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루루루...."
거실 테이블에 양주와 얼음과 술잔을 가져다 세팅하며 삼촌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음악도 틀까 혜주씨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 물었고 혜주는 "삼촌 좋아하시는 것 아무거나요" 라 헤헤거리며 말했다. 혜주는 "삼촌정도라면 클래식을 들으실 것 같아" 라고 덧붙였고 약간 당황한 삼촌은 여보 여보 하며 숙모를 애타게 찾았다. 숙모는 부엌에서 아무 대꾸도 없었다. 삼촌이 뒤뚱뒤뚱 뛰었다. 아무 말소리건 다 들릴 수 있는 거실과 부엌 사이였지만 삼촌이 말소리를 얼마나 죽였던지 숙모에게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릴지도 않았다. 숙모가 "...제일 아랫칸.."이라 말하자 삼촌이 붉은 얼굴로 다시 뒤뚱거리며 뛰어나와 "집안 정리를 얼마전에 해서..."라 말하고 CD수납칸 아랫장을 한참 째려보다 몇장을 꺼내 다시 숙모에게 달려가 긴 "회의"를 마친 후 돌아와 CD기를 돌렸다. 숙모가 그렇게 좋아하던 쇼팽의 녹턴이 흘렀다. 다시금 벌개진 삼촌은 혜주의 표정을 살폈고, 혜주는 두번 꼬아진 다리밑으로 발가락을 꼼지락댄 채로 나나나나 허밍으로 피아노곡을 쫓고 있었으며, 신문을 들추던 나의 귀는 그저 모두 부엌쪽에 열려 있었다.
"근데 왜 세 잔 뿐이예요?" 혜주가 물었다.
"어.. 허허허. 근데 집사람이 술을 못해.." 숙모가 안주를 들이기 전인데도 삼촌이 벌써 손수 만든 본인의 언더玔?한잔을 들이키고 있다는 걸 나는 감지하지도 못했다.
"삼촌 천천히 먹어" 의외로 빨리 픽 고꾸라질 공산이 높음을 예상한 나의 참 오랜만의 대사였다. 그날 밤 페이스 조절은 혜주와 나의 몫이었고 삼촌이 맛이 빨리 가면 갈수록 혜주야 편한 일이겠지만 나는 싫었다. 숙모가 옆에서 모든 상황을 보았으면 했다. 자신과 십수년을 살았던 사람에 대한 다시한번 실망의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로 인한 나의 존재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싶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는동안 혜주는 삼촌에게 "저렇게 반말하는 조카 때려주세요. 저랑 짠 한번 해요." 하면서 삼촌의 발동을 걸고 있었다. "아..씨..또 취할려 그래?"라고 나는 부엌에 들릴만큼 큰 소리로 말하며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항문에 힘을 댑따 주고 물 중앙쪽으로 큰 소리를 만들어 들을테면 들어라 식으로 오줌을 쏟아내며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술잔이 몇 잔 오가는 것 같았고 숙모가 안주를 가져다 놓는지 삼촌이 톤이 다른 목소리로 "거 빨리빨리 좀 오지"라 말하는 것도 들렸다.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았다. 파이널포인트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리기만 하는 경주견 하나가 멍하니 서있었다. 으르릉 거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녀석의 얼굴은 빈공간이었고 표정은 그저 멍청했다.
"숙모님! 어서 오세요. 오빠, 숙모님 오시라고 해."
그간 의식하지 못했던 오른쪽 어깨가 눈이 부시도록 하얀 혜주가 막 첫 잔을 들이켰던 나의 팔을 툭 치며 말하고는, 내 팔뚝을 두 손으로 만지며 삼촌을 보고는 "우리 오빠 팔뚝 장난 아니죠?" 했다. 삼촌이 "아 그래그래. 주혁이 쟤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했지. 넌 임마 어머니 말을 너무 안들어" 라 했다. 가지가지들 한다 생각이 들었다. 혜주가 부엌에 들어갔다. "숙모님 어서 오세요. 같이 가요. 여자가 저혼자라 뻘쭘해요, 빨리요."라 너스레를 떨자, "네. 먼저들 해요. 설겆이 좀 하고..."라 숙모의 소리가 들렸다. 양 어깨를 으쓱하며 혜주가 홀로 돌아왓다. 그녀의 은회색 스타킹을 좇던 삼촌에게 "안 오신데요, 내가 미운가봐"라 말하며 털썩 두 발을 허공에 던지며 앉았다. 삼촌이 일어났다. "아, 여보 여보.. 다들 기다리잖아."라 벌써 비틀거림을 보이는 자신을 느꼈는지 잠시 쉬었다 투벅투벅 들어갔다. 실랭이가 벌어졌다. 자신의 말이 잘 안 먹히는 부부관계가 만천하에, 특히 혜주에게 공개됨이 쪽팔렸던지 삼촌의 목소리가 한층더 위압스러워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숙모의 대꾸는 더 없어졌다. 혜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다 하하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는 혜주를 째려보고 내가 일어섰다.
"숙모. 같이 가 한잔 해요. 내가 재밌게 해줄게요."
여전히 설겆이 중이었던 숙모가 손을 멈춘 것도 삼촌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본 것이 단지 내가 숙모에게 존대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었다. 숙모 손목을 잡아 끄는 순간 숙모는 손을 빼며 "잠깐만.."이라 하며 설겆이 물을 잠가 수건으로 손을 닦앗다. 내가 다시 숙모의 손목을 잡고 거실로 이끌엇고 그의 남편은 "허참 허참" 가족오락관 엠씨 이름을 부르며 우리를 뒤따랐다. 혜주가 "와아아아 웰컴요 예쁜 숙모님"이라 지랄같은 호들갑을 떨어 주었다.
삼촌이 숙모와 먼거리로 마주보고 앉았고 긴 소파에서 찰싹 내게 붙어있던 혜주는 삼촌이 말을 꺼낼때마다 삼촌 쪽으로 조금씩 목을 빼고 얼굴을 디밀고 엉덩이를 이동하며 경청하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숙모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내가 잔을 부딪히자 할 때마다 한 모금씩 보조를 맞추어주었다. 나의 움직임을 조금씩 맞춰주던 그 날 새벽이 생각나 그녀의 표정을 훔쳤다. 나와 가끔, 아주 가끔씩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의중을 알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저 좋았다. 내가 거기에 어떤 목적으로 와 앉아잇던 간에, 삼촌 앞에서 당당히 그녀와 잔을 부딪히고 그녀에게 눈길을 주고 또 나와 비밀을 공유한 그녀의 눈 속에서 그녀의 마음을 일거내려 한다는 그 순간이 더없는 행복이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떠올릴 수 있는 자유를 가졌고 반대로 그녀는 내가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대해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더우기 그녀가 내 손에 이끌려 내 가까이 앉아 나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고, 어쩌면 속으로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삼촌의 화두는 자신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양아치 클라이언트 이야기, 정부의 개임에 틀림없는 판사들 이야기, TV에 나올만큼 유명한 검사들과의 한판 승부... 우리 모친 허벅지를 베고 누워 누누히 들엇던 이야기인지라 하품이 나올 이야기였지만 혜주는 어머어머 해대며 잘도 받아내고 있었다. 동료 중 하나가 빼어난 수완으로 해결했다던 연예인 강간사건을 이야기는 아예 주인공을 자신으로 바꿔 각색해 혜주의 눈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었는데, 그 이야기가 길어지자 숙모가 꽤 많은 양의 위스키를 얼음도 없이 들이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촌이 콧노래를 부르며 양주 세병째를 오픈하는 때에 혜주는 아예 삼촌쪽으로 상체를 들이대고 있엇고 나와 숙모도 간간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혜주가 지네 집안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조금 긴장했었지만 그녀가 마무리를 잘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놓았다.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 대학원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 기웃거리는 이야기, 미국 유학도 가고 싶고 부자로도 살고 싶다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사뭇 숙연해졌다. 혜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가미된 연기에 심지어는 나도 그거 사실인지 순간 착각했었고, 삼촌은 연신 술을 들이키고 담배를 피워 물어댔지만 그의 아내는 핀잔은 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아, 이런이런이런. 내가 분위기를 다운시켰군요. 주혁오빠, 나 한번 웃겨줘."
누가를 훔치며 혜주에게 사인이 들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 무슨..."이라 얼버무렸지만 삼촌의 강력한 요청에 못이기는 척 했다. 숙모가 나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지하철에서 잡상인을 하는 정주영을 흉내냈고, 하춘화를 직장성추행하는 가수 김종서를 보여줬고, 스타킹를 올리다 김대중에게 들켜 놀라는 정덕희를 선보였다. 혜주가 발을 동동거렸고 삼촌이 "아 그거 약하다"고 핀잔을 주었으며 숙모는 두 손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았다. "하나 더, 하나 더"를 외치는 혜주에게 "너 개그맨하구 살어"라 해주고 내 입 가득히 술을 쏟아 부으며 아직까지 웃고 있는 숙모를 곁눈질했다. 분위기가 밝아졌다. 삼촌의 웃음소리만 커져가고 쇼팽의 녹턴은 수십번째 반복되어 흐르고 있었다.
"우리 거국적으로.." 혜주였다.
"이거 먹고 죽자고!" 나였다.
"그래 허허허허허....." 삼촌이었다.
모두 일어섰지만 숙모만은 앉아 잔을 올려들었다. 모두 잔을 비웠다. 숙모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참 그새 술도 많이 늘엇다 생각에 가련한 생각이 들어 한번 꼬옥 안아주었으면 했다.
"우리 왕게임해요."
혜주가 다음 전술실행을 개시했다. 삼촌이 눈이 동그래졌다가 "허허허허 그래 그거 좋다" 했다가 숙모를 바라보며 그 게임에 대한 기나긴 부연 설명을 하려 했다. 젓가락이 어쩌고 번호를 쓰고 왕이 저쩌고 이야기가 장황없이 삼촌에게서 계속되자 숙모는,
"나 그거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라 취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이 "그으으으래?"라 하고 부엌으로 뛰어가고 혜주는 "와아아아 숙모님 멋쟁이다"라 박수를 쳤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밀려오는 건 너무나 큰 놀라움, 불쾌감, 질투심. 도대체 숙모는 어디서 이런 걸 배웠나. 그 날 밤에 보고 느꼈던 예상치 못했던 과감한 손놀림과 허리운동, 생각보다 큰 유방에 넓게 퍼져있던 유두돌기들, 급작스런 다가감에도 기다렸다는 듯 흐르던 그녀의 체액의 기억과 어우려져 나에게는 혼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숙모를 바라봤다. 왜 나는 그런 거 알면 안돼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앗다. 그녀가 술을 더 먹으면 안된다 생각이 문득 들엇지만 모든 게 나와 혜주의 계획대로 일이 흘러감이 이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왕 누구야?" 삼촌의 목소리가 어머니만큼 커져있었다.
"와 나예요." 혜주다.
"음... 3번 술 원액으로 반샷!"
숙모가 술을 들이키다 움찔움찔거렸다. "당쉰 이제보니 주당이구먼, 끅"이라는 혀꼬부라진 삼촌의 칭찬에 숙모는 손으로 입을 툭툭 닦으며 삼촌을 노려보았다. 이후 술 먹이기 순배가 몇번 돌았다. 주로 혜주나 내가 왕이 될때마다 주문의 유형이 바뀌었는데, 술먹이기의 벌칙에서 노래하기로 변하자 삼촌은 그지겨운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또 고래고래 불렀고, 숙모는 해바라기의 제목 생각 안나는 노래를 불렀고, 혜주는 팬티가 보이도록 몸을 흔들며 샤프의 노래를 불렀던 것으로 생각난다. 다시 폭탄주 먹기 순배가 돌며 양주 네병째가 따지고 맥주도 냉장고에서 재빠른 삼촌의 손에 의해 가져 나왔다. 삼촌은 더 길길이 뛰었고, 숙모도 가끔 박수도 치고 혜주에게 말도 걸었고, 나와 혜주는 더 분위기를 고조로 살리기 위해 술을 퍼 넣으면서 어금니와 혓바닥을 앙당 물며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왕이네.. 호호. 이번엔 2번이 윗옷 하나를 벗어.....줏쎄요." 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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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주말이네요. 여친에게 소라활동을 괜히 얘기했다 싫은 소리 듣고 감시만 당해 이리저리 시간 찾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바쁜 척 한다고 너무 탓하지 마시고 조금만 인내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기억, 그냥 단순한 나열로 금새 끝내고 싶지는 않네요. 많은 성원 아직도 가슴 설렙니다. 감사합니다. -보헤미안-
거실 테이블에 양주와 얼음과 술잔을 가져다 세팅하며 삼촌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음악도 틀까 혜주씨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 물었고 혜주는 "삼촌 좋아하시는 것 아무거나요" 라 헤헤거리며 말했다. 혜주는 "삼촌정도라면 클래식을 들으실 것 같아" 라고 덧붙였고 약간 당황한 삼촌은 여보 여보 하며 숙모를 애타게 찾았다. 숙모는 부엌에서 아무 대꾸도 없었다. 삼촌이 뒤뚱뒤뚱 뛰었다. 아무 말소리건 다 들릴 수 있는 거실과 부엌 사이였지만 삼촌이 말소리를 얼마나 죽였던지 숙모에게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들릴지도 않았다. 숙모가 "...제일 아랫칸.."이라 말하자 삼촌이 붉은 얼굴로 다시 뒤뚱거리며 뛰어나와 "집안 정리를 얼마전에 해서..."라 말하고 CD수납칸 아랫장을 한참 째려보다 몇장을 꺼내 다시 숙모에게 달려가 긴 "회의"를 마친 후 돌아와 CD기를 돌렸다. 숙모가 그렇게 좋아하던 쇼팽의 녹턴이 흘렀다. 다시금 벌개진 삼촌은 혜주의 표정을 살폈고, 혜주는 두번 꼬아진 다리밑으로 발가락을 꼼지락댄 채로 나나나나 허밍으로 피아노곡을 쫓고 있었으며, 신문을 들추던 나의 귀는 그저 모두 부엌쪽에 열려 있었다.
"근데 왜 세 잔 뿐이예요?" 혜주가 물었다.
"어.. 허허허. 근데 집사람이 술을 못해.." 숙모가 안주를 들이기 전인데도 삼촌이 벌써 손수 만든 본인의 언더玔?한잔을 들이키고 있다는 걸 나는 감지하지도 못했다.
"삼촌 천천히 먹어" 의외로 빨리 픽 고꾸라질 공산이 높음을 예상한 나의 참 오랜만의 대사였다. 그날 밤 페이스 조절은 혜주와 나의 몫이었고 삼촌이 맛이 빨리 가면 갈수록 혜주야 편한 일이겠지만 나는 싫었다. 숙모가 옆에서 모든 상황을 보았으면 했다. 자신과 십수년을 살았던 사람에 대한 다시한번 실망의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로 인한 나의 존재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싶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는동안 혜주는 삼촌에게 "저렇게 반말하는 조카 때려주세요. 저랑 짠 한번 해요." 하면서 삼촌의 발동을 걸고 있었다. "아..씨..또 취할려 그래?"라고 나는 부엌에 들릴만큼 큰 소리로 말하며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항문에 힘을 댑따 주고 물 중앙쪽으로 큰 소리를 만들어 들을테면 들어라 식으로 오줌을 쏟아내며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술잔이 몇 잔 오가는 것 같았고 숙모가 안주를 가져다 놓는지 삼촌이 톤이 다른 목소리로 "거 빨리빨리 좀 오지"라 말하는 것도 들렸다.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았다. 파이널포인트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저 달리기만 하는 경주견 하나가 멍하니 서있었다. 으르릉 거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녀석의 얼굴은 빈공간이었고 표정은 그저 멍청했다.
"숙모님! 어서 오세요. 오빠, 숙모님 오시라고 해."
그간 의식하지 못했던 오른쪽 어깨가 눈이 부시도록 하얀 혜주가 막 첫 잔을 들이켰던 나의 팔을 툭 치며 말하고는, 내 팔뚝을 두 손으로 만지며 삼촌을 보고는 "우리 오빠 팔뚝 장난 아니죠?" 했다. 삼촌이 "아 그래그래. 주혁이 쟤 공부는 안하고 운동만 했지. 넌 임마 어머니 말을 너무 안들어" 라 했다. 가지가지들 한다 생각이 들었다. 혜주가 부엌에 들어갔다. "숙모님 어서 오세요. 같이 가요. 여자가 저혼자라 뻘쭘해요, 빨리요."라 너스레를 떨자, "네. 먼저들 해요. 설겆이 좀 하고..."라 숙모의 소리가 들렸다. 양 어깨를 으쓱하며 혜주가 홀로 돌아왓다. 그녀의 은회색 스타킹을 좇던 삼촌에게 "안 오신데요, 내가 미운가봐"라 말하며 털썩 두 발을 허공에 던지며 앉았다. 삼촌이 일어났다. "아, 여보 여보.. 다들 기다리잖아."라 벌써 비틀거림을 보이는 자신을 느꼈는지 잠시 쉬었다 투벅투벅 들어갔다. 실랭이가 벌어졌다. 자신의 말이 잘 안 먹히는 부부관계가 만천하에, 특히 혜주에게 공개됨이 쪽팔렸던지 삼촌의 목소리가 한층더 위압스러워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숙모의 대꾸는 더 없어졌다. 혜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다 하하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는 혜주를 째려보고 내가 일어섰다.
"숙모. 같이 가 한잔 해요. 내가 재밌게 해줄게요."
여전히 설겆이 중이었던 숙모가 손을 멈춘 것도 삼촌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본 것이 단지 내가 숙모에게 존대를 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었다. 숙모 손목을 잡아 끄는 순간 숙모는 손을 빼며 "잠깐만.."이라 하며 설겆이 물을 잠가 수건으로 손을 닦앗다. 내가 다시 숙모의 손목을 잡고 거실로 이끌엇고 그의 남편은 "허참 허참" 가족오락관 엠씨 이름을 부르며 우리를 뒤따랐다. 혜주가 "와아아아 웰컴요 예쁜 숙모님"이라 지랄같은 호들갑을 떨어 주었다.
삼촌이 숙모와 먼거리로 마주보고 앉았고 긴 소파에서 찰싹 내게 붙어있던 혜주는 삼촌이 말을 꺼낼때마다 삼촌 쪽으로 조금씩 목을 빼고 얼굴을 디밀고 엉덩이를 이동하며 경청하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숙모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내가 잔을 부딪히자 할 때마다 한 모금씩 보조를 맞추어주었다. 나의 움직임을 조금씩 맞춰주던 그 날 새벽이 생각나 그녀의 표정을 훔쳤다. 나와 가끔, 아주 가끔씩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의중을 알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저 좋았다. 내가 거기에 어떤 목적으로 와 앉아잇던 간에, 삼촌 앞에서 당당히 그녀와 잔을 부딪히고 그녀에게 눈길을 주고 또 나와 비밀을 공유한 그녀의 눈 속에서 그녀의 마음을 일거내려 한다는 그 순간이 더없는 행복이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떠올릴 수 있는 자유를 가졌고 반대로 그녀는 내가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대해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더우기 그녀가 내 손에 이끌려 내 가까이 앉아 나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고, 어쩌면 속으로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삼촌의 화두는 자신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양아치 클라이언트 이야기, 정부의 개임에 틀림없는 판사들 이야기, TV에 나올만큼 유명한 검사들과의 한판 승부... 우리 모친 허벅지를 베고 누워 누누히 들엇던 이야기인지라 하품이 나올 이야기였지만 혜주는 어머어머 해대며 잘도 받아내고 있었다. 동료 중 하나가 빼어난 수완으로 해결했다던 연예인 강간사건을 이야기는 아예 주인공을 자신으로 바꿔 각색해 혜주의 눈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었는데, 그 이야기가 길어지자 숙모가 꽤 많은 양의 위스키를 얼음도 없이 들이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삼촌이 콧노래를 부르며 양주 세병째를 오픈하는 때에 혜주는 아예 삼촌쪽으로 상체를 들이대고 있엇고 나와 숙모도 간간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혜주가 지네 집안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조금 긴장했었지만 그녀가 마무리를 잘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놓았다.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 대학원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 기웃거리는 이야기, 미국 유학도 가고 싶고 부자로도 살고 싶다는 이야기에 분위기가 사뭇 숙연해졌다. 혜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가미된 연기에 심지어는 나도 그거 사실인지 순간 착각했었고, 삼촌은 연신 술을 들이키고 담배를 피워 물어댔지만 그의 아내는 핀잔은 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아, 이런이런이런. 내가 분위기를 다운시켰군요. 주혁오빠, 나 한번 웃겨줘."
누가를 훔치며 혜주에게 사인이 들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 무슨..."이라 얼버무렸지만 삼촌의 강력한 요청에 못이기는 척 했다. 숙모가 나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지하철에서 잡상인을 하는 정주영을 흉내냈고, 하춘화를 직장성추행하는 가수 김종서를 보여줬고, 스타킹를 올리다 김대중에게 들켜 놀라는 정덕희를 선보였다. 혜주가 발을 동동거렸고 삼촌이 "아 그거 약하다"고 핀잔을 주었으며 숙모는 두 손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았다. "하나 더, 하나 더"를 외치는 혜주에게 "너 개그맨하구 살어"라 해주고 내 입 가득히 술을 쏟아 부으며 아직까지 웃고 있는 숙모를 곁눈질했다. 분위기가 밝아졌다. 삼촌의 웃음소리만 커져가고 쇼팽의 녹턴은 수십번째 반복되어 흐르고 있었다.
"우리 거국적으로.." 혜주였다.
"이거 먹고 죽자고!" 나였다.
"그래 허허허허허....." 삼촌이었다.
모두 일어섰지만 숙모만은 앉아 잔을 올려들었다. 모두 잔을 비웠다. 숙모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참 그새 술도 많이 늘엇다 생각에 가련한 생각이 들어 한번 꼬옥 안아주었으면 했다.
"우리 왕게임해요."
혜주가 다음 전술실행을 개시했다. 삼촌이 눈이 동그래졌다가 "허허허허 그래 그거 좋다" 했다가 숙모를 바라보며 그 게임에 대한 기나긴 부연 설명을 하려 했다. 젓가락이 어쩌고 번호를 쓰고 왕이 저쩌고 이야기가 장황없이 삼촌에게서 계속되자 숙모는,
"나 그거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라 취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이 "그으으으래?"라 하고 부엌으로 뛰어가고 혜주는 "와아아아 숙모님 멋쟁이다"라 박수를 쳤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밀려오는 건 너무나 큰 놀라움, 불쾌감, 질투심. 도대체 숙모는 어디서 이런 걸 배웠나. 그 날 밤에 보고 느꼈던 예상치 못했던 과감한 손놀림과 허리운동, 생각보다 큰 유방에 넓게 퍼져있던 유두돌기들, 급작스런 다가감에도 기다렸다는 듯 흐르던 그녀의 체액의 기억과 어우려져 나에게는 혼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숙모를 바라봤다. 왜 나는 그런 거 알면 안돼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앗다. 그녀가 술을 더 먹으면 안된다 생각이 문득 들엇지만 모든 게 나와 혜주의 계획대로 일이 흘러감이 이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왕 누구야?" 삼촌의 목소리가 어머니만큼 커져있었다.
"와 나예요." 혜주다.
"음... 3번 술 원액으로 반샷!"
숙모가 술을 들이키다 움찔움찔거렸다. "당쉰 이제보니 주당이구먼, 끅"이라는 혀꼬부라진 삼촌의 칭찬에 숙모는 손으로 입을 툭툭 닦으며 삼촌을 노려보았다. 이후 술 먹이기 순배가 몇번 돌았다. 주로 혜주나 내가 왕이 될때마다 주문의 유형이 바뀌었는데, 술먹이기의 벌칙에서 노래하기로 변하자 삼촌은 그지겨운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또 고래고래 불렀고, 숙모는 해바라기의 제목 생각 안나는 노래를 불렀고, 혜주는 팬티가 보이도록 몸을 흔들며 샤프의 노래를 불렀던 것으로 생각난다. 다시 폭탄주 먹기 순배가 돌며 양주 네병째가 따지고 맥주도 냉장고에서 재빠른 삼촌의 손에 의해 가져 나왔다. 삼촌은 더 길길이 뛰었고, 숙모도 가끔 박수도 치고 혜주에게 말도 걸었고, 나와 혜주는 더 분위기를 고조로 살리기 위해 술을 퍼 넣으면서 어금니와 혓바닥을 앙당 물며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왕이네.. 호호. 이번엔 2번이 윗옷 하나를 벗어.....줏쎄요." 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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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주말이네요. 여친에게 소라활동을 괜히 얘기했다 싫은 소리 듣고 감시만 당해 이리저리 시간 찾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바쁜 척 한다고 너무 탓하지 마시고 조금만 인내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기억, 그냥 단순한 나열로 금새 끝내고 싶지는 않네요. 많은 성원 아직도 가슴 설렙니다. 감사합니다.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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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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