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8월 26일 9시 30분 pm
승기는 차에 시동을 건채 승혜를 기다렸다.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모습의 학생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온다.
‘요즘 애들은 애 같지가 않네... 예고라 그런지 애들이 하나같이 이뻐...’
그 와중에 단연 돋보이는 승혜가 눈에 들어온다. 검정색 벤츠 s550차량에 올라타는 승혜를 주변 친구들이 가벼운 야유를 보네며 인사를 건낸다.
“오빠!오빠! 내 친구 혜정이 알지? 애좀 대려다 주자. 오늘 아빠 못 오신데~ 간만에 드라이브좀 하고!!! 응?”
“어.. 그래.. 후딱 타!”
“안녕하세요...”
혜정이라는 아이가 뒷자리에 탄다. 승혜만큼 딱떨어지게 입은 깨끗한 교복이며, 1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큰 키.. 큰 눈.. 한눈에도 알아볼만큼 큼직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눈에 들어오며 예쁘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저번에 한번 봤지..?”
“네..그때 저희 연주회때...”
“그래.. 너가 솔로한거 기억난다. 승혜좀 가르쳐 주고 그래..”
“무슨 말씀이세요.. 승혜가 얼마나 잘하는데..”
“아~ 진짜! 나 정말 잘하거든! 뭐야 오빠!!!”
승혜가 입을 셀죽거린다. 피식 웃으면서 차를 움직인다.
“그래.. 혜정인 집이 어디야?”
“대치동이요..”
“아.. 멀진 않구나~ 그래.. 길좀 갈쳐줘~ 대치동까진 갈게..거기 주상 복합 사니..?”
“아니요...”
혜정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다. 승혜가 옆에서 눈을 흘긴다. 말 실수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스테레오를 틀자 재즈가 흘러나온다.
“재즈.. 좋아 하시나봐요..”
“어? 어... 글치 머.. 지식이 많은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들어..”
“아.. 예.. 저도 재즈 좋아해요.. 첼로로 재즈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그리 나쁜 느낌도 아니구요..”
아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냥 몸매 잘빠지고 공부 못해서 집에서 음악 시키는 아이는 아닌듯 하다.
“아.. 그러니? 그럼 산타첼로나 요시히로 키카와 좋아 하겠다...? 그 냥반들 연주 대단하지..”
“어머..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 하는 연주잔데요~그냥 편하게 듣는 정도가 아니신듯 한데요? 산타첼로야 둘째치고.. 요시히로 키카와를 아시는거 보면...”
“아.. 그냥 한번들은 적이 있어.. 인상 깊더라구..”
“아주 사귀겠다? 머야 니들? ”
자기가 모르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승혜가 입을 삐죽이며 끼어 든다. 승혜는 클래식만 고집하는 편이었고, 재즈는 클래식의 아류쯤으로 생각하기에 항상 승기가 재즈를 듣고 있으면 클래식이 더 좋은 음악이라는 듯이 여러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산타첼로.. 이번에 내한 하지..? 갈꺼니?”
“아.. 아니요.. 가고 싶기는 한데.. 저희 형편이 그렇게 좋지 못해요..”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무슨 말을 해주려다.. 괜한 자존심을 건들게 될까 말을 삼킨다. 승기도 승희도 승혜도... 가난이란 깊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잠깐씩 나오는 영상만으로 가난에 대해 정의하고 느껴본 경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이 주는 부적절함과 불공평함보다는 그냥 돈이 없어 불편하다 라는 어색한 정의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어리숙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혜정의 길안내에 의해 집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요... 여기 주차장이 좁아서 이렇게 큰차 못 들어 가요.. 저기 신호등에서 새워 주세요...”
오래된 아파트 단지.. 가로등 하나 안보이는 왠지 블랙홀 같은 아파트 단지 앞에 혜정을 내려 주기가 맘이 편치 않았다. 그 낡은 아파트 뒤로 도곡동의 화려한 주상복합단지의 밝은 불 빛이 아파트 단지의 어스름한 주차장을 그나마 밝히고 있다.
“오빠 운전 잘해! 몇동이니?”
“그래 혜정아.. 그냥 집앞에 내려..”
“아..아니야~ 진짜 괜찮아~ 그냥 여기서 내릴래.. 나 왠지 좀...”
창피해 하는 듯하다. 당당하게 자기 형편이 좋지 않던걸 밝히던 아이였는데, 집을 보여준다는건.. 그 낡음을 보여 준다는건 왠지 자신을 발가 벗겨 남에게 들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승기는 그 자존심을 눈치채고 조용히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운다.
“그럼 오빠랑 승혜가 여기서 너 들어가는거 볼께! 조심해서 들어가.... 승혜랑 좀 친하게 지내줘라~ 이 기집애 친구가 없어서...”
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예.. 오빠 고맙습니다... . 내일봐... 내일 고구마 실기 시험 보니까..준비 좀 하고...”
승혜가 조금 어리고 귀여운 스타일이라면 혜정인 훨씬 어른스럽고 마치 언니처럼 승혜를 챙겨 준다. 1차선 찻길을 건너 차쪽을 바라보며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그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뒷태가 정말 숨막힐 정도로 예쁘다.. 섹시함.. 이런 느낌이 아니라.. 청초한 느낌에... 깨끗한 느낌이 확 다가와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어둠으로 완벽히 사라질때까지 눈을 때지 못하고 있자 승혜가 한마디 한다.
“오~ 오빠 신사네~신사!!!! 매너 짱인데~아놔~ 반하겠네~”
장난 스럽게 비아냥거리는 승혜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차를 움직인다. 승혜가 승기의 손에 깍지를 끼며 잡는다. 승희 생각이 머리에 들어온다.
“오빠. 오빠.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할까? 가로수길? 콜?”
“임마! 너 내일 시험 있다며! 장난해? 교복입은 애랑 뭔 데이트? 오빠 얼굴 팔려서 싫거덩? 연습이나 하셔!”
“아~ 머야.. 알아서 할꺼고~ 나 배고파.. 응? 오~빠~~”
애교가 섞인 말투.. 어려서부터 막내라 애교를 부리면 안되는게 없었다. 특히 어머니는 무뚝뚝한 승기와 까칠한 승희완 달라도 너무 다른 승혜의 애교에는 정신을 못 차리셨다. 승기도 마찬가지.. 차를 말없이 신사동 가로수길로 향한다. 강남의 밤거리는 마치 초 저녁 인냥 밝고 활기차다. 국산차가 반, 외제차가 반인 동네. 그 뒤편으로 혜정의 아파트가 어둑어둑 딴 세계인듯 웅크리고 있다.
“혜정이 걔... 우리랑 비슷해..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빠 혼자 과일 파셔서 돈 버시는데.. 혜정이 밑으로 동생만 셋이야.. 전에 어머니 살아 계실땐 과일 가게 했었는데.. 어머니 병수발 하느라 가게도 다 말아 먹고... 안쓰러 죽겠어..”
승혜가 치즈가 범벅이된 감자튀김을 포크로 뒤적이면서 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실력도 완전 좋고, 얼굴도 이뻐서.. 하면 정말 잘될텐데.. 요즘 유학안가고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쉽나....? 걔 남자도 안 만나고 무조건 연습만 하는 벌레거든.. 남자애들이 걔랑 한번 사귀어 볼라고 아주 환장을 한다니까? 학교에서 아마 혜정이 싫어 하는 애 없을껄?”
이미 11시가 다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이곳은 북적거린다. 승혜의 말을 흘려 들으며 지나가는 여자들 옷 차림에 자꾸 눈길이 간다. 뜨거운 8월 여자들의 옷차림은 말도 안되게 헐벗고 있다. 이곳은 특히나 심하다. 저렇게 입고도 어떻게 그리 당당 할 수 있을지... 그때 저쪽 어디서 시선이 느껴진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무리의 여자들 속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인상을 찡그려 누군지 알아내려 애를 쓰는것 처럼 보고 있지만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승기가 소유한 바 에르테스의 작은 사장 성연이다. 오늘 쉬는 날인지 친구로 보이는 한무리의 여자들과 승기쪽을 바라보면서 머라고 자기들 끼리 속삭인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다시 승혜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승혜의 얘기에 집중하려 노력하는데 성연이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늘씬하고 시원한 느낌의 성연이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건넨다.
“어머.. 사장님 여기 왠일 이세요~? 이렇게 어린 아가씨랑?”
승혜가 기분 나쁘다는듯 처다 보지만 승기와 성연은 무시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 동생이야.. 픽업해서 집에 가기전에 뭐좀 먹고 가려고요.. 성연씨는 오늘 쉬나봐?”
교묘하게 반말과 존대를 섞는 기술은 어머니에게 배웠다. 부하직원이라고 못을 박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화법.. 어머니는 알게 모르게 승기에게 이런 부분을 습득하게 했다.
“예..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죠 머.. 이 나이 먹어서 간만의 휴일에 할 일이 친구들이랑 수다떠는것 밖에 없으니 처량하네요~”
“성연씨 남자 많은거 다 아는데 어디서 수작이세요~ 흐흐.. ”
성연의 정확한 나이는 알 지 못한다. 뭐.. 알려고 맘만 먹으면 알 수 있겠지만,, 깔끔하게 운영되고 매출도 어느정도 나오는 곳의 새끼 사장까지 신경 쓸만한 성격이 되질 못했다. 대략 2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여자 나이만큼 짐작하기 쉽지 않은게 또 없다.
“어머머~ 무슨 말씀이세요~ 저 남자 없어요~ 어우~ 정말 너무하세요~ 자기 가게 직원이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시구..어디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그럼 전 친구들이 기다려서요~”
가볍게 윙크를 날려주시곤 섹시해보이는 뒷태를 자랑하며 자기 자리로 이동하고 친구들에게 뭐라 뭐라 설명하자 친구들의 시선이 다시 승기에게 쏟아 진다. 성연은 참 고급스럽게 섹시한 느낌이 드는 여자다. 바에서 볼때는 항상 쫙 달라 붙는 검정 원피스를 유니폼으로 입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 가벼운 츄리닝을 입고 있는 모습도 색다르게 보인다. 집이 이 근처인지 옷 차람이 많이 가볍다. 에르테스도 이 근처이니 그럴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서 윙크질이야? 저 년 머하는 앤데 어디서 꼬리를쳐? 나이도 많이 처먹어 보이는게? 아쒸~ 짜증나! 오빠.. 갈래!”
승혜가 짜증나는 말투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불현듯 승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승희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반응 했을까? 승혜가 지 언니의 루이비통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려 한다. 피식 웃으며 빌지를 뺏어 들고 계산을 한 뒤 나오자 밤바람이 아직 후덥하다. 발레 맡긴 승기의 차가 가계 앞 대로변에 주차가 되어있어 그냥 키만 받아 승혜의 문을 열어 준다.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무표정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탄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가 후덥한 바람에 날려 뒤로 빠르게 이동하다 이내 사라진다. 비릿한 담배를 입에 물고 차에 올라타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조용한 시동음과 동시에 아까 듣던 재즈 음악이 흐른다. 혜정의 몸매와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승혜가 계속해서 혜정에 대해 얘기 한다. 동생 셋중에 막내가 남동생인데 너무 잘생겼다는 얘기, 몸매가 너무 이뻐서 교복 cf 제의도 들어왔다는 얘기, 실기 강사 중에 한명이 죽도록 사랑한다며 따라다니다 짤 린 얘기, 가슴은 C컵인데 허리는 24인치라는 얘기..정신없이 정보가 쏟아진다.
싼타첼로... 정통재즈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지한 선율과 거기서 묻어나오는 연주자들의 재치와 위트가 생각난다. 집에 도착한 승기는 컴퓨터로 산타첼로 공연의 표를 R석으로 두장 예매한다. 표를 집으로 받기로 하고 머릿속으로 은근히 어떻게 이 표를 전달해야 할지 구상을 한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다. 단순히 잘되면 좋고 안되면 승혜에게 점수 따서 좋고.. 이정도? 표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얼마전 승희와 질펀한 관계를 맺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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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흑~ 추천과 댓글 감사드려요~ 너무 갑작스런 전개에 놀라시고 미숙한 점이 보이셨죠?
미숙하기도 하지만.. 전 야설에 질질 끄는 부분이 너무 많은것도 좀 지루 하더라구요..
상황의 묘사에 신경을 쓰며 씁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어제 술먹이고 꼬셔서 어떻게 해볼라다... 저만 진탕 취했네요.. 흑....ㅠㅠ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요.. ㅋㅋㅋㅋ
승기는 차에 시동을 건채 승혜를 기다렸다.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모습의 학생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온다.
‘요즘 애들은 애 같지가 않네... 예고라 그런지 애들이 하나같이 이뻐...’
그 와중에 단연 돋보이는 승혜가 눈에 들어온다. 검정색 벤츠 s550차량에 올라타는 승혜를 주변 친구들이 가벼운 야유를 보네며 인사를 건낸다.
“오빠!오빠! 내 친구 혜정이 알지? 애좀 대려다 주자. 오늘 아빠 못 오신데~ 간만에 드라이브좀 하고!!! 응?”
“어.. 그래.. 후딱 타!”
“안녕하세요...”
혜정이라는 아이가 뒷자리에 탄다. 승혜만큼 딱떨어지게 입은 깨끗한 교복이며, 1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큰 키.. 큰 눈.. 한눈에도 알아볼만큼 큼직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눈에 들어오며 예쁘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저번에 한번 봤지..?”
“네..그때 저희 연주회때...”
“그래.. 너가 솔로한거 기억난다. 승혜좀 가르쳐 주고 그래..”
“무슨 말씀이세요.. 승혜가 얼마나 잘하는데..”
“아~ 진짜! 나 정말 잘하거든! 뭐야 오빠!!!”
승혜가 입을 셀죽거린다. 피식 웃으면서 차를 움직인다.
“그래.. 혜정인 집이 어디야?”
“대치동이요..”
“아.. 멀진 않구나~ 그래.. 길좀 갈쳐줘~ 대치동까진 갈게..거기 주상 복합 사니..?”
“아니요...”
혜정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다. 승혜가 옆에서 눈을 흘긴다. 말 실수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스테레오를 틀자 재즈가 흘러나온다.
“재즈.. 좋아 하시나봐요..”
“어? 어... 글치 머.. 지식이 많은건 아니고.. 그냥 편하게 들어..”
“아.. 예.. 저도 재즈 좋아해요.. 첼로로 재즈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그리 나쁜 느낌도 아니구요..”
아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냥 몸매 잘빠지고 공부 못해서 집에서 음악 시키는 아이는 아닌듯 하다.
“아.. 그러니? 그럼 산타첼로나 요시히로 키카와 좋아 하겠다...? 그 냥반들 연주 대단하지..”
“어머..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 하는 연주잔데요~그냥 편하게 듣는 정도가 아니신듯 한데요? 산타첼로야 둘째치고.. 요시히로 키카와를 아시는거 보면...”
“아.. 그냥 한번들은 적이 있어.. 인상 깊더라구..”
“아주 사귀겠다? 머야 니들? ”
자기가 모르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승혜가 입을 삐죽이며 끼어 든다. 승혜는 클래식만 고집하는 편이었고, 재즈는 클래식의 아류쯤으로 생각하기에 항상 승기가 재즈를 듣고 있으면 클래식이 더 좋은 음악이라는 듯이 여러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산타첼로.. 이번에 내한 하지..? 갈꺼니?”
“아.. 아니요.. 가고 싶기는 한데.. 저희 형편이 그렇게 좋지 못해요..”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무슨 말을 해주려다.. 괜한 자존심을 건들게 될까 말을 삼킨다. 승기도 승희도 승혜도... 가난이란 깊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잠깐씩 나오는 영상만으로 가난에 대해 정의하고 느껴본 경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이 주는 부적절함과 불공평함보다는 그냥 돈이 없어 불편하다 라는 어색한 정의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어리숙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혜정의 길안내에 의해 집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요... 여기 주차장이 좁아서 이렇게 큰차 못 들어 가요.. 저기 신호등에서 새워 주세요...”
오래된 아파트 단지.. 가로등 하나 안보이는 왠지 블랙홀 같은 아파트 단지 앞에 혜정을 내려 주기가 맘이 편치 않았다. 그 낡은 아파트 뒤로 도곡동의 화려한 주상복합단지의 밝은 불 빛이 아파트 단지의 어스름한 주차장을 그나마 밝히고 있다.
“오빠 운전 잘해! 몇동이니?”
“그래 혜정아.. 그냥 집앞에 내려..”
“아..아니야~ 진짜 괜찮아~ 그냥 여기서 내릴래.. 나 왠지 좀...”
창피해 하는 듯하다. 당당하게 자기 형편이 좋지 않던걸 밝히던 아이였는데, 집을 보여준다는건.. 그 낡음을 보여 준다는건 왠지 자신을 발가 벗겨 남에게 들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승기는 그 자존심을 눈치채고 조용히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운다.
“그럼 오빠랑 승혜가 여기서 너 들어가는거 볼께! 조심해서 들어가.... 승혜랑 좀 친하게 지내줘라~ 이 기집애 친구가 없어서...”
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예.. 오빠 고맙습니다... . 내일봐... 내일 고구마 실기 시험 보니까..준비 좀 하고...”
승혜가 조금 어리고 귀여운 스타일이라면 혜정인 훨씬 어른스럽고 마치 언니처럼 승혜를 챙겨 준다. 1차선 찻길을 건너 차쪽을 바라보며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그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뒷태가 정말 숨막힐 정도로 예쁘다.. 섹시함.. 이런 느낌이 아니라.. 청초한 느낌에... 깨끗한 느낌이 확 다가와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어둠으로 완벽히 사라질때까지 눈을 때지 못하고 있자 승혜가 한마디 한다.
“오~ 오빠 신사네~신사!!!! 매너 짱인데~아놔~ 반하겠네~”
장난 스럽게 비아냥거리는 승혜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차를 움직인다. 승혜가 승기의 손에 깍지를 끼며 잡는다. 승희 생각이 머리에 들어온다.
“오빠. 오빠.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할까? 가로수길? 콜?”
“임마! 너 내일 시험 있다며! 장난해? 교복입은 애랑 뭔 데이트? 오빠 얼굴 팔려서 싫거덩? 연습이나 하셔!”
“아~ 머야.. 알아서 할꺼고~ 나 배고파.. 응? 오~빠~~”
애교가 섞인 말투.. 어려서부터 막내라 애교를 부리면 안되는게 없었다. 특히 어머니는 무뚝뚝한 승기와 까칠한 승희완 달라도 너무 다른 승혜의 애교에는 정신을 못 차리셨다. 승기도 마찬가지.. 차를 말없이 신사동 가로수길로 향한다. 강남의 밤거리는 마치 초 저녁 인냥 밝고 활기차다. 국산차가 반, 외제차가 반인 동네. 그 뒤편으로 혜정의 아파트가 어둑어둑 딴 세계인듯 웅크리고 있다.
“혜정이 걔... 우리랑 비슷해..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빠 혼자 과일 파셔서 돈 버시는데.. 혜정이 밑으로 동생만 셋이야.. 전에 어머니 살아 계실땐 과일 가게 했었는데.. 어머니 병수발 하느라 가게도 다 말아 먹고... 안쓰러 죽겠어..”
승혜가 치즈가 범벅이된 감자튀김을 포크로 뒤적이면서 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실력도 완전 좋고, 얼굴도 이뻐서.. 하면 정말 잘될텐데.. 요즘 유학안가고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쉽나....? 걔 남자도 안 만나고 무조건 연습만 하는 벌레거든.. 남자애들이 걔랑 한번 사귀어 볼라고 아주 환장을 한다니까? 학교에서 아마 혜정이 싫어 하는 애 없을껄?”
이미 11시가 다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이곳은 북적거린다. 승혜의 말을 흘려 들으며 지나가는 여자들 옷 차림에 자꾸 눈길이 간다. 뜨거운 8월 여자들의 옷차림은 말도 안되게 헐벗고 있다. 이곳은 특히나 심하다. 저렇게 입고도 어떻게 그리 당당 할 수 있을지... 그때 저쪽 어디서 시선이 느껴진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무리의 여자들 속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인상을 찡그려 누군지 알아내려 애를 쓰는것 처럼 보고 있지만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승기가 소유한 바 에르테스의 작은 사장 성연이다. 오늘 쉬는 날인지 친구로 보이는 한무리의 여자들과 승기쪽을 바라보면서 머라고 자기들 끼리 속삭인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다시 승혜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승혜의 얘기에 집중하려 노력하는데 성연이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늘씬하고 시원한 느낌의 성연이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건넨다.
“어머.. 사장님 여기 왠일 이세요~? 이렇게 어린 아가씨랑?”
승혜가 기분 나쁘다는듯 처다 보지만 승기와 성연은 무시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 동생이야.. 픽업해서 집에 가기전에 뭐좀 먹고 가려고요.. 성연씨는 오늘 쉬나봐?”
교묘하게 반말과 존대를 섞는 기술은 어머니에게 배웠다. 부하직원이라고 못을 박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화법.. 어머니는 알게 모르게 승기에게 이런 부분을 습득하게 했다.
“예..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죠 머.. 이 나이 먹어서 간만의 휴일에 할 일이 친구들이랑 수다떠는것 밖에 없으니 처량하네요~”
“성연씨 남자 많은거 다 아는데 어디서 수작이세요~ 흐흐.. ”
성연의 정확한 나이는 알 지 못한다. 뭐.. 알려고 맘만 먹으면 알 수 있겠지만,, 깔끔하게 운영되고 매출도 어느정도 나오는 곳의 새끼 사장까지 신경 쓸만한 성격이 되질 못했다. 대략 2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여자 나이만큼 짐작하기 쉽지 않은게 또 없다.
“어머머~ 무슨 말씀이세요~ 저 남자 없어요~ 어우~ 정말 너무하세요~ 자기 가게 직원이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시구..어디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그럼 전 친구들이 기다려서요~”
가볍게 윙크를 날려주시곤 섹시해보이는 뒷태를 자랑하며 자기 자리로 이동하고 친구들에게 뭐라 뭐라 설명하자 친구들의 시선이 다시 승기에게 쏟아 진다. 성연은 참 고급스럽게 섹시한 느낌이 드는 여자다. 바에서 볼때는 항상 쫙 달라 붙는 검정 원피스를 유니폼으로 입고 있어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 가벼운 츄리닝을 입고 있는 모습도 색다르게 보인다. 집이 이 근처인지 옷 차람이 많이 가볍다. 에르테스도 이 근처이니 그럴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서 윙크질이야? 저 년 머하는 앤데 어디서 꼬리를쳐? 나이도 많이 처먹어 보이는게? 아쒸~ 짜증나! 오빠.. 갈래!”
승혜가 짜증나는 말투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불현듯 승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승희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어떻게 반응 했을까? 승혜가 지 언니의 루이비통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려 한다. 피식 웃으며 빌지를 뺏어 들고 계산을 한 뒤 나오자 밤바람이 아직 후덥하다. 발레 맡긴 승기의 차가 가계 앞 대로변에 주차가 되어있어 그냥 키만 받아 승혜의 문을 열어 준다.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무표정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탄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가 후덥한 바람에 날려 뒤로 빠르게 이동하다 이내 사라진다. 비릿한 담배를 입에 물고 차에 올라타 스타트 버튼을 누른다. 조용한 시동음과 동시에 아까 듣던 재즈 음악이 흐른다. 혜정의 몸매와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승혜가 계속해서 혜정에 대해 얘기 한다. 동생 셋중에 막내가 남동생인데 너무 잘생겼다는 얘기, 몸매가 너무 이뻐서 교복 cf 제의도 들어왔다는 얘기, 실기 강사 중에 한명이 죽도록 사랑한다며 따라다니다 짤 린 얘기, 가슴은 C컵인데 허리는 24인치라는 얘기..정신없이 정보가 쏟아진다.
싼타첼로... 정통재즈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지한 선율과 거기서 묻어나오는 연주자들의 재치와 위트가 생각난다. 집에 도착한 승기는 컴퓨터로 산타첼로 공연의 표를 R석으로 두장 예매한다. 표를 집으로 받기로 하고 머릿속으로 은근히 어떻게 이 표를 전달해야 할지 구상을 한다.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다. 단순히 잘되면 좋고 안되면 승혜에게 점수 따서 좋고.. 이정도? 표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얼마전 승희와 질펀한 관계를 맺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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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흑~ 추천과 댓글 감사드려요~ 너무 갑작스런 전개에 놀라시고 미숙한 점이 보이셨죠?
미숙하기도 하지만.. 전 야설에 질질 끄는 부분이 너무 많은것도 좀 지루 하더라구요..
상황의 묘사에 신경을 쓰며 씁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어제 술먹이고 꼬셔서 어떻게 해볼라다... 저만 진탕 취했네요.. 흑....ㅠㅠ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요.. ㅋㅋㅋㅋ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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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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