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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59 1,058회 0건
박 차장 2-12 (2부 완결)

토요일의 불쌍한 군상들….


<죽여버리고 싶다…하지만,…>

앤과 헤어진 장우가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토요일 오후였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학교 선생들과의 모임이 6시에나 끝날 것이고 아들 대식이는 학원 다음엔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할 것이다.

힘들었던 일주일이었다. 장우는 맥이 풀려 소파에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장우는 소파에 몸을 깊이 묻은 채로 천천히 넥타이를 풀르고 와이셔츠의 맨 윗 단추를 끌렀다. 오늘따라 집이 한 없이 넓어 보였다.

분명히 결혼 시작 때 보다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졌다. 결혼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행복이 보장될 것 처럼 보였다. 지금의 아내와는 중매로 만나 결혼해서 애틋한 정은 없었지만 대식이를 낳아 함께 기르고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서 저축하는 동안 서로간의 큰 마찰은 없었다. 하지만,…하지만, 대식이가 부모의 손이 덜 가도 될 정도로 성장하고 집도 장만한 다음부터 어쩐지 아내와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던 장우의 눈에 TV 장식장 옆에서 깜빡이는 빨간 불빛이 보였다.

“이런…내 정신하곤…”

TV 장식장 옆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켜져 있는 채로 있었다. 내일 처가댁 친척의 돌 잔치에 가기로 한 것 때문에 아침에 비디오 카메라를 점검한다는 것이 스위치를 끄지도 않고 집을 나선 것 같았다. 장우는 얼른 비디오 카메라의 스위치를 껏다.

장우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 잠에 빠져 들고 싶었다. 옷을 갈아입고 욕실로 가던 장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장우는 비디오 카메라를 TV 에 연결했다. 다시 소파에 몸을 묻은 장우가 리모트 컨트롤러로 비디오 테이프를 되감았고는 재생키를 눌렀다. 지직 거리던 화면에 장우가 앉아 있는 소파가 비춰졌다. 소파에 묻혀있던 장우의 몸이 점점 앞으로 숙여졌다.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현관문 따는 소리가 들렸다. 토요 모임이 예정 보다 빨리 끝난 아내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저 왔어요.”

“…”

“당신,… 아니 당신 애도 아니고 지금 시간에 뭘 보는거에요?”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선 미정의 눈에는 자신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TV 화면에만 몰두하고 있는 남편이 보였다. 그리고 남편이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 TV 화면에서는 소파에 눕다시피 앉아 있는 여자와 그 앞에 서서 연신 자지를 박아대는 두 남녀의 섹스하는 장면, 그리고, 여자의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당신, 대식이 없다고 이래도 되는거에요? 정말 요새 하는 짓거리하고는…”

TV 화면만을 응시하던 장우가 힘 없이 일어섰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군…”

장우는 미정에게 힘 없이 한 마디를 하고는 서재로 들어갔다.

“정말 못 말려. 집에서 이따위나 보고 있고.”

리모트 컨트롤을 집어들고 TV를 끄려던 미정에게 익은 목소리가 TV 로부터 들려왔다.

“엄마…학학…엄마 보지가…보지가…막 움직여…”

“아흑…대식아…박아줘…엄마 보지에 더 깊게 박아줘…앙ㅇㅇㅇㅇㅇㅇ응.”

미정의 손에서 리모트 컨트롤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리모트 컨트롤이 바닥과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장우와 미정의 가정이 그런 것 처럼…

장우가 있는 서재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 앞에는 분노로 얼굴이 벌개진 미정이 서 있었다.

“당신이란…당신이란 사람은…그래요. 난 자기 아들과 섹스를 하는 여자에요. 그걸 알고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거에요? 나에게 소리라도 지르고 뺨이라도 갈겨봐요. 당신은 항상 날 비참하게 만들어요. 어흐흐흑….”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미정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초점을 잃은 장우의 눈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미정에게 갔다.

“당신하고 대식이를 모두 죽여버리고 싶어…두 사람 모두 내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간 사람들이야…”
“아니…두 사람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갔을 뿐 만 아니라 내 인생 가운데 15년이라는 세월을 빼앗아가버린 사람들이기도 해…”
“지금…당신을 죽여줄까? 그럼 당신 마음이 편할까?…아니,…난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어. 당신은 죽을 때까지 그 멍에를 지고 살거야. 대식이에게 내가 둘의 사이를 알고 있는지를 얘기하는 건 당신 몫이야.”
“조금 있다가 나갈거야. 짐은 내가 있을 곳이 정해지는데로 찾으러 올거고. 하긴, 이 집에는 내 짐이 별로 없지…”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나쁜 놈…나쁜 놈!!!!”

악을 쓰는 미정 앞으로 서재의 문이 천천히 닫혔다.



<나가라고 했다. 다시 말 안한다>

정 대리는 팀원들과 헤어진 후,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봤다. 오늘은 일본 출장을 갔던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다. 남편은 벌써 한국에 도착했겠지만 남편의 성격으로 봤을 때, 아마도 사무실로 먼저 가서 출장 업무를 모두 정리하고 집에 올 것이다. 미란은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옥돔 구이를 만들 생각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현관문 열쇠에 열쇠를 넣은 미란은 현관문이 이미 열린 것을 발견했다. 무거운 시장 바구니를 들고 현관문을 들어서니 사무실에 있을거라고 생각되었던 남편이 벌써 와 있었다.

“어머…당신 벌써 와 있었구나. 늦을 줄 알았는데.”

남편은 반갑게 인사하는 미란을 발견하자마자 화난 얼굴로 닥아와서는 미란의 뺨을 한 대 갈겼다.

“악!!! 당신 왜 이래?”

미란은 갑자기 뺨을 맞고는 뒤로 나자빠졌다.

“이 썅년, 도대체 조카하고 조카 친구한테 어떤 짓을 한거야? 너 미성년자 추행하는게 취미야? 별볼일 없는 집안에서 자란 년이어도 나랑 살면 달라질까 십더니, 그 피가 어디 가겠니? 이 썅년아. 내가 우리 엄마 아부지한테도 너 때문에 기를 못 펴고 사는데 이제 친척들한테도 쪽 팔려야겠어.”

“여보, 그런게 아니고 내 말 먼저 들어봐. 당신이 잘못 들은….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미란의 남편은 미란이 얘기도 꺼내기 전에 미란의 배를 발로 걷어찻다. 미란이 배를 잡고 고통에 딩굴었다.

“너 오늘 나 한테 죽어봐. 너 같은 화냥년하고는 더 이상 나도 못살아. 이젠 끝이야. 끝…”

다시 한번 남편의 발길질이 미란의 배를 향해서 들어왔다. 하지만, 미란은 남편의 발목을 손으로 잡고는 힘껏 위로 올려버렸다. 중심을 잃은 남편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미란이 배를 잡고 서서히 일어났다.”

“이 화냥년이 이제 사람도 치네. 아주 본색을 있는데로 다 들어내라. 이 썅년아.”

벌떡 일어선 남편이 주먹을 쥐고 다시 한번 미란에게 달려들었다.

“퍽!”

“우~욱…”

하지만 이번에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뒹굴거리는 건 미란이 아니라 남편이었다. 달려오는 남편을 미란이 앞차기로 차 버린 것이다.

“야! 김태욱. 이 나쁜 새끼야. 넌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남의 말만 믿기니?”
“그래 너 잘난 집안이야. 너도 잘났지. 변호사 선생님이니까. 나도 너 잘난 집안 사람들하고 잘난 남편 데리고 사는거 힘들다.”

“컥…컥…이 씨발년이…사람을 패…컥컥컥”

“잘들어. 이 씹탱아. 나두 너 같이 좃 같은 새끼하곤 상대하기도 싫어. 내가 니 이뻐서 같이 데리고 사는 것 같니? 내가 너 변정숙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거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정 때문에 니가 정신 차릴 날이 있을 줄 알고 여태까지 참았어.”
“그리고 니가 나 한테 해준게 뭐가 있는데. 너 변호사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쟎아. 이 아파트도 내가 돈 벌어서 산거고.”
“그 잘난 집에서 나랑 산다고 해준것도 없쟎아. 설움만 줬지…”
“너 그냥 나가라. 조금 더 있으면. 나 너 무지무지하게 줘 팰지도 모르거든.”

“이 씨발년이 정말…”

“나가라고 했다. 다시 말 안한다.”

미란의 남편은 아픈 배를 잡고 계속 욕을 해대면서 현관문을 나섰다. 조용히 서 있던 미란이 소파에 앉았다. 멍한 미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아빠만 옆에 있었으면 저런 좃 같은 새끼들이 이러지도 못했을텐데….우리 아빠는 태권도 사범이었는데. 하하하 좃만한 새끼…나 한테도 얻어 맞을게…”

웃는 미란의 얼굴에선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걱정하지마…언니가 있쟎아…>

미팅 때문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간을 못 맞췄다. 편의점 주인이 곱지 않은 눈길로 고 대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고 대리 때문에 일을 더 하게된 다른 아르바이트생도 고 대리를 흘겨보고는 편의점을 나섰다.

편의점은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동생에게 전화가 왔었지만 편의점 주인 눈치 보느라 나중에 걸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5시간을 꼬빡 채우고야 동생에게서 온 전화가 생각났다.

“여보세요?”

“윤미니? 언니야. 아까 전화 끊어서 미안…언니가 무척 바빴거든. 근데 무슨 일 있어?”

“언니…언니…흑흑흑…”

고 대리의 전화를 받은 동생 윤미가 전화를 받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린다. 아마도 집에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윤미야…울지 말고…언니한테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

“언니…언니…아빠가…아빠가…갑자기 쓰러지셨어…그래서 병원에 갔는데…심근경색이라고, 빨랑 수술을 해야 한다고…”

“그래서, … 그래서…”

“응, 방금 수술 끝나고 선생님은 수술은 잘 됐데…”

“응. 다행이다. 언니 곧 내려갈게.”

“근데, 근데, 언니…지금 아빠 회복실에 있는데…회복실에서 나오면 중환자실로 가야하는데…수술비하구 입원비가…흑흑흑…”

“응…얼마나 나올 것 같은데?”

“여기 아는 사람 얘기로는 3천만원이 들거래…어떻해 언니.”

“3천만원…윤미야…걱정하지마…언니가 있쟎아. 언니가 융통해볼게…그러니까 아버지나 잘 보살펴드려. 니가 고생이 많다. 그럼 언니 이만 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 대리는 한 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3천만원…3천만원…자신이 3천만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박 상무에게 부탁…? 아니야, 아니야, 다시 그의 노예가 될 수는 없어. 그래…그 방법 밖에는 없어.

고 대리는 발길을 집 근처의 복덕방으로 향했다. 지금 들어있는 지하 전세를 빼기로 고 대리는 마음 먹었다. 박 상무에게 모진 짓을 당하면서 한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그녀에게 남겨진 재산이었다.


<씨발놈들, 부모 잘났지 니들이 잘났니?>


“토요일인데 일찍 들어왔네, 아들!”

“네, 피곤해서요. 아버지도 계셨네요.”

“너 회사 옮겼다며? 잘해라.”

“네…저 방에 올라갈께요.”

“여보, 저 녀석 요새 어때?”

“글쎄요. 회사를 옮긴 다음 부터는 술도 자주 안 마시는 것 같고 표정도 밝아졌어요.”

“그래? 돈 달라는 애기는 없고?”

“그게…요샌 돈 달라고 졸르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거기다가…”

“거기다가? 뭐?”

“자기 회사 제품 선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타이거스 클럽 행사에 좀 초청해 달라는 부탁을 하데요.”

“하하하, 그래? 저 녀석이 철이 좀 드는건가? 하지만, 조금 더 봐야해. 워낙 망나니 같은 녀석이라서. 아! 경산댁이 저번에 저 녀석 회사 사람들 모임 있다는데에 시중들러 가지 않았나? 사람들이 어땠어?”

“네…사장님. 사람들은 다 좋아보이던데요. 도련님도 잘 적응하시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고…하나 밖에 없는 아들 놈이 영 시원치 않아서 걱정인데.”

방으로 올라간 보영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소라제약에서도 회사 생활을 2년을 했지만 지금처럼 회사 동료들과 많은 얘기를 해 본 적은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짜잔한 월급에 목숨걸고 바둥거리는게 영 못마땅해서 보영 자신이 그들과의 거리를 뒀는데 웬 지 지금의 회사 동료들에게는 자꾸 정이 가는 것 같았다.

“미련한 육 대리가 잘하고 있나…?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야! 안보영! 니가 회사 걱정하고 있니? 너 참 우스워졌다.)

보영은 자신이 한심한 듯 멋적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주머니에서 열쇠 고리를 하나 꺼냈다. 아침에 아메리카 카페에서 종업원이 프로모션이라고 고 대리에게 준 열쇠 고리를 고 대리가 자신에게 준 것이었다. 고 대리는 팀의 막내를 챙긴다고 열쇠 고리를 부득부득 안보영에게 줬다.

“참나…고 대리도 이까짓 싸구려 열쇠 고리 가지고…”

그러면서 안보영은 자신의 BMW 승용차 키를 고 대리가 준 열쇠 고리에 끼워 넣었다.

“따르릉…따르릉…도련님 전화 왔어요~”

보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보영은 열쇠 고리를 다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보영이냐? 나 석구다.”

“아! 석구. 오랜 만이다. 왜?”

“자식, 전화 받자마자 왜냐? 나와라. 여기 홍대 앞 G-SPOT 인데 경철이랑 민호도 오기로 했고…으흐흐. 무엇보다 우리의 애마들이 다 모여있다.”

“야…걍 너희들끼리 놀면 안될까? 나 오늘 존나 피곤하거든.”

“씨불퉁이…너 안오면 죽을 줄 알아. 정말 간만에 전화하는구만. 빨랑 나와라. 경애가 너 보고싶어 죽겠단다. 기집애 줄줄 싸고 있다. 와라.”

“알겠어. 나중에 보자.”

보영은 오늘은 푹 쉬고 싶었지만, 그 간 회사 때문에 친구들과의 모임도 못 나간 것 같아서 잠깐 얼굴이나 보이기로 했다.

“저, 잠시 나갔다 올께요.”

“어디 나가냐?”

“예, 친구들이 자꾸 보자고 하네요.”

“술 너무 마시지 말고, 너 요새 아버지가 널 다시 보기 시작했으니까. 조심해.”

“엄마, 아버지가 날 어떻게 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전 저라구요.”

“이 녀석 성질하곤…알았다. 알았어. 용돈 주랴?”

“ 저 돈 필요없어요. 저도 월급 받아요.”

“이 녀석이 점점 이상해지네. 니 월급 가지고 뭘 한다구 그래? 짜잔한 거 가지고. 엄마가 용돈줄게.”

“됐다니깐요. 저 나갈께요.”

보영은 용돈을 한사코 주겠다는 엄마를 뒤로 물리고 집을 나섰다. 자신의 승용차에 키를 넣으려 했던 보영의 손이 뒤로 물러났다.

“지하철 한번 타보지 뭐.”

홍대 앞의 G-SPOT 은 멤버쉽 클럽이었다. 클럽 문지기는 보영을 보자 허리를 깍듯하게 굽히며 보영을 친구들이 있는 룸으로 안내했다.

“오우, 안보영…증말 오랜만이다.”

보영이 룸 안으로 들어가자 친구들이 모두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벌써 술을 어느 정도 했는지 탁자 위에는 발렌타인 30년산이 두 병이나 비워진 채로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모두 남자들의 품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야! 경애는 남겨놨다. 저 년 너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더라. 아마 밑에가 한강일거다. 좀 만져줘. 히히히…”

모두 자리를 비켜줘서 보영을 경애 옆에 앉도록 해줬다. 입에서 숨냄새가 나는 경애가 보영에게 안겨왔다.

“오빠…보고 싶었어…요새 통 연락도 없고….경애 외로와서 혼 났쟎아…나 오빠 기다리면서 벌써 흥분했다. 만져봐.”

경애가 보영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치마 속으로 보영의 손을 가져갔다. 손등에 느껴지는 경애의 보지 부분에 있는 팬티가 그녀가 이미 젖어있음을 알려줬다. 젖꼭지를 살짝만 깨물어도 쾌락에 울음을 터뜨리는 민감한 경애였다.

“오늘도 댄스 경연을 펼쳐야지. 5번만 한다. 십만원 빵!!!”

“오빠 멋져.”

여기만 오면 항상 하는 댄스 경연…여자 애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춤을 추고 가장 섹시하게 춤을 추는 여자애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임이었다.

“오빠, 오늘은 내가 젤 먼저 출게.”

경애가 귓속말로 보영에게 얘기하더니 탁자 위의 술병과 안주를 치우고는 탁자 위로 올라갔다. 짧은 경애의 치마 밑으로 그 부분이 푹 젖어버리 연한 핑크빛 팬티가 보였다. 경애는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구부리고는 음악에 맞춰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어댔다.

“경애! 경애! 경애!”

경애의 몸짓이 점점 더 요염하게 변해갈수록 앉아있는 남자들은 경애의 이름을 구호했다. 경애의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팬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경애가 자신의 뒷 모습이 보이도록 보영 앞에 섰다. 경애는 다리를 쭉 핀채로 허리를 구부렸다. 그리곤 발목에서 팬티를 꺼냈다. 남자들이 경애의 보지를 보려고 보영 옆으로 몰려왔다. 경애는 환호하는 남자 가운데 보영에게 자신의 팬티를 던졌다. 보짓물에 펑 젖어버린 경애의 팬티를 받아든 보영이 팬티를 얼른 탁자 위에 얹었다. 다른 녀석이 얼른 탁자 위의 경애 팬티를 뺏더니 자신의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때, 룸의 문이 열리더니, 여자 종업원이 추가로 시킨 안주를 가지고 들어왔다. 석구가 슬쩍 그녀의 다리를 걸었다. 여자 종업원은 안주 접시를 안 떨어뜨리려 발버둥대다 겨우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엉덩 방아를 ?었다. 그녀의 치마가 올라가며 하얀 팬티가 녀석들에게 보여졌다.

“야호! 팬티…하얀 팬티…아가씨도 춤 한번 추지? 40만원 벌 수 있다고.”

“시키신 안주 가져왔습니다. 그럼 나가겠습니다.”

“이봐. 손님이 춤 한번 추라고 하쟎아.”

“나가서 일봐야 합니다. 그럼.”

“이 썅년이 우릴 어떻게 보고 이러는거야?, 너 일하지 않아도 오늘 일당 벌 수 있게 너희 사장한테 얘기해 주면 될 거 아니야?”

“전 춤을 추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씀 함부러 하지 마세요.”

“뭐? 썅년보고 썅년이라고 하는데 어때서 그러니…썅년아~”

“씨발놈아 썅년이라고 하지 말랬쟎아. 씨발놈아.”
“부모 잘 만나서 이렇게 사는 모양인데, 엄마, 아부지 죽고 나면 어떻게 살려고 이렇게 사니?”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보영의 친구들은 종업원이 자신들에게 이렇게 세게 나올지 전혀 몰랐다. 다혈질인 경철이가 자리를 일어섰다.

“이 년이 간땡이가 부어가지고 죽을래?”

경철의 손이 여자 종업원의 뺨으로 향했다. 이때 경철의 손목을 나꿔채는 사람이 있었다. 보영이었다.

“경철아, 그만해라. 그러다 사람 다치겠다. 아가씨는 나가보세요.”

“야이 씨발놈아, 넌 친구들이 이런 취급 당하는데 저 기집애를 그냥 보내겠다고. 씨발년 가긴 어딜가.”

“야이 씨발놈들아, 너희들 잘한거 하나도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고!”
“나 간다. 느들끼리 놀아라.”

보영은 멍해있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종업원을 데리고 룸을 나왔다.

“아가씨, 미안하게 됐수다. 애들이 술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그리고,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요. 저 녀석들 분명히 깽판 칠 테니까. 내가 사장님한테 말씀드릴께요.”

보영은 사장을 불러서는 오늘 일을 얘기하고 아가씨가 오늘은 집에 가서 쉴 수 있도록 허락을 맡았다. 보영은 G-SPOT 을 나왔다.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여기를 나온 건 처음인 것 같았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보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아저씨…”

“어…누구…아까 클럽 아가씨?”

“무슨 발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아고 쫏아오느라고 힘들었네. 헉헉헉…”

“왜 날 쫏아왔는데요.”

“헉헉헉…고맙다는 말도 해야하고, 또…”

“또…뭐요?”

“저 땜에 술 한잔도 못하고 나왔쟎아요. 오늘 술 마시러 온 날일텐데. 그래서 제가 대신 한잔 쏠려구요. 전 빛지고는 못 살거든요.”

“저 괜챦아요. 그리고 오늘 술 생각도 별로 없고…”

“사실은 제가 한 잔 마시고 싶거든요…그러니까 오세요.”

여자는 보영의 손을 잡더니 마구 잡이로 근처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보영은 포장마차엔 처음 이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참이슬로요. 그리고 꼽장어 한 마리 구워주세요.”
“후훗, 꼽장어가 이 집에선 최고로 비싼거에요.”

소주와 꼽장어가 나왔다. 여자의 얼굴은 아까 클럽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밝아보였다.

“학생이에요?”

“네, 이 근처 대학에 미술학부생이에요.”

“열심히 사네요. 일하면서 공부하고…”

“할 수 없죠 뭐. 부모가 능력이 안되니까. 후훗. 아저씨, 아까 아저씨 친구들한테 부모 잘 만났다고 욕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부모 잘 만난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 고생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거 다 할 수 있고…난 물감 살 돈도 없는데…”

“그래요…”

보영은 술 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리곤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보영은 느꼈다. 소주가 참 달다고. 그리고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가 않는다고…



<저 장남 이제 그만 할래요…>

내리 세번의 섹스를 앤과 갖은 후, 육 대리는 앤과 침대에 누워 섹스 후의 노곤함을 달래고 있었다.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했지만 이렇게 후련하게 사정을 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호텔 창 문 밖으로 남산 타워의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딩동 딩동” 육 대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오…등신이냐?”

“어머니…웬 일이세요.”

식구들한테 전화가 올 때 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육 대리였다. 제발 돈 문제가 아니길…

“등신아…너 한테 또 부탁할 일이 하나 생겼어…”
“니 아부지가 또 사고를 쳤구먼… 이 영감이 버릇이 도져서 또 노름 빚을 졌단다.”

“또요? 저 이젠 돈이 없어요. 저번에 등식이 사고친 것도 제가 막았쟎아요.”

“이번엔 300만원이면 된다. 아주 막 되먹은 사람들하고 치지는 않았구먼…”

“이번엔 등식이랑 등원이 한테 알아보세요. 저 정말 힘들어요.”

“그깟넘들이 지 부모 생각이나 한다냐? 그리고 니가 우리집 장남 아니여~”

“어머니…저 정말 돈이 없어요. 그리고, 회사 옮겨서 힘들고요.”

“아따. 느그 사장한테 얘기혀서 가불 받으면 되쟎여~”

“어머니,…이번엔 못 해드려요.”

“아따. 니가 누구여! 니가 우리 집 장남이여, 남의 집 장남들 보드라고, 내가 니를 그렇게 키웠다더냐.”

“어머니…”
“어머니…저 장남 이제 그만 할랍니다. 너무 힘들어요… 이만 끊을께요.”

“등신아. 등신아…”

뚝. 육 대리는 핸드폰의 밧데리를 뽑아냈다. 시골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난 육 대리였다.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빌붙을 곳 없는 고향을 떠나서 도시로 나왔다. 2년 정도를 공장에서 일한 다음에야 꿈에 그리던 대학을 야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낮에는 일, 밤에는 공부. 대학등록금과 자신의 생활비만 벌면 이 정도로도 가능했겠지만 육 대리는 일손을 놓아버린 부모와 학교를 다니는 동생이 셋이나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호스트바에서 뭇여성들에게 갖은 성적 학대를 당하면서도 희망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가지고 버텨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와서는 취직을 했지만 여전히 고향의 식구들은 그에게 손을 벌렸다. 노름에 빠진 아버지, 사고뭉치 남동생 둘을 전문대학을 나오게 했고 2년 전에는 여동생을 시집보냈다. 월급 이외의 돈이 더 필요해서 그전에 일하던 호스트바에도 가 봤지만 나이가 들어서 이젠 안된다는 얘기였다. 육 대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이들은 여자 약사들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고 그들로부터 용돈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난…창남이었어…”

“신, 무슨 일 있나?”

“아니, 아무 일 없다.”

“신 눈물 흘리고 있다.”

“이거” 하품 한거다.”

앤이 아무 소리 없이 육 대리를 가슴에 안았다. 앤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포근했다. 따뜻했다. 둘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오랫 동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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