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27화.
이튿날.
우진은 학원이 끝나자 바로 꽃집으로 향했다.
전날 꽃 선물을 받고 감격스러워하던 엄마의 얼굴이 잊혀 지지 않았다. 그 나이가 먹도록 꽃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엄마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온 걸까?
16살 때 누나를 낳았으니 소녀시절 풋사랑 따위는 해본적도 없으리라. 불쌍하기도 했고 한편 앞으로 그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한 송이라도 꽃을 선물해 주자.’
엄마가 또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학원을 나서자, 그 맑던 하늘에 꾸역꾸역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가 꽃집에 당도할 즈음 쿠르릉 쾅쾅- 하며 천둥번개와 함께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
“젠장......,”
우산도 없었다.
그는 서둘러 꽃집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건데 그때 꽃집에서 정수엄마가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오더니, 밖에 전시되어 있던 꽃바구니와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꽃이 비를 맞으면 안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양이 굉장히 많아서 여자 혼자서는 벅차보였다. 순식간에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비 맞은 생쥐가 되고 말았다.
“수지야,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이나 하지 말고, 나와서 엄마 좀 도와.”
우진은 그때 출입문 난간에 서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계산대 컴퓨터 앞에 20대 초반에 여자가 앉아있었다. 유행에 민감한 하의실종 시스룩에 꽤 예쁜 얼굴이었다. 다만 짙은 화장에 껌을 쩍쩍 씹는 태도가 조금 천박해 보였다.
“수지야, 엄마 말 안 들려?”
“.......,”
그러거나 말거나 수지라는 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마우스만 딸깍거렸다. 그러자 정수엄마가 체념한 듯 혼자서 다시 화분을 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우진은 그 모습이 조금 딱해보였다.
이 집구석은 정수도 그렇고, 저 수지란 누나도 그렇고 지지리도 엄마 속을 썩이는 모양이었다.
옷 좀 젖으면 어떠랴.
그는 급히 가방을 밑에 내려놓고, 빗속에 뛰어들어 화분 나르는 일을 도왔다.
“아......., 안 그래도 돼요.”
“제가 조금 힘이 세요. 가끔씩 비도 맞아주고, 힘도 써줘야 소화도 잘 되고 그래요.”
그러면서 그는 제일 큰 화분 하나를 번쩍 들어서 안으로 안에 들여놓았다. 우진이 힘이 워낙 좋은데다가 매우 서두른 탓에 일은 금방 끝이 났다.
정수엄마는 무척 미안했던 모양이다.
“아, 이걸 어째, 나야 너무 고맙지만, 학생 옷이 다 젖었네.”
“전 괜찮아요.”
“꽃 사러 온건 가요?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한 번 본 것 같은데? 꽃바구니 사 갔죠?”
“네.”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아 가요. 수건으로 몸에 물기나 좀 닦아야겠네.”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괜찮으니까 그러지 말고 들어와요.”
그녀가 옷깃을 당기며 억지로 권하자 그는 마지못해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꽃집 뒷문을 나서다 그는 멈칫하고 말았다.
“.........!!”
뒷문은 비좁은 마당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마당 처마 밑에서 정수가 걸레를 들고 비 맞은 오토바이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어? 진이 너 여기 무슨 일이냐?”
“..........,”
우진이 대답을 못하자, 정수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 학생, 정수 아는 사람이야?”
“응, 그냥 조금, 학원 같이 다니는 친구.”
우진은 사실 별로 친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세상에......, 세상 좁다더니. 정수 친구라고?”
꽃집이 학원 바로 앞에 있었으니 결코 세상이 좁은 건 아니었다.
“우진이라고? 성이 특이하네.”
“아니요. 한(韓)씨요. 한우진이요.”
“호호, 그런가? 어머, 내 정신 좀 봐. 이 꼴로 그냥 세워두고 있었네? 들어와. 친구 집인데 어때? 정수가 입던 옷이 있으려나?”
우진이 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 저는 진짜 괜찮아요. 지하철 타면 집까지 금방이에요. 수건이나 있으면 좀 가져다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럼 잠시만.....,”
정수엄마가 몇 번 더 권하다가 그가 계속하서 사양하자,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정수가 불쑥 말했다.
“우리 엄마 예쁘지?”
우진이 움찔했다.
뭔가 속마음을 들켰다고 느낀 것이다.
정수가 피식 웃었다.
“놀라긴......, 다들 우리엄마 보면 너 같은 눈빛을 해. 이젠 익숙해서 상관없어. 괜찮으니까 말해봐. 정말 우리엄마 예쁘냐?”
“정숙하시고, 조신하시네.”
그러자 정수가 하하 웃었다.
“웃기고 자빠졌네. 그런 거 말고 새끼야. 엉덩이 좆나게 빵빵하지?”
우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입에서 <이런, 개 후레새끼>란 말이 튀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감히 또래 친구 앞에서, 자기 엄마의 엉덩이를 거론하다니, 미친놈 아닌가 싶었다.
어색했던 그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오토바이 좋네. 새로 산거냐?”
“아......., 이거? 죽이지?”
“응.”
“혼다 VFR 4기통이야.”
사실 우진은 오토바이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4기통이라면 보통 오토바이와는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비싸겠네.”
“응, 이것저것 합쳐서 2400만원 들어갔어. 보통 차보다 더 비싼 거야.”
그러면서 그는 이 바이크가 혼다 신제품이고, 다른 싸구려들과 어떻게 다른지 침 까지 튀겨가며 설명을 했다. 물론 우진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오토바이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자 정수엄마가 이런 작은 꽃집을 운영하면서 아들에게 이런 고가의 오토바이를 덜컥 사 줄만큼 장사가 잘되는지 궁금했다.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너, 이것 때문에 오늘 학원 안 나온 거냐?”
“새끼, 그까짓 학원이 뭐가 중요 하냐? 대학이고 나발이고 인생 한방인데, 그 한방을 모르니까 평생 찌질하게 사는 거지.”
“뭐야? 앞으로 학원 안 나올 거야?”
“아니, 엄마 때문에 나가야 돼. 대학은 나오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그러더니 그가 은근슬쩍 다시 말했다.
“그 쌍둥이 누나들, 가끔 연락은 오냐?”
우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몰라, 서로 연락 안 해.”
“같이 좀 먹자니까 졸라 비싸게 구네. 난 세상에 그렇게 꼴리게 생긴 년들은 처음이라니까. 아직까지 생각만 해도 좆나게 꼴려.”
우진이 다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사이도 아니고, 친한 누나들이라니까. 너 자꾸 그런 말 하면, 나 화 낸다.”
“알았어. 알았어.”
정수가 급히 그를 달랬다.
그러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나도 누나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래. 순수하게 누나 동생 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냐? 그냥 폰 번호나 좀 가르쳐 주라.”
우진은 들은 척도 안했다.
정수가 다시 피식 웃었다.
“알았어, 새끼야. 너 우리엄마 먹고 싶지? 번호 가르쳐주면, 좆 한 번 입에 물리게 해 줄게.”
순간 우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뭐?”
“새끼, 못들은 척은, 너 좆 한번 빨게 해 준다고. 늙어서 보지는 헐렁하지만 입술하고 엉덩이는 쓸 만해. 44살에 그 정도면 졸라 예쁜 거야. 뭐, 그래도 쌍둥이 누나들 하고는 상대도 되지 않으니까 번호만 가르쳐 주면 사까시 시켜주고, 저번처럼 자리까지 만들어주면 똥구멍에 박게 해 줄게. 솔직히 말하지만 보지는 맛없어.”
우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순간 생각난 단어는 미친놈이었다.
두 번째 생각나 단어는 개새끼였고, 세 번째 생각난 단어는 <너도?>였다.
“왜 싫어?”
“..........,”
당연히 대답할 수 없었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세상에 모자근친이라는 것이 이렇게 흔한 것이었는지, 그가 그렇게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만큼 가치 없는 터부였는지, 아주 정신이 없었다.
덜컹-
그때 2층 문이 열리면서 정수 엄마가 계단을 통해서 밑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그녀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타이트한 정장이 무척 섹시했다.
그녀는 활짝 웃었다.
“오래 기다렸지? 우진이 너 진짜 옷 안 갈아입어도 돼? 정수 아직 안 입은 새 속옷도 있는데, 그 옷 입고 갔다가 내일 돌려줘도 돼.”
우진은 정수와 그녀를 똑바로 바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엄마를 범한 자신과 엄마까지 창녀 취급하는 정수가 오버랩 되면서 그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미칠 듯 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자지는 바짝 섰다.
“아......., 네. 수건이면 되요.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정수엄마에게 수건을 받아 든 그는 재빨리 얼굴과 머리를 닦았다.
이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빨리 도망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정수가 그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손을 쓱 내밀어 엄마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잡고 주물렀다. 마치 그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너도 만지고 싶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진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정수엄마 역시 크게 놀랐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다 우진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확인하더니, 냅다 몸을 돌려 정수의 뺨을 후려쳤다.
짝-
“나쁜 놈.”
정수의 머리가 휙 돌아갔다.
아들이 친구 앞에서 어미의 엉덩이를 만지며 희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물쭈물 뭔가 말을 하려던 그녀는 이내 부들부들 몸만 떨다가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정수가 땅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저것도 엄마라고 씨발, 인생 한방이라니까 말 좆나게 안 들어요. 언제까지 천원짜리 한 장에 부들부들 떨면서 구차하게 살 거야? 그렇게 고고한 척 살면, 사업 말아먹고 잠수 탄 아빠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는 거야? 어차피 썩을 몸뚱이, 열녀 나셨어. 쌍.”
“..........,”
멍하니 정수를 바라보던 우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계산대에 앉은 수지누나는 껌을 쩍쩍 씹으면서 여전히 컴퓨터 고도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이 집구석도 만만치 않구나.’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가정환경을 가졌다고 생각한 우진에게 오늘일은 뭔가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다.
동병상련.
물론, 정수는 아니었다.
정수엄마에게 뭔가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꼈다.
꽃바구니 하나를 집어든 그는 수지누나에게 계산을 하고, 중간에 백화점과 전자상가를 들려 몇 가지 물건을 더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거친 빗속에서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해 주었다.
“씻고 밥 먹을래?”
“응.”
그러다 그는 엄마가 오늘 뭔가 달라 보인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머리 새로 했어?”
은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오늘 미장원 갔어. 어려 보이게 해 달라고 했는데 보기 싫지? 엄마 꼴불견이지?”
우진이 빙긋 웃었다.
“아니, 진짜 섹시해서 숨 막혀.”
그러면서 등에 숨긴 꽃바구니를 짠- 하고 앞으로 내밀었다.
“어머, 또 사왔어?”
“뭐야? 별로 기뻐하는 표정이 아닌데?”
은주가 호호 웃었다.
“질질 짜야, 꼭 기뻐하는 거니? 엄마 너무 기쁘고 행복해. 고마워 진아.”
그러면서 그녀는 아들의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해 주었다. 상큼한 사과향기가 코끝에 스쳤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까지 하고 온 모양이었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아까 정수가 자기엄마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던 생각이 났다.
<너도 만지고 싶지?>
당연히 만지고 싶다.
정수엄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빵빵하고 탄력이 넘치는 엄마 엉덩이, 그 음탕한 엉덩이를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는 손을 밑으로 내려 강하게 엄마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엄마가 ‘흣’하며 그의 품에 안겨왔다.
그러다 그녀는 눈이 밑으로 깔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머......, 먼저 씻어.”
“왜? 몸에서 땀 냄새 나?”
“다 젖었잖아. 감기 들어. 우산이라도 사서 쓰고 오던지, 그 비를 다 맞은 거야?”
“그냥......,”
우진는 푸근한 엄마의 몸은 품에 안고 잠시 그 느낌을 즐기다가 욕실에 들어가 씻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털썩 앉는데 엄마가 안방에서 옷 몇 벌과 신발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그걸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나 공손하게 두 무릎을 모아 바닥에 꿇어앉았다. 열중쉬어 자세로 손은 뒤로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녀가 눈을 밑으로 깔고, 복사꽃처럼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이 미천한 암캐년이 오늘 저녁에 입을 옷을 골라주세요.”
“.........,”
대충 보니, 빨간색 비키니, 빨간색 부트슈츠, 빨간색 차이나드레스와 빨간색 킬힐이었다. 거만하게 소파에 등을 기댄 우진이 돌연 버럭 고함을 쳤다.
“다 늙은 년이, 빨간색은.......,”
“하아.......,”
엄마가 강한 충격을 받은 듯 엉덩이를 비틀면서 사타구니를 부르르 떨었다. 아들 앞에서 상대적으로 늙어 보이는 그녀의 외모는 숨기고 싶은 치부였고 따라서 그걸 지적하자 강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죄......, 죄송해요.”
우진이 12센티 킬힐을 앞에 휙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너 같이 아들 앞에서 씹물이나 질질 싸는 개 같은 년은 옷, 필요 없어. 다 벗고 신발이나 신어.”
“하아......,”
-------
이게 절대로 분량이 작은게 아니거든요.
조판 15페이지, 일반 메이저 연재싸이트, 2회 연재분량.
근데 소라에서는 왜 이렇게 짧아 보일까요?
호흡이 길어서 그러나?
고민이 되네요.
ㅠ.ㅠ
이튿날.
우진은 학원이 끝나자 바로 꽃집으로 향했다.
전날 꽃 선물을 받고 감격스러워하던 엄마의 얼굴이 잊혀 지지 않았다. 그 나이가 먹도록 꽃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엄마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온 걸까?
16살 때 누나를 낳았으니 소녀시절 풋사랑 따위는 해본적도 없으리라. 불쌍하기도 했고 한편 앞으로 그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한 송이라도 꽃을 선물해 주자.’
엄마가 또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학원을 나서자, 그 맑던 하늘에 꾸역꾸역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가 꽃집에 당도할 즈음 쿠르릉 쾅쾅- 하며 천둥번개와 함께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
“젠장......,”
우산도 없었다.
그는 서둘러 꽃집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건데 그때 꽃집에서 정수엄마가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오더니, 밖에 전시되어 있던 꽃바구니와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꽃이 비를 맞으면 안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양이 굉장히 많아서 여자 혼자서는 벅차보였다. 순식간에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비 맞은 생쥐가 되고 말았다.
“수지야,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이나 하지 말고, 나와서 엄마 좀 도와.”
우진은 그때 출입문 난간에 서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계산대 컴퓨터 앞에 20대 초반에 여자가 앉아있었다. 유행에 민감한 하의실종 시스룩에 꽤 예쁜 얼굴이었다. 다만 짙은 화장에 껌을 쩍쩍 씹는 태도가 조금 천박해 보였다.
“수지야, 엄마 말 안 들려?”
“.......,”
그러거나 말거나 수지라는 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마우스만 딸깍거렸다. 그러자 정수엄마가 체념한 듯 혼자서 다시 화분을 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우진은 그 모습이 조금 딱해보였다.
이 집구석은 정수도 그렇고, 저 수지란 누나도 그렇고 지지리도 엄마 속을 썩이는 모양이었다.
옷 좀 젖으면 어떠랴.
그는 급히 가방을 밑에 내려놓고, 빗속에 뛰어들어 화분 나르는 일을 도왔다.
“아......., 안 그래도 돼요.”
“제가 조금 힘이 세요. 가끔씩 비도 맞아주고, 힘도 써줘야 소화도 잘 되고 그래요.”
그러면서 그는 제일 큰 화분 하나를 번쩍 들어서 안으로 안에 들여놓았다. 우진이 힘이 워낙 좋은데다가 매우 서두른 탓에 일은 금방 끝이 났다.
정수엄마는 무척 미안했던 모양이다.
“아, 이걸 어째, 나야 너무 고맙지만, 학생 옷이 다 젖었네.”
“전 괜찮아요.”
“꽃 사러 온건 가요?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한 번 본 것 같은데? 꽃바구니 사 갔죠?”
“네.”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아 가요. 수건으로 몸에 물기나 좀 닦아야겠네.”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괜찮으니까 그러지 말고 들어와요.”
그녀가 옷깃을 당기며 억지로 권하자 그는 마지못해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꽃집 뒷문을 나서다 그는 멈칫하고 말았다.
“.........!!”
뒷문은 비좁은 마당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마당 처마 밑에서 정수가 걸레를 들고 비 맞은 오토바이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어? 진이 너 여기 무슨 일이냐?”
“..........,”
우진이 대답을 못하자, 정수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 학생, 정수 아는 사람이야?”
“응, 그냥 조금, 학원 같이 다니는 친구.”
우진은 사실 별로 친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세상에......, 세상 좁다더니. 정수 친구라고?”
꽃집이 학원 바로 앞에 있었으니 결코 세상이 좁은 건 아니었다.
“우진이라고? 성이 특이하네.”
“아니요. 한(韓)씨요. 한우진이요.”
“호호, 그런가? 어머, 내 정신 좀 봐. 이 꼴로 그냥 세워두고 있었네? 들어와. 친구 집인데 어때? 정수가 입던 옷이 있으려나?”
우진이 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 저는 진짜 괜찮아요. 지하철 타면 집까지 금방이에요. 수건이나 있으면 좀 가져다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럼 잠시만.....,”
정수엄마가 몇 번 더 권하다가 그가 계속하서 사양하자,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정수가 불쑥 말했다.
“우리 엄마 예쁘지?”
우진이 움찔했다.
뭔가 속마음을 들켰다고 느낀 것이다.
정수가 피식 웃었다.
“놀라긴......, 다들 우리엄마 보면 너 같은 눈빛을 해. 이젠 익숙해서 상관없어. 괜찮으니까 말해봐. 정말 우리엄마 예쁘냐?”
“정숙하시고, 조신하시네.”
그러자 정수가 하하 웃었다.
“웃기고 자빠졌네. 그런 거 말고 새끼야. 엉덩이 좆나게 빵빵하지?”
우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입에서 <이런, 개 후레새끼>란 말이 튀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감히 또래 친구 앞에서, 자기 엄마의 엉덩이를 거론하다니, 미친놈 아닌가 싶었다.
어색했던 그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오토바이 좋네. 새로 산거냐?”
“아......., 이거? 죽이지?”
“응.”
“혼다 VFR 4기통이야.”
사실 우진은 오토바이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4기통이라면 보통 오토바이와는 조금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비싸겠네.”
“응, 이것저것 합쳐서 2400만원 들어갔어. 보통 차보다 더 비싼 거야.”
그러면서 그는 이 바이크가 혼다 신제품이고, 다른 싸구려들과 어떻게 다른지 침 까지 튀겨가며 설명을 했다. 물론 우진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오토바이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자 정수엄마가 이런 작은 꽃집을 운영하면서 아들에게 이런 고가의 오토바이를 덜컥 사 줄만큼 장사가 잘되는지 궁금했다.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너, 이것 때문에 오늘 학원 안 나온 거냐?”
“새끼, 그까짓 학원이 뭐가 중요 하냐? 대학이고 나발이고 인생 한방인데, 그 한방을 모르니까 평생 찌질하게 사는 거지.”
“뭐야? 앞으로 학원 안 나올 거야?”
“아니, 엄마 때문에 나가야 돼. 대학은 나오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그러더니 그가 은근슬쩍 다시 말했다.
“그 쌍둥이 누나들, 가끔 연락은 오냐?”
우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몰라, 서로 연락 안 해.”
“같이 좀 먹자니까 졸라 비싸게 구네. 난 세상에 그렇게 꼴리게 생긴 년들은 처음이라니까. 아직까지 생각만 해도 좆나게 꼴려.”
우진이 다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사이도 아니고, 친한 누나들이라니까. 너 자꾸 그런 말 하면, 나 화 낸다.”
“알았어. 알았어.”
정수가 급히 그를 달랬다.
그러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나도 누나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래. 순수하게 누나 동생 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냐? 그냥 폰 번호나 좀 가르쳐 주라.”
우진은 들은 척도 안했다.
정수가 다시 피식 웃었다.
“알았어, 새끼야. 너 우리엄마 먹고 싶지? 번호 가르쳐주면, 좆 한 번 입에 물리게 해 줄게.”
순간 우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뭐?”
“새끼, 못들은 척은, 너 좆 한번 빨게 해 준다고. 늙어서 보지는 헐렁하지만 입술하고 엉덩이는 쓸 만해. 44살에 그 정도면 졸라 예쁜 거야. 뭐, 그래도 쌍둥이 누나들 하고는 상대도 되지 않으니까 번호만 가르쳐 주면 사까시 시켜주고, 저번처럼 자리까지 만들어주면 똥구멍에 박게 해 줄게. 솔직히 말하지만 보지는 맛없어.”
우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순간 생각난 단어는 미친놈이었다.
두 번째 생각나 단어는 개새끼였고, 세 번째 생각난 단어는 <너도?>였다.
“왜 싫어?”
“..........,”
당연히 대답할 수 없었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세상에 모자근친이라는 것이 이렇게 흔한 것이었는지, 그가 그렇게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만큼 가치 없는 터부였는지, 아주 정신이 없었다.
덜컹-
그때 2층 문이 열리면서 정수 엄마가 계단을 통해서 밑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그녀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타이트한 정장이 무척 섹시했다.
그녀는 활짝 웃었다.
“오래 기다렸지? 우진이 너 진짜 옷 안 갈아입어도 돼? 정수 아직 안 입은 새 속옷도 있는데, 그 옷 입고 갔다가 내일 돌려줘도 돼.”
우진은 정수와 그녀를 똑바로 바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엄마를 범한 자신과 엄마까지 창녀 취급하는 정수가 오버랩 되면서 그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미칠 듯 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자지는 바짝 섰다.
“아......., 네. 수건이면 되요.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정수엄마에게 수건을 받아 든 그는 재빨리 얼굴과 머리를 닦았다.
이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빨리 도망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정수가 그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손을 쓱 내밀어 엄마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잡고 주물렀다. 마치 그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너도 만지고 싶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진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정수엄마 역시 크게 놀랐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다 우진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확인하더니, 냅다 몸을 돌려 정수의 뺨을 후려쳤다.
짝-
“나쁜 놈.”
정수의 머리가 휙 돌아갔다.
아들이 친구 앞에서 어미의 엉덩이를 만지며 희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물쭈물 뭔가 말을 하려던 그녀는 이내 부들부들 몸만 떨다가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정수가 땅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저것도 엄마라고 씨발, 인생 한방이라니까 말 좆나게 안 들어요. 언제까지 천원짜리 한 장에 부들부들 떨면서 구차하게 살 거야? 그렇게 고고한 척 살면, 사업 말아먹고 잠수 탄 아빠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는 거야? 어차피 썩을 몸뚱이, 열녀 나셨어. 쌍.”
“..........,”
멍하니 정수를 바라보던 우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계산대에 앉은 수지누나는 껌을 쩍쩍 씹으면서 여전히 컴퓨터 고도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이 집구석도 만만치 않구나.’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가정환경을 가졌다고 생각한 우진에게 오늘일은 뭔가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다.
동병상련.
물론, 정수는 아니었다.
정수엄마에게 뭔가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꼈다.
꽃바구니 하나를 집어든 그는 수지누나에게 계산을 하고, 중간에 백화점과 전자상가를 들려 몇 가지 물건을 더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거친 빗속에서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해 주었다.
“씻고 밥 먹을래?”
“응.”
그러다 그는 엄마가 오늘 뭔가 달라 보인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머리 새로 했어?”
은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오늘 미장원 갔어. 어려 보이게 해 달라고 했는데 보기 싫지? 엄마 꼴불견이지?”
우진이 빙긋 웃었다.
“아니, 진짜 섹시해서 숨 막혀.”
그러면서 등에 숨긴 꽃바구니를 짠- 하고 앞으로 내밀었다.
“어머, 또 사왔어?”
“뭐야? 별로 기뻐하는 표정이 아닌데?”
은주가 호호 웃었다.
“질질 짜야, 꼭 기뻐하는 거니? 엄마 너무 기쁘고 행복해. 고마워 진아.”
그러면서 그녀는 아들의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해 주었다. 상큼한 사과향기가 코끝에 스쳤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까지 하고 온 모양이었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아까 정수가 자기엄마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던 생각이 났다.
<너도 만지고 싶지?>
당연히 만지고 싶다.
정수엄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빵빵하고 탄력이 넘치는 엄마 엉덩이, 그 음탕한 엉덩이를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는 손을 밑으로 내려 강하게 엄마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엄마가 ‘흣’하며 그의 품에 안겨왔다.
그러다 그녀는 눈이 밑으로 깔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머......, 먼저 씻어.”
“왜? 몸에서 땀 냄새 나?”
“다 젖었잖아. 감기 들어. 우산이라도 사서 쓰고 오던지, 그 비를 다 맞은 거야?”
“그냥......,”
우진는 푸근한 엄마의 몸은 품에 안고 잠시 그 느낌을 즐기다가 욕실에 들어가 씻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털썩 앉는데 엄마가 안방에서 옷 몇 벌과 신발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그걸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나 공손하게 두 무릎을 모아 바닥에 꿇어앉았다. 열중쉬어 자세로 손은 뒤로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녀가 눈을 밑으로 깔고, 복사꽃처럼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이 미천한 암캐년이 오늘 저녁에 입을 옷을 골라주세요.”
“.........,”
대충 보니, 빨간색 비키니, 빨간색 부트슈츠, 빨간색 차이나드레스와 빨간색 킬힐이었다. 거만하게 소파에 등을 기댄 우진이 돌연 버럭 고함을 쳤다.
“다 늙은 년이, 빨간색은.......,”
“하아.......,”
엄마가 강한 충격을 받은 듯 엉덩이를 비틀면서 사타구니를 부르르 떨었다. 아들 앞에서 상대적으로 늙어 보이는 그녀의 외모는 숨기고 싶은 치부였고 따라서 그걸 지적하자 강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죄......, 죄송해요.”
우진이 12센티 킬힐을 앞에 휙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너 같이 아들 앞에서 씹물이나 질질 싸는 개 같은 년은 옷, 필요 없어. 다 벗고 신발이나 신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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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절대로 분량이 작은게 아니거든요.
조판 15페이지, 일반 메이저 연재싸이트, 2회 연재분량.
근데 소라에서는 왜 이렇게 짧아 보일까요?
호흡이 길어서 그러나?
고민이 되네요.
ㅠ.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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