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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05 1,038회 0건
택시를 타고 성수가 안다는 나이트클럽엘 갔다. 이름이 스와핑, 어이 없는 이름이네... 유흥가이긴 해도 초저녁이라 나이트클럽에 기웃거리는 참 쑥스러운데, 성수는 그저 성큼성큼 입구를 향했다. 들어가면 아마 우리가 첫 손님일거야. 아니나다를까 입구에 진치고 있던 삐끼처럼 보이는 녀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거 봐라...씨. 그런데...

“도... 도련님?”

“어, 오랜만이다. 별일 없지?”

“휴가 나오셨어요? 군대 가셨다더니.”

“어, 오늘. 술 한 잔 할 수 있지?”

“당연하죠. 들어오세요.”

어안이 벙벙한 채 성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예상과는 달리 이미 테이블에 상당히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맨 구석의 으리으리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부장님 오시라고 할게요.”

“아니 귀찮다. 그냥 술이나 좀 주라.”

“아이 도련님... 제 입장이... 한 번 봐주세요.”

“그래라, 임마. 그럼.”

그가 나가고 성수가 외투를 벗어 걸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외투를 벗어서 건네 주었다.

“쎄다, 너.”

“내가 말 했잖아. 너하고 나하고 사는 궤적이 다르다고...”

“단골인가 보다? 그래도 도련님은 뭐냐? 세상에... 쯔쯔. 무슨 귀공자냐?”

“단골? 푸하하하. 어... 단골 맞아, 맨 날 공짜로 먹고 가는 단골.”

“공짜로 줘?”

“어, 걱정마라. 너한테 뜯어먹지 않을 거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뻔질나게 나이트클럽을 드나들었던 놈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도착한 부장이라는 사람이 성수를 대하는 걸 보니, 내가 모르는 뭔가 있었다.

“도련님! 아이고, 어떻게 연락도 안 주시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요. 요즘은 좀 되나 봐요?”

“뭐, 그저 그렇죠. 지금은 연말 대목이라 좀 낫고... 근데, 잘 노는 애들 좀 넣어드릴까요?”

“아니, 그냥 술이나 좀 주세요. 그리고 여기 이 친구, 세상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놈인데 VIP 명단에 좀 올려 주세요.”

“당연히 A급으로 올려드려야죠, 잠깐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같이 따라 들어온 사내가 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이름을 받아 적어 갔다. 그 과정을 거치면 내 사진하고 이름을 외우느라 종업원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VIP라는 부류에 속하면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도련님 좋은 시간 되십시요. 아참, 그리고 실장님은 오늘 몇 군데 들르셨다 일찍 집에 들어가신다 하셨습니다.”

“알아요.”

“그럼.”

실장이라는 사람이 성수의 아버지겠구나. 아파트 앞에서 본 그의 모습이 기억났다. 역시 일반적인 회사의 간부는 절대 아니었다.

“크크크크.”

“왜 웃어, 임마?”

“너 무게 잡고 지랄 떠는 거 웃겨서요, 도련니~임.”

“야~! 지랄 떠는 나도 힘들어. 여기 업소 아가씨 부르면 끝날 때까지 지랄 떨고 있어야 돼, 죽을 맛이지. 크크크.”

“너네 아버지 꺼냐?”

“아니, 그건 아니고... 일테면 관리인이지. 아파트 경비처럼... 근데 그보다는 쫌 심하게 관리하지.”

“웃긴다, 너. 꼰데 싫어하는 놈이 여기는 왜 왔냐?”

“너는 돈 내고 아무데나 가도 되지만... 나는 그게 안 되니까. 내가 다른 데서 관리하는 업소가면... 다들 긴장하거든.”

“누구? 관리하시는 분들?”

“어... 그 분들 똘마니들 하고... 히히히.”

밤의 세계는 그물망처럼 얽혀 있었다. 성수가 누구의 아들이라는 건 그 업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었고, 그러니 그는 함부로 이곳저곳 기웃거릴 수가 없었다. 술이 나오고 또 마셨다. 그 자리에서 퍼져 잔다고 해도 누가 감히 깨울 수 없다는 게 술을 더 먹을 핑계가 되었다.

“야! 우리도 나가 땀 좀 빼자.”

이미 꽉 찬 손님들...! 춤이라면 잼병이었지만 술기운에 몸을 흔들어대니, 그럭저럭 되었다. 모르는 여자들하고 언뜻언뜻 시선이 마주쳤다. 차혜린처럼 생긴 여자... 김선미처럼 생긴 여자... 저 여자는... 뭐 대충 생긴 거고... 저 여자는... 박은혜...보다는 좀 떨어지고... 저 여자는... 지수정 조교.... 잉? 그녀다... 지수정 조교.

‘큭!’

저 여자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녀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 나 뿐 아니라 의예과 전체 학생이 그녀를 알고 있었다. 분자생물학 민주희 교수 연구실 조교인 그녀는 160 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작은 체구지만 무척이나 귀염성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별명이 ‘마녀’인 이유는 그녀가 의예과 학생들에게는 병적으로 못되게 굴어서였다.

배정을 잘못 받아 그녀 실험실에 들어간 선배 중에는 실습 점수 때문에 유급당할 뻔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소문에는 학교 다닐 때 의대생에게 차여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아무튼 해가 바뀌어 2학년이 되면, 나도 자칫 잘못하면 그녀 방에 배정될 수 있었다. 잠깐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만 재빨리 다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피하는 게 상책... 그녀 역시 친구랑 같이 온 듯...

그러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평소에 하지 않던 짓 하게 만드는 데는 술이 제일이었다. 다시 그녀를 쳐다 봤더니, 그녀도 나를 마주 보았다. 찡긋 하고 윙크를 하자, 그녀가 재빨리 얼굴을 돌려 피했다. 계속 쳐다보자 다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또 고개를 돌렸다. 그때 그녀 입가에 서리는 묘한 미소... 나는 그녀를 알지만, 그녀는 나를 처음 본 것이다.

그 날, 그 때까지 소위 ‘부킹’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는 나였지만, 그냥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안 되면 뭐, 냅두고 그냥 술이나 더 먹지, 뭐.

“재들 어떠니?”

옆에서 춤추고 있는 성수에게 지수정 조교와 그녀 친구를 턱 끝으로 가리키자, 성수가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취향이었구나, 너. 쯔쯔.”

“귀엽잖아.”

“초짜 연습용으로는 괜찮네.”

“재들하고 오늘 온나잇 해보자.”

“범생이가 대학물 먹더니 왜 이렇게 됐냐? 맘대루 해라. 난 오늘 예정이 없다만...”

“웬일이냐? 밝히는 놈이?”

“엄마 기일이잖아, 씨바야.”

“그럼 안 맞네, 짝이.”

“놀아는 줄게. 근데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데?”

“그거야 맞추면 되지. 나 의대 다닌다고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알았지?”

우리가 끼어들자 그녀와 친구가 틈을 벌려 주었다. 자연스럽게 지수정 조교와 내가, 그리고 친구와 성수가 파트너가 되었다. 머리끝이 내 턱쯤 오는 지수정 조교를 내려다 보자, 그녀가 슬쩍 쳐다보다 배시시 웃고 외면했다. 어쭈... 귀엽게 구시네. 그러고 보니 춤도 작은 덩치에 최적화된 폼인 걸 보니, 자주 다니는 솜씨인 것만은 분명했다.

상체에 꽉 끼는 붉은 가죽 점퍼에 짧은 스커트. 그 아래에 노출된 다리는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매끈하고 날씬... 그 외는 추후에 확인할 수 있겠지, 뭐.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나 김 수호, 너는?”

다짜고짜 반말 하는 게 기분 상했는지 힐끗 쳐다봤지만, 이내 그녀가 입을 내 귀에 댔다.

“이 현지.” 큭! 이 현지라고? 어디서 그런 예쁜 예명을 주워들었을까? 다시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너 귀엽다!”

“웬, 막말?”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흥!” 화난 척 하는 표정이지만, 기분은 좋은 것이다.

“우리 방에 가서 한 잔 어때?”

그녀들이 방에 따라 들어왔다. 뿌듯한 성취감... 나도 소위 부킹이란 걸 해봤다. 그것두 우리 학교 조교를 낚았다. 크크크.

성수가 그녀들의 옷가지와 가방을 받아 걸고 짝을 지어 앉았다. 그 다음은 각자 소개... 나는 스물 한 살의 공대생, 성수는 나랑 같이 학교 다니다가 입대한 것으로 위조되었다. 속이지 않은 건 이름 뿐이었다. 이름은 일부러 본명을 쓴 것이다. 나중을 위해서...

스물 두 살이라는 지 조교의 뻥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적어야 스물 다섯 쯤으로 알고 있는데...

“앗! 누나였네. 미안해, 누나. 어려 보여서...”

“괜찮아. 자주 겪어.”

하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 나이로 보일만큼 앳되어 보이기는 했다. 지 조교의 친구는 이름이 오 희연... 아마 가짜일 것이다... 나이는 역시 스물 둘... 이것 역시 가짜...

“자, 섹시한 누나들과의 예쁜 만남을 위해!”

돌아가신 엄마 기일이라며 몸을 사리던 성수가 더 적극적이었다. 아니... 더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숙달된 전문가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포스라고 할까? 아마, 기어이 ‘하룻밤’을 해보려는 초짜 친구를 위해 조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뿐일 터였다. 처음에는 수줍은 듯 내숭을 떨던 그녀들도 몇 번 눈물 빠지게 웃고 나더니 술에도, 야한 농담에도 무척이나 관대해졌다.

지칠 때까지 몸을 흔들고 돌어온 후, 지 조교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 더워’ 하며 가죽점퍼를 벗어 나시 패션의 상체를 노출시켰다. 아마 나를 수컷으로 만드려는 의도인 듯... 그리고 그건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몸은 마치 키 큰 글래머를 축소해 놓은 듯 했다. 늘 실험실 가운을 걸친 모습만 스쳐가며 봤기 때문에, 가운 속에 그런 몸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는데...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다. 빈 말 만은 아닌 칭찬 한 마디...

“누나 몸매 죽인다. 김 혜수 축소판 같아.”

“잘 안보여 주는데, 오늘은 선심 쓰는 거야.”

내숭은...

“피부도 사기 그릇 같아. 하얀 사기 그릇...”

“그건 조명 빨이지, 호호호.”

그러더니 눈을 모로 치켜뜨고 나를 쳐다보며,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갖구 싶지?”

“어... 왜 이렇게 침이 나오지? 쩝쩝...”

“어머, 야~!”

성수가 나를 불렀다.

“수호야. 잠깐 나 좀 보자. 누나들 실례!”

여자들만 두고 둘이 방을 나왔다.

“자려고?”

“응, 저 여자하고.”

“어이구, 나 참. 그냥 내가 삼삼한 얘 하나 붙여줄게.”

“아니, 저 여자여야만 해. 사실은...”

그녀에 대해 성수에게 얘기해 주었다. 다 듣고 난 성수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그래서... 내년에 개학하면 저 여자랑 잤다고 자랑하고 다닐라구...?”

“아니, 그냥 저 여자가 나 알아 보고 당황하는 꼴을 보고 싶을 뿐이야.”

“도와주긴 한다만... 너 이상해졌어.”

“장난일 뿐이야.”

성수의 시각에서 나를 보는 것이 아마 가장 정확했을 것이다.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걸, 아마 나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성수가 종업원을 불러 몇 마디하고, 우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종업원이 와서 테이블 세팅을 다시 하고 성수에게 작은 봉투를 하나 건네주고 돌아갔다.

“이게 뭐게? 누나들?”

“뭔데?”

“일일 VIP 우대권!”

“우대권?”

“응, 둘이 오면 하루동안 룸을 공짜로 쓸 수 있어. 물론 안에서 먹고 마시는 것 포함. 아무리 많이 먹어도.”

“오! 그런 게 있었어?”

“근데 커플로 와야만 쓸 수가 있어.”

여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게 원래 있는 건지, 성수가 급조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자, 요걸 누구한테 줄까?”

나!, 나! 하고 여자들이 환호했다. 게임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가지기로 결정하고 성수가 게임을 제안했다. 술을 똑 같이 따른 후 입으로 옮겨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이다. 지는 쪽은 그 술을 각자 마시고, 미리 정한 벌칙을 수행하면 다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술도 먹이고, 접촉까지 유도하는 놀라운 게임. 언제 저런 걸 다 개발했을까?

남자 허벅지 위에 걸터 앉아 사타구니를 부비는 정도의 벌칙은 여자들도 쉽게 쉽게 해냈다.

“자, 다음 벌칙은 여자분 브래져 제거.”

틈틈이 벗기는 벌칙을 정한 다음, 둘이 승부를 조작해 가면서 여자들 속옷을 완전히 제거해 버렸다. 그 사이에 마신 술 때문에 여자들이 몸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할 때쯤 본격적인 벌칙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남자가 파트너 가슴에 키스 30초, 키스 마크가 남아야 해.”

“가슴을 보여 달라구?”

“안 보여 줘도 돼요. 졌습니다 하면 되니까.”

“아, 너무해! 킥킥.”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뽀뽀하고, 안고, 부비고 한 터라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듯 했다. 지 조교가 입으로 넘겨준 술을 그냥 내가 꿀꺽하고 마셔버렸다. 지 조교가 주먹으로 나를 두들기며 항의, 희연은 박수를 치고 환호. ‘아이 진짜 미워.’ 하면서 타이트한 나시를 접어 올리는 지 조교... 가슴의 풍만함에 놀랐다. 허공으로 벌떡 도드라진 꼭지가 그녀가 이 방탕한 게임에 상당히 빠져들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성수와 희연의 박수소리와 환호를 등에 업고, 말랑말랑한 살덩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꼭지 주면을 한 옹큼 물어 강하게 빨며 혀로 꼭지를 긁어 주자 점점 빨라지는 호홉... 벌칙이 끝난 후 얼굴을 가려 부끄럽다는 표현은 그저 예의일 뿐이었다.

“자, 시간 관계 상 진도를 빼겠습니다. 이번에는... 여자가 파트너의 성기에 키스 30초!”

“뭐? 그런 걸 어떻게 해? 나 안 해!”

희연이 강하게 어필해 왔다. 그런데 지 조교...

“희연이 너 안 해? 좋아 그럼. 우리가 이긴 거다?”

“어머, 이 기지배! 나도 할 거야.”

게임 시작 전에 지 조교가 내게 귓속말을 해왔다.

‘나 저거 꼭 갖구 싶어. 좀 있다 네가 하라는 거 다 해 줄게. 알았지?’

파트너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걸 영리한 머리로 눈치 챈 것이다. 그걸 무시할 수는 없고 해서, 그녀가 넘겨주는 술에 침 까지 합쳐 잔에 뱉어냈다.

“어머, 어떻게 처음 따른 것보다 많을 수가 있어?”

“어유, 더러워라. 저걸 어떻게 마셔?”

상대팀의 항의가 거세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긴 건 이긴 것. 성수가 벨트를 풀고 자크를 내렸다. 희연이 심호흡을 하더니, 성수의 사타구니를 향해 고개를 묻었다. 하지만 이내 후퇴해 버렸다.

“아이, 구경하고 있으니까 도저히 못하겠다. 현지 너 가져, 어유, 독한 기지배.”

“그럼 나 괜히 벗었잖아, 희연이 누나.”

“야호! 내 꺼다. 이리 줘.”

저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그저 하룻밤 먹고 마시고 춤추는 걸 공짜로 할 수 있다는 게 그리 좋은 건가? 게임은 끝났지만,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한참을 서로 더듬고 만지다가 성수와 희연이 사라졌다.

“우리도 나가자, 누나.”

차가운 밤거리로 나와 모텔 간판을 향해 걸었다. 지 조교가 내 팔을 벌리더니 팔과 몸 사이에 끼어들어 찰싹 붙었다.

“어자 친구 있어?”

“그런 거 안 키워.”

“거짓말?”

“아니, 귀찮아서...”

“카사노바네?”

“그 정도는 아니고... 누나는 남자친구 있어?”

“아니, 없어. 나두 귀찮아서...”

“아까 한 약속 잊지 않았지? 뭐든 다 하겠다는 거.”

“아, 무서워. 뭘 시키려고... 호호호.”

잊지 않게 해 주려고 지 수정 조교님.

“먼저 씻을게.”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가 욕실을 향했고 나는 전화기를 꺼냈다.

[여보세요?]

[누나? 나, 수호.]

[응.]

[엄마랑 아빠는 주무셔?]

[응]

[나 좀 늦는다구...]

[어딘데?]

[그냥... 시내에서 친구랑 놀구 있어. 성수 알지? 유진이 오빠.]

[......]

[누나 듣고 있어?]

[나도 나가면 안 되니?]

이게 무슨 유미누나답지 않은 소리... 게다가 진규 형한테 이별을 고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쯤 뭔가 감상에 빠져 있어야 맞는 것 아닌가?

[오늘은 그냥 둘이만 있는 게 낫겠어.]

[그래... 언제 들어와?]

[두어 시간 쯤 더 놀다 갈게.]

[응.]

갑자기 누나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진 걸까? 누나가 언제 내 행적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마누라 같네... 큭큭.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먼저 나온 지 조교가 침대 시트에 몸을 숨기고 누워, 내 알몸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누가 누워 있으랬어?”

“응?”

“일어나.”

“그냥 하자.”

“내 맘대루야. 얼른 일어나.”

지 조교가 불만어린 표정으로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가운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작은 체구...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리 와.”

“이상한 거 시키면 안 돼.”

“내 맘이야. 이리 와.”

미적거리며 걸어왔다.

“앉아. 아니, 소파 말고 바닥에 앉으라고... 무릎 꿇고... 그렇지.”

어색하게 무릎을 꿇는 지 조교.

“누나가 자청한 거니까 군소리 하지 마.”

지 조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녀의 기분을 맞춰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빨아.”

“나 이런 거는 싫어.”

“이미 늦었어. 얼른 빨아! 안하면 강제로 시킬 거야.”

판단이 빠른 여자였다. 나와 함께 모텔에 들어온 이상, 내가 강간을 하더라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신고할 수 있다 해도 그녀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학교에 그런 소문이 퍼지면,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할 테니...

할 수 없다는 듯 그녀가 눈 앞에서 흉측하게 서 있는 내 기둥을 쥐었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감촉이 좆 대가리를 둘러싸자, 짜르르 밀려 오는 뭔지 모를 쾌감. 남자가 여자의 입에 기어이 성기를 물리고 싶어 하는 것은 이런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저 감촉에 의한 것만이 아닌, 여자를 내 맘대로 부리고 있다는 정복자의 쾌감.

“솜씨를 보여 봐. 잘 하면 빨리 끝내 줄게.”

선배님들... 지수정 조교가 지금 내 껄 빨고 있어. 마녀 조교 입에 내 자지를 물렸어.. 크크크.

연신 꿈틀거리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내려다 보았다. 침에 번들거리는 내 좆 기둥이 그녀의 작은 입과 손에는 너무 크게 보였다. 그래도 아는 기교는 다 부리려는 듯,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과 머리... 그녀의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어 내가 만족하고 있다는 걸 표현해 주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아...! 힘들어, 증말.”

“더 못해?”

“못하겠어. 오늘 술도 많이 먹었잖아, 속이 이상해.”

“알았어, 고생했어. 침대에 가서 엎드려.”

그녀가 침대에 가서 몸을 웅크렸다. 가운에 뒤덮인 작은 육체가 마치 강아지처럼 보였다. 뒤로 다가가 엉덩이를 덮은 가운 자락을 위로 밀어 올렸다. 자세 때문에 허리 아래로 양파처럼 퍼진 하얀 엉덩이가 드러났다. 움푹 꺼진 고랑 한 가운데 있는 앙증맞은 작은 갈색 구멍.. 그 아래로 길게 갈라진 금...

“더 들어!”

“불 끄면 안 돼?”

“그냥 해.”

무릎이 90도 가까이 펴지며 엉덩이가 치들렸다. 허벅지 안쪽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자, 그녀가 무릎을 벌렸다. 동시에 금이 벌어지면 고개를 내미는 빨간 속살... 윤기가 흘렀다.

“그대로 있어. 자세 풀어지면 각오 해.”

꼬리뼈에 혀를 대고 치골에 도착할 때까지 강하게 혀를 누르며 그 사이의 모든 구조물들을 문질렀다. 터져 나오는 교성...

“흑...!”

그리고는 다시 후퇴해서 꼬리뼈가지... 뒷구멍이 움찔거렸다 다시 펴졌다.

“좋아?”

“......”

“좋냐구?”

“으응...”

“더 해줄까?”

“으응...”

혀만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 애액과 침이 범벅되어 사타구니가 번질 거릴 때까지 애무를 해주자 그녀의 입에서 연신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흐윽~~ 흐윽~~ 흐윽~~”

몸을 세우고 손가락을 그녀의 저항 없는 구멍 속으로 밀어 넣자, 그녀가 ‘으으윽~’하며 자지러지는 교성을 흘렸다.

“너무 밝히는 거 아냐?”

손가락을 마치 좆대인냥 앞뒤로 움직여 주었다.

“아주 질질 흘러...”

“흐윽~~ 흐윽~~ 아... 미쳐...”

동시에 엄지로는 매끈거리는 항문을 꾹 누르고 문질러 주었다.

“이런 여잔 줄 몰랐어.”

“흐윽~~ 흐윽~~ 흐윽~~”

다른 손으로는 탄탄한 엉덩이 살을 주물러 주었다.

“지수정 선생님!”

“.......”

“가운 속에 이런 몸뚱이를 감추고 있었다니...”

“누... 누구?”

“00 대학 의예과 1학년 김 수호라고 합니다.”

그녀가 후다닥 몸을 일으켜 침대 위쪽으로 도망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다보았다. 얼굴에 비해 그렇잖아도 큰 눈이 찌어질만큼 동그래지고, 얼굴색이 애처러울만큼 하얗게 변해 있었다. 나는 뻔뻔하게 윙크...

다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가운을 벗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허둥대는 그녀... 팔을 움켜 쥐었다.

“놔! 갈 거야.”

“하던 일은 끝내야지. 약속 잊었어?”

“놔, 못된 새끼! 나를 속였잖아.”

“속인 건 선생님이 먼저지. 안 그래, 현지 누나?”

“알았어, 미안해. 잘못했다구... ! 그러니까 이것 좀 놔.”

“변한 건 없어, 약속은 지켜야지.”

그녀를 침대에 집어 던지자, 그녀가 침대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오늘 뿐이야. 오늘만 지나면 다 잊을게.”

다가가는 나를 보는 그녀의 눈에 ‘체념’이라고 써져 있었다.

“소문내면 안 돼, 알았지? 그러면 콱 죽어버릴 거야.”

“걱정 마, 선생님. 오늘만 말 잘 들으면 돼.”

가운을 벗겨 알몸을 만드는 내 작업에 그녀는 순순히 응했다. 입술을 내밀자 이리저리 피하더니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내주는 그녀. 내가 누군지 몰랐을 때는 그렇게 입술을 못 붙여 안달이더니... 반듯하게 눕혀 놓고 젖꼭지를 빨면서 다시 보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말라 있던 그것이 금새 다시 매끈거리기 시작하고, 주저하던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감쌌다.

“내 위로 올라와.”

“어떻게?”

“몸을 돌려... 그렇지... 좀 더 위로 올라 와... 됐어... 엉덩이 낮춰... 옳지... 됐어. 이제 빨아.”

어렵게 소위 ‘69’ 자세를 가르칠 수 있었다. 그 자세는 남자에 비해 여자의 덩치가 작아야만 제대로 되는 자세라는 걸 깨달았다. 안 그러면 서로 고생이다. 여자가 허리를 꺾거나, 남자가 고개를 꺾어야 하니... 지 조교와 나 정도의 차이가 가장 적당한 차이..

음핵을 혀로 핥으면서 눈 앞에 노골적으로 벌어진 속살에 손가락으로 테러를 가했다. 찌걱거리는 청각적 효과와 함께, 움찔거리는 항문의 시각적 효과.... 성기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촉각... 나도 흥분되었지만, 그녀도 도가 지나쳤는지 가끔 따끔거리는 아픔이 성기에서 느껴졌다.

“이빨로 물지 마, 아프잖아. 어휴, 그것도 몰라? 조교가 되가지고...”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거잖아.. 씨이..”

웃음을 참으며 계속해서 가혹한 애무를 가했다. 흥분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꿈틀거리는 그녀의 몸... 갑자기 그녀가 입을 떼더니 알주머니 옆에 고개를 묻었다.

“헉! 헉! 아.... 나 어떡해... 이상해.... 아... 아...”

허벅지를 움켜쥐는 듯 통증이 밀려 올라오고, 보짓살이 손가락을 조여 대더니, 몸뚱아리 전체가 푸들푸들 떨기 시작했다. 보지 속에서 밀려난 액체가 주르르 흘러나오더니 내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아.... 아.... 으윽.... 으으윽....”

한동안 절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다가, 자세를 바꿔 그녀를 눕혔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 그래도 두 말 없이 다리를 벌려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시... 벌어진 작은 조갯살 사이에 내껄 밀어 넣었다. 빽빽한 느낌...

“흐윽!”

“오... 죽인다, 선생님. 쫄깃쫄깃하네.”

내 말은 못들은 척, 그녀의 두 다리가 내 몸을 감아왔다. 허리를 밀쳐 올리면 같이 요동을 치는 그녀의 몸... 주저하는 듯 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내 목을 끌어 안고 당기기 시작했다. 찡그려진 얼굴... 입술을 대주자 미친 듯이 빨아댔다.

“푸걱, 푸걱, 푸걱, 푸걱....”

“으읍~~~! 하~~~! 아 미쳐... 하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체위를 다 해보며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 셀 수 없을 만큼 절정을 느끼던 그녀의 몸도 마지막 사정 직전에는 축 늘어져 버렸다.

“안에 해도 돼?”

“으응...”

후련한 배설의 쾌감... 나른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뭐해?”

“응?”

“얼른 닦아.”

“......”

“빨리 안 해?”

“아... 알았어.”

“어디 가?”

“타월 가지러...”

“입으로 닦으라고!”

“......”

“빨리!”

할 수 없다는 듯 깨작깨작 혀를 놀리는 그녀... 사타구니를 샅샅히 핥더니 ‘이제 됐어’하는 내 말에 얼른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술도 어느 정도 깨고 정신이 돌아왔다. 찜찜한 기분... 내가 왜 저 여자를 괴롭힌 걸까? 선배들에게 못되게 굴어서... 라는 건 핑계일 것이다. 성수 말대로 내가 변한 것이다... 흉폭해지는 걸까?

여자가 나오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가려구?”

“으응.”

“바래다 줄께. 늦었잖아.”

“......”

배웅을 거절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그녀가 사는 아파트까지 가는 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아파트 입구에서야 그녀가 입을 열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오늘 일 꼭 비밀로 해줘,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걱정말아요... 선생님하고 나하고는 모르는 사이예요. 이제 됐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가 점점 는다... 술도 늘고... 내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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