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내려다본다. 참 무료하다. 이는 승기가 친구가 없어서도, 그가 현재 할 일이 없어서도 아니다. 지독하게 밝은 보름달.. 승기는 이 보름달만 보면 가슴에 큰 구멍이 난 것 마냥, 항상 마음이 허해 진다. 담배연기를 폐 깊숙이 삼켰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비릿한 담배향이 그의 목과 가슴을 자극하고 이내 입 안에 약간의 여운만 남기고 사라진다.
승기의 빌라의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밤바람이 차다. 그때 빌라의 차고로 승희의 빨간 폭스바겐 뉴비틀 컨버터블이 들어온다. 어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가장 힘들어한 승희다. 아직 어리기만한 승혜는 힘들어 하기 보단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반면, 승희는 아직 믿겨지지 않는지, 평소보다 더욱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자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때론 낯선 남자의 부축을 받아 그녀의 방으로 그 남자와 함께 들어가곤 한다. 그걸 보며 오빠로써.. 라는 알량한 자존심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장 사랑한.. 가장 사랑해준 어머니의 죽음.. 세상에 부모라는 울타리를 처음으로 걷어내고 혼자 남은듯한 지독한 외로움을 21살의 어린 동생은 방황이라는 방법으로 씻고 싶어 한다는걸 승기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빠진 몸에 간신히 걸친 미니와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한눈에 봐도 탐스럽고 탄력있어 보이는 가슴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단추가 인상적인 마치 교복인듯 착각이 드는 옷차림과 무릅 위까지 오는 검점색 긴 양말은 한눈에 봐도 남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승희는 현관 앞에 잠시 멈춰 현관으로 연결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문다. 승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 어머니와 같이 살았던 집에 대한 작은 예의인지.. 쓸쓸하고 작은 모습으로 쭈그리고 앉아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 낸다.
어머니는 생전에 유언을 통해, 당신이 운영하시던 4개의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2개의 바, 한 개의 대형 룸싸롱, 세식구가 살기엔 너무 황량하기 까지 한 빌라, 어머니가 아끼시던 2대의 승용차, 그 모든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세금을 위한 넉넉한 현금까지 모두 승기에게 남기시고 두 딸은 마치 없는냥 불현듯 가버리셨다. 승희는 어머니의 임종이후 승기와 단 한마디도 말을 섞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소리 없는 시위인듯 그토록 따르고 좋아했던 오빠에게 한마디 말도,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승기 또한 눈에 너어도 아프지 않을 승희에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넓은 빌라에는 적막만이 흐르며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승희가 견디지 못하는게 이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승기가 손목의 브라이틀링 시계를 본다.
11시 43분..
출근을 해야 한다. 식당과 바는 매니저가 관리를 하고 지정된 날짜에 그의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지만, 룸싸롱은 달랐다. 어머니는 항상 그곳을 어린 딸들이 알지 못하게 일식집이라고 부르시며 자기가 직접 관리하셨다. 어머니는 절대로 12시까지는 모든 업무를 마치시고 들어오셨다. 승희와 승혜를 위해서 그러셨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한다. 어머니는 살아 생전,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고 하셨다. 특히 술파는 놈들은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해오셨다. 승기는 주류업쪽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사람에 맡겨놓고 약간의 부가적인 손해는 감수 하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지들이 해먹어봐야 푼돈이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들이 어머니가 룸싸롱을 10년 넘게 운영해온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승혜가 들어온다. 승희는 흠짓 놀라더니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간다.
“언니 담배펴? 미쳤어? 왜그래 정말.. ”
목소리가 높아 졌다가 주변을 생각해선지 이내 목소리 끝을 흐린다.
승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승혜의 눈빛이 날카로움에서 흐릿해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둘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그렇게 또 이 집에 적막이 흐른다. 승혜는 언니를 밀치고 들어와 내 서재로 아니.. 어머니가 쓰시던 서재로 뛰어 들어와 나에게 울며 자기가 본것에 대해 말한다. 승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울며 내 옷을 잡고 흔들며 소리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보름달... 보름달이 떳다.
09년 8월 13일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살금 살금 다니시며 어지럽혀져 있는 집을 치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본다. 2시가 조금 넘은 오후.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은 승기는 깨질듯한 두통을 느낀다. 술이 과했다. 머리를 감싸쥔다. 머리가 욱씬거린다.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잠옷바지만 입은채로 거실과 마주보고 있는 주방으로 내려온다. 오렌지 주스.. 승기는 술을 마시면 오렌지 주스를 찾는다. 어머니가 계실때부터 계속 매일 와주시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승기와 눈이 마주치자 왠지 동정심이 섞인 눈빛으로 뭐 필요 한거 없냐고 묻는다. 대답조차 하지 않고 오렌지 주스를 목으로 넘긴다. 차가움과 오렌지의 향이 요동친다. 조금 정신이 드는듯하다.
“승혜는요..?”
“아침에 학교 잘 갔지. 어린것이 그래도 니들보단 훨 당차..”
승희에 대해 묻고 싶지만 말을 접자 아주머닌 알아차리셨는지 말씀하신다.
“승희는 아직도 방에서 나오질 않아. 오빠니까 좀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사람 잡겠어......”
다시 대답하지 않고 서재로 올라온다. 승희의 굳게 닫힌 방문을 잠시 쳐다보며 아무의미 없는 눈빛을 던진다. 승기는 이유도 없이 왜 그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방문을 열어본다. 잠겨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신발장 어딘가에 있던 열쇠꾸러미를 들고 승희의 방문을 연다. 긴장에 왠지 손이 떨린다. 침을 삼키며 문을 열자 승희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는 다르게 자는듯하다.
짧은 면소재 숏팬츠와 나시를 입고 자는 승희의 한쪽 가슴이 반쯤 나와 어두운 방에도 그 흰 가슴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인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에 눈을 돌린다. 인문학 교재와 첼로를 전공하는 승희의 콩쿨 트로피들.. 악보들이 어지럽게 바닥에 굴러다니고, 한시도 손을 놓지 않던 첼로는 회색 딱딱한 옷을 입고 한쪽 구석에 외롭게 서있다. 승희의 침대에 걸터 앉아 승기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승희는 깨어 있었는지 가만히 눈을뜨고 맞은편 화장대를 응시한다.
“괜찮아... 내가 있자나..”
작은 목소리.. 하지만 승희가 언제나 그리워했고 좋아했던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약간의 떨림과 함께 들려온다. 승희는 코끝이 찡해지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울음이 주체 할 수 없을정도로 터져나온다. 승기는 눈물이 글썽해지며 승희를 일으켜 안아준다. 승희는 오빠를 끌어 안으며 계속 눈물만 흘린다. 서로 왜 울고 이러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러웠는지 알지 못한다. 그냥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온다. 승기는 머릿속으로는 혼란스럽지만 너가 왜우는지 알고 있다는 냥, 등을 토닥이면서 왼손을 승희의 허리를 더 꼬옥 안아준다. 말랑한 허리와 배가 느껴진다. 승희의 얼굴이 내 왼쪽 목에 느껴진다. 기분좋은 샴푸향이 느껴진다. 울면서 거칠어진 숨소리가 왠지 모르게 간지럽다. 승기의 어깨와 목에 기대어 우는 동생의 입술이 얼핏얼핏 목에 느껴진다. 팔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애무를 받는듯하다. 조금은 기분이 그랬지만 그냥 둔다.
“괜찮아.. 괜찮아.. ”
승기는 오른손을 승희의 뺨에 갖다 댄다. 얼굴을 가까이에 마주본다. 아마 한 6~7년은 이렇게 승희를 가까이서 본적이 없는듯하다. 어깨를 흔들며 울던 승희의 얼굴이 들어온다...
“울면 못생겨져 이 가스나야... 이제 그만 울어! 부모님 돌아가셨어?”
아뿔싸... 웃자고 한 농담에 승희는 더 자지러져 울기 시작한다.
“고만 울라고.. 요년아~”
승기는 승희를 꼭 안아 무릎에 앉힌다. 품에 쏙 들어 오는 사이즈.. 오른손을 내 겨드랑이 사이에 두고 왼손과 작은 머리는 내 가슴에 두고 훌쩍인다.
왠지 멋진 말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외롭지..? 나도 그래.. 그래도 울지는 말자.. 어머니가 위에서 걱정하실꺼야..”
뭔가 모자른 느낌..
“오빠가 우리 승희.. 어머니보다 더 세상에서 제일 많이 아껴주고 이뻐해줄게.. 어머니 생각 안나게 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응?”
뭔가 자꾸 딴곳으로 새는 느낌..
하지만 다른 말을 잊지 않는다. 그냥 왼손에 힘을 주어 승희의 가녀린 허리를 좀더 꼬옥 안아준다.
오른손을 승희의 왼쪽 골반을 토닥인다. 그러자 곧, 승희의 훌쩍임이 약해진다 싶더니 금세 안정되는 눈치다.
승기는 승희의 오른쪽 옆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토닥이던 손을 올려 최대한 따뜻하게 안아준다. 승희의 손이 승기의 등을 쓰다듬는다.
왠지 짜릿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왠지 발기가 될듯해서 서둘러 승희를 일으켜 세운다.
“오랜만에 밥이나 먹으러 가자! 토달지 말고 어서 준비해!”
승희는 고개를 과장되게 끄덕인다.
승기는 서둘러 승희의 방을 빠져나와 드레스룸으로 들어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승기는 이 두근거림이 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갑자기 지난밤 자신과 함께 지낸 나이트 부킹녀가 떠오른다. 그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큰키.. 잘빠진 다리.. 다갈색 피부..여름에 어딜 다녀왔는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비키니 자국.. 매끄러운.. 왠지 윤이 나는 듯한 살결.. 그들은 룸에서 잠깐동안 서로를 탐색하고 그날의 욕정을 풀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둘러 여자의 옷과 가방을 찾아 근처의 작은 호텔로 들어가 서로를 미친듯이 탐색했다. 이름 조차 알지 못했고 한번도 본적 없는 사이지만 서로를 마치 사랑하는냥 갈구하고 탐했다. 섹시한 음모부터 가슴으로 올라가는 곡선, 한손에 꽉차는 무게감 있는 가슴을 출렁이며 앞뒤로 허리만 움직이며 반쯤 감은 눈과 반쯤 벌어진 입에선 끊임없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질퍽할 정도로 흐른 그녀의 체액이 흘러넘쳐 승기의 배까지 축축함이 전해진다.
‘섹스하고싶네.. 젠장...’
승기는 이 성욕이 동생으로부터 왔다는걸 애써 부인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여자를 떠올리고 있다는걸 이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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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 보겠습니다~ ^^
승기의 빌라의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밤바람이 차다. 그때 빌라의 차고로 승희의 빨간 폭스바겐 뉴비틀 컨버터블이 들어온다. 어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가장 힘들어한 승희다. 아직 어리기만한 승혜는 힘들어 하기 보단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반면, 승희는 아직 믿겨지지 않는지, 평소보다 더욱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자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때론 낯선 남자의 부축을 받아 그녀의 방으로 그 남자와 함께 들어가곤 한다. 그걸 보며 오빠로써.. 라는 알량한 자존심을 부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장 사랑한.. 가장 사랑해준 어머니의 죽음.. 세상에 부모라는 울타리를 처음으로 걷어내고 혼자 남은듯한 지독한 외로움을 21살의 어린 동생은 방황이라는 방법으로 씻고 싶어 한다는걸 승기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빠진 몸에 간신히 걸친 미니와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한눈에 봐도 탐스럽고 탄력있어 보이는 가슴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단추가 인상적인 마치 교복인듯 착각이 드는 옷차림과 무릅 위까지 오는 검점색 긴 양말은 한눈에 봐도 남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승희는 현관 앞에 잠시 멈춰 현관으로 연결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문다. 승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 어머니와 같이 살았던 집에 대한 작은 예의인지.. 쓸쓸하고 작은 모습으로 쭈그리고 앉아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 낸다.
어머니는 생전에 유언을 통해, 당신이 운영하시던 4개의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2개의 바, 한 개의 대형 룸싸롱, 세식구가 살기엔 너무 황량하기 까지 한 빌라, 어머니가 아끼시던 2대의 승용차, 그 모든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세금을 위한 넉넉한 현금까지 모두 승기에게 남기시고 두 딸은 마치 없는냥 불현듯 가버리셨다. 승희는 어머니의 임종이후 승기와 단 한마디도 말을 섞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소리 없는 시위인듯 그토록 따르고 좋아했던 오빠에게 한마디 말도,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승기 또한 눈에 너어도 아프지 않을 승희에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넓은 빌라에는 적막만이 흐르며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승희가 견디지 못하는게 이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승기가 손목의 브라이틀링 시계를 본다.
11시 43분..
출근을 해야 한다. 식당과 바는 매니저가 관리를 하고 지정된 날짜에 그의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지만, 룸싸롱은 달랐다. 어머니는 항상 그곳을 어린 딸들이 알지 못하게 일식집이라고 부르시며 자기가 직접 관리하셨다. 어머니는 절대로 12시까지는 모든 업무를 마치시고 들어오셨다. 승희와 승혜를 위해서 그러셨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한다. 어머니는 살아 생전,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고 하셨다. 특히 술파는 놈들은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해오셨다. 승기는 주류업쪽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사람에 맡겨놓고 약간의 부가적인 손해는 감수 하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지들이 해먹어봐야 푼돈이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들이 어머니가 룸싸롱을 10년 넘게 운영해온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승혜가 들어온다. 승희는 흠짓 놀라더니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간다.
“언니 담배펴? 미쳤어? 왜그래 정말.. ”
목소리가 높아 졌다가 주변을 생각해선지 이내 목소리 끝을 흐린다.
승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승혜의 눈빛이 날카로움에서 흐릿해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둘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그렇게 또 이 집에 적막이 흐른다. 승혜는 언니를 밀치고 들어와 내 서재로 아니.. 어머니가 쓰시던 서재로 뛰어 들어와 나에게 울며 자기가 본것에 대해 말한다. 승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울며 내 옷을 잡고 흔들며 소리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보름달... 보름달이 떳다.
09년 8월 13일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살금 살금 다니시며 어지럽혀져 있는 집을 치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본다. 2시가 조금 넘은 오후.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 앉은 승기는 깨질듯한 두통을 느낀다. 술이 과했다. 머리를 감싸쥔다. 머리가 욱씬거린다.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잠옷바지만 입은채로 거실과 마주보고 있는 주방으로 내려온다. 오렌지 주스.. 승기는 술을 마시면 오렌지 주스를 찾는다. 어머니가 계실때부터 계속 매일 와주시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승기와 눈이 마주치자 왠지 동정심이 섞인 눈빛으로 뭐 필요 한거 없냐고 묻는다. 대답조차 하지 않고 오렌지 주스를 목으로 넘긴다. 차가움과 오렌지의 향이 요동친다. 조금 정신이 드는듯하다.
“승혜는요..?”
“아침에 학교 잘 갔지. 어린것이 그래도 니들보단 훨 당차..”
승희에 대해 묻고 싶지만 말을 접자 아주머닌 알아차리셨는지 말씀하신다.
“승희는 아직도 방에서 나오질 않아. 오빠니까 좀 어떻게 좀 해봐. 이러다 사람 잡겠어......”
다시 대답하지 않고 서재로 올라온다. 승희의 굳게 닫힌 방문을 잠시 쳐다보며 아무의미 없는 눈빛을 던진다. 승기는 이유도 없이 왜 그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방문을 열어본다. 잠겨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신발장 어딘가에 있던 열쇠꾸러미를 들고 승희의 방문을 연다. 긴장에 왠지 손이 떨린다. 침을 삼키며 문을 열자 승희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는 다르게 자는듯하다.
짧은 면소재 숏팬츠와 나시를 입고 자는 승희의 한쪽 가슴이 반쯤 나와 어두운 방에도 그 흰 가슴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인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에 눈을 돌린다. 인문학 교재와 첼로를 전공하는 승희의 콩쿨 트로피들.. 악보들이 어지럽게 바닥에 굴러다니고, 한시도 손을 놓지 않던 첼로는 회색 딱딱한 옷을 입고 한쪽 구석에 외롭게 서있다. 승희의 침대에 걸터 앉아 승기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승희는 깨어 있었는지 가만히 눈을뜨고 맞은편 화장대를 응시한다.
“괜찮아... 내가 있자나..”
작은 목소리.. 하지만 승희가 언제나 그리워했고 좋아했던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약간의 떨림과 함께 들려온다. 승희는 코끝이 찡해지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울음이 주체 할 수 없을정도로 터져나온다. 승기는 눈물이 글썽해지며 승희를 일으켜 안아준다. 승희는 오빠를 끌어 안으며 계속 눈물만 흘린다. 서로 왜 울고 이러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서러웠는지 알지 못한다. 그냥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온다. 승기는 머릿속으로는 혼란스럽지만 너가 왜우는지 알고 있다는 냥, 등을 토닥이면서 왼손을 승희의 허리를 더 꼬옥 안아준다. 말랑한 허리와 배가 느껴진다. 승희의 얼굴이 내 왼쪽 목에 느껴진다. 기분좋은 샴푸향이 느껴진다. 울면서 거칠어진 숨소리가 왠지 모르게 간지럽다. 승기의 어깨와 목에 기대어 우는 동생의 입술이 얼핏얼핏 목에 느껴진다. 팔에 소름이 돋는다. 마치 애무를 받는듯하다. 조금은 기분이 그랬지만 그냥 둔다.
“괜찮아.. 괜찮아.. ”
승기는 오른손을 승희의 뺨에 갖다 댄다. 얼굴을 가까이에 마주본다. 아마 한 6~7년은 이렇게 승희를 가까이서 본적이 없는듯하다. 어깨를 흔들며 울던 승희의 얼굴이 들어온다...
“울면 못생겨져 이 가스나야... 이제 그만 울어! 부모님 돌아가셨어?”
아뿔싸... 웃자고 한 농담에 승희는 더 자지러져 울기 시작한다.
“고만 울라고.. 요년아~”
승기는 승희를 꼭 안아 무릎에 앉힌다. 품에 쏙 들어 오는 사이즈.. 오른손을 내 겨드랑이 사이에 두고 왼손과 작은 머리는 내 가슴에 두고 훌쩍인다.
왠지 멋진 말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외롭지..? 나도 그래.. 그래도 울지는 말자.. 어머니가 위에서 걱정하실꺼야..”
뭔가 모자른 느낌..
“오빠가 우리 승희.. 어머니보다 더 세상에서 제일 많이 아껴주고 이뻐해줄게.. 어머니 생각 안나게 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응?”
뭔가 자꾸 딴곳으로 새는 느낌..
하지만 다른 말을 잊지 않는다. 그냥 왼손에 힘을 주어 승희의 가녀린 허리를 좀더 꼬옥 안아준다.
오른손을 승희의 왼쪽 골반을 토닥인다. 그러자 곧, 승희의 훌쩍임이 약해진다 싶더니 금세 안정되는 눈치다.
승기는 승희의 오른쪽 옆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토닥이던 손을 올려 최대한 따뜻하게 안아준다. 승희의 손이 승기의 등을 쓰다듬는다.
왠지 짜릿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왠지 발기가 될듯해서 서둘러 승희를 일으켜 세운다.
“오랜만에 밥이나 먹으러 가자! 토달지 말고 어서 준비해!”
승희는 고개를 과장되게 끄덕인다.
승기는 서둘러 승희의 방을 빠져나와 드레스룸으로 들어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승기는 이 두근거림이 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갑자기 지난밤 자신과 함께 지낸 나이트 부킹녀가 떠오른다. 그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큰키.. 잘빠진 다리.. 다갈색 피부..여름에 어딜 다녀왔는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비키니 자국.. 매끄러운.. 왠지 윤이 나는 듯한 살결.. 그들은 룸에서 잠깐동안 서로를 탐색하고 그날의 욕정을 풀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둘러 여자의 옷과 가방을 찾아 근처의 작은 호텔로 들어가 서로를 미친듯이 탐색했다. 이름 조차 알지 못했고 한번도 본적 없는 사이지만 서로를 마치 사랑하는냥 갈구하고 탐했다. 섹시한 음모부터 가슴으로 올라가는 곡선, 한손에 꽉차는 무게감 있는 가슴을 출렁이며 앞뒤로 허리만 움직이며 반쯤 감은 눈과 반쯤 벌어진 입에선 끊임없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질퍽할 정도로 흐른 그녀의 체액이 흘러넘쳐 승기의 배까지 축축함이 전해진다.
‘섹스하고싶네.. 젠장...’
승기는 이 성욕이 동생으로부터 왔다는걸 애써 부인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여자를 떠올리고 있다는걸 이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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