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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를 꿈꾸며(개정)2 - 2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6:18 669회 0건
한영혜의 두손 두발이 부들 부들 떨렸다. 애써 침착하게 행동을 하려고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은 그게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잘하면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것만 같았다.

"이상은 제가 알아본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 외의 것들도 있을수 있겠지만은...... 어찌되었든 간에 조속히 검토하시고 결정을 내리셨으면은 합니다."

준기는 서류철을 덮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한영혜를 바라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저 재수 없는 여자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일 것이다. 그간 조사를 한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보고를 지금 당사자를 불러다 놓고 정욱 앞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 놓고 하는 거였다.

"이렇게까지 대 놓고 할거라곤 예상못했겠지."

퇴근길에 자신과 놀아난 유부남 동료의 부인과 마주쳐서 머리끄뎅이 붙잡고 싸운 것에서부터 직원들 건강 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성병 걸린 사실이 드러난 거랑 야근을 하는 과정에서 이 남자 저 남자들이랑 놀라난 사실과 그 증인들까지 일일이 거론을 하며 준기는 그녀를 신랄하게 공격하였다. 또 그 외에도 년 수입의 20%는 처녀막 재생 수술에 30%는 낙태 수술에 퍼붓는다는 갖가지 소문들까지 빼놓지 않았다. 비서실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저런 사생활이 문란한 여직원을 둔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 논리정연한 비판을 가미해가면서 준기는 회장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였다. 준기의 주장에 정욱은 뒤통수를 뭔가로 두들겨 맞은 사람 마냥 어쩔줄 몰랐다. 그러다가 정욱의 시선이 한영혜와 마주쳤다. 한영혜는 차마 정욱과 마주하기 어려운 듯 고개를 숙였다.

"흑흑..... 흑...."

이런 뜻밖의 사태에 한영혜는 도저히 어쩔줄 몰랐다. 순간 생각해 낸거라고는 이렇게 시선을 피하고 눈물을 질질짜는 거였다.

"어디서 질질 짜는 거야!!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기본적인 예절도 못배웠어."
"너, 너무해요. 너,..... 흐어엉!!"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내가 틀린 말했어. 아니 내가 한 말에 사실이 아닌 것 있어? 있다면은 말해봐. 어서!!"

서슬 퍼런 준기의 질책에 한영혜는 더는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질질짜며 박차고 나가는 그녀를 바라본 준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정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욱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정신이 반쯤 나간듯한 모습이었다.

"너? 저년한테 얼마나 빠져 있는 거야?"

정욱의 모습을 보자니 이거 예상외로 손쉽게 매듭지어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이 앞섰지만은 준기는 정욱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였다. 일단은 한영성이 정욱 곁에 심어놓은 끄나풀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딴 생각을 품지 못하게끔 조치를 해야 뒤탈이 없었다.

"저런 뒤가 구린 직원이 여기에 배치된것에 대해서 해당 부서의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그, 그만 하세요. 한 비서의 일은 제가 알아서......"

그러자 준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하였는데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니? 그 말은 자신의 의도에 수긍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주변을 생각을 하세요. 저런 여직원이 여기에 배치된 것을 가지고 어떤 소문이 나겠는지.... 그리고 한 비서랑 회장님도 어떤 스캔들에 휘말릴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예전에 한비서의 사생활이 어땠던 간에..... 일단은 이곳에 정식으로 발령 받은 것이고..... 그리고 업무 처리 능력이라던가 그 외의 일들엔 아무런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욱은 잠시 뜸을 들이며 차를 한모금 들이키더니 잠시후 입을 열었다.

"저도 주변의 시선같은데 좀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은..... 아직 이 부회장님이 우려할 만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회장님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공연한 기우가 아니냐는 말에 준기는 발끈하며 더욱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였다. 아무래도 이 새파란 녀석 저 걸레같은 년에게 단단히 혹해 있는 것 같았다.

"저 걸레 치워 내가 깨끗한 수건 주면은 되잖아."

목구멍까지 그 얘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준기는 간신히 참았다.

"만에 하나 회장님께서 그런 지저분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면은 그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하지만은 저는....."
"물론 회장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스캔들이라는 것은 당사자의 개인의 결백하고 않하고는 따지지 않습니다. 입 소문으로 퍼지고 그리고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는 거죠. 그런 일에 한번 휘말리면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당사자는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되지요. 심적으로 말입니다."

정욱이 묵묵히 듣고만 있자 준기는 더욱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자 밀어붙였다.

"한비서의 경우도 그럴 위험의 소지가 있습니다. 여기 제가 열거한 것들만 봐도 대강 짐작이 가실겁니다. 얼마나 사생활이 문란합니까. 이런 직원을 곁에 두셨다가는 제가 말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수 없습니다. 그러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알았습니다. 부회장님. 부회장님 하신 말씀 심사숙고 해보도록 하죠. 일단은.....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회장님!!"

어물쩍하고 끝내려는 정욱을 준기는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은 곧 스스로 표정관리를 하고는 온화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 가볍게 흘려 듣지 않으셨으면은 합니다. 기분이 상하시더라도 말입니다."

생각같아서는 한영혜를 해고하거나 아니면은 다른 부서로 내친다는 인사 조치를 명하거나 확답을 받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였지만은 정욱의 표정을 보니 너무 강압적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무리인 듯 하였다. 그만큼 정욱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싶었다. 거기다가 명색이 부회장인 자신이 여비서 하나 짜르는데 사생 결단하며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볼성 사납기도 하고...... 그렇기에 준기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정욱과 준기의 대화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자신이 작성한 한영혜의 사생활 관련 서류들을 챙겨들고 정욱의 집무실을 나오는 준기의 눈에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한 정욱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그러지 말어. 내가 쌈박한 애 몇 명 붙여 줄게"

널리고 널린게 여자가 아닌가. 그렇기에 준기는 이참에 정욱에게 선심 팍팍 쓰기로 하고 인사과에 들러서 여직원 긴급 공채를 지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준기가 나가고 나자 정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상태로 표정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기지개를 펴고는 하품을 하면서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세상에..... 그렇게까지 프리우먼이었다니....."

어느정도 화끈하게 노는 타입의 여자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은 그래도 그 정도일줄은 자신도 몰랐다. 년수입의 50%를 처녀막 재생수술과 낙태 수술에 퍼붓는다니.....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고 어느정도 부풀려진 것일수 있지만은 이것만으로도 과거에 얼마나 잘나가고 즐기는 타입인지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은..... 뭔 상관이야. 않그래."

다른 누구한테도 아닌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 문앞까지 다가가는 정욱의 표정은 말그대로 흡족함 그자체였다. 자신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조금전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였으니 않그런가. 하지만은 그런 그의 의기양양한 표정은 사무실 밖으로 나서면서 다시 변하였다.
누군가를 찾는 듯 허둥대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지금 회사 옥상 아니면은 어느 한적한 곳에서 틀어 박혀서 질질 짜거나 다른 누군가와 머리를 맞대며 씩씩거리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그녀에게 다가가서 상관으로써의 인자함과 아울러 미래를 약속한 순수한 연인으로써의 청순함을 내보이고 과시하여야 하기에......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그 자식 제법이네."

한영혜로부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전해들은 한영성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정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요."

정욱 앞에 불러 놓고 대 놓고 자신의 지난 행적들을 늘어놓던 준기를 떠올리며 한영혜는 이를 갈며 그를 씹어댔다. 하지만은 한영혜로부터 그 얘기를 듣는 한영성의 표정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그러길레 주변 관리에 평소에 신경좀 쓰지."

준기가 선제 기습 공격을 한 것은 뜻밖이지만은 그래도 한영혜를 걸고 넘어진 것은 별로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한영성이 알고 있기에도 이 여자는 도가 좀 지나쳤다. 오늘 준기가 한 일을 냉정하게 따진다면은 -넌 당해도 싸-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그래. 회장님의 반응은 어땠어. 한비서."

그러자 이를 갈던 한영혜가 약간 진정되었다. 오늘 준기로부터 망신 당하고 난 이후의 일들을 다시 떠올리니 한결 누그러진 듯 하여보였다. 한영혜로부터 이후의 일들을 듣던 한영성은 하마터면은 광소를 터트릴뻔하였다.

"역시 어린 놈이라서 너무 단순하단 말이야"

회사 옥상 어느 구석에서 질질짜고 있던 한영혜를 간신히 찾아낸 철부지는 그녀를 다독거리면서 달래느라고 무지 애를 먹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 과거가 어찌되건 그건 아무래도 좋다. 자신에겐 지금의 그녀만 보일뿐이다. 대충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였단다. 7, 80년대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대사가 아니던가.

"그나저나 너 그 자식 어떻게 그렇게 꽉 잡은 거니?"

이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려는 것은 한영성은 간신히 참았다. 유치한 수준 낮은 이야기 전개였지만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날라리의 연상녀가 그 연하남의 마음을 꽉 잡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뿐이었다.

"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회사 그만둬야 하는거 아니에요?"

다시 현실로 돌아왔고 둘은 지금 당면한 과제들을 놓고 열띈 논쟁에 들어갔다.

"아니, 그렇진 않아. 우선은 회장이 한 비서를 내칠 것 같진 않거든."
"그렇긴 하겠죠. 하지만은 부회장이 밀어붙인다면은 어떻게......."
"당분간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꿋꿋하게 버티는 거야."
"그거야 어렵진 않지만은..... 한차장님. 오래 끌기에는 좀 그런데......"
"물론 그렇지. 그러니 한비서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뭔데요. 차장님."

한영성은 주변을 둘러본후 한영혜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소근거렸다. 한동안 은밀한 얘기를 주고 받은 두사람은 얼마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서 둘은 헤어졌다.

"서서히 칼을 빼어들었다 이거지. 그렇다면은 난 총을 겨눌거야!!"

자신의 끄나풀인 한영혜를 자를려고 한 것은 명백한 자신에 대한 공식적인 도전이요 엄포였다. 그렇기에 한영성의 머릿속에는 앞날에 대한 대비책들이 서서히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이제부터 전면전이다. 오늘은 한영혜에 대해 칼을 빼어들었고 내일은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뒤통수를 칠지 알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쪽에서도 그에 따른 적절한 대비와 공격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한낱 차장에 지나지 않는 자신이 부회장과 결전을 다진다는 것이 무모할지 모르지만은 그래도 자신에게는 저 철부지 회장을 사로잡고 있는 한영혜가 있지 않은가.
현재 외형상으로 볼때는 이준기가 그룹내의 주도권을 쥐어잡고 있다. 하지만은 전체 계열사 주식과 지분의 4, 50%가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이준기 역시 나름대로 주식과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은 회장과 비교한다면은 아무래도 열세였다. 하지만은 이준기는 그런 현실에 대해 무방비 상태이다.
왜냐하면은 그 막대한 재산과 그룹 지분을 장악을 한 최고 경영자가 그런거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철부지이기에...... 우려할만한 상황 발생할거라는 생각을 할 리가 있을까. 만일에 서진이나 서윤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은 얘기는 달라지겠지만은..... 그렇기에 한영성이 보는 자신의 계획은 무리수를 두고 있을 지언정 전망은 밝게 보는 편이었다.

"자, 이정도면은 됐고..... 이번엔 내차례......"

욕실에서 한창 정욱의 온몸 구석에 비누칠을 하던 진희의 손놀림이 멎자 정욱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서 타올을 낚아채고는 온몸 구석 구석 비누칠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가 할께요"

이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은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였다. 자신의 불러오른 배를 타올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각과 말이 일치가 되지 못하였다. 이제 6개월째, 날씬하던 진희의 몸은 그야 말로 배불뚝이 그자체였다. 걸음 걸이도 이만 저만 신경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은 진희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게도 자식이 생긴다는 사실과 지금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보호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다. 근래에 들어서 진희는 이전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와 안정 속에 푹 빠져 있었다. 진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순간만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어머....!!"

갑자기 진희가 당황하였다. 한동안 지금 상황과 미래에 대한 낙관에 흥겨워하던 중 뭔가에 반응한 것이다.

"미안해요. 진희씨. 조심할께요."

정욱이 진희에게 사과를 하였다. 온 몸 구석 구석 비누칠을 하다가 타올이 그녀의 다리 사이 음부 주위에 이르렀다. 조심해가며 세심하게 비누칠을 하였는데도 그만 그 부위와의 마찰에 그녀가 놀란 듯 하였다.

"괜찮아요. 회장님."

이미 매일밤 한 이불을 덮고 지내는 사이인데 그런거 가지고 미안하다고 하다니.... 어떻게 보면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은 뱃속의 아기를 의식해서 저러는거라고 여기고 넘어갔다.
촤아아........

비누칠을 다 끝낸 두사람은 샤워기를 틀고는 그 아래서 서로를 마주보며 섰다. 시원한 물줄기가 둘의 온몸을 연신 때리며 그들 몸에 묻은 비누거품들을 씻어냈다.

"아름다워요. 진희씨."

샤워를 하면서 거품들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몸들이 속속 드러나자 정욱이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말에 진희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름답다? 너무 않어울리는 찬사가 아닌가. 지금 자신은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올라 있는데......
부끄러워서 말못하는 진희에게 정욱이 다가가 기습적으로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처음엔 입술에 그 다음에는 볼과 귓가로...... 그리고 천천히 이동을 하면서 목부위로 내려오고 그 다음엔 그녀의 유방에 머물렀다 키스세례에 난감해하면서 간지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진희, 한동안 그렇게 둘은 샤워기 물줄기 아래에서 달아오른 몸을 식히며 한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얼마후 두 사람은 샤워를 끝내고 대충 물기를 닦은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왔어도 두 사람의 다정함은 계속 지속이 되었다. 침대위에 누운 진희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정욱이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하였다.

"힘들지 않아요 진희씨?"
"힘들긴요."

하지만은 불러오른 진희의 배를 바라보는 정욱의 시선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살림은 사모님이랑 정미씨가 거의 다 알아서 나눠가지고 맡으시고..... 불편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래도....."
"힘들어도 불편해도..... 저 괜찮아요. 엄마가 되는데 그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신의 배를 만지작거리며 진희가 흡족해하며 답하였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정욱도 흡족해하였다.
잠시후 두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다. 적막이 감도는 방안에 처음으로 진희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정욱의 두 눈은 떠졌다.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난 당신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옆에 잠든 진희를 바라보며 정욱은 속으로 외쳤다. 이제 배가 불러올랐고 출산까지는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 몇 달동안 자신은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정욱은 지금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태어날 아기..... 정확히 말해서 자신의 배다른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뭘 해줄수 있을까. 돈이라면은 얼마든지 있고 얼마든지 안겨줄수 있다. 하지만은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 아기가 자라날 환경이 문제가 아닌가.
이날이때까지 자신이 격어왔던 사생아로써의 처량함을 뱃속의 아기가 격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욱은 마음이 아프다. 아직은 다른 식구들에게 알리진 않았지만은 진희의 임신 사실이 그들에게 알려진다면은 어떻게 나올까? 20년 터울의 자신, 그리고 40여년 터울의 뱃속의 아기......
아마도 그들은 기겁을 할 것이다. 정말로 돌아가신 아버지 자식 맞느냐고 진희를 다그친다거나 아니면은 당장 머리 끄뎅이를 잡고서는 병원데려가서 지우려하거나.... 대충 이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않돼 절대로.....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야!!"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속으로 다짐의 다짐을 반복하는 정욱이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난간에 부H혀도 진희와 아기를 지키겠노라고....... 하지만은 정욱의 고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기를 낳고 난 이후의 문제..... 얼마전 정선에게 불려가서 그 문제로 적지 않게 고민과 갈등을 한적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애인인 진희,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복자인 아기..... 자신에겐 동생
정욱은 요 근래에 들어서 그 사실들을 애써 부정을 하고 지우려고 하였다. 잠든 진희를 바라보았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턴 이렇게 같은 방을 사용하며 살을 맞대며 지낸다.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해서는 않돼고 용인될수 없는 짓이지만은 자신은 그렇게 하고 있다. 속으로 그것을 의식하며 떠올릴때마다 정욱은 항상 이렇게 생각을 하곤 하였다.

"아버진 이 세상에 않계셔."

그 사실을 계속 강조를 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곤 하였다. 한창 피어오를 나이의 진희,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 이들에게 있을 빈자리를 자신이 매운다면은......
아기에겐 아버지가 필요하다. 그것을 자신이 맡는다면은 어떨까. 이미 진희와 몸을 섞다시피 하며 지내는데다가 그녀 역시 자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과 아기 엄마가 그렇게 암묵적으로 합의를 하고 결정을 한다면은....

"않돼 절대로......"

그러는 편이 좋을거라고 여겼지만은 정욱은 허탈한 표정으로 속으로 부정하였다. 의도는 좋지만은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은 고려해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신이 진희와 결혼을 하고 태어날 아기를 자신의 자식으로 키우는 것, 오기와 의욕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먼저 아기의 출생의 비밀을 영원히 비밀로 묻어야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희와 정욱이야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만은 문제는 진희가 아버지의 애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데 있다. 집안 식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그들의 경악에 가까운 시선과 반발 손가락질을 뒷전으로 하고 결혼에 골인을 한다고 쳐도 태어날 아기의 출생에 대한 의혹들을 어떻게 묻어둘까. 자신이나 진희야 어떻게 극복을 한다고 쳐도 태어나고 자라날 아기에겐 전혀 그렇지 않다.
그것들을 아기가 어떻게 극복을 할수 있을까. 이 문제로 인해서 정욱은 쉽사리 결정을 행동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법은 전혀 없다......"

아무리 해도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진희와 아기를 위한 미래 설계는 구조적인 태생적인 결함을 갖추고 있다. 구상을 끝내고 실행에 옮겨도 내재된 문제점들로 인해서 결국에는 붕괴되어 버리거나 완성될수 없는 그런 부실 시공으로 끝을 맺게 되는.......

"어쩌면은 좋지. 헙!!"

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정욱은 속에서 맴돌던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그리고 스스로 놀랬다. 고개를 돌려 옆에 잠든 진희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깨어나진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정욱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시후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쐴겸 정원을 돌아다닐 생각에서....

"무슨 소리지?"

정원으로 나갈려고 하던중 정욱은 위에서 뭔가 미세한 소리가 느껴졌다.

"위층엔 아무도 없을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자신이 2층에 기거했다. 하지만은 그 이후에는 자신은 1층에 방을 옮겼다. 새어머니와 정미도 마찬가지로 1층에서 기거를 하고 있다. 정욱은 위로 올라갔다. 뭔가 탁, 하는 소리가 간혹가다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다락방에 이르렀다. 이곳은 말이 방이지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들을 임시로 보관을 하는 일종의 창고에 가까웠다.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누가 있나?"

소리를 죽이며 정욱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어머!!"
"지금 뭐하고 계세요?"

문을 열고 보니 정선이었다. 정선은 갑자기 들이닥친 정욱을 보고 무척 놀란 모양이다.

"넌, 갑자기 어쩐 일이니?"
"위에서 자꾸 뭔 소리가 들려서..... 아무도 없을텐데 그런 소리가 나니까 올라와 봤죠."
"그러니.... 잠도 않오고 해서 잠시 올라 온거야"

그 말에 정욱은 이해가 않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런 곳에 뭐 볼게 있다고요?"
"이렇게 많잖니"

정선은 자신 앞에 나열되어 있는 것들을 정욱에게 내보이며 손짓을 하였다. 정욱이 살펴보니 사진첩들이 이래저래 나열되어 있었다.

"얼마전에 여기 왔다가 발견한거야. 니 어릴적 사진들도 좀 있고 해서...... 무료하다 싶으면은 여기와서 이것 저것 보고 나면은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

정선은 펼쳐져 있는 사진중에 몇장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였다. 정선이 가리킨 것들은 대부분 정욱의 초등 중, 고등 학교 시절의 소풍 갔을때나 각종 대회에 참가하였을때의 것들이었다.

"참 오랜만에 보네요."

그것들을 보노라니 정욱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는 정선의 앞에 다가가서 펼쳐져 있는 사진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건.... 아마도 유치원때 어디 소풍 간거 같은데....... 참 귀엽네."

티 없이 맑은 어린 아이 시절의 정욱의 모습을 보면서 정선은 연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사진을 두고 귀엽다는 말에 정욱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릴 때 모습이야 다 그렇고 그렇죠. 뭐."
"그래도........"

말끝을 흐리면서 정선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사실 지금 사진속의 정욱의 모습은 그렇게 낯설은 거라고 볼수 없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함 깨끗함이 배인 이 모습, 얼마전까지 정선도 봐왔고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던가.
하지만은 그게 언젠가부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마치 연기처럼 수증기처럼 증발되었다고 할까. 정선은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안다.

"나만 아니었으면은 이렇게 너도 변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이 생각을 해도 재산 경영권 분쟁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지내왔다면은 정욱은 평범한 아이로 지내왔을거라고 여기며 내심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어? 엉!!"

정욱의 물음에 한동안 상념에 휩싸인 정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미안..... 딴 생각좀 하다가......."
"사진은 사진일뿐이에요. 예전에 저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확인하게 만드는 것일뿐이지...... 그렇게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요."
"그렇긴 하지만은.......너도 좀 보지 그러니. 그래도 좋은 시절이란 것이 있었고 떠올리고 싶을때가 있을텐데...."
"없어요"

단호하게 딱 잘라 말하는 정욱, 그런 정욱을 보면서 정선은 자신이 정욱의 않좋은 기억을 건드린거라고 여기면서......

"지난 시절 좋고 나쁜 시절 그런게 뭔 소용 있어요. 그냥 앞으로의 일들만 생각하면은 되는 거예요."
"진희씨 문제도 거기에 속하는 거니?"

갑자기 진희 얘기가 나오자 정욱의 표정이 흠칫 굳어진다. 정선의 말에 뼈가 있었기에......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그런 말이 어디 있니!"

정욱의 두리 뭉실한 애매모호한 대답에 정선은 책망을 하며 약간 언성을 높혔다. 하지만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말을 이었다.

"미, 미안하구나. 하지만은..... 이제 너도 뭔가 결단을...."
"잘 알아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하지만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아요. 전혀...."

비분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내뱉은 정욱의 말을 듣고 정선은 정욱의 심정이 어떤지 알수가 있었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난감해하는 지를 말이다.

"많이 힘들겠구나."
"힘들다기 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해요. 정말로...."

감정이 격해지는지 정욱은 평소와 달리 않하던 말들을 막 꺼내기 시작하였다. 정욱이 자신의 고충을 그렇게 털어놓자 정선의 마음이 울적해졌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괴로워하는데..... 그간 아무렇지 않은 듯 꿋꿋하게 지내온 이 아이의 고충이 어떠하였을지를... 동시에 명색이 어머니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래. 얼마든지 힘들면은 말을 해. 도움은 못되더라도 그 고충을 나누고 싶어."

정선은 자신도 격해지는 감정을 주체못해서 정욱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껴 안았다.
그리고는 마치 어린 아이 마냥 정욱을 다독거렸다. 정욱도 격해지는 감정에 의해서 한동안 정선의 품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위로를 받았다. 지금 자신의 품안에 있는 정욱은 철부지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아이로만 보일뿐이었다. 그런 아이가 지금 자신의 품에서 흐느적거리며 힘겨워하고 있다. 정선은 할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잠시후 정욱은 정선의 품에서 떨어져나갔다. 어느정도 울적한 심정은 가라 앉은 모양이다.

"넌, 날 어떻게 할 생각이니?"
"뭐가 말이에요?."
"그 사람이랑 나를 다시 이어준거 말이야. 니가 계획해서 그렇게 됐다면서....."
"아!! 그거 말이에요."

정선이 하려는 말이 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나중에 그사람이랑 내가 잘된다면은 니가 나서서 추가적인 조치를 해준다고까지 했다면서....."
"그, 그랬죠."
"그래 그게 뭔데......."

정선은 약간 감정이 들어간 목소리로 정욱에게 연신 질문 공세를 펼쳤다. 희준과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준것에 대해서 어느정도 고맙고 긍정적으로 보긴 하지만은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만든 각본에 자신이 알게 모르게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영 찜찜하였다. 그렇기에 이 참에 따지고 봐야 겠다는 생각에서 물고 늘어졌다.

"별거 아니에요. 어디 은신하기 좋은데로 보내드려서... 잘 지내게 해드린다 이거에요."

속된말로 정선과 희준의 야반 도주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준다 이소리가 아닌가. 하지만은 정선 앞이라서 그렇게 속된 표현을 대 놓고 하긴 그러하였기에 정욱은 대충 생각나는데로 순화를 시켜서 말하였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거니."

정욱은 난감했다. 지금 정선의 한 말에서 왠지 모를 불쾌한 심기를 읽을수가 있었다. 그로 인해서 자신이 해서는 않될 일을 벌였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게...... 그냥 이대로 있을수 없었어요."
"뭘!!"

점점 더 정선의 목소리에 약간 톤이 높아갔다. 정욱은 한동안 망설이며 그녀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용기를 내서 말을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은.... 이대로 그냥 지내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항상 걸렸어요."
"내가..... 귀찮고 성가셨구나"
"아,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단지 이대로 그냥 지내게 하는 것이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서....."

생각해보면은 정욱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제 24살, 한창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그런 젊디 젊은 계모를 언제까지나 수절과부로 방치한다는 것은 인정상, 도리상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옛날 연인을 찾아내서 이어준 것이다. 정욱의 얘기를 듣던 정선은 서서히 감정이 누그러졌다.

"그, 호의는 고맙게 받아들일게. 하지만은..... 그 문제는 전적으로 내 문제고 내 권한이라서... 누가 나서서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관여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 앞으로 이 점 명심해줬으면은 해."
"예."

뭔가 잘 않풀리거나 아니면은 남모를 고충이 그녀에게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은 정욱은 더는 거론하지 않았다.

"늦었는데..... 이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더 있을래. 아직 잠도 오지 않은데 뭐....."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지내진 마세요."

여기까지 말하고 정욱은 다락방을 나섰다. 나서는 정욱의 뒷모습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던 정선은 그가 사라지자 한숨을 내쉬었다.

"니 심정 내가 왜 모르겠니."

정욱이 자신과 희준을 이어주려고 한 것, 꼭 수절과부인 자신이 측은해서 그런것만은 아닐 것이다. 희준으로부터 정욱이 자신의 아버지랑 대적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정선은 감을 잡았다.
정욱이 자신을 누군가와 이어주려고 하는 것이 동정심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자신은 형식적으로 정욱의 어머니가 된다. 그런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랑 대적하고 한바탕 혈전을 벌이는 것은 전혀 내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은 정욱으로써는 자신의 아버지와의 대결은 절대 피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절충되는 범위에서 자신을 누군가와 맺어주려고 하는 것일거다.
그렇게 된다면은 자신은 정욱과 완전 결별을 하고 남남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을 떠나야 할것이고......
그렇게 된다면은 정욱은 더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뜻대로 일을 추진할수 있을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욱이 그런 계획을 암암리에 추진한 것일거고.....

"난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은데 왜 이렇게 돼야 하는 거니."

생각하면은 할수록 한심하고 처량하였다. 지금의 자신은 저 착한 아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이라기 보다 책임이 있다기 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해서 그런것이고 포괄적으로 자신이 그에 연관되는 것일뿐인데.......

"한번 가서 따져 봐야겠어."

생각하면은 할수록 이건 아니다 싶기에 정선은 내일이라도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담판이라도 지어야 할 것 같기에 그렇게 다짐하였다.

"아냐!!"

정선은 다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방금전에 했던 다짐들을 애써 부정하였다.
그렇게 감정에 의해서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이다. 그런데 자신이 나서서 해라 마라한다고 해서 아버지가 순순히 들어줄까? 그리고 그렇게 나서서 간섭을 하였을 때 벌어지게 될 일들은 어떻게 감당을 할수 있을까. 이를테면은 혹시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정욱이 경계심을 품었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뭔가 일을 벌인다고 오해를 한다면은..... 그럼으로 인해서 아버지의 계획이 앞당겨지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면은.....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정선은 울상이었다. 여러 가지 다 따져보고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면은 할수록 부정적인 해석이 도출되었다. 물론 그 부정적인 것들은 가장 실현성이 높은 것들이고.....
생각하면은 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면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모른다. 그렇기에 정선은 난감해하였다.

"아휴... 잠이나 자자."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피로와 졸음이 몰려왔다. 정선은 복잡한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펼쳐놓은 사진첩들을 정리를 하고 다락방을 나섰다.

오늘도 준기는 정욱의 집무실을 우거지상을 하며 나선다. 물론 그 우거지 상은 정욱과 뭔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직도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지내는 한영혜 때문에 기분 잡쳐서 그런 것이다.

"저년 언제까지 저 자리에 놔둘거야!!"

정욱에게 언질을 주긴 하였지만은 도통 소식이 없었다. 이래저래 은근히 떠봐가면서 그에 대해 언급을 하지만은 고기만두로 개 때리듯 반응조차 없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던가 해야지. 않돼겠어."

이때까지 일개 여비서 짤라내는 일에 지고하신 부회장의 체면상 깊숙이 관여하긴 좀 그러하였지만은 아무래도 않돼겠다 싶은 마음에 준기는 다른 방안을 구상하려 하였다. 물론 그 일엔 자신이 나선다기 보단 다른 놈을 대신 세워서 할 것이다.

"빌어먹을 자식!!"

한영혜는 준기가 나서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저 인간이 이곳을 들락 날락 할때마다 그의 살기가 잔뜩 배인 시선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요즘들어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삐리리릭~~

"예. 회장님."
"차 한잔 부탁해요. 그리고 미스 한것도......"
"곧 준비하겠습니다. 회장님."

정욱의 호출에 한영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차 한잔 달라는 말과 더불어서 자신것도 언급한 것은 그것은 자신과의 오붓한 시간을 원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한영혜는 정욱이 마실 차와 자신이 마실 커피를 서둘러 준비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세요. 회장님."
"고마워요."

정욱에게 차를 권하고 난후 한영혜는 정욱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둘만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 저에 대해서 뭐라고 하던가요?"

한영혜가 시골에서 지내는 부모님 얘기를 언급을 하며 정욱과의 일을 그분들도 알고 있다고 말을 하자 정욱은 귀가 솔깃해하며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런 정욱의 모습에 한영혜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느라 진땀을 뺐다.

"그래 그게 그렇게도 궁금하냐?"

하긴 그럴지도 몰랐다. 사귀는 상대가 5년 연하의 남자라는 사실을 집안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지 쉽사리 짐작을 할수 없지 않은가.

"회장님에 대해서 뭐라고 할게 있나요. 다만......"
"다만?"

한영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용기를 내어서 말을 이었다.

"제가.....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 약간 마음에 걸려하셔서......"
"그, 그러시던가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그리고.... 저도......"

자신 역시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언급을 하자 정욱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폴레옹이 첫부인인 조세핀과 결혼을 할때 일을 아세요?"
"글쎄요. 저는 잘......."

갑자기 뭔 소리를 하려는 걸까. 의문스러웠지만은 한영혜는 그의 말을 일단 들어보기로 하였다.

"결혼 서약서에 서명을 할때 자신의 나이는 2살 올리고 부인인 조세핀의 나이는 4살 낮추어서 기록하였지요."
"어머!! 왜 그랬죠."
"부인인 조세핀은 나폴레옹 보단 6살 연상이었어요."
"그랬나요?"

그리고는 정욱은 찻잔을 내려 놓고는 한영혜의 손등을 어루어만졌다.

"연상이고 연하고..... 그건 어디까지나 숫자 놀음에 불과해요. 신경쓸게 뭐가 있다고....."
"회장님."

한영혜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정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가에는 약간의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둘 사이엔 침묵이 맴돌았다. 물론 그런 딱딱한 침묵이 아닌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시작되는 침묵이었다.

"저기, 회장님."
"말해봐요. 한비서"
"실은 저, 회사를 그만 둘까 생각중이거든요."

한영혜의 이 말을 끝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종결되었다. 그 말이 나오자 정욱의 표정도 흠칫 굳어졌다.

"지난번..... 일때문인가요?"

대답대신 한영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욱도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착잡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가요? 한비서"
"아무래도 저는........"
"정 힘든다면은 어쩔순 없지만은...... 하지만은 그전에 내 심정도 헤아려줬으면은 해요."
"??"

뭔 소리인가 싶어서 한영혜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상관으로써 아랫사람을 챙겨주지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하는 그런 자격미달의 인간이 되고 싶진 않아요."
"회장님!!"

정욱의 그 말에 한영혜는 어쩔줄 몰라하더니 이내 정욱에게 사과를 하였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용서라니요. 누가 들으면은 내가 당신 질책하는 줄 알겠어요."

그리고는 정욱은 한영혜를 다독거렸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저, 그만 일어나 봐야 겠어요. 회장님."

한영혜의 말에 정욱도 벽에 걸린 시계에 시선이 갔다.

"이런..... 내가 너무 오래 잡아뒀군요. 이제 나가서 일봐요."

이쯤에서 한가한 시간은 종결되고 다시 일상적인 업무에 접어든다. 한영혜가 나가기 전에 정욱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저기....... 이번 일요일날 시간 있으세요?"
"일요일이라면은...... 저녁때쯤이라면은 여유가 있을지도......"

그러자 한영혜는 잘됐다는 듯 얼굴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럼..... 저의 집에서 같이 저녁 드시지 않으실래요"
"그거야 어떤 메뉴인지에 따라서......"

어느정도 내용물이 충실해야 응해주겠다는 말에 한영혜는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당연히 회장님 제일 좋아하시는 것으로 준비해 놓죠. 아무려면은 싫어하시는 걸로 하겠어요."
"그럼 기대하고 있죠. 미스 한의 정성이 배인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말이에요."

이것으로 해서 일요일의 만남의 자리는 확정된거나 다름 없었다. 한영혜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정욱의 집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그나저나.... 이거 내가 맨날 당신에게 얻어먹는거 같아서......"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이세요?"

당치도 않다는 듯 반문을 하지만은 정욱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아니, 매번 초대받고 대접받는 것은 항상 나라서......"
"그럼 회장님도 언젠가 절 초대해주시면은 되잖아요. 그리고 근사하게 대접해주시고요."
"그게 좋겠네요. 언젠가 날 잡아서 당신 부르도록 하죠. 어머니한테 미스 한 소개도 시켜줄겸......??"

그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정욱은 말끝을 흐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간에 한영혜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벌레 씹은 듯한 모습으로 급변하였기때문이었다.

"무슨...... 제가 실수라도......"
"아, 아니에요. 회장님. 절, 그렇게 신경 써주시지 않아도 저 아무렇지 않아요. 이만....."

그리고는 한영혜는 서둘러 정욱의 집무실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자 정욱은 다시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와서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병실을 나서는 그녀의 손이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설마 설마 하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자신의 눈앞에 재현된 것에 대해서 그녀는 깊은 분노에 휩싸였다.

"너..... 감히 나한테.......!"

김미혜는 눈앞에 없는 그 누군가를 향해서 이를 갈면서 독기 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였다. 복도를 지나는 다른 환자들과 의사, 간호사들은 그런 그녀를 지나치면서 왠 일인가 싶어하며 수근 거렸다. 하지만은 김미혜는 그런 주변의 시선따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살기가 가득 배인 눈빛으로 어디론가를 향했다.

"절대로 용서 못해. 이 놈이......!!"

"한차장, 내가 언제 자네한테 섭섭하게 군일 있어!!"
"아니요? 그런 일 없는데요?"

뜬금없이 불려와서 한다는 말이 이런 사적인 얘기를 꺼내니 한영성은 대충 이 부회장이 뭔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은 절대로 자신은 속내를 드러내면은 않된다. 지금 이 자리에는 몇몇 측근들도 함께 있고 그중에 자신의 편으로 돌아선 이들이 여럿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옹졸함이라던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준기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생각같아서는 다 내치고 나서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저 작자와 머리 끄뎅이를 잡아서 사생 결단을 해보고 싶지만은 그럴수가 없었다.

"그렇다면은 요즘 왜 나한테 이러는 건가?"
"제가 뭘요?"

끝까지 오리발 내미는 한영성의 태도에 준기는 서서히 조금씩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가 모를줄 아나!! 해외 은행에 개설된 계좌 증발된거..... 말이야!!"

그러자 그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다들 한영성에게로 향한다. 얼마전에 몇몇 계좌가 사라진 것을 이들도 알고 있는데 이부회장이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면 아무래도........

"이 놈이.... 잔머리를 굴려......"

얼마전에 몇몇 계좌가 사라진 것을 가지고 이 인간이 지금 이러는 것이다. 물론 그 것들은 한영성 자신도 잘 안다. 하지만은 은행간의 인수 합병 전산망 통합이라는 과정에 발생한 우연적인 증발 사고가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자신과 연관이 있는양 많은 사람들 모인 앞에서 이렇게 몰아세우다니.

"그 일들이라면은 전번에 보고 드렸을텐데요? 미리 예상치 못한 일들인데....."
"자꾸 이렇게 둘러댈텐가?"
"제가 뭘 말입니까?"

한영성이 자꾸 오리발 내미는 식으로 나오자 준기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해외 은행에 개설된 계좌들 전부가 완전 사라졌는데 가만 있을수가 있을까. 거기다가 요즘들어서 이 자식이 자신들 측근들을 부추겨서 자기 편을 따로 모아들이고 있다는 정보를 듣기까지하였다. 터무니 없는 헛소리까지 해가면서.......

"난, 자네와 적대할 이유가 없네. 그런데..... 자넨 자꾸 왜 그러는 건가."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부회장님."
"이 자식이!!"

최대한 이성을 억제해가면서 갖은 형용사를 구사하며 대화를 진행해가던 이준기의 안색이 굳어지고는 결국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너, 요즘들어서 헛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거 누가 모를줄 알아. 뭐!! 지난번에 계열사 사장 자리에 여럿 낙마한 이유가 내가 일부러 임의로 그런 것이라고...... 이래도 시치미 뗄거야!!"

그러자 한영성의 표정이 굳어지고는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이들중에 누군가가 일러 바친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은 그런 생각도 잠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관리를 하면서 맞대응을 하였다.

"도통 뭔 소리를 하시는지..... 알수가 없네요. 부회장님."
"좋아, 좋아.... 나도 그렇게까지 모진 사람이 아니네. 이번달까지 시간을 주지. 증발된 계좌들 다시 원상 복귀 해놓게. 그리고..... 지금까지 자네가 해오던 일들 중지해. 그러면은 없었던 일로 해주지. 그만 가봐."
"저기, 부회장님!!"
"그만 가보라니까!!"

일방적인 최후통첩에 한영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만은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배은 망덕도 유분수지."

자신의 집무실을 나서는 한영성을 바라보며 이준기는 이를 갈며 외쳤다. 그리고는 다시 주위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이렇게 외쳤다.

"저기.... 부회장님. 정말로 한차장이 그런 일을 저지렀을까요?"

이들중 한명이 아무리 봐도 오리발 내미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러자 준기는 그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대꾸하였다.

"자넨 누구 편인가!!"

그 말에 상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났다. 공연히 말 한마디 잘못하였다가는 한영성의 끄나풀로 오인 받을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이미 이렇게 낙인이 찍힌 이상 확정적인 증거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은 자신의 의견은 그야 말로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괜실히 나서지 않는 것이 득이 된다고 여기면서 자신의 의견을 접어두기로 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은 좀더 두고 봐야겠지. 이번달 내로 말미를 줬으니까 그때까지 저쪽 하는 것 두고보고.... 그러고 난후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겠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은 준기의 말투에서 그 이후의 일들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까 그렇게 짐작이 가능할 뿐이다.

"오늘 부회장님 하시던 말씀 사실인가?"
"말도 않돼. 내가 그것들 전부 다 꿀꺽을 했다고?"

오늘 임시로 소집한 자신들 측근들과의 만남에서 한영성은 너무나도 기가막혀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해외 은행에 개설된 비자금 계좌들 전부가 다 사라졌다는 것과 그 주범이 자신이라고 이준기가 그렇게 단정짓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도 처음 듣는 소리에 한영성은 기가 막혀서 어쩔줄 몰랐다.

"그 자식의 교란책이야. 아무래도 자네들을 염두해두고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벌인 술책이라고 봐야지."
"듣고 보니 그렇군."

한영성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들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살피면서 한영성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상황으로 봐서 이준기는 조만간 자신에게 철퇴를 내리칠게 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자신의 편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되도록은 자신쪽으로 마음이 완전하게 돌아서게끔 신뢰를 구축을 해가면서........ 이들에게 믿음을 주되 그들이 양 다리를 걸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요 열쇠이다.

"오늘 그 자식이 나한테 하는 얘기 들었지. 이번 달 안으로 백기 들라고 하는 거 말이야."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번달 안으로 승부를 내야겠지. 아무래도......"
"어떻게.....?"

다들 한영성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단 시간안에 뭔가 큰 일을 벌일 심산인 것 같기에 그게 뭔가 싶어서 다들 그리로 관심이 쏠렸다.

"자네들이 맡고 있는 부처 직원들을 움직이도록 해. 이를테면은..... 여론을 형성해. 이 부회장 임명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서명 운동까지 연계 시켜"
"그것만 가지고 어디 돼겠나?"

자신들이 장악을 하고 있는 부서니 만큼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은 문제는 그것만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일부에서 이의를 제기하였다. 하지만은 한영성은 걱정할거 없다는 듯 느긋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물론 그것만 가지곤 힘들지. 하지만은 히든 카드는 따로 있어."
"그게 뭐지?"
"아!!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야. 차후에 내가 얘기 해두도록 하지. 어쨌든 이 부회장 탄핵 여론을 만들어. 그러면은 그 다음은 내가 진행하도록 하지."
"성공 가능성은......"

구석희 실장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 동료를 향해서 한영성은 걱정을 말라며 다독였다.

"모험적이긴 하지만은..... 그래도 전망은 장밋빛이라고 말해두고 싶어.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출혈은 있겠지만은 성공하면은 그정도는 얼마든지 매우고도 남아."
"알았어."

한영성의 자신 만만한 말에 구석희도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날 이들은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을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탁, 스위치를 누르자 녹음기가 꺼졌다.

"혹시.... 자네 저 놈들에게 들킨거 아닌가?"
"그럴리가요? 최대한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도청한겁니다."

흥신소 직원은 항변하였다. 도청과 뒷조사 하나로 먹고 살며 이 바닥에서 프로로 꼽히는 자신이 그런 어설픈 실수따윈 할리 없다며.....
녹취록에 나와 있는 내용중에 정작 중요한 한영성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 나와 있지 않았다. 그것을 듣고 이준기는 혹시라도 이 흥신소 직원의 존재를 저 자식이 눈치챈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은 이내 애써 그런 생각을 접어두었다. 오늘 자신이 공식 석상에서 한영성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다고 대놓고 말한 만큼 저 영악한 놈은 아마도 스스로 결집시킨 떨거지중에 아직도 자신의 끄나풀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신중의 신중을 기한것일게다. 만일 이 흥신소 직원의 움직임을 알아챘다면은 아예 오늘의 도청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앞으로도 좀더 수고를 해주게."
"예. 부회장님."

흥신소 직원이 나가자 준기는 머리를 굴렸다.

"저 놈이 뭘 계획 하는 걸까?"

자신의 밑에 있을때는 든든한 꾀주머니이지만은 이미 이렇게 돌아서 버린 이상은 최대의 난적이다. 지금 자신은 그 난적에 대응을 해야 하고 반드시 쓰러뜨려야 한다. 그렇기에 저 영악한 놈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욱은 인터넷을 통해서 수신된 메시지를 바라보면서 흐뭇해하였다.

-전부 다 꿀꺽-

아주 간략하게 몇자 않돼는 내용이었지만은 그 의미가 어떤것인지 스스로가 잘 알기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제 됐어."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후 정욱은 메일을 삭제를 하였다. 아주 완벽하게 깨끗하게 메일함들을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이 메일 아이디를 지우기까지 하였다. 타인 명의로 가입을 한 것이라서 뒤탈은 없지만은 그래도 그렇게 하였다. 물론 그 이전에 앞의 내용의 메일을 보낸 이에게 미리 통보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후 정욱은 cd 한 장을 꺼내서 재부팅을 하였다. 도스 모드에서 현재 하드를 로우레벨 포맷을 하였다. 그리고 수십차례 로우 포맷을 반복을 하였다. 이렇게 하고 나면은 절대 컴 안의 데이터들을 복구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란 것이 있기에 정욱은 다시 컴에 os 와 프로그램들을 다시 설치를 하고 그 외에도 별도의 다른 데이터들을 따로 채워 넣었다. 수 시간동안 일련의 작업들을 수행하고 나서 정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리적거리는 것은 이걸로 일단락 됐어. 그 다음은 어떻게 시원하게 한판 붙느냐인데....."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한영혜를 떠올렸다. 오늘 만났을 때 그 골빈 글레머는 조심스레 정선의 존재를 거론을 하며 그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물론 그 우려란 것이 자신보다 2살 아래의 시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자 혈연상, 호적상으로 이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그녀란 존재에 대해서 정욱으로 하여금 어느정도 거리를 둘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조심스런 권유이기도 하였다. 물론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을 하면서도 인정상 도리상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진무구, 가련한 얼간이 역할을 정욱은 충실히 해냈다.

"이번은 넘어갔지만은 그 다음엔 어떻게 나올까."

오늘 만남에서 그냥 단순히 권유를 하는 식으로 일단락되었지만은 다음번에는 이들이 어떻게 처신을 할지 궁금했다. 그녀가 그렇게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은......

"누군가는 반드시 쓰러져야겠지."

그것이 자신이 될지 아니면은 자신이 원하는 다른 누가 될지 아무도 알수 없다. 그리고는 정욱은 서재를 나섰다. 시계를 보니까 세벽 1시 반이었다.

"너무 늦었군."

이 시간까지 혹시라도 않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정욱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만일 않 자고 기다리고 있다면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겠노라고 스스로 다그치기까지 하면서.... 그러다가 정욱은 자신의 방으로 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저기 계시나?"

다락방.... 아마도 오늘도 위에서 사진첩들을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나 않을까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정욱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그러다가 문앞까지 이르자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위로 시선이 갔다. 그냥 지나쳐도 돼겠지만은 아무래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정욱은 자신의 방 문을 살짝 열었다. 살펴보니 진희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잠든 모습을 확인한 정욱은 살며서 문을 닫으면서 위로 올라갔다. 행여라도 누가 깰까봐 발걸음까지 죽여가면서...... 예의 그 다락방에 이르자 정욱은 자신의 짐작이 옳았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머!! 않잤니?."
"오늘도.....인가요?"

정욱의 말에 정선은 쓴 웃음을 지으며 들고 있는 사진첩에 다시 시선이 갔다. 정욱은 정선의 곁에 다가가서 그녀가 들고 있는 사진첩을 바라보았다.

"운동회때 사진이군요. 아마..... 초등학교 3학년때 같은데....."
"600미터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했네. 기분 좋았겠구나."
"글쎄요."

아무래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식의 글쎄라는 대답에 정선은 정욱에게 시선이 갔다. 방금 했던 말처럼 정욱의 표정은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는 듯 하였다.

"뭐.... 않좋은 기억이라도 나는가 보구나."
"않좋은 기억이라? 그런 것이라도 있다면은 추억이 되겠죠. 하지만은 저는..... 추억이라고 할만한게 전혀 없어요."
"혹시.... 생모에 관련된 거니."

그 말에 정욱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그것을 보고 정선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직감할수 있었다.

"괜찮다면은 말해줄래. 너 어린 시절...... 말이야."

한동안 정욱은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이내 결국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이라..... 그게.... 딱 집어서 말하기 그렇고..... 아!! 그 운동회때 말해드리죠."

싫다거나 침묵으로 일관할것으로 짐작했는데 말하려고 하자 정선은 정욱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사진속에 나와 있는 운동회때 사진, 600미터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였을 때, 하지만은 나름대로 가슴아픈 속내가 있었다. 운동회 당시 많은 학교 아이들이 부모랑 같이 와 있었다. 하지만은 정욱은 그렇지 못하였다. 늙으신 아버지는 회사일로 바쁘시고 형들, 누나들 역시 나름대로 가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복동생의 운동회까지 신경쓰고 챙겨주진 않았다. 그래도 정욱은 행여라도 누가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살피고 또 살폈다. 물론 집안 식구 누가 왔는가 않왔는가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그게 어머니로구나."
"그럼요."
"얼굴한번 보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그분이 왔을거라고 생각한거니?"

생면부지의 생모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얼굴이라도 안다면은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은 어떻게 기다릴 생각을 하였을까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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