디 했다.
“차라도 한잔 사던지 고맙다는 인사쯤은 해야 도리가 아닌가?”
“피 잇! 먼저 사과하세요!”
“무슨 사과.........!?”
“조금 전에 했던 말 요.”
“아~! 그런데 그게 사과해야 할 말인가?”
“언어 폭력예요.”
“그건 수진 씨의 말을 받아서 했던 건데.......한 집에 살면서 너무 인색하네.”
“.........좋아요. 차 한 잔 살 시간은 있으니, 가요!”
잠시 생각하던 수진이 마지못한 척 대답했다. 그녀의 냉랭한 표정 속에는 미소가 번졌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운 준우는 그녀와 함께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 안에는 문화행사에 제각기 악기를 소유한 사람들로 붐비는 것으로 보아 경연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진은 손님들이 혼잡하게 걸어가고 있는 통로를 앞서서 걸어갔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든 그녀는 앞에서 다가오는 손님을 피해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발을 헛디딘 그녀는 흠칫 놀랐다. 몸의 균형을 잃은 그녀가 옆으로 쓰러지며 신음을 흘렸다.
“어 멋~!”
“조심해요.”
뒤따라오던 준우가 수진을 붙들었다. 뒤를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빛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놀라기보다는 당황하였다. 넘어지려던 그녀의 몸이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남자의 체취에 그녀는 현기증을 느꼈다. 평상시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임에도 새삼스럽게도 그가 남자라는 사실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미. 미안해요.”
옆자리의 손님이 놀라서 미간을 찌푸리며 수진을 노려보았다. 수진은 손님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준우에게 하는 말인지, 애매한 사과의 말을 하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그의 가슴에 안겨있다는 사실에 다시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을 사리며 그의 가슴에서 벗어나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는 왠지 걸음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놈들이 저지른 방법대로 되돌려 줘야지. 만약 은지의 가족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떤 생각을 할 거야”
“우리 친정식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당연히 저주받을 행위이고 법의 판결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
“그렇다면 은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해되었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건 생각하기도 싫어. 난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목숨보다 귀중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버렸어.”
준우는 은지에게 ‘너의 남편이 그 범인이야!’라며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어차피 창식에 대한 보복은 그의 몫이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한다 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더욱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준우는 생각했다. 준우의 말을 듣고 있는 은지는 과연 조금이라도 남편을 사랑하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불행을 각오하고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족의 사랑이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 그리고 ......”
“..........”
“추억만 남았지만......,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오직 준우 씨였어. 공원에서 그날.......그날 준우 씬 날 갖고 싶었지?”
“어쩌면 순간적인 감정의 충동일지 몰라. 하지만 널 사랑했고, 사랑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야.”
은지가 고개를 떨어뜨렸다가 다시 시선을 마주쳤다. 왠지 그녀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준우는 지난 시간의 추억을 떠 올리는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지금이라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녀의 눈빛도 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준우는 그녀를 만난 또 다른 이유를 상기시켰다. 조 창식의 가족 사항에 대해 자세히 알아내고 싶은 것이다.
“가족들은 괜찮아?”
“뭐를........!?”
“아들과 딸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은지와 나이 차이도 많지 않다면서.......?”
“그냥........서로의 생활에만 열중하니까........”
“그렇다면 무척 소원한 가족관계이군. 아들딸들은 뭐하는데?”
“승호는 독일로 유학중이라 자주 보지 못하고, 혜림 이는 재수를 하다가 올해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리듬체조를 전공중이야. 계모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무슨 간섭을 하겠어.”
“딸 이름이 혜림!? 리듬체조를 한다고........?”
“응,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착하고 예쁘기는 해.”
“여자들 사이니까, 딸하고는 자주 대화를 하겠네!”
“그렇지도 못해. 혜림 이는 국가대표 선발이 되려고 훈련 중이야. 그래서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해. 자주 대화를 못하지만 성격이 밝고 발랄하면서도 사교성이 있어서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편이야.”
준우는 다시 한 번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은지를 측은하게 느꼈다. 그렇지만 그는 대화중에도 틈틈이 조 창식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거의 준우가 알고 있던 상황들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은지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여동생 정아를 강간하던 조 창식을 떠 올리며 더욱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의 뇌리 속에는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정아에게 다가가던 조 창식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준우는 똑같은 방법으로 조 창식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리라고 다짐했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술잔을 집어 들고 벌컥 들이마셨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은지는 오직 그와의 애틋했던 추억만을 떠올렸다. 그녀가 무슨 말인가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준우 씨! 결혼할 여자가 있어?”
“아니! 아직은.......그럴 여유가 없어.”
“나.......! 오늘 준우 씨와 같이 있고 싶어.”
“남편이 기다리지 않아?”
준우도 은지와 같이 시간 속에 지나간 애정을 간직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은 서로 가슴 속에 간직했던 애정의 불꽃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떨렸다. 이미 그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정에 다녀온다고 했어. 난 준우 씨와 하룻밤 같이 있고 싶어.......그래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나를 사랑하잖아. 오늘 만이라도 준우 씨의 여자가 되고 싶었어.......오늘 날 가져. 그래야 과거에 주고 싶었던 순결의 미련도 없애 버릴 것만 같아.”
“그건.......우리 서로를 가슴 아프게 하는 거야.”
준우가 고개를 저었다. 은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서 전해오는 따스한 체온이 아득했던 첫사랑의 열정으로 전해왔다. 은지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준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를 떠올리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가졌었다. 그녀는 그 자괴감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준우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추억마저도 벗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를 만나러 나오면서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소유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렸던 순결을 되찾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그들은 밤이 이슥하여 레스토랑을 나왔다. 어두운 밤이지만 광고판의 오색찬란한 불빛이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손을 잡고 나그네처럼 걸었다. 은지가 호텔 간판이 보이는 빌딩 앞에서 멈추어 섰다. 마주친 그들의 시선은 무언의 대화를 하였다.
은지가 호텔 간판의 번쩍이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멈추어 섰다. 잠시 주춤거리던 준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호텔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과거의 순수했던 열정의 문으로 들어가듯이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호텔 룸 안에 들어가서 그녀가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렸다.
“안아 줘. 나 지금 외로워.”
“.........!”
준우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옛 추억을 되살리며 갈망하는 그녀의 눈빛! 그는 그녀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거나 지금 순간을 후회도 하지 말자! 그는 숨을 몰아 쉴 정도로 강하게 그녀를 당겨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준우의 마음에서 지나간 세월의 공백만큼 낯설거나 두려움 대신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한쪽으로 당기면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그리고 입속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은지는 스스로 원해서 준우와 호텔로 들어왔으면서도 혼란스러웠다. 비록 그녀가 원하여 그의 가슴에 안기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조금은 거부하여 정숙한 여자다움을 보여야하는가. 그녀는 순수한 첫사랑을 잊지 못해 그를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남자의 애무에 굶주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줘야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이끌려가야 하는 것인가? 어차피 그에게 소유당하고 싶었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준우도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이제 벌어지는 상황은 은지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다. 그녀는 모든 생각을 벗어 던지고 오직 감정에 반응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붙들고,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갔다. 열 개의 손가락 모두가 셔츠에 가려진 그의 근육을 문지르고 있었다.
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흥분되어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는 과거에 자신을 애타게 만들었던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어루만지며 굴곡진 엉덩이를 위로 바짝 끌어 당겼다. 은지는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준우를 느끼며 옅은 신음을 토해냈다.
“준우 씨.......”
“은지........”
은지는 고가처럼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움 없이 그의 몸에 바짝 밀착하였다. 그들의 잇닿은 하복부에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이제 그들은 현실을 망각하고 고거의 늪 속에 빠져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실의 존재감마저 잃어버리고, 가슴 속으로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준우 역시 흥분으로 모든 혼란 속에 벗어나 아득한 감각 속에 빠져 들었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그녀에 대한 애처로움이나 조 창식에 대한 분노가 몽롱한 욕정으로 녹아 버렸다.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욕정에 불타올랐다. 아! 그녀의 입술과 혀는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달콤하고 뜨거웠다.
농도 깊은 키스를 할수록 뜨거워지는 준우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과 혀를 탐닉했다. 그의 가슴에 닿은 그녀의 젖가슴은 풋풋했던 예전과는 달리 농염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렇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만졌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동안 긴 시간동안 멀어져 있는 시간동안 그의 손바닥에 머물렀던 충만한 그 감촉은 뜨거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준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서 침대 위에 눕혔다. 그는 그녀의 입술과 혀를 끊임없이 탐닉하면서 그녀가 걸친 옷들을 벗겨냈다. 브래지어가 벗겨지고 탐스럽고 아담한 젖가슴이 들어났다.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젖꼭지를 지그시 애무했을 때 딱딱하게 발기를 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술기운 탓일까. 흥분하기 시작한 그들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준우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젖가슴 가운데 돋아난 젖꼭지를 입술로 물었다. 은지는 뜨거운 그의 입술이 젖꼭지에 닿는 순간 온몸에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남편에게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쾌감이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탄성을 흘려냈다.
“아! 준우 씨........!”
“은지! 사랑스러워........”
준우는 낮게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들을 하나씩 벗어 버렸다. 그는 완전히 발가벗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바닥만한 팬티로 허벅지를 감추고 있었다. 그는 다른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가 그렇게도 터치하고 싶었던 그녀의 허벅지는 매끄럽고 탄력이 넘쳤다. 그는 허벅지를 쓸어 올리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는 팬티마저 벗기려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준우 씨! 지금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나를 정말 사랑했는지 알고 싶어!”
“음! 진심이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준우가 은지의 팬티를 벗겨냈다. 그녀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붉은 침대등불 아래 조각상처럼 완전히 발가벗은 두 남녀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있었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젖가슴을 움켜쥐고 마치 어머니의 젖꼭지처럼 그녀의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 몸이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에 빠져 들었다.
은지는 과거로 돌아가 그에게 순결을 받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미 성욕을 알고 있어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 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두려웠던 그녀였었다. 그러나 그녀는 과거로 되돌아가 그의 여자가 되는 심정이었다. 그녀는 그를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젖꼭지를 애무하던 준우의 혀끝이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허리를 지나 배꼽근처를 타액으로 적시고 내려간 그의 혀끝이 둔덕을 덮은 음모를 훑었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보지가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는 혓바닥으로 꽃송이를 적시고 있는 이슬을 핥으며 마찰을 했다. 그녀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화들짝 놀랬다.
“주, 준우 씨! 거긴.........”
“괜찮아! 모두 갖고 싶어.”
오럴이나 페라치오의 경험이 처음인 그녀는 입으로 보지를 핥는 것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성감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허벅지에 틀어박힌 준우의 머리를 붙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올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혀끝이 그녀의 보지 구멍을 넘나들었다.
“하 으, 주, 준우 씨.......”
“사, 사랑해........”
격렬하게 흥분한 준우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의 하복부에는 우람하게 솟은 페니스가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보지는 젖어 있었고 매끄러웠다. 결혼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보지는 살이 포동포동하고 팽팽한 피부로 쌓여 있었다.
충동적이었지만 준우가 갖고 싶어 하던 그녀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보지 구멍을 벌리고 방망이처럼 솟은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핏줄이 들어나도록 굵게 발기한 페니스를 보지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매끄럽게 빨려 들어간 페니스가 보지 속에 빠듯하게 틀어 박혔다.
“하 윽!”
“허 읍!”
그들은 동시에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보지는 아직도 처녀처럼 탄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 자지를 옥죄이는 쾌감에 준우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심호흡을 했다. 은지는 골반이 뻐근하도록 느끼는 포만감에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흣~! 너무 커.......”
“은지가 좋아.”
파르르 떠는 은지는 준우의 등을 움켜쥐고 허리를 비틀었다.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자지의 우람함을 피하려 엉덩이를 뒤로 뺐던 그녀는 다시 숨을 몰아쉬었다. 보지 속으로 들어온 자지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준우는 깊이 넣었던 자지를 꺼내어 보지 입구에 마찰을 했다. 그녀는 예민한 감각들이 모두 살아나는 쾌감을 느꼈다.
“하 으! 사, 사랑해, 준우 씨.........”
“으, 은지........”
준우는 그녀가 둔부를 꿈틀거릴수록 묘한 엑스터시를 느꼈다. 마치 부드러운 손으로 자지를 주무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는 천천히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진퇴운동이 계속되고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는 바람이 되어 그녀를 몰아치고 그녀는 파도처럼 흔들렸다. 뱃전에 부서지는 포말처럼 거친 숨소리가 그들에게서 흘러 나왔다.
“하 우, 으 하. 하 아. 읍, 흐 우........”
“허 읍, 허 억, 으 흡, 하 읍.........”
그들의 거칠어지는 신음소리는 오직 욕망의 포로가 된 육체의 언어였다. 과거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그들만의 대화였다. 은지는 과거를 지우기 위해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재생된 순결을 그에게 주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처럼 두려움 따위는 없이 희열의 회오리에 묻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낌없이 과거를 지워버릴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는 그들의 신음소리는 땀방울과 정액이 짓이겨지는 소리와 어우러졌다.
“하, 으, 핫, 찌걱, 찌거덕, 읍, 하우, 읍, 핫, 읍,........”
준우는 첫사랑이었던 은지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그는 자지를 좌우로 회전을 시키며 보지 속에 넣었다가 천천히 빼내기도 하고 때로는 깊이 밀어 넣었다가 급히 빼내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안타까움으로 매달렸다.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머리끝까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하 앙, 으 하. 주, 준우 씨! 조금만 더.......자, 자기야.........”
은지는 이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에 젖었다. 발기부전제를 복용하고 관계하는 남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격렬한 황홀함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준우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마치 숨을 멈출 것처럼 몰아 쉰 그녀는 머리를 소파쿠션에 묻으며 안간힘을 썼다.
“난 몰라. 아 흐 으. 준우 씨!”
“으, 은지........”
은지가 준우의 가슴을 파고들며 거친 숨을 내뿜었다. 엑스터시의 절정을 향해 가던 그도 헐떡거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그는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자지가 뜨거운 액체에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드디어 오르가즘에 도달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러나 준우는 지치지 않고 그녀의 보지 속을 헤집었다. 그녀는 또 다시 일어나는 엑스터시에 젖어 허우적거렸다.
“하 우, 하 아, 아 흐, 으 하. 히 읏........”
“헉, 허 억, 찌걱, 찌거덕, 찌걱. 허 윽........”
준우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더욱 깊숙이 보지 속을 헤집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억제했던 모든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터질 때까지 자지를 보지 깊숙이 밀어 넣었다.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보지와 자지로 연결되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주, 준우 씨. 하 앙~! 하 우, 아 하........”
“하 읍, 헛, 은지! 하 압........”
준우는 보지 깊숙이 들어간 자지가 뼈끝 어딘가 닿은 것만 같았다. 은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더 깊숙이! 넌 내 여자였어! 그는 외치고 싶었다. 그는 온 몸의 신경들이 모두 터질 것만 같았다. 귀두가 둥근 고리 같은 것으로 조여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는 안쪽까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경직 되었다. 그는 자신의 온몸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르가즘에 빠져 들었다.
“헉~! 으, 은지.........”
“준우 씨!”
은지는 보지 속으로 뜨거운 용액이 뿜어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차라리 준우의 아기를 임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들은 하나가 되어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보지 속을 채우고 있는 자지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준우는 열기의 늪으로 변한 보지 속에 자지를 박아 넣은 채 은지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 주었다. 순결했던 추억속의 두 영혼과 육체가 만나 함께 결합한 섹스였기에 한층 더 격렬하고 감미로웠다. 첫사랑의 여인!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그녀를 소유한 것이다. 그녀는 과거 속의 모습으로 그대로 있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성감에 민감하고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황홀한 감정에 휩싸인 은지는 나른한 눈빛으로 준우를 올려다보았다. 준우가 그녀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고 그녀에게 벗어나 반듯이 누웠다. 그들은 말이 필요 없었다. 손을 마주 잡고 누워있는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은지는 이제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추억 따위는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힘겨운 현실에서도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새벽 일찍 그들은 호텔을 나왔다. 은지는 못내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친정에 다녀온다면서 준우와 헤어졌다. 은지와 헤어진 준우는 장 사장을 출근시키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준비를 하는 가정부 강릉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준우는 강릉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이층 층계를 향해 걸어갔다. 안방 문이 열리고 진숙이 거실로 나왔다.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 층계를 오르려던 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진숙과 준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난밤에 들어오지 않고 아침에 들어온 그를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민비서! 어디 갔었어?”
“큰 아버지 댁에 갔었습니다.”
준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층계를 올라갔다. 여자는 육체적인 교합을 했던 남자에게 집착하기 마련이다. 준우는 관심을 보이는 진숙의 시선을 무시하였다. 그는 결코 그녀에게 욕정을 느껴 관계를 했던 것은 아니었고 보복을 위한 계획의 시초단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진숙의 마음은 달랐다.
무의미한 생활과 남편에 대해 불만이었던 진숙에게 준우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는 아니다. 여자는 성적인 역할을 통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여자의 실상은 정욕으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자기기만에 빠져든다. 그녀에게 준우와의 육체관계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진숙은 그가 다시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그녀는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 표현할 수는 없었다.
진숙의 마음은 옭아 메 놓았다고 생각한 준우의 관심은 수진과 수정에게도 향해 있었다. 그녀들은 그가 계획을 실행할 다음 대상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수정에 대한 그의 마음은 특별한 것이었다. 그는 여동생 정아를 떠올리게 하는 그녀에게 세상을 원망하는 동병상린 같은 감정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식탁에 나타난 수진은 여전히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수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식구들은 역시 수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녀는 생모를 도외시하는 아버지, 장 인호를 경멸하고 있어 가정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밖으로 떠도는 그녀는 완전히 외톨이가 된 상황이었다.
수진은 은연중에 준우에게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으나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였다. 문화회관에서 있을 경연대회에 참가할 예정인 그녀가 장 사장이 출근하는 승용차에 동승하였다. 장 사장을 회사에 출근시키고 준우는 그녀를 태워다 주려고 문화회관으로 승용차를 운전했다.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힐끔 바라 본 그가 엷은 미소를 띠었다.
“수진 씨는 원래 성격이 그렇게 무뚝뚝하고 차가워요?”
“아뇨! 사람에 따라서요. 그걸 왜 물어요?”
“여자답게 상냥할 수는 없어요?”
“걱정 말아요. 민비서가 상관할 필요는 없잖아요.”
뽀로통한 표정으로 수진이 눈을 흘겼다. 준우는 차라리 그녀의 뽀로통한 표정을 하는 모습이 생기가 흘러 보인다고 느꼈다. 그리고 짓궂은 생각이 든 그가 희소를 흘렸다.
“누군가를, 아니 남자를 사랑해 봤어요? 내가 보기에 수진 씨는 돌부처 같고 감정이 없는 사람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해요! 나는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하고 가슴이 뜨거운 여자예요.”
“하하.........! 가슴이 뜨겁다고! 만져 볼 수도 없고.”
“숙녀에게 그런 저속하고 무례한 말을.......! 못 됐어.”
준우는 백미러를 통해 얼굴을 붉히는 수진의 얼굴을 보고 희소를 흘렸다. 그녀는 오히려 그의 거침없는 말에 친근감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회관 앞에 당도하여 그가 승용차를 세웠다. 그리고 말없이 차에서 내리려는 그녀를 향해 넌지시 한마디 했다.
“차라도 한잔 사던지 고맙다는 인사쯤은 해야 도리가 아닌가?”
“피 잇! 먼저 사과하세요!”
“무슨 사과.........!?”
“조금 전에 했던 말 요.”
“아~! 그런데 그게 사과해야 할 말인가?”
“언어 폭력예요.”
“그건 수진 씨의 말을 받아서 했던 건데.......한 집에 살면서 너무 인색하네.”
“.........좋아요. 차 한 잔 살 시간은 있으니, 가요!”
잠시 생각하던 수진이 마지못한 척 대답했다. 그녀의 냉랭한 표정 속에는 미소가 번졌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운 준우는 그녀와 함께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 안에는 문화행사에 제각기 악기를 소유한 사람들로 붐비는 것으로 보아 경연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진은 손님들이 혼잡하게 걸어가고 있는 통로를 앞서서 걸어갔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든 그녀는 앞에서 다가오는 손님을 피해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발을 헛디딘 그녀는 흠칫 놀랐다. 몸의 균형을 잃은 그녀가 옆으로 쓰러지며 신음을 흘렸다.
“어 멋~!”
“조심해요.”
뒤따라오던 준우가 수진을 붙들었다. 뒤를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빛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놀라기보다는 당황하였다. 넘어지려던 그녀의 몸이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남자의 체취에 그녀는 현기증을 느꼈다. 평상시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임에도 새삼스럽게도 그가 남자라는 사실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미. 미안해요.”
옆자리의 손님이 놀라서 미간을 찌푸리며 수진을 노려보았다. 수진은 손님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준우에게 하는 말인지, 애매한 사과의 말을 하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그의 가슴에 안겨있다는 사실에 다시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을 사리며 그의 가슴에서 벗어나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는 왠지 걸음이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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