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三 章: 검은 늪
내 몸을 뒤덮는 타르─. 그것은 혈육으로 이어진 동생을 범했다는 죄를 증명하듯이, 나를 속박하고 있었다. 그 검고 끈적끈적한 업보가 내 육신 전체를 뒤덮는다. 영혼까지 더럽혀져서 그 질척거리는 나락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애처롭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벗어나게 해줘……
─안돼.
─왜……?
─내꺼니까. 절대로. 남에게는 줄 수 없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히히힛. 알겠지?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줘. 그대로…… 영원히…….
나는 개다. 튼튼한 와이어 개줄이 내 목을 감싸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발버둥칠수록 내 목에 피가 흐른다. 격렬하게 벗어나려 해도. 욕지거리와 저주의 말들을 퍼부어도. 눈물을 흘려봐도. 소용없다. 괴로운 것은 나였다. 피는 달게 마시며 욕설과 저주에도 황홀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눈물은 병에 담아 보관한다.
더 이상의 집착은 한계가 없었다. 나는 심연으로 떨어졌다. 비록 그 원인은 내 근처에 있다. 그 존재는 어디에서나 날 바라보고, 날 지배하려고만 한다. 자신의 품에만 넣고 싶어한다.
내가 단 하루라도 없으면 미쳐버리려 한다. 아니, 그 이전에 미쳤다.
나 또한 미쳤고, 너 또한 미쳤다. 이 집 자체가 미쳤으리라.
그렇게…… 모든 것이 미쳤다.
“……윽.”
깜빡 잠이 들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무심코 잠이 들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벽에 있는 앙증맞은 개구리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시간이 11시였다.
“…….”
악몽. 지독하게 날 집어삼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거미처럼 나는 거미줄에 속박된 먹이. 그녀와 나의 관계는 그렇게 성립─. 끔찍한 일이었다.
「근친상간」
가까운 친척끼리의 성관계, 즉 너무 가까운 혈연관계이므로 법적으로도 금지된 이른바 친족간의 성관계.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관계를 동생과 위태로이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생이 임신했다고 가정했을때 대책도 안선다.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동생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만약, 네가 임신한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할거야?
─낳을거야.
─……뭐?
─오빠랑 나 사이에서 나온 아이잖아? 후훗, 반드시 예쁘게 키울거야.
─주위의 시선은?
─그런걸 신경써? 히힛. 거슬린다면 모조리 죽일거야. 반드시.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오빠와 어떻게든, 어떤 관계에서라도 오빠와 이어지고 싶거든.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지? 그치? 그치? 그치?!
광기에 휩싸인 동생과의 대화는 말이 통하질 않았다. 오로지 집착과 공포. 그 전율에 휩싸여, 더 이상 말을 이을 자신이 없었다. 늪…… 그래. 이 상황은 늪과도 같았다. 발버둥칠수록 더 심연으로 빠져드는 늪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타르타로스─ 심연의 지옥같았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빛 한 줄기만 등장한다 하더라도, 그 빛줄기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것이 나약한 인간의 심리다. 실낱같은 희망에도 목숨거는 인간은 나약한 짐승이다. 그러나 그러한 심연에서 빛 줄기 하나도 없이, 그저 점점 자신을 옥죄어오는 절망만이 있다면, 인간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하아…….”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물기가 가득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할까? 평생? 게다가 이러한 위태로운 생활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런 상상은 하기만 해도 끔찍했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는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팽팽한 줄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한낱 한시가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렇게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욕실 커튼이 슬며시 걷혔다.
“뭐해? 오빠?”
“으에엣?!”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꽤 욕조가 넓은 편이라, 물이 사방으로 요동치면서 튀기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동생은 베시시 웃으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아래 쪽을 가렸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이게?”
“응? 같이 목욕하려고.”
뭐라고라? 너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냐? 나는 안색을 하얗게 물들이면서, 황급히 답했다.
“아, 아! 나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 미안. 금방 나갈게!”
그러자 대번에 동생은 표정을 굳히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가만히 있어. 나 지금 들어갈거니까.”
“에? 에?! 이게 무슨 소리야……”
첨벙─!!
물이 사방으로 튀겼다. 욕조에 담긴 물은 꽤 뜨거운 물이었기에, 나는 질끈 눈을 감고야 말았다.
“아우우…… 뜨겁다아…….”
이내 천천히 눈을 뜨려던 차에, 뭔가 몽실몽실한 것이 내 몸에 안겨들었다. 그 부드러운 느낌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로즈마리 향에 정신이 아찔했다. 서서히 뜨이는 내 시야에는 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세윤이가 있었다.
“후후, 이렇게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좋다아~”
찰방찰방 손으로 물을 튀기면서, 이렇게 밝게 웃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보통의 소녀같다. ……뭐 그녀의 외모로 보자면, 평범함의 범주는 이미 벗어났다. 어째서 이런 녀석이 나에게 집착하는 지는 미지수다. 나 스스로 나만의 매력이나 장점을 찾아보려 애써도 없다. 그저 이유없는 집착일까?
그렇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나락에서. 그것이 내게는 한줄기 빛이었다.
……다만 부담이 되는 사실이라면, 이제 성인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남매가 살을 맞대고 나신으로 이렇게 있다는 것이다.
돌연 동생은 몸을 빙글 돌리더니,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고운 손가락으로 내 턱을 받쳤다.
“……헤헤헤.”
맑은 눈동자.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다. 철저한 이면 뒤에는 파괴와 광기의 모습이…… 피에 물든 가면같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동생의 모습에 깜빡 속아 넘어가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때때로 동생의 모습이 헷갈리기도 한다지만. 오랜 시간 그녀와 함께해 온 나이니까. 그 지옥같은 시간들을 같이해온 나니까. 오빠니까. 몸을 섞은 사이니까. 저주스러운 끈으로 연결된 나니까. 벗어나고자 발버둥쳐봤자, 거미줄 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벌레에 불과한 나니까. ……이 굴레에 속박된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끝을 향해, 최악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나니까. 마치…… 불나방처럼 어리석게 그 아름다운 불빛에 현혹되어 나 스스로를 불사지르는 나니까.
할짝.
“으읏…….”
내 목을 미끈하게 핥아내리는 동생의 혀에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아기 고양이처럼 간질이듯이 나를 애태우는 그녀의 행동에 동생의 어깨를 잡고, 슬쩍 밀어냈다. 그러나 내 팔을 뿌리치고, 갑자기 내게 입을 맞춰오는 동생.
“으붑?! ?, 으읏……”
혀가 뱀같이 사납게 꼬인다. 끈적끈적한 타액이 매끈하고 하얀 동생의 목덜미를 타고 흘러갔다. 월광소나타 3악장의 고조되는 분위기마냥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뽀뽀라던가,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오래된 연인처럼 진득한 키스를 퍼붓는 우리.
배덕감, 죄책감, 긴장감. 그런 모든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소용돌이를 이룩한다. 서로의 혀가 자신의 입이 아닌, 타인의 입안에서 노닌다. 침이 흐르고 흘러, 연못을 이룩한다. 잠시 혀가 움직이는 것이 멈췄다. 동생을 바라보니, 나에게 은근한 눈짓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타액을 마셔달라는 뜻이다.
싫다. 당연히 거부해야하는 것이 맞았다. 타인의 타액을 마시라니? 그것도 동생의 것을?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은 원유를 입 안에 붓는 느낌이다. 입에서부터 발까지 검은색으로 더럽혀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은근슬쩍 잔뜩 흥분한 내 음경을 발로 톡톡 건드리면서 재촉하는 동생의 행동에 결국 타액을 식도로 넘겼다.
그러자 그녀는 눈에 띄게 기뻐하며, 이번에는 나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곰이 벌집에서 꿀을 잔뜩 갈취하듯이, 한 방울의 타액도 남기지 않겠다는 기세로 내 혀를 빨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 안에 내 타액과 동생의 타액이 뒤범벅되어 충분한 양이 모였을때, 그녀는 그것을 모조리 마셨다.
“……후웃, 하아아아…….”
그녀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살짝 입술을 뗐다. 둘의 입 사이로 끈적한 거미줄이 이어진다. 그 거미줄에는 ‘배덕’이라는 이름으로 이슬들이 알알이 맺혀있다. 어찌나 끈적한지, 그녀가 입맛을 다시면서 입술을 핥자 한참동안 이어져 있었던 거미줄이 끊어졌다.
살짝 고개를 내리자, 동생의 꽤 큰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려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오빠, 내 가슴 어때? 글래머러스하지?”
눈을 찡긋이며 내 반응을 살피는 동생의 모습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히죽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누구나 만져보고 싶어하는 여고생의 가슴이야. 응? 모두가 동경한다고? 근데 오빠는 그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
최면을 거는 듯하는 기분이다. 동생은 자신의 뽀얀 가슴을 주무르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보인다. 처져 있지도 않고, 탱탱하게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상당히 좋은 모양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방은 전체적으로 우유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오똑하게 서 있는 핑크색 유두. 원래 정상적인 남매라면 ‘나는 동생의 가슴을 너무 봐서 이제는 별루 감흥이 없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해당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의 유혹에 넘어가 짐승처럼 범하고,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더러운 흑심을 품고서─ 그리고 이성을 되찾으면, 본능에 움직였던 나의 모습에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자책하지마. 쓰레기 새끼야─ 네가 아무리 회개한다 하더라도, 이 죄는 영원히 씻겨지지 않고, 너를 따라다닐 테니까.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이를 악물고 이성을 유지하려는 눈치를 힐끗 알아챈 동생은 씨익 웃으면서, 천천히 내게서 멀어졌다.
찰랑─
그녀가 일어서자, 몸에 붙어있던 물방들이 또르륵 떨어진다.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의 물을 닦아낸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 그저 아름답다는 한 마디 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양적인 이목구비지만, 서양인에 가까운 인형같은 얼굴. 잘 빠진, 새끈한 몸매. 잘 빠진 매끈한 다리가 눈을 어지럽힌다. 신이 하나하나 조각한 것 같다. 내 동생이라지만, 너무 우월한 유전자만 몰린 것 같다. 아니, 과장된 표현같지만, 인간 여성 진화의 마지막 이상향이랄까.
“알았어. 오빠가 싫다면야. 하지만……”
동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수건 한장만 걸치고 욕실 문에 발 하나를 걸치다 말고,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침대 위에서 같이 노는 것마저 거부한다면 오빠. 나, 어떻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동생은 히죽 웃으며 문을 닫았다.
쾅!!
살짝 성질이 났던지, 거칠게 문을 닫는 그녀. 그래. 솔직히 말하면 오늘따라 유독 많은 유혹의 시선을 보낸 동생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버텨온 나도 기특했다. 옛날에는 동생이 눈빛만 보내도, 못이기는 척 그녀를 덮쳤던 나다. 그러나 이제는 항마력이 생겼다랄까?
그러나 아무래도 오늘 동생과의 섹스를 피하긴 힘들 것 같았다. 피곤한 몸임에도 말이지. 매일 하루에 한번씩 꼭 섹스하기, 최소한 열번은 키스하기. 원하면 포옹해주기, 식사는 마우스 투 마우스. 아침에 깨우기는 나른한 펠라치오.
이게 정상적인 남매의 일상일까? 의문을 품으면서, 목에 말라붙은 타액의 흔적을 닦아냈다.
당신이 존재한다면, 대답해주세요─.
나는─ ……이 죄인은─.
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절망. 무력함. 나를 휘어감는 이 불쾌한 감정을 떨쳐내고, 욕실을 나섰다.
내 몸을 뒤덮는 타르─. 그것은 혈육으로 이어진 동생을 범했다는 죄를 증명하듯이, 나를 속박하고 있었다. 그 검고 끈적끈적한 업보가 내 육신 전체를 뒤덮는다. 영혼까지 더럽혀져서 그 질척거리는 나락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애처롭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벗어나게 해줘……
─안돼.
─왜……?
─내꺼니까. 절대로. 남에게는 줄 수 없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히히힛. 알겠지?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줘. 그대로…… 영원히…….
나는 개다. 튼튼한 와이어 개줄이 내 목을 감싸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발버둥칠수록 내 목에 피가 흐른다. 격렬하게 벗어나려 해도. 욕지거리와 저주의 말들을 퍼부어도. 눈물을 흘려봐도. 소용없다. 괴로운 것은 나였다. 피는 달게 마시며 욕설과 저주에도 황홀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눈물은 병에 담아 보관한다.
더 이상의 집착은 한계가 없었다. 나는 심연으로 떨어졌다. 비록 그 원인은 내 근처에 있다. 그 존재는 어디에서나 날 바라보고, 날 지배하려고만 한다. 자신의 품에만 넣고 싶어한다.
내가 단 하루라도 없으면 미쳐버리려 한다. 아니, 그 이전에 미쳤다.
나 또한 미쳤고, 너 또한 미쳤다. 이 집 자체가 미쳤으리라.
그렇게…… 모든 것이 미쳤다.
“……윽.”
깜빡 잠이 들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무심코 잠이 들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벽에 있는 앙증맞은 개구리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시간이 11시였다.
“…….”
악몽. 지독하게 날 집어삼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거미처럼 나는 거미줄에 속박된 먹이. 그녀와 나의 관계는 그렇게 성립─. 끔찍한 일이었다.
「근친상간」
가까운 친척끼리의 성관계, 즉 너무 가까운 혈연관계이므로 법적으로도 금지된 이른바 친족간의 성관계.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관계를 동생과 위태로이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생이 임신했다고 가정했을때 대책도 안선다.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동생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만약, 네가 임신한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할거야?
─낳을거야.
─……뭐?
─오빠랑 나 사이에서 나온 아이잖아? 후훗, 반드시 예쁘게 키울거야.
─주위의 시선은?
─그런걸 신경써? 히힛. 거슬린다면 모조리 죽일거야. 반드시.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오빠와 어떻게든, 어떤 관계에서라도 오빠와 이어지고 싶거든.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지? 그치? 그치? 그치?!
광기에 휩싸인 동생과의 대화는 말이 통하질 않았다. 오로지 집착과 공포. 그 전율에 휩싸여, 더 이상 말을 이을 자신이 없었다. 늪…… 그래. 이 상황은 늪과도 같았다. 발버둥칠수록 더 심연으로 빠져드는 늪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타르타로스─ 심연의 지옥같았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빛 한 줄기만 등장한다 하더라도, 그 빛줄기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것이 나약한 인간의 심리다. 실낱같은 희망에도 목숨거는 인간은 나약한 짐승이다. 그러나 그러한 심연에서 빛 줄기 하나도 없이, 그저 점점 자신을 옥죄어오는 절망만이 있다면, 인간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하아…….”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물기가 가득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할까? 평생? 게다가 이러한 위태로운 생활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런 상상은 하기만 해도 끔찍했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는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팽팽한 줄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한낱 한시가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렇게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와중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욕실 커튼이 슬며시 걷혔다.
“뭐해? 오빠?”
“으에엣?!”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꽤 욕조가 넓은 편이라, 물이 사방으로 요동치면서 튀기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동생은 베시시 웃으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아래 쪽을 가렸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이게?”
“응? 같이 목욕하려고.”
뭐라고라? 너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냐? 나는 안색을 하얗게 물들이면서, 황급히 답했다.
“아, 아! 나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 미안. 금방 나갈게!”
그러자 대번에 동생은 표정을 굳히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가만히 있어. 나 지금 들어갈거니까.”
“에? 에?! 이게 무슨 소리야……”
첨벙─!!
물이 사방으로 튀겼다. 욕조에 담긴 물은 꽤 뜨거운 물이었기에, 나는 질끈 눈을 감고야 말았다.
“아우우…… 뜨겁다아…….”
이내 천천히 눈을 뜨려던 차에, 뭔가 몽실몽실한 것이 내 몸에 안겨들었다. 그 부드러운 느낌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로즈마리 향에 정신이 아찔했다. 서서히 뜨이는 내 시야에는 빙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세윤이가 있었다.
“후후, 이렇게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좋다아~”
찰방찰방 손으로 물을 튀기면서, 이렇게 밝게 웃고 있는 동생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보통의 소녀같다. ……뭐 그녀의 외모로 보자면, 평범함의 범주는 이미 벗어났다. 어째서 이런 녀석이 나에게 집착하는 지는 미지수다. 나 스스로 나만의 매력이나 장점을 찾아보려 애써도 없다. 그저 이유없는 집착일까?
그렇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나락에서. 그것이 내게는 한줄기 빛이었다.
……다만 부담이 되는 사실이라면, 이제 성인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남매가 살을 맞대고 나신으로 이렇게 있다는 것이다.
돌연 동생은 몸을 빙글 돌리더니,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고운 손가락으로 내 턱을 받쳤다.
“……헤헤헤.”
맑은 눈동자.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다. 철저한 이면 뒤에는 파괴와 광기의 모습이…… 피에 물든 가면같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런 동생의 모습에 깜빡 속아 넘어가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때때로 동생의 모습이 헷갈리기도 한다지만. 오랜 시간 그녀와 함께해 온 나이니까. 그 지옥같은 시간들을 같이해온 나니까. 오빠니까. 몸을 섞은 사이니까. 저주스러운 끈으로 연결된 나니까. 벗어나고자 발버둥쳐봤자, 거미줄 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벌레에 불과한 나니까. ……이 굴레에 속박된채,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끝을 향해, 최악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나니까. 마치…… 불나방처럼 어리석게 그 아름다운 불빛에 현혹되어 나 스스로를 불사지르는 나니까.
할짝.
“으읏…….”
내 목을 미끈하게 핥아내리는 동생의 혀에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아기 고양이처럼 간질이듯이 나를 애태우는 그녀의 행동에 동생의 어깨를 잡고, 슬쩍 밀어냈다. 그러나 내 팔을 뿌리치고, 갑자기 내게 입을 맞춰오는 동생.
“으붑?! ?, 으읏……”
혀가 뱀같이 사납게 꼬인다. 끈적끈적한 타액이 매끈하고 하얀 동생의 목덜미를 타고 흘러갔다. 월광소나타 3악장의 고조되는 분위기마냥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거친 키스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뽀뽀라던가, 단순한 입맞춤이 아닌, 오래된 연인처럼 진득한 키스를 퍼붓는 우리.
배덕감, 죄책감, 긴장감. 그런 모든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소용돌이를 이룩한다. 서로의 혀가 자신의 입이 아닌, 타인의 입안에서 노닌다. 침이 흐르고 흘러, 연못을 이룩한다. 잠시 혀가 움직이는 것이 멈췄다. 동생을 바라보니, 나에게 은근한 눈짓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타액을 마셔달라는 뜻이다.
싫다. 당연히 거부해야하는 것이 맞았다. 타인의 타액을 마시라니? 그것도 동생의 것을?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은 원유를 입 안에 붓는 느낌이다. 입에서부터 발까지 검은색으로 더럽혀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은근슬쩍 잔뜩 흥분한 내 음경을 발로 톡톡 건드리면서 재촉하는 동생의 행동에 결국 타액을 식도로 넘겼다.
그러자 그녀는 눈에 띄게 기뻐하며, 이번에는 나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곰이 벌집에서 꿀을 잔뜩 갈취하듯이, 한 방울의 타액도 남기지 않겠다는 기세로 내 혀를 빨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 안에 내 타액과 동생의 타액이 뒤범벅되어 충분한 양이 모였을때, 그녀는 그것을 모조리 마셨다.
“……후웃, 하아아아…….”
그녀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살짝 입술을 뗐다. 둘의 입 사이로 끈적한 거미줄이 이어진다. 그 거미줄에는 ‘배덕’이라는 이름으로 이슬들이 알알이 맺혀있다. 어찌나 끈적한지, 그녀가 입맛을 다시면서 입술을 핥자 한참동안 이어져 있었던 거미줄이 끊어졌다.
살짝 고개를 내리자, 동생의 꽤 큰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려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오빠, 내 가슴 어때? 글래머러스하지?”
눈을 찡긋이며 내 반응을 살피는 동생의 모습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히죽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누구나 만져보고 싶어하는 여고생의 가슴이야. 응? 모두가 동경한다고? 근데 오빠는 그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
최면을 거는 듯하는 기분이다. 동생은 자신의 뽀얀 가슴을 주무르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보인다. 처져 있지도 않고, 탱탱하게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상당히 좋은 모양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방은 전체적으로 우유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오똑하게 서 있는 핑크색 유두. 원래 정상적인 남매라면 ‘나는 동생의 가슴을 너무 봐서 이제는 별루 감흥이 없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해당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의 유혹에 넘어가 짐승처럼 범하고,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더러운 흑심을 품고서─ 그리고 이성을 되찾으면, 본능에 움직였던 나의 모습에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자책하지마. 쓰레기 새끼야─ 네가 아무리 회개한다 하더라도, 이 죄는 영원히 씻겨지지 않고, 너를 따라다닐 테니까.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이를 악물고 이성을 유지하려는 눈치를 힐끗 알아챈 동생은 씨익 웃으면서, 천천히 내게서 멀어졌다.
찰랑─
그녀가 일어서자, 몸에 붙어있던 물방들이 또르륵 떨어진다.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의 물을 닦아낸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 그저 아름답다는 한 마디 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양적인 이목구비지만, 서양인에 가까운 인형같은 얼굴. 잘 빠진, 새끈한 몸매. 잘 빠진 매끈한 다리가 눈을 어지럽힌다. 신이 하나하나 조각한 것 같다. 내 동생이라지만, 너무 우월한 유전자만 몰린 것 같다. 아니, 과장된 표현같지만, 인간 여성 진화의 마지막 이상향이랄까.
“알았어. 오빠가 싫다면야. 하지만……”
동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수건 한장만 걸치고 욕실 문에 발 하나를 걸치다 말고,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침대 위에서 같이 노는 것마저 거부한다면 오빠. 나, 어떻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동생은 히죽 웃으며 문을 닫았다.
쾅!!
살짝 성질이 났던지, 거칠게 문을 닫는 그녀. 그래. 솔직히 말하면 오늘따라 유독 많은 유혹의 시선을 보낸 동생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버텨온 나도 기특했다. 옛날에는 동생이 눈빛만 보내도, 못이기는 척 그녀를 덮쳤던 나다. 그러나 이제는 항마력이 생겼다랄까?
그러나 아무래도 오늘 동생과의 섹스를 피하긴 힘들 것 같았다. 피곤한 몸임에도 말이지. 매일 하루에 한번씩 꼭 섹스하기, 최소한 열번은 키스하기. 원하면 포옹해주기, 식사는 마우스 투 마우스. 아침에 깨우기는 나른한 펠라치오.
이게 정상적인 남매의 일상일까? 의문을 품으면서, 목에 말라붙은 타액의 흔적을 닦아냈다.
당신이 존재한다면, 대답해주세요─.
나는─ ……이 죄인은─.
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절망. 무력함. 나를 휘어감는 이 불쾌한 감정을 떨쳐내고, 욕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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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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