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83부]
방안으로 들어서자 진사장이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진사장이 차돌이가 들어오는걸 보며 슬며시 일어나더니 차돌 이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하하....어서 오시게,]
[바쁘실 텐데 괜히 저 때문에 시간을 뺏기는 거나 아닌지 송구스럽습니다.]
차돌이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드리며 내민 손에 자기 손을 겹친다.
[하하하. 무슨 소리.
손이사가 어디 남인가, 나랑은 한솥밥을 먹는 처지인데..
정말 한번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이제 사 뜻을 이룬 것 같네그려...하하하....]
진 사장은 마주잡은 손에 다른 한손을 겹치며 정말 반갑다는 말을 거듭한다.
그 손이 마음만큼이나 따스하고 포근하다는 것을 차돌 이는 느낀다.
[저도 한번 찾아뵈어야겠다고 마음만 먹었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면서 월급이나 받아먹고 있어 면목 없었는데 이렇게나마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겠구나하고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늦게 인사 올리는 걸 용서하십시오.]
차돌 이는 찾아뵙지 못함을 사과한다.
아무튼 자기도 그 회사의 임원이며 월급을 받아먹고 있는 처지인데도 한 번도 나가지 않았으니 도리가 아니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용서를 빈다.
[ 하하하.......역시.......자넨 여전하구만........
하여간 오시느라 수고 많았네, 자...자....앉게나.....]
진 사장은 차돌 이를 방석위에 앉히고 자기도 자리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잠시 차돌 이를 쳐다보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차돌 이는 사장이 보여준 호감과 배려가 나쁘지는 않지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나 자신에 몸에 밴 친절과 인사성이 혹 상대방에게도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 사장은 자기에게 자리를 권하고 나서 담배만 피우고 있다.
차돌 이는 담배연기를 기세 좋게 내뿜는 진 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참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거북하고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꺼내고 또 불을 붙이고 그리고 한 모금 길게 연기를 내뿜기까지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대화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는가.
마치 사형수들이 죽기 전에 담배한대의 유예를 얻어 죽음에 대한 무장을 할 수 있으며 흙탕물에 뛰어들기 전에도 담배한대의 시간이면 그 흙탕물을 조금이라도 덜 뒤집어쓸 요령을 터득하기 위함이 아닌가...
차돌 이는 자기도 담배를 배워볼까도 생각이 든다.
사실 차돌 이는 담배를 피워보지 못한 탓인지 아무리 어렵고 곤란한 문제가 당면해도 언제나 정면 돌파로 승부를 걸지 않았던가.
조금이라도 일을 결행하기 전에 담배한대피울시간만큼 사건을 생각하고 방책을 모색했다면 보다 수월히 일을 진행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은 것이다.
차돌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진사장이 담배를 피우는 속도가 너무나 느렸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진 사장은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입을 연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부회장님과 무슨 일이 있었나.]
진사장이 얼굴에 심각한 표정을 드러낸다.
[왜 그렇게 물어보시는 겁니까.............]
차돌 이는 진사장이 터놓고 물어오자 일체의 잡담은 생략하고 직설적으로 되묻는다.
내가 궁금한 것인가, 아님 회사일로 찾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와 덕만의 일을 알고 화해를 주선하러 온 것인지...알고 싶었다.
[허어. 그게.....이거 어떻게 말해야 하나......
사실 난 뭐가 뭔지 몰라서 그래.
부회장님이 내게 전화로 묻더군.
자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하며 자네 없이 지금 합작회사가 유지될 수
있는지 물어오더군. 심각해 보이더라고.....흠....
심지어 나더러 자네를 잡아둘 묘책이 없겠는가 하며 얼토당토 안 되는 소리를 하기에
자네와 혹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모처럼 술자리도 할 겸
겸사겸사 묻는 것이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가, 부회장님은 온통 자네이야기로 시작해서 자네로 끝내더군.
모든 일정도 취소하고 반 칩거상태로 집에서 두문불출이니 도대체 영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것 아닌가..
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
자넨 우리 회사의 지분이 지금 17-8프로정도이며 막강한 최대주주로 있는 사람이야.
자넨 우리 회사와 끊을 수 없는 연관이 있는 사람인데 부회장님의 말씀이 하도
엉뚱하고 별안간이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
하여 자네를 만나보고도 싶었고 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고 싶어 그러네...
자네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없겠나..]
진 사장은 뭔가 차돌 이와 문제가 있다는 것만 예견했을 뿐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진 사장은 만약 차돌 이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다면 빨리 푸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했고 또한 회사의 우두머리가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므로 그 사유를 알고 싶었고 불상사가 있었다면 좋게 매듭을 풀어보고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차돌 이를 회사에서 중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저와 부회장님 사이에 좋지 못한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영원히 서로를 대면하면 안 되는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부회장님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아는 누구라도 전 이 세상에 살려놓지 않기로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부회장님을 그냥 잊기로 한 것은 내게 한때나마 많은 도움과 지금의 나로
성장시켜준 분이라 여기기에 이 정도에서 인연을 끊고자 한 것입니다.
마침 사장님이 절 보자 하시기에 이 정도는 알려드려야 도리일 것 같고 회사에서도
제 이름 석자를 영원히 지워달라는 부탁을 드리고자 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전 이 시간부터 회사사람도 아니란 걸 알려드리려고 온 것입니다.
그러니 나와 부회장님과의 사건을 더 이상 알려하지 마십시오.
만약 사장님이 그때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사장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무례하고 당돌한 겁 없는 소리를 지껄인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부디 제 말을 흘려
듣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차돌이의 처음 음성은 낮게 시작되었는데 끝날 즈음에는 제법 소리가 높아있었다.
그만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분개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에서는 알지 못할 무서운 안광이 토출되어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었다.
진사장도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차돌이가 저 정도로 분개하고 사건을 숨기려는 고뇌와 또한 사람을 협박하며 무서운 살기를 내뿜는 것을 보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사건이 있음을 눈치 채고 다시 담배를 문다.
차돌이의 눈빛이 안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본 진 사장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조용하게 말한다.
[알겠네, 그렇게 심각한 일이.......다시는 알려하지 않겠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 되겠네....
자네도 이 나라 사람이고 지금 이 나라의 경제 상태를 알 것이네.
자네가 어떤 결단을 내리던 그건 자네몫이지만 난 감히 자네에게 충고하고 싶네.
자네가 회사를 떠나면 미국 측의 오너는 계약대로 이 회사에서 손을 뗄 것이 분명하네.
지금 이 회사는 그룹 내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네.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야..
그 모든 것은 미국 측의 오너가 미주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네.
미국 측이 마땅한 상대가 없어 우리 회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네.
자네 한사람의 고집과 투지 그리고 나라사랑하는 마음 같은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네..
그런 자네가 이 회사를 떠난다면 그룹의 생사여부는 그냥 두더라도 그 많은 인력들이
거리의 실업자로 나서야 될 것이네....
그 여파로 그룹 내 여러 개의 회사와 협력업체들이 도산의 위기를 맞을 것이네.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나지 않겠는가.
다른 말은 않겠네.
부회장님과 어떤 원수가 졌건 내가 풀 수는 없을 것이네.
자네 한사람을 편히 하기보다는 넓게 보고 우리 국가와 국민들의 삶을 자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차버리지 마라는 말이네....]
진사장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진정 차돌 이를 위하고 있었다.
아니 차돌이 뿐 아니라 이 나라도 국민들도 걱정하고 있었다.
개인이 하는 일에 타인이 가타부타 잔소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엔 분명 선악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일이 잘되면 선이고 잘못되면 악인 것은 아니다.
잘하자고 한일이 잘못될 수 있고 처음부터 아니다 라고 생각한일이 잘될 수도 있다.
선악의 갈림길에 서면 인간의 분별력은 흐려진다.
악이 선으로 돌아갈 수 있고 선이 악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고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했다.
모든 허물을 감싸주고 덮어주는 미덕을 발휘하여 불편한 서로를 이해하고 다듬어 예전처럼 돌아가 주길 바랐다.
[..............................]
차돌 이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진사장이 이 정도로 모두를 걱정하며 진정으로 말을 하고 나올 줄은 진정 몰랐다.
차돌 이는 너무나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온 사람이다.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자 애쓰려 한 사람이다.
물론 여자에 집착하는 독식은 강했지만 그것과는 별개 인 냥 남이 힘들어 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하는 성격도 있었다.
진사장이 그런 자기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대꾸할 답도 없었고 해서 막연하게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그런 차돌 이를 보고 진 사장은 살 짜기 미소를 짓는다.
[그냥 지금처럼 해주면 되네.......
난 자네를 믿네,
언젠가 모든 것을 툴툴 털고 말 것이란 걸.....]
진 사장은 그냥 지금처럼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차돌이가 성급하게 결단 을 내려 회사에서 손을 떼 미국 측의 오너에게 빌미를 잡혀 국가에도 국민에게도 모두가 이득을 주는 이 사업에 손을 떼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이 담긴 말로 차돌이의 마음을 이나마 잡으려고 하고 있다.
[.................................]
차돌 이는 난감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잊고자했는데 그럴 수 있다 여겼는데 끊어지지 않는 실이 여기에 있어 보이지 않는 발목을 잡히게, 될 줄이야...
진 사장의 말은 자기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모든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하여 결정한일이 누구도 아닌 불쌍한 국민들을 빌미로 날 다시 감옥으로 몰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인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만하는 진 사장을 차돌 이는 눈을 뜨고 바라본다.
살며시 웃고 있는 사장의 표정에서 사심이 아닌 진실을 읽을 수 있었다.
허긴 덕만을 원망하고 미워하여 내가 모든 고리를 끊는 것은 모든 이에게 적절치 못한 일이 된다는 것을 차돌 이는 안다.
너 때문에 내가 이럴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은 남의 빈축만 살뿐 일말의 동정심도 유발하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차돌이다. 이것도 나의 운명일진데 나는 남의 일생을 가로채고 살면서 남은 나에게 잘하라는 것은 모순일수도 있다.
남의 탓만 하기에는 나의 인생도 그렇게 밝게 살아오지는 않았지 않는가........
후회와 회환이 가슴을 친다.
그런 자기의 모습을 보고 진 사장은 웃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차돌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분위기를 바꾼다.
[허허허............ 모처럼 자네랑 한잔하려했는데 그만 분위기가.....
내가 괜히 이상한 이야기로 자네심기를 불편하게 했어...........허허허.......
저......이봐요, 이제 술상 좀 들이지.]
진 사장은 더 이상 차돌 이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 표정을 보면 엄청 힘들어하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더 그를 몰아세워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싶었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할 이야기는 했고 차돌이도 알아들었을 것이고 나머지는 두 사람이 처리해야 할 일이다.
다만 좋아지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했던 말이지만 상황의 심각성은 너무 깊었고 매듭은 맨 사람이 풀듯 이제 자기가 할 일은 다했다고 여겼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종업원을 불렀고 준비된 상을 들이라 했다.
진사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이 커다란 상에 진수성찬으로 차린 음식들이 들어와 두 사람 가운데에 놓인다.
상을 들고 온 아가씨들이 물러나자 여사장인 지란이 들어와 차돌이 옆에 앉는다.
[호호호, 말씀이 너무 길었어요,
전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어요,]
지란이 진 사장을 보며 예쁘게 웃어주며 호들갑을 피운다.
[이런...하하하.....천하의 호랑이 여사장님이 우리 손 이사에게 반해 있었다니....그래서
아직 손님들에게 내준 적이 없는 여사장님 방까지 제공해주고 참으로 영광 입니다.
하하하....]
진사장이 애간장이 탄 듯 말하는 지란을 놀려주며 다른 한편으로 특별한 좌석을 마련해준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
[어머.....진 사장님....사람을 그렇게 무안 줘도 되는 겁니까......호호호....]
지란은 부인하지 않고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하하하.......그럼 내말이 거짓말이란 것이오.]
진사장이 턱도 없다는 듯이 지란을 보고 반문한다.
[호호...그건 아니지만......]
지란도 역시 걸물이었다.
호랑이답게 진심을 숨기지 않고 말해버린다.
그렇지만 약간은 부끄러운지 끝말을 다하지 못하고 만다.
[하하하....역시.....
이보시게, 손 이사.
이분 여사장님이 자네에게 반한듯하네 그려.....하하하.....]
진 사장은 다시 호쾌하게 웃는다.
자기의 말이 맞았음에 우쭐한 기분이 들었고 젊은 차돌이가 부럽기도 하여 차돌 이를 보며 놀리듯 하는 것이다.
[아닙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입을 열었다.
진사장이 말한 것은 나중에 천천히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진사장이 사람을 부끄럽게 하자 더 이상 그냥 있으면 곤란할 지경까지 갈 것 같아 빨리 수습하고자 말문을 열은 것이다.
[자, 두 분 잔 드세요,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지란이 술병을 들고 두 사람을 재촉한다.
두 사람은 지란에게 차례로 술을 받아 사위에 놓는다.
그리고 진사장이 술병을 들더니 호기롭게 말한다.
[자, 사장님도 한잔 받으시오.]
[어머....호호호....대낮부터 여자에게 술을 권하다니......
좋아요, 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보았으니 한잔 해야겠어요.]
지란이 술을 받자 진 사장은 술잔을 들더니 건배를 제의 한다.
차돌이도 할 수없이 술잔을 들자 진사장이 말을 잇는다.
[오늘의 만남을 축복하고 크게는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평안과 그리고 우리 모두의
우정이 영원히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배.....]
진사장이 나라와 국민을 들먹거리는 것은 차돌이가 절대 회사를 떠나면 안 된다는 묵시적 암시가 들어있었다.
[건배......]
차돌 이와 지란도 따라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치고는 입으로 가져가 단숨에 술을 털어 넣는다.
모두는 빈 잔을 자기 앞에 내려놓는다.
진 사장은 마냥 기분이 좋은 것인지 호기가 나는 것인지 지란을 향해 말한다.
[사장님, 이거 자꾸 호랑이 사장님께 술 따라달라면 언제 물려 죽을지 모르니 혹시
준비된 색시가 있으면 넣어주시오,
난 오래 살고 싶어서 말이오...하하하.......]
진 사장은 넌더리를 치며 아가씨를 부른다.
아마 지란이 차돌이만 경계하자 시기심이 일어난 것처럼 하는 행동이다.
[호호호.........그럼 당연히 준비되어 있지요.
그런데 내가 언제 사람을 물기라도 했나요.
물론 짐승을 보면 물었지만.....호호호......
자, 들어들 와라......호호호.....]
지란은 진 사장을 보며 역시 농으로 대꾸해주곤 사람을 부른다.
그 농속에 야무진 뼈가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진 사장은 오그라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어버린다.
[알았소이다. 이거 원.....하하하.....]
[호호호.............]
미끈하고 잘생긴 이제 갓 이십을 넘긴 듯, 한 아가씨둘이 들어온다.
그런데 한복이 아니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다.
이집엔 모든 아가씨들이 한복을 입고 접대하는 줄만 알았던 차돌이가 이상해서 아가씨의 얼굴을 쳐다보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딘지 알고 있던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지란이 웃으며 아가씨들에게 말한다.
[호호호.....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지요.
인사드려라.]
[최 진희입니다.]
[오연수라고 합니다.]
곱게 큰 절로 인사하는 아가씨다.
잘 빠진 다리를 거침없이 보이며 큰절로 인사를 한다.
뽀얀 살갗을 감추는 스타킹은 벗어 버렸는지 맨살을 보이며 시리도록 눈부신 자태로 인사를 하고는 두 사람 곁으로 하나씩 다가와 앉는다.
진 사장은 입이 함지박하게 변하며 두 아가씨에게 묻는다.
[이게 누구야.......무슨 프로인가에서 연기하던 아가씨들 아냐......이런 호강이 ....하하하... 역시 호랑이 사장님 가까이 있으니 이런 호강도 받아봅니다. 하하하..]
진사장이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허긴 언제 이런 아가씨에게 술시중을 받아볼 수가 있겠는가.
만일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처럼 이런 분위기가 아닐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진 사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한껏 호기를 부린다.
[호호호. 왜 아니겠어요,
요즘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지요.
모처럼 제게 놀러왔다가 내가 부탁했지요.
마음에 들은듯하니 기분이 좋군요. 많이 예뻐해 주세요.]
[하하하...그러 다 마다요, 내 생전에 이런 호강은 처음인데...하하하......]
진 사장은 계속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얼굴에 온통 함박웃음과 늙었다는 것이 안타까운지 손까지 약간 떨고 있었다.
[호호호.....사장님도....우린 아무것도 모르니 잘 살펴주세요.]
진 사장 옆에 앉은 진희라는 여자가 애교를 피우며 진 사장 잔에 술을 채워준다.
가느다란 긴 손가락에 반지를 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술을 따른다.
[오냐,..오냐...하하하....
너도 한잔 하려무나...하하하.....]
진사장도 진희에게 술을 부어주며 기쁨을 전하고 있다.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여자들의 정체를 알았다.
TV연기자였다.
지란이가 여배우니 자연히 그런 계통의 사람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지란의 부탁으로 이 자리에 들어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여자들의 차림새가 너무나 야해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고급 콜걸로 오해하기 십상인 그런 아찔한 옷차림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속이 뒤틀려지기 시작한다.
무엇이 아쉬워 이런 자리에 아무리 이집 여사장과의 친분이 두텁다하더라도 여자로서 자존심은 지켜야할 것인데도 그것마저 팽개치고 이런 자리에 나와 웃음을 팔고 있다니...
소위 공인이라는 연기자가....돈이 아쉬운 건가, 아니면 여사장에게 뭔가 책을 잡혀서인가.
그렇지 않으면 본래 색을 밝혀 드러내놓고 섹스를 할 수 없어 비밀스런 이런 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재미를 보고 돈도 버는 그런 추한 여자였단 말인가.
그냥 지근지근 밟아 뭉개버리고 싶은 심정을 눌러 참는다.
그것은 지금 진사장이 한참 들떠 있는지라 분위기를 허 트려 트리기 싫어 그냥 기분 좋은 듯 웃고 있는 것이다.
[얘들아, 절대 손님에게 실수하면 안 돼....
나에겐 둘도 없는 귀빈이니.....호호호........]
진사장이 다시 한 번 다짐을 아가씨들에게 해준다.
[알았어요..언니.....]
...............................................
주거니 받거니 근 한 시간을 먹고 마셨을 것이다.
차돌 이는 웃고 떠들 기분은 아니었지만 자기를 초대한 진사장의 호쾌한 기분을 망가뜨리기 싫어 억지로 자리를 하며 마냥 즐거운 듯 웃어주지만 그만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고 만다.
더 이상 마시기가 무리인 듯 진사장이 일어나 양복 상의를 찾아 걸쳐 입는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 했고 더 이상 술을 마시기도 무엇하고 아가씨랑 노닥거릴 수도 없었다.
회사에 다른 업무도 있어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차돌이도 그때서야 살았다는 듯이 같이 일어나 상의를 찾는다.
그러나 지란이 옷을 빼앗는다.
아마 차돌 이와 뭔가의 용무가 남아있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웃고 있다.
진 사장은 그런 모습을 보더니 다시 큰소리로 웃는다.
[하하하...손 이사. 그냥 조금 더 있게...
저 호랑이 마나님께서 자네에게 할 말이 있나보이...
내말이 맞소. 사장님.....하하하.........]
진 사장은 차돌이가 자기를 배웅하려는 것을 만류한다.
[호호호....역시....생강은 늙을수록 맵다하더니 사장님이야말로 대단한 분입니다. 호호호.]
지란도 그런 진사장의 농 섞인 말에 전적으로 수긍하며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사실 그러했다.
그냥 이렇게 차돌 이를 보내기가 싫었다.
또 언제 만난단 말인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하하하. 알았소.
그럼 난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소,
정말 오늘 좋은 접대를 받았소이다.
자넨 더 놀다 가시게 하하하.....]
진 사장은 모두에게 작별을 고하고 방을 나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사장님.......]
여자들이 방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드린다.
아마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더 이상은 마중하기가 곤란해서다.
진 사장은 그것을 아는지 마음 좋은 아저씨마냥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은이가 웃으며 나타나더니 진 사장을 모시고 나간다.
그때서야 차돌이도 진시장의 등에 대고 작별인사를 고한다.
[살펴 가십시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진 사장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머리위로 손을 흔들고 있다.
84부에 계속
그래도 야설인데 응응이 없어 죄송합니다.
오래지않아 걸죽하게 나타날겁니다.
그러고 정말 날씨가 덥네요.
말복이라 탕한그릇 먹었는데도 기운이 나질않으니..
지금 내가 법이다와 지렁이등 미완성및 새로운글을 집필하고 있으나 너무 더워서인지
도통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네요.
취미라곤 글쓰는 재미로 사는데 이것마져 힘드니..나이를 속일수 없나봐요.
이글 지금까지 무협소설 용량으로 4권은 넘을겁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님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허지만 이제 중반을 넘었습니다.
이글 150부가 넘는 장편입니다.
200부를 한정하고 썼지만 사정에 의해 조속 마무리지었지요.
더운날 졸작을 읽어주신 님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조속히 완결하도록 여러분이 힘을 주셔야합니다.
그재미로 올리는것이 사실이니깐요.
각설하고 찜통더위 부디 몸조심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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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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