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은 눈물
중학교 3학년이 5월의 비오는 어느 날. 난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었다. 창과 문이 있는 곳을 제외한 벽엔 천정까지 닫는 책장이 방을 에워싸고 있었고 책꽂이엔 책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중간엔 아버지가 한 번씩 업무용으로 쓰는 책상이 창을 등지고 있었고 그 앞엔 작은 다이를 중심으로 소파가 둘러져 있었다.
난 공부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고 항상 환상문학 같은 것을 좋아 했는데. 아버지 방엔 어머니 것 이었다는 순정만화, 연예소설 등과 아버지의 애독서인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호비트(수집용으로 원어로 된 영국 초판본, 개정본도 있음.)개미 같은 수많은 환상문학이 전체의 10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다.
몸이 약해서 자주 병원신세를 지다보니 친한 친구도 없고 아버지는 일이 바쁘다며 날 거의 상대해 주는 일이 없고 누나는 좀 냉담한 성격으로 다른 여성. 특히 케리와 이모와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없는 편이라 상대하기 힘들고. 그나마 이모와 케리가 잘 해줬지만. 이모가 종합병원에 전문의로 이직 하면서 분가한 후. 이후론 집에 자주 오지 않다보니 마음 둘 곳이 이런 현실도피성 짖은 소설을 보는 것이 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요즘 나도 이런 생활을 좀 바꿔 보고 싶다. 물론 자신은 없다. 수줍은 말투, 약해보이는 인상, 낮은 성적, 작은 체구, 주기적인 병원신세 딱 학원생활 겉돌기 딱 좋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왕따도 쉽게 당할 것 같은 나다. 자신이 있으리. 만무하다.
그저 난 수동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친구도 나의 지병 때문인지 오래가진 못했다. 물론 동정표는 받기 쉬웠지만 깊이 나를 이해해줄 친구가 없었다.
난 그저 흘러가는 되로 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말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는 건 아버지의 방임이 크다고 요즘 생각은 든다. 우리 아버지로 말하면 굴지 IT업체로 포털 사이트, 게임 사이트 등 수많은 인터넷 사업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분인데. 집안일엔 무심하시다.
생일, 졸업, 입학, 부모님 참관 같은 날에 오는 꼴을 단 한 번도 못 봤다. 요즘은 내가 양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런.... (앗.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라 그런지 욕은 힘드네.)
그리고 누나. 말이 없어 상대하기 어렵단 생각은 들지만 아버지완 다르게 같이 있는 시간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우산 챙겨준다던지, 급식이 없는 날 도시락 챙겨준다 던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내 병의 간병 등 아버지 보단 확실히 살갑지만 누누이 말을 별로 시키지 않는 덕분인지 단지 그런 행동은 의무일 뿐인지 내 성적이나 학교생활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었다.
물론 팔자는 늘어졌다. 그다지 쓰지 않지만 용돈은 넉넉하고 좋은 옷, 좋은 음식에 퀸카 누나 잘 나가는 회사 CEO 아버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지만. 그 속엔 하나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랑. 당시 난 그것이 배고팠다.
서제에서 몇 시간 있었을까. 날이 어두웠다. 책을 접어 제자리에 끼우고 2층 작은 거실로 나왔다. 시간은 저녁 8시 누나가 학교에서 왔는지 누나 방에서 작게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난 어두운 거실을 둘러보았다. 소파와 대형 액정TV가 있었지만 왼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는 어둠의 풍경으로 여기에서 사람들이 떠들었던 날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여기에 아무것도 없을 때 이곳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대면했던. 작은 아이들을 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첫 만남은 나에게 있어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왼지 불안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그렇게 멍하게 있다. 1층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우미 아줌마가 만들어 두었던 샌드위치와 콜라를 꺼내서 2층인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은 이 집 방중에 창고용도로 쓰는 방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방으로 이 전원주택 전체 크기로 봐선 상당히 작은 방이다.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다. 컴퓨터 및 공부책상, 침대, 옷걸이와 서랍장이 다 들어가고 작은 TV도 있지만 여유 공간이 충분 했다.
난 그 여유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서 리모컨으로 TV를 틀고 샌드위치를 한입 먹었다. 맛이 있어서 금방 먹어버리고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머지는 누나 거란 생각이 들어서 콜라를 마시고 포장지와 콜라 PET병은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의자에 앉아 오늘 과제를 시작했다.
과제는 30분 만에 끝났다. 내일 교과를 보고 가방을 정리한 후. 침대에 누웠다.
상념의 시간. 누나의 첫 대면은 누나의 미소였다. 그 따듯한 미소는 내가 사물을 인식한다고 느낀 이후 처음 보는 사람의 미소였다. 외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모도 보여주지 않던 미소였다.
5살 이전 미국에서의 기억의 대부분은 병원침대 이었다. 그나마도 거의 혼수상태로 지내다 보니 기억할 거라곤 거의 없었다. 1년 중 10일 정도를 제외하면 병원에서 살았던 나의 삶은 그저 살기위한 투쟁뿐이었다.
그날 역시 난 몸 상태가 나빠서 이모의 등에 업혀서 이 집으로 왔고 지금 이 방에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었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려고 링거스탠드를 끌고 나왔다가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진 2살 연상의 긴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천사를 만났다.
그녀는 잠시 나를 관찰 하듯 천천히 보다가 이내 환하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진이 구나.”
“네”
그 당시 누나는 지금처럼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잘 울고 잘 웃었었다. 그런 누나의 미소가 사라진 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지금으로부터 5년 전부터였다. 무엇이 원인인지 중학교 3학년인 그때 까지도 난 알고 있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난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았다. 6시 정각. 내가 다니는 학교는 집에 걸어서 15분 거리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하지만 왼지 바로 일어나야할 것 같았다.
난 이불을 개어놓고 세수를 하기위해 1층 욕실로 향했다. 사실 2층에도 욕실이 있었지만 최근 아버지가 이젠 많이 컸으니 누나랑은 다른 곳을 사용하라고 해서 요즘은 남성전용이 되어버린 1층 욕실을 사용하려고 계단을 조심스럽게(자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내려갔다.
난 욕실에 들어가려고 하다 부엌에서 도우미 아줌마가 음식을 만드는지 물이 끓은 소리와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욕실문 쪽으로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문을 열어서 들어갔다.
순간 증기가 눈앞을 가렸다. 난 그런 힌트도 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보고 있던 시선을 앞으로 했다. 그리고 얼어붙어 버렸다.
눈앞엔 물기를 닦다가 갑자기 들어온 나를 보고 놀라서 들고 있던 수건을 마저 떨어뜨려 완전한 알몸인 체의 누나가 서 있었다. 2초 정도 이었을 거다.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난 그 2초 만에 누나의 풍만하고 매우 예쁜 탱탱한 두 개의 앞가슴, 중심부에 나있는 폭이 좁은 음모, 잘록한 허리, 운동으로 단련된 허벅지, 어느 것 하나 미운 구석이 없는 아름다운 육체의 모습이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2초가 지난 후 난 붉어진 얼굴을 하고 알몸을 가리기 위해 주저 않는 누나를 뒤로 하고 허둥지둥 욕실을 나왔다.
욕실을 나와서도 난 누나가 화내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안절부절 하며 욕실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죄의 말을 해야지, 누나가 화를 내면 어떡해, 아버지가 이걸 알면’
불안한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의 약한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틈으로 어떤 말이 들렸다.
“진아!”
“...누...나”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갈까.”
난 잠시 멍한 채로 그 말에 답을 찾기 위해 몸 상태를 스스로 가늠해 보곤 답해주었다.
“아니.”
“그래. 그럼 밥 먹고 학교가.”
“응.”
누나는 그리고 먼저 일어나 나갔다. 그녀의 예쁜 교복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10시.
‘억!’
난 학교를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늦게 와서 학우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일 것을 생각하면 뒷머리가 곤두섰다.
‘씻고 밥 먹고 학교가면 11시 쯤 도착할건데. 오늘은 3시 그것도 동아리 활동 시간. 그러니까 거의 수업 못 받는다는 이야기.’
‘그래도 가야하지 않나. 누나가 가라고 했는데’
난 고민에 머리가 좀 아팠다.
‘그냥 누나 따라서 병원에 갈 걸’
하지만 나의 이 병증은 자주 있는 일이라. 스스로도 대수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누나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 싫어서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한 건데. 지금은 후회가 되었다.
‘모르겠다.’
난 방으로 가서 누워버렸다. 자주 병원에 가다보니 학교에선 내가 나가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줄 알고 있기에 추궁당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학교 등교 하면 분명 선생님은 예의 상 몸에 대해서 물어보고 끝인데. 뭘 걱정한단 말인가.
‘어제 보던 책이나 볼까’
난 서제로 향했다. 도우미 아줌마는 4시쯤 다시 오니까. 학교가지 않은 것을 들킬 염려는 없었고 난 안심하고 어제 접어두었던 책을 다시 보았다.
레이몬드 커버의 단편집중 제목이 코끼리인 것을 보고 있었는데. 주인공 남자의 삶이 참 한심하기도 하고 불행해 보였다.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이혼한 아내, 자립한 아들 등 그가 힘들게 번 돈을 갈취해 가려는 편지와 전화가 온 후 그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그는 과거였지만 그들에게서 받았던 따듯한 감정을 생각하며 뒤로 치워놓고 그들의 제의를 받아드리는 내용이었다.
아직 어린 나로서는 이게 먼 내용인지 도무지 감이 서지 않았다. 너무나 한심한 양반이내 하는 생각이 먼저들 정도로 말이다.
난 코끼리를 보고 다시 책을 접어서 책꽂이에 끼우고 서제의 책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레이몬트 커버 단편집은 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무수히 많은 책들의 제목이 스쳐지나갔다.
‘아버지,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해리포터 시리즈, 나쁜 사머리안, 양들의 침묵...’
난 순간 책이 아닌 것이 내 손이 닫지 않는 곳에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집 1층 천정은 3미터 정도 되었는데. 책꽂이는 붙박이로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것은 잘 보지 않는 고전소설이 즐비한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존재자체를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우리 집 서제는 아버지가 아끼는 공간으로 고집스럽게 책꽂이엔 책 이외엔 어느 것도 없었다. 업무에 필요한 서류 등은 책상 위 꽂이에 있거나 서랍 속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 파일 안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너무 높았고 이 방엔 왜인지 올라가서 책을 집을 만한 높이의 것이 없어서 난 파일 앞에 적혀있는 제목이 무엇인지 보려고 안경을 손에 잡고 초점을 조절하는 행동이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엉... 사건 조사 보고서. 뭘까?’
사건 조사 보고서. 순간 난 거친 심장소리를 들었다. 좋지 않은 예지가 엄습하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누군가의 울부짓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난 몹시 두렵고 불쾌한 기분이 되어 서제를 서둘러 나왔다.
‘그건가’
나에겐 이유를 알 수 없는 환청이 들릴 때가 있었는데. 병원에선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그렇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어서 나에게 이런 병증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전에 이런 느낌이 든 건 대략 1년 전. 누나가 배구 지역예선 경기에서 다쳤을 때 이었다.
그 때 아버지와 같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누나가 다치자 평소 그 냉정한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경기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누나를 보고 있었다. 만일 어떤 일이라도 발견되면 4미터 아래인 경기장으로 뛰어내릴 기세였었다.
그 순간에 난 지금과 같은 경험을 했었다. 당시는 좀 심해서 난 부들부들 떨었는데 그날 병원에 간 건 발목 인대가 늘어난 누나가 아니라 내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증상이 오래가지 않았다. 서제를 나오니 마음이 진정되고 있었다. 별거 아닌 나의 착각정도로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공포심은 사라졌지만 불쾌함만은 남아 있었다. 난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지갑과 거의 시계대용인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나왔다.
전원주택이 즐비한 부잣집 골목으로 불리우는 이 동내엔 중형 마트가 두 개 있는데. 난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쪽을 선호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는 길은 아스팔트가 깔린 좁은 2차선 도로로 종종 승용차가 지나갔지만 워낙 울퉁불퉁한 도로라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난 차에 대한 건 신경쓰지 않았다.
5분 쯤 지나서 난 멀리 학교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해서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이름도 언덕마트.
쇼핑카트를 끌고 이것저것 담았다. 어묵소세지, 과일맛 우유, 샐러드, 초밥 내가 들고 집 까지 갈수 있을 정도의 무게를 따져서 담았다. 계산이 끝나고 비닐봉지를 들고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에 들어갔다.
이 책방은 너무 작아서 잡지가 중앙에 놓여져 있고 벽쪽으로 참고서적과 소설, 비소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책의 개수는 당연하게도 우리집 서제보다 적었는데. 우리집 서제에는 없는 책들이 제법 많았다. 바로 성애에 대한 책이었다.
뭐 성애에 대한 책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었다. 연애소설에 약간의 에로가 들어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성인잡지는 미성연자가 보지 못하도록 봉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책을 호기심이 나기는 했지만 또래 아이들처럼 즐기진 못했다. 뭐가먼지 알 수 없는 낮 뜨거운 이야기들과 나체사진.
중학교 3학년인데도 난 섹스, 자위, 여자의 몸에 대해 호기심이 나기는 했지만 그다지 감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 좀 논다는 애들이 이야기 하는 걸 들으면 거진 싸움 아니면 여자 이야기 이었다.
‘돌림빵을 했네, 설거지 해서 기분 더럽더라, 따먹었다, 죽이더라’
그런 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혐오스럽다는 생각이외엔 들지 않았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의 거기를 옆자리 앉은 자칭 카사노바 박 이라는 녀석이 자기가 폰카로 찍는 ‘여자 친구 보지’ 라며 나에게 억지로 보여줬는데. 그 모습이 무척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녀석은 그 사진을 보여준 후 나의 조금 찌그러진 표정을 보고 다른 친구에게 나의 거기가 ‘발딱 섰지’ 라고 이야기 했지만’ 나로선 그녀석의 말투가 기분 나쁠 뿐 나의 거기는 반응이 없었다.
녀석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고 나보고 이번엔 ‘고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난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더 할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
무시한다. 평정을 가장 한다. 얼어붙은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이건 내가 누군가로터 배운 거였다. 가장 편한 처세술로 마음의 상처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법.
하지만 집요한 구석을 가진 놈이 하나 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긴 놈으로 학교 내에서 여학생에게 인기 있는 남학생 2위로 불리 우는 ‘이창세’ 란 이름 녀석인데 아버지가 변호사를 하는 좋은 집안 아이지만 놀기 좋아 하고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나쁜 짓을 일삼는 아이었다.
창세는 내가 여자아이 같다며 그와 관련된 사항들을 줄줄이 이야기 하며 여론을 선도했다. 그 녀석이 왜 나를 적대시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창피주고 고립시키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의 얼굴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었다. 난 책방에서 불쾌한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미친 놈’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 달 문예잡지를 계산하고 나왔다.
7시 난 도우미 아줌마가 차려주는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슬슬하고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먹고 있으니 식욕이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왜 맛없어”
도우미 아줌마가 부드럽게 말했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난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아까 뭘 먹어서”
“응. 간식거리는 과자 많이 먹지마렴 건강에도 좋지 않거든 뭐 그러면 내가 간식거리좀 만들어 놓을까. 뭐 좋을까”
“아무거나 좋아요.”
“그래”
“그만 먹을께요. 죄송합니다”
“아냐”
난 아줌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거실은 황혼에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붉은색의 적막감. 아름다운 거실이고 운치도 있었지만 왼지 슬펐다. 난 소파에 앉아서 tv를 잠시 켯지만 재미있는 것도 없고 머리도 복잡해서 채널만을 돌리다가 그냥 끄곤 두손을 깍지 껴 뒷머리를 잡고 천장을 올려다.
예쁜 유리구슬이 주렁주렁 단 샹들리에 가 황혼에 붉은색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빛이 예뻐서 난 아무생각도 없이 그것을 한참동안 보았다. 별로 할 것도 없어서 그러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오셨어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언제나 무표정한 아니 나를 대할 때면 얼어붙은 냉정한 감정을 들어내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래”
너무 차가운 목소리 감정이 전혀 없는 목소리.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말이 길고 잘고 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거부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그날은 왼지 울컥 치미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미움 받기 싫었기 때문일까. 난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눈물을 닦을 뿐이었다.
난 눈물을 감추기 위해 다시 TV를 컸다. 그 때 손년소녀 가장 돕기 모금 행사 방송이 했고 거기에 초대가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왼지 눈물이 엄청 쏟아질 것 같았다.
“난 전혀 사랑 받고 있지 못한데. 뭔 괴변이야!”
하고 소리 치고 싶었다. 난 휘청거리며 TV를 끄며 일어나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때 또 문소리가 들렸다. 누나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모습을 보이기 싫은 난 잠시 멈칫 했을 뿐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내 방으로 침대에 코를 박고 소리 없이 울었다.
그렇게 울다 지친건지 잠이 들었고 고개를 들었을 땐. 8시 넘어있었다. 난 눈이 부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채로 방을 나섰다. 1층은 부엌에서 들어오는 불빛 말고 켜놓은 전등이 없어 어두웠다. 난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부엌을 향했는데. 순간 누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기에 답하는 아버지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진이 담임선생님이 보자고 해서 갔었어요.”
“어떤 일이던”
“고등학교 진학 문제 이었어요”
“그렇군. 녀석도 이제 많이 컸구나.”
“아버지 진이를 어디에 보냈으면 해요. 물론 진이에게 물어본 후에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만. 일단 아버지 생각을 알고 싶어요.”
난 순간 오늘 무단으로 학교가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쳐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모래 듣는 것을 중단할 수 없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떤 뜻인지 모르겠구나.”
“아버지는 진이를 집에 두고 싶어 하지 앉아나요.”
순간 난 숨을 죽였다. 나의 마음을 죽여 버리는 말이었다. 난 휘청 이며 계단에 걸터앉았다.
“그렇지 않아”
아버지의 약간 불편한 감정이 썩힌 답변. 그리고 이어지는 누나의 역시 불편한 감정의 말.
“이젠 솔직해 지세요. 그러시는 것 보기 힘드니까.”
“그렇지 않아. 난 네 엄마의 아들을 버리지 않는 거다.”
누나의 답변을 잠시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담임선생님이 그러는데. 얼마 전에 신체검사가 있었데요. 그런데 진이 아직도 그게 없다나 봐요.”
“뭐가 말이냐.”
잠시 후 이어진 누나의 약간 부끄러운 목소리의 답변.
“그거. 2차 성징 말이죠.”
“그러고 보니. 변성기도 오지 않고 몸집도 너무 작은데다. 수염도 나지 않았군.”
“병원에 한번 가보라는데. 그런 문제라 전 조금.”
“알았다. 비서를 시켜 놓지. 넌 걱정하지 말거라.”
“네 그럼. 일어나 볼게요.”
난 누나의 그 말을 듣고. 들키지 않기 위해 얼른 소리를 최대한으로 죽이며 계단을 올라서 방으로 숨었다. 잠시 후 누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난 책상 앞에 앉아서 누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머리에 떠올렸다.
“이젠 솔직해 지세요. 그러시는 것 보기 힘드니까.”
“그렇지 않아. 난 네 엄마의 아들을 버리지 않는 거다.”
‘어떤 뜻일까. 내가 누나완 아버지가 다른 아이란 걸까?’
아주 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왜냐면 나의 어머니는 나의 영원한 아름다운 천사였기에 그런 일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쾌함 스스로 어머니에게 이상한 상상을 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에게 불쾌감을 일으켰다.
난 그 믿음 때문에 무리하게 생각을 접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실 실질적으로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나였지만 몽정, 자위, 섹스, 남성호르몬의 작용, 여성호르몬의 작용, 출산 등의 성의 대한 상식은 있었다.
그렇기에 누나의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15세의 나이가 되도록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고 그것이 그렇게 문제가 있는 사항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9시 쯤 아버지가 날 불렀다. 난 서제에 앉아서 그에게 드물게도 조금 긴 말을 들었다.
“내일 학교는 오전만 하고 조퇴해라. 12:30분쯤에 오비서가 차를 몰고 기다리고 있을거니 병원에 가보거라.”
“예”
“그럼 가봐라”
“예”
그는 자초지종 이야기 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야기 했고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묻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 나의 머릿속엔 아까 들었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진이를 집에 두고 싶어 하지 앉아나요.”
집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그러지 못했다. 왼지 몇 번이나 가출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창세 녀석이 부럽게 느껴졌다. 정말 웃기는 생각이라 순간 미소가 번졌지만 잠시뿐 난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다음 난. 가기 싫은 학교에 등교해서 책상에 앉아 있었다. 뒤에는 창세 녀석과 남자아이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었고 앞에는 우리반에서 가장 이쁘다는 박하늘이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난 어제 일들을 생각하며 우울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창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싫고 귀를 막고 싶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난 감정을 추수르기 위해 살짝 귀를 막고 책상에 업뜨렸다.
하지만 음성들의 소용돌이는 나의 귀를 가만두지 않았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그거 아냐. 요즘 시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차량 납치 강간 사건. 그것도 중고생 피해자래.”
하늘이의 과장된 신음과 음성이 답해왔다.
“으윽! 정말. 니들 오늘 꼭 같이가자.”
다음 이어진 장난스런 목소리.
“특히 혜련이는 같이 가야겠다.”
“왜?”
“보디가드로.”
“야!”
이 혜련은 우리 반에서 가장 덩치가 큰 아이인데. 살이 많이 찌진 않았지만 체격이 커서 고릴라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로 성격이 좋은지 하늘이랑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맞다! 범인. 여러 명이래”
“뭐 돌림빵 한다고”
“여자애가 돌림빵이 뭐냐! 상스럽게”
“그럼 뭐라고 하냐! 윤간!”
“하하하.”
그 때. 누군가의 경보 음성 들렸다.
“담탱이 떴다!”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움직여 자리에 앉았다. 순식간에 교실은 단정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었다. 우리반 담임은 장소현이라는 32세의 노처녀 인데. 얼굴은 뭐 그럭저럭 이지만 키가 크고 글래머라 인기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생으로써 깐깐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세심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서울 때는 무서운 그런 분으로 항상 난 선생, 넌 학생 이라는 선을 분명하게 긋고 싶어 하는 관료주의적 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의식 역시 선생이란 특수한 직업을 잘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뿐. 그녀는 바르게 살아가는 어른의 표상으로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살아있는 어른이었다.
그녀를 모습에 나의 마음은 조금 진정이 되었나보다. 난 고개를 들고 반장의 구렁에 인사를 하고 출석 체크를 하고 선생님의 오늘 전달사항을 들었다. 그리고 떠나려는 선생님을 부불러서 오늘 조퇴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오늘 병원에 가야해서 오전만 해야 하겠는데요.”
“그래 그러고 보니 어제 결석 했었지. 많이 안 좋아.”
걱정스러운 표정. 난 그 얼굴을 한번 본 후. 입을 때였다.
“아뇨”
“그래 알았다. 문제 있으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누나가 정말 예쁘던데.”
“예”
난 누나에 대한 칭찬이 기뻐서 작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럼.”
난 꾸벅 인사를 했다.
창세는 오늘도 나에게 들리라며 내가 여자 같으니까. 성전환 수술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막 시키고 있었고 옆에서 듣는 아이들이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지만. 난 무관심을 과장한 체 있었다. 답변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한참 그렇게 이야기 하며 재미있어 하다가 어제 만난 고등하교 여학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어제 우리학교 고등부 여자랑 미팅 했거든. 정말 죽이더라. 가슴도 크고 얼굴도 예쁘더라. 뭐 키는 좀 작았지만 A급 이었어.”
은근히 기대하는 투의 음성의 질문.
“어디까지 갔어.”
“어디까지 못 갔다. 노래방 가서 잠깐 가슴조금 만지고 뽀뽀한 걸로 다야.”
“네가 마음에 드나 보네. 자식 좋겠다. 몇 학년?”
“2학년”
“2살 연상이네.”
“다음엔 하게해 달라 할 거다.”
“나중에 줄 놔라”
“바람피울려고.”
“그냥 줄 놔라”
“하하 알았다. 그래”
창세 옆에 있는 녀석은 현지석이라는 녀석인데. 창세완 단짝이었다. 다부진 어깨에 가지고 있고 스포츠머리가 너무 어울리는 육상부 소속의 스포츠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육상을 그만두고 마냥 노는 아이로 전략해버린 상태다.
하지만 잘 빠진 몸 때문인지 제법 인기 있는 아이로 2년 인가 사귀는 아이도 있엇다. 하지만 늘 기해만 있으면 바람을 피우는 행동을 자주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어느세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있었다. 전심 전 수업을 했던 선생님이 물을 열고 나가고 아이들은 식당을 향해 가려고 일어서고 있었다. 난 집을 가려고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말이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여자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아. 누나 오셨어”
순간 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고등부 교복을 입고 고급 가죽 가방을 들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그리고 창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진짜 예쁜 누나네.”
다음은 지석.
“캬... 죽이네!”
"A 아니 S급 이다.“
“그치 키 크고, 가슴 빵빵하고 다리도 얼굴도 너무 예쁘네.”
난 순간 울컥해서 그 둘을 돌아봤다. 하지만 녀석들의 시선을 누나에게 박혀 있었고 난. 화가 나서 거칠게 가방을 들고 누나에게로 달려갈 뿐이었다.
누나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곤 손을 조금 흔들어 주곤 시끄러운 교실을 등졌다. 나는 갑자기 내 팔을 잡으며 질문을 늘어놓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 지체되었지만 반장의 중제로 금방 풀러나서 그녀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누나는 언제나 그렇듯 뒷모습을 보여주며 걸었다. 그녀는 내가 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한 마디도 안하다가. 교문 앞에 서자 입을 열었다.
“오비서가 사정이 있어서 안온다고 해서 대신 왔어.”
“응”
우린 교문을 나와서 택시에 올랐다. 난 옆에 앉아서 창 박을 보고 있는 누나의 옆모습을 보며 아까 내 팔을 잡으며 늘어놓던 학우들의 질문을 생각했다.
“너무 다른 거 아냐”
“진이랑 너무 달라서 누나랑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저 누나. 우리학교 고등부 배구선수지 않나. 엄청 있기 있다던데.”
“그래 선수지만 공부도 잘해서 학년 10위권 안을 항상 한다고 하던 그 누나구나”
“그래 전에 선생님이 이야기 했던 누나구나”
“난 연예인 인줄 알았다”
“저 정도면 곧 연예계 데뷔 할지도 모르지.”
칭찬일색. 누나는 항상 칭찬만 듣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전혀 칭찬거리가 없는 사람이고 격세지감. 누나는 항상 나의 존재를 작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나가 얄밉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자랑스러운 누나일 뿐이다.
병원에 도착한 후 누나가 대신 접수해 주고 난. 곧 피를 뽑고 3D 초음파를 찍었다. 그리고 1시간쯤 기다린 후 누나랑 같이 진찰실로 들어갔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복장의 남자가 x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와 우린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의 그가 재미있어 하는 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나랑 이런데 오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난 이곳이 비뇨기과 그러니까. 남자의 성기능과 관계있는 의료를 하는 곳이란 것을 알고 누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대신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마세요. 선생님”
“뭐 그렇다면.”
그는 보고 있던 x레이를 라이트박스에서 내리고 3D 초음파 사진을 들었다. 아무래도 나의 거기 같았다. 누나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누나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
의사의 말이 이어졌다.
“요즘 평균적인 2차 성징에 비해서 늦기는 하지만 특별한 장애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으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작은 어른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필요 할 것 같네요. 누님이 키가 큰 걸로 봐선 이 아이도 이 나이땐 상당히 큰 것이 정상 일 건데.”
그 말에 누나는 냉정하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슬픈 표정 아니 후회스런. 자책하는 표정 같았다.
“알겠습니다.”
“지금도 안 늦었어요. 1년 사이에 10cm 크는 아이들도 있으니 까요.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런 가요”
“예, 진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면 된단다. 다음부턴 혼자 오는 거다. 누나 너무 귀찮게 굴면 미움 받아”
“예”
난 호르몬 주사제라는 것을 맞고. 누나와 병원을 나왔다. 2시 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난 손으로 배를 한번 쓰다듬었다. 누나는 그것을 본 것인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먹고 들어가자”
“응”
누나는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치즈버거 하나랑 홍차, 난 커다란 더블불고기버거와 콜라 큰것, 감자침을 먹었다. 난 다른쪽은 몰라도 소화기는 잘 돌아가는지 먹는 것은 잘 먹는편이었다.
누나는 역시 말이 없었고. 나 역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열지 못하고 음식을 먹고만 있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가고 누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수요일 마다 병원 꼭 가야한다”
“응”
순간 누나에게 어재 밤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집안도 아니고 좋은 기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까지. 겁 많고 소심한 나로선 더 이상의 질문을 하기엔 역부족 이었다. 난 그저 다 감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녁 시간 집. 난 오늘 과제를 하고 침대에 누워 저번에 책방에서 구입한. 문예잡지 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거라곤 페이지 수중 반이 광고로 찼다는 것뿐. 별 내용이 없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잡지를 접어서. 침대 옆. 서랍에 넣고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펴고 시계를 보았다. 8시 그러고 보니 어제 이 시간에 엿듣는 취미를 발견 했었다. 물론 그 엿듣는 취미가 전혀 기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또 오늘도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린다.
오늘도 나보다 늦게 온 아버지는 저녁식사 중이었고 누나는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난 어제처럼 화장실을 가려다 말고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오늘 경기 있었다며 수고했다.”
“예”
누나의 약간 머뭇거리는 대답. 그리고 이어진 아버지의 말.
“그런데. 가희는 프로 뛰고 싶은 거니.”
누나는 다시 한번 머뭇거렸다.
“요즘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오늘 폐인도 재 기량이 늘었다면 지지 않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들어서 키는 컸지만 다른 부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네요. 프로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운동선수는 성공하기 힘든 직업이고 도중 그만두었을 때.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기도 무척 힘든 업종이지. 그만둔다면 빨리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거다.”
“네년이면 저도 고3 이니까. 빨리 결정 하려고 해요.”
“좋은 생각이다.”
잠시의 침묵. 차를 타는지 물 따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누나의 목소리.
“진이 호르몬 분비 이상이 있데요. 그래서 수요일 마다 병원에 가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데요.”
“그 정도는 녀석 혼자서 할 수 있겠지.”
“그렇겠죠.”
“근데. 아버지.”
“왜?”
누나는 말을 고르는 지 한참동안 뜸을 드렸다.
“진이 조기유학 보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미국에 가면 외가댁도 있고.”
아버지는 순간 딱딱한 음성이 되어서 반문했다.
“왜지?”
누나는 한참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호르몬 치료를 받아서 남자아이로 점점 성장해 가면. 그 흉물스런 남자와 비슷한 모습이 되어 버릴까 겁이나요.”
“바보 같은 생각이다.”
순간 누나의 음성이 조금 올라갔다. 흥분한 듯. 거친 비음도 썩힌 음성.
“뭐가 바보 같다는 거죠! 아버지는 진이 얼굴 제대로 본적이나 있으세요. 언제나 냉정하게 무시하시 하잖아요. 엄마의 유언에 집착하지 마세요. 솔직해 지시라고요! 이모도 힘들면 자기가 돌봐준다고 하는데.”
누나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의식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누나와 아버지는 진실로 나를 꺼려한다는 거였다. 이제 까지 보여주었던 절제된 다정함은 다정함이 아니라 그저 의무감이란 뜻이 되는 것이었다.
나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멈추지 않는 눈물 그렇게 다음에 이어진 둘의 대화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난 감정이 격해져 버리기 시작했다. 난 멍하게 일어서서 뒤쪽 정원으로 나 있는 뒷문을 열고 흐느낌을 참으며 울었다.
나의 세상은 냉정한 누나와 아버지가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 그런 세상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물 이란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맏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진정이 되었다.
‘이제 이 집에 있을 자리는 없어. 아니 처음부터 없었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지’
하지만 그 이유는 누나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누나에게 더 이상 미움 받기 싫은 나로선 그런 행동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내가 이 집을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2만원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모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보았던 미소. 나의 마음에 상처가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이모에게 맏겨 버리지 왜 이때 까지 같이 산거야. 배신이야 거짓말 했어. 누나도 이제 미워.”
이 감정 분명히 배신감 이었다. 정을 주지 않을 거면 내 마음도 누나에게 가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은 구겨지고 두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난 분노해서 슬리퍼를 신은 발로 달리다. 대문 앞에 있는 화분을 발로 차 깨 버리고 철문을 열어 뛰어 나왔다. 그 순간 집안의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지만 난 무시 하고 전원주택을 뒤로 했다.
박은 5월로 밤은 좀 살살했다. 난 정신없이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집을 나오기 전까진 택시로 이모가 사는 중심가 종합병원 옆 빌라로 가려고 했는데. 화가 나서 그런 것을 잊어버리고 달리고만 있었다.
슬리퍼 발로 달리다 보니 두발에 충격이 주어지고 공통이 엄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심적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에 무시되어 지고 있었다.
하지만 슬리퍼의 끈은 단단하지 못했고 난 끈이 끊어지면서 바닥에 굴러버린다. 난 충격의 고통에 잠시 누워 있었다. 순간 두 다리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두 다리도 아팠지만 더 아픈 곳은 찰과상으로 엉망인 오른쪽 무릎과 두 팔목 이었다.
난 일어서서 쓰라린 상처 부위를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짓이겨진 살점 사이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 피를 보자 어느새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난 그런 자세로 한참 있었다. 아직 9시도 안된 시간인 것 같은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있었다.
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있다. 일어났다. 상처를 치료 받고 싶었다. 마음의 상처도 말이다. 한발 내 딧었다. 무릎이 무척 아팠다. 뼈라도 상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걷고 나니 쓰라린 것을 빼곤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았고 난 계속 걸어서 큰 도로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에 내 체온이 많이 낮아 졌는지 몹시 떨렸다. 난 택시를 잡기위해 손을 들었고 금방 택시는 잡혔다.
택시가사는 나를 돌아보고는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세상을 사른 방식인지 어린아이의 불행엔 영 관여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20분 쯤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돈을 지불하고 이모가 근무하는 종합병원 앞에 왔다. 딱 한번 와본 기억이 있지만 그도 2년 전이었다.
이모는 말이 많고 친절한 분이지만 형부랑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한지 집에 자주 오지 않았다. 그 덕에 딸인 케리도 자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기댈 곳은 이제 이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사정 따위 별로 상관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모 집을 찾는 건 어려웠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 빌라촌에서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이모집을 찾을 수 없었다. 난 다시 병원 앞으로 갔고 병원 경비에서 물었지만 파견직인 경비가 알 리가 없었다. 난 당직 의사 선생에게 물어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그것도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선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분서주 하다 병원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다시 빌라촌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다리가 아파서 길가에 있던 벤치에 앉았다. 상처도 쓰라리고 오한도 들고 몸 상태가 몹시 나빴다. 이러다 죽어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고개를 숙이고 아까 들었던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떠오르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누구’
순간 그 말의 의미가 나에게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혔다.
‘어머니가 왜? 아버지를 놔두고 다른 사람을’
싫은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며 말하고 있었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어둠의 몸을 가진 검은 안개의 일렁임이 나의 주변을 에워싸며 내 마음을 짓눌렀다.
거부하는 여성을 향해 행해지는 남자의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욕망의 발현. 욕을 보이다, 강간하다, 성폭행하다, 강제로 하다. 순간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추잡하고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태어난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난 심장이 멋는 것 같았다. 숨을 혈덕이고 가슴이 답답해 고통스러웠다.
그 때.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가난 그러면서도 후회스런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진아!”
순간 누나 쪽을 보지도 않고 달렸다. 내가 달려봐야 운동선수에 키가 큰 누나를 따돌리는 건 어림도 없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달렸다. 누나는 내 뒤를 따라 오며 소리 치고 있었다.
“멈춰! 진아! 잠깐만! 이야기 들어봐!”
난 이를 물고 달렸다. 그러다 다시 넘어졌다. 역시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는 금방 달려오지 않았다. 내가 넘어지자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많이 울었던지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미움과 분노가 사그라지고 있었다.
“진아”
하지만 다음 순간 왼 봉고차가 누나 뒤를 급하게 따라와서 섰고 갑자기 봉고차에서 내린 남자들이 그녀의 입에 손수건을 갓다 대었다. 그러자 그녀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어 버렸고 그런 누나를 그들은 차에 실으려고 했다. 난 무슨일 일어났나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클래스메이트의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생각하곤 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일어나 달려갔다.
하지만 작은 아이의 힘이라고 해봐야 별것 아니었다. 다큰 어른의 발에 차여서 넘어지고 악을 쓰며 물려고 했지만 머리를 맞아 뒹굴고 내가 생각해서 한참동안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라도 차 앞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차는 가지 못하고 있었고 박이 소란스럽자 주택가 사람들이 창을 열고 얼굴을 들어 밀기 시작했다. 치한들은 위험을 느꼈는지 누나에게 썼던 방식으로 나의 입에도 손수건을 들어 밀었다.
화학품 냄새. 코를 찌르는 냄새에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한 나를 누나와 같이 차에 태우고 서둘러 출발했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속에서 누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보였고. 그녀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진아 미안해”
“더럽게 재수 없군.”
“꼬맹이가 우리 얼굴 다 봤군.”
“젠장”
“처리해야지”
좀 어눌한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죽이자는 이야기 야. 않되”
그러자 화난 남자가 무언가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럼 어쩌자는 이야기냐. 다 감옥갈래. 연쇄 구룹 강간범 검거 짜자잔! 좋겠다 정말”
“초등학생 인거 같은데 불쌍하지도 않냐.”
“내가 더 불쌍해. 에!”
“절대 않되!”
순간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눌한 목소리의 남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바보 같은 놈. 내 놈은 자고 있으라고 재미는 제혁이랑 둘이서 보고 있을 거니까.”
난 그들을 이야기를 의식이 없는 척 하고 듣고 있었다. 손이 뒤로 내가 입고 있던 티로 묶여 있었고 두 다리는 내 바지로 묶고 내 혁대로 기둥에 다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입은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는데. 조금 느슨한 감이 있었다.
난 과격한 남자의 ‘재미는 제혁이란 둘이서 보고 있을 거니까’ 란 말에 놀라서 눈을 뜨고 누나의 위치를 찾았다. 이곳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넓은 공간의 창고 같은 곳 같았다. 이 창고엔 의자 몇 개와 과자 봉지 먹다버린 닭뼈 같은 뿐이기도 했지만 내가 묶여 있던 곳이 다른 곳 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누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더러운 병원용 침대에 묶여 있었다. 양 팔과 양 다리를 벌려서 X자가 나오도록 묶어 놓고 입엔 나처럼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남자들은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한명은 평범한 얼굴로 별로 특징이 없었는데. 한명은 동공도 작고 눈도 큰 것이 무섭게 보였다. 둘은 침대 근처로 가서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월척인데. 재수 없는게 아닌데”
“그러내. 키도 크고 가슴도 좋고. 얼굴도 예뻐.”
“야 나 먼저 한다.”
“야 내 차례 잖아”
“설마 이런 애가 처녀일리도 없고 아무나 먼저 하면 어떠냐”
“그냥 같이 해 볼까. 뭐 좆 빨아 줄리는 없겠지만. 몸 만지고 싶은데.”
“그래 뭐 까짓거.”
그들은 누나가 자신의 것인양. 말하고 있었다. 난 저런 파렴치한 자들을 당작 칼로 찔러 버리고 싶단 충동 엄습했지만 묶여있는 몸으론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으라고 팔을 매듭사이에서 빼려고 했지만 전혀 빠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의식이 든걸 보고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누나에게 접근했다. 한명은 하얏고 긴 다리를 발가락부터 그 더럽고 더러운 손으로 어루만지며 올라가고 한명은 옷을 입은 가슴 위를 주물러 댔다.
그 자극 눈을 뜬 누나는 음음 거리며 몸부림 쳤지만 남자들의 힘 앞엔 역부족인 데다 팔 다리가 단단히 묶여있어 저항은 무의미 했다. 도리어 그들은 잠시 잊어버린 사항을 알게 했다. 바로 눈을 가리지 않은 것 말이다.
“야. 눈은 왜 안 가렸어.”
“뭐 동생이 봤는데. 별수 없잖아.”
“응”
“어서 하기나 해라. 이거 봐라 이 애 진짜 꼴린다. 다리 죽이지 않냐”
“히히”
둘은 다시 저항 하는 누나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들은 쓰다듬는 것에 금방 실증을 느끼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셔츠는 단추를 뜯어 버리듯 벌리고 등쪽으로 손을 넣어 후크를 끄르고 블레지어를 잡아서 침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급하게 나온듯 이런 날씨에 입고 나온 핫팬츠를 가위로 자르고 팬티 마져 잘라서 금방 알몸으로 만들었다.
새하얀 피부의 누나는 아름다움으로 눈부신 몸을 가지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 탱탱하고 크고 예쁜 가슴, 긴 팔과 다리, 매력적인 허벅지와 골반의 선.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안 보였다.
그런 고귀한 아름다움에 나는 잠시 넉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저 변대놈들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그들은 금방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리고 분노한 누나의 눈빛이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누나의 치부에 손가락을 가져가 집어넣고 가슴을 제것인양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두를 물고 치부에 혀를 가져가기 까지 한 그들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누나는 치욕적인 이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테이프로 막혀진 입으로 고통스러워 했지만 구원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그 구원의 손길 줘야 하는 나는 누나의 나신과 그들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며 울분도 토했지만 욕정 또한 느끼고 있었다.
나의 자지가 발기해서 몸부림 치면서 약간 내려간 팬티 위로 들어나 있었다. 2차 성징이 늦은 나로선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팬티 마져 벗자 그들의 팽팽하게 쏟아있는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자지가 큰지 작은지 알지 못했지만 내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난 누나가 강간을 당할 상황에서 그들과 같이 자지를 새우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도덕한 반응인가. 저들과 난 별로 다를 것이 없단 말인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 뜨리고 있었다.
그 때 나도 몰랐지만 내 눈물이 내 뺨에 뭍은 때를 쓸며 검은색이 되어 땅에 떨어졌다.
중학교 3학년이 5월의 비오는 어느 날. 난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었다. 창과 문이 있는 곳을 제외한 벽엔 천정까지 닫는 책장이 방을 에워싸고 있었고 책꽂이엔 책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중간엔 아버지가 한 번씩 업무용으로 쓰는 책상이 창을 등지고 있었고 그 앞엔 작은 다이를 중심으로 소파가 둘러져 있었다.
난 공부 따위엔 그다지 관심이 없고 항상 환상문학 같은 것을 좋아 했는데. 아버지 방엔 어머니 것 이었다는 순정만화, 연예소설 등과 아버지의 애독서인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호비트(수집용으로 원어로 된 영국 초판본, 개정본도 있음.)개미 같은 수많은 환상문학이 전체의 10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다.
몸이 약해서 자주 병원신세를 지다보니 친한 친구도 없고 아버지는 일이 바쁘다며 날 거의 상대해 주는 일이 없고 누나는 좀 냉담한 성격으로 다른 여성. 특히 케리와 이모와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없는 편이라 상대하기 힘들고. 그나마 이모와 케리가 잘 해줬지만. 이모가 종합병원에 전문의로 이직 하면서 분가한 후. 이후론 집에 자주 오지 않다보니 마음 둘 곳이 이런 현실도피성 짖은 소설을 보는 것이 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요즘 나도 이런 생활을 좀 바꿔 보고 싶다. 물론 자신은 없다. 수줍은 말투, 약해보이는 인상, 낮은 성적, 작은 체구, 주기적인 병원신세 딱 학원생활 겉돌기 딱 좋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왕따도 쉽게 당할 것 같은 나다. 자신이 있으리. 만무하다.
그저 난 수동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친구도 나의 지병 때문인지 오래가진 못했다. 물론 동정표는 받기 쉬웠지만 깊이 나를 이해해줄 친구가 없었다.
난 그저 흘러가는 되로 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말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는 건 아버지의 방임이 크다고 요즘 생각은 든다. 우리 아버지로 말하면 굴지 IT업체로 포털 사이트, 게임 사이트 등 수많은 인터넷 사업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분인데. 집안일엔 무심하시다.
생일, 졸업, 입학, 부모님 참관 같은 날에 오는 꼴을 단 한 번도 못 봤다. 요즘은 내가 양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런.... (앗.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라 그런지 욕은 힘드네.)
그리고 누나. 말이 없어 상대하기 어렵단 생각은 들지만 아버지완 다르게 같이 있는 시간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우산 챙겨준다던지, 급식이 없는 날 도시락 챙겨준다 던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내 병의 간병 등 아버지 보단 확실히 살갑지만 누누이 말을 별로 시키지 않는 덕분인지 단지 그런 행동은 의무일 뿐인지 내 성적이나 학교생활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었다.
물론 팔자는 늘어졌다. 그다지 쓰지 않지만 용돈은 넉넉하고 좋은 옷, 좋은 음식에 퀸카 누나 잘 나가는 회사 CEO 아버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지만. 그 속엔 하나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랑. 당시 난 그것이 배고팠다.
서제에서 몇 시간 있었을까. 날이 어두웠다. 책을 접어 제자리에 끼우고 2층 작은 거실로 나왔다. 시간은 저녁 8시 누나가 학교에서 왔는지 누나 방에서 작게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난 어두운 거실을 둘러보았다. 소파와 대형 액정TV가 있었지만 왼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는 어둠의 풍경으로 여기에서 사람들이 떠들었던 날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여기에 아무것도 없을 때 이곳에서 처음으로 서로를 대면했던. 작은 아이들을 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첫 만남은 나에게 있어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왼지 불안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그렇게 멍하게 있다. 1층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우미 아줌마가 만들어 두었던 샌드위치와 콜라를 꺼내서 2층인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은 이 집 방중에 창고용도로 쓰는 방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방으로 이 전원주택 전체 크기로 봐선 상당히 작은 방이다.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다. 컴퓨터 및 공부책상, 침대, 옷걸이와 서랍장이 다 들어가고 작은 TV도 있지만 여유 공간이 충분 했다.
난 그 여유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서 리모컨으로 TV를 틀고 샌드위치를 한입 먹었다. 맛이 있어서 금방 먹어버리고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머지는 누나 거란 생각이 들어서 콜라를 마시고 포장지와 콜라 PET병은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의자에 앉아 오늘 과제를 시작했다.
과제는 30분 만에 끝났다. 내일 교과를 보고 가방을 정리한 후. 침대에 누웠다.
상념의 시간. 누나의 첫 대면은 누나의 미소였다. 그 따듯한 미소는 내가 사물을 인식한다고 느낀 이후 처음 보는 사람의 미소였다. 외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모도 보여주지 않던 미소였다.
5살 이전 미국에서의 기억의 대부분은 병원침대 이었다. 그나마도 거의 혼수상태로 지내다 보니 기억할 거라곤 거의 없었다. 1년 중 10일 정도를 제외하면 병원에서 살았던 나의 삶은 그저 살기위한 투쟁뿐이었다.
그날 역시 난 몸 상태가 나빠서 이모의 등에 업혀서 이 집으로 왔고 지금 이 방에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었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려고 링거스탠드를 끌고 나왔다가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진 2살 연상의 긴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천사를 만났다.
그녀는 잠시 나를 관찰 하듯 천천히 보다가 이내 환하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진이 구나.”
“네”
그 당시 누나는 지금처럼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잘 울고 잘 웃었었다. 그런 누나의 미소가 사라진 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지금으로부터 5년 전부터였다. 무엇이 원인인지 중학교 3학년인 그때 까지도 난 알고 있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난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았다. 6시 정각. 내가 다니는 학교는 집에 걸어서 15분 거리였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하지만 왼지 바로 일어나야할 것 같았다.
난 이불을 개어놓고 세수를 하기위해 1층 욕실로 향했다. 사실 2층에도 욕실이 있었지만 최근 아버지가 이젠 많이 컸으니 누나랑은 다른 곳을 사용하라고 해서 요즘은 남성전용이 되어버린 1층 욕실을 사용하려고 계단을 조심스럽게(자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내려갔다.
난 욕실에 들어가려고 하다 부엌에서 도우미 아줌마가 음식을 만드는지 물이 끓은 소리와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욕실문 쪽으로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문을 열어서 들어갔다.
순간 증기가 눈앞을 가렸다. 난 그런 힌트도 별 신경 쓰지 않고 돌아보고 있던 시선을 앞으로 했다. 그리고 얼어붙어 버렸다.
눈앞엔 물기를 닦다가 갑자기 들어온 나를 보고 놀라서 들고 있던 수건을 마저 떨어뜨려 완전한 알몸인 체의 누나가 서 있었다. 2초 정도 이었을 거다.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난 그 2초 만에 누나의 풍만하고 매우 예쁜 탱탱한 두 개의 앞가슴, 중심부에 나있는 폭이 좁은 음모, 잘록한 허리, 운동으로 단련된 허벅지, 어느 것 하나 미운 구석이 없는 아름다운 육체의 모습이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2초가 지난 후 난 붉어진 얼굴을 하고 알몸을 가리기 위해 주저 않는 누나를 뒤로 하고 허둥지둥 욕실을 나왔다.
욕실을 나와서도 난 누나가 화내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안절부절 하며 욕실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죄의 말을 해야지, 누나가 화를 내면 어떡해, 아버지가 이걸 알면’
불안한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의 약한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틈으로 어떤 말이 들렸다.
“진아!”
“...누...나”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갈까.”
난 잠시 멍한 채로 그 말에 답을 찾기 위해 몸 상태를 스스로 가늠해 보곤 답해주었다.
“아니.”
“그래. 그럼 밥 먹고 학교가.”
“응.”
누나는 그리고 먼저 일어나 나갔다. 그녀의 예쁜 교복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10시.
‘억!’
난 학교를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늦게 와서 학우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일 것을 생각하면 뒷머리가 곤두섰다.
‘씻고 밥 먹고 학교가면 11시 쯤 도착할건데. 오늘은 3시 그것도 동아리 활동 시간. 그러니까 거의 수업 못 받는다는 이야기.’
‘그래도 가야하지 않나. 누나가 가라고 했는데’
난 고민에 머리가 좀 아팠다.
‘그냥 누나 따라서 병원에 갈 걸’
하지만 나의 이 병증은 자주 있는 일이라. 스스로도 대수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누나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 싫어서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한 건데. 지금은 후회가 되었다.
‘모르겠다.’
난 방으로 가서 누워버렸다. 자주 병원에 가다보니 학교에선 내가 나가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줄 알고 있기에 추궁당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학교 등교 하면 분명 선생님은 예의 상 몸에 대해서 물어보고 끝인데. 뭘 걱정한단 말인가.
‘어제 보던 책이나 볼까’
난 서제로 향했다. 도우미 아줌마는 4시쯤 다시 오니까. 학교가지 않은 것을 들킬 염려는 없었고 난 안심하고 어제 접어두었던 책을 다시 보았다.
레이몬드 커버의 단편집중 제목이 코끼리인 것을 보고 있었는데. 주인공 남자의 삶이 참 한심하기도 하고 불행해 보였다.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이혼한 아내, 자립한 아들 등 그가 힘들게 번 돈을 갈취해 가려는 편지와 전화가 온 후 그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그는 과거였지만 그들에게서 받았던 따듯한 감정을 생각하며 뒤로 치워놓고 그들의 제의를 받아드리는 내용이었다.
아직 어린 나로서는 이게 먼 내용인지 도무지 감이 서지 않았다. 너무나 한심한 양반이내 하는 생각이 먼저들 정도로 말이다.
난 코끼리를 보고 다시 책을 접어서 책꽂이에 끼우고 서제의 책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레이몬트 커버 단편집은 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무수히 많은 책들의 제목이 스쳐지나갔다.
‘아버지,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해리포터 시리즈, 나쁜 사머리안, 양들의 침묵...’
난 순간 책이 아닌 것이 내 손이 닫지 않는 곳에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집 1층 천정은 3미터 정도 되었는데. 책꽂이는 붙박이로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것은 잘 보지 않는 고전소설이 즐비한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존재자체를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우리 집 서제는 아버지가 아끼는 공간으로 고집스럽게 책꽂이엔 책 이외엔 어느 것도 없었다. 업무에 필요한 서류 등은 책상 위 꽂이에 있거나 서랍 속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 파일 안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너무 높았고 이 방엔 왜인지 올라가서 책을 집을 만한 높이의 것이 없어서 난 파일 앞에 적혀있는 제목이 무엇인지 보려고 안경을 손에 잡고 초점을 조절하는 행동이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엉... 사건 조사 보고서. 뭘까?’
사건 조사 보고서. 순간 난 거친 심장소리를 들었다. 좋지 않은 예지가 엄습하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누군가의 울부짓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난 몹시 두렵고 불쾌한 기분이 되어 서제를 서둘러 나왔다.
‘그건가’
나에겐 이유를 알 수 없는 환청이 들릴 때가 있었는데. 병원에선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그렇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어서 나에게 이런 병증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전에 이런 느낌이 든 건 대략 1년 전. 누나가 배구 지역예선 경기에서 다쳤을 때 이었다.
그 때 아버지와 같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누나가 다치자 평소 그 냉정한 모습은 어디에 갔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경기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누나를 보고 있었다. 만일 어떤 일이라도 발견되면 4미터 아래인 경기장으로 뛰어내릴 기세였었다.
그 순간에 난 지금과 같은 경험을 했었다. 당시는 좀 심해서 난 부들부들 떨었는데 그날 병원에 간 건 발목 인대가 늘어난 누나가 아니라 내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증상이 오래가지 않았다. 서제를 나오니 마음이 진정되고 있었다. 별거 아닌 나의 착각정도로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공포심은 사라졌지만 불쾌함만은 남아 있었다. 난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지갑과 거의 시계대용인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나왔다.
전원주택이 즐비한 부잣집 골목으로 불리우는 이 동내엔 중형 마트가 두 개 있는데. 난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쪽을 선호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는 길은 아스팔트가 깔린 좁은 2차선 도로로 종종 승용차가 지나갔지만 워낙 울퉁불퉁한 도로라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난 차에 대한 건 신경쓰지 않았다.
5분 쯤 지나서 난 멀리 학교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해서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이름도 언덕마트.
쇼핑카트를 끌고 이것저것 담았다. 어묵소세지, 과일맛 우유, 샐러드, 초밥 내가 들고 집 까지 갈수 있을 정도의 무게를 따져서 담았다. 계산이 끝나고 비닐봉지를 들고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에 들어갔다.
이 책방은 너무 작아서 잡지가 중앙에 놓여져 있고 벽쪽으로 참고서적과 소설, 비소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책의 개수는 당연하게도 우리집 서제보다 적었는데. 우리집 서제에는 없는 책들이 제법 많았다. 바로 성애에 대한 책이었다.
뭐 성애에 대한 책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었다. 연애소설에 약간의 에로가 들어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성인잡지는 미성연자가 보지 못하도록 봉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책을 호기심이 나기는 했지만 또래 아이들처럼 즐기진 못했다. 뭐가먼지 알 수 없는 낮 뜨거운 이야기들과 나체사진.
중학교 3학년인데도 난 섹스, 자위, 여자의 몸에 대해 호기심이 나기는 했지만 그다지 감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 좀 논다는 애들이 이야기 하는 걸 들으면 거진 싸움 아니면 여자 이야기 이었다.
‘돌림빵을 했네, 설거지 해서 기분 더럽더라, 따먹었다, 죽이더라’
그런 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혐오스럽다는 생각이외엔 들지 않았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의 거기를 옆자리 앉은 자칭 카사노바 박 이라는 녀석이 자기가 폰카로 찍는 ‘여자 친구 보지’ 라며 나에게 억지로 보여줬는데. 그 모습이 무척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녀석은 그 사진을 보여준 후 나의 조금 찌그러진 표정을 보고 다른 친구에게 나의 거기가 ‘발딱 섰지’ 라고 이야기 했지만’ 나로선 그녀석의 말투가 기분 나쁠 뿐 나의 거기는 반응이 없었다.
녀석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고 나보고 이번엔 ‘고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난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더 할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
무시한다. 평정을 가장 한다. 얼어붙은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이건 내가 누군가로터 배운 거였다. 가장 편한 처세술로 마음의 상처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법.
하지만 집요한 구석을 가진 놈이 하나 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긴 놈으로 학교 내에서 여학생에게 인기 있는 남학생 2위로 불리 우는 ‘이창세’ 란 이름 녀석인데 아버지가 변호사를 하는 좋은 집안 아이지만 놀기 좋아 하고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나쁜 짓을 일삼는 아이었다.
창세는 내가 여자아이 같다며 그와 관련된 사항들을 줄줄이 이야기 하며 여론을 선도했다. 그 녀석이 왜 나를 적대시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창피주고 고립시키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의 얼굴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었다. 난 책방에서 불쾌한 얼굴이 떠올라서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미친 놈’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 달 문예잡지를 계산하고 나왔다.
7시 난 도우미 아줌마가 차려주는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슬슬하고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먹고 있으니 식욕이 없어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왜 맛없어”
도우미 아줌마가 부드럽게 말했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난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아까 뭘 먹어서”
“응. 간식거리는 과자 많이 먹지마렴 건강에도 좋지 않거든 뭐 그러면 내가 간식거리좀 만들어 놓을까. 뭐 좋을까”
“아무거나 좋아요.”
“그래”
“그만 먹을께요. 죄송합니다”
“아냐”
난 아줌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거실은 황혼에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붉은색의 적막감. 아름다운 거실이고 운치도 있었지만 왼지 슬펐다. 난 소파에 앉아서 tv를 잠시 켯지만 재미있는 것도 없고 머리도 복잡해서 채널만을 돌리다가 그냥 끄곤 두손을 깍지 껴 뒷머리를 잡고 천장을 올려다.
예쁜 유리구슬이 주렁주렁 단 샹들리에 가 황혼에 붉은색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빛이 예뻐서 난 아무생각도 없이 그것을 한참동안 보았다. 별로 할 것도 없어서 그러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오셨어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언제나 무표정한 아니 나를 대할 때면 얼어붙은 냉정한 감정을 들어내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래”
너무 차가운 목소리 감정이 전혀 없는 목소리.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말이 길고 잘고 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거부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그날은 왼지 울컥 치미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미움 받기 싫었기 때문일까. 난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눈물을 닦을 뿐이었다.
난 눈물을 감추기 위해 다시 TV를 컸다. 그 때 손년소녀 가장 돕기 모금 행사 방송이 했고 거기에 초대가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왼지 눈물이 엄청 쏟아질 것 같았다.
“난 전혀 사랑 받고 있지 못한데. 뭔 괴변이야!”
하고 소리 치고 싶었다. 난 휘청거리며 TV를 끄며 일어나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때 또 문소리가 들렸다. 누나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모습을 보이기 싫은 난 잠시 멈칫 했을 뿐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내 방으로 침대에 코를 박고 소리 없이 울었다.
그렇게 울다 지친건지 잠이 들었고 고개를 들었을 땐. 8시 넘어있었다. 난 눈이 부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채로 방을 나섰다. 1층은 부엌에서 들어오는 불빛 말고 켜놓은 전등이 없어 어두웠다. 난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부엌을 향했는데. 순간 누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기에 답하는 아버지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진이 담임선생님이 보자고 해서 갔었어요.”
“어떤 일이던”
“고등학교 진학 문제 이었어요”
“그렇군. 녀석도 이제 많이 컸구나.”
“아버지 진이를 어디에 보냈으면 해요. 물론 진이에게 물어본 후에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만. 일단 아버지 생각을 알고 싶어요.”
난 순간 오늘 무단으로 학교가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쳐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모래 듣는 것을 중단할 수 없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계속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떤 뜻인지 모르겠구나.”
“아버지는 진이를 집에 두고 싶어 하지 앉아나요.”
순간 난 숨을 죽였다. 나의 마음을 죽여 버리는 말이었다. 난 휘청 이며 계단에 걸터앉았다.
“그렇지 않아”
아버지의 약간 불편한 감정이 썩힌 답변. 그리고 이어지는 누나의 역시 불편한 감정의 말.
“이젠 솔직해 지세요. 그러시는 것 보기 힘드니까.”
“그렇지 않아. 난 네 엄마의 아들을 버리지 않는 거다.”
누나의 답변을 잠시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담임선생님이 그러는데. 얼마 전에 신체검사가 있었데요. 그런데 진이 아직도 그게 없다나 봐요.”
“뭐가 말이냐.”
잠시 후 이어진 누나의 약간 부끄러운 목소리의 답변.
“그거. 2차 성징 말이죠.”
“그러고 보니. 변성기도 오지 않고 몸집도 너무 작은데다. 수염도 나지 않았군.”
“병원에 한번 가보라는데. 그런 문제라 전 조금.”
“알았다. 비서를 시켜 놓지. 넌 걱정하지 말거라.”
“네 그럼. 일어나 볼게요.”
난 누나의 그 말을 듣고. 들키지 않기 위해 얼른 소리를 최대한으로 죽이며 계단을 올라서 방으로 숨었다. 잠시 후 누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난 책상 앞에 앉아서 누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머리에 떠올렸다.
“이젠 솔직해 지세요. 그러시는 것 보기 힘드니까.”
“그렇지 않아. 난 네 엄마의 아들을 버리지 않는 거다.”
‘어떤 뜻일까. 내가 누나완 아버지가 다른 아이란 걸까?’
아주 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왜냐면 나의 어머니는 나의 영원한 아름다운 천사였기에 그런 일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쾌함 스스로 어머니에게 이상한 상상을 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에게 불쾌감을 일으켰다.
난 그 믿음 때문에 무리하게 생각을 접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실 실질적으로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는 나였지만 몽정, 자위, 섹스, 남성호르몬의 작용, 여성호르몬의 작용, 출산 등의 성의 대한 상식은 있었다.
그렇기에 누나의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15세의 나이가 되도록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고 그것이 그렇게 문제가 있는 사항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9시 쯤 아버지가 날 불렀다. 난 서제에 앉아서 그에게 드물게도 조금 긴 말을 들었다.
“내일 학교는 오전만 하고 조퇴해라. 12:30분쯤에 오비서가 차를 몰고 기다리고 있을거니 병원에 가보거라.”
“예”
“그럼 가봐라”
“예”
그는 자초지종 이야기 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야기 했고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묻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 나의 머릿속엔 아까 들었던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진이를 집에 두고 싶어 하지 앉아나요.”
집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그러지 못했다. 왼지 몇 번이나 가출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창세 녀석이 부럽게 느껴졌다. 정말 웃기는 생각이라 순간 미소가 번졌지만 잠시뿐 난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다음 난. 가기 싫은 학교에 등교해서 책상에 앉아 있었다. 뒤에는 창세 녀석과 남자아이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었고 앞에는 우리반에서 가장 이쁘다는 박하늘이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난 어제 일들을 생각하며 우울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창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싫고 귀를 막고 싶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난 감정을 추수르기 위해 살짝 귀를 막고 책상에 업뜨렸다.
하지만 음성들의 소용돌이는 나의 귀를 가만두지 않았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그거 아냐. 요즘 시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차량 납치 강간 사건. 그것도 중고생 피해자래.”
하늘이의 과장된 신음과 음성이 답해왔다.
“으윽! 정말. 니들 오늘 꼭 같이가자.”
다음 이어진 장난스런 목소리.
“특히 혜련이는 같이 가야겠다.”
“왜?”
“보디가드로.”
“야!”
이 혜련은 우리 반에서 가장 덩치가 큰 아이인데. 살이 많이 찌진 않았지만 체격이 커서 고릴라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로 성격이 좋은지 하늘이랑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맞다! 범인. 여러 명이래”
“뭐 돌림빵 한다고”
“여자애가 돌림빵이 뭐냐! 상스럽게”
“그럼 뭐라고 하냐! 윤간!”
“하하하.”
그 때. 누군가의 경보 음성 들렸다.
“담탱이 떴다!”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움직여 자리에 앉았다. 순식간에 교실은 단정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었다. 우리반 담임은 장소현이라는 32세의 노처녀 인데. 얼굴은 뭐 그럭저럭 이지만 키가 크고 글래머라 인기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선생으로써 깐깐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세심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서울 때는 무서운 그런 분으로 항상 난 선생, 넌 학생 이라는 선을 분명하게 긋고 싶어 하는 관료주의적 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의식 역시 선생이란 특수한 직업을 잘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뿐. 그녀는 바르게 살아가는 어른의 표상으로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살아있는 어른이었다.
그녀를 모습에 나의 마음은 조금 진정이 되었나보다. 난 고개를 들고 반장의 구렁에 인사를 하고 출석 체크를 하고 선생님의 오늘 전달사항을 들었다. 그리고 떠나려는 선생님을 부불러서 오늘 조퇴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오늘 병원에 가야해서 오전만 해야 하겠는데요.”
“그래 그러고 보니 어제 결석 했었지. 많이 안 좋아.”
걱정스러운 표정. 난 그 얼굴을 한번 본 후. 입을 때였다.
“아뇨”
“그래 알았다. 문제 있으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누나가 정말 예쁘던데.”
“예”
난 누나에 대한 칭찬이 기뻐서 작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럼.”
난 꾸벅 인사를 했다.
창세는 오늘도 나에게 들리라며 내가 여자 같으니까. 성전환 수술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막 시키고 있었고 옆에서 듣는 아이들이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지만. 난 무관심을 과장한 체 있었다. 답변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한참 그렇게 이야기 하며 재미있어 하다가 어제 만난 고등하교 여학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어제 우리학교 고등부 여자랑 미팅 했거든. 정말 죽이더라. 가슴도 크고 얼굴도 예쁘더라. 뭐 키는 좀 작았지만 A급 이었어.”
은근히 기대하는 투의 음성의 질문.
“어디까지 갔어.”
“어디까지 못 갔다. 노래방 가서 잠깐 가슴조금 만지고 뽀뽀한 걸로 다야.”
“네가 마음에 드나 보네. 자식 좋겠다. 몇 학년?”
“2학년”
“2살 연상이네.”
“다음엔 하게해 달라 할 거다.”
“나중에 줄 놔라”
“바람피울려고.”
“그냥 줄 놔라”
“하하 알았다. 그래”
창세 옆에 있는 녀석은 현지석이라는 녀석인데. 창세완 단짝이었다. 다부진 어깨에 가지고 있고 스포츠머리가 너무 어울리는 육상부 소속의 스포츠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육상을 그만두고 마냥 노는 아이로 전략해버린 상태다.
하지만 잘 빠진 몸 때문인지 제법 인기 있는 아이로 2년 인가 사귀는 아이도 있엇다. 하지만 늘 기해만 있으면 바람을 피우는 행동을 자주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어느세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있었다. 전심 전 수업을 했던 선생님이 물을 열고 나가고 아이들은 식당을 향해 가려고 일어서고 있었다. 난 집을 가려고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말이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여자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아. 누나 오셨어”
순간 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고등부 교복을 입고 고급 가죽 가방을 들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그리고 창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진짜 예쁜 누나네.”
다음은 지석.
“캬... 죽이네!”
"A 아니 S급 이다.“
“그치 키 크고, 가슴 빵빵하고 다리도 얼굴도 너무 예쁘네.”
난 순간 울컥해서 그 둘을 돌아봤다. 하지만 녀석들의 시선을 누나에게 박혀 있었고 난. 화가 나서 거칠게 가방을 들고 누나에게로 달려갈 뿐이었다.
누나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곤 손을 조금 흔들어 주곤 시끄러운 교실을 등졌다. 나는 갑자기 내 팔을 잡으며 질문을 늘어놓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 지체되었지만 반장의 중제로 금방 풀러나서 그녀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누나는 언제나 그렇듯 뒷모습을 보여주며 걸었다. 그녀는 내가 넓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한 마디도 안하다가. 교문 앞에 서자 입을 열었다.
“오비서가 사정이 있어서 안온다고 해서 대신 왔어.”
“응”
우린 교문을 나와서 택시에 올랐다. 난 옆에 앉아서 창 박을 보고 있는 누나의 옆모습을 보며 아까 내 팔을 잡으며 늘어놓던 학우들의 질문을 생각했다.
“너무 다른 거 아냐”
“진이랑 너무 달라서 누나랑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저 누나. 우리학교 고등부 배구선수지 않나. 엄청 있기 있다던데.”
“그래 선수지만 공부도 잘해서 학년 10위권 안을 항상 한다고 하던 그 누나구나”
“그래 전에 선생님이 이야기 했던 누나구나”
“난 연예인 인줄 알았다”
“저 정도면 곧 연예계 데뷔 할지도 모르지.”
칭찬일색. 누나는 항상 칭찬만 듣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전혀 칭찬거리가 없는 사람이고 격세지감. 누나는 항상 나의 존재를 작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나가 얄밉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자랑스러운 누나일 뿐이다.
병원에 도착한 후 누나가 대신 접수해 주고 난. 곧 피를 뽑고 3D 초음파를 찍었다. 그리고 1시간쯤 기다린 후 누나랑 같이 진찰실로 들어갔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복장의 남자가 x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와 우린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의 그가 재미있어 하는 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나랑 이런데 오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난 이곳이 비뇨기과 그러니까. 남자의 성기능과 관계있는 의료를 하는 곳이란 것을 알고 누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대신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마세요. 선생님”
“뭐 그렇다면.”
그는 보고 있던 x레이를 라이트박스에서 내리고 3D 초음파 사진을 들었다. 아무래도 나의 거기 같았다. 누나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누나는 그다지 반응이 없었다.
의사의 말이 이어졌다.
“요즘 평균적인 2차 성징에 비해서 늦기는 하지만 특별한 장애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늦으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작은 어른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필요 할 것 같네요. 누님이 키가 큰 걸로 봐선 이 아이도 이 나이땐 상당히 큰 것이 정상 일 건데.”
그 말에 누나는 냉정하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슬픈 표정 아니 후회스런. 자책하는 표정 같았다.
“알겠습니다.”
“지금도 안 늦었어요. 1년 사이에 10cm 크는 아이들도 있으니 까요.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런 가요”
“예, 진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면 된단다. 다음부턴 혼자 오는 거다. 누나 너무 귀찮게 굴면 미움 받아”
“예”
난 호르몬 주사제라는 것을 맞고. 누나와 병원을 나왔다. 2시 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난 손으로 배를 한번 쓰다듬었다. 누나는 그것을 본 것인지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먹고 들어가자”
“응”
누나는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치즈버거 하나랑 홍차, 난 커다란 더블불고기버거와 콜라 큰것, 감자침을 먹었다. 난 다른쪽은 몰라도 소화기는 잘 돌아가는지 먹는 것은 잘 먹는편이었다.
누나는 역시 말이 없었고. 나 역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열지 못하고 음식을 먹고만 있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가고 누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수요일 마다 병원 꼭 가야한다”
“응”
순간 누나에게 어재 밤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집안도 아니고 좋은 기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까지. 겁 많고 소심한 나로선 더 이상의 질문을 하기엔 역부족 이었다. 난 그저 다 감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녁 시간 집. 난 오늘 과제를 하고 침대에 누워 저번에 책방에서 구입한. 문예잡지 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거라곤 페이지 수중 반이 광고로 찼다는 것뿐. 별 내용이 없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잡지를 접어서. 침대 옆. 서랍에 넣고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펴고 시계를 보았다. 8시 그러고 보니 어제 이 시간에 엿듣는 취미를 발견 했었다. 물론 그 엿듣는 취미가 전혀 기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또 오늘도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린다.
오늘도 나보다 늦게 온 아버지는 저녁식사 중이었고 누나는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고 난 어제처럼 화장실을 가려다 말고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오늘 경기 있었다며 수고했다.”
“예”
누나의 약간 머뭇거리는 대답. 그리고 이어진 아버지의 말.
“그런데. 가희는 프로 뛰고 싶은 거니.”
누나는 다시 한번 머뭇거렸다.
“요즘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오늘 폐인도 재 기량이 늘었다면 지지 않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들어서 키는 컸지만 다른 부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네요. 프로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 운동선수는 성공하기 힘든 직업이고 도중 그만두었을 때.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기도 무척 힘든 업종이지. 그만둔다면 빨리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거다.”
“네년이면 저도 고3 이니까. 빨리 결정 하려고 해요.”
“좋은 생각이다.”
잠시의 침묵. 차를 타는지 물 따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누나의 목소리.
“진이 호르몬 분비 이상이 있데요. 그래서 수요일 마다 병원에 가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데요.”
“그 정도는 녀석 혼자서 할 수 있겠지.”
“그렇겠죠.”
“근데. 아버지.”
“왜?”
누나는 말을 고르는 지 한참동안 뜸을 드렸다.
“진이 조기유학 보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미국에 가면 외가댁도 있고.”
아버지는 순간 딱딱한 음성이 되어서 반문했다.
“왜지?”
누나는 한참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호르몬 치료를 받아서 남자아이로 점점 성장해 가면. 그 흉물스런 남자와 비슷한 모습이 되어 버릴까 겁이나요.”
“바보 같은 생각이다.”
순간 누나의 음성이 조금 올라갔다. 흥분한 듯. 거친 비음도 썩힌 음성.
“뭐가 바보 같다는 거죠! 아버지는 진이 얼굴 제대로 본적이나 있으세요. 언제나 냉정하게 무시하시 하잖아요. 엄마의 유언에 집착하지 마세요. 솔직해 지시라고요! 이모도 힘들면 자기가 돌봐준다고 하는데.”
누나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의식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누나와 아버지는 진실로 나를 꺼려한다는 거였다. 이제 까지 보여주었던 절제된 다정함은 다정함이 아니라 그저 의무감이란 뜻이 되는 것이었다.
나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멈추지 않는 눈물 그렇게 다음에 이어진 둘의 대화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난 감정이 격해져 버리기 시작했다. 난 멍하게 일어서서 뒤쪽 정원으로 나 있는 뒷문을 열고 흐느낌을 참으며 울었다.
나의 세상은 냉정한 누나와 아버지가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 그런 세상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물 이란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맏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진정이 되었다.
‘이제 이 집에 있을 자리는 없어. 아니 처음부터 없었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지’
하지만 그 이유는 누나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누나에게 더 이상 미움 받기 싫은 나로선 그런 행동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내가 이 집을 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2만원이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모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보았던 미소. 나의 마음에 상처가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이모에게 맏겨 버리지 왜 이때 까지 같이 산거야. 배신이야 거짓말 했어. 누나도 이제 미워.”
이 감정 분명히 배신감 이었다. 정을 주지 않을 거면 내 마음도 누나에게 가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은 구겨지고 두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난 분노해서 슬리퍼를 신은 발로 달리다. 대문 앞에 있는 화분을 발로 차 깨 버리고 철문을 열어 뛰어 나왔다. 그 순간 집안의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지만 난 무시 하고 전원주택을 뒤로 했다.
박은 5월로 밤은 좀 살살했다. 난 정신없이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집을 나오기 전까진 택시로 이모가 사는 중심가 종합병원 옆 빌라로 가려고 했는데. 화가 나서 그런 것을 잊어버리고 달리고만 있었다.
슬리퍼 발로 달리다 보니 두발에 충격이 주어지고 공통이 엄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심적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에 무시되어 지고 있었다.
하지만 슬리퍼의 끈은 단단하지 못했고 난 끈이 끊어지면서 바닥에 굴러버린다. 난 충격의 고통에 잠시 누워 있었다. 순간 두 다리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두 다리도 아팠지만 더 아픈 곳은 찰과상으로 엉망인 오른쪽 무릎과 두 팔목 이었다.
난 일어서서 쓰라린 상처 부위를 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짓이겨진 살점 사이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 피를 보자 어느새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난 그런 자세로 한참 있었다. 아직 9시도 안된 시간인 것 같은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있었다.
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있다. 일어났다. 상처를 치료 받고 싶었다. 마음의 상처도 말이다. 한발 내 딧었다. 무릎이 무척 아팠다. 뼈라도 상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걷고 나니 쓰라린 것을 빼곤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았고 난 계속 걸어서 큰 도로로 나왔다.
차가운 바람에 내 체온이 많이 낮아 졌는지 몹시 떨렸다. 난 택시를 잡기위해 손을 들었고 금방 택시는 잡혔다.
택시가사는 나를 돌아보고는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지만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세상을 사른 방식인지 어린아이의 불행엔 영 관여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20분 쯤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돈을 지불하고 이모가 근무하는 종합병원 앞에 왔다. 딱 한번 와본 기억이 있지만 그도 2년 전이었다.
이모는 말이 많고 친절한 분이지만 형부랑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한지 집에 자주 오지 않았다. 그 덕에 딸인 케리도 자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기댈 곳은 이제 이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사정 따위 별로 상관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모 집을 찾는 건 어려웠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 빌라촌에서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이모집을 찾을 수 없었다. 난 다시 병원 앞으로 갔고 병원 경비에서 물었지만 파견직인 경비가 알 리가 없었다. 난 당직 의사 선생에게 물어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그것도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선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분서주 하다 병원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다시 빌라촌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다리가 아파서 길가에 있던 벤치에 앉았다. 상처도 쓰라리고 오한도 들고 몸 상태가 몹시 나빴다. 이러다 죽어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고개를 숙이고 아까 들었던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떠오르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누구’
순간 그 말의 의미가 나에게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혔다.
‘어머니가 왜? 아버지를 놔두고 다른 사람을’
싫은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며 말하고 있었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어둠의 몸을 가진 검은 안개의 일렁임이 나의 주변을 에워싸며 내 마음을 짓눌렀다.
거부하는 여성을 향해 행해지는 남자의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욕망의 발현. 욕을 보이다, 강간하다, 성폭행하다, 강제로 하다. 순간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추잡하고 맹목적인 욕망에 의해 태어난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난 심장이 멋는 것 같았다. 숨을 혈덕이고 가슴이 답답해 고통스러웠다.
그 때.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가난 그러면서도 후회스런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진아!”
순간 누나 쪽을 보지도 않고 달렸다. 내가 달려봐야 운동선수에 키가 큰 누나를 따돌리는 건 어림도 없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달렸다. 누나는 내 뒤를 따라 오며 소리 치고 있었다.
“멈춰! 진아! 잠깐만! 이야기 들어봐!”
난 이를 물고 달렸다. 그러다 다시 넘어졌다. 역시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는 금방 달려오지 않았다. 내가 넘어지자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많이 울었던지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미움과 분노가 사그라지고 있었다.
“진아”
하지만 다음 순간 왼 봉고차가 누나 뒤를 급하게 따라와서 섰고 갑자기 봉고차에서 내린 남자들이 그녀의 입에 손수건을 갓다 대었다. 그러자 그녀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어 버렸고 그런 누나를 그들은 차에 실으려고 했다. 난 무슨일 일어났나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클래스메이트의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생각하곤 급한 마음에 무턱대고 일어나 달려갔다.
하지만 작은 아이의 힘이라고 해봐야 별것 아니었다. 다큰 어른의 발에 차여서 넘어지고 악을 쓰며 물려고 했지만 머리를 맞아 뒹굴고 내가 생각해서 한참동안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라도 차 앞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차는 가지 못하고 있었고 박이 소란스럽자 주택가 사람들이 창을 열고 얼굴을 들어 밀기 시작했다. 치한들은 위험을 느꼈는지 누나에게 썼던 방식으로 나의 입에도 손수건을 들어 밀었다.
화학품 냄새. 코를 찌르는 냄새에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한 나를 누나와 같이 차에 태우고 서둘러 출발했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속에서 누나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보였고. 그녀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진아 미안해”
“더럽게 재수 없군.”
“꼬맹이가 우리 얼굴 다 봤군.”
“젠장”
“처리해야지”
좀 어눌한 목소리가 입을 열었다.
“죽이자는 이야기 야. 않되”
그러자 화난 남자가 무언가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그럼 어쩌자는 이야기냐. 다 감옥갈래. 연쇄 구룹 강간범 검거 짜자잔! 좋겠다 정말”
“초등학생 인거 같은데 불쌍하지도 않냐.”
“내가 더 불쌍해. 에!”
“절대 않되!”
순간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눌한 목소리의 남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바보 같은 놈. 내 놈은 자고 있으라고 재미는 제혁이랑 둘이서 보고 있을 거니까.”
난 그들을 이야기를 의식이 없는 척 하고 듣고 있었다. 손이 뒤로 내가 입고 있던 티로 묶여 있었고 두 다리는 내 바지로 묶고 내 혁대로 기둥에 다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입은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는데. 조금 느슨한 감이 있었다.
난 과격한 남자의 ‘재미는 제혁이란 둘이서 보고 있을 거니까’ 란 말에 놀라서 눈을 뜨고 누나의 위치를 찾았다. 이곳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넓은 공간의 창고 같은 곳 같았다. 이 창고엔 의자 몇 개와 과자 봉지 먹다버린 닭뼈 같은 뿐이기도 했지만 내가 묶여 있던 곳이 다른 곳 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누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더러운 병원용 침대에 묶여 있었다. 양 팔과 양 다리를 벌려서 X자가 나오도록 묶어 놓고 입엔 나처럼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남자들은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한명은 평범한 얼굴로 별로 특징이 없었는데. 한명은 동공도 작고 눈도 큰 것이 무섭게 보였다. 둘은 침대 근처로 가서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월척인데. 재수 없는게 아닌데”
“그러내. 키도 크고 가슴도 좋고. 얼굴도 예뻐.”
“야 나 먼저 한다.”
“야 내 차례 잖아”
“설마 이런 애가 처녀일리도 없고 아무나 먼저 하면 어떠냐”
“그냥 같이 해 볼까. 뭐 좆 빨아 줄리는 없겠지만. 몸 만지고 싶은데.”
“그래 뭐 까짓거.”
그들은 누나가 자신의 것인양. 말하고 있었다. 난 저런 파렴치한 자들을 당작 칼로 찔러 버리고 싶단 충동 엄습했지만 묶여있는 몸으론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으라고 팔을 매듭사이에서 빼려고 했지만 전혀 빠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의식이 든걸 보고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누나에게 접근했다. 한명은 하얏고 긴 다리를 발가락부터 그 더럽고 더러운 손으로 어루만지며 올라가고 한명은 옷을 입은 가슴 위를 주물러 댔다.
그 자극 눈을 뜬 누나는 음음 거리며 몸부림 쳤지만 남자들의 힘 앞엔 역부족인 데다 팔 다리가 단단히 묶여있어 저항은 무의미 했다. 도리어 그들은 잠시 잊어버린 사항을 알게 했다. 바로 눈을 가리지 않은 것 말이다.
“야. 눈은 왜 안 가렸어.”
“뭐 동생이 봤는데. 별수 없잖아.”
“응”
“어서 하기나 해라. 이거 봐라 이 애 진짜 꼴린다. 다리 죽이지 않냐”
“히히”
둘은 다시 저항 하는 누나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들은 쓰다듬는 것에 금방 실증을 느끼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셔츠는 단추를 뜯어 버리듯 벌리고 등쪽으로 손을 넣어 후크를 끄르고 블레지어를 잡아서 침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급하게 나온듯 이런 날씨에 입고 나온 핫팬츠를 가위로 자르고 팬티 마져 잘라서 금방 알몸으로 만들었다.
새하얀 피부의 누나는 아름다움으로 눈부신 몸을 가지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 탱탱하고 크고 예쁜 가슴, 긴 팔과 다리, 매력적인 허벅지와 골반의 선.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안 보였다.
그런 고귀한 아름다움에 나는 잠시 넉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저 변대놈들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그들은 금방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리고 분노한 누나의 눈빛이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누나의 치부에 손가락을 가져가 집어넣고 가슴을 제것인양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두를 물고 치부에 혀를 가져가기 까지 한 그들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누나는 치욕적인 이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테이프로 막혀진 입으로 고통스러워 했지만 구원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그 구원의 손길 줘야 하는 나는 누나의 나신과 그들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며 울분도 토했지만 욕정 또한 느끼고 있었다.
나의 자지가 발기해서 몸부림 치면서 약간 내려간 팬티 위로 들어나 있었다. 2차 성징이 늦은 나로선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팬티 마져 벗자 그들의 팽팽하게 쏟아있는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자지가 큰지 작은지 알지 못했지만 내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난 누나가 강간을 당할 상황에서 그들과 같이 자지를 새우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도덕한 반응인가. 저들과 난 별로 다를 것이 없단 말인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 뜨리고 있었다.
그 때 나도 몰랐지만 내 눈물이 내 뺨에 뭍은 때를 쓸며 검은색이 되어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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