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다. 엄마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었다. 장례를 치루는 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뭐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귀찮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나 같지는 않았다.
“유산문제인데...”
“이모! 지금 그런 이야기 해야 해요?”
“이 바보야. 지금 해야지 그럼 언제 해!”
“그래..그건 혜진이 말이 맞다. 재석이 말인데..걔는 혜경이 아이가 아니니까..”
“삼촌! 재석이는 우리 동생이에요!”
“말이 좋아 그렇지. 피가 섞이길 했어? 혜경이도 살아생전 재석이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모르니?”
“이모..제발...”
“두말할 것 없고..아버지가 남에게 주라고 혜경이에게 상속한 것은 아니니..현주와 연주에게만 상속받을 수 있도록..”
돈은 좋은 것이다. 삼촌과 이모가 우리를 위해서 저런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건 엄마도 우리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괜히 우리 걱정을 하면서 당당하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누나..”
“재석아..”
어느새 재석이가 와 있었다. 어디서부터 들었던 것일까? 나는 그 걱정으로 머리가 하얗게 되어 가는데, 삼촌과 이모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식으로 막 나간다.
“들었니? 너도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너는 현주아빠가 밖에서 데려온 아이다. 혜경이가 워낙 착해서 너를 길러 는 줬다만..너도 양심이 있다면 혜경이 유산에까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겠지?”
“누나..삼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건..”
“삼촌이..하는 말...사실이야?”
“...................”
“거짓말...그지? 거짓말이지?”
“삼촌..말은 사실이야..하지만..엄마는 너를 사랑했어..그것도 사실이야..”
“..........”
“재석아..재석아!”
그 후 재석이는 3일 동안 알아 누웠다. 때때로 40도까지 열이 올라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사는 위험하다고 했다. 몸에서는 계속 땀이 흘러서 계속 닦아줘야 했다. 열이 오르락내리락 해서 한시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
겨우 깨어났을 때, 3일 만에 볼이며 눈이 움푹 들어간 모습에 눈물이 났다. 재석이가 나를 보고 웃으며 울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건 슬픔 이상이었다.
“그..유산이라는 거..삼촌..하자는 데로 해...나..신경 쓰지 말고..엄마..유골은?”
“응...엄마 유언대로..너에게 맡기려고..”
“그래...다행..이네..”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유산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대구의 땅과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아버지가 주신 4억 상당의 주식 , 엄마가 가지고 있던 7천만 원이 있었다. 삼촌과 이모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나와 연주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재석이가 유산을 포기한다고 하면서 맥없이 끝이 났다. 재석이는 엄마의 유골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나와 연주는 재석이에게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멋대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여 도와준답시고 파탄을 일으키는 삼촌과 이모에게 화가 난다.
“뭐하려고?”
“응..엄마..묻으려고..”
재석이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 가져온 동백나무를 좀 크고 예쁜 화분에 분갈이를 하면서 그 안에 엄마의 재를 같이 넣었다. 작은 간장독만한 크기였지만 꽤 무거운데 그것을 아침이면 베란다로 옮겼다가 저녁이면 방으로 가져갔다. 어쩐지 괴기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엄마..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엄마가 아니라 재석이가 외로워 보였다. 학교에 갔다 오는 것 말고는 집에만 있었다. 주말에도 한 달에 한번 아버지에게 갔다 오는 것이 전부였다. 집에서 뭐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엄마의 나무 옆에 앉아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안쓰럽고 불안하고 무서웠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삼촌과 이모는 유산문제가 마무리 되자 당신들 의무는 끝났다는 듯 연락이 없다. 소식을 전한다 해도 재석이 문제라면 관심도 없을 것이다.
‘엄마..나 어떻게..우리 재석이 어떡하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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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낳아준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엄마와 나를 낳아준 사람은 별개의 존재였다. 예전에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진실을 알고 나니 미워했던 거였다.
‘엄마는...왜...’
미워하던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그 일 때문일까? 엄마에게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엄마가 채워주던 항아리가 비어간다. 공포심까지 들었다. 회색빛 현관이 반갑다며 미소짓는 듯 했다. 사악한 악마의 형상이었다.
‘나의 친어머니는 누구..?’
알고 싶다. 엄마가 죽고 없기 때문에 그 자리를 대신 해 줄거라는 기대 때문은 아니다. 그저 알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 여자는 4명, 엄마, 경양식 아줌마, 동연누나, 수영이다. 엄마가 51살, 아줌마가 3~40살, 동연누나가 30대. 수영이 23살이다. 수영에게는 2살 된 희주가 있고, 동연누나는 8살 선주가 있다. 아줌마에게는 14~16살 정도의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16살이었다.
“...............”
단순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그것은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아버지에게 물어보거나 아줌마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줌마보다는 아버지가 편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가르쳐주지 않을 수도 있다. 가르쳐줄 거면 진작 그랬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어쩐 일이야..”
“그냥 와 봤어요..사장님은 계세요?”
“응..사무실에...”
“잠깐 뵙고 올게요..”
“그래..”
내 생각은 갑자기 아줌마를 만나 직접 찔러 보는 거였다. 아버지가 말해줬다고 넘겨짚어 보고 맞으면 이야기를 들으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버지가 장난친 것으로 몰아갈 생각이다. 아버지 성격에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아아..”
사무실 앞에 섰는데 안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줌마 방에서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걸까?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돌렸다. 잠기지 않았다. 열고 들어갔다.
“아아..더..좀..더..”
“헉.헉..”
아줌마와 지배인이었다. 소파에 누운 아줌마 위에서 지배인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용을 쓰고 있었다. 문 앞에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아줌마가 나의 친엄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을 바라볼 권리라도 되는지 당당하게 봤다.
“앗! 재석아..”
“음...”
아줌마 소리에 지배인이 허겁지겁 일어나고 아줌마의 뻥 뚫린 구멍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지배인은 허겁지겁 바지를 올리고, 아줌마는 치마를 내려 감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쩐..일이니..갑자기..”
“...뭐..물어볼게 있어서요..”
“그래..지배인님은..잠깐..”
“네..”
아줌마는 앉으라는 말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가운데 1인용 소파로 옮겨 앉았다. 아줌마가 있던 자리는 가죽을 타고 물이 흘렀다. 나는 그 반대편에 앉았다. 아줌마가 나에게 잘못한 것은 없다. 오히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본 내가 예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줌마 눈은 기가 죽었고 위신은 수축되었다. 반대로 아줌마의 약점이라도 잡은 것처럼 나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래..무슨 일인데..”
“..........아버지 말씀이..아줌마가 저를 낳아준 분이라고 해서요..맞나요?”
“........그..사람이..말했어?”
“네..”
“..................”
“사실이군요...”
“.................”
가슴이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가뭄에 갈라지는 논처럼 여기 저기 쩍쩍 벌어졌다. 꽉 막혀버린 목으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잘못생각 했다. 오늘은 물어보지 말걸 그랬다.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에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과 같았다.
“왜요? 왜 버리셨어요?”
“...........”
“저에게 할 말 없으세요?”
“...........”
“..갈게요..”
“재석아...”
뒤에서 들리는 아줌마의 목소리에 슬픔이 붙어있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면 그래도 어머니니까. 낳아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충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일이 되니 간단하지 않았다. 가슴이 머리를 따라주지 않았다.
낳아 놓기만 하고 길러주지 않은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보다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도 더 아팠다.
‘엄마는.....’
유일한 존재였던 엄마는 동연누나나 수영이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엄마가 나와 근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알려줬던 항아리, 항상 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죄의식도 느끼게 만들고 타인을 배려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던 그것이 사라져갔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어디에도 없었다. 잃어버렸다.
어느새 중간고사였다. 그동안 학교도 며칠 빠지고 공부는 전혀 못했지만 학교에서 보는 중간고사는 애들 점수를 주기 위한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11시에 시험이 끝나고 애들은 전부 흩어져 사라졌다.
마음속에 있던, 엄마가 말해준 항아리를 잃어버리고 나면서 만사가 귀찮아졌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
‘옥상이 열려 있을까’
열려 있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옥상 위에 놓인 물탱크가 들어있는 타워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엄마를 잃은 4월보다 따듯한 5월 날씨였다. 대강 책가방을 놓고 그 위로 머리를 올려놓고 하늘을 본다. 화창한 날이었다.
“시험 잘 봤니?”
“그럭저럭 이요..”
잠이라도 들것 같았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미술과 3학년 애다. 초등학교 동창도 아니고 같은 반이었던 적도 없지만 얼굴은 알고 있다. 그들은 문이 닿치기가 무섭게 키스를 했다.
“쭙..”
남자애를 벽에 세워두고는 미술이 주도적으로 빨았다. 손으로 허리띠를 풀었는지 바지가 내려가고 똘똘이를 꺼내 쓰다듬는다. 상당히 능숙했다. 남자애의 똘똘이가 위에서 보기에도 커보였다.
“아아..선생님..빨아주세요..”
“호호.”
내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정열적으로 탐했다. 똘똘이가 덜덜 떨면서 흔들리고 미술이 그 밑의 주머니를 핥다가 빨았다. 남자애는 벽에 완전히 기댄 체 똘똘이만을 내밀고 있다. 미술은 주머니를 핥으면서 위로 올려다본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멈칫하더니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계속했다. 그러나 눈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다.
“좋아요..선생님..”
“쭙..쭙...”
소리가 들릴 정도로 깊고 빠르게 움직였다. 볼이 움푹 들어가고 입술이 꽉 오므려졌다. 남자애가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흔든다. 미술이 입을 열고는 다시 핥았다.
“좋았어요..”
남자애가 선생을 벽으로 붙이려는데 그걸 밀치고는 바닥에 누웠다. 남자애의 머리가 치마 밑으로 들어갔다. 미술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야릇한 표정이었다.
“음..”
가랑이 사이를 핥던 애가 똘똘이가 커지자 자세를 잡고 들어갔다. 처음부터 빠른 스피드로 미술을 몸을 짓누른다. 미술이 몸을 돌려 남자애 위로 올라가 치마를 들어 올려 엉덩이를 보였다. 손가락으로 항문을 쓰다듬다가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에게 들어오라는 뜻으로 보였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지퍼에서 똘똘이를 꺼냈다.
“음..아아..어서..”
“선생님..아아..”
엉덩이를 벌리고 손가락을 치웠는데 미술은 돌아보지 않는다. 똘똘이 머리를 억지로 밀었다. 엄마보다 쉽게 들어갔다. 아버지와 했을 때와는 반대로 벽 너머에 남자애의 똘똘이가 느껴졌다.
“뭐야?”
“아아..그냥..해..”
“음...”
항문이 강하게 조였다. 오일도 없이 넣은 똘똘이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붙어버렸다. 엉덩이를 향해 침을 흘리면서 계속 움직였다. 어쩌다 마주친 침들이 똘똘이를 보다 부드럽게 만든다.
“아아..선생님..저..”
“음..해..”
안에서 남자애의 똘똘이가 줄어들고 있다. 나는 그런 거에 상관하지 않고 내 엉덩이만 흔들었다. 똘똘이가 마찰로 뜨거워졌다. 남자애는 끝이 났지만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똘똘이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엉덩이에 힘을 줘서 마음껏 박지 못하는 것이 화가 난다. 허연 미술의 엉덩이를 때렸다. 손자국이 날 정도로 강하게 쳤다.
“아아아..좋아..”
양손으로 두 볼기짝을 정신없이 후려쳤다. 미술을 괴롭히면서 가슴이 조금 후련해진다. 계속해서 때리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아아..아아..”
“선생님...제발..천천히..아..”
남자애는 3번째 사정이라 고통스러워했다. 그 애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미술은 계속 움직였다. 미술의 엉덩이는 사과처럼 빨갛게 익었다.
“아아..좋아..나..”
“싼다..윽...”
그동안 모였던 미친소들이 광분하여 쏘아져 나갔다.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양일지도 모른다. 미친소를 뿜어내면서도 계속 움직였다. 마음속의 갈증이 전혀 없어지지 않았다. 잠깐 물렁해지던 똘똘이도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기운을 낸다.
“아아..그만..그만..”
“헉..”
남자애 똘똘이가 다시 커졌다. 아파서 죽으려고 한다. 아프다면 서도 커지는 똘똘이가 이상한 것이다. 미술은 남자애 위에서 완전히 퍼졌다. 무너지는 허벅지를 잡고 거침없이 찔렀다. 똘똘이 머리만 남기고 왕복했다.
“아아..아아아..좋아져..다시..나..”
“윽...”
남자애는 괴로워 죽으려 하고 미술은 좋아 죽으려 한다. 나는 나대로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그 안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애정 따위는 없었다. 그저 차서 넘치는 욕망만이 있었다.
“아..씨발..입 벌려..”
욕이 나왔다. 미술의 머리를 잡아들고는 그 입에 항문에 담겨졌던 똘똘이를 꺼내 쑤셔 넣었다. 미술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그것을 받았다. 넣자마자 미친소가 터져나갔다.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목젖에까지 깊이 들어갔다.
“윽..읍....”
다리가 휘청거렸다. 미술의 입 안에서 똘똘이가 기운을 잃어갔다. 미술은 미친소를 전부 먹고는 똘똘이를 핥고 빨았다. 남자애는 그런 우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소년의 순정이라도 짓밟힌 표정이었다.
“선생님..쟤는..?”
“글새...”
“큭큭..옥상 사용료라고 생각해..쉬고 있었는데..니들이 와서 그 짓을 하는 통에 쉬지를 못했으니까..”
“..........”
“그럼..난 가볼 테니까..계속 재미 봐라..”
타워에서 가방을 꺼내와 바로 학교를 나섰다. 성애라고도 하고 애욕이란 말도 있다. 지금까지의 섹스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엄마와의 관계가 그런 마음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술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자문해 본다. 없었다. 그저 동물적인 본능만 충만했다. 미친소를 새로운 암컷에게 넣고 몇 초간의 전기를 느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야!”
“.............”
“잠깐 얘기 좀 해..”
미술과 함께 있던 남자애였다. 그 애의 얼굴을 보고 왜 그러는지 알거 같다. 내가 지수에게 반말을 하면 나에게 시비를 걸던 애들과 비슷한 표정이다. 그 애를 따라간 곳은 학교 건물 뒤였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자재들과 잡초가 무성했다. 건물이 햇빛을 가려 좀 어두워 간혹 여기서 담배 같은 것들을 하러 오는 애들이 있다.
“너...선생님에게 또 그럴 거야?”
“글새..”
“........좋아. 그럼 남자대 남자로 결투를 하자. 그래서 진 사람은 선생님께 다가가지 말고, 오늘 일도 비밀로 해주는 거다. 어때?”
소문을 내고 다닐 생각은 없지만 사람마음은 모르는 것이니 확인을 받고 싶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미술은 저 애의 것이 아니다. 저 애를 사랑하고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 애 역시 미술을 사랑하는지 단순한 수컷의 집착인지 알 수 없다.
“좋아.”
그렇지 않아도 뭐라도 때리고 부수고 싶었는데 잘 됐다. 체격도 좋고 결투를 신청할 정도면 자신 있어 보인다. 그래서 붙어 보기로 했다. 2~3미터의 거리를 두고 계속 돌고만 있다. 10바퀴는 넘게 돌았다.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 애의 눈은 조금도 떨고 있지 않았다. 또 하나는 손인데, 주먹을 쥐지 않고 피고 있었다.
“핫!”
애가 슬금슬금 나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내 발차기를 손으로 막으면서 바짓단을 잡아 몸을 튼다.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몸이 공중으로 떴다. 바닥에 닿는 순간 빨리 일어나 상대를 찾았다. 내가 생각보다 빨리 있어나서 그의 몸이 따라오려다 물러났다.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이애는 유도를 하고 있다. 손을 펴고 있는 것은 잡기 위해서였다. 다른 운동을 하고 있는 애와 싸우기는 처음이었다. 흥분이 된다. 전에 깡패와 싸웠을 때처럼 겁이 나는 것이 아니라 투지가 끓어올랐다.
“후..후...”
“하..하..”
셀 수 없을 만큼 때렸고, 나 역시 나가 떨어졌다. 상대의 기술을 모르는 만큼 때리는 수도 맺혀지는 방법도 다양하게 당했다. 이상한 것은 이 애가 밉지 않았다. 기술을 쓸지언정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것도 없다. 기술을 쓰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해 보낸 시간과 땀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질긴 놈..”
피식~
“너 역시..”
땅과 부딪치면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다. 더 이상 발차기를 할 힘도 없었다. 오직 이 애가 일어나니까 일어날 뿐이었다. 그것도 둘이 같이 휘청 이며 쓰러지고 나서는 같이 누워있다. 내가 무방비로 있는 동안 이 애가 뒤통수를 치리란 걱정 같은 것도 안 들었다.
“홍철..노 홍철이다..”
“유재석..”
한참을 쉬다가 일어나 먼지를 털면서 말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 말만을 하고는 가방을 찾아 들고 걸어갔다.
“미술 말인데..그녀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관두는 것이 좋아..”
“.......상관없어...”
온몸이 아프고 쑤셨지만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 안에 미친소를 내보내는 것과는 다른 상쾌함이었고, 처음이라 신선했다.
그 후 홍철이를 가끔 보게 되었는데, 학교 유도부 주장이었다. 우리학교에 있는 유일한 운동부였는데, 이번에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주장이 된 모양이다. 우리는 서로를 아는 척하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피하지도 않았다. 그 애의 존재는 나에게 3학년 전체 남자애들만큼의 비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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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가능하면 빨리 나와 줬으면 하는 전화를 받았는데, 힘들면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 힘들게 대학까지 나와 취업을 했다. 이렇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내 욕심은 그랬는데, 집에 어른이 없어 불안하다. 연주도 고3이라 신경써줄 사람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재석이가 걱정이었다. 15년을 누나노릇 못 해준 거나 삼촌과 이모가 준 상처가 전부 나의 죄로 눌러왔다.
“뭐하다가 인제와!”
“응...그냥..”
“싸웠니? 너..왜 그래..누나 속상하게..”
“으응...별일 아냐..나 들어갈게..”
“잠깐 이야기 좀 해..”
“....그럼..좀 씻고..”
재석이 방에서 기다렸다. 이야기를 안 하고 피할까봐 그랬다. 특별히 나를 피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내 자격지심이 그랬다. 재석이가 반바지만을 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들어오다 나를 보고 멈칫한다.
“...........”
“앉아봐..”
“응..”
“너..과외도 다시 하고..태권도 도장도 나가는 것이 어때? 밖에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누나 불안하고 싫어..응?”
“생각해 볼게..”
“꼭..응?”
“알았어..누나도 힘들 텐데 가서 쉬어..”
“...나..그렇게 믿는다..”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재석이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어 싸웠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다친 줄은 몰랐다. 서둘러 약 상자를 들고 왔다.
“이리와 봐..”
“별거 아닌데..”
“글새..이리와 앉아..”
그 사이 몸이 많이 커졌다. 근육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섬세해졌다. 희미하던 복근이 숨 쉬는 것에 따라 움직인다. 어디서 얼마나 싸웠는지 곳곳에 벗겨진 피부 천지였다. 약을 곱게 발랐다. 1년 전 놀이공원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아직도 흉터는 남아 있었다.
“누나..미워?”
“으응..아니..”
“그럼..사랑해?”
“응..”
요즘 힘들었다. 엄마의 빈자리는 컸고, 그것을 메우기는 나는 너무 부족한 것이 많았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하는 것도 재석이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지 못했다. 그나마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엄마처럼 매일 새로운 찌개, 국, 밑반찬을 만들 수 없었다.
이제는 잘 웃지 않는 연주도 재석이도 대하기 힘들다. 연주는 같은 여자고 엄마를 잃은 상실감이라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었지만, 재석이는 어려웠다. 재석이에게 엄마는 엄마면서 여자였다. 그리고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듣게 했다.
“아침 찬거리 사러 갈까?”
“누나..힘들지 않아? 각자 사먹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건 안 돼! 누나가..좀 더..힘낼 테니까..응?”
“...............”
지치고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 재석이 말처럼 사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엄마가 있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엄마가 없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싫었다. 점점 뿔뿔이 흩어져 남이 되어갈까 봐 무서웠다. 지금도 재석이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려다가 그러지 못하고 멀어져갔다.
“흑....”
“누나...”
멀어지는 재석에게 안겨서 울었다. 그제야 재석이가 안아주면서 머리를 만져준다. 벌서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불덩어리로부터 몸을 날려 보호해 주던 것이 잠깐 위로해 주는 것도 힘들어지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럼..장 보러 갔다 오자..”
“훌쩍.....”
“그래~ 그래~ 울지 마~ 착하지~ 뚝~”
“훌쩍...응..”
동생이 위로해 줘서 울음을 멈춘다는 것이 창피하다. 재석이가 목에 감겨있는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샴푸 냄새가 났다. 내가 진정하고 있는 동안 옷장에서 남방 하나를 꺼내 걸치고 바지를 들고 쳐다본다. 옷 갈아입게 나가달라는 것이다. 작년까지 내 앞에서 팬티만 입고도 잘만 있던 녀석이 건방졌다.
“그냥 입어..뭐 어때..누난데..”
“후회하지 마?”
“응..”
“엄마~”
돌아서서 바지를 내리는데 안에 팬티가 없다. 하얗고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보였다. 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여전히 보였다. 남자 엉덩이도 봐줄만 했다. 아니 남자 엉덩이라 볼만 했다. 여자와는 다른 작지만 단단해 보였다. 만져보고 싶었다.
‘기왕이면 앞에서 갈아입지 돌아서 갈아입을 건 뭐냐. 전에 내 것을 보였으니까 나도 볼 권리가 있는데...’
‘화를 내는 척 해야 할까. 아니면 뭘 가리냐고 놀려야 할까..’
손가락 사이로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반바지가 내려가고 바로 팬티와 집에서 편하게 입는 검정 운동복이 올라오는 동안이 길게 느껴졌다. 돌아서는 기척에 손가락을 닫고 안본적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히히.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
“너! 흥~”
오랜만에 보는 반달웃음이 좋았다. 삐진척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애교로 보였다. 장녀로서 집에서도 그렇고 준영씨도 애교가 없다고 불만이었던 걸 생각하면 쉬웠다. 방으로 돌아가 얇은 윗옷을 걸치고 지갑을 들고 나왔다.
“생생플러스 갈까?”
“좀 멀잖아?”
“왜? 아직 운전에 자신이 없어?”
“무슨! 누나 솜씨를 보여 줘?"
운전은 괜찮은데 주차는 자신이 없었다. 특히 재석이가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더 뜻대로 안 움직였다. 큰소리 치고 가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주차장이 많이 비어있고 제일 자신 있는 자리가 있어 무난하게 차를 세웠다.
“오~재수~”
“뭐? 실력이야..실력!”
“히히..알았어..누나 잘 해..”
“흥~”
울었던 것 때문인지 마음도 가벼워졌고, 뭔가 일이 잘 풀리려는 징조 같아 즐거웠다. 재석이는 같이 다니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았고, 내가 어떤 물건을 고르면 신중하게 의견을 말해 줬다. 그래서 아침 찬거리 사러 갔다가 2층 의류매장과 3층 가전제품매장까지 둘러보고 나오게 되었다. 옷도 내 것 두벌, 재석이거 두벌, 연주 거 한 벌을 샀다.
“어머~ 신랑이 참 자상하시네요..”
“호호. 그런 편이에요..”
“옷이 참 잘 어울려요..신랑분이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에요..”
“그래요? 이것도 주세요..”
이런 상황이다. 집에 와서 사온 옷을 입어보니 정말 어울렸다.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할 때 옆에서 이것저것 심부름을 해 주는 것이 신혼 같은 느낌이다. 매일 똑같은 반찬인데 재석이가 맛있게 먹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혼자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도 이애는, 비록 가슴에 슬픔을 담고 있었지만, 한결같은 모습으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그걸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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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이 많이 달려 놀랐습니다. 혹시 완결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아직 완결을 내지 못했다고 쓴다는 것이 완결이라는 의미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네요.
2. 좋은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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