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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20 1,070회 0건
졸필에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면서 2부까지는 바로 올려봅니다. 하지만 3부부터는 좀 더 연재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즐독하시길...

제 2 부

경욱은 자신의 눈 앞에 와 멈춰선 물병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물병이… 경욱는 더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물병이 갑자기 눈 앞에서 흔들리더니 선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욱아… 물이 먹고 싶어?’

아~~~! 선우였구나.

‘경욱아… 너 방금 물달라고 하지 않았어? 이제 말 할 수 있는거야?’

내가 말을 했나? 경욱은 혼자 생각해보고는 입을 떼보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번이나 노력하였지만 결국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눈만 껌뻑이는 경욱을 보며 선우가 말을 이었다.

‘아니구나… 내가 잘 못 들었나보다… 휴우…’

한숨을 쉬며 돌아서는 선우에게 경욱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나 물 먹고 싶다구…’

하지만 여전히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선우가 고개를 휙 돌려 경욱을 쳐다보았다.

‘물 먹구 싶다구? 너 방금 물 먹고 싶다고 그랬지?’

어떻게 된거지? 분명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혼자 머릿속을 굴리던 경욱이 선우에게 다시 눈을 껌뻑였다.

‘경욱아… 천천히 다시 말해봐… 물 먹고 싶다고 방금 한것처럼… 다시…’

선우가 경욱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경욱의 굳게 다물어진 입술은 열릴 줄 몰랐다.

‘선우야 나 목이 너무 타. 물좀…’

경욱이 안간힘을 다해 입을 벌려리 노력했지만 선우의 눈에는 경욱의 얼굴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경욱의 눈밖에 없었다. 순간 선우의 눈이 놀라움으로 점점 커지며 경욱을 쳐다보았다.

‘선우야 나 목이 너무 타. 물좀… 이라고 한 게 너지? 맞지?’

선우의 말을 들으며 경욱또한 놀랐음인지 눈을 크게 뜨며 선우에게 얘기하듯 속으로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들었어?’

선우는 더욱 놀란듯 고개를 아래위로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어… 응… 들려… 니가 한 말 들었어? 하지만… 어떻게…?’

‘나 물부터 좀…’

‘그래… 마실 수 있겠어? 자… 여기…’

선우가 경욱의 입을 벌려 물병을 대 주고는 물을 조금씩 입으로 따라주자 경욱은 목으로 물을 넘기며 다시 한 번 선우에게 말을 했다.

‘진짜 내가 말하는게 들리는거야?’

‘뭐라구?’

선우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다가 다시 경욱에게 물었다.

‘진짜 내가 하는 말이 들리냐구?’

‘응… 들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니가 말하는거… 아니 생각하는거… 아니 말하는거… 어쨌든… 들려!!!’

‘그럼… 나 좀 일으켜 줘…’

‘경욱아… 안돼… 선생님이 아직 움직일 수 없다고 했어…’

‘이제 일어날 수 있을거 같아… 니가 조금만 도와주면 그러니까 내 목뒤로 손을 넣어서 한 번 일으켜봐…’

‘그래도…’

선우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경욱을 바라보며 손을 경욱의 머리뒤로 가져갔다.

‘자… 이제 일으킨다. 하나… 둘… 셋!!!’

경욱의 상체가 점점 각도를 높여 거의 직각이 되어가자 선우의 얼굴과 경욱의 얼굴 또한 그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경욱의 이마에 입술을 살포시 갖다 대었다.

‘학생… 지금 뭐하는 거야?!’

선우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간호원의 앙칼진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경욱을 침대로 다시 누이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화난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무섭게 째려보며 간호원은 성큼성큼 선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저는… 그냥… 경욱이가 일어나고 싶다고 해서…’

선우의 말에 간호원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지금 환자가 말을 했다는 거에요?’

‘예? 말은 한 건 아니지만…’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환자가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일으켜 달라고 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게… 실은…’

‘선우야… 잠깐… 니가 내 말이 들린다고 해도 어차피 믿지 않을거야… 그러니 그냥 넘어가…’

선우는 갑자기 들리는 경욱의 말에 수긍의 뜻으로 경욱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간호원을 향해 말했다.

‘죄송해요… 저는 그냥 경욱이도 한번 일어나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도대체 저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환자를 마음대로 일으키면 어쩌자는 거에요! 당장 병실에서 나가주세요…’

‘하지만…’

‘글쎄 나가 달라니까요…’

너무도 강경한 간호원의 태도에 선우는 당황하며 아쉬운 얼굴로 경욱을 보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선우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돌아가… 내일 또 와 줄거지?’

선우는 고개를 돌려 경욱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

‘도대체 요즘 애들은…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간호원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계속 투덜거리며 경욱에게 다가 와서는 갑자기 거칠게 이불을 걷어부쳤다. 경욱은 늘 그랬듯이 이불을 갈아주려는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아버리고는 어떻게 자신이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을 선우가 알아들을 수 있는지 상념에 젓어들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경욱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았다. 경욱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간호원이었고 간호원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경욱은 다리사이에서 환자복을 뚫을듯한 기세로 천막을 치고 있는 자신의 자지를 보고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선우가 이마에 뽀뽀를 할때 흥분했었던 모양이다. 경욱은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만 좀 봐요’

‘어…응…’

얼떨결에 대답을 하던 간호원이 놀란듯한 표정으로 갑자기 고개를 경욱의 얼굴로 돌렸다.

‘너… 너 지금…’

경욱은 간호원도 자신이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경욱은 조금더 실험을 해보기로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고는 간호원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떠올리며 말했다.

‘간호원 누나… 이름이 김소은 맞죠?’

소은은 경욱을 바라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히 눈을 감고 입술도 움직이지 않는 채 이 환자는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예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제가 하는 말 안 들려요?’

‘드…드…들려…’

‘이름표에 김소은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름 참 예쁘네요…’

‘고…고마워… 근데 어떻게?’

‘나도 잘 몰라요… 어떻게 된건지… 하지만 아까 선우도 제가 마음속으로 말하는게 들린다구 하더라구요.’

‘안되겠다… 잠깐만 기다려… 선생님 모시고 올께…’

‘잠깐만 기다려요… 아직 의사선생님께는 말씀드리지 마세요…’

‘왜?’

‘그냥 좀 알아볼게 있어서…’

경욱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될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그 예감의 정체는 자신도 모르는 것이었다. 경욱의 부탁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소은은 의사에게 가려고 병실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께 알려야지…’

경욱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안돼… 멈춰…’

소은은 병실문으로 향하던 다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며 다리가 경직됨을 느꼈다. 다리가 점점 무거워 지더니 이내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무거워지자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원하는 표정으로 경욱을 바라보는 순간 경욱의 눈으로 자신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거기에서 헤어나오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욱에게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아직 말하지 말아줘요…’

소은은 긍정의 뜻으로 경욱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을주며 걸음을 떼어보려 했지만 마치 자신의 다리가 석고상이 된 것처럼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소은은 울상을 지으며 경욱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다리가 굳어서 움직일수가 없어… 누구라도 불러야겠다. 여보세요… 밖에 누구…!!!’

경욱은 웬지 소은이 소리를 지르면 안 될것 같다고 생각하였고 순간 막 소리를 지르려던 소은은 갑자기 입만 벙긋거릴 뿐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리 지르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요.’

예의 그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은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경욱의 한마디 한마디가 거역할 수 없는 명령처럼 머릿속을 울리며 그저 경욱의 얼굴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런 소은의 상태도 모른채 경욱은 말을 이었다.

‘누나… 다리가 안 움직여져요?’

소은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전히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울상만 짓고 있는 소은을 보며 경욱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리 가까이 와 볼래요?’

경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서 힘이 풀리며 경욱의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더욱 무서워졌다.

‘누나… 지금 말을 할 수 없나요?’

소은은 또 한번 긍정의 뜻으로 입을 벙긋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욱이 소은을 보며 다시 말했다.

‘소리치지말고 조용히 대답해요… 이제 말할 수 있나요?’

‘휴우으… 응…’

소은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듯한 한숨을 내뱉으며 간신히 대답하면서 말문이 트인것에 또다시 깜짝놀랐다. 경욱은 소은의 이런 변화를 눈치채며 어렴풋이 무엇인가 자신에게 미지의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 능력을 다시 한 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경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은이 자신을 일으켜 앉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은은 갑자기 몸이 굽혀지며 경욱의 목뒤로 팔을 넣으며 경욱을 일으켜 앉히고 있는 자기 자신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경욱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상체가 점점 세워지며 소은의 간호복 안쪽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 경욱은 브라자 위로 드러난 소은의 젓무덤이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왔고 갑자기 아랫도리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소은이 경욱을 침대에 앉히자 경욱은 소은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아까 선우한테는 내가 일어나면 안된다더니 왜 저를 일으키셨어요?’

‘저… 그… 그게… 내가 그러려구 그런게 아니라… 그러니까…’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소은을 보며 경욱은 얼핏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다른 실험을 준비했다. 소은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의 이마에 뽀뽀를 해오자 경욱은 속으로는 웃었지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뭐하는 거에요?’

소은은 너무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는 거의 울다시피 말했다.

‘그게… 글쎄… 내가 그런게 아니고… 흑흑…’

갑자기 소은이 울음을 터트리자 이젠 경욱이 당황스러워졌다. 자신이 너무 심했구나 자책하며 경욱이 말했다.

‘울지마요… 그만 울어요…’

얼마나 지나지 않아 소은의 울음소리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경욱은 갑자기 선우가 생각났다. 선우도 오늘 있었던 일때문에 적잖이 놀랐을터이고 또 선우가 다른 사람에게 오늘 일을 말하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랑 전화 통화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잠시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소은을 시켜 전화를 하게 하면 될 것 같았다. 경욱이 막 소은에게 그 말을 하려는 찰나 병실에 있는 전화기에 벨이 울렸다. 넋이 나가 서있던 소은이 화들짝 놀라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학생?… 왜?’

경욱은 순간 선우일거라고 생각했다. 경욱은 재빨리 소은에게 수화기를 자신의 귀에 가져다대게끔 생각했고 소은은 신경질적으로 선우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말고 자신도 모르게 수화기를 경욱의 귀에 가져다 대 주었다. 경욱의 귀에 수화기 너머로 선우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렸다.

‘경욱아… 너지… 느껴져… 니가 전화해 달라고 한거지…’

경욱은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선우의 더욱 흥분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렀다.

‘너 지금 그래… 그렇게 대답했지…’

‘그렇구나… 떨어져 있어도 내 소리가 들리는 구나… 지금 어디야?’

‘나 지금 버스정류장… 내가 다시 갈까?’

‘아니야… 그러지말고 내일 와… 오늘은 내가 좀 더 실험해 보고 싶은게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너무 신기하다… 그치… 나 내일 꼭 갈께… 내일 봐 그럼…’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구… 안녕…’

소은은 수화기를 귀에 대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경욱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다가는 또 자신의 팔이 마음대로 움직여 전화기에 수화기를 올려 놓고 나자 갑자기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빠져나가며 소리나게 문을 닫고는 총총걸음을 간호원 대기실로 옮겼다. 병실에서 일어난 모든 상황들이 너무 무서워졌기 때문이었다. 경욱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잠시 당황하다가는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소은이 다시 병실로 돌아오도록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병실문이 열리며 당황한 표정의 소은이 병실로 들어섰다. 떨리는 손으로 병실문을 잠그고 경욱에게 다가서던 소은은 갑자기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픔이 다리로 전해졌고 너무 아픈 나머지 급기야 실신을 할 정도였으나 비명조차 지를수 없었다. 그런 소은의 머릿속으로 경욱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누나… 다시 한번 내 허락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면 지금보다 몇십배 더한 고통을 느껴야 될거야… 알겠지?’

너무나 극심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소은은 빠르게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리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팔에 고통이 찾아왔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내 생각에는 내가 마음먹은데로 누나에게 고통을 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지금은 팔이 아프지?’

소은이 또다시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다시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욱을 바라보는 소은의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좋아… 오늘은 내가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을 해 봐야 할거 같으니까… 누나가 내 마루타가 되어줘야 할 것 같아… 그럴 수 있지?’

소은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경욱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침대에 앉아 소은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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