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70부]
차돌 이는 누나의 품안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했다.
얼마나 안기고 싶었던 누나인가.
차돌 이는 아기가 엄마젖을 찾듯 누나의 품속에 마냥 파고 들어간다.
선영인 그런 차돌 이를 한동안 애처로이 여기며 그냥 그렇게 두고 있다가 손에 힘을 주어 천천히 차돌 이를 밀어낸다.
[이런, 아직까지도 어린아이가 아냐.......차돌아, 나도 사랑해...
자, 이젠 물러서...내가 밥 지어줄게. 그래서 둘이 모처럼 오붓하게 식사를 해보자꾸나.]
선영이 옷깃을 바로하며 철없이 구는 동생을 책망한다.
[그래, 누나 정말 오래되었지, 우리가 같이 밥 먹은 지가.....
어서 일어나, 빨리 밥 지어 같이 먹어보게...]
차돌이가 부리나케 일어나더니 선영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그러자 선영일 가리고 있던 커다란 타 올이 떨어지며 알몸에 가까운 몸이 드러난다.
[캬 아악,,,,빨리 고개 돌려........
그리고 어서 빨리 나가지 못해.....어디를 훔쳐보고 그래,,,,,,,,,,,]
.
선영이 몸을 움츠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차돌이가 자기를 쳐다보고 멍하니 있자 다시 고래고함을 친다.
부끄러웠다.
여자가 아닌가. 자신의 벗은 몸을 남자인 동생이 빤히 보고 있자 부끄러웠고 민망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자기의 벗은 몸을 얄미운 눈으로 쳐다보는 동생을 향하여 고래고함을 친다.
[알았어, 누나. 치 이. 보여주면 어디가 탈나나.]
차돌 이는 눈을 선영 이에게서 떼지 않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
완전히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예전에 보여준 차돌이 와는 전혀 다른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것이..]
선영이 움츠리며 한손을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차돌이가 일부러 놀란 듯 하며 뛰다시피 방을 나간다.
선영인 차돌이가 나가자 웃으며 장롱을 뒤져 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눈물자국을 지우고 간단한 화장을 한다.
화장을 하면서 선영인 금방 차돌이가 자기를 위해 애교를 부린 것에 대해 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이 몸 모두 차돌이가 원하면 주리라고 했는데 왜 차돌이가 본다고 그렇게 호들갑을 지었을까, 이상한 생각도 든다.
아마 근친이란 허울이 잠시 앞을 막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선영인 화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오는 선영 이를 보며 차돌 이는 눈을 크게 뜬다.
다리를 저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간편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이라 굴곡이 여지없이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풍만하여 커다란 수박덩어리 같은 가슴 잘록한 허리 펑퍼짐한 히프 어느 한구석 섹시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은 어떤가, 지적이며 포근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근접키 어려운 풍모를 풍기고 있었고 자기를 보며 미소 짓는 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남길 때의 포즈가 눈을 찌르르 아프게 했고 하얀 발목을 보이면서 사뿐사뿐 걸어가며 엉덩이를 흔들고 걷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차돌 이는 주방을 향해 걸어가는 누나에게 달려가 뒤에서 안아버린다.
커다란 젖가슴이 두 손바닥에 넘치도록 잡힌다.
[누나 .너무 멋져. 이렇게 예쁘게 변하리라고는...........정말 내 누나 맞아. 헤헤헤...]
[어.....어딜 만져. 손 놓지 못해.......
이렇게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을 그치지 못하다니........]
선영이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진다.
아무리 동생이라도 처녀의 젖가슴을 잡혀버렸으니........부끄러움에 몸 둘 곳을 몰랐다.
[싫어. 누나 잠시만. 헤헤헤..................]
그러면서 차돌 이는 누나의 젖가슴을 아프도록 주물럭거린다.
선영 이는 차돌이의 장난이 너무 심 하자 심하게 몸부림을 치면서 화를 낸다.
[그래도 이것이...........]
[헤헤헤...................]
누나가 화를 내자 차돌 이는 번개같이 손을 빼고는 멀찌감치 도망가더니 치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자기를 쳐다본다.
선영이도 그런 차돌 이를 보고 그만 실소를 짓고 만다.
.
.
.
진정 오랜만의 식사였다.
간단하지만 서로 마주앉아 밥 위에 반찬을 얹혀주며 즐겁게 식사를 나누고 그리고 한동안 지난 이야기를 한 오누이는 몰려오는 피곤함인지 선영이가 먼저 잠자리에 눕는다.
극히 편안한 이부자리를 펴주어도 한사코 자기의 얼굴만 바라보며 행복에 젖어있는 차돌 이를 보며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오늘 이렇게 같이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선영 이는 몰려오는 잠을 피할 수가 없어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누나의 손을 한시도 놓지 않은 채 누나만 쳐다보고 있다.
잠이 들었는지 누나의 숨소리는 평화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 한쪽에 어두운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은지 간혹 애처로운 신음을 지르며 괴로워하며 잔다.
차돌 이는 누나의 한쪽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느낀다.
이제 내가 싸워야 할 것은 누나가 아니라 누나를 싸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며 현실이라는
것을.....
내 사랑을 말하며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누나의 닥친 현실을 헤쳐 나가는 것이 우선임을....
누가 이기던 간에 이제 누나의 마음을 잡기위한 싸움을 벌여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루지 못할 사랑.
건너서는 안 될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조바심을 가지며 다가가지만.....
누나의 상처가 누나를 괴롭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다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누나의 잠든 얼굴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누나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누나가 웃음지울 때 그 얼굴의 미소가 되고 싶다.
누나가 읽는 책의 밑줄이 되고 싶었으며 누나가 자주 가는 공원의 편안한 쉼터가 되는 나무의자가 되고 싶다.
누나가 보는 모든 시선 속에 내가 있고 싶었으며 누나가 가는 술집에 즐겨먹는 술의 술잔이 되고 싶다.
누나의 가슴을 울리는 피아노가 되어 아름다운 선율을 울려 누나를 감동시키고도 싶다.
차돌 이는 잠든 누나의 얼굴을 보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누나에게 하지 못한 사연들....
내 안에서만 생각하고 이루어지는 고백들이 한마디도 뱉지 못하고 절망 속에 깊이 빠져드는 기분이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의 사랑하는 마음 고백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누나는 헤아릴 수 있을까....
차돌 이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낀다.
생각을 끊으려 해도 새벽안개처럼 피어오르니 그저 눈을 감아보아도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누나,
[누나............사랑해........]
혼자 나지막이 불러본다.
잠든 누나가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 마음 깊숙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소리죽여 불러본다.
내가 혼자서 이런다고 나의 사랑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만은 차돌 이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누나의 대항 향수와 사랑에 흠뻑 빠진다.
나의 이런 사랑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궁금하지가 않다.
오직 내가 누나에게 바치는 정녕 사랑하는 마음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사랑한다는 말조차 의미 없이 변해버릴지언정 지금은 누나가 나의 사랑을 받아주길 속으로 바랄뿐이다.
그런 대답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러울 뿐이다.
벼르고 벼렸던 말...........
내가 누나를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야하는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서 그런가..
누나를 만나 용기를 가지고 하려고 했던 말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간혹 생각이 나도 입 언저리에 머물 뿐 나오지를 않는가..
잠든 누나 앞에서도 말 못하는 내가 누나를 쳐다보며 어찌 할 말을 할 수 있으리...
누가 내 마음을 누나에게 전해 줄이 없는가...........
차돌 이는 누나를 보며 오직 한마디 죽도록 사랑해 를 외우며 누나 곁을 지킨다.
밤새 그런 마음으로 누나를 생각하며 홀로 애태우다보니 어느새 날이 새어버린다.
.
.
선영이가 눈을 떠니 자기의 손이 누구에게 잡혀있다.
차돌이가 자기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자기를 보며 웃고 있다.
눈물이 핑 돈다.
이토록 나를 생각하는 동생이 그 어린나이에 홀로 험한 세상을 잘도 견디고 살아주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까울 게 없는 동생이다.
그러나 이젠 주고 싶어도 용기가 없다.
세상의 모든 규범 따위는 무시하고 동생에게 주려고 가꿔온 몸인데 더러운 놈들에게 당하고 그런 더러운 몰골을 동생이 보았다는 것에 모든 의욕과 희망을 버려버렸다.
무슨 낯으로 동생에게 나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동생을 위하여 줄 수 있는 하나의 소중한 것을 동생이 버려버렸다는 것을 본 이 마당에 내가 동생과 정말 같이 있을 명분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 혼자만의 남자이고 나만의 사랑으로 갖고 싶었는데 그 꿈은 이비 사라지고 없지 않는가........
그러나 동생에게 슬픔을 줄 수 없다.
오직 동생에게서 밝은 웃음만 보고 싶어진다.
[너. 밤새 그러고 있었어.]
[아냐, 누나 나도 금방 일어났어.]
해맑은 웃음으로 자기를 대해주는 동생이다.
침대 밑에 깔아준 이부자리는 꾸김도 없이 그대로인데 동생은 그저 날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영인 모른 체 한다.
[그랬어, 어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차돌아, 누나가 금방 아침 지어줄게.]
[그래 누나 배고파....옛날 먹어보던 된장찌개 끓여주면 좋은데 헤헤헤.........]
[그래, 우리 된장찌개 끓여먹자..............]
누나는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향한다.
차돌 이는 누나가 자기와 얼굴을 마주하는 걸 극도로 삼가는 걸 느낀다.
아마 그일 때문이리라.........
그런 생각이 차돌이의 뇌리에 감돌자 눈에 새파란 광채가 일고 인상이 험악해진다.
잠잠해 있던 분노가 불같이 치솟는다.
[개 새끼들..........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욕을 하며 험악한 인상을 그리던 차돌이가 순식간에 표정을 변화시키며 누나가 있는 주방으로 간다.
그런 차돌이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다.
.
...........................................
조촐하게 아침을 먹고 달리 할 말이 없어 서로가 얼굴을 마주했을 때 선영이가 조그맣게 말한다.
[차돌아,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니............]
차돌이가 무위도식하며 실업자는 아닌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뭔가 일을 하는 것 같은데.........마냥 자기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차돌 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응. 난 프리야. 그러는 누난, 괜찮아..............]
차돌 이는 아무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웃어준다.
그리고 누나가 뭘 하는지 슬며시 물어보는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로 하고 사려면 보통이상은 된다고 보았고 덕만 이의 말로 미루어보아 커다란 회사의 막강한 직책을 누리고 있는 듯, 한데 그런 사람이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인지 간접적으로 묻는 것이다.
[난 할 일이 많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지금은........................]
선영인 세상이 모두 허망한 것처럼 고개를 젓는다.
그녀로서는 충분히 그럴 이유가 되고도 남았다.
그렇게 모진 고초를 당했는데 벌써 며칠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활보할 수가 있으랴...
아무도 몰라도 그러할 진데 심지어 동생까지 자신의 초라한 꼬락서니를 봤는데 무슨 일이 손에 잡히리...
그냥 모든 것을 잊고 푹 쉬고 싶었다.
[그래, 누나 쉬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누나를 돌볼 게. 그럴 능력은 돼.........]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이해했다.
[허긴..... 내가 봐도 네가 모는 차도 외제차고....그 정도였어도 왜 나를 찾지 않았어.]
선영인 차돌 이를 보며 원망서린 말로 묻는다.
이정도면 누나를 찾아도 되었을 텐데 잘 먹고 편안한 생활이라 혹시 나도 잊고 사는 것이 아니었느냐 그런 속마음이 말에 묻어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솔직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힘없이 누나의 말에 변명한다.
[미안해 누나. 난 사실 아직 이라고 생각했어.
누나와 만나려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갖춰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랬어.
그렇지만 누나를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어, 내말 거짓말 아니야.
[.......................]
둘은 한동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선영이가 조용하게 차돌 이에게 부탁한다.
[차돌아, 나 강변에 가고 싶어.]
[정말이야 누나. 나도 사실 누나랑 그런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근데 누난 갑자기 왜 강변에 가고 싶어졌지.]
차돌 이는 선영이가 외출하자는 말이 너무도 반가워 그냥 좋아 떠든다.
[글쎄...........모든 것을 모두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래......
그러면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은 마음이 들것 같아서.............]
[그래.........가자 누나, 가서 강물에 모든 아픔 모두 툴툴 털어버리자.......]
.
.
시원한 바람이 쉬 임 없이 불어오는 한강변이다.
강변에는 갖가지 다양한 옷차림으로 자신의 개성을 한껏 과시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는 마치 강변을 처음 나온 사람처럼 재잘거리기도 하며다니고 있었고 햇살은 그런 사람들을 축복하기나 한 것처럼 따스한 열기를 뿜어주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는 달리 차돌 이와 선영 이는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무슨 깊은 생각이 있는지 우수에 젖어있던 선영이가 강 반대편에 반짝거리는 물체를 보고 중얼거린다.
[아. 저것이 네 행복일거야....
그런데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으니 내 심정이나 꼭 같이 느껴지네..........]
누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차돌 이는 들었다.
누나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지 안 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의 마음을 돌려 밝은 웃음으로 자기를 대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가.
차돌 이는 누나를 쳐다본다.
[누나. 어디에..... 누나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어디든 갖다 줄 게.......]
차돌 이는 누나를 빤히 쳐다본다.
[호호. 차돌아. 저 강 건너 반짝거리는 물체가 괜히 내 신세 같아서 해본소리야......
신경 쓸 것 없어.]
선영인 마지못해 하는 말처럼 씁쓸하게 웃는다.
씁쓸하게 웃는 누나의 모습에 차돌인 마음이 얼어붙은 듯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여기고 자포자기해서 하는 말로 들렸다.
누나는 조그만 희망도 사라진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으며 행여나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빛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누나, 저 너머 반짝거리는 물체가 알고 싶어.......
저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누나도 내 소원하나 들어줄래........]
차돌이의 얼굴 안색이 점점 굳어진다.
누나에게 세상에서 살아 갈 희망을 주고 싶었고 그리하여 자기의 꿈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어머. 네가 무슨 재주로 그걸 알 수 있어. 관둬...얘는........]
선영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치부해버린다.
무슨 천리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1KM도 넘는 물체를 알아본단 말인가.
선영인 어처구니가 없어 차돌 이를 쳐다본다.
말 같지 않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짓고.....
[하여간 약속할 수 있어, 누나............]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를 또 다시 다그친다.
[호호호. 차돌아, 누나는 네 소원이라면 누나가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있어.
내말은 그냥 해본 소리니 마음에 두지마라........]
선영 이는 차돌이가 고맙다.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동생이 자기를 위하여 마음 쓰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운 것이다.
자기에게 용기를 심어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동생은 이미 자기의 마음을 읽었고 어찌하던 돌려보고자 애쓰는 것이 안쓰럽기만 했다.
이미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자 하는 마음이고 육신인데....
동생을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그토록 보고팠던 동생인데...영원히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던 동생을 두고 모든 걸 털기엔 허전해서 마지막으로 추억이나 가슴속에 담아두고자 이렇게 강변을 찾았는데...동생은 그런 내 마음을 읽고 죽자 사자 매달리며 나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으니 그 마음씀씀이가 어찌 고맙지 않는가.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그냥 켜 안고 펑펑 울고 싶어진다.
[아냐, 나도 뭔가 궁금해.........그리고 난 누나에게 죄를 많이 지었어.
뭔가 내 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서...그냥은 안 될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차돌이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것을 기회로 누나의 마음을 돌리고 자기의 마음도 확실히 하고 싶었다.
뭔가 계기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차돌 이는 절실했다.
[그런 말마라. 모두가 지난 일이고. 난 그 일을....
에이 말자.
그렇지만 내 행복이 강 너머 저기 있는 것처럼 멀리 있는 것만은 확실해.............
불확실하고.....]
선영 이는 그 일을 잊었다고 말하려하다가 말을 멈춘다.
어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는가.
여자의 순결을 앗아간 남자고 모든 정성을 다해도 모자랄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제 모든 것이 꿈으로 날아가고 더러운 육신만 남아 동생에게 기대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는 살덩어리인데.........
저 멀리 반짝이는 물체처럼 갖고 싶어도 가질 수없는 그런 상황인 것을.......
쓸쓸하게 그러면서 자기의 마음이 허전함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차돌 이는 누나의 마음을 안다.
어떻게 하던 누나의 마음을 돌리고 사랑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알았어, 내가 누나의 행복을 찾아줄게.....기다려.]
차돌이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상의를 벗어 제킨다.
그리고 강으로 뛰어가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맹렬하게 헤엄을 치며 건너편으로 건너가려 하는 것이다.
선영 이는 깜작 놀랐다.
차돌이가 이렇게 무식한 행동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 차돌아. 안 돼. 어서 나와...............차돌아.........]
선영이가 차돌이가 뛰어 든 강변으로 치달리며 목이 터져라 외친다.
강변에 나와 테이트를 즐기는 남녀들과 가족들이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가를 즐기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선영이의 부르짖음과 강물에 뛰어들어 건너편으로 헤엄치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과 겁먹은 말로 소리친다.
[사람이 빠졌다....저런..........
물살이 저렇게 급한데 헤엄을 치고 건너려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 아냐. 으........]
사람들이 모두 강물이 흐르는 자락으로 나와 무섭게 헤엄치고 있는 차돌 이를 바라본다.
선영이도 사람들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터뜨리며 소리소리 지른다.
[차돌아......차돌아..아. 제발 그만해..........엉 엉엉..........]
급기야 대성통곡을 터뜨리고 만다.
차돌 이는 건너편으로 가기보다 자꾸 물살에 떠밀려 하구 쪽으로 가고 있었다.
저러다가 잘못되어 죽는다면 선영 이는 눈앞이 캄캄하다.
자기의 한마디에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한 일인데.........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었던 동생인가. 이제 만 난지 이틀인데 잘못되어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 아닌가...
내가 울적하게 해 있으니 내 마음을 돌리려고 저렇게 무모한 짓을 하다니. 왜 내가 그랬을까. 지금이라도 차돌이가 나온다면 속마음을 털어내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동생의 숨은 여자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차돌 이는 벌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가 있었다.
처음엔 빠르게 물속을 헤치며 나아가던 몸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
몸은 목적지와는 거리가 먼 아래쪽으로 가고 있다.
선영 이는 울면서 차돌이가 내려가는 하구로 뛰어가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이윽고 차돌 이는 건너편에 도착하고 만다.
선영 이는 지금이라도 건너편으로 달려가 얼싸안아 주고 싶다.
차돌 이는 누나가 가르치는 쪽으로 뛰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집어 든다.
조그만 유리조각이었다.
이 유리조각 때문에 목숨을 건단 말인가.
아니다 차돌 이는 누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리고 자기가 누나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보이기 위해 무모한 짓을 목숨 걸고 한 것이다.
71부에
정말 기운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1초의 수고를 끊암없이
날려주시길 간곡히 바랄뿐입니다
건강하세요
후원 190을 넘가갈 기대하며
차돌 이는 누나의 품안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했다.
얼마나 안기고 싶었던 누나인가.
차돌 이는 아기가 엄마젖을 찾듯 누나의 품속에 마냥 파고 들어간다.
선영인 그런 차돌 이를 한동안 애처로이 여기며 그냥 그렇게 두고 있다가 손에 힘을 주어 천천히 차돌 이를 밀어낸다.
[이런, 아직까지도 어린아이가 아냐.......차돌아, 나도 사랑해...
자, 이젠 물러서...내가 밥 지어줄게. 그래서 둘이 모처럼 오붓하게 식사를 해보자꾸나.]
선영이 옷깃을 바로하며 철없이 구는 동생을 책망한다.
[그래, 누나 정말 오래되었지, 우리가 같이 밥 먹은 지가.....
어서 일어나, 빨리 밥 지어 같이 먹어보게...]
차돌이가 부리나케 일어나더니 선영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그러자 선영일 가리고 있던 커다란 타 올이 떨어지며 알몸에 가까운 몸이 드러난다.
[캬 아악,,,,빨리 고개 돌려........
그리고 어서 빨리 나가지 못해.....어디를 훔쳐보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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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몸을 움츠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차돌이가 자기를 쳐다보고 멍하니 있자 다시 고래고함을 친다.
부끄러웠다.
여자가 아닌가. 자신의 벗은 몸을 남자인 동생이 빤히 보고 있자 부끄러웠고 민망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자기의 벗은 몸을 얄미운 눈으로 쳐다보는 동생을 향하여 고래고함을 친다.
[알았어, 누나. 치 이. 보여주면 어디가 탈나나.]
차돌 이는 눈을 선영 이에게서 떼지 않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
완전히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예전에 보여준 차돌이 와는 전혀 다른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것이..]
선영이 움츠리며 한손을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차돌이가 일부러 놀란 듯 하며 뛰다시피 방을 나간다.
선영인 차돌이가 나가자 웃으며 장롱을 뒤져 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눈물자국을 지우고 간단한 화장을 한다.
화장을 하면서 선영인 금방 차돌이가 자기를 위해 애교를 부린 것에 대해 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이 몸 모두 차돌이가 원하면 주리라고 했는데 왜 차돌이가 본다고 그렇게 호들갑을 지었을까, 이상한 생각도 든다.
아마 근친이란 허울이 잠시 앞을 막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선영인 화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오는 선영 이를 보며 차돌 이는 눈을 크게 뜬다.
다리를 저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간편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이라 굴곡이 여지없이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풍만하여 커다란 수박덩어리 같은 가슴 잘록한 허리 펑퍼짐한 히프 어느 한구석 섹시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은 어떤가, 지적이며 포근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근접키 어려운 풍모를 풍기고 있었고 자기를 보며 미소 짓는 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남길 때의 포즈가 눈을 찌르르 아프게 했고 하얀 발목을 보이면서 사뿐사뿐 걸어가며 엉덩이를 흔들고 걷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차돌 이는 주방을 향해 걸어가는 누나에게 달려가 뒤에서 안아버린다.
커다란 젖가슴이 두 손바닥에 넘치도록 잡힌다.
[누나 .너무 멋져. 이렇게 예쁘게 변하리라고는...........정말 내 누나 맞아. 헤헤헤...]
[어.....어딜 만져. 손 놓지 못해.......
이렇게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을 그치지 못하다니........]
선영이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진다.
아무리 동생이라도 처녀의 젖가슴을 잡혀버렸으니........부끄러움에 몸 둘 곳을 몰랐다.
[싫어. 누나 잠시만. 헤헤헤..................]
그러면서 차돌 이는 누나의 젖가슴을 아프도록 주물럭거린다.
선영 이는 차돌이의 장난이 너무 심 하자 심하게 몸부림을 치면서 화를 낸다.
[그래도 이것이...........]
[헤헤헤...................]
누나가 화를 내자 차돌 이는 번개같이 손을 빼고는 멀찌감치 도망가더니 치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자기를 쳐다본다.
선영이도 그런 차돌 이를 보고 그만 실소를 짓고 만다.
.
.
.
진정 오랜만의 식사였다.
간단하지만 서로 마주앉아 밥 위에 반찬을 얹혀주며 즐겁게 식사를 나누고 그리고 한동안 지난 이야기를 한 오누이는 몰려오는 피곤함인지 선영이가 먼저 잠자리에 눕는다.
극히 편안한 이부자리를 펴주어도 한사코 자기의 얼굴만 바라보며 행복에 젖어있는 차돌 이를 보며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오늘 이렇게 같이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선영 이는 몰려오는 잠을 피할 수가 없어 그만 잠이 들고 만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누나의 손을 한시도 놓지 않은 채 누나만 쳐다보고 있다.
잠이 들었는지 누나의 숨소리는 평화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 한쪽에 어두운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은지 간혹 애처로운 신음을 지르며 괴로워하며 잔다.
차돌 이는 누나의 한쪽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느낀다.
이제 내가 싸워야 할 것은 누나가 아니라 누나를 싸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며 현실이라는
것을.....
내 사랑을 말하며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누나의 닥친 현실을 헤쳐 나가는 것이 우선임을....
누가 이기던 간에 이제 누나의 마음을 잡기위한 싸움을 벌여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루지 못할 사랑.
건너서는 안 될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조바심을 가지며 다가가지만.....
누나의 상처가 누나를 괴롭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다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누나의 잠든 얼굴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누나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누나가 웃음지울 때 그 얼굴의 미소가 되고 싶다.
누나가 읽는 책의 밑줄이 되고 싶었으며 누나가 자주 가는 공원의 편안한 쉼터가 되는 나무의자가 되고 싶다.
누나가 보는 모든 시선 속에 내가 있고 싶었으며 누나가 가는 술집에 즐겨먹는 술의 술잔이 되고 싶다.
누나의 가슴을 울리는 피아노가 되어 아름다운 선율을 울려 누나를 감동시키고도 싶다.
차돌 이는 잠든 누나의 얼굴을 보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누나에게 하지 못한 사연들....
내 안에서만 생각하고 이루어지는 고백들이 한마디도 뱉지 못하고 절망 속에 깊이 빠져드는 기분이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의 사랑하는 마음 고백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누나는 헤아릴 수 있을까....
차돌 이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낀다.
생각을 끊으려 해도 새벽안개처럼 피어오르니 그저 눈을 감아보아도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누나,
[누나............사랑해........]
혼자 나지막이 불러본다.
잠든 누나가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 마음 깊숙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소리죽여 불러본다.
내가 혼자서 이런다고 나의 사랑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만은 차돌 이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누나의 대항 향수와 사랑에 흠뻑 빠진다.
나의 이런 사랑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궁금하지가 않다.
오직 내가 누나에게 바치는 정녕 사랑하는 마음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사랑한다는 말조차 의미 없이 변해버릴지언정 지금은 누나가 나의 사랑을 받아주길 속으로 바랄뿐이다.
그런 대답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러울 뿐이다.
벼르고 벼렸던 말...........
내가 누나를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야하는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서 그런가..
누나를 만나 용기를 가지고 하려고 했던 말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간혹 생각이 나도 입 언저리에 머물 뿐 나오지를 않는가..
잠든 누나 앞에서도 말 못하는 내가 누나를 쳐다보며 어찌 할 말을 할 수 있으리...
누가 내 마음을 누나에게 전해 줄이 없는가...........
차돌 이는 누나를 보며 오직 한마디 죽도록 사랑해 를 외우며 누나 곁을 지킨다.
밤새 그런 마음으로 누나를 생각하며 홀로 애태우다보니 어느새 날이 새어버린다.
.
.
선영이가 눈을 떠니 자기의 손이 누구에게 잡혀있다.
차돌이가 자기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자기를 보며 웃고 있다.
눈물이 핑 돈다.
이토록 나를 생각하는 동생이 그 어린나이에 홀로 험한 세상을 잘도 견디고 살아주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까울 게 없는 동생이다.
그러나 이젠 주고 싶어도 용기가 없다.
세상의 모든 규범 따위는 무시하고 동생에게 주려고 가꿔온 몸인데 더러운 놈들에게 당하고 그런 더러운 몰골을 동생이 보았다는 것에 모든 의욕과 희망을 버려버렸다.
무슨 낯으로 동생에게 나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동생을 위하여 줄 수 있는 하나의 소중한 것을 동생이 버려버렸다는 것을 본 이 마당에 내가 동생과 정말 같이 있을 명분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 혼자만의 남자이고 나만의 사랑으로 갖고 싶었는데 그 꿈은 이비 사라지고 없지 않는가........
그러나 동생에게 슬픔을 줄 수 없다.
오직 동생에게서 밝은 웃음만 보고 싶어진다.
[너. 밤새 그러고 있었어.]
[아냐, 누나 나도 금방 일어났어.]
해맑은 웃음으로 자기를 대해주는 동생이다.
침대 밑에 깔아준 이부자리는 꾸김도 없이 그대로인데 동생은 그저 날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영인 모른 체 한다.
[그랬어, 어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차돌아, 누나가 금방 아침 지어줄게.]
[그래 누나 배고파....옛날 먹어보던 된장찌개 끓여주면 좋은데 헤헤헤.........]
[그래, 우리 된장찌개 끓여먹자..............]
누나는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향한다.
차돌 이는 누나가 자기와 얼굴을 마주하는 걸 극도로 삼가는 걸 느낀다.
아마 그일 때문이리라.........
그런 생각이 차돌이의 뇌리에 감돌자 눈에 새파란 광채가 일고 인상이 험악해진다.
잠잠해 있던 분노가 불같이 치솟는다.
[개 새끼들..........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욕을 하며 험악한 인상을 그리던 차돌이가 순식간에 표정을 변화시키며 누나가 있는 주방으로 간다.
그런 차돌이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다.
.
...........................................
조촐하게 아침을 먹고 달리 할 말이 없어 서로가 얼굴을 마주했을 때 선영이가 조그맣게 말한다.
[차돌아,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니............]
차돌이가 무위도식하며 실업자는 아닌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뭔가 일을 하는 것 같은데.........마냥 자기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차돌 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응. 난 프리야. 그러는 누난, 괜찮아..............]
차돌 이는 아무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웃어준다.
그리고 누나가 뭘 하는지 슬며시 물어보는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로 하고 사려면 보통이상은 된다고 보았고 덕만 이의 말로 미루어보아 커다란 회사의 막강한 직책을 누리고 있는 듯, 한데 그런 사람이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인지 간접적으로 묻는 것이다.
[난 할 일이 많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지금은........................]
선영인 세상이 모두 허망한 것처럼 고개를 젓는다.
그녀로서는 충분히 그럴 이유가 되고도 남았다.
그렇게 모진 고초를 당했는데 벌써 며칠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활보할 수가 있으랴...
아무도 몰라도 그러할 진데 심지어 동생까지 자신의 초라한 꼬락서니를 봤는데 무슨 일이 손에 잡히리...
그냥 모든 것을 잊고 푹 쉬고 싶었다.
[그래, 누나 쉬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누나를 돌볼 게. 그럴 능력은 돼.........]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이해했다.
[허긴..... 내가 봐도 네가 모는 차도 외제차고....그 정도였어도 왜 나를 찾지 않았어.]
선영인 차돌 이를 보며 원망서린 말로 묻는다.
이정도면 누나를 찾아도 되었을 텐데 잘 먹고 편안한 생활이라 혹시 나도 잊고 사는 것이 아니었느냐 그런 속마음이 말에 묻어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솔직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힘없이 누나의 말에 변명한다.
[미안해 누나. 난 사실 아직 이라고 생각했어.
누나와 만나려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갖춰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랬어.
그렇지만 누나를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어, 내말 거짓말 아니야.
[.......................]
둘은 한동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선영이가 조용하게 차돌 이에게 부탁한다.
[차돌아, 나 강변에 가고 싶어.]
[정말이야 누나. 나도 사실 누나랑 그런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근데 누난 갑자기 왜 강변에 가고 싶어졌지.]
차돌 이는 선영이가 외출하자는 말이 너무도 반가워 그냥 좋아 떠든다.
[글쎄...........모든 것을 모두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래......
그러면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은 마음이 들것 같아서.............]
[그래.........가자 누나, 가서 강물에 모든 아픔 모두 툴툴 털어버리자.......]
.
.
시원한 바람이 쉬 임 없이 불어오는 한강변이다.
강변에는 갖가지 다양한 옷차림으로 자신의 개성을 한껏 과시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는 마치 강변을 처음 나온 사람처럼 재잘거리기도 하며다니고 있었고 햇살은 그런 사람들을 축복하기나 한 것처럼 따스한 열기를 뿜어주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는 달리 차돌 이와 선영 이는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무슨 깊은 생각이 있는지 우수에 젖어있던 선영이가 강 반대편에 반짝거리는 물체를 보고 중얼거린다.
[아. 저것이 네 행복일거야....
그런데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으니 내 심정이나 꼭 같이 느껴지네..........]
누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차돌 이는 들었다.
누나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지 안 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의 마음을 돌려 밝은 웃음으로 자기를 대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가.
차돌 이는 누나를 쳐다본다.
[누나. 어디에..... 누나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어디든 갖다 줄 게.......]
차돌 이는 누나를 빤히 쳐다본다.
[호호. 차돌아. 저 강 건너 반짝거리는 물체가 괜히 내 신세 같아서 해본소리야......
신경 쓸 것 없어.]
선영인 마지못해 하는 말처럼 씁쓸하게 웃는다.
씁쓸하게 웃는 누나의 모습에 차돌인 마음이 얼어붙은 듯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여기고 자포자기해서 하는 말로 들렸다.
누나는 조그만 희망도 사라진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으며 행여나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빛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누나, 저 너머 반짝거리는 물체가 알고 싶어.......
저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누나도 내 소원하나 들어줄래........]
차돌이의 얼굴 안색이 점점 굳어진다.
누나에게 세상에서 살아 갈 희망을 주고 싶었고 그리하여 자기의 꿈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어머. 네가 무슨 재주로 그걸 알 수 있어. 관둬...얘는........]
선영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치부해버린다.
무슨 천리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1KM도 넘는 물체를 알아본단 말인가.
선영인 어처구니가 없어 차돌 이를 쳐다본다.
말 같지 않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짓고.....
[하여간 약속할 수 있어, 누나............]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를 또 다시 다그친다.
[호호호. 차돌아, 누나는 네 소원이라면 누나가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있어.
내말은 그냥 해본 소리니 마음에 두지마라........]
선영 이는 차돌이가 고맙다.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랑하는 동생이 자기를 위하여 마음 쓰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운 것이다.
자기에게 용기를 심어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동생은 이미 자기의 마음을 읽었고 어찌하던 돌려보고자 애쓰는 것이 안쓰럽기만 했다.
이미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자 하는 마음이고 육신인데....
동생을 두고 떠나기가 아쉬워...그토록 보고팠던 동생인데...영원히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던 동생을 두고 모든 걸 털기엔 허전해서 마지막으로 추억이나 가슴속에 담아두고자 이렇게 강변을 찾았는데...동생은 그런 내 마음을 읽고 죽자 사자 매달리며 나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으니 그 마음씀씀이가 어찌 고맙지 않는가.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그냥 켜 안고 펑펑 울고 싶어진다.
[아냐, 나도 뭔가 궁금해.........그리고 난 누나에게 죄를 많이 지었어.
뭔가 내 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서...그냥은 안 될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차돌이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것을 기회로 누나의 마음을 돌리고 자기의 마음도 확실히 하고 싶었다.
뭔가 계기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차돌 이는 절실했다.
[그런 말마라. 모두가 지난 일이고. 난 그 일을....
에이 말자.
그렇지만 내 행복이 강 너머 저기 있는 것처럼 멀리 있는 것만은 확실해.............
불확실하고.....]
선영 이는 그 일을 잊었다고 말하려하다가 말을 멈춘다.
어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는가.
여자의 순결을 앗아간 남자고 모든 정성을 다해도 모자랄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제 모든 것이 꿈으로 날아가고 더러운 육신만 남아 동생에게 기대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는 살덩어리인데.........
저 멀리 반짝이는 물체처럼 갖고 싶어도 가질 수없는 그런 상황인 것을.......
쓸쓸하게 그러면서 자기의 마음이 허전함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차돌 이는 누나의 마음을 안다.
어떻게 하던 누나의 마음을 돌리고 사랑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알았어, 내가 누나의 행복을 찾아줄게.....기다려.]
차돌이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상의를 벗어 제킨다.
그리고 강으로 뛰어가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맹렬하게 헤엄을 치며 건너편으로 건너가려 하는 것이다.
선영 이는 깜작 놀랐다.
차돌이가 이렇게 무식한 행동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 차돌아. 안 돼. 어서 나와...............차돌아.........]
선영이가 차돌이가 뛰어 든 강변으로 치달리며 목이 터져라 외친다.
강변에 나와 테이트를 즐기는 남녀들과 가족들이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가를 즐기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선영이의 부르짖음과 강물에 뛰어들어 건너편으로 헤엄치는 젊은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과 겁먹은 말로 소리친다.
[사람이 빠졌다....저런..........
물살이 저렇게 급한데 헤엄을 치고 건너려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 아냐. 으........]
사람들이 모두 강물이 흐르는 자락으로 나와 무섭게 헤엄치고 있는 차돌 이를 바라본다.
선영이도 사람들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터뜨리며 소리소리 지른다.
[차돌아......차돌아..아. 제발 그만해..........엉 엉엉..........]
급기야 대성통곡을 터뜨리고 만다.
차돌 이는 건너편으로 가기보다 자꾸 물살에 떠밀려 하구 쪽으로 가고 있었다.
저러다가 잘못되어 죽는다면 선영 이는 눈앞이 캄캄하다.
자기의 한마디에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한 일인데.........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었던 동생인가. 이제 만 난지 이틀인데 잘못되어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 아닌가...
내가 울적하게 해 있으니 내 마음을 돌리려고 저렇게 무모한 짓을 하다니. 왜 내가 그랬을까. 지금이라도 차돌이가 나온다면 속마음을 털어내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동생의 숨은 여자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차돌 이는 벌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가 있었다.
처음엔 빠르게 물속을 헤치며 나아가던 몸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
몸은 목적지와는 거리가 먼 아래쪽으로 가고 있다.
선영 이는 울면서 차돌이가 내려가는 하구로 뛰어가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이윽고 차돌 이는 건너편에 도착하고 만다.
선영 이는 지금이라도 건너편으로 달려가 얼싸안아 주고 싶다.
차돌 이는 누나가 가르치는 쪽으로 뛰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집어 든다.
조그만 유리조각이었다.
이 유리조각 때문에 목숨을 건단 말인가.
아니다 차돌 이는 누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리고 자기가 누나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보이기 위해 무모한 짓을 목숨 걸고 한 것이다.
71부에
정말 기운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1초의 수고를 끊암없이
날려주시길 간곡히 바랄뿐입니다
건강하세요
후원 190을 넘가갈 기대하며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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