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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22 900회 0건
다른 몸

Written by 검은나비


"...어?"

언제나처럼 밝은 햇살이 내리비추는 아침이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는 내 몸은 뭔가 묘하게 이상하다.
마치... 균형 감각이 조금 어긋난 것 같달까?
살짝 휘청이며 가볍게 벽을 짚고서는 무심코 벽을 들여다보았다.

".....?"

거울에는, 낯선 여자의 얼굴이 비추고 있다.

찌잉―

순간, 머릿속이 울리며 아찔한 현기증이 몰아닥쳤다.
고개를 흔들어 머리를 울리는 여운을 털어낸 뒤 다시 거울을 보자, 굉장히 낯익은 얼굴이다.
그래, "나"의 누나― 은서의 얼굴이다.
왜 아까는 눈치 채지 못한 거지?
잠이 덜 깬 탓이었을까... 잠시 알 수 없는 고민을 하다 다시 거울을 보았다.
역시, 누나의 얼굴이다. 이것은 꿈일까...?

주욱―

"아!"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며 볼을 잡아당겨 보았지만, 절로 신음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꿈이... 아니야?"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거울을 쓰다듬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나의 눈에 비추는 것은 오직 여자의 얼굴― "은서"일 뿐.
잠시 고민을 하며 머리를 갸웃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꿈도 아니고, 무슨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긴단 말인가? 이것도 별로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상식적인 경우라면 몸이 바뀌었다― 일 것 같다.
하지만, 딱히 계단을 같이 구르거나 무슨 소원을 빈 일도 없는데...
나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 아직도 어색한 몸은 자꾸만 휘청거렸지만 "나"의 방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볍게 방문을 열자 "나"가 보였다. 아직 자고 있는 건가?

"흐으응... 누구...?"

아, 깨어난 모양이다. 문을 여는 바람에 깬 건가?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내 사정이 급했다.

"너... 누구야?"
"하아....?"

일단 떠오르는 대로 내뱉었지만, "나"는 굉장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이 덜 깬 것일까?
설마 몸이 바뀐 것을 아직 눈치 채지 못했다던가...?

"무슨 헛소리야. 아침부터 술 마셨어? 댁 동생이잖아."
"....어?"

어라? 의외의 대답이다.
몸이 바뀐 게 아니었던가? 당연히 내가 누나의 몸을 차지했다면, "나"는 누나가 차지하는 게 맞지 않은가?
내가 당황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묻었다.

"나 오늘 스케줄 없으니까, 깨우지 마아...."
"으, 응..."

주춤주춤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이제 조금씩 적응되는 이 몸을 빠르게 놀려 내 방, 아니 누나의 방에 황급히 들어가 문을 잠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몸이 바뀐 것이 아니었어? "나"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체 누구야? 그리고... 누나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혼란스럽다.
아무것도 알수 없을 듯한 기분이다.
마치 풀리지 않는 미궁에 빠진 듯,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의 안개 속에 빠진 것만 같다.
하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숨을 내쉬며 아까 본 거울에 기대듯 몸을 지탱하며 다시 거울을 쳐다보았다.
역시, 보이는 것은 검은 긴 생머리에 왼쪽 볼에 난 작은 점이 인상적인 미녀의 모습이다. 남자의 모습 따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만약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글쎄, 이건 이것 나름대로...

"좋을지도...?"

딱히 여자에 대한 편견 따윈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 소원이 이렇게 이루어진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다.
잠깐. 내가 이렇게나 낙천적인 사람이었던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분명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을 것인데... 이렇게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아아, 머리아파. 고민해 봤자 해결은 나지 않아...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심코 반쯤 풀어헤쳐진 잠옷에 눈이 가 닿았다.
분명, 여자가 된다면 하고 싶던 일이....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조금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짚어 보았다. 뭉클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슴을 주무르자, 왠지 뜨거운 느낌이 가슴으로부터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아, 이게 여자의 느낌인가...? 왠지 중독될 듯한 느낌이다. 어느새 나는 잠옷 상의를 완전히 벗어젖힌 체 양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거... 기분 좋아.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 안에는 손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을 각각 손에 쥐고 문지르는 미녀가 있었다. 누나도 이런 일을 했을까...?
손끝에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 유두가 걸렸다.
조금 긴장감어린 손으로 유두를 꼬집어보았다.

"하앙!"

아! 순간 뭔가 짜릿한 번개라도 친 듯한 느낌이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 버려서 순간 누가 들어오지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다 보았다. 미련하긴, 우리 집의 방음은 잘 되는걸 알면서도.
한동안 가슴을 만지자 온 몸이 뜨거운 물로 목욕이라도 한 듯 달아올라 버렸다.
왠지 자꾸만 입에서 가쁜 숨이 내뱉어지고, 땀이 났다.
그리고 다리 사이가 자꾸만 간지러운 듯한, 뭔가로 긁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이건 여자의 느낌인 모양이다. 남자였을 땐 흥분하면 단단해지고 밖으로 나가고만 싶었는데, 여자는 반대라서인지 자극이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 생소한 느낌에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천천히 손을 내렸다.

스륵...

"아..."

잠옷 바지조차 내려가고, 거울에 하얀 나신이 전부 드러났다.
거울에 비친 것은 얼굴은 조금 발그스레해졌지만 전체적으로 희고 잡티하나 없는 고운 나신이다. 누나의 몸이 이랬던가...? 확실히, 본 기억은 없지만... 뭔가 어색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다리 사이는 이미 확실하게 물기를 띄고 있다. 살짝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도 든다.
살짝,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하윽!"

쿵!

"아야..."

아, 정말 깜짝 놀랐다. 손톱이 질 위에 조그맣게 난 돌기, 클리토리스라고 하던가? 거기에 살짝 스쳤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아 버렸다.
대체 이렇게 민감한 몸을 가지고 여자들은 어떻게 살지...?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잠시 후 엉덩이에 통증이 가시자 다시금 손을 다리 사이로 뻗어 보았다.

"읏..."

절로 신음이 새어 나온다. 과연, 괜히 여자들이 신음성을 내는 것은 아닌가 보다.
남자들이 억지로 신음을 내기 어렵듯 여자도 신음을 참기 어려운 모양이다. 으응, 이것도 쌤쌤이라고 할 수 있나?
그리고 확실히 내가 여자가 되고 싶었던 생각은 틀린 게 아닌 모양이다. 아주 조금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남자로서 느끼던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 하아... 뜨거워...

"하으응... 으응... 응..."

점점 손가락이 질 안으로 꾸물꾸물 기어 들어간다. 이미 몸은 도저히 앉아있을수도 없는 상태라, 바닥에 누운 채 움찔댈 뿐이다.
손가락에 푹 젖어 미끌대는 애액과 함께 이리저리 주름진 질이 만져진다. 그 하나하나를 만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튄다.
하아, 기분좋아아... 겨우 손가락 하나를 넣었을 뿐인데 이렇게 좋다니...
어디, 하나 더.... 하나... 더...

"흐으으...!"

손가락 네 개가 들어가자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듬과 함께 조금 아파왔다.
아니, 처음에도 조금 아픈 듯 하긴 했지만 이제는 슬쩍 고개를 내려다보니 보지가 쫘악 벌려진 게 보인다. 아무래도 누나의 보지는 꽤 작은 편인 모양이다.
천천히,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아...! 좋아...!
여자의 쾌감은 늪처럼 빠져들고 중불처럼 달아오른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천천히 올라가면서 느껴지는 쾌감은 마치 허공에 둥둥 떠오르는 듯 하다.
겨우 네 개의 손가락을 움직였을 뿐인데 이렇다니... 뭔가 부럽고 짜증난다.
뭐, 그래도 지금은 내 몸이니까...
조금씩 손을 빨리 움직여 보았다. 온몸이 움찔거리고 경직되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지만, 손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점점 더 쾌감의 파도가 몰아닥치면서 머리가 하얗게 되어가는 듯하다.
아, 잠깐... 이거 정말로....!

"하, 하아아아앙!!!!"

아아아―!!
눈앞이 깜빡이며 세상이 거세게 일렁인다.
이, 이것이 절정이라는 것인가...? 왜 여자들이 조교니 뭐니 하는 것에 당하는 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이런 거, 한번 알게 되면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세상에 이런 게 다 있다니... 다시금 여자들이 부러워졌다.
후훗, 언제 다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즐겨 보는 거다.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나는 여자의 몸을 즐기리... 조금 이상한가?

"하아, 하아, 하아..."

한번 달한 것으로 체력이 상당히 소진된 것인지, 가쁜 숨을 계속해서 몰아쉰다.
누나는 별로 운동을 좋아하지 않은 것인가... 응.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는 아까의 것이 너무 좋았다.
조금만 더, 해볼까....

"하으으...!"

...
..
.

딸깍

"...하아."

이제야 일어난 "나"와 함께 점심을 먹고 방 안에 돌아와 누웠다.
몇 시간 만에 이 몸과 방에도 상당히 적응한 느낌이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건 이런 의미일까나...
그런데, 왠지 기억이 조금 흐릿한 느낌이 든다.
역시 이 몸에 새겨진 기억이 아니라 그런가...? 기억은 뇌에 저장된다는데, 그럼 내가 지닌 "나"의 기억은 대체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거지...
영혼이란 곳에 저장되어 있는 곳일까? 그렇다면 저 "나"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나 중 대체 누가 진짜 영혼을...
아아, 모르겠다. 반반씩 나눠 가지기라도 한 건가...
그런데 왠지, 누나에 대한 기억은 특히 흐릿한 느낌이 든다.
마치... 수면에 비친 그림자 같은 기분...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만 같다. 이름과 나이, 성격 등등 모조리 기억나지만... 뭔가 흐릿하다.
하아, 나 정말 왜 이러지...

"...난, 누구지?"

입 밖에 소리 내어 말해본다.
나는 누굴까? 나는 "나"인가, 은서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그 전에 이 상황부터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작게 한숨을 내뱉고서는 다시 손을 다리 사이로 뻗는다.
어차피 모를 거, 조금 즐기기나 해 볼까...

"하으응...!"

-------------------------

작년 8월쯤에 썼던 단편소설입니다. 상, 하 두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다른 사이트에서 올린 적은 있지만 소라넷에는 처음 연재하는 거네요. 주로 단편이나 중편 위주로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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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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