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타운의 무법자..
산선리아의 건설이 시작된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러시아의 다른 대지는 새봄을 기다리며 파릇파릇한 새싹을 기다리고 있지만 동토의 왕국 시베리아 대륙의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이건영회장의 한민족의 새로운 희망의 땅 시베리아의 산선리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왕성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었다.
아직 국가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이회장의 뜻을 받든 유사장이 건설단을 이끌며 하나 하나 새로운 도시와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모스크바를 떠나 옴스크로 들어와 동북쪽으로 40Km를 넘어 서면 산선리아로 진입하는 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왕복 20차선에 에쿠스라고 이름 붙여진 광활한 도로는 이름 처럼 개선장군이 들어가는 길처럼 쭉 뻗은 길이 끝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산선리아는 건설 초기 단계로서 사회기반시설공사가 한참이다.
도로와 철도 그리고 공항의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산선리아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산선시티는 산선리아 중심에 10,000평방미터의 광장을 중심으로 장방형으로 건물들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곳은 산선리아의 행정 중심 건물들이 들어선다.
총독관저와 행정청 및 산선리아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이곳에 위치 할 예정이며 각국 은행들과 호텔 그리고 각국의 대표사무실이 입주 할 예정이다.
산선리아는 각국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이주민과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각국에 산선리아에 대한 투자 홍보가 나가자 마자 세계 대형 은행들과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입주를 희망한다.
그것은 산선리아에는 세금이 없고 은행들도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 반면 산선타운은 산선시티를 중심으로 시베리아 전역으로 타운이 건설되는 중이다.
타운에는 하급 건설 노동자들의 숙소를 시작으로 술집과 상점 그리고 노동자들이 여자를 안을 수있는 클럽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넘쳐 나는 지역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이 산선리아에서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현재 산선시티는 약 30%로의 건설이 완료 됐으며 타운은 점차 그 숫자를 늘려가며 돈과 술 여자가 넘쳐난다.
블라티보스토크에서부터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중간 중간에 환승 역을 설치하여 산선리아로 들어 올수 있게 만들어 놔 악천 후에도 산선리아는 인구의 유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서태충타운은 이름을 부르기 힘들지만 산선의 건설단 직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건설도중 사고로 사망한 서태충의 이름으로 불리는 타운은 지금 뻗어가기 시작하는 다른 타운들에 비해 규모와 인구면에서 월등하다.
3월 중순 한낮엔 햇살이 포근할 정도로 느껴지는 서태충 타운은 그래도 밤이 되면 영하 20도를 넘나든다.
한 밤에 외출 할때는 슈바라고 하는 방한복을 걸치고 모자를 쓰지 않으면 동상에 걸리기 싶상이다.
서태충 타운의 중심에는 나타샤 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가 세운 클럽으로 연면적 1,200평인 나타샤 클럽은 일층에서는 술을 팔고 이층부터 삼층까지는 여자가 있는 곳인데 러시아 등지에서 일을 하던 백계의 여자들이 산선리아로 들어와 있어 수준이 뛰어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현재 서태충 타운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곳이 나타샤 클럽이다.
산선리아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밤이 일찍 찾아온다.
지치고 피곤한 몸을 술한잔과 여자의 웃음으로 잊으려는 노동자들이 밤새 나타샤 클럽에 넘쳐 난다.
옴스크에서 출발해 마지막으로 서태충 타운에 도착하는 화물차가 허연 연기를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화물차 짐칸에서 내린 장신의 남자가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타운의 중심으로 들어선다.
머리까지 슈바 방한모를 뒤집어 쓰고 얼굴은 시커먼 수염으로 뒤덥힌 사내는 동양계인지 서양계인지 모를만큼 외모가 구분이 안간다.
그는 타운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다 가장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이는 나타샤 클럽으로 몸을 옮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400평이 넘는 일층에 수많은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마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독한 보드카를 물처럼 들이키고 있다.
사내는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슈바방한모를 벗는다.
수염만큼이나 긴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있어 큰 키에 어울리게 강한 인상을 주는 사내다.
사내는 클럽 주변을 둘러 보다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보드카를 한병 주문하고 잔에 따라 천천히 마시고 있는데 뒤쪽에서 굵은 사내의 음성이 들린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쇼?”
어눌한 발음이지만 한국말이 들려 오자 사내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굵은 음성의 사내를 바라본다.
딱벌어진 어깨에 각진 턱을 가진 사내는 움푹 들어간 눈빛이 번뜩이며 두툼한 입술에 보드카를 털어 놓고 있다.
몸을 돌렸던 사내는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내에게 한마디 건넨다.
“옴스크..”
“아…그럼 모스크바에서 출발 했겠구만..”
“그렇소..”
사내가 말을 마치고 몸을 다시 돌리자 뒤쪽에 앉아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큰키에 벌어진 어깨가 힘좀쓰게 생겼다.
사내는 자신의 자리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혼자 보드카를 병째로 시켜 마시는 사내의 앞자리에 허락도 없이 털썩 주저 앉는다.
“한국인이시오”
여기서는 남한 출신 사람에게만 한국인이냐 묻는다.
러시아에서 이주 한 사람들은 서로를 고려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 이주 한 한인은 조선족…
“그렇소..”
묵묵히 술을 마시며 간단하게 대답한 사내에게 다가와 앉은 사내는 손을 내민다.
“나 송창영이라 하오..”
“난..정이라 합니다..”
“아…이름을 밝히지 않으시는걸 보니 비밀이 있으시구만..클클..좋소…이곳이 처음이죠?”
“아니…예전에 이 시베리아에 온적이 있소..이런 타운이 건설되기 전에..”
“그래요? 음 흥미롭군요..”
어깨에서 가방을 내려 놓지 않은 정이 한손으로 술잔을 넘겨주며 창영에게 보드카를 가득 부어준다.
“그 가방에 돈좀 있나보네요 후후”
순간 정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무심했던 얼굴이 굳어지며 창영을 쏘아보자 담력이 쎈 창영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휴우 눈빛하고는…걱정하지 말아요..내가 무슨 강도도 아니고…단지 이곳에서 보드카를 병째 마시는 사람들은 두종류 밖에 없어 하는 말이요.. 하나는 돈이 많은 사람 또 하나는 내일 죽을려고 작정하는 사람 후후..”
정은 이내 무심한 눈빛으로 돌아가 창영이 건낸 술잔을 건내 받는다.
창영을 비롯해 클럽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내들은 모두 건장하고 인상들이 험악하다.
추운 시베리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강인한 것은 말할것도 없고 독한 보드카를 여러잔 마시고 나니 얼굴들이 찌푸려지는건 당연하다.
“어디 묶을곳은 정해 놨소?”
정은 창영이 친절하게 대하는것에 경계를 한다.
모스크바에서도 옴스크에서도 들어 본 타운의 실상은 무법자들의 천지라고 들었기 때문일것이다.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정은 술잔을 기울인다.
창영도 경계의 빛이 서린 정을 보며 말없이 보드카를 서너잔 더 얻어 먹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정은 묵묵히 보드카를 마지막까지 따라 마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근처에서 묵을 숙소를 찾으려고 일어난 정의 뒷모습을 보며 두쌍의 눈동자가 뒤를 따른다.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이중으로 된 클럽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한밤의 매서운 시베리아 바람이 정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바닥에 쌓여있는 눈이 바람에 날리지만 하늘엔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떠있다.
정은 슈바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타샤 클럽을 뒤로 하고 타운의 거리로 걸어간다.
정이 클럽 모퉁이를 돌아 불빛이 모두 꺼진 상점을 끼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봐..이봐…”
러시아말이 들리며 정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급히 달려온 두 사내는 족히 100kg은 나갈것 같은 거두 들이었다.
정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두 사내를 돌아보는데 갑자기 달려 오던 사내 중 하나가 방한복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드는데 그의 손에는 콜트 권총이 들려있다.
정은 갑작스런 상황에서 몸을 피할 수도 없어 그 자리에 멈춰선다.
“헤이..그 가방…어깨에 맨거…이리줘..”
정은 몸을 움추리며 말없이 그들을 응시하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족히 10미터는 넘는 도로 옆에서 권총을 들이 댄 사내들을 피할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권총을 겨누고 있는 사내 옆에 서 있던 놈이 누런 이를 들어내며 음흉한 웃음을 날리며 정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온다.
정은 일단 가방은 뺏기더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찰라간에 생각해봤지만 이놈들이 가방을 뺏고 얌전히 돌아갈 것 같진 않다.
정은 가방을 일단 어깨에서 내려 한 손에 든다.
다가 오던 사내가 정이 가방을 내리는 것을 보며 낚아 채려는 듯 가까이 다가오자 정은 권총을 겨눈 놈의 시야에서 몸을 가리며 다가온 사내 정면으로 몸을 움직여 한쪽 발끝으로 그놈의 사타구니를 걷어 찬다.
[퍽~~]
“으윽…”
갑작스런 공격에 사타구니를 얻어 맞은 사내가 자신의 중요 부위를 움켜지고 허리를 숙이는데 뒤 쪽에서 권총을 겨누고 있던 놈이 눈을 크게 뜨며 엎드린 사내의 위로 정에게 총을 발사하려 방아쇠를 당긴다.
[탕~~]
순식간에 총소리가 들리며 정은 몸을 사타구니를 쥐고 엎드린 사내의 앞으로 낮춘다.
하지만 총알을 더 이상 피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차 총알이 날아올것 같은 상황에서 권총을 들었던 놈의 몸이 앞으로 무너져 내린다.
정은 그 순간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 그래로 한쪽 발을 땅에 집고 두 발로 사타구니를 잡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거구의 사내 턱을 강타한다.
[퍽퍽~~]
[벌러덩~~쿵~~]
정은 사내를 쓰러트리고 상황을 확인한다.
권총을 쏘려던 사내는 얼굴을 차가운 바닥에 붙이고 쓰러져 있다.
“흥..새끼들…니들 눈빛이 번쩍일때부터 알아봤지..”
나타샤 클럽 모퉁이를 돌아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며 입을 연다.
그는 송창영이었다.
손에 루가 권총을 들고 아직 식지 않은 총부리를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있는 놈의 곁으로 가서 이마를 한방 더 쏜다.
[탕~~]
그리고 정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정에게 맞아 뒤로 벌러덩 넘어간 놈에게 다가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 사내의 이마 정중앙을 노리고 다시 한발을 발사한다.
[탕~~]
창영은 정에게 보드카를 얻어 마시며 자신을 경계 하는 태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다 지금 쓰러져 있는 두놈이 술을 마시며 정의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걸 보고 짐작했지만 정이 나가자 마자 두 놈이 따라나가자 창영도 그 두놈의 뒤를 따라 온것이다.
정이 사내의 사타구니를 걷어 차고 몸을 숙이자 창영이 권총을 발사 했고 정의 목숨을 구해준것이다.
정은 상황 파악이 끝나자 창영에게 다가 간다.
“고맙소..”
“이런 놈들이 이 타운에 수백명도 넘어요…조심해야 합니다..특히 처음 타운에 들어온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강인한 창영의 눈빛에 믿음이 가는 정은 창영에게 두놈의 처리를 묻자 그냥 거리에 냅둬도 된다고 한다.
밤새 이런일이 한두건이 아니라 타운의 경비대에서도 그저 단순 살인으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말을 듣고 정이 혀를 찬다.
“자..몸을 녹일수 있는 곳으로 갑시다..”
“음..혹시 한동안 머물곳을 구해줄수 있소?”
“돈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년 내내 두더지 처럼 살아 갈 수 있는 곳이요..갑시다..”
앞선 창영의 뒤를 따라 정이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간다.
그렇게 서태충 타운의 밤이 깊어 가고 길 바닥에 쓰러진 두 놈의 몸위로 바람이 몰고온 눈이 쌓이며 그 둘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 간다.
“민아야…걱정말고 잘자…”
상민은 전화를 끊는다.
몇 달 전 민준의 동생 민아에게 걸려 온 전화는 상민에게 놀라운 충격을 주었다.
민준이 시베리아에서 실종되었고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들으신 후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여러 날이 흘러 민준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 다시 돌아온다는 말만 남기도 다시 사라져 버린 민준의 소식..
민아는 오빠가 상민에게 도움을 청하란 말을 듣고 울면서 전화를 했었다.
그 길로 상민은 민아를 보러 왔고 민아 손에 쥐어 진 민준의 보험금 5억짜리 수표로 상민은 민아에게 오피스텔을 하나 구입해 주고 근처 건물에서 작은 커피숍을 하게 도와 주었다.
그렇게 민아의 뒤를 바주고 있을 때 상민과 민아에게 찾아온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박미란이었다.
미란은 산선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해외 무역 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연락이 없는 민준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산선 내부에 정민준이 살인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됐고 그이후로 그는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밤새 울었었다.
전 비서실 상사 였던 고 과장에게 물어봐도 자신이 알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실망한 미란이 찾아 간 것은 비서실장 영호였다.
영호는 이 모든 사실을 알 위치에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해주지 않아 가슴이 터질듯했던 미란은 산선에 사표를 던지고 집에서 슬픔을 달래다가 수소문 끝에 민아를 찾아와 함께 있던 상민을 만나게 된다.
셋은 그날 밤 자신들이 사랑하는 오빠와 친구 그리고 사내를 그리며 밤을 새워 술을 마셧고 심금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상민의 권유로 경험이 전혀 없는 민아와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게 되었다.
서울은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따뜻한 봄바람이 솔솔 불러온다.
민아와 미란은 커피숍 문을 열고 청소를 마치고 둘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민아는 미란에게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고 민아도 민준의 동생 민아가 친 자매같아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자주한다.
“언니..오빠랑 산선에서 근무 했었으니까..오빠가 현재 어디 있는지 알수 있지 않아?”
“오빠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나도 미친년처럼 산선 비서실에 ?아가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는데 비서실장은 모든 상황을 아는 눈치였는데 말을 안해주고…”
“아..어떻해…벌써 일년이 다 되가는데..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고…”
그때 가게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아..상민오빠…응 커피 마시는 중야…오늘 저녁에? 그래..미란 언니한테 얘기 해놓을께..”
전화를 끊고 돌아서자 미란이 민아를 올려다 본다.
“상민오빠가 저녁 먹자는데? 근사한데서 산다고..”
“그래? 무신일 있데?”
“아니 그냥…”
기억이란건 그렇게 언제나 희미해져 가는 잔영이겠지..민아와 미란은 일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민준의 실종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점차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온 상민은 담배를 꺼내 문다.
은영이 어느날 프랑스 유학을 떠나버리고 민아와 함께 민준의 실종을 괴로워 하며 지내던 시간에 미란을 만난 상민은 아름다운 미란의 외모와 여성스럽고 지혜로은 성격에 점차 그녀에게 빠져 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늘로 흩어져 날아가는 담배 연기속에 민준의 얼굴이 점차 흐려진다.
“정형…난 우즈베키스탄 출신입니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험을 봐서 경찰이 되었죠..그리고 이듬해 어릴 때 한동네서 살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다음해에 아내를 똑 닮은 딸을 낳았습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었죠…그런데…”
정과 영창은 서태충 타운의 가장 끝에 위치한 여관에 둘이 방을 잡고 주인에게 돈을 주고 보드카를 사서 방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자신의 신상에 대해 얘기 하던 영창은 아내와 딸의 얘기가 나오자 보드카를 들이키고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정이 보기에 눈가에 이슬이 살짝 맺힌다.
“그런데…우리 동네 옆에 살던 내 경찰 상사가 있었죠….아버지는 경찰 서장 형은 파출소장을 지내던 경찰 집안 놈이었는데 그놈이 내 아내에게 눈독을 들였던 모양입니다..어느날 내게 모스크바로 출장을 명령해서 한달 동안 다녀 오는 새 그 짐승 같은 놈이 아내를 덮쳤는데 아내는 반항하다 그놈에게 목이 꺽여 죽은 것을 확인 한 놈은 몸을 피했고 지 엄마 옆에서 시신을 붙잡고 울던 어린딸은….”
영창은 목이 메는지 더 이상 얘기를 하지 못한다.
정이 건낸 보드카를 병째 들고 마시다 바닥에 내려 놓은 영창은 이를 악물고 얘기를 이어 간다.
“한달 동안 이미 부패한 아내의 시신 옆에 울다 지쳐 숨을 거둔 딸의 모습을 보자 전 눈이 뒤집혔죠..결국 그놈의 짓이란걸 확인하고 그길로 자신의 아버지 집에 숨어있는 놈을 찾아 냈죠..그리고 그놈과 말리는 아버지와 형을 모두 총으로 쏴죽이고 그길로 도망자 신세로 떠돌다 이곳으로 흘러온지 6개월입니다..”
선이 굵고 다부진 영창의 얘기를 묵묵히 들으면서 정은 간혹 고개만 끄덕인다.
영창이 얘기를 마치고 보드카를 다시 들이키자 정도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난 정민준이라고 합니다.”
아아 그렇다 지금도 산선에서 실종자로 처리되어 일년전 붉은 광장 시계탑에서 광국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던 민준이 지금 영창의 앞에 앉아 있다.
“난 산선리아 건설단 특수 지원과 과장이었소..”
민준의 말에 눈이 동그렇게 커진 영창이 그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
광국의 주검을 뒤로 하고 붉은 광장을 떠났던 민준은 자신에게 총을 쏴 결국 광국을 죽인 킬러가 처음에는 산선측에서 고용한 놈들이라고 오해를 했었다.
하지만 산선측에서 자신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 민준은 일단 몸을 숨기리로 마음 먹고 광국과 함께 머물던 은신처로 갔는데 집안이 온통 어수선한게 누군가 집안을 뒤진 흔적을 발견하고 그곳에 머물수 없다고 생각하고 은신처를 나오는데 민준은 갈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루진스키에게 몸을 의탁할수 있지만 산선과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그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고 결국 찾아 간 곳이 장경희가 있는 곳이었다.
경희는 민준의 소식을 이미 들어 알고 있던 터라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민준을 찾아와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이 처음에는 고마웠지만 광국에게 전해 들은 장경희의 성격상 이건 무언가 자신을 엮어 갈려는 느낌이 들어 경계를 하던 차에 하루는 무기력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거실에 누워있는데 장경희가 들어와 자신을 내려다 보며 측은한 눈빛으로 말을 했었다.
“정과장…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내지 말고 우리 방법을 찾아 볼까요?”
민준이 퀭한 눈으로 장경희를 올라다 보자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우리 공화국에는 인재를 존중하죠..어때요..우리쪽으로 전향 하는 것이…”
옅은 미소를 띠며 얘기를 하는 장경희의 말을 듣는 순간 민준은 등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민준이 자신의 말에 흥미가 있다고 판단한 장경희는 서서히 민준의 옆에 앉아 누워있는 그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당신..단단한 근육이 나를 달아 오르게 해요..”
민준은 장경희의 손길이 가슴에 닿아 상의를 헤치고 알몸에 닿자 흥분보단 섬뜻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침을 떼고 그녀가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볼양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민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덮어 왔다.
그녀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고 자신의 혀가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경희의 숨결이 뜨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민준은 자세를 돌려 경희는 바닥에 눕히고 자신은 그녀의 젖가슴쪽으로 얼굴을 내려 갔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퍽~~]
장경희는 관자놀이에 강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상의는 풀어 헤쳐져 젖가슴이 들어 나있고 치마는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간 상태로 민준의 주먹에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그의 모습을 찾지만 이미 떠나 버린 민준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경희는 그런 민준을 떠올리며 이를 뿌드득 간다.
자신을 때려 눕힌것도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하지 않고 도망친것도 다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으로 유혹하는걸 뿌리치고 건들지도 않고 도망간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경희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유혹을 받으며 민준은 북한조직에 대한 생리를 잘 아는 터라 언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자신을 헌신짝 처럼 버릴까 하는 생각에 장경희를 때려 눕히고 그길로 몸을 피해 주코프 운송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자신이 10년 이상을 속 앓이를 하며 이를 갈았던 마피아를 단숨에 처리하고 산선과 단독계약을 하게 해준 정민준에게 주코프는 깊은 신의를 갖고 있다.
광국의 죽음과 그의 실종 소식을 들으며 걱정을 하던 주코프 앞에 정민준이 나타나자 그는 반갑게 맞아 주며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정민준이 산선리아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말에 기꺼이 많은 돈을 전해주고 산선리아 까지 갈 수 있게 모든 편의를 제공해준 것이다.
송영창은 민준의 말을 들으며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며 민준의 심정을 이해해 간다.
민준의 말이 다 끝나자 영창은 민준에게 나이를 묻는다.
“29이 됐지요..”
“제가 25이니까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영창의 눈빛을 보며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내라는것보다 동질의 슬픔을 안고 희망을 찾아 산선리아에 왔다는 그에게서 자신을 보는 듯한 마음에 흔쾌히 승낙을 한다.
“근데 형님..이곳에서 터를 잡으실겁니까?”
“그래..난 다시 시작할 테다..꼭 다시..”
“그럼 형님 이곳을 거점으로 시작할려면 아까 들리셨던 나타샤 클럽같은곳을 운영하는게 제일 빠른데….저….형님 혹시 갖고 계신 돈이 얼마나…”
민준은 영창을 믿기로 한거 자신의 옆에 놓인 가방을 그에게 던져 준다.
영창은 가방을 열자 가방 가득히 달러가 가득 차 있다.
눈이 커진 영창이 놀래서 민준에게 묻는다.
“이게 다 얼마죠?”
“150만불쯤 될꺼다..”
“그래요? 하하하 형님 이돈이면 나타샤 클럽 같은건 5개도 만들 수 있어요..”
“그래? 난 하나 정도는 가능할줄 알았는데..그렇게나 많이?”
“형님 이곳에서 건설자재는 돈이 필요 없어요..물론 땅도 매매 할 필요가 없고요..산선의 모든 땅은 건설단에서 허락 해주면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고요..건설 자재와 장비도 모두 무상으로 임대 해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필요한 돈이 뭐냐?”
“네 형님 우리에겐 여자를 데리고 올 때 필요한 선불하고요..실내 인테리어를 하기 위한 돈과 여자들이 남자를 받기 위해 꾸며야 하는 공간에 필요한 돈입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보드카를 사고 우리 일을 봐줄 놈들을 고용하기 위한 돈이 필요합니다...”
“음 그렇다면 내일부터 우리와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게 급선무겠구나..”
“형님 이곳은 도망자 무법자의 천국입니다. 형님이 가진 돈의 일부면 그런 놈들 백명도 더 모을수 있어요…오늘은 주무시고 내일부터 저와 함께 사람도 구하고 건설단에 영업 허가도 받으러 다니시죠..”
창영은 이곳에 도착한지 6개월동안 나타샤 클럽을 비롯해 돈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맥을 정확하게 집고 있다.
민준에게 오늘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기면 타운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미리 조사 한 내용이다.
시베리아의 북풍이 아직도 매섭게 불어오는 밤에 나란히 누운 민준과 창영의 머리속에는 같은 꿈을 꾸며 내일 태양이 밝아 오길 기다린다.
“어서와…미란씨도 잘 지내셨죠?”
서울 압구정동의 일식집에서 상민이 민아와 미란을 맞아 인사를 한다.
화려한 실내 장식이 언뜻 봐도 꽤 비싼 식당 같다.
“오빠..여기 비싸겠네..”
“아냐….그렇지도 않아….오빠가 한턱 쏠 테니까 많이 먹어..”
잠시 후 상민이 미리 주문 한 음식을 쟁반에 담아 종업원들이 셋의 테이블에 놓고 간다.
상민이 종업원들이 테이블에 두고간 매실주를 들어 보이자 민아와 미란은 서로 잔을 가져다 댄다.서너잔의 술이 돌자 민아도 미란도 얼굴이 발그스름해 지는게 보기 좋았다.
상민은 술잔 너머로 민아와 흥겹게 얘기를 나누는 미란의 아름다운 얼굴을 훔쳐본다.
커다란 테이블에 날아온 푸짐한 회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술도 몇잔 하고 나서 서로 만족한 웃음으로 바라본다.
술을 마신 탓인지 피곤해 하는 민아를 먼저 오피스텔에 데려다 주고 상민은 미란의 아파트로 간다.
차에서 내려 미란은 상민과 잠시 놀이터 그네에 앉는다
아직 봄이 이른 탓인지 아파트 놀이터는 밤기운이 싸늘하다.
“상민씨…”
“네..”
“저…다음주에 산선리아에 다녀올려고요..”
“산선리아요?”
“네..”
“미란씨에게 너무 먼 거리가 아닐까요?”
“그렇겠죠…하지만 이젠 찾아볼곳도 수소문 해볼곳도 다 해봤어요..남은 곳은 이제 산선리아 밖엔 없어요..그곳에 가면 이대걸 건설단 부단장이 계시는데..민준씨가 평소 그 분 얘기를 자주 하셧어요…마지막으로 그분을 뵙고 올꺼예요..아마도 그분이 모르신다면 아무도 민준씨의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겠죠…”
미란의 말을 듣던 상민은 잠시 말이 없다.
“저 미란씨…괜찬으시다면 저도 동행할 수 있을까요?”
“어머..상민씨도 가신다고요?”
“그래요..그놈 소식을 알 수 있는데라면 꼭 가보고 싶네요…”
미란은 상민의 말에 가만히 손을 내밀어 밤바람에 차가워진 그의 손을 잡는다.
상민은 미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미란이 내민 손을 잡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다.
미란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친구가 동행 해준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상민의 가슴속에는 민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보단 미란과 함께 산선리아로 가게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뛴다.
“형님..오늘 오전에는 행정청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영창이 여관 주인이게 주문한 밥과 돼지고기 튀김을 입에 넣고 씹으며 말을 한다.
민준은 국을 그릇째 들고 국을 마시며 영창의 말을 듣는다.
“타운에서 우리가 운영 할 클럽을 지을 곳에 대한 장소를 물색하고 오겠습니다..”
“허가 받는데 문제 없겠냐?”
“건설단에 제 동향 선배가 계십니다. 그분이 제 입장도 잘 아시고 평소 도움도 많이 주셨던 분이시라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난 타운을 좀 돌아보고 오겠다..”
영창은 간만에 활기찬 아침을 맞이 한다.
2년이 넘게 도망자 신세로 지내면서 꿈도 희망도 없었는데 이제 민준을 만나 새로운 꿈에 가슴이 벅차기만 하다.
둘은 점심 무렵 다시 여관에서 만나기도 약속하고 영창의 아이디어에 따라 돈 가방을 여관 천장 모서리를 찢어 가방을 숨겨 놓고 민준과 영창은 방을 나선다.
날이 밝은 타운은 그 위용이 들어 난다.
타운에는 제일 높은 건물이 고작 3층이다.
땅이 넓은 이곳에서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창영과 헤어진 민준은 타운 곳곳을 둘러 본다.
어제 창영과 처음 만났던 나타샤 클럽이 있는곳이 서태충 타운의 중심이었다.
나타샤 클럽은 러시아 마피아가 세운 곳이고 클럽 주변에는 식료품점과 생필품 상점 그리고 뒤편으로 노동자들의 숙소가 만들어져 있다.
나타샤 클럽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창광이라는 북한의 클럽이 자리한다.
나타샤 클럽에 비해 작은 곳이지만 창광 클럽에는 20대 초반의 미모의 북한 여자들이 술과 잠자리 시중을 들어주기 때문에 짭잘한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창광 클럽 뒤로 북한 이주민 들의 숙소가 자리 하고 그 가운데 북조선인민공화국 대표소라는 사무실이 자리한다.
창광 클럽에서 세블럭 떨어진 곳에 구룡클럽이 있다.
이곳은 삼합회에서 운영하는 클럽이라고 한다.
역시나 구조는 나타샤나 창광 클럽고 비슷하다.
이곳 서태충 타운을 중심으로 러시아, 북한, 중국의 세력 다툼이 시작된다.
민준이 타운의 곳곳을 돌아보고 있는 그 시간…
건설단 경비대 타운 사무실에서 경비대장 이준형이 건설단 부단장 이대걸을 맞이 하고 있다.
“이봐 이대장..”
“네 부단장님..”
“오늘 아침에도 러시아 놈들 둘의 시체가 발견됐다면서..”
“네 부단장님..제가 보기에 무랑자 놈들끼리 술먹고 싸우다 죽은거 같습니다..”
“음…타운이 활발 해질수록 러시아 중국 북한 놈들의 세력 다툼이 심해 질꺼야….그놈들 다툼에 희생자가 생길 수 있으니까 경비대에서 밤에도 주변 순찰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야….”
‘네 부단장님 경비대 인원을 좀더 보충해야 겠습니다..”
“그래 본사에서도 그 문제 때문에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야…곧 보충될 테니까…그전에라도 이대장이 신경 많이 쓰고..난 이만 가보겠네..”
대걸은 경비대 사무실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고 산선시티 건설단 본부로 이동한다.
타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몰려 오며 마피아를 비롯해 삼합회 등이 클럽을 세운 뒤 술과 여자 그리고 돈 때문에 한달에 서너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 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인은 그렇게 심각한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산선시티와 타운이 점점 커지면 치안에도 더 신경 써야 국가의 기반이 잡힐 꺼라는 이건영회장의 지시가 유사장을 통해 전달됐었다.
타운 곳곳을 돌아 다니던 민준이 여관으로 돌아 온건 점심 무렵이 었다.
건설단에 다녀온 창영이 밝은 얼굴로 먼저 와서 기다린다.
“형님…선배가 허가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잘됐구나..그럼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모래 건설단에 정식 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럼 실사를 거처 허가를 승인 해주면 일주일 후부터 공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음…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일단 형님 나타샤,창광,구룡 클럽하고 좀 떨어진 곳이 좋을 듯 합니다. 지금 세곳은 몇블럭 떨어져서 서로 경쟁 하고 있는데 우린 고려인과 조선족 한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준비를 하면 될테될 테니..”
“그래…위치는 다시 한번 검토해보기로 하자..”
“네..형님…그럼 오후에는 좀 쉬시죠..오후에 여관으로 같이 일할 친구가 찾아 올겁니다. 형님이 보시고 결정 하시고요…저녁때는 그 친구 하고 같이 타운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을 찾아 보시죠..”
“그래..”
창영이 미리 주문한 점심이 날라 오자 민준과 창영은 점심을 먹고 클럽을 운영할 계획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여관 문을 노크한다.
창영이 문을 열자 얼굴이 갸름하고 눈썹이 짙은 20대 초반의 사내가 문밖에 서있다.
창영이 그 사내를 데리고 들어 오자 바닥에 앉아 있던 민준에게 시선을 돌린다.
“형님…김순철이란 친구입니다. 저와 같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고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실수로 사람을 해 친 뒤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친구입니다. 순철아 인사 드려라..형님이시다..”
“김순철이라고 합니다.”
방바닥에 마주 앉아 민준이게 인사를 넙죽한 순처을 자세히 바라보자 눈빛이 총기가 서려 있고 자세가 반듯 한게 사리가 밝아 보인다.
“나 정민준이다..”
“네 말씀들었습니다..형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좋다..영창이 소개니까 믿고 함께 일을 해보도록 하자..”
셋은 마주 앉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일단 민준이 전면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창영이 클럽 사장으로 앞에 나서고 순철이 클럽에 대한 자금 흐름을 관리 하기로 한다.
순철도 창영처럼 아픔과 좌절을 겪으며 흘러 들어온 산선리아에서 새로운 희망을 계획 한 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산선리아 건설단 유승룡 단장실에는 유사장과 이대걸이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부단장..갈수록 타운에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 같은데..”
“단장님..시티와 타운이 완성 될수록 그런일은 더 많이 생길것입니다.”
“지금 시티와 타운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 몇 명이지?”
“시티에는 15만명 5개의 타운에는 30만명 정도가 됩니다.”
“음..한국으로 따지면 중소 시 정도 되는건데…앞으로는 인구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날텐데…총독 관저와 행정청이 완성되기 전에 치안에 대한것도 준비를 해야 겠구만…”
“지금 인원으로는 모자랍니다..그리고 지금 인구 비율로 보면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서 러시아 중국 북한 그리고 앞으로 몰려 올 미국과 일본 세력을 견재 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음…그놈이라면 충분히 그 역할을 햇을수도 있었을텐데…안타깝다…”
“형님 그놈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내 그놈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밀어서…아니 회사에서는 더 이상 손 못쓴답니까?”
대걸은 감정이 격해지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유단장에게 형님이라 부른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나봐…”
“형님하고 나는 물론 산선도 그놈에게 목숨을 빛진겁니다..근데….”
대걸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대변한다.
답답하기는 유단장도 마찬가지다.
대걸이 다혈질이라면 유단장은 속을 들어 내놓지 않는 사람이지만 민준에게 목숨을 빚진걸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럼 언니..며칠이나 걸리는데…”
“2주정도..”
“그때까지 나혼자 커피숍 봐야 하겠네..”
“민아도 이젠 혼자 잘 할수 있잔아..”
“언니가 도와줘서 그렇지..”
“2주면 금방이야…”
“그래 언니 잘 다녀와…”
미란은 민아에게 2주정도 해외 다녀온다는 말을 했다.
상민이 민아에겐 민준의 일로 산선리아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혹시라도 결과가 없으면 실망할까봐서..
미란은 그저 해외에 있는 친척 결혼식에 참석차 다녀온다고 말한다.
미란과 말을 마친 민아가 카운터로 몸을 돌리자 미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1년동안 그토록 그리워 했던 사내의 소식을 알아보러 가는 길이지만 결과는 알기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던 민준과 창영 그리고 순철은 여관을 빠져 나와 타운의 나타샤 클럽으로 들어간다.
서태충 타운의 중심이 나타샤 클럽이기 때문에 정보나 사람을 구하기가 제일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중 문을 열고 들어 가는데 나타샤 클럽이 떠들썩하다.
민준은 무심히 지나쳐 자리에 앉는데 순철과 창영이 무슨일인지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에 가본다.
잠시 후 민준에게 돌아온 창영과 순철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무슨일이냐?”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오늘 형님에게 소개해주려고 했던 놈이 저기서 미친짓을 하고 있습니다”
순철의 말에 의하면 지금 고려인 하명과 러시아인 하나가 내기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룰렛이라고 회전식 탄창에 총알 하나를 넣고 휙 돌려 탄창을 닫은 후 머리에 대고 각자 총을 발사해 살아 남는쪽이 판돈을 가져 가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이다.
순철의 말에 민준은 말없이 일어나 사람들을 헤집고 둘의 가까이 가본다.
마침 뒤통수가 보이는 고려인이 테이블에 놓인 보드카를 병째 들고 마시더니 총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는 중이다.
[철컥~~]
“와아아아아~~~~”
노리쇠가 빈 탄창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제 러시아인의 차례가 됐다.
몸집이 커다란 그도 보드카를 병째 들어 마시더니 총을 들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철컥~~]
“와아아아아~~”
또 다시 환호성이 일며 둘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이 더 많이 배팅을 한다.
“형님..저놈이 박해동이란 놈인데..형님에게 소개 해주려 했더니 초저녁부터 미친짓을 하고 있네요…”
“창영아…난 저놈이 저짓을 하고 살아 난다고 해도 내 밑에 두기 싫다..자기 목숨을 저리 가볍게 여기는 놈이라면…”
“형님 원래 그런놈이 아닌데…희망도 목표도 없다 보니…”
테이블에 앉았던 해동이 다시 보드카를 들어 마신 후 권총을 들어 서서히 자기 관자놀이에 댄다.
그때 였다.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민준이 앞으로 나선다.
“잠깐…”
그러자 해동이 멈칫 하더니 느린 몸짓으로 몸을 돌린다.
머리는 옅은 갈색에 얼굴은 창백해 시체 같고 눈이 커다란 해동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게 한게 누군지 확인하려 하다 창영의 얼굴을 보더니 씨익 웃고는 다시 몸을 돌려 총을 들어 올린다.
“이자에게 걸린 판돈이 얼만가..”
민준이 큰 소리로 말하자 실내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자에게 걸린 판돈을 내가 대신 내주지…그리고 이봐..”
해동이 다시 흐릿한 눈동자로 민준을 바라본다.
“네 몸값은 내가 지불한다. 이제부터 네 목숨은 내꺼다..”
그러자 눈을 꿈뻑꿈뻑 하던 해동이 말한다..
“내가 운이 그렇게 없는 놈이 아니요..”
그러자 민준이 해동에게 성큼 다가가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뺏어 든다.
그리고 원목 테이블의 모서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이 원목테이블 깊숙히 박히자 주변에선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까지 눈을 껌벅이던 해동에게 민준이 말을 한다.
“네 목숨은 내게 빚병?.창영아 돈 전해주고 저놈 데리고와라..”
창영은 주머니에서 테이블에 걸린 해동의 판돈만큼 던져 놓고 해동의 어깨를 잡고 먼저 나간 민준의 뒤를 따라간다.
해동은 초점없는 눈에 갑자기 생기가 생기더니 순철과 함께 민준의 뒤를 따라간다.
나타샤 크럽밖에는 차가운 밤바람이 네명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PS. 2부의 프롤로그가 시작됐습니다. 산선리아에 다시 희망을 안고 돌아온 정민준의 옆에 송창영과 박해동 그리고 김순철이란 심복이 생겼네요..다음편에서는 타운에서부터 서시히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는 민준의 모습을 보실수 잇을겁니다..이번 편에서는 정사 장면이 없어 서운하신 분들 위해서 다음편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산선리아의 건설이 시작된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러시아의 다른 대지는 새봄을 기다리며 파릇파릇한 새싹을 기다리고 있지만 동토의 왕국 시베리아 대륙의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이건영회장의 한민족의 새로운 희망의 땅 시베리아의 산선리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왕성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었다.
아직 국가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이회장의 뜻을 받든 유사장이 건설단을 이끌며 하나 하나 새로운 도시와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모스크바를 떠나 옴스크로 들어와 동북쪽으로 40Km를 넘어 서면 산선리아로 진입하는 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왕복 20차선에 에쿠스라고 이름 붙여진 광활한 도로는 이름 처럼 개선장군이 들어가는 길처럼 쭉 뻗은 길이 끝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산선리아는 건설 초기 단계로서 사회기반시설공사가 한참이다.
도로와 철도 그리고 공항의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산선리아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산선시티는 산선리아 중심에 10,000평방미터의 광장을 중심으로 장방형으로 건물들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곳은 산선리아의 행정 중심 건물들이 들어선다.
총독관저와 행정청 및 산선리아 정부의 주요 기관들이 이곳에 위치 할 예정이며 각국 은행들과 호텔 그리고 각국의 대표사무실이 입주 할 예정이다.
산선리아는 각국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이주민과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각국에 산선리아에 대한 투자 홍보가 나가자 마자 세계 대형 은행들과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입주를 희망한다.
그것은 산선리아에는 세금이 없고 은행들도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 반면 산선타운은 산선시티를 중심으로 시베리아 전역으로 타운이 건설되는 중이다.
타운에는 하급 건설 노동자들의 숙소를 시작으로 술집과 상점 그리고 노동자들이 여자를 안을 수있는 클럽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넘쳐 나는 지역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이 산선리아에서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현재 산선시티는 약 30%로의 건설이 완료 됐으며 타운은 점차 그 숫자를 늘려가며 돈과 술 여자가 넘쳐난다.
블라티보스토크에서부터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중간 중간에 환승 역을 설치하여 산선리아로 들어 올수 있게 만들어 놔 악천 후에도 산선리아는 인구의 유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서태충타운은 이름을 부르기 힘들지만 산선의 건설단 직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건설도중 사고로 사망한 서태충의 이름으로 불리는 타운은 지금 뻗어가기 시작하는 다른 타운들에 비해 규모와 인구면에서 월등하다.
3월 중순 한낮엔 햇살이 포근할 정도로 느껴지는 서태충 타운은 그래도 밤이 되면 영하 20도를 넘나든다.
한 밤에 외출 할때는 슈바라고 하는 방한복을 걸치고 모자를 쓰지 않으면 동상에 걸리기 싶상이다.
서태충 타운의 중심에는 나타샤 클럽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가 세운 클럽으로 연면적 1,200평인 나타샤 클럽은 일층에서는 술을 팔고 이층부터 삼층까지는 여자가 있는 곳인데 러시아 등지에서 일을 하던 백계의 여자들이 산선리아로 들어와 있어 수준이 뛰어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현재 서태충 타운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곳이 나타샤 클럽이다.
산선리아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밤이 일찍 찾아온다.
지치고 피곤한 몸을 술한잔과 여자의 웃음으로 잊으려는 노동자들이 밤새 나타샤 클럽에 넘쳐 난다.
옴스크에서 출발해 마지막으로 서태충 타운에 도착하는 화물차가 허연 연기를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화물차 짐칸에서 내린 장신의 남자가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타운의 중심으로 들어선다.
머리까지 슈바 방한모를 뒤집어 쓰고 얼굴은 시커먼 수염으로 뒤덥힌 사내는 동양계인지 서양계인지 모를만큼 외모가 구분이 안간다.
그는 타운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다 가장 휘황찬란한 불빛이 번쩍이는 나타샤 클럽으로 몸을 옮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400평이 넘는 일층에 수많은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마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독한 보드카를 물처럼 들이키고 있다.
사내는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슈바방한모를 벗는다.
수염만큼이나 긴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있어 큰 키에 어울리게 강한 인상을 주는 사내다.
사내는 클럽 주변을 둘러 보다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보드카를 한병 주문하고 잔에 따라 천천히 마시고 있는데 뒤쪽에서 굵은 사내의 음성이 들린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쇼?”
어눌한 발음이지만 한국말이 들려 오자 사내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굵은 음성의 사내를 바라본다.
딱벌어진 어깨에 각진 턱을 가진 사내는 움푹 들어간 눈빛이 번뜩이며 두툼한 입술에 보드카를 털어 놓고 있다.
몸을 돌렸던 사내는 무심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내에게 한마디 건넨다.
“옴스크..”
“아…그럼 모스크바에서 출발 했겠구만..”
“그렇소..”
사내가 말을 마치고 몸을 다시 돌리자 뒤쪽에 앉아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큰키에 벌어진 어깨가 힘좀쓰게 생겼다.
사내는 자신의 자리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혼자 보드카를 병째로 시켜 마시는 사내의 앞자리에 허락도 없이 털썩 주저 앉는다.
“한국인이시오”
여기서는 남한 출신 사람에게만 한국인이냐 묻는다.
러시아에서 이주 한 사람들은 서로를 고려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 이주 한 한인은 조선족…
“그렇소..”
묵묵히 술을 마시며 간단하게 대답한 사내에게 다가와 앉은 사내는 손을 내민다.
“나 송창영이라 하오..”
“난..정이라 합니다..”
“아…이름을 밝히지 않으시는걸 보니 비밀이 있으시구만..클클..좋소…이곳이 처음이죠?”
“아니…예전에 이 시베리아에 온적이 있소..이런 타운이 건설되기 전에..”
“그래요? 음 흥미롭군요..”
어깨에서 가방을 내려 놓지 않은 정이 한손으로 술잔을 넘겨주며 창영에게 보드카를 가득 부어준다.
“그 가방에 돈좀 있나보네요 후후”
순간 정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무심했던 얼굴이 굳어지며 창영을 쏘아보자 담력이 쎈 창영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휴우 눈빛하고는…걱정하지 말아요..내가 무슨 강도도 아니고…단지 이곳에서 보드카를 병째 마시는 사람들은 두종류 밖에 없어 하는 말이요.. 하나는 돈이 많은 사람 또 하나는 내일 죽을려고 작정하는 사람 후후..”
정은 이내 무심한 눈빛으로 돌아가 창영이 건낸 술잔을 건내 받는다.
창영을 비롯해 클럽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내들은 모두 건장하고 인상들이 험악하다.
추운 시베리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강인한 것은 말할것도 없고 독한 보드카를 여러잔 마시고 나니 얼굴들이 찌푸려지는건 당연하다.
“어디 묶을곳은 정해 놨소?”
정은 창영이 친절하게 대하는것에 경계를 한다.
모스크바에서도 옴스크에서도 들어 본 타운의 실상은 무법자들의 천지라고 들었기 때문일것이다.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정은 술잔을 기울인다.
창영도 경계의 빛이 서린 정을 보며 말없이 보드카를 서너잔 더 얻어 먹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정은 묵묵히 보드카를 마지막까지 따라 마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근처에서 묵을 숙소를 찾으려고 일어난 정의 뒷모습을 보며 두쌍의 눈동자가 뒤를 따른다.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이중으로 된 클럽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한밤의 매서운 시베리아 바람이 정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간다.
바닥에 쌓여있는 눈이 바람에 날리지만 하늘엔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떠있다.
정은 슈바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타샤 클럽을 뒤로 하고 타운의 거리로 걸어간다.
정이 클럽 모퉁이를 돌아 불빛이 모두 꺼진 상점을 끼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봐..이봐…”
러시아말이 들리며 정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급히 달려온 두 사내는 족히 100kg은 나갈것 같은 거두 들이었다.
정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두 사내를 돌아보는데 갑자기 달려 오던 사내 중 하나가 방한복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드는데 그의 손에는 콜트 권총이 들려있다.
정은 갑작스런 상황에서 몸을 피할 수도 없어 그 자리에 멈춰선다.
“헤이..그 가방…어깨에 맨거…이리줘..”
정은 몸을 움추리며 말없이 그들을 응시하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족히 10미터는 넘는 도로 옆에서 권총을 들이 댄 사내들을 피할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권총을 겨누고 있는 사내 옆에 서 있던 놈이 누런 이를 들어내며 음흉한 웃음을 날리며 정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온다.
정은 일단 가방은 뺏기더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찰라간에 생각해봤지만 이놈들이 가방을 뺏고 얌전히 돌아갈 것 같진 않다.
정은 가방을 일단 어깨에서 내려 한 손에 든다.
다가 오던 사내가 정이 가방을 내리는 것을 보며 낚아 채려는 듯 가까이 다가오자 정은 권총을 겨눈 놈의 시야에서 몸을 가리며 다가온 사내 정면으로 몸을 움직여 한쪽 발끝으로 그놈의 사타구니를 걷어 찬다.
[퍽~~]
“으윽…”
갑작스런 공격에 사타구니를 얻어 맞은 사내가 자신의 중요 부위를 움켜지고 허리를 숙이는데 뒤 쪽에서 권총을 겨누고 있던 놈이 눈을 크게 뜨며 엎드린 사내의 위로 정에게 총을 발사하려 방아쇠를 당긴다.
[탕~~]
순식간에 총소리가 들리며 정은 몸을 사타구니를 쥐고 엎드린 사내의 앞으로 낮춘다.
하지만 총알을 더 이상 피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차 총알이 날아올것 같은 상황에서 권총을 들었던 놈의 몸이 앞으로 무너져 내린다.
정은 그 순간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 그래로 한쪽 발을 땅에 집고 두 발로 사타구니를 잡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거구의 사내 턱을 강타한다.
[퍽퍽~~]
[벌러덩~~쿵~~]
정은 사내를 쓰러트리고 상황을 확인한다.
권총을 쏘려던 사내는 얼굴을 차가운 바닥에 붙이고 쓰러져 있다.
“흥..새끼들…니들 눈빛이 번쩍일때부터 알아봤지..”
나타샤 클럽 모퉁이를 돌아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며 입을 연다.
그는 송창영이었다.
손에 루가 권총을 들고 아직 식지 않은 총부리를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있는 놈의 곁으로 가서 이마를 한방 더 쏜다.
[탕~~]
그리고 정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정에게 맞아 뒤로 벌러덩 넘어간 놈에게 다가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 사내의 이마 정중앙을 노리고 다시 한발을 발사한다.
[탕~~]
창영은 정에게 보드카를 얻어 마시며 자신을 경계 하는 태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다 지금 쓰러져 있는 두놈이 술을 마시며 정의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걸 보고 짐작했지만 정이 나가자 마자 두 놈이 따라나가자 창영도 그 두놈의 뒤를 따라 온것이다.
정이 사내의 사타구니를 걷어 차고 몸을 숙이자 창영이 권총을 발사 했고 정의 목숨을 구해준것이다.
정은 상황 파악이 끝나자 창영에게 다가 간다.
“고맙소..”
“이런 놈들이 이 타운에 수백명도 넘어요…조심해야 합니다..특히 처음 타운에 들어온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강인한 창영의 눈빛에 믿음이 가는 정은 창영에게 두놈의 처리를 묻자 그냥 거리에 냅둬도 된다고 한다.
밤새 이런일이 한두건이 아니라 타운의 경비대에서도 그저 단순 살인으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말을 듣고 정이 혀를 찬다.
“자..몸을 녹일수 있는 곳으로 갑시다..”
“음..혹시 한동안 머물곳을 구해줄수 있소?”
“돈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년 내내 두더지 처럼 살아 갈 수 있는 곳이요..갑시다..”
앞선 창영의 뒤를 따라 정이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간다.
그렇게 서태충 타운의 밤이 깊어 가고 길 바닥에 쓰러진 두 놈의 몸위로 바람이 몰고온 눈이 쌓이며 그 둘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 간다.
“민아야…걱정말고 잘자…”
상민은 전화를 끊는다.
몇 달 전 민준의 동생 민아에게 걸려 온 전화는 상민에게 놀라운 충격을 주었다.
민준이 시베리아에서 실종되었고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들으신 후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여러 날이 흘러 민준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 다시 돌아온다는 말만 남기도 다시 사라져 버린 민준의 소식..
민아는 오빠가 상민에게 도움을 청하란 말을 듣고 울면서 전화를 했었다.
그 길로 상민은 민아를 보러 왔고 민아 손에 쥐어 진 민준의 보험금 5억짜리 수표로 상민은 민아에게 오피스텔을 하나 구입해 주고 근처 건물에서 작은 커피숍을 하게 도와 주었다.
그렇게 민아의 뒤를 바주고 있을 때 상민과 민아에게 찾아온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박미란이었다.
미란은 산선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해외 무역 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연락이 없는 민준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산선 내부에 정민준이 살인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됐고 그이후로 그는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밤새 울었었다.
전 비서실 상사 였던 고 과장에게 물어봐도 자신이 알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실망한 미란이 찾아 간 것은 비서실장 영호였다.
영호는 이 모든 사실을 알 위치에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해주지 않아 가슴이 터질듯했던 미란은 산선에 사표를 던지고 집에서 슬픔을 달래다가 수소문 끝에 민아를 찾아와 함께 있던 상민을 만나게 된다.
셋은 그날 밤 자신들이 사랑하는 오빠와 친구 그리고 사내를 그리며 밤을 새워 술을 마셧고 심금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상민의 권유로 경험이 전혀 없는 민아와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게 되었다.
서울은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따뜻한 봄바람이 솔솔 불러온다.
민아와 미란은 커피숍 문을 열고 청소를 마치고 둘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민아는 미란에게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고 민아도 민준의 동생 민아가 친 자매같아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자주한다.
“언니..오빠랑 산선에서 근무 했었으니까..오빠가 현재 어디 있는지 알수 있지 않아?”
“오빠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나도 미친년처럼 산선 비서실에 ?아가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는데 비서실장은 모든 상황을 아는 눈치였는데 말을 안해주고…”
“아..어떻해…벌써 일년이 다 되가는데..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고…”
그때 가게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아..상민오빠…응 커피 마시는 중야…오늘 저녁에? 그래..미란 언니한테 얘기 해놓을께..”
전화를 끊고 돌아서자 미란이 민아를 올려다 본다.
“상민오빠가 저녁 먹자는데? 근사한데서 산다고..”
“그래? 무신일 있데?”
“아니 그냥…”
기억이란건 그렇게 언제나 희미해져 가는 잔영이겠지..민아와 미란은 일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민준의 실종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도 점차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온 상민은 담배를 꺼내 문다.
은영이 어느날 프랑스 유학을 떠나버리고 민아와 함께 민준의 실종을 괴로워 하며 지내던 시간에 미란을 만난 상민은 아름다운 미란의 외모와 여성스럽고 지혜로은 성격에 점차 그녀에게 빠져 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늘로 흩어져 날아가는 담배 연기속에 민준의 얼굴이 점차 흐려진다.
“정형…난 우즈베키스탄 출신입니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험을 봐서 경찰이 되었죠..그리고 이듬해 어릴 때 한동네서 살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다음해에 아내를 똑 닮은 딸을 낳았습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었죠…그런데…”
정과 영창은 서태충 타운의 가장 끝에 위치한 여관에 둘이 방을 잡고 주인에게 돈을 주고 보드카를 사서 방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자신의 신상에 대해 얘기 하던 영창은 아내와 딸의 얘기가 나오자 보드카를 들이키고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정이 보기에 눈가에 이슬이 살짝 맺힌다.
“그런데…우리 동네 옆에 살던 내 경찰 상사가 있었죠….아버지는 경찰 서장 형은 파출소장을 지내던 경찰 집안 놈이었는데 그놈이 내 아내에게 눈독을 들였던 모양입니다..어느날 내게 모스크바로 출장을 명령해서 한달 동안 다녀 오는 새 그 짐승 같은 놈이 아내를 덮쳤는데 아내는 반항하다 그놈에게 목이 꺽여 죽은 것을 확인 한 놈은 몸을 피했고 지 엄마 옆에서 시신을 붙잡고 울던 어린딸은….”
영창은 목이 메는지 더 이상 얘기를 하지 못한다.
정이 건낸 보드카를 병째 들고 마시다 바닥에 내려 놓은 영창은 이를 악물고 얘기를 이어 간다.
“한달 동안 이미 부패한 아내의 시신 옆에 울다 지쳐 숨을 거둔 딸의 모습을 보자 전 눈이 뒤집혔죠..결국 그놈의 짓이란걸 확인하고 그길로 자신의 아버지 집에 숨어있는 놈을 찾아 냈죠..그리고 그놈과 말리는 아버지와 형을 모두 총으로 쏴죽이고 그길로 도망자 신세로 떠돌다 이곳으로 흘러온지 6개월입니다..”
선이 굵고 다부진 영창의 얘기를 묵묵히 들으면서 정은 간혹 고개만 끄덕인다.
영창이 얘기를 마치고 보드카를 다시 들이키자 정도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난 정민준이라고 합니다.”
아아 그렇다 지금도 산선에서 실종자로 처리되어 일년전 붉은 광장 시계탑에서 광국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던 민준이 지금 영창의 앞에 앉아 있다.
“난 산선리아 건설단 특수 지원과 과장이었소..”
민준의 말에 눈이 동그렇게 커진 영창이 그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
광국의 주검을 뒤로 하고 붉은 광장을 떠났던 민준은 자신에게 총을 쏴 결국 광국을 죽인 킬러가 처음에는 산선측에서 고용한 놈들이라고 오해를 했었다.
하지만 산선측에서 자신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 민준은 일단 몸을 숨기리로 마음 먹고 광국과 함께 머물던 은신처로 갔는데 집안이 온통 어수선한게 누군가 집안을 뒤진 흔적을 발견하고 그곳에 머물수 없다고 생각하고 은신처를 나오는데 민준은 갈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루진스키에게 몸을 의탁할수 있지만 산선과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그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고 결국 찾아 간 곳이 장경희가 있는 곳이었다.
경희는 민준의 소식을 이미 들어 알고 있던 터라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민준을 찾아와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이 처음에는 고마웠지만 광국에게 전해 들은 장경희의 성격상 이건 무언가 자신을 엮어 갈려는 느낌이 들어 경계를 하던 차에 하루는 무기력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거실에 누워있는데 장경희가 들어와 자신을 내려다 보며 측은한 눈빛으로 말을 했었다.
“정과장…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내지 말고 우리 방법을 찾아 볼까요?”
민준이 퀭한 눈으로 장경희를 올라다 보자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우리 공화국에는 인재를 존중하죠..어때요..우리쪽으로 전향 하는 것이…”
옅은 미소를 띠며 얘기를 하는 장경희의 말을 듣는 순간 민준은 등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자 민준이 자신의 말에 흥미가 있다고 판단한 장경희는 서서히 민준의 옆에 앉아 누워있는 그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당신..단단한 근육이 나를 달아 오르게 해요..”
민준은 장경희의 손길이 가슴에 닿아 상의를 헤치고 알몸에 닿자 흥분보단 섬뜻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침을 떼고 그녀가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볼양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민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덮어 왔다.
그녀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오고 자신의 혀가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경희의 숨결이 뜨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민준은 자세를 돌려 경희는 바닥에 눕히고 자신은 그녀의 젖가슴쪽으로 얼굴을 내려 갔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퍽~~]
장경희는 관자놀이에 강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상의는 풀어 헤쳐져 젖가슴이 들어 나있고 치마는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간 상태로 민준의 주먹에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그의 모습을 찾지만 이미 떠나 버린 민준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경희는 그런 민준을 떠올리며 이를 뿌드득 간다.
자신을 때려 눕힌것도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하지 않고 도망친것도 다 용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으로 유혹하는걸 뿌리치고 건들지도 않고 도망간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경희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유혹을 받으며 민준은 북한조직에 대한 생리를 잘 아는 터라 언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자신을 헌신짝 처럼 버릴까 하는 생각에 장경희를 때려 눕히고 그길로 몸을 피해 주코프 운송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자신이 10년 이상을 속 앓이를 하며 이를 갈았던 마피아를 단숨에 처리하고 산선과 단독계약을 하게 해준 정민준에게 주코프는 깊은 신의를 갖고 있다.
광국의 죽음과 그의 실종 소식을 들으며 걱정을 하던 주코프 앞에 정민준이 나타나자 그는 반갑게 맞아 주며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정민준이 산선리아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말에 기꺼이 많은 돈을 전해주고 산선리아 까지 갈 수 있게 모든 편의를 제공해준 것이다.
송영창은 민준의 말을 들으며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며 민준의 심정을 이해해 간다.
민준의 말이 다 끝나자 영창은 민준에게 나이를 묻는다.
“29이 됐지요..”
“제가 25이니까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영창의 눈빛을 보며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내라는것보다 동질의 슬픔을 안고 희망을 찾아 산선리아에 왔다는 그에게서 자신을 보는 듯한 마음에 흔쾌히 승낙을 한다.
“근데 형님..이곳에서 터를 잡으실겁니까?”
“그래..난 다시 시작할 테다..꼭 다시..”
“그럼 형님 이곳을 거점으로 시작할려면 아까 들리셨던 나타샤 클럽같은곳을 운영하는게 제일 빠른데….저….형님 혹시 갖고 계신 돈이 얼마나…”
민준은 영창을 믿기로 한거 자신의 옆에 놓인 가방을 그에게 던져 준다.
영창은 가방을 열자 가방 가득히 달러가 가득 차 있다.
눈이 커진 영창이 놀래서 민준에게 묻는다.
“이게 다 얼마죠?”
“150만불쯤 될꺼다..”
“그래요? 하하하 형님 이돈이면 나타샤 클럽 같은건 5개도 만들 수 있어요..”
“그래? 난 하나 정도는 가능할줄 알았는데..그렇게나 많이?”
“형님 이곳에서 건설자재는 돈이 필요 없어요..물론 땅도 매매 할 필요가 없고요..산선의 모든 땅은 건설단에서 허락 해주면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고요..건설 자재와 장비도 모두 무상으로 임대 해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필요한 돈이 뭐냐?”
“네 형님 우리에겐 여자를 데리고 올 때 필요한 선불하고요..실내 인테리어를 하기 위한 돈과 여자들이 남자를 받기 위해 꾸며야 하는 공간에 필요한 돈입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보드카를 사고 우리 일을 봐줄 놈들을 고용하기 위한 돈이 필요합니다...”
“음 그렇다면 내일부터 우리와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게 급선무겠구나..”
“형님 이곳은 도망자 무법자의 천국입니다. 형님이 가진 돈의 일부면 그런 놈들 백명도 더 모을수 있어요…오늘은 주무시고 내일부터 저와 함께 사람도 구하고 건설단에 영업 허가도 받으러 다니시죠..”
창영은 이곳에 도착한지 6개월동안 나타샤 클럽을 비롯해 돈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맥을 정확하게 집고 있다.
민준에게 오늘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기면 타운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미리 조사 한 내용이다.
시베리아의 북풍이 아직도 매섭게 불어오는 밤에 나란히 누운 민준과 창영의 머리속에는 같은 꿈을 꾸며 내일 태양이 밝아 오길 기다린다.
“어서와…미란씨도 잘 지내셨죠?”
서울 압구정동의 일식집에서 상민이 민아와 미란을 맞아 인사를 한다.
화려한 실내 장식이 언뜻 봐도 꽤 비싼 식당 같다.
“오빠..여기 비싸겠네..”
“아냐….그렇지도 않아….오빠가 한턱 쏠 테니까 많이 먹어..”
잠시 후 상민이 미리 주문 한 음식을 쟁반에 담아 종업원들이 셋의 테이블에 놓고 간다.
상민이 종업원들이 테이블에 두고간 매실주를 들어 보이자 민아와 미란은 서로 잔을 가져다 댄다.서너잔의 술이 돌자 민아도 미란도 얼굴이 발그스름해 지는게 보기 좋았다.
상민은 술잔 너머로 민아와 흥겹게 얘기를 나누는 미란의 아름다운 얼굴을 훔쳐본다.
커다란 테이블에 날아온 푸짐한 회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술도 몇잔 하고 나서 서로 만족한 웃음으로 바라본다.
술을 마신 탓인지 피곤해 하는 민아를 먼저 오피스텔에 데려다 주고 상민은 미란의 아파트로 간다.
차에서 내려 미란은 상민과 잠시 놀이터 그네에 앉는다
아직 봄이 이른 탓인지 아파트 놀이터는 밤기운이 싸늘하다.
“상민씨…”
“네..”
“저…다음주에 산선리아에 다녀올려고요..”
“산선리아요?”
“네..”
“미란씨에게 너무 먼 거리가 아닐까요?”
“그렇겠죠…하지만 이젠 찾아볼곳도 수소문 해볼곳도 다 해봤어요..남은 곳은 이제 산선리아 밖엔 없어요..그곳에 가면 이대걸 건설단 부단장이 계시는데..민준씨가 평소 그 분 얘기를 자주 하셧어요…마지막으로 그분을 뵙고 올꺼예요..아마도 그분이 모르신다면 아무도 민준씨의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겠죠…”
미란의 말을 듣던 상민은 잠시 말이 없다.
“저 미란씨…괜찬으시다면 저도 동행할 수 있을까요?”
“어머..상민씨도 가신다고요?”
“그래요..그놈 소식을 알 수 있는데라면 꼭 가보고 싶네요…”
미란은 상민의 말에 가만히 손을 내밀어 밤바람에 차가워진 그의 손을 잡는다.
상민은 미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미란이 내민 손을 잡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다.
미란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친구가 동행 해준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상민의 가슴속에는 민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보단 미란과 함께 산선리아로 가게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뛴다.
“형님..오늘 오전에는 행정청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영창이 여관 주인이게 주문한 밥과 돼지고기 튀김을 입에 넣고 씹으며 말을 한다.
민준은 국을 그릇째 들고 국을 마시며 영창의 말을 듣는다.
“타운에서 우리가 운영 할 클럽을 지을 곳에 대한 장소를 물색하고 오겠습니다..”
“허가 받는데 문제 없겠냐?”
“건설단에 제 동향 선배가 계십니다. 그분이 제 입장도 잘 아시고 평소 도움도 많이 주셨던 분이시라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난 타운을 좀 돌아보고 오겠다..”
영창은 간만에 활기찬 아침을 맞이 한다.
2년이 넘게 도망자 신세로 지내면서 꿈도 희망도 없었는데 이제 민준을 만나 새로운 꿈에 가슴이 벅차기만 하다.
둘은 점심 무렵 다시 여관에서 만나기도 약속하고 영창의 아이디어에 따라 돈 가방을 여관 천장 모서리를 찢어 가방을 숨겨 놓고 민준과 영창은 방을 나선다.
날이 밝은 타운은 그 위용이 들어 난다.
타운에는 제일 높은 건물이 고작 3층이다.
땅이 넓은 이곳에서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창영과 헤어진 민준은 타운 곳곳을 둘러 본다.
어제 창영과 처음 만났던 나타샤 클럽이 있는곳이 서태충 타운의 중심이었다.
나타샤 클럽은 러시아 마피아가 세운 곳이고 클럽 주변에는 식료품점과 생필품 상점 그리고 뒤편으로 노동자들의 숙소가 만들어져 있다.
나타샤 클럽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창광이라는 북한의 클럽이 자리한다.
나타샤 클럽에 비해 작은 곳이지만 창광 클럽에는 20대 초반의 미모의 북한 여자들이 술과 잠자리 시중을 들어주기 때문에 짭잘한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창광 클럽 뒤로 북한 이주민 들의 숙소가 자리 하고 그 가운데 북조선인민공화국 대표소라는 사무실이 자리한다.
창광 클럽에서 세블럭 떨어진 곳에 구룡클럽이 있다.
이곳은 삼합회에서 운영하는 클럽이라고 한다.
역시나 구조는 나타샤나 창광 클럽고 비슷하다.
이곳 서태충 타운을 중심으로 러시아, 북한, 중국의 세력 다툼이 시작된다.
민준이 타운의 곳곳을 돌아보고 있는 그 시간…
건설단 경비대 타운 사무실에서 경비대장 이준형이 건설단 부단장 이대걸을 맞이 하고 있다.
“이봐 이대장..”
“네 부단장님..”
“오늘 아침에도 러시아 놈들 둘의 시체가 발견됐다면서..”
“네 부단장님..제가 보기에 무랑자 놈들끼리 술먹고 싸우다 죽은거 같습니다..”
“음…타운이 활발 해질수록 러시아 중국 북한 놈들의 세력 다툼이 심해 질꺼야….그놈들 다툼에 희생자가 생길 수 있으니까 경비대에서 밤에도 주변 순찰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야….”
‘네 부단장님 경비대 인원을 좀더 보충해야 겠습니다..”
“그래 본사에서도 그 문제 때문에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야…곧 보충될 테니까…그전에라도 이대장이 신경 많이 쓰고..난 이만 가보겠네..”
대걸은 경비대 사무실에서 나와 승용차를 타고 산선시티 건설단 본부로 이동한다.
타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몰려 오며 마피아를 비롯해 삼합회 등이 클럽을 세운 뒤 술과 여자 그리고 돈 때문에 한달에 서너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 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인은 그렇게 심각한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산선시티와 타운이 점점 커지면 치안에도 더 신경 써야 국가의 기반이 잡힐 꺼라는 이건영회장의 지시가 유사장을 통해 전달됐었다.
타운 곳곳을 돌아 다니던 민준이 여관으로 돌아 온건 점심 무렵이 었다.
건설단에 다녀온 창영이 밝은 얼굴로 먼저 와서 기다린다.
“형님…선배가 허가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잘됐구나..그럼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모래 건설단에 정식 허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럼 실사를 거처 허가를 승인 해주면 일주일 후부터 공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음…위치는 어디가 좋을까?”
“일단 형님 나타샤,창광,구룡 클럽하고 좀 떨어진 곳이 좋을 듯 합니다. 지금 세곳은 몇블럭 떨어져서 서로 경쟁 하고 있는데 우린 고려인과 조선족 한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준비를 하면 될테될 테니..”
“그래…위치는 다시 한번 검토해보기로 하자..”
“네..형님…그럼 오후에는 좀 쉬시죠..오후에 여관으로 같이 일할 친구가 찾아 올겁니다. 형님이 보시고 결정 하시고요…저녁때는 그 친구 하고 같이 타운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을 찾아 보시죠..”
“그래..”
창영이 미리 주문한 점심이 날라 오자 민준과 창영은 점심을 먹고 클럽을 운영할 계획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여관 문을 노크한다.
창영이 문을 열자 얼굴이 갸름하고 눈썹이 짙은 20대 초반의 사내가 문밖에 서있다.
창영이 그 사내를 데리고 들어 오자 바닥에 앉아 있던 민준에게 시선을 돌린다.
“형님…김순철이란 친구입니다. 저와 같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고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실수로 사람을 해 친 뒤 이곳으로 흘러 들어온 친구입니다. 순철아 인사 드려라..형님이시다..”
“김순철이라고 합니다.”
방바닥에 마주 앉아 민준이게 인사를 넙죽한 순처을 자세히 바라보자 눈빛이 총기가 서려 있고 자세가 반듯 한게 사리가 밝아 보인다.
“나 정민준이다..”
“네 말씀들었습니다..형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좋다..영창이 소개니까 믿고 함께 일을 해보도록 하자..”
셋은 마주 앉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일단 민준이 전면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창영이 클럽 사장으로 앞에 나서고 순철이 클럽에 대한 자금 흐름을 관리 하기로 한다.
순철도 창영처럼 아픔과 좌절을 겪으며 흘러 들어온 산선리아에서 새로운 희망을 계획 한 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산선리아 건설단 유승룡 단장실에는 유사장과 이대걸이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부단장..갈수록 타운에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 같은데..”
“단장님..시티와 타운이 완성 될수록 그런일은 더 많이 생길것입니다.”
“지금 시티와 타운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 몇 명이지?”
“시티에는 15만명 5개의 타운에는 30만명 정도가 됩니다.”
“음..한국으로 따지면 중소 시 정도 되는건데…앞으로는 인구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날텐데…총독 관저와 행정청이 완성되기 전에 치안에 대한것도 준비를 해야 겠구만…”
“지금 인원으로는 모자랍니다..그리고 지금 인구 비율로 보면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서 러시아 중국 북한 그리고 앞으로 몰려 올 미국과 일본 세력을 견재 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음…그놈이라면 충분히 그 역할을 햇을수도 있었을텐데…안타깝다…”
“형님 그놈 얘기는 하지도 마세요…내 그놈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밀어서…아니 회사에서는 더 이상 손 못쓴답니까?”
대걸은 감정이 격해지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유단장에게 형님이라 부른다.
“회사에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나봐…”
“형님하고 나는 물론 산선도 그놈에게 목숨을 빛진겁니다..근데….”
대걸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대변한다.
답답하기는 유단장도 마찬가지다.
대걸이 다혈질이라면 유단장은 속을 들어 내놓지 않는 사람이지만 민준에게 목숨을 빚진걸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럼 언니..며칠이나 걸리는데…”
“2주정도..”
“그때까지 나혼자 커피숍 봐야 하겠네..”
“민아도 이젠 혼자 잘 할수 있잔아..”
“언니가 도와줘서 그렇지..”
“2주면 금방이야…”
“그래 언니 잘 다녀와…”
미란은 민아에게 2주정도 해외 다녀온다는 말을 했다.
상민이 민아에겐 민준의 일로 산선리아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혹시라도 결과가 없으면 실망할까봐서..
미란은 그저 해외에 있는 친척 결혼식에 참석차 다녀온다고 말한다.
미란과 말을 마친 민아가 카운터로 몸을 돌리자 미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1년동안 그토록 그리워 했던 사내의 소식을 알아보러 가는 길이지만 결과는 알기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던 민준과 창영 그리고 순철은 여관을 빠져 나와 타운의 나타샤 클럽으로 들어간다.
서태충 타운의 중심이 나타샤 클럽이기 때문에 정보나 사람을 구하기가 제일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중 문을 열고 들어 가는데 나타샤 클럽이 떠들썩하다.
민준은 무심히 지나쳐 자리에 앉는데 순철과 창영이 무슨일인지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에 가본다.
잠시 후 민준에게 돌아온 창영과 순철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무슨일이냐?”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오늘 형님에게 소개해주려고 했던 놈이 저기서 미친짓을 하고 있습니다”
순철의 말에 의하면 지금 고려인 하명과 러시아인 하나가 내기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룰렛이라고 회전식 탄창에 총알 하나를 넣고 휙 돌려 탄창을 닫은 후 머리에 대고 각자 총을 발사해 살아 남는쪽이 판돈을 가져 가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이다.
순철의 말에 민준은 말없이 일어나 사람들을 헤집고 둘의 가까이 가본다.
마침 뒤통수가 보이는 고려인이 테이블에 놓인 보드카를 병째 들고 마시더니 총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는 중이다.
[철컥~~]
“와아아아아~~~~”
노리쇠가 빈 탄창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제 러시아인의 차례가 됐다.
몸집이 커다란 그도 보드카를 병째 들어 마시더니 총을 들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철컥~~]
“와아아아아~~”
또 다시 환호성이 일며 둘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이 더 많이 배팅을 한다.
“형님..저놈이 박해동이란 놈인데..형님에게 소개 해주려 했더니 초저녁부터 미친짓을 하고 있네요…”
“창영아…난 저놈이 저짓을 하고 살아 난다고 해도 내 밑에 두기 싫다..자기 목숨을 저리 가볍게 여기는 놈이라면…”
“형님 원래 그런놈이 아닌데…희망도 목표도 없다 보니…”
테이블에 앉았던 해동이 다시 보드카를 들어 마신 후 권총을 들어 서서히 자기 관자놀이에 댄다.
그때 였다.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민준이 앞으로 나선다.
“잠깐…”
그러자 해동이 멈칫 하더니 느린 몸짓으로 몸을 돌린다.
머리는 옅은 갈색에 얼굴은 창백해 시체 같고 눈이 커다란 해동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게 한게 누군지 확인하려 하다 창영의 얼굴을 보더니 씨익 웃고는 다시 몸을 돌려 총을 들어 올린다.
“이자에게 걸린 판돈이 얼만가..”
민준이 큰 소리로 말하자 실내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자에게 걸린 판돈을 내가 대신 내주지…그리고 이봐..”
해동이 다시 흐릿한 눈동자로 민준을 바라본다.
“네 몸값은 내가 지불한다. 이제부터 네 목숨은 내꺼다..”
그러자 눈을 꿈뻑꿈뻑 하던 해동이 말한다..
“내가 운이 그렇게 없는 놈이 아니요..”
그러자 민준이 해동에게 성큼 다가가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뺏어 든다.
그리고 원목 테이블의 모서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이 원목테이블 깊숙히 박히자 주변에선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까지 눈을 껌벅이던 해동에게 민준이 말을 한다.
“네 목숨은 내게 빚병?.창영아 돈 전해주고 저놈 데리고와라..”
창영은 주머니에서 테이블에 걸린 해동의 판돈만큼 던져 놓고 해동의 어깨를 잡고 먼저 나간 민준의 뒤를 따라간다.
해동은 초점없는 눈에 갑자기 생기가 생기더니 순철과 함께 민준의 뒤를 따라간다.
나타샤 크럽밖에는 차가운 밤바람이 네명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PS. 2부의 프롤로그가 시작됐습니다. 산선리아에 다시 희망을 안고 돌아온 정민준의 옆에 송창영과 박해동 그리고 김순철이란 심복이 생겼네요..다음편에서는 타운에서부터 서시히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는 민준의 모습을 보실수 잇을겁니다..이번 편에서는 정사 장면이 없어 서운하신 분들 위해서 다음편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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