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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아, 차돌아 - 8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5:45 1,000회 0건

차돌아, 차돌아 [제85부]


두 사람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대문 앞에 서서 서로를 쳐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누나, 우리 꼴이 이래가지고 가도 되는 거야. 하하하.....]

잠깐 거리, 짧은 시간에 억수같은 비에 흠씬 젖어버리고 만 두 사람이다.
옷은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고 머리는 엉망이 되어있으니 손님의 자세로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웃으며 누나에게 묻는 것이다.

[호호호....정말 그렇다, 얘...호호호....허지만 어쩌겠니...불과 수초사이에 이러니...
허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그냥 들어가자.
정말 비가와도 너무 많이 온다...호호호,,,,,,]

선영 이는 불가항력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하긴 그 말이 맞다.
일부러 이렇게 온 것도 아니고 짧은 거리에 수초사이에 이렇게 젖어버렸고 지금도 바람에 의해 빗방울이 몸을 때리고 옷을 적시고 있지 않는가,
또한 내가 이런 차림으로 사람을 못 만날 이유도 없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용기가 생긴다.
차돌 이는 그러자고 누나에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선영이가 급히 초인종을 누르고 뭐라 말을 하니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린다.
둘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을 지나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니 온갖 나무의 정원수들이 각기 모양을 내고 심어져있고 이름 모를 꽃들은 억수같은 비에 두들겨 맞아 허리를 굽힌 체 빌고 있는 모습으로 축 늘어져있다.
현관에 다다르니 안에서 부산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나온다.
제일먼저 나온 사람은 도 희였다.

[어머나, 이를 어째... 비를 홀딱 맞았잖아...어서 들어 와.....]

도 희는 선영이의 손에 들린 바구니를 빼앗아들고 다른 손으로 선영 이를 밀다시피 하며 현관 안으로 밀어 넣는다.
차돌이도 누나를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귀 밑 머리가 희끗하고 넉넉해 보이는 기주가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반기기 위해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만면에 웃음을 띠운다.

[호오.....자네가....벌써 청년이 아닌가......
정말 멋지게 컸어.....어서 오시게 반갑네....]

기주가 손을 내밀어 물기에 젖 은 차돌이의 손을 잡으며 그 잡은 손을 흔들며 재회를 반긴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 누나를 보살펴 주신 은혜 너무 감사드립니다.]

차돌이도 기주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반가움을 미소로 대신한다.

[무슨 말을....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모두 자네 누나가 탁월한 덕분이네.
덕택에 난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도리어 내가 감사해야지.
그런데 비 때문에 꼴이 엉망이구만,....일단 어서 들어오시게. 하하하.....]

기주는 도리어 차돌 이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자기도 그리고 누나도 모두 자기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감사는 자기가 해야 옳다는 말로 차돌 이를 반긴다.
그리고 생쥐 같은 몰골로 들어온 두 사람을 보며 호탕한 웃음도 멈추지 않는다.

[예, 가까운 거리였는데 너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라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런 몰골로 뵙게 되어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차돌 이는 자기의 몰골을 스스로 살펴보며 미안함을 금치 못한다.
국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대 그룹의 회장인데 만나는 차림새가 하늘의 심술인지는 몰라도 비에 젖어 말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으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게 결례임을 아는지라 정말 송구하고 미안했다.

[하하하....그게 어디 자네 죄인가,
이런 날씨도 생각안고 시간을 강요한 내가 잘못이지.
더군다나 미리 마중도 못했으니....내가 미안하이...하하하.....]

기주는 두 사람을 안심시킨다.
이런 일로 체면을 가리면 서로가 곤란한 자리가 됨을 알기에 서둘러 아무렇지도 않다며 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려한다.

차돌이가 거실로 들어서자 일하는 아줌마가 수건을 갖다 준다.
차돌이가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는데 누나는 도 희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차돌이가 머리를 손질하고 젖 은 옷을 수건으로 대충 정리하고는 옆에서 멀뚱히 보고 있는 아줌마에게 수건을 주고 기주의 손에 잡혀 하나의 홀처럼 된 곳으로 들어간다,
식탁이 있었다.
테이블위엔 여러 가지 음식물이 모양 좋게 하여 테이블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주는 차돌 이를 앉게 하고 자기도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차돌 이에게 묻는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왜 한 번도 연락도 없었으며 누나를 찾을 생각도
안했는가, 등 질문이 이어진다.]

차돌 이는 그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만 간추려 말씀드린다.

[지나간 모든 일을 어찌 짧은 시간에 모두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으며 지금 제약회사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차돌 이는 자기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구상을 털어놓는다.
어차피 사업을 하게 되면 알 일이니 숨기면 뭘 하나 해서였다.

[뭐라, 제약회사....흠......
그래, 자네가 그런 걸 하겠다면 뭔가 구상이 서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기주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돌 이를 쳐다본다.

[예, 제 나름대로 연구하고 실험한 것에 결과를 보았습니다.
조금 엉뚱한 제품이 되었지만...그래서 이일은 나 혼자로는 힘 든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문가와 같이 연구해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꼭 만들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차돌 이는 숨기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하면 신제품을 개발하여도 숨기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차돌 이는 뭔가 자신이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 배우고 깨달은 지식을 총동원하여 지하실에서 연구한 것을 제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욕망으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가.
그리하여 만든 제품이 다른 제약회사에는 절대로 만들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만들은 제품이 너무나 엉뚱했고 어쩌면 이것을 토대로 우수한 인재들과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분명 훌륭한 제품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했고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인재를 구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자기보다 몇 수 위인 기주에게 고언이나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밝히며 기주의 행동을 살핀다.

[무슨 제품이기에...그리고 엉뚱한 것이라...내게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겠나..]

기주는 궁금증이 이는 모양이다.

[예, 그러시다면.....사실 나이 들어 고생하시는 이세상의 많은 노인들을 보고 그분들의 삶을 보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면서 일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기위하여 노인의 기를
되살려 조금이라도 젊은 날의 사람처럼 활기를 갖게 하기 위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그런 제품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연구하다보니 이상한 제품이 만들어 지더군요.
너무나 강렬한 순환으로 그만 말초신경을 자극하게 되었는지 엄청난 흥분제가
만들어져서....이걸 순화시키는 연구를 하면 분명 좋은 약이 개발되리라 여기고 한번
시도해 보고자 하는 겁니다.]

차돌 이는 자기 혼자서 이룩한 모든 성과를 숨기지 않고 말씀드린다.
진정 비밀로 해야 할 사항임에도 하나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다.
내가 이렇게 밝힌 이유를 대그룹의 회장이 모를 리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호오....그런 약이..
그럼 만들어진 그 약은 다른 휴우 증은 없고,,,,,]

기주는 흥분제라는 말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가 한가지다.
특히 사내라면 정력에 관한 일이면 만사를 제쳐놓기가 일수 아닌가.
기주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어느 듯 나이가 몇인가,
마누라에게 가본지가 까마득했다.
어쩌다 젊고 예쁜 아가씨에게 혹해 비밀리에 정사를 가지지만 그게 어디 자신의 힘으로 한 것인가.
약의 힘을 빌 어 겨우겨우 행위를 치루지 않았는가.
그런데 차돌이가 그런 약을 개발했다니 내색은 안하지만 눈이 번쩍 뜨였다.

[다행히 동물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써보았지만 전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강력하여 견디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 이 제품은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제 목적과는 틀려서입니다..]

차돌 이는 그걸 감지하지 못하고 누나를 보살펴준 기주인지라 지금까지 얻은 성과를 다시금 솔직하게 말해준다.
차돌 이는 부작용 같은 것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그런 약은 사회에 통용될 물건이 아니라 개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흐흠......그래....그렇다면....공장은 구했으며. 자금은....]

기주는 한참을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시 다른 문제를 묻는다.

[공장도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자금은 힘들지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갑자기 다른 곳에 돈이 들 일이 있어, 아마 공장계획은 땅만 구입하고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이라면...]

기주는 젊은 차돌이가 또 다른 계획이 있자 궁금해진다.

[예, 누나와 내가 살 집을 구하려고 합니다.
전 누나에게 최고로 넓고 멋진 집을 지어 살게 하고 싶으니까요.]

정말이었다.
지금 집도 근사하지만 누나에겐 그보다 더한 궁궐 같은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회사를 설립하는 건 지체해도 되지만 누나에게 호화스런 집을 지어주어 편안하게 해주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회사를 설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누나랑 같이 있을 집이 소중했고 누나에게 진정 그런 집을 지어 살게 해주는 게 소망이었다.

[그래...그렇다면 잘되었네.....
내가 나중에 은퇴하면 살 요량으로 땅을 사논 것이 있으니 자네에게 양도하겠네...
북한산 자락인데 너무나 멋진 곳이야.
자네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이야.....하하하....]

기주는 선뜻 자기가 마련한 땅이 있음을 알리고 양도할 뜻을 밝힌다.
마치 차돌이가 그러할 줄로 알고 있은 듯이 곧바로 자기 땅을 주겠다고 한다.

[아닙니다,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은퇴하시면 계실 곳을 내가...도무지 말도 안 됩니다.]

차돌 이는 사양한다.
기주가 한마디로 선뜻 땅을 주겠다는 의도도 이상했지만 냉큼 그 땅을 주십시오, 하고 받기도 무엇했다.
또한 그 땅은 기주가 늙어서 살 곳인데 그걸 얻는다는 게 부담스럽고 민망해서였다.
그러나 기주는 간청하다시피 차돌 이에게 땅을 주고 싶어 한다.
문득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무슨 이유에서..... 옛날의 그일 때문인가.
아님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 내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인가.
도무지 기주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알다 가도 모를 일에 차돌 이는 고개를 저으며 호의를 사절한다.

[무슨 소린가, 내가 내일 당장 양도할 테니 그렇게 해...
난 자네에게 갚을 빚이 많은 사람이야...하하하....
그렇게 해주게....그리고 나중에 내 청이나 하나 들어주게.....하하하....]

기주는 마치 맡아둔 물건을 주인에게 주듯이 망설임 없이 양도한다.
그 땅을 주는 게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것이니 조건 없이 받아도 되는 것이고 나중에 자기의 부탁이나 하나 들어달라며 크게 웃는다.

[그러시다면 사양 않겠습니다.
난 그 일이 지금 제일 다급하고 중요한 일이라 염치없이 받겠습니다.
그러나 계산은 분명히 하셔야합니다.]

차돌이도 더는 사양하지 않는다.
기주가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에게는 지금 확실히 이사할 땅이 필요했고 나머지일은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설마 기주가 자기를 나쁘게 만들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는 사양 않고 조건을 수락하겠다는 표현과 함께 호의를 받아드린 것이다.
사실 차돌 이는 지금 살고 있는 그 집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덕만 이와 불편한 관계를 그 집에 있으면 계속 유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고 그 모든 것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 집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하루라도 빨리 누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였다
이 기회에 정말 호화롭고 멋진 집을 지어 누나랑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세....역시 자네야. 조금도 지지 않으려하니....어쩜 누나나 똑 같을까...하하하...
그리고 공장도 내가 알아봐주겠네,
그리고 자네의 공장에 우리 회사에서 투자를 하면 안 되겠나.
그럼 자네가 우려하는 모든 문제는 모두 풀리는 것이 되고 나도 비전 있는 회사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하하하............
사실 난 옛날에 자네를 보고 뭔가 사고를 쳐도 크게 칠 사람으로 짐작했어.
지금 다시 보니 역시야....
나도 자네사업에 동참하게 해줘야겠어...하하하.....]

기주는 호탕하게 웃는다.
역시 오누이는 하나같이 고집이 있고 확실했다.
어릴 적 당돌한 아이를 보고도 느꼈지만 작기의 예감이 맞아 떨어지자 너무 기뻤다.
이런 아이가 하는 사업일하면 적극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도와준다면 절대 받을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합작하자는 말로 그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또 그렇게 함으로 선영 이와 나쁜 관계도 무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고 또 다른 이유는 그때 주기로 한 돈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기분 좋게 내어놓고 싶었다.

[그렇지만 회장님, 나와 같이 사업을 하여 흑자를 봐도 이문은 주지 않을 텐데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차돌 이는 사양하고 싶었다.
허나 이왕 도움을 받으려면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의 사업에 동참하면 이문 없는 사업에 투자함을 인식시킨다.

[아니....흑자라면서 이문을 주지 않겠다니.....이런 욕심쟁이를 보았나,,하하하...
역시 대단해......암 사내라면 욕심이 많아야지.
좋아. 말아먹든 삶아먹던 자네 맘대로 하게...으하하하.......]

기주는 어이가 없었다.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문을 얻기 위함인데 사업이 성공하고 흑자를 보아도 이문을 주지 않겠다는 차돌이의 말이 자기를 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밝게 바꾸고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웃는다.
마음에 든다는 행동이었다.

[전 그 사업이 성공하면 모든 이문은 우리나라에서 재능이 있어도 아깝게 썩어가는
새싹들에게 영양분을 주는데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회장님뿐 아니라 저도 개인적으로 이문을 챙기지는 않을 겁니다.]

차돌이도 웃는다.
기주의 호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리고 자기 또한 이문으로 배를 채울 생각이 전혀 없으며 사회에 모두 환원하는 방식으로 뭔가 보람 있는 일에 쓸 생각임도 밝힌다.

[썩어가는 새싹에게 영양분이라..그게 무슨 뜻이지.]

기주는 차돌이가 말하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차돌 이는 다시 기주에게 자기의 희망과 꿈을 밝혀준다.

[회장님이 현재 그룹에서 추구하고 있는 인제양성입니다.
머리 좋은 인재들이 돈 없어 공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인재들을 위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숨어서 도움을 주는데 쓰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게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이 나라에서 사업하는 모두에게 이문이 가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차돌 이는 자기의 계획을 밝히며 쑥스러워한다.

[하하하.......역시......좋아...좋아...멋져...역시 자네야.
동의하네..그 사업에 나도 확실히 동참시켜주게....멋져 정말...하하하.....]

기주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차돌 이를 칭찬한다.
기주가 웃고 있을 때 향수냄새를 풍기며 도 희와 누나가 들어온다.
선영 이는 도 희가 입었을 법한 옷을 입고 나왔다.
그 옷이 너무 화려하고 예뻐 기주와 차돌 이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보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깨는 건 도 희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그렇게 웃고 그러세요.]

[아.....이 사람의 사업이야기.....자자....두 분 천사님 자리에 앉으시고....
아줌마...가서 애들도 오라 하세요.
이 사람에게 우리 애를 소개시키고 식사도 같이하게....하하하.....]

기주는 두 여자를 앉게 하고 아줌마더러 애들을 불러오라 시킨다.
잠시 후 젊고 예쁜 아가씨와 세련된 여자한분이 내려와 기주에게 머리를 숙이더니 자리에 앉는다.

[내 딸일세.
저 애가 큰아이일세....시집 간지 1년도 되기 전에 미국에서 남편을 잃고 지금 혼자지...
그리고 저놈은 우리 집 골치 덩이 막내야.
지금 그룹산하에 일하고 있네만 어서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어.
둘째는 시집갔으니 여기 없고....하하하....
자...인사들 하시게나.
손 실장은 우리 아이들을 아니 그만두고......]

기주는 자기 딸들을 차돌 이에게 소개시킨다.

[아빤 항상 나만 구박이야...내가 뭘 잘못한다고 치 이....
이봐요,,,,,,전 희경이라 해요.]

막내가 입을 삐쭉거리며 기주에게 항변하더니 차돌 이를 볼 때는 환하게 웃는다.
생기발랄하고 명랑한 아가씨였다.
만면에 하나도 구김살이 없이 정말 귀엽게 자랐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전 수경입니다.]

큰딸도 일어나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정숙하고 멋진 아주머니였다.
아직도 처녀 같은 몸매를 유지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범접치 못할 위풍도 갖추고 있었다.
차돌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손 차돌이라 합니다.]

차돌 이는 성명 삼자만 밝히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두 딸들은 차돌이의 인사가 이상한지 한참을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남자들은 자기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이름을 밝히고 난 뒤에든가 앞에 잘 부탁한다니 처음이니 하면서 덧말을 붙이고 하는데 차돌 이는 이름만 밝히고는 자기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빠를 쳐다보며 당당하게 머리도 조아리지 않고 동등한 자세로 행동하니 어안도 없었지만 그 호기에 마음속의 잔잔한 바다에 엄청난 물결이 일어 자꾸 차돌 이를 응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술이 오가고 대화가 이어진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상을 먹고 마시며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잘도 재잘거리며 각각의 음색으로 가지각색의 말이 쏟아진다.
자식들 공부시켜 성취시키고 남은여생을 어찌해서 편안하게 지내볼까라는 생각.
성실한 남편을 만나 이제까지 아무 걱정 없이 잘 살았다는 말...
또는 여자의 운명은 남자에게 있다며 저마다의 생각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소리는 거의 여자들의 말이 대부분이었고 간간이 기주의 한마디소리, 한 번씩 내 뱉는 차돌이의 대담하고 당돌한 모두를 안중에 없는 듯 당당하기만 한 말.
차돌이의 언행은 같이 자리하고 있는 두 딸은 놀라 기절하게 함에도 남았다.
아빠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 눈앞에 나이도 서른이 안 된 젊고 비에 젖어 꼬락서니도 변변치 못 한 남자가 기도 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있으니 처음 본 광경에 얼마나 놀라겠는가.
도 희는 연신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대로 멋있다는 표정이 눈에 표정에 어려 있다.
양주잔이 차돌 이에게 집중되다시피 한다.
기주는 차돌이의 잔에 술을 부어주면서 이런 분위기를 처음 집에서 맛봤다.
그래.....재력가고 실업자면 어떠하리. 모두가 같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판에 이런 자리에서까지 내가 어른이고 남편이며 부모면 무엇 하나.
내가 지금 그런 냄새를 풍기면 더 이상 이 자리를 계속할 수도 없을 것이고 멸시 당할 것도 같았다.
언제 이런 분위기가 집안에 있었는가.
이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고 행복함인데...일에 시달리고 항상 무엇에 매달려 마음대로 움 신을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래, 이 모습이야.
진정 이런 광경이 내가 원하던 진정한 가족의 모습인데...
잠깐이나마 이런 분위기가 있게 해준 차돌이가 고마워진다.
.
......................................

음식과 술이 파하고 차돌 이는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비는 줄기를 더해가며 내리고 있다.
굵어지는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리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땅을 때리는 소리가 더욱 커져간다.
정원에 심겨져있는 노송가지가 요동을 하고 화단의 꽃가지들이 빗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그마한 연못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수륜을 그리며 퍼져가는 속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 뜰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튀어 내 얼굴에 부딪히는 듯 느껴진다.
짜릿한 차가움이 마치 봄의 훈기처럼 가슴을 적신다.
굽이 많은 세파에 한없이 부대끼며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허허로운 몰골에도 그런 감상이 깃들 줄이야.....
깡마른 도심, 메마른 세정. 인정은 고갈되고 인간이 상실되어가는 이런 삭막한 세상에 그래도 어김없이 철따라 오는 이놈의 비는 내리고 있다.
이놈의 비처럼 메마른 사람들의 심성에도 후줄근히 적셔 인간 세상이 지금 나의 기분처럼 훈훈한 인정으로 단장되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후후후...우스워진다.
시간이 많이 흘렀나보다.
주위는 더욱 캄캄해진다.
문득 오늘 내 허허로운 심정에 이놈의 비가 스며들듯이 젊음을 불사르는 뜨거운 열정으로 마음껏 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진다.
기주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오더니 차돌 이와 어깨를 같이하고 선다.
그리고 슬며시 묻는다.

[이보게....자네의 소망이 뭔가.]

[예, 회장님...사실 예전엔 누나를 평생 호의호식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차돌 이는 갑자기 옆에서 기주가 말을 걸어오자 순간 당황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기가 품었던 마음을 밝혀준다.

[그게 뭔가....]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누나는 내게 그러더군요.
이 세상에 일가친지 없이 단둘뿐인 세상이 싫었나 봅니다.
제게 자식을 적어도 50명은 보아야한다고 말하더군요.
후후..그래서 약속해 버렸답니다.
누나에게 거짓이 되더라도 누나의 명을 거절할 수도 없었고....]

차돌 이는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망을 지껄여 놓는다.
그렇게 하려면 여자를 적어도 수십 명은 두어야하는데 누나가 그걸 바란다고 하는 이야기다.
선영이의 내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 차돌이가 자기 옆의 여자를 버리지도 못하고 또한 여자들도 차돌이 곁에 영원히 있고 싶어 하는 말을 듣고 차돌 이를 편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러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런 누나의 배려가 너무나 기분이 좋아 지나가는 말로 그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누나는 진정으로 받아들였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절대 자기와 잠자리를 할 생각을 말라며 엄포를 놓는 것이다.
그건 그에게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였다.
그는 농담으로 들었던 말이 누나의 표정에서 진심임을 알았고 뱉은 말을 주워 넣을 수도 없고 해서 그러겠다고 그만 약속을 한 것이다..
차돌 이는 실로 현실성이 없는 소원을 기주에게 말하며 민망해 한다.


8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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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범람의 늪 - 4부 HOT 08-24   1254 최고관리자
2005 범람의 늪 - 1부 08-24   941 최고관리자
2004 범람의 늪 - 5부 08-24   791 최고관리자
2003 차돌아, 차돌아 - 84부 08-24   477 최고관리자
차돌아, 차돌아 - 85부 HOT 08-24   1001 최고관리자
2001 근친상간 고백서 - 아빠의 빈자리 - 4부 HOT 08-24   1815 최고관리자
2000 섹스일기 - 1부2장 08-24   958 최고관리자
1999 범람의 늪 - 2부 08-24   750 최고관리자
1998 근친상간 고백서 - 아빠의 빈자리 - 5부 HOT 08-24   1951 최고관리자
1997 범람의 늪 - 3부 08-24   910 최고관리자
1996 엄마의 남자들 - 1부3장 HOT 08-24   1861 최고관리자
1995 아들과의 결혼식 - 4부 HOT 08-24   1287 최고관리자
1994 차돌아, 차돌아 - 86부 08-24   570 최고관리자
1993 엄마의 남자들 - 1부1장 HOT 08-24   1761 최고관리자
1992 정숙한 유부녀가 음란해지는 과정 - 19부 HOT 08-24   1240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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