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무심코 묻던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딸의 학교가 바로 곁이라는게 뒤늦게 생각난 것이었다. 오늘 아침의 나의 발길은 무척 무거웠다.
남편은 지금 딸의 학교와 가까운 한의학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무의식 상태였지만 그래도 정기적인 검사는 거르지 않고 있었다. “남편의 완쾌”라는 희망을 기대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기대하지 않은 마음으로 병원에 와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의사를 보면 허탈한 것 어쩔 수 없었다.
“다 끝났어..엄마”
“그래..검사는 다 끝났는데 결과는 아직….”
딸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없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 한달후면 딸은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다. 처음 얼마간에는 지애비가 아픈데 어떻게 결혼식을 치르냐고 하였지만, 내일이 없는 남편의 몸상태 때문이라도 얼른 식을 올려져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남편에게도 죽기전에 딸의 면사포쓰는 모습을 보여 줘야 되기 때문이다.
내나이 스물둘에 지금의 딸을 낳고 지금의 남편과는 25년을 살아왔지만, 지금처럼 기적을 원했던 때는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희망과 기적이 아니라 남편과의 끝이라는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참으로 썸뜩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꾸 들었다. 차라리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만 남편을, 엄마로서의 스스로를 지킬수 있었다.
“장모님....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실래요?”
이제 곧 사위가 될 상준이 앞장섰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며 고개를 저었다.
“어때요..좀…”
의사를 바라보는 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기대를 품은 채 가엽게 떨고 있었다. 그건 마치 거울을 빛춰진 내 모습과 같았다. 미련이었다. 나나 딸이나….하지만 사위가 될 상준을 매우 이성적이었다.
문득 역시 “사위도 자식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들이 우습게 여겼졌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얼른 고개를 내저으며 또 생각을 멈췄다.
사위의 첫모습은 단정하면서도 굳게 다문 입술이 사내다워 보였다. 남편과는 다르게 체격 또한 크고 우람해보였다. 성격 또한 수다스럽거나 가볍지 않은 것 같았고 독하거나 악한 구석도 없어 보였다. 맞은편에 듬직했었다. 당찬 기색과 부모님이 넉넉하지 못해 대학교도 어렵게 다녔다는 딸에게 들었지만 그런 기색도 없었다. 그런 생각에 어지간하면 결정하고 서두를 생각이었다. 마치 필요해서 구하는 물건처럼….
진료차트에서 시선을 뗀 의사는 사무적으로 무표정했다.
“환자의 상태를 보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졌던군요? 주로 뭘 드리세요?”
“뭐..그때 그때..시장에 나오늘 걸로..평소에 좋아하던 믹서로 갈아서…”
나는 조심스럽게 의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겠네요…소화기능상태만 좀 안 좋으시고..호흡이나..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네요?”
나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그..그럼…의식은 언제쯤…”
딸은 그런 나의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내가 듣고 싶던 말을 의사에게 물었다. 역시 의사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웠다.
“워낙 약한 체질에 평소에 몸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지금은 버텨내시는 것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그랬다. 남편은 언제나 허약했었다. 지금의 딸을 가진것도 “하늘의 보살핌”이 아니었으면 가질 수 없을만큼 나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주의할 건 없나요?”
사위의 굳세면서도 나즈막한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 마치 얼음처럼 냉정한 사위의 모습이 생소했었다.
“이제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니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매번 온몸을 깨끗이 씻어 드려야 하고.. 더구나 아버님은 체질이 약하셔서 …”
“얼..얼마나…”
머뭇거리는 나의 음성에 딸은 슬며시 문을 향해 돌아섰다.
“글쎄요…길어야…일년…..”
의사의 난처함이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더..오래 사실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사위는 나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사위 자식은 하나가 아닌 듯한 느낌에 씁쓸했다.
의식이 있거나 없거나 남편이었다. 살아 숨 쉬며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위의 그런 냉철함이 한편으로는 듬직했다. 마음 편히 안도하지 못하는 그 마음에는 조금씩 사위가 큰나무처럼 서있었다.
남편은 그날 먹은 음식에 따라 용변을 보았다. 소변을 더욱 많았다. 침대에 누운 채 의식도 움직임도 없었으니 기저귀를 차고 있었뿐이다. 그 뒤처리는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이렇게 날이 더울때는 하루에 세차레는 닦아줘야만 한다. 딸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지였고, 아무리 딸과 아버지사이라고 하지만 남편의 용변처리를 한다는 것은 여자의 난처함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동네옆에 가전대리점을 하던 사위가 와서 도와주고는 했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남편에게는 사위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사타구니를 사위와 함께 닦아낼때의 그 난처함이란…
특히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의 집안의 공기는 남편의 용변냄새 때문에 하루종일 환기에 신경을 쓴다해도 어느 정도의 묵은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죽어가는 남편의 신체에서 신체의 냄새는 방분위기을 무겁게 해었다. 질끈 감겨지려는 눈을 억지로 부릅떴다.
생각을 모두 털어비리고 홑이불을 걷어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남편의 뒤를 치어냈고 옷을 모두 벗겨 암몸으로 만든 뒤 물수건을 들었을 때 사위가 방안에 들었다. 이미 숙달된 것처럼 사위는 남편의 등뒤로 돌아가 남편의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남편는 목덜미에는 굵은 주름이 있었다. 남편의 상체를 닦으면서 나의 맘에 시선은 사위의 목덜미에 있었다. 단단한 팔뚝의 근육은 푸른 힘줄이 또렷히 나타내며 굵게 뭉쳐있었다. 남편의 팔뚝은 이미 풀어져 그냥 살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볼품없는 노년의 살점과 피부와 달리 사위의 젊은 생기가 가득찬 피부를 비교해보았다. 인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지만 그래도 작은 항거의 몸짓마저 빼앗겨 버린 남편의 삶의 끝은 너무도 억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억울한 인생이 동반자가 바로 나였다.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 남편의 등뒤에 있는 사위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등의 피부는 그새 상해 있을 것이다. 하루에 세차례이상을 닦아주지만 그게 인력으로 될일은 아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방벽 뒤의 화장대에 빛춰진 사위 등도 땀에 젖어진 흰티셔츠는 사위의 맨살에 딱 붙어져있었다.
남편과 다르게 역삼각형의 뒤태는 아무리 나처럼 늙어버린 여자도 돌아서면 다시 보고픈 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부끄러웠다. 남편이 이처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되다니….
하지만 그런 생각이 한참 내머리속에서 맴돌고 있을 무렵, 뭔가 뜨거운 시선이 나의 젓가슴에 닿은 것을 느꼈다. 이미 내 몸도 뜨꺼운 여름열기에 원피스 상체는 젖을로 젖어 있었다. 이미 브래지어에도 더운 습기에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였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몸을 숙여 남편의 상체를 닦고 있었고, 사위는 그런 내모습을 머리위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깊숙이 파진 원피스 위로 젖가슴의 계곡을 어김없이 사위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손을 가려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내 모습이 사위에게는 더욱 우습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사위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어디서 장모의 젓가슴위를 아무 꺼리낌없이 지켜본다 말인가? 그것도 장인어른이 있는 앞에서…..
그런데도 생각과는 다른 맘의 시선은 거울에 비춰진 등근육이었다. 억샌 팔근육에 안긴 내 딸의 행복한 모습이 저절로 허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문득 냄새가 맡아졌다. 그 또한 다를 것 없었다. 방금 기저귀를 벗개내며 대충 씨겼으니 아직 냄새가 남아 있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는 아래를 닦아야 할 차례였다.
“장모님…거기서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네..됐네…내가 함세…”
“아닙니다…제가 하겠습니다…”
“괜찮대두….”
아직 냄새가 가시지 않은 남편의 사타구니를 사위에게 맡기는 다는게 조금 어색했다. 같은남자이니 괜찮겠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새삼스러운 건 또 무슨 까닭인가?
남편의 볼품없는 하체의 모습과 아직 딸도 겪어보지 않았을 분명 다른 사위의 하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럼 장모와 딸에게는 다른 차이가 있는 것처럼…..아마 그건 젊음의 차이일 것이다.
수건을 다시 바꿔 남편의 사타구니를 닦아내는데 알수없는 아쉬운 한숨을 또 무엇인가? 내가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나? 아니다…그것만은 절대로 아니다. 5년전이 남편이 쓰러진 이후로, 일반여자로서 한번쯤을 할 수 도 있는 자위행위도 하지 않았고, 또 남편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았던 때도 없었다. 특히 병약한 남편과의 잠자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남편은 그저 내몸위에 올라와 나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단지 조금 젖어있는 내 부끄러운 것에 자기의 사타구니를 넣고 몇번의 허리놀림끝에 오는 며칠간 고여있던 정자를 내몸에 넣는 단순한 행위 그 차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편은 심각한 조루였다. 무려 이십오년동안 남편이 조루였다는 사실을 모른채 살아온 여자가 바로 나였다.
그저 한남자의 여자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항상 바른길로 가야하는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함께 살아온 이십오년의 세월이 뿐이다. 내가 남편을 사랑했던가? 그런가? 그렇다고 남편이 싫다는 의미도 아니었다. 싫고 어쩌고 할 겨를도 없이 함께 이십오년을 살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쓰러졌고, 그런 내적 갈등의 상태에서 사위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의식이 없는 남편의 묵은 냄새와 사위가 발생하는 젊은 수컷의 냄새가 나의 내적 갈등 상태를 더욱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묶여놓고 있었다.
젊은 사내의 눈길을 느끼는 이 순간이 기달리는 설렘은 곧 딸과 남편에게는 죄였다. 그게 남편의 사랑 받고 살아온 아내가 아니였다 하였을 지라도….그건 인간과 사랑에 대한 무례였고….
사위가 발생하는 젊은 수컷은 냄새는 내 이성기준을 벗어나게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몸을 씻으면서 사위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몸을 인계받으면서 그져 손마디가 스쳐가는것만으로도 나는 낯선 설레임을 느껴었다. 억센 사위의 손가락 마디가 내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를 쓸어내렸다. 비록 손가락이었지만 사위의 육체였다.
“이제..됐네…매번 고마우이..”
“아니예요..장모님…사위도 자식이라고 하잖아요..”
“그래도..아직 식도 안 올려는데…매번…”
“장모님도..참…괜찮다니까요…”
“많이 덥지…”
“네….아무래도 이방에 에어컨 하나 나야 할 것 같아요…그럼 장인어른..땀도 덜 차시거고..”
“에어컨..그..비싼 걸…..?”
“괜찮아요..그렇치 않아도 은미랑 애기했어요..그냥 혼수 좀 덜 사는 대신에..에어컨 하나 사자구요?”
“고맙네…점심은 먹었는가?”
“아니요….”
“이런…이런…좀 만 기달리게…국수라도..삶아 줌세…”
“네..고맙습니다..”
수건과 세수대야를 들고 방안을 나서던, 나는 어쩌면 삶이 나른하고 지루했던 연속에, 사위의 존재를 단순히 딸의 남편으로만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씩 맘속에 있던 사위의 존재는 어느새 가슴 깊숙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운데..씻을덴가…?”
“예…수건 좀..주십시요..”
“그래….”
화장실과 같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는 사위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탄탄한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가 내 눈앞에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땀이 뒷머리를 타고 목덜미 위로 흐르고 있었다. 낡은 주름살이 있는 남편과 정반대의 목덜미였다. 그 목덜미에 키스하고 귀와 겨드랑이 내손을 넣은채 안기고 싶었다. 혀로 사위의 입술을 빨고 억센 가슴을 손가락 끝마디디로 움켜 지은채 싶다는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었다.
(미친년…미쳤어…어디서 사위에게…)
그런 망측한 상상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들어오자, 내 몸에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젓꼭지가 단단이 위로 솟아나고, 망측하게도 여자의 은밀한 곳에서도 물기가 고여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장모님…수건하고..옷좀…주시면 안돼요..”
그런 망측한 상상을 즐기고 있던 나를 깨우는 사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건을 건네 줄 때 나는 고개를 돌려 화장실 문쪽으로 수건을 넣어주었다. 덥석 나의 여린 손을 잡는 사위의 억센 손목이 느껴졌고, 조금씩 내 손등위로 타고 흐르는 사위 손몸짓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내 육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서 …이리와 앉게..국수 불겠네…”
“네…장모님…”
“옷이 좀 작지?”
“네…조금…”
집안에 남자 옷이라고는 남편의 옷밖에 없어서, 맞지 않은 사위의 옷차림이 조금 우스웠다. 하지만 옷이 작아서인지 남편의 반바지는 사위의 하반신을 꽉 째이고 있었다. 의자에 앉는 사위 하반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
(헉…..)
방금전 남편의 사타구니를 닦아주면서, 잠깐 머리속을 스쳐갔던 사위의 반바지 지퍼부근은 그생김새를 짐작하고도 남았었다. 마치 남편이 최대한 흥분한 때의 크기만큼 생겨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발그레지면서 붉어졌다.
무심코 묻던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딸의 학교가 바로 곁이라는게 뒤늦게 생각난 것이었다. 오늘 아침의 나의 발길은 무척 무거웠다.
남편은 지금 딸의 학교와 가까운 한의학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무의식 상태였지만 그래도 정기적인 검사는 거르지 않고 있었다. “남편의 완쾌”라는 희망을 기대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기대하지 않은 마음으로 병원에 와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의사를 보면 허탈한 것 어쩔 수 없었다.
“다 끝났어..엄마”
“그래..검사는 다 끝났는데 결과는 아직….”
딸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없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 한달후면 딸은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다. 처음 얼마간에는 지애비가 아픈데 어떻게 결혼식을 치르냐고 하였지만, 내일이 없는 남편의 몸상태 때문이라도 얼른 식을 올려져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남편에게도 죽기전에 딸의 면사포쓰는 모습을 보여 줘야 되기 때문이다.
내나이 스물둘에 지금의 딸을 낳고 지금의 남편과는 25년을 살아왔지만, 지금처럼 기적을 원했던 때는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희망과 기적이 아니라 남편과의 끝이라는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참으로 썸뜩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꾸 들었다. 차라리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만 남편을, 엄마로서의 스스로를 지킬수 있었다.
“장모님....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실래요?”
이제 곧 사위가 될 상준이 앞장섰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며 고개를 저었다.
“어때요..좀…”
의사를 바라보는 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기대를 품은 채 가엽게 떨고 있었다. 그건 마치 거울을 빛춰진 내 모습과 같았다. 미련이었다. 나나 딸이나….하지만 사위가 될 상준을 매우 이성적이었다.
문득 역시 “사위도 자식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들이 우습게 여겼졌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얼른 고개를 내저으며 또 생각을 멈췄다.
사위의 첫모습은 단정하면서도 굳게 다문 입술이 사내다워 보였다. 남편과는 다르게 체격 또한 크고 우람해보였다. 성격 또한 수다스럽거나 가볍지 않은 것 같았고 독하거나 악한 구석도 없어 보였다. 맞은편에 듬직했었다. 당찬 기색과 부모님이 넉넉하지 못해 대학교도 어렵게 다녔다는 딸에게 들었지만 그런 기색도 없었다. 그런 생각에 어지간하면 결정하고 서두를 생각이었다. 마치 필요해서 구하는 물건처럼….
진료차트에서 시선을 뗀 의사는 사무적으로 무표정했다.
“환자의 상태를 보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졌던군요? 주로 뭘 드리세요?”
“뭐..그때 그때..시장에 나오늘 걸로..평소에 좋아하던 믹서로 갈아서…”
나는 조심스럽게 의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겠네요…소화기능상태만 좀 안 좋으시고..호흡이나..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네요?”
나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그..그럼…의식은 언제쯤…”
딸은 그런 나의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내가 듣고 싶던 말을 의사에게 물었다. 역시 의사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웠다.
“워낙 약한 체질에 평소에 몸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지금은 버텨내시는 것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그랬다. 남편은 언제나 허약했었다. 지금의 딸을 가진것도 “하늘의 보살핌”이 아니었으면 가질 수 없을만큼 나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주의할 건 없나요?”
사위의 굳세면서도 나즈막한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 마치 얼음처럼 냉정한 사위의 모습이 생소했었다.
“이제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니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매번 온몸을 깨끗이 씻어 드려야 하고.. 더구나 아버님은 체질이 약하셔서 …”
“얼..얼마나…”
머뭇거리는 나의 음성에 딸은 슬며시 문을 향해 돌아섰다.
“글쎄요…길어야…일년…..”
의사의 난처함이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더..오래 사실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사위는 나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사위 자식은 하나가 아닌 듯한 느낌에 씁쓸했다.
의식이 있거나 없거나 남편이었다. 살아 숨 쉬며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위의 그런 냉철함이 한편으로는 듬직했다. 마음 편히 안도하지 못하는 그 마음에는 조금씩 사위가 큰나무처럼 서있었다.
남편은 그날 먹은 음식에 따라 용변을 보았다. 소변을 더욱 많았다. 침대에 누운 채 의식도 움직임도 없었으니 기저귀를 차고 있었뿐이다. 그 뒤처리는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 이렇게 날이 더울때는 하루에 세차레는 닦아줘야만 한다. 딸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지였고, 아무리 딸과 아버지사이라고 하지만 남편의 용변처리를 한다는 것은 여자의 난처함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동네옆에 가전대리점을 하던 사위가 와서 도와주고는 했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남편에게는 사위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사타구니를 사위와 함께 닦아낼때의 그 난처함이란…
특히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의 집안의 공기는 남편의 용변냄새 때문에 하루종일 환기에 신경을 쓴다해도 어느 정도의 묵은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죽어가는 남편의 신체에서 신체의 냄새는 방분위기을 무겁게 해었다. 질끈 감겨지려는 눈을 억지로 부릅떴다.
생각을 모두 털어비리고 홑이불을 걷어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남편의 뒤를 치어냈고 옷을 모두 벗겨 암몸으로 만든 뒤 물수건을 들었을 때 사위가 방안에 들었다. 이미 숙달된 것처럼 사위는 남편의 등뒤로 돌아가 남편의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남편는 목덜미에는 굵은 주름이 있었다. 남편의 상체를 닦으면서 나의 맘에 시선은 사위의 목덜미에 있었다. 단단한 팔뚝의 근육은 푸른 힘줄이 또렷히 나타내며 굵게 뭉쳐있었다. 남편의 팔뚝은 이미 풀어져 그냥 살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볼품없는 노년의 살점과 피부와 달리 사위의 젊은 생기가 가득찬 피부를 비교해보았다. 인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지만 그래도 작은 항거의 몸짓마저 빼앗겨 버린 남편의 삶의 끝은 너무도 억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억울한 인생이 동반자가 바로 나였다.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 남편의 등뒤에 있는 사위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등의 피부는 그새 상해 있을 것이다. 하루에 세차례이상을 닦아주지만 그게 인력으로 될일은 아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방벽 뒤의 화장대에 빛춰진 사위 등도 땀에 젖어진 흰티셔츠는 사위의 맨살에 딱 붙어져있었다.
남편과 다르게 역삼각형의 뒤태는 아무리 나처럼 늙어버린 여자도 돌아서면 다시 보고픈 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부끄러웠다. 남편이 이처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되다니….
하지만 그런 생각이 한참 내머리속에서 맴돌고 있을 무렵, 뭔가 뜨거운 시선이 나의 젓가슴에 닿은 것을 느꼈다. 이미 내 몸도 뜨꺼운 여름열기에 원피스 상체는 젖을로 젖어 있었다. 이미 브래지어에도 더운 습기에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였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몸을 숙여 남편의 상체를 닦고 있었고, 사위는 그런 내모습을 머리위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깊숙이 파진 원피스 위로 젖가슴의 계곡을 어김없이 사위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손을 가려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내 모습이 사위에게는 더욱 우습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사위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어디서 장모의 젓가슴위를 아무 꺼리낌없이 지켜본다 말인가? 그것도 장인어른이 있는 앞에서…..
그런데도 생각과는 다른 맘의 시선은 거울에 비춰진 등근육이었다. 억샌 팔근육에 안긴 내 딸의 행복한 모습이 저절로 허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문득 냄새가 맡아졌다. 그 또한 다를 것 없었다. 방금 기저귀를 벗개내며 대충 씨겼으니 아직 냄새가 남아 있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는 아래를 닦아야 할 차례였다.
“장모님…거기서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네..됐네…내가 함세…”
“아닙니다…제가 하겠습니다…”
“괜찮대두….”
아직 냄새가 가시지 않은 남편의 사타구니를 사위에게 맡기는 다는게 조금 어색했다. 같은남자이니 괜찮겠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새삼스러운 건 또 무슨 까닭인가?
남편의 볼품없는 하체의 모습과 아직 딸도 겪어보지 않았을 분명 다른 사위의 하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럼 장모와 딸에게는 다른 차이가 있는 것처럼…..아마 그건 젊음의 차이일 것이다.
수건을 다시 바꿔 남편의 사타구니를 닦아내는데 알수없는 아쉬운 한숨을 또 무엇인가? 내가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나? 아니다…그것만은 절대로 아니다. 5년전이 남편이 쓰러진 이후로, 일반여자로서 한번쯤을 할 수 도 있는 자위행위도 하지 않았고, 또 남편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았던 때도 없었다. 특히 병약한 남편과의 잠자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남편은 그저 내몸위에 올라와 나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단지 조금 젖어있는 내 부끄러운 것에 자기의 사타구니를 넣고 몇번의 허리놀림끝에 오는 며칠간 고여있던 정자를 내몸에 넣는 단순한 행위 그 차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편은 심각한 조루였다. 무려 이십오년동안 남편이 조루였다는 사실을 모른채 살아온 여자가 바로 나였다.
그저 한남자의 여자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항상 바른길로 가야하는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었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어쨋거나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함께 살아온 이십오년의 세월이 뿐이다. 내가 남편을 사랑했던가? 그런가? 그렇다고 남편이 싫다는 의미도 아니었다. 싫고 어쩌고 할 겨를도 없이 함께 이십오년을 살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쓰러졌고, 그런 내적 갈등의 상태에서 사위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의식이 없는 남편의 묵은 냄새와 사위가 발생하는 젊은 수컷의 냄새가 나의 내적 갈등 상태를 더욱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묶여놓고 있었다.
젊은 사내의 눈길을 느끼는 이 순간이 기달리는 설렘은 곧 딸과 남편에게는 죄였다. 그게 남편의 사랑 받고 살아온 아내가 아니였다 하였을 지라도….그건 인간과 사랑에 대한 무례였고….
사위가 발생하는 젊은 수컷은 냄새는 내 이성기준을 벗어나게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몸을 씻으면서 사위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몸을 인계받으면서 그져 손마디가 스쳐가는것만으로도 나는 낯선 설레임을 느껴었다. 억센 사위의 손가락 마디가 내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를 쓸어내렸다. 비록 손가락이었지만 사위의 육체였다.
“이제..됐네…매번 고마우이..”
“아니예요..장모님…사위도 자식이라고 하잖아요..”
“그래도..아직 식도 안 올려는데…매번…”
“장모님도..참…괜찮다니까요…”
“많이 덥지…”
“네….아무래도 이방에 에어컨 하나 나야 할 것 같아요…그럼 장인어른..땀도 덜 차시거고..”
“에어컨..그..비싼 걸…..?”
“괜찮아요..그렇치 않아도 은미랑 애기했어요..그냥 혼수 좀 덜 사는 대신에..에어컨 하나 사자구요?”
“고맙네…점심은 먹었는가?”
“아니요….”
“이런…이런…좀 만 기달리게…국수라도..삶아 줌세…”
“네..고맙습니다..”
수건과 세수대야를 들고 방안을 나서던, 나는 어쩌면 삶이 나른하고 지루했던 연속에, 사위의 존재를 단순히 딸의 남편으로만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씩 맘속에 있던 사위의 존재는 어느새 가슴 깊숙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운데..씻을덴가…?”
“예…수건 좀..주십시요..”
“그래….”
화장실과 같이 있는 샤워실로 들어가는 사위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탄탄한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가 내 눈앞에 들어왔다. 그것만으로도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땀이 뒷머리를 타고 목덜미 위로 흐르고 있었다. 낡은 주름살이 있는 남편과 정반대의 목덜미였다. 그 목덜미에 키스하고 귀와 겨드랑이 내손을 넣은채 안기고 싶었다. 혀로 사위의 입술을 빨고 억센 가슴을 손가락 끝마디디로 움켜 지은채 싶다는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었다.
(미친년…미쳤어…어디서 사위에게…)
그런 망측한 상상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들어오자, 내 몸에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젓꼭지가 단단이 위로 솟아나고, 망측하게도 여자의 은밀한 곳에서도 물기가 고여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장모님…수건하고..옷좀…주시면 안돼요..”
그런 망측한 상상을 즐기고 있던 나를 깨우는 사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건을 건네 줄 때 나는 고개를 돌려 화장실 문쪽으로 수건을 넣어주었다. 덥석 나의 여린 손을 잡는 사위의 억센 손목이 느껴졌고, 조금씩 내 손등위로 타고 흐르는 사위 손몸짓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내 육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서 …이리와 앉게..국수 불겠네…”
“네…장모님…”
“옷이 좀 작지?”
“네…조금…”
집안에 남자 옷이라고는 남편의 옷밖에 없어서, 맞지 않은 사위의 옷차림이 조금 우스웠다. 하지만 옷이 작아서인지 남편의 반바지는 사위의 하반신을 꽉 째이고 있었다. 의자에 앉는 사위 하반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
(헉…..)
방금전 남편의 사타구니를 닦아주면서, 잠깐 머리속을 스쳐갔던 사위의 반바지 지퍼부근은 그생김새를 짐작하고도 남았었다. 마치 남편이 최대한 흥분한 때의 크기만큼 생겨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발그레지면서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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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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