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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16 1,112회 0건
뒷자리에 앉은 혁수씨를 쳐다보다가 신호를 늦게봐서 허겁지겁 출발을 했는데
어느덧 신사역에 다 와간다

"...저기 건널목에서 내려줄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가요 또봅시다"

순간 날 살짝 째려보는기분이드는건..........

혁수라는 사내는 지연이도보지앟고 그저 묵묵히 걸어서 사라져 갔다

"..........전 남친이라고요?"

".........남친까지도 아니었어요"

............흐음.........

회사까지 지연씨와 난 말한마디없이 앞만보고 달렸다

회사에 도착해서 간략하게 3팀 팀원들과 인사를 시키고 지연씨가 면접봤던 날 같이 면접을 보고 입사한 프로그래머와 인사를 나눈 후 진행중이던 에버랜드 프로젝트에 지연씨를 참여시킨다는 말을 전했다

3팀장은 원래 여직원을 싫어 하는 놈인지라 내 말에 벌써부터 심술보가 부풀어 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리.
지는 팀장 난 엄연히 이 회사 사장인걸

그래도 능력이있는 놈인지라 어쨋건 다독여가면서 일을 시켜야 한다
안그랬음 벌써 잘랐지

3팀 프로젝트 완수 후 성과급 지급약속을 하니 이미 팀장놈 얼굴 표정은 헤벌레...
왜?

어플 개발계약건 중에서 에버랜드같은 기업의 일은 일단 거의 네고없이 바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용도 비용이지만 성과급을 줄때 팀장에게 배당되는 액수는 당연히 클수밖에...
난 3팀장에게 견적가의 5%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봤다
물론 나머지 팀원들에겐 잘해야 1-2%지만.....

3팀과 지연씨를 방에 몰아넣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대한 브리핑을 들으라 한 후 난 박대표방으로 갔다
마침 박대표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날 보더니 전화에 대고 말한다

"어어 내가 다시 전화할께"

"누군데?"

"아아...아는 사람이지 뭐"



"요새.....캐피탈쪽 사람들 만나?"

순간 뜨끔해 한다

"어???????"

".....그런말이 들려서"

당황해하는 표정

"......아.저기..그게......"

"박대표.."

"응?"

".......딴생각해?"

"응? 아 아니야..그게 아니라.."

"우리 솔직하게 말하자. 무슨 생각으로 캐피탈 애들 만나는건데?"

".........아니...저.....있잖아..........사실...유럽애들이랑 같이 일하고 대기업애들이랑 같이 일하고 다 좋은데...우리도 우리 사업을 하나 더 키우는거..나쁘지않잖아 안그래?"

"..........계속해봐"

".....이번에 말야 의료기기제조회사 사람들이랑 우연하게 밥을 같이 먹었는데.......그양반들...꽤...수익율이 높더라구"

"의료기기?"

"어어...장비가가 엄청 쎄잖아..그런데..요새 진단장비같은게..죄다 자동화 되어있고 디스플레이,PC가 기본이거든...특히나 고가의 CT나 MRI, PET같은 장비는 기기값도 값이지만......소프트웨어 가격이 엄청쎄더라구"

"그래서?"

".....어플연동이야 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인데......그보다.....이게...대게 ..진단기기 만드는 회사도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사오는 경우가 허다하더라는거지"

"음...그래?"

"특히나 별다를것 없는 뷰어 정도인데도 프로그램세트가가 수백만원이라 그거지"

"허......."

"...생각해봤는데...뷰어...솔직히 어려운건 아니잖아?원본만 제대로 파악하면..우리도 가능하지않을까 싶은데"

".........흐음..........."

"그 왜 3d게임쪽 개발자 중 이번에 물리엔진쪽으로 두명뽑은애들 있잖아"

"응 4팀에 있는 애들?"

"어어 그놈들 중 혁진이란놈이 예전에 올림푸스쪽 뷰어 개발을 해본 경험이 있더라구"

"오호......그래?"

"...그놈이 소스도꽤 많이 가지고 있고 게다가...그놈말이..결국 다 서로 비슷비슷한 뷰어일뿐 기기마다의 ID가지고 인식하는 타입들이라...우리가 통합뷰어를 만들고 거기에 다른 기기를 점프시켜서 연동하는건 일도 아니라 하더라구"

".......나쁘진않은데?"

"생각해봐....MRI같은 기기에서 뷰어를 구동하면...우리 뷰어가 돌아가서 브랜드에 상관없이 각각의 진단결과를 뿌려주고..그걸 어플에 바로 연동시켜서..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뿌리게할수도 있다 그거지"

"흠..........시장이..클까?"

"의료기기쪽의 장점이...가격이야!..같은 어플도 4.99달러면...의료쪽은 49달러를 해도 산다는것이고..무엇보다..대게 뷰어가 유럽쪽 제품이나 미국제품이라..사용자들도 그에 맞는 제품을 사야하다보니 이게 만만치않거든..게다가....우린 3d로 가능하잖아...물리엔진만 넣어주고 해석소스넣어주면...가능할꺼라 하더라구"

"......흠................."

"꼭 뷰어를 안해도되..각각의 뷰어의 소스들을 가져와 어플로 뿌려주는 타입을 만들면......기종에 상관없이, 뷰어에 상관없이 어플로 볼수있다는 것이니깐......."

"하지만..소프트웨어개발사들이 가만 있을까?"

"...지금 그래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코닥애들이랑 접촉할 생각이야..뷰어의 89%가 코닥제품을 그대로 베낀거더라구"

"호오..그래?"

"일부 유틸은 그걸 변형한 정도고..그래서...파고들 여지는 많아"

"...괜찮은데?"

"..그런데 아무래도 그걸 추진하려면..팀도 하나 더 꾸려야 하고..내친김에...아예 의료기기 제조회사의 지분을 좀 획득하는게 어떨까 해서.."

"의료기기 회사 지분?"

"어...바텍이란 회사 지분을 인수할수있겠더라구...10%면 될듯해"

"10%? 얼만데?"

"대략 20억정도"

"..........흠.....그런데 왜 꼭 캐피탈을끌고들어가려구 해?"

"....10%는 캐피탈이,10%는 우리가 해서 20%를 하면...우리가 경영권에 참여할수있을테니까"

"거기 지배구조가 좀 안좋은가봐?"

"사장이 가진 지분을 많이 매각했어..."

"뭐 문제 있는거 아냐?"

"아니. 그 사장이 부동산투자를많이 했는데 손실액이 커서 그랬다나봐"

"흐음........그럼..캐피탈끌어들이지말고..내가 인수하지 뭐"

".........뭐?"

"대략..그정도 여윳돈은 있어"

"...그래?"

"응......그런데..그전에 바텍이란 회사 신용도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봐야겠는걸?"

"어 그건 마음대로해"

싱글벙글웃는 박대표

"일단...내가 변리사 통해서 알아볼께. 그리고...........의료용 어플이랑 뷰어 개발관련해선..박대표가 팀을 꾸려봐"

"어 알았어 알았어"

이친구 기분 좋아졌군

그럼 이젠 채찍이다

".....그런데.........박대표.......뭔일을 할꺼면..나한테 일단 상의부터 하는게 순서아닐까?"

순간 딱딱하게 굳는 얼굴

"........이게 박대표랑 내가 같이 운영하지만..엄연히..난 여기 사장이고...또 회사의 기본이되는 기획총괄을 하고있잖아...나 모르게 한다는건..솔직히 내가 좀 구리게 생각할수밖에없지않아?"

박대표 얼굴이 검게 변한기분이다

"....그래도 꽤 타당성이 있어보이는 내용이라 일단수긍은 하는것이지만.....그렇게 나몰래 뒤로 움직이는건..자제하지?"

"...어..알았어.."

"그리고.......2팀애들...이번에 결혼하는애 있지?"

"응? 아...수아씨?"

"어..그친구 입사한지 얼마야?"

"....11개월"

"....흠........아까 휴게실서 듣자하니...1년이 안되어서 결혼축하선물은 안주기로 했다면서?"

"응 그렇지"

"...거 뭐 그리 야박하게그러나...11개월이면 1년 다되어가는구만..게다가 식은 다음달이잖아"

"아 그게...결혼선물은 이번달 예산으로 집행하는거니깐.."

"....거 뭐 대리급이니까 150만원 한도에서 지급해줘"

"....알았어"

회사를 운영하면서.다른건 하나도 생각하지않았다
일단........나도 봉급쟁이를 해봤고 봉급쟁이 신세란게 얼마나 팍팍한지 그 누구보다 잘알기에...
난 최소한 내 회사직원들에대해선 베푸는것이 아니라 나누는것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복지에대해선 할수있는 한도에선 최대한 해주려 노력했다
그래서 특히 결혼이나 경조사같은것에선 충분히 할수있는것을 해주고자 했었고 해서 결혼같은 경우 대리급은 150한도 과장급은 300한도, 부장급은 500한도에서 선물을 지급하기로 사규를 정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도 작년부터 시행한것이지......
회사 자체의 매출로는 저런건 사치다..
하지만.........내가 꼭 회사매출로 돈을 버는건 아니니까.

박대표사무실에서 나와 휴게실로 가서 커피한잔을 내리는데 지연씨가 온다

"사장님 미팅끝났습니다"

"아 그래요? 갑시다"

"네"

지연씨가 얌전하게 차에 올라타고 난 그런 지연씨를 보곤 잠시 생각을 했다
...흠

"우리 밥이나 먹으러갑시다"

"네?"

"뭐 지금 시간이 11시니깐..밥먹을때 다되었구만.."

"아 좀 이르지않은가요?"

"어차피 사무실 도착하면 12시쯤 되겠네 뭐......."

난 차를 몰아서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도 근처쯤에 다 왔을때 갑자기지연씨가 두리번거리더니 물어본다

"저기.........여의도에서..식사하실껀가요?"

"응 그런데요?"

".........아 그래요......."

"왜요?"

"아 아니에요...."

거 참..가끔 저럴때 봄 진짜 뭐 비밀많은 사람같다니깐

여의도 키사라...
예전 금융쪽 어플을 해줄때 종종 얻어먹었는데, 먹다보니 참 맛도있고 분위기도 좋아서 가끔간다

LG트윈타워주차장에 차를 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여기..분위기 좋네요.."

"아아 나도 뭐 자주오는것 정돈 아닌데....가끔 일식이 땡기면 종종오죠..여기 초밥도 맛있고 냄비요리도 맛나요"

씨익웃는내게 지연씨도 미소로 화답한다

방에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는데 다소생소해 한다

"...음..내가 골라줄까요?"

"아 네.."

"음...나베 코스랑...스시코스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음료도.."

"어떤걸로 드릴까요?"

"음......시원한걸로 뭐가 있나요?"

"냉녹차가 있습니다만.."

"아아 녹차주세요"

"네"

녹차가 나올때까지 지연씨는 한참 말이없다


녹차가 나오고 홀짝이면서 마시는데 녹차 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왠지 좀 뭔가 할말이 있어보이는 눈치다


"무슨일 있나요?"

"네?"

"...........아니 분위기가 좀 그래서"

"아 ...아니요...."

"...그..수혁이란 친구때문에 그래요?"

어깨가 움찔한다

"아...그게.."

"...아 뭐 사람살면서 친하게지내기도 사귀기도..그러다 깨지기도하고..뭐...결혼해서 살다가도 깨지는 판에...고작 연애..그것도 CC같은..철부지적 일을 가지고 맘에 담고 살면 안되요..게다가..어차피 난 남인데 뭐 하하.."

슬며시 얼굴에 긴장이 풀려보인다

"...그런데 사장님"

"네?"

"...저..사장님은..결혼..안하세요?"

"음?"

"연세..아 죄송합니다..나이도 있으신데.."

"음.......뭐 아직 40은 아니니깐..........뭐.....그리고 난 결혼이란걸..나이많기전에 해야한다..이런건 딱 질색이고..내 맘에 드는 여자..내가 좋아하고 같이 살아보고싶은 여자가 생기면 모를까..."

"여자친구 없으세요?"

"아아...애인같은건..없죠..워낙 일도 많고"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그러시구나..혹..워커홀릭이세요?"

"음..그런면도 있긴하지.."

대화를 나누는데 음식이 들어온다
코스로차근차근들어오는 음식들

가끔은 탄성을 옅게 지르기도 하고 가끔은 스마트폰을 들어사진을 찍다가 내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내려놓기도 한다

왠지 귀엽군

"아아 사진찍어도되요..뭐 어차피 지연씨가 먹을껀데..눈치보긴...싸이나 블로그해요?"

"아 네 티스토리요"

"그렇군..난 이글루스랑 네이버만 하는데"

"그러세요? 블로그 주소좀알려주세요"

"아아..그거? 하..내 명함을 제대로 안본 모양이네?"

난 살짝 삐진투를 했다

"에? 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는 지연씨

"아..........."

순간 한손에 들려있던 지갑에서 사진하나가 떨어졌다
응?
누구지?

"아 ..저희 엄마사진인데.."

"엄마요?"

"네"

어...어디서 많이 본듯한..얼굴인데.......................흐음...................................

"...어머님이 왠지 눈에 익어보이네요 하하......"

"에이 그럴리가요...저희엄마는 쭉 부안에서만 사셨는데요"

"부안이요?"

"네"

"어? 우리 외가쪽도 부안인데"

"부안 어디요?"

"주산면이요"

"어머? 제 원래 고향이 주산면인데요"

"호오 그래요? 아버지도?"

"아뇨 아버진...충남분이시고...외가쪽으로 와서 사셨다고 하더라구요"

"아아..쩝..하긴..난 뭐 고향은 그다지 잘가는 편도 아니고..철들고선 거의 외지로 떠돌아서...."

"네?"

"우리 부모님이 고향떠나신지도 오래되었고..그나마도 간간히 가던 고향이...이모님이랑 이모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더더욱 안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아아 네......."

"한꺼번에 온 식구가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어머.............."

무척 놀라워 한다

"왜요?"

"아..저희 어머니랑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이런............."

우연이 참...
...왠지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막 마지막 음식이 나오는데 지연씨가 한마디 한다

"사장님. 저기..........수민이 요..."

"응? 수민씨 왜요?"

"...저...수민이 직업이 그래서.."

"아아..얘기 들었어요..수민이가 지연씨 빚갚는데 돈을 많이썼다면서요?"

흠칫 놀란다

".......수민이가 그런말도 했어요?"

"아........거기 블랙본이 단골이라...거기 마담이 소개를 해줘서.."

그렇다고 같이 술먹었다고 함 좀...

"...흠...."

"..뭐 지연씨가 방을 빼게 된것도 빚때문이란 얘기 들었고...하긴..부모님이 어려서 돌아가셨음..지연씨 살기가 참 팍팍했겠죠...."

"네...."

"그런데 수민씨도 부모님이 돌아가셨던데.."

"네..그것때문에 더 친하게된것 같긴해요"

"..수민씨 직업은..어떤 의미론..지연씨가 원인인..아아 그렇다고 지연씨 탓이라는건 아니고..뭐...그런게 있어서..나도 좀 돕고싶은생각도 있고..."

"..저기 사장님"

"응?"

"...수민이가..저때문에...술집..나간다고..했나요?"

"아 그런건 아니고.."

"..........저기..제 친구지만..수민이..말은..전부다 믿으시면..안되요"

"네?"

"...그애..저랑 친하게지내지만..저랑은 좀 다르거든요"

"뭐가요?"

"원래..수민인 남자가 많이 따라요...."

"그래서요?"

".......그 수혁선배........사실 사귀자고 해서 좀만나고 그랬는데....................."

갑자기 물을 한모금 들이킨다

"...........수민이랑..수혁선배랑...제 자취방에서...같이 있다가 제게 들켜서....."

헐...

".....물론.....솔직히 밤에 제방에 찾아온 수혁오빠가..더 문제가 있다고 봤고..수민이는..이쁘잖아요..보셨다시피.."

"...."

"...게다가..수민이는....솔직히..남자를..무척 좋아하거든요..그래서..한동안 절교까지 했었어요"

"그런데요?"

"........제가 서울로 올라올때...마침 수민이도 같이 온걸 알게되었죠....해서...서로 어차피 기댈곳없는처지라...같이 지내게 된것이고.....예전 같진않지만..다시 친해지긴 했어요"

흐음.......................................거...........................
묘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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