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이 뽀얀 습기를 뿜어내며 타월로 젖가슴을 가리고 나왔다. 외국생활을 오래한 그녀의 몸매는 서구적으로 늘씬하면서도 볼륨감이 넘쳤다. 그녀에게 다가간 용우는 여인의 강한 체취를 느꼈다. 그녀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그가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샤워를 한다기보다는 되록이면 술기운을 없애려고 샤워기 꼭지를 입에 대고 수없이 물을 삼켰다가 뱉어냈다. 욕실을 나오던 그는 모든 등이 꺼지고 흐린 침대등불만이 켜진 룸 안의 광경에 주춤거렸다.
“음........!”
침대위에서 모포로 하반신만 모포로 덮은 미란이 용우에게 눈을 살짝 감으며 윙크를 했다. 농염한 젖가슴을 들어 내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다소 실망하였다.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수줍어하는 모습이기를 기대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상황이 어렵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만족했다. 그는 서둘지 않고 타월로 몸의 물기를 닦아낸 후 침대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하반신을 가렸던 모포를 젖히고 두 손을 벌렸다.
“나, 용우 씨가 보고 싶었어.”
“나도 미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
침대 등불에 들어난 그녀의 몸매는 비너스 같았다. 농익은 젖가슴과 둔부, 육감적인 허리와 둔부, 매끈하게 뻗은 다리 사이의 무성한 음모를 들어낸 그녀의 모습은 마치 유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용우는 반듯이 누워 팔을 벌리는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입술은 뜨거웠다. 그는 가볍게 키스를 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예전의 촉감과는 다르게 풍성한 젖가슴이었다.
“옛날처럼 뜨겁게 사랑해 줄게.”
“아! 용우 씨가 그리웠어.”
샤워를 했지만 미란에게서 알코올 냄새가 흘러 나왔다. 용우는 그녀가 취했다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렀기에 어색할 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혀와 혀가 엉키고 갈증을 풀어내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젖가슴과 허리, 그리고 허벅지 사이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기다렸던 그녀는 쉽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 용우 씨.........!”
“그래! 널 다시 갖고 싶었어.”
용우는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갈망하는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끝이 뱀의 혀처럼 그녀의 목덜미와 젖가슴, 그리고 허리를 지나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의 등과 머리를 끌어안으며 꿈틀거렸다. 그는 허리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성하게 자라난 음모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보지 입구를 혀로 핥았다. 그녀의 입에서 감탄하는 신음이 튀어 나왔다.
“하 이! 오! 굿, 러브 유........하 으........”
미란의 농익은 둔부가 들썩거렸다. 그녀의 보지에서 맑은 샘물이 흘러나왔다. 용우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혀를 밀어 넣는 순간 그녀가 눈동자를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허리를 들어 올린 그녀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보지 속을 넘나드는 혀끝이 너무나 뜨겁고 충격적이었다. 쾌감을 이기지 못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그녀가 습기로 젖은 목소리를 흘렸다.
“하 윽~! 오 마이 갓! 그, 그만 못 참겠어.”
“미란인 예민해졌구나.”
미란은 혼잣말처럼 흘리는 용우의 말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외국남자와 펠라치오를 했던 경험을 떠올린 그녀는 그를 밀어서 침대 위에 눕게 하였다. 그녀는 그의 하복부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허벅지 사이에 불끈 솟은 페니스를 움켜쥐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용우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자극적인 쾌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페니스의 귀두와 뿌리를 입속으로 넣기도 하고 혀로 핥았다.
“헉! 그, 그만 못 참겠어.”
상체를 벌떡 일으킨 용우가 다시 그녀를 눕혔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앵두 알 같이 발기한 그녀의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녀는 온 몽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정신이 혼미하도록 뜨거운 희열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남자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 올려다보았다. 뜨겁게 마주치는 시선! 그리고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내려다보는 미란의 표정은 간절했다.
미란은 더욱 열정적인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다.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바들바들 어깨가 떨리는 그녀를 바라본 용우는 입술처럼 갈라진 보지 구멍을 손가락으로 벌렸다. 그리고 불끈 솟은 페니스를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 윽! 아! 자기 것이 정말 좋아.”
“그동안 엔조이를 했다면서?”
“외국 애들 것은 크기는 하지만 힘이 없어. 아! 너무 좋아.”
미란의 적극적인 태도에 용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좌우로 헤집으면서 빼냈다가 다시 깊이 박아 넣었다. 그녀는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 주었던 남자의 페니스를 몸에 받아 드리고 환희에 젖었다. 그녀는 보지 깊숙이 페니스의 귀두에서 뿌리까지 가득 채우고 황홀한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그래. 더 깊이. 하 읍. 너무 좋아........”
“헛~! 미란인 너무 뜨거워........”
용우는 페니스로 가득채운 미란의 보지 속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것을 느꼈다. 페니스가 녹아 버릴 것 같은 충격에 그는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보지는 뜨겁고 깊었다.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의 마찰을 천천히 음미를 하려던 그녀는 허우적거렸다. 외국 남자와는 다르게 빳빳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보지 속의 살갗을 상처라도 낼 것처럼 마찰하는 감촉에 그녀는 감탄하고 있었다.
“오, 오! 자기야. 하 으. 사, 사랑해........”
“하 읍! 넌 아름다워........”
용우는 그녀의 보지 속을 산산조각 낼 기세로 힘을 주어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더욱 개방적으로 변한 그녀는 성적인 감정을 서슴없이 들어내며 신음을 흘렸다. 그가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으면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면서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하더니 규칙적인 박자로 지소되다가 급기야는 격정이 치솟아 질서와 정도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하 으, 하 아, 아 으. 아 핫..........”
“헉, 허 걱, 허 으. 헉........”
미란은 엑스터시를 느낄 때마다 많은 량의 샘물을 쏟아냈다. 비너스처럼 육감적인 그녀의 발가벗은 몸이 밀려 올라갔다가 늘어지기도 하고 상체를 일으키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드나들며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이 흥건하게 빠져 나와 질척거렸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동작은 빨라지고 키스는 격렬하고 열렬해졌다. 둘은 이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엉덩이를 당기며 외쳤다.
“조, 좋아. 하 앙. 더 빨리. 깊게........”
끈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시간동안의 성교였다. 용우는 페니스가 얼얼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러 번의 엑스터시 속으로 빠져들었던 그녀는 더 자극적인 절정을 갈구하며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더욱 강렬하게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받아 드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지경이어서 헐떡거렸다.
“허 억! 나, 나 사정할 것 같아..........”
“하 앙. 아 흥. 아, 안 돼. 조금만 더...........”
용우를 올려다보는 미란의 눈빛은 섹스에 도취되어 있었다. 유혹하듯이 눈을 흘긴 그녀가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를 눕힌 후 그의 허벅지를 깔고 앉았다. 그녀는 샘물로 적셔져 번들거리는 그의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는 페니스를 허벅지 사이에 찔러 넣고 둔부를 내리 눌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윽~!”
“하 윽. 미치겠어.......”
그들의 신음소리는 심장에서 터져 나오며 광란하는 몸짓을 했다. 그의 등을 잡은 그녀의 손톱이 할퀴듯이 살갗을 후벼 팠다. 그는 마지막 절정의 봉우리를 향해 치달으며 그녀의 보지 속을 페니스로 세차게 찌르고 헤집었다. 결국 오르가즘의 늪에 헐떡이든 그는 사지가 맥이 빠지듯 멈추었다.
“헉~!”
“하 윽! 자기야,”
여러 번의 엑스터시와 오르가즘의 회오리에 빠졌던 미란은 보지 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파르르 떨면서 매달렸다. 폭풍의 희열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가 젖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응답이라도 하듯이 머리를 시트 속에 파묻고 한줄기 흐느낌 같은 신음을 흘렸다. 정신이 혼미하도록 황홀했던 시간의 마지막 희열이었다.
용우가 그녀에게서 떨어져 눕고 미란은 꿈의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외국남자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황홀함이기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양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었다. 허벅지 사이에는 거품을 띤 붉은 액체, 성적인 희열에 감동하는 눈물이 입술처럼 벌려진 보지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용우는 성적인 욕구도 만족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일단은 순조롭게 출발 했다는 것에 흡족했다.
그러나 용우는 다음날, 너무 경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H신문지면에 그의 이름이 큰 활자로 찍혀 기사가 나와 있었다. 미란과 그가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사진으로 게재되어있었고 그녀가 외국 유학을 다녀온 새롬 필름의 조 성우 사장 딸이라는 기사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리고 최 상욱이 전처의 여동생이며 처제였던 민 소영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사도 나와 있었다.
용우는 자신도 몰랐던 상욱과 소영의 관계에 놀랐다. 그리고 용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면서도 자신의 기사가 나온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조 성우 사장도 그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조 사장이 자신의 딸이 기사화 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더욱 미란과의 혼인을 서두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용우는 미란과 혼인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그가 미란이 첫사랑이었고, 그녀를 이용해 조 사장의 지원을 받으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소희였다. 상욱은 자신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나왔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는 도리어 신문기사를 보고 놀랄 소희의 모습을 상상하며 통쾌하게 여겼다.
신문기사를 보고 민 소희는 충격을 받았다. 영화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렇게도 사랑한다고 하던 한 감독이 다른 여자와 호텔을 들어가는 사진을 보고 잠시 넋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로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화 제작에 실패한 그가 좌절감에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격을 받은 남자들은 이따금 이성을 잃고 마음에 없는 여자를 품는 경우가 있다.
소희의 한 용우에 대한 판단은 어쩌면 한 감독에게 마저 버림을 받을 수 없는 그녀의 자존심이었다. ‘그래! 술 탓 일거야! 그를 이해해야 돼!’ 소희는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그녀가 분노한 것은 전 남편인 상욱과 동생 소희에 대한 신문기사였다.
소희는 상욱과 소영에 관한 기사가 난 신문을 발기발기 찢어 휴지통에 처박았다. ‘개만도 못한 놈! 어떻게 소영 이를.......’ 그녀는 잠시도 견딜 수 없어 거실을 배회하였다. 자신의 과거와 몸을 헌신짝 버리듯이 팽개치고 어떻게 여동생을 농락할 수 있는지, 그녀로서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동생 소영을 원망하기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헤집던 남성으로 동생의 몸을 더럽혔을 상욱이 저주스러웠다.
소희는 불같이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해 위스키를 병체 들고 마셨다. 그녀는 상욱에게 보복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문득 언젠가 찬규를 통해 들었던 박 씨 집안의 비화가 떠올려졌다. 찬규와 상욱이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타격을 주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상욱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통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번 두 번 몇 번의 통화 끝에 상욱의 볼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웬일이야? 나한테 전화를 하고.”
“우리, 좀 만나!”
“푸 후~! 나, 그렇게 한가한 몸이 아냐.”
소희는 비아냥거리는 상욱의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머리끝으로 뻗칠 정도로 감정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악이 받친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가슴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인간도 아냐? 어떻게 소영 이를 건드릴 수 있어. 넌 짐승보다 못한 놈이야.”
“하하하........! 왜 이렇게 흥분하실까! 오해하는 모양인데, 난, 네 동생을 보살펴 주었을 뿐이야. 사랑 받고 싶어 했던 것도 네 동생이고. 바쁘니까, 그런 얘기라면 하고 싶지 않아.”
“그럼 네 아버지, 박 태환에게 강간당했던 여자가 버림받고 자살 했다는 과거를 언론에 밝힐까? 그래서 낳은 자식이 네 형 찬규라는 사실도.......”
“뭐라고........!?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소희의 예상대로 상욱은 몹시 놀라서 큰 소리로 되물었다. 흥분했던 소희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에 통쾌함을 느꼈다. 그녀는 그를 더욱 잔인하게 몰아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넌 네 애비하고 똑같아. 그래서 여자를 성적인 도구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거야. 더러운 인간!”
“말조심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벌려서 아버지를 더럽히지 마!”
“그러니까, 만나자는 거 아냐.”
“나 지금 스튜디오 건물 짓느라고 바빠. 만나고 싶으면 네가 와.”
상욱은 충격적인 소희의 말에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고 싶어 큰소리를 치지만 언론에 화제가 되어 그룹에 영향을 주거나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형 찬규 앞으로 등기된 여주 땅에 영화 제작소를 건립 중이었다. 소희는 건설 현장에 있는 그를 찾아 간다고 말하고 휴대폰을 소파위에 던졌다.
상욱과 소영의 루머를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된 박 태환은 아들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위에 혀를 찼다. 보고 있던 신문을 팽개친 그는 상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통화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욱이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상욱은 역정이 풀리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이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상욱이 전화를 받지 않자 박 태환은 찬규를 집으로 불러 들였다. 한 동안 작곡에만 열중하던 찬규는 동생 상욱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간만의 아버지 호출이 반갑지 않았지만 남한산성의 아버지 저택으로 찾아갔다. 왠지 싸늘해 보이는 아버지의 표정에 찬규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골프 연습을 하고 있던 박 태환이 그를 소파에 마주 앉히고 입맛을 다셨다.
“너, 신문기사 봤니?”
“요즘 바빠서요.”
“회사 일에도 참여 안하면서 뭐가 그렇게 바빠? 네 아우 좀 챙기려무나.”
“상욱이가 왜요?”
찬규는 동생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예감했다. 박 회장은 항상 작은 아들이 저지른 일을 큰 아들에게 마무리하게 시키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박 회장은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급하게 빨아 당겨 뻐끔거리며 연기를 뿜어냈다.
“상욱이 그놈이 처제였던 아이를 건드린 모양이다. 집안에 먹칠하는 짓을 했구나. 사돈이 될 이 건우 사장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음........! 그렇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수습이나 잘해야지요.”
“네가 신문사 찾아 가서 더 시끄럽지 않게 무마시켜라. 그 녀석은 전화도 안 받아. 그 녀석 만나서 나 대신 야단도 치고.”
“상욱이가 요즘 어디 있는데요?”
“네 앞으로 등기된 여주 땅에 영화 제작소를 건립한다기에 승낙을 해줬으니 그 녀석 급한 성격에 아마 그곳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
“여주 땅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찬규는 화가 치밀었다. 부동산에 집착하고 싶지 않지만 최소한 건축을 하기 전에 상의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상욱이 소희의 동생 소영을 건드렸다는 것을 단지 동생의 여자 편력이라고 외면하려던 그의 감정이 울컥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동생 찬규가 정신 차리도록 야단을 쳐야겠다고 판단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소희는 여주를 향해 승용차를 몰고 갔다. 상욱에게 분노를 터트려야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를 대해야 할지 그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치솟고 있었다. 철골이 앙상하게 뻗어있는 건축물의 공터에 차를 세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가건물로 세워진 사무실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인지 상욱 혼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넉살 좋은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헤죽헤죽 웃었다.
“오! 오래간만에 보니 몸매가 더 섹시해졌군. 한 용우가 잘해 주는 모양이지?”
“개 눈에는 똥 밖에 안 보인다고, 인간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하~! 인간이 별다른가! 결과적으로 성적으로 만족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떻게! 내 인생을 망치고 소영이 까지 건드려!? 개만도 못한 놈!”
“넌, 내 형님하고 보통 관계가 아니었다면서,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너 같은 놈이 뭘 안다고, 그렇게 말 해! 더러운 놈!”
얼굴이 벌겋게 된 소희가 상욱에게 침을 뱉었다. 그녀가 뱉어낸 침이 그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비웃음을 흘리던 그가 이맛살을 찡그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획 돌아간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창녀 같은 년! 어디다가 침을.......”
“뭐라고! 이 개 같은 놈이 누굴 때려!?”
뺨을 얻어맞고 화가치민 소희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눈앞이 캄캄하도록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얻어맞은 뺨에 손을 대고 앙칼지게 노려보는 그녀에게 조소를 흘린 상욱이 다시 소파에 앉으려고 돌아섰다. 그 순간 소희의 시야에 책상위에 놓인 연장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부리나케 소 지렛대를 집어 들어서 소파에 앉으려는 그를 내리쳤다.
“개 새끼! 죽어!”
“헉~!”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상욱이 비틀거렸다. 그는 타격당한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흘러내려 얼굴을 붉게 만들고 있었다. 너무도 예기치 않은 사태였다. 악에 받친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사무실 바닥에 팽개쳤다.
“이 년이 뵈는 것이 없나. 죽고 싶은 모양이군.”
“아 악~!”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허리를 붙들고 비명을 터트렸다. 상욱이 그녀를 걷어 찬 것이다. 분이 풀리지 않아 시근덕거리는 그가 그녀를 다시 잡아 일으켜서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을 가격당한 그녀는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쳐 쓰러졌다. 감정이 북받친 그녀는 차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소희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피를 뒤집어쓰고 다가오는 상욱의 눈빛은 악마의 눈동자였다. 그녀는 허리를 부둥켜안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일단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선혈이 낭자한 그가 악귀 같은 모습으로 그녀를 쫓아 나섰다.
“거기 안서? 죽고 싶지 않으면 거기 서.”
소희는 상욱의 고함 소리를 뒤로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그녀의 뜀박질은 빨랐다. 하지만 남자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철골이 앙상하게 뻗어 있는 건축 중인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미친 년! 네가 그곳으로 도망가면 어디로 갈 거야?”
소희도 상욱도 헐떡거리며 건축물 안을 뛰어 달렸다. 위층으로 올라가던 그녀는 뒤를 힐 끔 돌아보았다. 계단이 아니면 그녀가 전혀 도망 칠 곳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느긋하게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삼층까지 올라간 그녀는 쌓여 있는 철골 자재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철골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때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승용차가 가건물로 지어진 사무실 멈추어 섰다. 소희는 승용차에서 내려서는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면 상욱에게 발각 될 것이 염려되었다. 그녀는 우선 상욱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철제 빔 하나를 밑으로 밀어 떨어트렸다.
이층으로 올라가려던 상욱은 우당탕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 ‘어느새 밖으로 나갔지?’ 그는 오르던 계단을 다시 돌아 내려왔다. 소희를 놓칠 것 같아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터로 나갔으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스럽게 생각한 그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거대한 철재 빔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으 악~!”
“앗~!”
밑을 내려다보던 소희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녀가 올려다보는 상욱이 두려워서 엉겁결에 철제 더미를 밀어 버린 것이었다. 검은 괴물처럼 쏟아져 내린 철골 자재들이 상욱을 덮쳤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는 철제 더미 속에 파묻힌 상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란한 소리에 놀란 사람이 또 한명 있었다. 사무실 앞에 있던 남자가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건물 밑을 내려다보던 소희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했다. 이런 결과가 닥치리라 생각도 못한 그녀였다. 모든 삶과 꿈이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좌절감 속에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황급하게 철제더미에 깔린 상욱을 향해 달려 온 남자. 그는 아버지 박 태환의 부름을 받고 갔던 찬규였다. 그는 건축 현장에 도작하여 두리번거리던 그는 건축 중인 건물을 뛰어 다니는 소희와 상욱을 발견하였다. 그가 의아스럽게 생각하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당황한 그는 철제더미에 깔린 상욱을 꺼내기 위해 허둥거렸다.
그러나 무거운 철제들을 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를 하려갔던 현장 인부들이 돌아오고 연락을 받은 경찰과 구급차가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 구급차에 운반되어가는 소희와 상욱을 보고 찬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피투성이가 된 상욱의 모습, 그리고 의식을 잃은 소희의 처참한 모습에 그는 괴로워했다. 그는 동생 상욱과 소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악연이라고 생각했다.
응급실로 실려 간 상욱은 손 쓸 사이도 없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운명! 인간의 운명은 안개 속을 거니는 것과 같고 예측할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인간은 때로 무엇 때문에 살고 잇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의의는 욕망을 달성하려는 것이지만 운명은 그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의식을 회복한 소희는 상욱의 죽음에 대한 가해자로 지목되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현장에 있던 찬규도 유일한 현장 목격자로 경찰의 출두 통지서를 받았다. 소희는 모든 희망을 포기했지만 경찰의 심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충격에서 벗어난 그녀의 가슴에는 마지막까지도 삶을 포기 하고 싶지 않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소희는 자신이 밀어 낸 철제 더미에 깔려 상욱이 사망했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침묵을 지키던 소희는 몇 번의 거듭되는 경찰 심문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전 남편이 여동생 소영에게 가까워지는 것에 화가 나서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가 폭력이 무서워 도망쳤고, 그 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소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현장의 목격자인 찬규의 말이었다. 경찰에 출두한 찬규는 괴로웠다. 피해자는 어머니가 다른 형제이지만 혈육이고 가해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소희는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대질 심문에 나선 찬규는 가늘게 떨고 있는 소희의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형사가 조금은 억압적인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현장에는 무슨 일로 가셨습니까?”
“건축 중인 땅이 내 명의로 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상담을 하려고 갔습니다.”
"민 소희 씨가, 박 찬규 씨 동생, 그러니까, 전 남편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아뇨. 전혀........”
형사는 찬규와 소희를 힐끔 쳐다보며 컴퓨터 좌판을 두들겼다. 소희는 찬규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려워 그를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형사를 주시했다. 형사는 좌판을 두드려 조서를 작성하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형사는 소희를 가해 협의가 있는 방향으로 몰아 부치고 있었다.
“현장 검증으로 보면 우연한 사고로 보기는.........!? 민 소희 씨가 다투는 중에 감정이 북받쳐 전 남편이었던 박 상욱을 죽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까?”
“아녜요. 저는 그 사람의 폭력이 무서워서 도망치던 중이라 정신이 없었어요.”
소희는 또렷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듣고 있는 찬규는 여자가 꼬리 열 개 달린 여우라는 속담을 떠올렸다. 그가 현장에서 목격하기로는 그녀가 철제더미를 밀어 내리는 광경이었다. 살해협의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그녀의 모습이 가련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형사의 시선이 찬규를 향했다.
“어떻습니까? 현장을 목격 하신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철제 더미가 떨어지는 순간, 소희 씨는 이미 쓰러져 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철제더미가 스스로 무너졌다는 말인가요?”
“글쎄요. 그걸 내가 판단 할 수는 없습니다. 소희 씨가 쓰러지면서 철제 더미를 건드렸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내가 봤을 때 소희 씨는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망자의 시체검안을 통해 단서가 들어날 수도 있습니다. 박 찬규 씨의 말은 확실 합니까? 위증이라면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그대로 말씀 드린 것 입니다.”
되짚어 질문을 한 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희는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 번 찬규의 사랑을 뜨겁게 느꼈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배반하고 한 용우에게 집착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그것은 어쩌면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그녀의 발버둥이었다.
박 태환 회장은 아들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사건으로 그룹에 타격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박 상욱의 시체검안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사건은 우연한 사고로 종결지었다. 대명이라는 그룹의 힘이 은연중에 적응된 사건처리인지도 모른다. 한 동안 언어를 잃어버린 침묵 속에 생활하던 박 태환은 상욱의 시신을 인수받아 장례를 치렀다. 외부인을 배제한 가족들만의 조촐한 장례식에서 누구보다도 슬퍼 한 사람은 박 태환의 부인 임 정희 여사였다.
임 정희 여사가 뱃속에 품었던 아들은 상욱 하나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어 더욱 애잔하게 통곡을 했다. 선산에 아들 상욱을 묻으면서 그녀는 결국 실신하여 구급차에 실려 가고 말았다. 외부인이 없는 장례식이지만 신문들은 대영 그룹 후계자로 지목 되었던 박 상욱의 사망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사를 올렸다.
상욱의 사망으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풀려난 소희는 문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안에서만 맴돌았다. 그녀는 삶이라는 것이 욕구만큼도 이루어지기 힘든 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상욱의 장례식이 기사화된 신문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침실 문이 열리고 한 용우가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왔다.-----------
“음........!”
침대위에서 모포로 하반신만 모포로 덮은 미란이 용우에게 눈을 살짝 감으며 윙크를 했다. 농염한 젖가슴을 들어 내놓은 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다소 실망하였다.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수줍어하는 모습이기를 기대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상황이 어렵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만족했다. 그는 서둘지 않고 타월로 몸의 물기를 닦아낸 후 침대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하반신을 가렸던 모포를 젖히고 두 손을 벌렸다.
“나, 용우 씨가 보고 싶었어.”
“나도 미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
침대 등불에 들어난 그녀의 몸매는 비너스 같았다. 농익은 젖가슴과 둔부, 육감적인 허리와 둔부, 매끈하게 뻗은 다리 사이의 무성한 음모를 들어낸 그녀의 모습은 마치 유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용우는 반듯이 누워 팔을 벌리는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입술은 뜨거웠다. 그는 가볍게 키스를 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예전의 촉감과는 다르게 풍성한 젖가슴이었다.
“옛날처럼 뜨겁게 사랑해 줄게.”
“아! 용우 씨가 그리웠어.”
샤워를 했지만 미란에게서 알코올 냄새가 흘러 나왔다. 용우는 그녀가 취했다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렀기에 어색할 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혀와 혀가 엉키고 갈증을 풀어내듯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젖가슴과 허리, 그리고 허벅지 사이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기다렸던 그녀는 쉽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 용우 씨.........!”
“그래! 널 다시 갖고 싶었어.”
용우는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며 갈망하는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끝이 뱀의 혀처럼 그녀의 목덜미와 젖가슴, 그리고 허리를 지나 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의 등과 머리를 끌어안으며 꿈틀거렸다. 그는 허리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성하게 자라난 음모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보지 입구를 혀로 핥았다. 그녀의 입에서 감탄하는 신음이 튀어 나왔다.
“하 이! 오! 굿, 러브 유........하 으........”
미란의 농익은 둔부가 들썩거렸다. 그녀의 보지에서 맑은 샘물이 흘러나왔다. 용우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혀를 밀어 넣는 순간 그녀가 눈동자를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허리를 들어 올린 그녀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보지 속을 넘나드는 혀끝이 너무나 뜨겁고 충격적이었다. 쾌감을 이기지 못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그녀가 습기로 젖은 목소리를 흘렸다.
“하 윽~! 오 마이 갓! 그, 그만 못 참겠어.”
“미란인 예민해졌구나.”
미란은 혼잣말처럼 흘리는 용우의 말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외국남자와 펠라치오를 했던 경험을 떠올린 그녀는 그를 밀어서 침대 위에 눕게 하였다. 그녀는 그의 하복부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허벅지 사이에 불끈 솟은 페니스를 움켜쥐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용우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자극적인 쾌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페니스의 귀두와 뿌리를 입속으로 넣기도 하고 혀로 핥았다.
“헉! 그, 그만 못 참겠어.”
상체를 벌떡 일으킨 용우가 다시 그녀를 눕혔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앵두 알 같이 발기한 그녀의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그녀는 온 몽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정신이 혼미하도록 뜨거운 희열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남자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 올려다보았다. 뜨겁게 마주치는 시선! 그리고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내려다보는 미란의 표정은 간절했다.
미란은 더욱 열정적인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다.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바들바들 어깨가 떨리는 그녀를 바라본 용우는 입술처럼 갈라진 보지 구멍을 손가락으로 벌렸다. 그리고 불끈 솟은 페니스를 그녀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 윽! 아! 자기 것이 정말 좋아.”
“그동안 엔조이를 했다면서?”
“외국 애들 것은 크기는 하지만 힘이 없어. 아! 너무 좋아.”
미란의 적극적인 태도에 용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를 좌우로 헤집으면서 빼냈다가 다시 깊이 박아 넣었다. 그녀는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 주었던 남자의 페니스를 몸에 받아 드리고 환희에 젖었다. 그녀는 보지 깊숙이 페니스의 귀두에서 뿌리까지 가득 채우고 황홀한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그래. 더 깊이. 하 읍. 너무 좋아........”
“헛~! 미란인 너무 뜨거워........”
용우는 페니스로 가득채운 미란의 보지 속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것을 느꼈다. 페니스가 녹아 버릴 것 같은 충격에 그는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보지는 뜨겁고 깊었다.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의 마찰을 천천히 음미를 하려던 그녀는 허우적거렸다. 외국 남자와는 다르게 빳빳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보지 속의 살갗을 상처라도 낼 것처럼 마찰하는 감촉에 그녀는 감탄하고 있었다.
“오, 오! 자기야. 하 으. 사, 사랑해........”
“하 읍! 넌 아름다워........”
용우는 그녀의 보지 속을 산산조각 낼 기세로 힘을 주어 페니스를 박아 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더욱 개방적으로 변한 그녀는 성적인 감정을 서슴없이 들어내며 신음을 흘렸다. 그가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으면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면서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시작하더니 규칙적인 박자로 지소되다가 급기야는 격정이 치솟아 질서와 정도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하 으, 하 아, 아 으. 아 핫..........”
“헉, 허 걱, 허 으. 헉........”
미란은 엑스터시를 느낄 때마다 많은 량의 샘물을 쏟아냈다. 비너스처럼 육감적인 그녀의 발가벗은 몸이 밀려 올라갔다가 늘어지기도 하고 상체를 일으키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의 보지 속으로 페니스가 드나들며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이 흥건하게 빠져 나와 질척거렸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동작은 빨라지고 키스는 격렬하고 열렬해졌다. 둘은 이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엉덩이를 당기며 외쳤다.
“조, 좋아. 하 앙. 더 빨리. 깊게........”
끈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긴 시간동안의 성교였다. 용우는 페니스가 얼얼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러 번의 엑스터시 속으로 빠져들었던 그녀는 더 자극적인 절정을 갈구하며 허우적거렸다. 그녀는 그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더욱 강렬하게 보지 깊숙이 페니스를 받아 드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지경이어서 헐떡거렸다.
“허 억! 나, 나 사정할 것 같아..........”
“하 앙. 아 흥. 아, 안 돼. 조금만 더...........”
용우를 올려다보는 미란의 눈빛은 섹스에 도취되어 있었다. 유혹하듯이 눈을 흘긴 그녀가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를 눕힌 후 그의 허벅지를 깔고 앉았다. 그녀는 샘물로 적셔져 번들거리는 그의 페니스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는 페니스를 허벅지 사이에 찔러 넣고 둔부를 내리 눌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바람 빠지는 신음을 흘렸다.
“하 윽~!”
“하 윽. 미치겠어.......”
그들의 신음소리는 심장에서 터져 나오며 광란하는 몸짓을 했다. 그의 등을 잡은 그녀의 손톱이 할퀴듯이 살갗을 후벼 팠다. 그는 마지막 절정의 봉우리를 향해 치달으며 그녀의 보지 속을 페니스로 세차게 찌르고 헤집었다. 결국 오르가즘의 늪에 헐떡이든 그는 사지가 맥이 빠지듯 멈추었다.
“헉~!”
“하 윽! 자기야,”
여러 번의 엑스터시와 오르가즘의 회오리에 빠졌던 미란은 보지 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파르르 떨면서 매달렸다. 폭풍의 희열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가 젖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응답이라도 하듯이 머리를 시트 속에 파묻고 한줄기 흐느낌 같은 신음을 흘렸다. 정신이 혼미하도록 황홀했던 시간의 마지막 희열이었다.
용우가 그녀에게서 떨어져 눕고 미란은 꿈의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만큼 외국남자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황홀함이기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양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었다. 허벅지 사이에는 거품을 띤 붉은 액체, 성적인 희열에 감동하는 눈물이 입술처럼 벌려진 보지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용우는 성적인 욕구도 만족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일단은 순조롭게 출발 했다는 것에 흡족했다.
그러나 용우는 다음날, 너무 경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H신문지면에 그의 이름이 큰 활자로 찍혀 기사가 나와 있었다. 미란과 그가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사진으로 게재되어있었고 그녀가 외국 유학을 다녀온 새롬 필름의 조 성우 사장 딸이라는 기사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리고 최 상욱이 전처의 여동생이며 처제였던 민 소영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사도 나와 있었다.
용우는 자신도 몰랐던 상욱과 소영의 관계에 놀랐다. 그리고 용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면서도 자신의 기사가 나온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조 성우 사장도 그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조 사장이 자신의 딸이 기사화 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더욱 미란과의 혼인을 서두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용우는 미란과 혼인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그가 미란이 첫사랑이었고, 그녀를 이용해 조 사장의 지원을 받으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소희였다. 상욱은 자신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나왔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는 도리어 신문기사를 보고 놀랄 소희의 모습을 상상하며 통쾌하게 여겼다.
신문기사를 보고 민 소희는 충격을 받았다. 영화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렇게도 사랑한다고 하던 한 감독이 다른 여자와 호텔을 들어가는 사진을 보고 잠시 넋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로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화 제작에 실패한 그가 좌절감에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격을 받은 남자들은 이따금 이성을 잃고 마음에 없는 여자를 품는 경우가 있다.
소희의 한 용우에 대한 판단은 어쩌면 한 감독에게 마저 버림을 받을 수 없는 그녀의 자존심이었다. ‘그래! 술 탓 일거야! 그를 이해해야 돼!’ 소희는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그녀가 분노한 것은 전 남편인 상욱과 동생 소희에 대한 신문기사였다.
소희는 상욱과 소영에 관한 기사가 난 신문을 발기발기 찢어 휴지통에 처박았다. ‘개만도 못한 놈! 어떻게 소영 이를.......’ 그녀는 잠시도 견딜 수 없어 거실을 배회하였다. 자신의 과거와 몸을 헌신짝 버리듯이 팽개치고 어떻게 여동생을 농락할 수 있는지, 그녀로서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동생 소영을 원망하기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헤집던 남성으로 동생의 몸을 더럽혔을 상욱이 저주스러웠다.
소희는 불같이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해 위스키를 병체 들고 마셨다. 그녀는 상욱에게 보복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문득 언젠가 찬규를 통해 들었던 박 씨 집안의 비화가 떠올려졌다. 찬규와 상욱이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타격을 주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상욱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통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번 두 번 몇 번의 통화 끝에 상욱의 볼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웬일이야? 나한테 전화를 하고.”
“우리, 좀 만나!”
“푸 후~! 나, 그렇게 한가한 몸이 아냐.”
소희는 비아냥거리는 상욱의 말에 부아가 치밀었다. 그녀는 온 몸의 피가 머리끝으로 뻗칠 정도로 감정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악이 받친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가슴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인간도 아냐? 어떻게 소영 이를 건드릴 수 있어. 넌 짐승보다 못한 놈이야.”
“하하하........! 왜 이렇게 흥분하실까! 오해하는 모양인데, 난, 네 동생을 보살펴 주었을 뿐이야. 사랑 받고 싶어 했던 것도 네 동생이고. 바쁘니까, 그런 얘기라면 하고 싶지 않아.”
“그럼 네 아버지, 박 태환에게 강간당했던 여자가 버림받고 자살 했다는 과거를 언론에 밝힐까? 그래서 낳은 자식이 네 형 찬규라는 사실도.......”
“뭐라고........!? 네가 어떻게 그걸 알아?”
소희의 예상대로 상욱은 몹시 놀라서 큰 소리로 되물었다. 흥분했던 소희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에 통쾌함을 느꼈다. 그녀는 그를 더욱 잔인하게 몰아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넌 네 애비하고 똑같아. 그래서 여자를 성적인 도구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거야. 더러운 인간!”
“말조심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벌려서 아버지를 더럽히지 마!”
“그러니까, 만나자는 거 아냐.”
“나 지금 스튜디오 건물 짓느라고 바빠. 만나고 싶으면 네가 와.”
상욱은 충격적인 소희의 말에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고 싶어 큰소리를 치지만 언론에 화제가 되어 그룹에 영향을 주거나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형 찬규 앞으로 등기된 여주 땅에 영화 제작소를 건립 중이었다. 소희는 건설 현장에 있는 그를 찾아 간다고 말하고 휴대폰을 소파위에 던졌다.
상욱과 소영의 루머를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된 박 태환은 아들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위에 혀를 찼다. 보고 있던 신문을 팽개친 그는 상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통화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욱이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상욱은 역정이 풀리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이 아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상욱이 전화를 받지 않자 박 태환은 찬규를 집으로 불러 들였다. 한 동안 작곡에만 열중하던 찬규는 동생 상욱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간만의 아버지 호출이 반갑지 않았지만 남한산성의 아버지 저택으로 찾아갔다. 왠지 싸늘해 보이는 아버지의 표정에 찬규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골프 연습을 하고 있던 박 태환이 그를 소파에 마주 앉히고 입맛을 다셨다.
“너, 신문기사 봤니?”
“요즘 바빠서요.”
“회사 일에도 참여 안하면서 뭐가 그렇게 바빠? 네 아우 좀 챙기려무나.”
“상욱이가 왜요?”
찬규는 동생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예감했다. 박 회장은 항상 작은 아들이 저지른 일을 큰 아들에게 마무리하게 시키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박 회장은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급하게 빨아 당겨 뻐끔거리며 연기를 뿜어냈다.
“상욱이 그놈이 처제였던 아이를 건드린 모양이다. 집안에 먹칠하는 짓을 했구나. 사돈이 될 이 건우 사장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음........! 그렇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수습이나 잘해야지요.”
“네가 신문사 찾아 가서 더 시끄럽지 않게 무마시켜라. 그 녀석은 전화도 안 받아. 그 녀석 만나서 나 대신 야단도 치고.”
“상욱이가 요즘 어디 있는데요?”
“네 앞으로 등기된 여주 땅에 영화 제작소를 건립한다기에 승낙을 해줬으니 그 녀석 급한 성격에 아마 그곳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
“여주 땅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찬규는 화가 치밀었다. 부동산에 집착하고 싶지 않지만 최소한 건축을 하기 전에 상의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상욱이 소희의 동생 소영을 건드렸다는 것을 단지 동생의 여자 편력이라고 외면하려던 그의 감정이 울컥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동생 찬규가 정신 차리도록 야단을 쳐야겠다고 판단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소희는 여주를 향해 승용차를 몰고 갔다. 상욱에게 분노를 터트려야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를 대해야 할지 그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치솟고 있었다. 철골이 앙상하게 뻗어있는 건축물의 공터에 차를 세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가건물로 세워진 사무실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인지 상욱 혼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넉살 좋은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헤죽헤죽 웃었다.
“오! 오래간만에 보니 몸매가 더 섹시해졌군. 한 용우가 잘해 주는 모양이지?”
“개 눈에는 똥 밖에 안 보인다고, 인간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하~! 인간이 별다른가! 결과적으로 성적으로 만족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아닌가.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떻게! 내 인생을 망치고 소영이 까지 건드려!? 개만도 못한 놈!”
“넌, 내 형님하고 보통 관계가 아니었다면서,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너 같은 놈이 뭘 안다고, 그렇게 말 해! 더러운 놈!”
얼굴이 벌겋게 된 소희가 상욱에게 침을 뱉었다. 그녀가 뱉어낸 침이 그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비웃음을 흘리던 그가 이맛살을 찡그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획 돌아간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창녀 같은 년! 어디다가 침을.......”
“뭐라고! 이 개 같은 놈이 누굴 때려!?”
뺨을 얻어맞고 화가치민 소희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눈앞이 캄캄하도록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얻어맞은 뺨에 손을 대고 앙칼지게 노려보는 그녀에게 조소를 흘린 상욱이 다시 소파에 앉으려고 돌아섰다. 그 순간 소희의 시야에 책상위에 놓인 연장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부리나케 소 지렛대를 집어 들어서 소파에 앉으려는 그를 내리쳤다.
“개 새끼! 죽어!”
“헉~!”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상욱이 비틀거렸다. 그는 타격당한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흘러내려 얼굴을 붉게 만들고 있었다. 너무도 예기치 않은 사태였다. 악에 받친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사무실 바닥에 팽개쳤다.
“이 년이 뵈는 것이 없나. 죽고 싶은 모양이군.”
“아 악~!”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허리를 붙들고 비명을 터트렸다. 상욱이 그녀를 걷어 찬 것이다. 분이 풀리지 않아 시근덕거리는 그가 그녀를 다시 잡아 일으켜서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을 가격당한 그녀는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쳐 쓰러졌다. 감정이 북받친 그녀는 차마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소희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피를 뒤집어쓰고 다가오는 상욱의 눈빛은 악마의 눈동자였다. 그녀는 허리를 부둥켜안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일단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선혈이 낭자한 그가 악귀 같은 모습으로 그녀를 쫓아 나섰다.
“거기 안서? 죽고 싶지 않으면 거기 서.”
소희는 상욱의 고함 소리를 뒤로하고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 그녀의 뜀박질은 빨랐다. 하지만 남자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철골이 앙상하게 뻗어 있는 건축 중인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미친 년! 네가 그곳으로 도망가면 어디로 갈 거야?”
소희도 상욱도 헐떡거리며 건축물 안을 뛰어 달렸다. 위층으로 올라가던 그녀는 뒤를 힐 끔 돌아보았다. 계단이 아니면 그녀가 전혀 도망 칠 곳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느긋하게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삼층까지 올라간 그녀는 쌓여 있는 철골 자재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철골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때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승용차가 가건물로 지어진 사무실 멈추어 섰다. 소희는 승용차에서 내려서는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면 상욱에게 발각 될 것이 염려되었다. 그녀는 우선 상욱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철제 빔 하나를 밑으로 밀어 떨어트렸다.
이층으로 올라가려던 상욱은 우당탕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 ‘어느새 밖으로 나갔지?’ 그는 오르던 계단을 다시 돌아 내려왔다. 소희를 놓칠 것 같아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터로 나갔으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스럽게 생각한 그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거대한 철재 빔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으 악~!”
“앗~!”
밑을 내려다보던 소희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녀가 올려다보는 상욱이 두려워서 엉겁결에 철제 더미를 밀어 버린 것이었다. 검은 괴물처럼 쏟아져 내린 철골 자재들이 상욱을 덮쳤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는 철제 더미 속에 파묻힌 상욱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란한 소리에 놀란 사람이 또 한명 있었다. 사무실 앞에 있던 남자가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건물 밑을 내려다보던 소희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했다. 이런 결과가 닥치리라 생각도 못한 그녀였다. 모든 삶과 꿈이 허망하게 사라진다는 좌절감 속에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황급하게 철제더미에 깔린 상욱을 향해 달려 온 남자. 그는 아버지 박 태환의 부름을 받고 갔던 찬규였다. 그는 건축 현장에 도작하여 두리번거리던 그는 건축 중인 건물을 뛰어 다니는 소희와 상욱을 발견하였다. 그가 의아스럽게 생각하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당황한 그는 철제더미에 깔린 상욱을 꺼내기 위해 허둥거렸다.
그러나 무거운 철제들을 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식사를 하려갔던 현장 인부들이 돌아오고 연락을 받은 경찰과 구급차가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 구급차에 운반되어가는 소희와 상욱을 보고 찬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피투성이가 된 상욱의 모습, 그리고 의식을 잃은 소희의 처참한 모습에 그는 괴로워했다. 그는 동생 상욱과 소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악연이라고 생각했다.
응급실로 실려 간 상욱은 손 쓸 사이도 없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운명! 인간의 운명은 안개 속을 거니는 것과 같고 예측할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인간은 때로 무엇 때문에 살고 잇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의의는 욕망을 달성하려는 것이지만 운명은 그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의식을 회복한 소희는 상욱의 죽음에 대한 가해자로 지목되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현장에 있던 찬규도 유일한 현장 목격자로 경찰의 출두 통지서를 받았다. 소희는 모든 희망을 포기했지만 경찰의 심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충격에서 벗어난 그녀의 가슴에는 마지막까지도 삶을 포기 하고 싶지 않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소희는 자신이 밀어 낸 철제 더미에 깔려 상욱이 사망했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침묵을 지키던 소희는 몇 번의 거듭되는 경찰 심문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전 남편이 여동생 소영에게 가까워지는 것에 화가 나서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가 폭력이 무서워 도망쳤고, 그 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소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현장의 목격자인 찬규의 말이었다. 경찰에 출두한 찬규는 괴로웠다. 피해자는 어머니가 다른 형제이지만 혈육이고 가해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소희는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대질 심문에 나선 찬규는 가늘게 떨고 있는 소희의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형사가 조금은 억압적인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현장에는 무슨 일로 가셨습니까?”
“건축 중인 땅이 내 명의로 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상담을 하려고 갔습니다.”
"민 소희 씨가, 박 찬규 씨 동생, 그러니까, 전 남편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아뇨. 전혀........”
형사는 찬규와 소희를 힐끔 쳐다보며 컴퓨터 좌판을 두들겼다. 소희는 찬규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두려워 그를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형사를 주시했다. 형사는 좌판을 두드려 조서를 작성하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형사는 소희를 가해 협의가 있는 방향으로 몰아 부치고 있었다.
“현장 검증으로 보면 우연한 사고로 보기는.........!? 민 소희 씨가 다투는 중에 감정이 북받쳐 전 남편이었던 박 상욱을 죽이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까?”
“아녜요. 저는 그 사람의 폭력이 무서워서 도망치던 중이라 정신이 없었어요.”
소희는 또렷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듣고 있는 찬규는 여자가 꼬리 열 개 달린 여우라는 속담을 떠올렸다. 그가 현장에서 목격하기로는 그녀가 철제더미를 밀어 내리는 광경이었다. 살해협의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그녀의 모습이 가련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형사의 시선이 찬규를 향했다.
“어떻습니까? 현장을 목격 하신 줄 아는데.”
“내가 보기에는 철제 더미가 떨어지는 순간, 소희 씨는 이미 쓰러져 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철제더미가 스스로 무너졌다는 말인가요?”
“글쎄요. 그걸 내가 판단 할 수는 없습니다. 소희 씨가 쓰러지면서 철제 더미를 건드렸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내가 봤을 때 소희 씨는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망자의 시체검안을 통해 단서가 들어날 수도 있습니다. 박 찬규 씨의 말은 확실 합니까? 위증이라면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그대로 말씀 드린 것 입니다.”
되짚어 질문을 한 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희는 소리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 번 찬규의 사랑을 뜨겁게 느꼈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배반하고 한 용우에게 집착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그것은 어쩌면 과거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그녀의 발버둥이었다.
박 태환 회장은 아들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사건으로 그룹에 타격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박 상욱의 시체검안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사건은 우연한 사고로 종결지었다. 대명이라는 그룹의 힘이 은연중에 적응된 사건처리인지도 모른다. 한 동안 언어를 잃어버린 침묵 속에 생활하던 박 태환은 상욱의 시신을 인수받아 장례를 치렀다. 외부인을 배제한 가족들만의 조촐한 장례식에서 누구보다도 슬퍼 한 사람은 박 태환의 부인 임 정희 여사였다.
임 정희 여사가 뱃속에 품었던 아들은 상욱 하나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어 더욱 애잔하게 통곡을 했다. 선산에 아들 상욱을 묻으면서 그녀는 결국 실신하여 구급차에 실려 가고 말았다. 외부인이 없는 장례식이지만 신문들은 대영 그룹 후계자로 지목 되었던 박 상욱의 사망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사를 올렸다.
상욱의 사망으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풀려난 소희는 문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안에서만 맴돌았다. 그녀는 삶이라는 것이 욕구만큼도 이루어지기 힘든 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상욱의 장례식이 기사화된 신문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침실 문이 열리고 한 용우가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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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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