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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아, 차돌아 - 58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5:47 910회 0건

차돌아, 차돌아 [제58부]


차돌이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방안에 마련된 책상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졸업선물로 받은 것을 펼쳐놓고 하나씩 뜯어본다.
알렌이 준 선물이 제일 포장이 아름다웠다.
포장을 뜯고 케이스에 든 물건을 쳐다보다가 물건 옆에 놓인 하얀 쪽지를 보고는 손으로 집어 꺼내 쪽지를 읽는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국의 회장님이 합작의 성사 공로로 자그마한 성의를 표시하며 졸업선물로 대신한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미쳐 준비한 것이 없어 미안하다며 돌아오면 깜작 놀랄 선물을 주겠다고 하며 졸업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차돌 이는 쪽지를 접고 케이스에 든 물건을 꺼내 손에 든다.
자동차 열쇠였다.
그리고 차량인도영수증 등이 있고, 어디 있는 대리점에 가면 가져올 수 있는지도, 그에 따른 모든 서류도 함께 접혀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쓴 웃음을 짓는다.
알렌이 잔꾀를 부린 것이다.
분명 이런 식이 아닌 직접 주었다면 자기는 절대 받지를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우회적으로 선물을 준 것이다.
차량이 너무나 고급이라 차돌 이는 언제 이차를 몰아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왕 이렇게까지 해서 준 선물이니 접수하기로 했고 미안하고 또 엉뚱한 방법으로 자기에게 선물을 준 알렌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이다.
차돌 이는 웃는 얼굴로 다시 일화가 준 선물을 풀어본다.
고급시계가 들어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가의 제품이란 걸 알 수 있다.
그 곳에서도 예외 없이 쪽지가 있었고 조그만 쪽지에는 축하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차돌 이는 흐뭇했다.
인간인데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 가 점점 짙어가는 웃음을 얼굴에 하고는 이것저것 모든 선물을 풀어보고는 대단히 흡족한 듯 활짝 웃는다.
그리고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나 옷을 뒤지더니 조그만 케이스를 가져온다.
선주가 집에 가서 보라며 준 케이스다.
테이프를 뜯고 포장을 푸니 하얀 쪽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쪽지에는 예쁜 글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빠, 사랑해............오빠가 뭐라 하 든 난 영원히 오빠 것이야.....
이번엔 아쉬운 데로 이것이지만 다음엔 더 귀한 것을 줄게.....
오빠가 나만 보면 빼앗아 가는 것이니 소중히 간직했으면 해...사랑해 오빠.......]

세줄 뿐인 글이었지만 애정이 담뿍 묻어있다.
차돌 이는 혼자말로 ;자식. 조그만 것이...후후후....;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조그만 케이스를 열자 시커먼 것이 가득 들어있었다.
차돌 이는 그것이 무엇인줄 짐작하고 깜작 놀란다.
꼬 불하고 새카만 털들이 작은 케이스 안에 수북이 들어있었다.
그렇다, 선주의 사타구니 털이었다.
차돌이가 장난삼아 말을 한 것이 어린 선주의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하하.... 자식. 장난이 아닌 데 조그만 것이..........
그랬구나, 그랬어. 이것을 주려고 늦었구나, 하하하...녀석...]

차돌 이는 케이스를 들고 부드러운 털을 꺼내 볼에다 비벼본다.
선주의 냄새가 그곳에 잔뜩 묻어 나오고 있었다.

................................................

차돌 이는 모든 여자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정말 지긋지긋하리만큼 괴롭히고 나의 만족을 위하여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도 모두는 나를 이렇게 극진히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를 위하는 마음, 아니 남을 위하는 마음일거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나이팅게일도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남을 위해 간호원이 되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적아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를 치료해준 것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나의 주변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그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나를 위해 수치와 부끄러움도 아랑 곳 않고 자신을 희생하고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희생한 여자들이 아닌가.
그건 자신을 위한 용기가 아니라 자신보다 더한 귀중한 사랑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후후후..............]

의미모를 웃음을 웃고는 갑자기 차돌이가 부산해 진다.
가방을 꺼내 옷가지를 넣는 등 한동안 정신없이 부산을 떨더니 가득 채워진 가방을 한곳으로 밀어 놓고는 침대로 와 불을 끄고 눕는다.
이틀사이에 여러 명의 여자와 정신없이 미친 병자처럼 변태적인 섹스를 즐겼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혼자가 된 것이다.
아무리 철인이라도 그렇게 심한 전쟁을 치렀으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피로도 풀고 또 내일 아침 일찍이 일어나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어두침침한 천장을 본다.
갑자기 그곳에 환상이 일고 누나가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누나는 차돌 이를 원망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꿈에 보이던 누나가 이번엔 천장에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누나............]

차돌 이는 낮게 누나를 부르고는 더 이상 누나를 마주하기가 괴로운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만다.

...........................................

차돌이가 그렇게 환상에 메여 괴로워하고 있는 이 시간.....
누나 선영 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
선영이 극동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온다.
지친기색인지 아님 피곤한지 얼굴이 매우 어두워 있다.
선영 이는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3층에 내린다.
그리고 승강기 옆에 있는 301호실의 문을 따고 들어간다.
집에 들어간 선영 이는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한편에 던져버리고 침대에 몸을 던져 버린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어깨가 들 석 인다.
울고 있는 모양이다.
선영이가 이곳 극동빌라로 이사 온 것은 불과 열흘 전이었다.
선영이가 호스텔에서 빌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기주가 선영 이와의 정사이후 기주가 마련해준 새로운 거처이다.
기주가 빌라를 준 것은 선영이 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위한 방편이기도 했지만 선영이 이번일로 자기를 떠나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도 희와 의논 끝에 마련한 집이였다.
물론 그일 이후 두 사람은 극도로 서먹한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 쳐다보기도 말을 건네게도 민망하고 서먹했다.
그러나 용기를 낸 것은 선영이었고 먼저 말을 꺼내게 된 것도 선영이었다.
지나간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고 물론 조금은 어색했지만 기주에게 지난 일을 지금은 잊어버리자고 했으며 다시는 지난 일을 거론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면 자기가 먼저 사표를 쓰고 회사와 기주와의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단호한 말을 했다.
선영의 말을 들은 기주는 한동안 망연자실하였지만 차후 천천히 선영이의 마음을 돌려보리라 생각하고 선영이의 결심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기주는 선영이 와의 그 일이 마음에 걸려 항상 불편했고 자기의 마음을 물적으로 표시한 것이 선영이의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며 선영이가 극구 사양하며 호의를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자 도 희까지 동원하여 겨우 설득시켜 입주를 하게 된 것이다.
선영 이는 입주하면서 이곳에 기주가 한번이라도 나타나면 즉각 집을 처분하고 그리고 다신 기주를 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으며 기주는 그런 선영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영 이는 넓고 아늑한, 그리고 호화스런 빌라로 이사를 왔지만 즐거운 마음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자기의 모든 생활은 기주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사실 다른 방도도 없었다.
기주 곁에 있어야만 언젠가는 차돌 이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였기 때문이다.
자기로서는 유일한 혈육인 차돌 이를 만나는 길이 기주와 차돌이의 끈이 있었고 그 끈을 지키고 있어야 동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며칠간 선영 이는 이상하게 미치도록 차돌이가 보고 싶었다.
항상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요 며칠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떠오르는 바람에 미쳐버리도록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었다.
해서 선영 이는 시간을 내어 한동안 찾지 못했던 차돌 이와의 추억이 담긴 철로 변 집을 찾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철로 변 옛집은 도로확장관계로 헐렸고 흔적도 없었다.
넓게 트여진 도로만 있을 뿐 옛날의 정경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선영 이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망연자실하였던 것이다.
그 어디에도 옛날의 추억은 없었다.
내 설음이도 그리운 이웃의 설음도 없었다.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슬플 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서러워해 자주 울곤 하던 그때의 어린 시절, 그곳이 그날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녀는 울고 있다.
이제 울지 않아도 될 나이이건만 눈물을 흘리고 있어 만약 사람들이 그녀를 본다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사라진 추억이 안타까워 소리죽여 울고 있다.

[이런 일이....이제....]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던 가.
점점 만날 길이 차단되어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 새 기도 했다.
그일 이후로 선영이의 얼굴이 밝지 못하였다.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항시 공허한 눈빛이었고 대충 그 사실을 전해들은 기주는 선영 이를 배려하여 스케줄도 조절해가며 선영 이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였다.
.
침대에 누워 한동안 흐느끼던 선영이가 몸을 바로 한다.
얼굴에 화장이 번져 엉망이 되어있고 아직도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지만 고운 얼굴만은 숨기지를 못한다.
텅 빈 것 같은 공허한 눈동자가 지금 선영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마음이 공허하고 잠잠해지면 편안하고 안락해진다.
그러면 마치 물속의 달그림자처럼 자기가 원하는 뜻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마음이 선명해지면 생각이 가닥을 잡게 된다.
물론 이러한 마음의 씀씀이가 사람을 건강하게도 하지만 비틀어지면 우울하게도 만든다.
선영인 후자였다.
뜻의 가닥이 너무나 보고 싶은 얼굴로 선명히 그려진 것이다.
차돌이가 다시 생각난 것이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나처럼 차돌이도 이 누나가 보고 싶어 울고 있지나 않을까?
밥은 잘 먹는지, 아프지나 않는지, 온갖 걱정이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아......차돌아, 어디 있니? 너무 보고 싶다. 흑흑.........]

선영의 가슴속에 차돌 이라는 존재가 동생에서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전의 일도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 가슴속을 아련하게 그리고 아프게 자리 잡은 남자로 변해있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당연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로 다가왔고 그 사랑을 가슴속에 몰래 품고 혼자 가슴앓이하며 살아왔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드러낼 수도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내 마음을 고백해야지, 부끄럽고 천륜에 어긋나는 그런 사랑이지만 진실 된 마음으로 고백해야지, 나의 사랑을 차돌이가 받아준다면 차돌이의 그늘에서 꼭꼭 숨어 세상과 단절하며 살지라도 차돌이의 아기도 낳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그렇게 살아도 행복하리라. 단 하루라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나의 마음을 차돌 이에게 나타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래서 나의 마음을 그에게 고백해서 그 아이가 천하에 다시없는 화냥년이나 창녀로 여겨 다시는 날 보지 않는다면 어찌하나, 그 애가 상처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죽는 방법 말고는...그 방법이 그 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지금 이렇게 말 못할 고민과 사랑을 혼자 가슴속에 품고 살았고 지금 이 순간 그저 차돌이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

[아.....차돌아..........]

선영의 그리움은 끝이 없었다.
여자가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향해 노를 젓고 있는데 풍랑이 일어 배는 부두에 정박하지 못하고 홀로 바다에 떠다니는 외로운 신세가 아닌가.
언젠가는 내 사랑도 안착할 수 있으리라......
봄날의 새싹처럼 내 사랑이 그 사람에게 섬세한 느낌으로 다가가리라.
누구도 나의 사랑을 완성시켜줄 수가 없다.
오로지 나만이 이런 비이기적인 진실한 사랑을 줄때만 사랑은 이어지리라.
그리하여 그 사랑이 그 사람의 품에 안길 때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주리라.
그때 말하리라.....
진정 당신만이 내 사랑이고 나의 영혼이며 나의 주인이라고........

[차돌아......흑...흑. 차돌아......]

선영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하나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이라 단정했다.
물론 상대방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두렵고 괴로운 사랑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노력하고 진실함을 보이면 반드시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긴다.
사랑은 날 행복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 사랑을 얻기 위해선 이처럼 고난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하는 시험이 아닌가 생각 든다.
비록 규범과 도덕으론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지만 선영인 이 모든 고초를 겪더라도 영원히 그 사랑 앞에서 무릎에 입 맞추며 살고 싶었다.
그때까지 내 마음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가리라....
시시각각 수많은 유혹이 나를 어지럽게 하며 유혹해도 난 사랑의 양심을 굳게 지키며 언젠가 화사하게 웃을 날을 위해 웃으며 참으리라 다짐한다.

...................................

선영인 손으로 자기의 젖가슴을 터져라 움켜 잡아본다.
탄탄한 탄력이 두 손 가득히 넘친다.
언젠가 차돌이가 맛있게 빨던 가슴이 아니던가....
어린아이처럼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쪽쪽 빨던 차돌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손으로 단추를 풀고 그리고 옷을 훌렁 벗는다.
모든 옷을 남김없이 벗고는 다시 그 몸에 속이 훤히 보이는 실크잠옷을 입는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고 허리를 움츠리며 한손으로 잠옷을 걷어 올리고 또 한 손은 다리 사이로 감춘다.
한손으로 잠옷위로 봉곳 솟아있는 젖가슴을 터져라 움켜지며 주물럭거리며 다리사아에 있는 손도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인다.

[아.................아.........]

입에서 야릇한 비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조금 전까지 흐느끼던 선영 이는 어디에도 없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두 손을 연신 자기 몸을 문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는 것이다.

[딩동, 딩동.........]

불같이 타오르며 전신에 스물 스물 기던 전류가 초인종소리에 찬물을 덮어쓴 것이다.
선영인 계속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이 번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 방금 전의 짜릿한 향연을 맛볼 순간에 불청객이 들었음에 노기마저 띄우고 있었다.
천천히 잠옷을 추스르고 나와 현관입구와 연결된 인터폰을 본다.
도 희가 문 앞에서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아마 한참을 벨을 눌렀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하여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선영인 인터폰에 반가움을 표시하곤 문을 열어준다.

[어머. 언니가 웬일이야.......]

[계집애, 있으면서 뭐했어, 빨리 문 열어주지 않고....
그리고 난 여기 오면 안 되니,,,,,,,네가 요즘 우울해 보인다고 해서 놀러왔지.
마침 그이도 오늘 외국 갔으니......어때, 오늘 재워줄 수 있지........호호호.....]

도 희는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선영일 핀잔하더니 예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은 선영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왔으니 그리 알라는 말이다.
선영이가 반대해도 그 말을 들을 도 희도 아니었고 선영이 또한 오늘 너무 외로웠기에 도 희 의 말에 얼굴이 활짝 펴지며 좋아한다.

[언니가 자고 간다면 나야 좋지..정말 자고 갈 거야.....호호호...........]

선영이 도 희가 들고 있는 짐을 나누어 받아들며 같이 호들갑을 떤다.

[그럼 이 계집애야...내가 언제 헛말하든...........
그리고 너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
호호호....오늘 둘이서 한번 마음껏 먹어보자...
여기 소주랑 고기 잔뜩 사왔어..호호호..........]

[어머...언니가 소주 먹는다고........]

선영인 도 희가 소주를 사왔다고 하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술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소주랑 고기를 먹자고 하다니..
더군다나 여긴 도 희 집처럼 누가 음식을 해줄 사람도 없다.
자연히 도 희도 음식 하는 걸 도와야하는데,,그런 일을 하려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도 희 의 대답은 명쾌하였다.
그런 선영이의 의아심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

[어라. 난 소주 먹으면 안 되니.........나도 잘 먹어.
그러니 우리 고기 구워 마음껏 먹어보자고...........
선영이도 내일 쉬니 우리 정말 실컷 먹어보자. 얘....호호호..........]

도 희는 선영이의 우려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영리한 그녀가 선영이의 마음을 한 번에 풀어주며 앞장서 주방으로 향한다.
갑자기 선영이의 주방이 바빠진다.
10명이 먹어도 많을 만큼 많은 음식을 사온 도 희다.
선영인 음식 사온걸 보며 도 희에게 웃어준다.

[언니, 이것 전부 언니가 시장본거야.....]

[그래, 뭐가 빠졌니.......모두 산다고 사왔는데........]

도 희는 선영이의 말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지 걱정스레 묻는다.

[아니..언니가 이런 걸 사왔다니 신기해서 물어 본거지. 호호호.........
그런데 너무 많이 사왔다.
이걸 전부 먹으려면 아마 며칠은 먹어야 될 텐데...
좌우간 언니가 모두 먹고 가야해.....
난 몸매관리 때문에 조금밖에 안 먹을 거야, 호호호.......]

선영이도 기분이 밝아졌다.
도도하게 보이고 품위가 있어 다른 사람이 접근하기가 힘들어 그렇지 도 희는 무척이나 밝고 명랑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선영이도 도 희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러다보니 흉허물 없는 자매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영이의 말에 그냥 듣고 있을 도 희도 아니었다.

[이런 몹쓸 계집애 보았나,
자기 먹으라고 사왔는데 날 먹이려하다니.....
안 돼..네가 많이 먹어야 해.
아니, 내가 억지로 먹이고 말테야...호호호..........]

[그래요 언니, 오늘 모든 걸 잊고 실컷 먹어 봐요.. 호호호..........]
.
.................................................................
.
[언니, 고마워....]

선영이가 침대에 누워 전등불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뭐가........]

도 희는 선영일 바라보며 모로 누워 있었다.
한손으로 선영이의 머릿결을 쓰다주며 정다운 목소리로 반문한다.

[사실 외로웠거든.......]

[뭣 때문에...선영이 마음속에 있는 남자 때문에........]

도 희가 선영이의 머리를 넘겨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선영이의 외로움이 무엇 때문인지 아는지 미소를 짓고 있다.

[맞아, 언니....요즘 미치도록 보고 싶어, 언니............]

선영이가 침통하게 그리고 울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슬픔에 빠진다.

[호호호....누가 우리 선영 이를 이렇게 괴롭게 할까?
이렇게 예쁜 선영 이를 말이야........]

[언니.......]

선영 이는 몸을 돌려 도 희 의 품속으로 안겨든다.
그런 선영 이를 말없이 켜 안고 머리칼을 쓸어주는 도 희다.
침대에 누운 두 여자의 정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선영 이는 도 희 의 얇은 잠옷 속에서 풍겨 나오는 살 풋 한 젖 냄새와 큼직한 젖가슴의 살덩이에 고향 같은 느낌을 받고 깊이 품속으로 안겨든다.

[계집애, 외로웠긴 외로웠나봐....]

도 희도 그런 선영 이를 품속에 가둬놓을 듯이 힘차게 안아준다.
그리고 입술로 선영이의 이마에 살포시 키스를 해 준다.
이 아름다운 아가씨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 남자가 누군가?.....
그토록 좋은 혼처마저 마다하고 일편단심 기다리는 복 많은 남자가 누구인가?
일가친척 없이 외롭게 자란 이 아가씨의 가슴에 이토록 잊을 수 없는 자국을 남긴 사내가 도대체 누구인가?
도무지 그 남자의 이야기만은 극도로 피하며 홀로 가슴속에 간직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선영이가 너무 애처로워 보이며 선영이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낙인을 새겨놓은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정말 선영이만큼 그 남자가 보고 싶어진다.
동생이 아닌 자기분신처럼 느껴 모든 세상관념을 잊고 자기랑 한 남자를 받들며 호강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자의 모든 자손 심을 팽개치고 자기랑 그렇게 살자고 권해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오직 가슴속의 남자만을 기다리는 기러기 같은 여자가 아닌가....
남편의 욕심과 갈망으로 선영 이와 한차례 관계를 가진 것도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남편의 바람기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었지만 그것마저 자기의 묵과아래 이루어진 일이라 지금 선영이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는 도 희 의 마음이 넌지시 아파온다.
어찌 보면 마땅히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인데도...
자기를 도와준 은혜에 보답코자 눈물을 참으며 남편에게 열어줬던 몸이 아닌가?
나중에 선영이의 동생이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도와줬다는 핑계로 여자의 몸이나 탐하는 그런 짐승으로 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지난 일들이 후회되고 그냥 마음이 아파온다.
아직도 남편은 선영 이를 그리워하고 못 잊어 애타하고 있는데. 장차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선영이만 마음을 가져주면 모두가 원만히 될 것 같은데 선영이의 마음은 꽁꽁
닫혀있으니....나중일이 혹시나 잘못 풀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렇게 착하고 여린 선영 이를 우리가 괜히 울린 것인지도 모른다.
선영이가 어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가슴속에 그렇게 간직한 남자를 두고 남편에게 안겼을 땐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은혜에 보답키 위한 행동으로 보기엔 너무나 큰 희생이 아닌가.....
선영 이를 안고 있는 도 희 의 머릿속엔 혼란이 엉켜 어지러울 지경이다.

[언니, 뭘 생각해...]

선영이가 도 희 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듯 잘라버린다.

[아니, 널 생각하고 있었어,]

도 희는 다시 선영 이를 힘을 주어 켜 안고 조그맣게 속삭여준다.
그녀의 추운겨울에 얼어붙은 마음을 이듬해 따뜻한 봄볕으로 녹여주듯이 한없이 포근하게 품어준다.
파란 들판에 핀 이름 없는 풀꽃들의 향기를 품고서..................


59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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