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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36 1,017회 0건
제과점 아저씨가 나의 양팔을 붙잡고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던졌다. 들어난 아저씨의 하복부에는 돌기둥처럼 솟은 페니스가 끄덕거리고 있었다. 의붓아버지보다도 우람하고 흉물스러운 페니스였다. 두려움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런데 집요하게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빨아 당기는 감각에 온몸의 신경들이 곤두서고 묘한 쾌감을 느꼈다.

“난 몰라! 아저씨 싫어요. 제발 놔주세요.”
“가만히 있으라니까........”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하였으나 아저씨는 들은 척 하지도 않았었다. 집요하게 나의 젖가슴을 파고들며 음부를 문질러 마찰을 일으켰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애무이지만 집요한 유린으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생리적 현상인지, 몸속에서 무엇인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아저씨의 힘을 당하지 못하지만 무조건 반항을 하려다보니 땀이 흥건해졌다.

“아저씨! 다른 일은 무엇이던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살려주세요.”
“그러면 가만히 있어. 정말, 경찰서 가고 싶어?”

이제는 아저씨의 인상이 험악해지기까지 했다. 무서워서 헤어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저씨의 애무를 받는 내 몸이 자꾸만 이상해졌다. 보지 속을 드나들던 아저씨의 손길이 음부를 쓰다듬기도 하고 음순을 조몰락거리며 손가락 사이에 끼고 문질렀다. 진저리가 나는 전율을 느끼며 소리 질렀다.

“어 맛! 아저씨 싫어요. 제발 부탁해요. 살려주세요.”
“가만히 못 있어?”

충혈 된 눈을 치뜨고 내려다보던 아저씨가 발기된 페니스를 쥐고 음부에 문질렀다. 불같은 뜨거운 촉감에 온 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었다. 눈앞이 아찔하고 머리끝까지 신경이 곤두섰다. 그리고 아득히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현기증으로 입을 벌리며 경악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으 앗! 엄마 얏! 시, 싫어. 아파.......!.”
“허 윽!”

숨이 넘어갈듯 한 아저씨의 신음 소리와 함께 하복부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놀라서 상체를 일으켜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핏줄까지 돋아난 우람한 페니스의 귀두가 나의 보지 속을 파고 들어가 있었다. 고통을 참지 못해 발버둥치는 바람에 보지 속에 박혔던 아저씨의 페니스가 빠져 나갔다. 눈물을 글썽거리는 나는 두 손을 비비며 간청을 했다.

“아저씨, 제발 그만 놔주세요.”
“이게 정말 혼나고 싶어. 가만있으면 언제나 빵도 주고, 사랑해 줄게.”

아저씨의 하복부에 매달린 페니스는 순결을 빼앗아간 피를 뒤집어쓰고 용솟음쳤다. 아저씨의 눈빛은 정말 나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광기를 발하였다. 내 양쪽 다리를 잡아당겨 벌리더니 붉은 피와 진액을 뒤집어쓴 페니스를 다시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 치를 떨었다.

“하 읍! 아, 아저씨.......!”
“조금만 참아.........”

치골이 부서지는 통증을 느껴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하복부를 내려다보았다. 그 굵은 페니스가 나의 작은 보지 속으로 반쯤 들어가 있었다. 아저씨는 페니스의 마지막 뿌리까지 보지 속으로 집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워낙 골반이 적은 나의 보지는 무의식적으로 저항을 하기에 진통만 느끼게 했다. 여자의 몸은 정말로 오묘한 것이었다. 페니스를 모두 받아 드리지는 안 않았지만 굵고 우람한 페니스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몸속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하 악~!”
“조, 좋아 질 거야.........”

외마디를 지르면서 혼절한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졌다. 다만 내 보지 속에 페니스를 채운 아저씨의 떡 벌어진 상체가 망각 속에 들어왔다. 자궁 속 깊숙이 페니스를 밀어 넣으려는 아저씨의 관자놀이에 핏줄까지 돋아났다. 숨을 몰아쉬는 아저씨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했다. 아마도 너무나 남성의 페니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어린 처녀의 몸이기에 아저씨도 통증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결국은 페니스 뿌리까지 삽입하는 것을 포기하고 둔부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페니스를 자궁 속 끝까지 밀어 넣기를 포기하니 통증이 덜했다. 깊이 밀고 들어오지는 않지만 아저씨의 페니스가 보지 속을 치밀고 들어올 때마다 내 몸은 힘없이 흔들린다. 고통으로 얼룩진 지루한 시간이 흘러갔다. 욕정에 달아올라 나를 강간하는 아저씨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 으! 으 하.”

아저씨의 숨소리가 높아가면서 점차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몸속에서 알지 못할 쾌감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의 목에 매달렸다. 아저씨의 페니스가 드디어는 치골까지 잇닿는 것 같았다. 골반이 으깨지는 통증과 함께 야릇한 감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아저씨는 작은 보지 속을 헤집느라고 힘들었는지 입구까지 페니스를 빼내어 빠르게 전진 운동을 했다.

보지 입구에서 여린 살갗을 짓이기는 페니스가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하며 숨겨진 감각의 돌기들을 일으켜 세웠다. 강간으로 순결을 잃는 것이지만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야릇한 감각이었다. 아저씨의 페니스가 보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옅은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음~! 으 읍!”
“너도 좋은 모양이구나! 허 억~!”

아저씨의 목소리가 암굴 속을 울리는 메아리처럼 귓가에 스며들어왔다. 그런데 별안간 내 허리를 부서지도록 움켜쥔 아저씨가 경직되며 부르르 떨었다. 보지 속에 박힌 페니스가 몸 속 깊이 뚫고 들어오며 용틀임을 하더니 내 몸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초경을 치루고 여자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남자의 정액을 받아 드리는 순간이었다. 문득 가정생활 시간에 배운 남자의 정액을 받아드린 자궁에서 아기가 탄생한다는 것을 듣고 신비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질 벽을 자극하며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놀라 신음을 터트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엄마 얏! 난 몰라.”
“좋지.........”

아저씨는 내 몸을 일으켜 으스러지도록 가슴에 껴안았다. 내 몸은 작은 암사슴처럼 허공에 떠올라 아저씨의 가슴속에 갇혔다. 한동안 내 작은 몸을 안고 있던 아저씨가 나를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보지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페니스를 끄집어냈다. 흉물스러운 페니스가 빠져 나가면서 또 다른 통증을 느꼈다.

욕구를 채운 아저씨는 만족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헐떡거렸다. 우악스럽게 젖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는 아저씨 손을 뿌리치고 소파를 벗어났다. 아저씨가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우면서도 창피했다. 부리나케 일어나 흩어져 있는 교복을 주섬주섬 걸쳐 입었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제과점을 뛰쳐나오며 한마디를 던졌다.

“나쁜 아저씨! 아저씨 악마야!”
“또 와라!.........하하.........”

하복부가 쓰리고 통증을 느껴 어기적거리며 아저씨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슬프면서도 왠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서럽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유난히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는 천부적으로 남자들의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외톨이가 되어 외로워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다.

나는 그렇게 강제로 순결을 잃었고, 남자들의 손길에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어쩌면 고독한 생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했다. 여자의 육체가 생활을 지탱하는 수단이고 무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성적인 본능에 눈을 뜨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존재한다. 의식주 외에도 성적인 욕망을 빼낼 수 없다.

성(SEX)에 대해 쾌락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스럽다면 아마도 인간이나 짐승은 억지로 종족을 보존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은 종족을 번식시키는 조건으로 성에 대한 쾌감을 느끼도록 한 모양이다. 그러나 생명을 잉태하는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어도 인간은 성욕에 지배당한다.

성에 대해서 남자는 선생인체 가르치지만 여성은 선생이상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여성의 성욕은 혈관 내에서 생긴 하나의 규율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욕구에 희생당하는 절망 속에서 나는 성욕을 알게 되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건데, 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자의 욕구에 소유 당하면서 절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희열을 느꼈었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 추억을 회상하다보니 밝은 햇살이 커튼을 물게 물들인다. 햇살을 받으며 잠들어 있는 영민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떤 난관에서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왕 살아야한다면 악착같이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몸을 되돌릴 수는 없다. 시아버지도 나와의 관계를 비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밀스러운 관계를 역이용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조금 있으면 잠에서 깨어난 시아버지가 출근을 하려고 내려 올 것이다.

시아버지를 위해 아침 식사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주방으로 가서 시아버지가 즐겨 먹는 청국장찌개를 만든다. 가정부 광주댁이 한 달에 한 번씩 대전에 내려갈 때만 주부의 권리를 찾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생각이 든다. 식사준비가 거의 끝날 무렵에 이층 층계를 내려오는 시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 멈추어 선 시아버지가 주방 안을 들여다보고 서 있는 것을 의식한다. 나는 시아버지와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하면서 식사준비에만 열중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지만 특히 나이든 남자들은 자신만을 위한 여자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밤에는 관능적이기를 바라고 낮에는 정숙한 모습이기를 바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어제 밤에 비록 강제로 시아버지의 욕정을 풀어내는 대상이 되었지만, 강제로 당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쨌든 이 집안에서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다. 이제는 도리어 내가 남자들을 소유하고 싶다. 주방 안을 들여다보던 시아버지가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아침 식사준비를 다하고 나서 과연 시아버지가 다른 날보다 의미 있는 식탁이라고 생각하려는지 궁금하다.

세면장에서 나온 시아버지가 주방으로 들어온다. 앞치마를 두룬 모습 그대로 시아버지가 앉을 의자를 당겨 놓고 다소곳이 서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잠시 쳐다보던 시아버지가 당겨놓은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하녀처럼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나에게 시아버지가 말한다.

“같이 앉아 식사하지?”
“저는 나중에 먹을게요.”
“아니 괜찮아. 같이 하도록 해.”
“........”

평상시 같으면 가정부와 나는 시아버지가 출근하고 나서 아침식사를 했다. 나는 마지못한 척 시아버지와 마주하고 앉았다.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하려고 하지만 서먹서먹하다. 수저가 딸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조용하기만 하다. 시아버지도 어색함을 느꼈는지 나에게 묻는다.

“영민이는 아직 자고 있나?”
“네.”
“영민 애비는 어제 저녁도 늦도록 글을 썼나?”
“네.”

시아버지의 말에 나는 최소한의 대답으로 말을 절제한다. 집안에서 시아버지는 절대 군주자이다. 모든 남자들은 특히 여자에게 군림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여자가 자신만을 위한 여자이길 바라고 그런 행동에서 정복자가 되었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시아버지는 내가 차려준 아침 식사를 정말 맛있게 먹는 것 같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현관문이 열리고 운전기사 박씨의 모습이 보인다. 나이가 많지 않은 박기사는 앞머리가 벗겨져 늙어 보이지만 의외로 인상은 차분하고 온순해 보인다. 그런데 그도 남자인지 주방 안을 살펴보던 눈빛이 나의 앞가슴에 머물었다가 외면한다. 문 앞에선 박기사가 공손하게 서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사장님! 차, 대기 했습니다.”
“음, 바로 나갈게. 그리고 참.......!”

시아버지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박기사를 불러 세운다. 항상 시아버지가 출근하기 전에 미리 와서 대기하는 박기사는 언제나 베레모를 쓰고 다닌다. 벗겨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인가보다. 물 한 겁을 마신 것으로 식사를 마친 시아버지가 일어서더니 기다리고 있는 박기사에게 지시를 한다.

“미리 잊어버릴까봐 말하는데, 회사에 나가면 사무장에게 양평 임야 매입 건 빨리 서두르라고 그래.”
“네. 알았습니다.”
“그리고, 경리부장에게 강릉 펜션 매입은 우선 은행자금으로 융통하라고 전해....... 아니 내가 불러서 얘기하지.”
“네!”

넙죽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한 박기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아버지가 이층 층계를 올라간다. 내가 또 할 일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면 가정부가 쫓아 올라가서 시아버지의 출근준비를 도와준다는 것을 안다. 예전 같으면 가정부가 없는 날에도 하지 않던 일이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아버지의 뒤를 조용히 쫓아 올라간다.

시아버지의 방에 들어서니 어젯밤 일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옷장 안에서 양복을 꺼내 시아버지에게 건네준다. 양복 상의를 들고 시아버지가 바지를 입는 동안 뒤돌아서서 있었다. 다시 돌아서서 양복 상의를 시아버지에게 입혀준다. 넥타이 매는 것을 도와주는데 시아버지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빤히 쳐다보는 시아버지와 마주친 시선을 얼른 피했다. 불쑥 시아버지가 다소곳이 서있는 나의 양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미안해! 하지만 너의 행복을 지켜 줄게.”
“........!”

시아버지가 살그머니 나의 어깨를 잡아 당겨 안아준다. 그리고 돌아서서 방을 나간다. 나는 시아버지의 뒤를 따라 이층 층계를 내려온다. 현관 앞에 서서 시아버지에게 구두 주걱을 공손히 건네준다. 구두를 신은 시아버지가 현관문을 나서려다가 돌아서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필요한데 쓰도록 해.”
“........!?”

시아버지가 내미는 것은 컨설팅회사 명칭이 새긴 흰 봉투였다. 아마도 돈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든다. 시아버지가 현관문을 나서고 나는 하녀처럼 서서 있었다. 시아버지의 승용차 엔진소리가 멀어져갈 때까지 서 있다가 서재로 들어간다. 밤늦도록 글을 쓴 남편은 이제야 일어났는지 침대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아침에 남편을 돕는 것도 가정부 몫이었다. 내가 남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남편을 도울 시간이다. 남편이 세면장에 가기 전에 먼저 들어가 세면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았다. 세면장으로 갈수 있게 남편을 휠체어에 앉힌다. 그리고 남편의 식사준비를 한다.

준비한 식사를 쟁반에 담아 서재에 가져다 놓았다. 세면을 하고 나와 서재로 들어가는 남편의 뒤 모습을 보며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이라서 힘들지만 사는 보람을 느낀다. 남편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깨어난 영민에게 분유와 이유식을 먹였다. 빨래들을 세탁기에 넣고 가동시키고 나니 벌써 열한시가 가까워졌다. 초인벨 소리를 듣고 인터폰 화면을 보니 조끼를 걸친 남자 둘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세요?”
“전자 마트에서 배달 왔습니다.”

어제 밤 시아버지에게 집안 살림에 대해서 말한 것이 생각난다. 이렇게 빨리 구입해서 배달시킬 줄은 몰랐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잊고 있었기에 대문 잠금장치를 푸는 버튼을 눌러주고 부리나케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에 있는 물건들을 잽싸게 끄집어낸다. 물건들을 거의 끄집어 낼 즈음 마트 직원들이 큰 포장박스들을 들고 들어온다.

정원에서 박스를 뜯은 마트 직원들이 냉장고와 휠체어를 들고 들어왔다. 숙달된 직원들이 손쉽게 헌 냉장고를 들고 나가고 새로 구입한 냉장고를 옮겨 놓았다. 구입한 냉장고를 사용하는 주의사항을 설명해준 직원들은 인사를 하고 바쁘게 사라졌다.

새로 구입한 냉장고의 먼지를 닦고 꺼내 놓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적막함이 젖어든다. 문득 집안에서의 나의 존재가치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려해도 몸살이라도 날것처럼 으스스하고 산다는 것이 고달프다고 느낀다.

새로 구입한 휠체어를 밀고 남편이 있는 서재로 들어갔다. 좌판을 두드리고 있던 남편이 휠체어를 돌려 바라본다. 새로 구입한 휠체어를 본 남편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남편을 부축하여 새로 구입한 휠체어에 바꾸어 앉혔다. 남편이 고마움을 대신해서 책상위에 놓인 메모지에 글씨를 써서 나에게 보여준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아버님한테 부탁했어요.”

나는 내 가슴을 가르치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햇빛을 보지 않아 여자처럼 깨끗한 남편의 얼굴에 자잘한 미소가 번진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지만 남편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것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남편에게 다가가 미비가 된 다리에 엎드렸다. 남편의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눈에서는 결국 눈물이 흘러내린다. 남편이 나의 얼굴을 받쳐 들고 내려다본다.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잠시 내려다보던 남편이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준다. 그리고 책상위의 메모지에 글을 써서 보여준다.

[고마워 당신. 그런데 왜 눈물을! 아버지가 뭐라고 그래?]
“........!”

어제 밤 시아버지와의 정사로 자책감이 든 난 흠칫 놀랐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한다. 남편이 알 리가 없지만 혹시 시아버지와의 관계를 알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남편은 무슨 생각인가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남편의 눈빛이 흔들린다. 내 어깨를 토닥거린 남편이 다시 메모지를 내게 향하고 글을 썼다.

[당신의 미소가 좋아. 무슨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어. 내 무덤에 장미꽃 다발이라도 놓아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

남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남편의 지난 일에 대하여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남편의 글에는 어떤 암시가 있는 것만 같다. 지난 세월에 남편과 시아버지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남편의 지난 시간이 궁금하다. 짧은 기간이었고 서로 많은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지만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후가 되어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문득 집밖을 나가 본지가 꽤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치 울타리에 갇혀 사는 것만 같은 심정이 든다. 그러나 서재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고 상념을 떨쳐버린다. 머리에 떠오르는 잡념을 없애려고 싱크대 안에 잇는 그릇들을 꺼내 다시 닦는다. 그릇을 닦으면서 혹시 광주댁이 돌아와 자신의 권한을 침범했다고 하지 않을는지 염려스러운 생각이 든다.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날 돌아온 광주댁에게 나는 자존심을 무릅쓰고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나 광주댁은 나를 무시하는지 인사도 받지 않고 뿌르르 주방으로 들어간다. 가정부가 사용하는 방은 주방과 붙은 방이었다. 그런데 주방으로 들어갔던 광주댁이 씨근덕거리며 나온다. 이맛살을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더니 툭 쏘아붙인다.

“영민 엄마! 누가 주방에 손 댄 거지?”
“.......뭘 말하는 건 데여?”

“냉장고는 어디서 났고? 진열장의 그릇은 누가 바꿔 놓았지?”
“냉장고는 오래돼서 음식이 자주 상하는 것 같아서 제가 아버님에게 바꿔 달라고 했어요. 진열장 그릇은 다시 씻어 놓으려고.......”

광주댁의 험악해지는 표정을 보고 말꼬리를 흐렸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만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광주댁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거린다. 싸움이라도 걸어 올 것처럼 노려보더니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는다. 기세로 보아 쉽게 넘어 가지 않을 것만 같다. 탁자에 놓인 주전자에서 물 한 컵을 따라 단숨에 들이키더니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목청을 높인다.

“그렇지 않아도 영민 엄마한테 충고를 하고 싶었는데, 잘 됐어! 주방 살림은 내가 하는 거야! 내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진열하는 것이 도리 아냐? 영민 엄마가 이집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 나는 십년이 다 되.”
“미안해요. 저는 단지......”

“그리고 여자로서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이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돼. 이집 어른과 영민 아빠가 누구인지나 알아?”
“.......?”

갑작스런 가정부의 언성 높은 질문에 어안이 벙벙하다. 남편은 그냥 시아버지의 외동아들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남편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시아버지가 손자를 얻고 싶어서 내가 상상하고 있는 외에 다른 방법을 썼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나는 서슬이 파래서 입을 여는 광주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 년 전에 돌아가신 주인마님한테도 아기가 없었어. 그래서 핏덩이를 양자로 키운 것이 영민 아빠야. 그리고 영민이를 낳아서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알아? 먼저 들어온 여자도 삼년도 못 넘기고 빈털터리로 쫓겨났어.”
“네......!?”

광주댁의 말을 듣고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시아버지와 남편이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손자를 얻기 위해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을 썼을 것이라는 생각에 맥이 풀린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나와 같은 경우의 여자가 쫓겨났다는 말을 듣고 보니 기분이 우울해진다. 눈을 부라리고 쳐다본 광주댁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왜 그런지 알아? 그 여자들은 애도 못 낳고.......돈을 바라고 사장님에게 꼬리 치더니 몸만 빼앗기고 쫓겨난 거야. 영민 엄마도 조심해. 나나 되니까, 견디고 있는 거야. 공연히 딴 생각하다가 몸 버리고 자식마저 빼앗기지 마. 요즘 세상 여자들은........”

한번 입을 연 광주댁은 쉬지 않고 자신의 불만을 쏟아 놓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만 하고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남편에게 자식을 낳아 주려고 들어왔던 여자가 여럿이고 시아버지에게 당했다는 말인가? 꼬리를 쳤다는 말을 되새겨보면 여자가 먼저 적극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광주댁 자신이니까 견딘다는 말은 그녀와 시아버지와 관계의 묘한 암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모로 마음을 전달한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도 시아버지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갇힌 미로와 같아 혼란스럽다. 한바탕 푸념을 쏟아놓던 광주댁이 가고 나서도 나는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양자로 들어와 장애자가 된 남편이 새삼스럽게 애틋하고 식구들이 무서워진다. 잘못하면 쫓겨난다고 하는 광주댁의 말이 귓가에 윙윙거린다. 식구들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집에서 나가기는 싫다.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영민의 곁을 떠나기는 싫다. 버림받는 것도 싫고 이제는 한 곳에 머물고 싶다.

나는 어린나이에 버림받는 것부터 인생을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어린나이에 의붓아버지와 의붓오빠의 성적인 노리개가 되었었다. 다시 의붓아버지와 문식오빠에게 버림받고 제과점 박석호 아저씨에게 순결을 빼앗겼었다. 제과점 아저씨와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서 먼 길을 돌아서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순결을 잃은 내 몸과 정신에는 많은 변화가 왔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혼자라는 두려움 외에는 곽씨 아줌마를 비롯해서 주위의 웬만한 꾸짖음과 멸시에도 견딜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고, 남자를 경험한 후로 내 몸은 점점 숙성해지고 오히려 은근히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려했다.

제과점 아저씨에게 당한 후 두 달가량 지난 후의 일이었다. 습관처럼 제과점을 피해 가는 길이었다. 학교 친구와 놀다가 늦어서 시장 길을 질러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기에 피하면서 돌아보았다. 나는 흠칫 놀라서 돌부처처럼 굳어졌다. 제과점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멈추어 서서 빙긋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은미구나! 태워다 줄게, 뒤에 타.”
“싫어요. 걸어갈래요.”
“그렇게 서 있으면 사람들이 보잖아. 빨리 타라니까!”
“.......!?”

아저씨의 말을 듣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정말 시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를 주시하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나는 무턱대고 아저씨를 붙잡고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나를 태운 아저씨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를 질주했다. 시장거리를 지나 제과점 앞에 멈추어 섰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아저씨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들어가! 빵 먹고 가.”
“.........!?”

왠지 꼼짝할 수가 없어 멍하니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저씨를 피해 집으로 뛰어 가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뒷걸음질을 하다가 돌아서려는데 아저씨가 내 가방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제과점 안으로 내 등을 밀어 넣는다. 고소한 빵 냄새가 유혹하지만 빨리 아저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제과점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저씨에게 붙잡히면 봉변을 당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퍼트릴 것 같아 두려웠다. 두려운 표정으로 아저씨가 빵들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과점 문을 잠그는 아저씨를 보고 두려운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쳤다. 나를 돌아본 아저씨가 히쭉 웃으며 물었다.

“은미 어떤 빵 줄까?”
“안 먹을래요. 저 집에 갈래요!”

“누가 안보내준데! 그럼 싸줄게 집에 가서 먹어. 이리와.”
“싫어요.”
“싫긴......!”

몇 가지 빵을 주워 담은 봉지를 든 아저씨가 다가와 내 어깨를 껴안더니 제과점 안으로 끌어 들였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주저앉았다, 발버둥치는 나를 아저씨가 번쩍 안더니 제과점 뒤로 들어갔다. 제과점 뒷방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소름이 오싹 끼쳤다. 항상 염려스럽게 생각하던 상황이 벌어진지라 절망스러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나를 소파에 눕히고 빤히 내려다본다. 겁에 질려서 두 손을 모으고 오들오들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 아저씨가 가슴으로 손을 뻗어 교복 상의를 벗기려했다. 눈빛이 벌겋게 변해 내려다보는 아저씨 손을 이를 악물고 뿌리쳤다. 피식하고 웃음을 흘린 아저씨가 나를 협박했다.

“넌 이미 나에게 처녀를 받친 거야. 쪼그만 게 보통이 아니던데....... 넌 내가 한마디만하면 이 동네에서 살지도 못하고 학교도 못가.”
“그래도 싫어요. 아저씨, 제발 보내주세요.”

“그래 보내줄게. 용돈도 주고, 기분도 좋게 해 줄 테니 가만히 있어.”
“싫어요. 아빠한테 말할 거예요.”
“네 아빠!? 아마 너만 혼날걸.”

나의 집안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아저씨의 말에 좌절감이 들었다. 내 편이 되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죽고 싶었다. 아마도 그때가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제일 먼저 죽고 싶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제과점 안에 갇힌 나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기에 발버둥을 쳤다. 아저씨는 우악스럽게 내가 걸치고 있는 교복을 잡아당겨 벗겨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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