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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1:03 1,262회 0건
넝쿨진 세상 3부




“빵빵...거기 서 임마! 야이 새끼야!!”
(그 새끼들 진짜......... 귀찮아죽겠네. 그냥 좀 가지..... 어디까지 따라올라카노 진짜......)

몇분 전에 일어났던 아주 사소한 시비..........
‘끼이이익~’
“헉!... 에이 진짜..... 저것들이 돌았나...”
순식간에 깜박이도 안 켜고 치고들어온 앞차 때문에 큰맘 먹고 뽑은 고급커피를 다 쏟고 말았다.
호떡집에 불난 듯이 달리던 녀석이 얼마가지 않아 사거리신호에 걸렸다.
난 바로 차를 옆으로 대고 녀석을 쳐다보는데 나도 한 인상 한다면 하는데 두 놈 역시 호락호락한 상판떼기는 아니다. 뭐 곱게 사과받긴 그른 것 같다.

“보쇼.... 운전 그따위로밖에 못합니까? 당신땜에 아까운 커피 다 쏟고, 옷 다 버리고, 뭐하는짓이고 이게........”
“뭐? 당신? 허~시팔 돌았나.... 언제봤다고 당신이고, 그래서 뭐? 커피 값 달란소리가?”
곱게 나오지 않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막무가네로 나올지는 몰랐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사과하기 싫다는 소립니까?”
“까고있네 새끼가... 존말로 할때 그냥 가라. 성질 건드리지 말고 알았나?”
“거 참........내가 만만해요? 존말로 하는데 왜 욕을하고 그러십니까 이 씨발놈아.. 똥 밟은 셈치고 그냥 보내줄라니까 주둥아리 단속 잘해라........그럼 간다~”
긁어 부스럼 만들긴 싫고, 그렇다고 곱게 예~예~하고 보내주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한마디 던져주고 피해버릴 심산이었는데 아직까지 잘도 따라붙고 있다.

모교였던 중학교근처 동네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룸미러에는 나한테 돈이라도 떼인 놈들인 양 억척같이 따라 붙고 있었다.
“흐억! 끼이이익~쿵........”
골목길에서 코너를 돌다가 마주오던 차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밟은 것이 충돌하고 말았다. 급하게 내려 앞차로 뛰어갔다. 큰 사고 같진 않았지만 앞차 운전자는 놀랬는지 운전대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그때 녀석도 차를 세우고 내리고 있었다.
(에이씨.......진짜 제대로 꼬인다 오늘......)
“저기.......제가 지금 좀 급해서.........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식아.......그러게 서라 그럴 때 서지 왜 도망가고 지랄이고 지랄이.......”
“내가 차키 줄 테니까 조금있다 해결하면 안 되겠냐? 지금은 보다시피 상황이 좀 그렇다. 있다가 니들이 하자는데로 할 테니까 짜증나더라도 참고 기다려주라......”
“새끼가 돌았나......”
‘퍽......’
“우욱..........”
“존나 도망가던게 말은 존나 잘하네. 뭘 참아 임마...놔 이거 새끼야..........”
“후우.......그래 그래.........니말이 맞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의 목을 틀어쥐고 한쪽 발을 걷어찼다. 바닥에 넘어진 녀석의 배를 밟아버렸다.
“욱.......”
조수석에서 다급하게 내리려던 녀석에게로 뛰어가 주먹으로 조수석창문을 깨버렸다.
“으악......”
“나와라, 더 이상 꼴사납게 객기 부리지 말고 니 친구 일으켜 봐.”
“......................”
엎어진 놈을 일으키는데, 밟힌 배를 움켜잡고 기를 쓰고 있다. 난 녀석들 앞으로가 쪼그리고 앉았다.
“야.......엄살 떨지말고 똑바로 서라”
“..................”
“내가 있잖아.....니들땜에 지금 몹시 짜증이 난다. 시팔, 니들땜에 사고났잖아.....봐라 손에서 피도 나잖아.........그래서 말인데.................”
“..............................”
“병원비.................안줄래?”
“??........그걸 왜....”
“왜라니 자식아,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고 니는 중학교 국어시간에 졸았나? 인과관계 모르나?”
“그럼 차 창문 부서진...”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마라 그랬잖아 너.............아무튼 내가 지금은 니들이 용서가 안되니까 일단 연락처 줘바라. 차후에 다시 얘기하자.”
“........그냥......... 없었던 일로 하죠.”
“안줄래?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일단 연락처 내놔.”

녀석들이 차를 몰고 멀어져가는 걸 보면서 주고간 명함을 길에 버려버렸다. 썬팅된 창문이라서 손에 베인곳이 많았다. 한번에 기도 못펴게 만들 생각으로 그랬는데 후회가 된다.
“저기.......죄송합니다. 차는 맡기고 연락주세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뭔가 따져야할 텐데 너무 갑작스레 많은걸 겪고 봐서 그런지 멍하게 운전대만 잡고 있다.
“그쪽은........괜찮으세요?”
순간 고개를 들고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그 멍한 표정을 내가 짖고 말았다....

“선생님!!..........................”
“.............?”
“선생님 저에요.. 세영이.”
“어머나....한세영!!”
“예...이런데서 선생님 뵙네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그래....그냥 조금 놀랬을뿐이야. 괜찮은거 같애. 근데 어떻게 된거야?”
“그냥 시비가 조금 붙어서요... 정말 아프신데는 없으세요?”
“그래 괜찮아.”
크게 충돌하진 않았지만 범퍼도 교환해야 할 것 같고, 수리는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선생님 차 맡기고 어느 공장인지 연락주세요. 아님 지금 바로 입고시키시겠어요?”
“아냐, 내가 천천히 고치지 뭐. 당장 못타는 것도 아닌데....”
“아녜요..보험처리하면 되는데요 뭘. 제 친구가 하는데가 있거든요. 깔끔하게 잘 고쳐줄꺼에요. 많이 놀래셨죠?”
“그래...아직두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 야. 사고도 사고지만 너 싸우는거 보고 놀래서 차밖에 나가지도 못했어.... 손은 괜...어머 피나잖아...타라 얼른, 병원 가보자.”
“괜찮아요, 그냥 집에 가서 소독하고 약 바르면 돼요.”
“괜찮긴.......얼른 타. 고집피우지 말고 빨리 타!”
차를 한켠에 세워두고 선생님차에 올랐다.

“선생님, 여기서 잠깐 세워주세요...”
“왜? 뭐 안가지고온거 있어?”
“잠깐이면 돼요.....”
내려서 약국으로 들어갔다.
“여기 소독약이랑 붕대하고 ....그냥 알아서 좀 챙겨주세요. 유리에 다친 상처거든요.”
선생님이 뒤따라 들어왔다.
“병원가자니까....뭐가 귀찮아서 그래.. 그러다 흉지면 어떻할려 그래...”
“괜찮아요...여자도 아닌데..........”
“아무튼 고집하고는.........이리 줘, 한손으로 뭘 할꺼라고... 차에 타서 선생님이 해줄께.”
“.........”
“근데 세영이 너 저녁 아직 안 먹었지? 선생님이랑 저녁먹고 들어가자.”
“잘 먹겠습니다!”
“녀석.....”
우린 가까운 횟집으로 향했다. 근데 차에 타서 치료 해준대놓고는 잊어버렸나보다.

성 경연 선생님(44).......................짝사랑이긴 했지만...............내 첫사랑.
공부에 별 취미가 없었던 나를 유독 국어만은 열심히 하게 만들었고, 이성에 대해 처음으로 性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게 해준 사람. 나로 인해 처음으로 ‘자위’란걸 알게 해준 장본인. 중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니, 선생님을 보게 되기 전까지 내가 아는 여자에 대한 수식어는, 이쁘다, 착하다, 천사 같다, 약하다 이런 표현들밖에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선생님을 보고서야 섹시하다, 만지고 싶다............그런 감정들을 알게 되었고 그런 걸 느끼게 해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중학교시절 3년 동안 선생님반이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 반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입학하던 해 27살로 첫 부임해온 여자선생님이 계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혼이고 꽤 미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반 담임을 맡았었는데 국어 선생님이 우리반에 들어와서 ‘너희 담임이 오기 전까진 내가 그래도 젤 젊고 이뻤는데 인제 인수인계 해야겠다.’ 그렇게 말을 했던게 생각난다.
당시 34살이시던 국어선생님이 여자선생님들 중에 제일 어렸던 것처럼 대부분 나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난 왜 그때부터 국어선생님한테서만 유독 여자의 향기를 느꼈던 걸까.......
그래서 선생님에게만은 찍히지 않기 위해 수업도 잘 들었고 심부름도 잘 했고 착한 학생으로만 남고 싶었다.
선생님도 유별나게 내게 잘해주셨고 많이 신경 써 주셨다. 담임이셨던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3년 내내 쭈욱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셨던 분이다.
다른 선생님들은 화나거나 그러면 야, 이놈아, 새끼야 뭐 이런식인데 선생님은 늘 한결같이 세영아~ 한세영~그렇게 부르셨다.

그 당시만 해도 차 사이드미러에 붙이는 볼록거울로 여자 치마속을 훔쳐보고 그랬었는데, 우리반 학생 모두가 다른 선생님은 훔쳐봐도 국어선생님만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입학 초기 우리반에서 첫 싸움판이 벌어졌는데 내 등짝을 샤프로 찌르고 집에가는 녀석을 2층에서 뛰어내려 그대로 어깨 탈골을 시켜버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국어선생님 치마속은 항상 독차지였다.
나 때문에 옆 친구는 늘 질문하기에 바빴고 처음엔 거울을 이용했지만 항상 멀게만 느껴져서 나중엔 거울도 필요치 않았다.
엎드려서 치마속을 쳐다보면 그 짧은 시간에 보이는 거라곤 탱탱하게 스타킹에 감싸인 허벅지, 스타킹 밴드부분, 이유는 모르지만 스타킹 밴드부분이 유독 그때 소년의 방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팬티에 감싸인 엉덩이, 도톰하게 불거진 입구.......당시에는 그 팬티속에 어떤 모양새로 여자의 질 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못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 다인 듯.....여자의 모든 것인 양.......
알거 다 아는 지금 같으면 허벅지의 탄력에서부터 엉덩이의 쳐짐 정도, 팬티 색깔의 변화, 그 팬티속의 대음순의 모양, 갈라진 틈새윤곽까지도....... 그리고 습한 기운까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자 스타킹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는데 선생님은 항상 옆선에 세로로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살색만을 고집하셨다. 다리도 가느다란 다리는 아니었지만 탄력이 있어보이고 매끈한 다리였다. 그래서 아직도 그때 선생님이 신었던 것과 비슷한 스타킹이나 다리를 보면 저절로 눈이 간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키가 작아서 맨 앞자리에 앉았었는데 시험시간에 국어선생님이 감독으로 들어왔었다. 복도 쪽 앞문 바로 앞에 앉았었는데 선생님이 문 사이에 서서 등을 문틀에 기대고 교실문을 아랫배까지 당겨서 붙였다가 아랫배로 밀어서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당겼다가 아랫배로 튕겨 열고...........내 바로 코앞에서 시험 끝날때까지 그짖을 하는데 속으로 ‘왜 저럴까.......거기가 가려운건 아닐까.......오줌이 마려운걸까.......’ 아랫배랑 교실문이 맞닿는 모습이 너무 크게 클로즈업 되어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느라고 시험을 망친 적이 있었다. 국어시험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3학년땐 타학교학생 세명이 찾아와 교문 앞에서 얻어맞고 있는 나를, 어떻게 선생님이 아시고 지휘봉으로 애들을 때리시며 ?아내 주셨던 적이 있다. 그때 얻어 맞으면서도 저~쪽에서 세영아~ 하고 부르시며 한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달려오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땐 꼭 우리 엄마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우리엄마는 그러신 적이 없다. 커오면서 늘, 동생은 맞고 들어오면 누나까지 흥분해서 어떤놈이든지 아작을 내줬고 나는 때리고 들어오면 그날은 때린만큼 아버지한테 맞았던 기억이 있다. 장님이라 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그러셨을까.......

졸업하고도 늘 선생님을 기억에서 지워본 적이 없었다. 내게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느껴졌던 여인이었고 많이 의지했고 또 많이 아껴주셨던 분이니까.......
몇 달 전에 우연히 선생님 메일주소를 알게 되어 큰맘 먹고 메일을 보냈었다. 군 시절 찍었던 사진들이랑 그간에 있었던 흔적들을 담아.......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가 얼마 전 선생님한테서 답장이 왔다. 얼마나 보고 싶던 선생님이던가.........근데 뭐가 바쁜지 답장도 못쓰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

마주앉아 주문을 하고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세영아, 너 손 치료하게 이쪽으로 와봐.”
따끔거려 죽겠구만..............이제야 생각이 났나보다.
“아야.......”
“아퍼? 그러게 병원 가자니까.......고집부리고, 호~~”
아프다고 엄살피니까 상처부위를 불어주는데, 옅은 향수냄새도 나고.......순간 선생님이 내 애인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행복했었다. 꿈만 같았다.
“유리는 왜 깼어? 잘은 몰라도 보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던데.......”
“치기죠 뭐.......”
“오늘 세영이 만난 것도 정말 사건이고, 무슨 일 있었는지 얘기해줄래? 선생님한테 못할 얘기야?”
말씀하시는 투가 행여나 바르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걱정하시는 투다.
“아녜요 그런거, 실은 그쪽운전자하고 시비가 붙었는데 다짜고짜 욕이길래 약만 살짝 올리고 갈려고 했었는데 끈질기게 ?아오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에요. 손 이렇게 된거는 선생님이 엎드려 계셔서 걱정도 됐고 그런식으로 한번에 기죽이지 않으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뒷탈도 있고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거에요. 아무튼 녀석들 덕분에 선생님 만나고, 좋은일도 생겼네요 오늘 히히.......”
“그랬었구나.......웃기는. 너랑 나랑 어떻게든 만나는 인연 이었나보다. 생각해보면 아직도 가슴이 조금 떨리는데 한편으론 영화 같다. 세영이 때문에 좋은 추억거리 만든거 같다. 그래도 앞으론 시비도 붙지 말고 이렇게 다치지도 말어. 다 커가지고 애도 아니고.......”
“선생님한텐 아직 애잖아요.......히. 인제 앞으로 다치면 약 사들고 선생님 찾아와서 또 오늘처럼 엄살 필건데요?”
“앞으론 안 해줘. 그러니까 다쳐서.......오지마.......”

순간 가슴이 찡해져 왔다....... 다쳐서 오지마.......다쳐서 오지마....... 두 번 세 번 속으로 돼내어 봐도 이건 걱정해주시는 거다. 선생님이 내게 다쳐서 자기에게 오지 말라고 말하시는 거다. 애인한테 말하듯이.......

“그래도 행여나 다치면 약 사들고 선생님한테 찾아올래요.......”
“훗.......넌 변한게 하나도 없구나. 어릴때도 그러더니.......”
“그땐 많이 죄송했어요, 늘 속만 썩혀드리고.......”
“그랬나? 세영이 니가 좀 개구쟁이고 반항적이긴 했어도 선생님한텐 안 그랬던거 같은데.......선생님이 아는 세영이는 다정다감하고 수줍음 많고 나이에 맞지 않게 부드럽고.......그리고 알게 모르게 널 따르던 애들도 많았던거 같은데, 또 선생님만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너 선생님 좋아했지? 그치?”

실은 아직도 선생님 무척 좋아해요.......사랑할지도 몰라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선생님은 제 첫사랑이셨어요........”

태어나서 누군가가 그렇게 크게......................... 그리고 이렇게 오래 마음에 들어와 있는 사람 처음이에요. 선생님은 이런 것 까진 모르실테죠............................

“근데 제가 선생님 좋아했던거 알고 계셨어요?”
“그럼~달리 선생님이가....... 선생들은 원래 학생들이 모르는 것까지 다 안다. 그때 선생님 기분 어땠는지 아니? 다들 너네 담임선생님 좋다고 따르고 챙기고 그럴 때, 세영이 넌 꼭 내가 너네 담임한테서 세영이 널 빼앗은 느낌이었어. 늘 선생님 챙기고 일 생기면 담임 놔두고 선생님 찾아오고.......3년동안 한결같이 그랬어 너. 그 꼴통이 국어라면 100점을 놓치지 않아서 얼마나 대견스러웠는데, 교내 제일가는 꼴통이라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그만큼 너한테 가지는 애착도 컸어.......너 모르지? 실은 너 졸업식 끝나고 선생님 찾아와서 선물주고 선생님 볼에 뽀뽀하고 갔을 때 선생님 울었다. 다 키워놓은 아들 장가보내는 기분이 이런 걸까.......했었어. 근데 졸업하고 지금까지 선생님 한번도 안 찾아왔었지 너!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찾아와 이제 사회생활 한다고 선생님 밥도 사주고 꽃도 주고.......하다못해 편지로 안부도 묻고 그러던데.......니가 한번 와줬음 하고 기다렸는데.......행여나 나쁜 길로 빠져서 면목이 없어서 못 오나, 아님 이민이라도 갔나,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근데 이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날 거면서.......”

말끝을 흐리시며 눈망울이 촉촉해 지신다. 그때를 떠올리시나 보다, 저렇게 감성이 풍부한 분이셨던가.......선생님도 나이가 드셨나보다.
참 말씀도 많이 하시더니.......결국 우실모양이네.......

날 떠나보내며 우셨다. 날 기다리셨다.......꿈에서조차 그리던 선생님인데.......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신다.......눈물 한 방울 흘리시면 닦아 드리고 싶다. 너무나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죄송해요.......진작 찾아뵐려고 했었는데 하도 철없이 돌아다녀가지고, 그래서 군대가서 철들고 이렇게 찾아뵙잖아요. 인제 자주 찾아뵙고 안부 여쭙고 할께요. 좀 드세요 하나도 안드셨네 아직.”
“그래, 너도 많이 먹어. 그리고 자주 찾아와, 힘든 일 있거나 고민 있거든 다른데 가지 말고 꼭 선생님 찾아와야 돼 넌.......”
“예, 그럴께요. 힘든 일 없고 고민 없어도 선생님 보고 싶음 자주 찾아뵐께요. 근데 선생님은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아직 저 가르치실 때 그대로세요. 늙지도 안으시나.......”

참 고우세요..........눈가에 잔잔히 잡힌 주름도 그때보다 조금 더 튀어나온 것 같은 아랫배도 다 고우세요........................제겐 지금도 선생님은 너무 고우세요................사랑합니다.

“자! 먹어. 선생님이 주는데 얼른 받아먹어.......”
“잠깐만요 선생님........... 자 아~하세요. 제꺼 먼저 드세요.......히.......”
“그래.......아~.....................너도.”
“예.”
“세영이 애인은? 군대갔다고 고무신 거꾸로 신고 그랬던 건 아니지?”
“예, 있을껀 다 있어요. 애인도 있고 세컨드도 있고.”
“세컨드도 있어? 호~예전의 쑥맥이던 세영이는 아니네?”
“하하하.. 뭐라 그러실 줄 알았는데 안 그러시네요.”
“애인은 뭐하는 여자야?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세영인 복학했어?”
“예, 올해 복학했어요. 애인은 나무 키워요. 나무한테 푹 빠져있어요. 두 달 뒤에 핀란드로 유학 떠나요. 아버님이 수목원 원장이신데 피는 못 속이나 봐요.”
그러면서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이쁘다.......면회갔을때 찍은거야?”
“선생님 좀 닮지 않았어요?”
“날? 나보다 훨 이쁘구만 어디가 날 닮어?”
“다리요. 하하”
“그래? 다리가 날 닮았어? 그러고 보니 몸매 좋으네~호호”
“에이~”
“뭐~~...근데 참 곱다....... 아가씨가 좀 아까운데? 호호...........아가씨가 눈을 보니까 참 현명한 여자일 것 같구나.......어디서 이런 참한 아가씨를 다 만났니 그래.”
“사진만 보고 다 아신다는 말투세요....... 그냥 산에 놀러갔다가 맘에 들길래 애인하자 그랬어요. 흐........... 걔 때문에 안가본 산이 없어요. 그냥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 탐사하느라 걔 따라다니다 산사람 다 됐어요....... 실은 그 녀석이 절 많이 바꿔놨어요..................... 좋은 녀석이에요.”
“그래 보여.......애인이. 녀석 복두 많다. 이런 애인을 두고 세컨드라니.......세컨드 사진도 줘봐.........빨리 안 꺼내놓을래?”
“없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애인 유학 가고나면 하나 만들까 해서요 흐흐.......”
“그러다 굴러 들어온 복 놓쳐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 아가씨 놓치지 마. 선생님이 보기엔 딱 니 배필이다.”
“예.......그냥 한참동안 외로울거 같아서요.......저도 이 녀석 놓치고 싶지 않아요, 과분한걸요.......”
“혈기에 한두번 바람은 피워도 정은 주지마. 저 아가씨랑 나중에 결혼하면 선생님이 주례서주께.”

정........................은 벌써 다른 누군가에게도 줘버렸는걸요..............

“정말이죠? 그 말 정말이죠?”
“그래, 너만은 꼭 이 선생님이 맺어줄 꺼야.......”
“아니 그거말구요, 바람피는거요 하하.......”
“자식이, 너 바람둥이지? 냄새가 나.......정 바람피고 싶거든 선생님한테 연락해. 선생님이 밥도 사주고 한번씩 술도 사주고 할께. 됐지?”
“에이~그게 무슨 바람이에요.......”
“좋다 그럼, 가끔씩 야외로 나가 바람도 쏘이주께. 이젠 됐지?”
“에이~”
“에이는 무슨 에이, 그럼 더 뭐?.......”
“하하하.......농담이에요, 좋아서 그래요. 선생님하고 데이트 할걸 생각하니 좋아서요.......그럼 선생님이 제 세컨드시네요 하하하.......아야, 농담인데.......”
“인석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니가 내 세컨드지 왜 내가 니 세컨드냐?”
“어라.......그럼 퍼스트도 있으세요?”
“있지 그럼.......넌 암만 잘해도 둘째밖에 안돼. 좀 더 일찍 나타나지 그랬냐.......느즈막히 나타나 가지구선.......................”
어라? 선생님한테 애인이 있다?.......뭔지 모를 설움이 몰려왔다. 배신감? 이런 감정은 섯부른건 아닐까? 내가 뭐라고.......그래, 왠지 내가 오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이신가보네요. 그럼 저 세컨드 반납.................................................회가 참 신선하고 맛있네요.......선생님도 더 드세요.”

선생님은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아~ 쪽팔리게.......난 감정이 얼굴로 다 드러나는데 그냥 회나 드시지 왜 저래 쳐다보실까.......
“인제 선생님 안 싸주냐? 너만 먹니?.......”
“자요, 드세요.”
“엎드려서 절 받네 선생님이.......”
“죄송해요.......”
또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계신다. 근데 한번씩 표정이 애써 웃음을 참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이젠 아예 두 팔을 턱에 괴고 너무도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세영아.......너 예전에 선생님 앞에서 얼굴 빨개지던 것처럼 지금 그래.......”
“그러게요, 자꾸 쳐다보시니까 그렇잖아요.......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닌데.......하나 더 싸드려요?.......”
고개를 한번 흔들고 살짝 웃으시더니 여전히....... 근데 맘과는 다르게 너무나 사랑스럽다 저 모습이.......화가 나서가 아니라 저렇게 물끄러미 바라보셨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게다 분명.......
“한세영.......”
“예? 싸 드려요?”
“............................”
“.................??”
“그럼 선생님이 신랑을 버리냐? 니가 남편보다 선생님 앞에 늦게 나타났잖아.......”

살포시 웃으시며 또 쳐다보신다. 속았다....... 근데 속았다는 마음보다 지금 이 여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누군가가 이처럼 사랑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없다. 그런식으로 날 놀린 선생님이.......이렇게 쳐다보고 있는 이 여인이.......한없이 사랑스럽다.

“세영아.......너 아직................선생님 좋아해?”
“.......................................”
대답 못하고 있는 내게 선생님은 살며시 다가와 볼에 입술을 맞추셨다................
“이제 세영인 선생님 애인이다, 영원히 둘째일 수밖에 없는.......그래도 괜찮지?.......”

선생님.......선생님.......나의 선생님................................

“재밌으셨죠?.......제자 놀리시는거............”
“아니, 난 제자 놀린 적 없는데? 내 사랑스런 제자를 왜 놀려.......내 애인 잠깐 골려먹은 것뿐이야. 근데 보면 볼수록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만하고 싶지 않았어..............................똑같애 넌.......예나 지금이나.........”
“선생님두요, 제게도 선생님 9년 전 그때랑 똑같으세요.......혼자 3년 동안 짝사랑하던 그때처럼 제겐 그대로세요.”
“한세영.......”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생님을, 이번엔 나도 같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점점 시선이 선생님의 입술로 향했다.
견디다 못해 침을 삼켰는데, 그 고요함속에 침 넘어가는 소리와 목젖으로 침 넘어가는 모양이 선생님한테 고스란히 잡히고 말았던지 흠칫 하시며 이번엔 선생님의 침 삼키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뭔가에 이끌리듯 천천히.......차마 선생님 눈은 쳐다보지 못하고 입술만을 의식한 채.......순간 침을 살짝 바르고 천천히 입술을 포겠다. 한손으로 내 팔뚝을 잡고 살며시 눈을 감고 코로 가쁜 호흡만 내뿜고 있는 선생님을 보고 있으려니 떼고 싶지 않았다. 나도 살며시 눈을 감았다.
10년을 넘게 훔치고 싶었던 입술.......그 말랑함이 주는 여운은 어떤 키스에도, 여느 짜릿한 방사의 느낌에도 뒤쳐지지 않았다. 눈을 감고 느끼는 선생님의 촉촉하고 파르르 떠는 입술.......그리고 들려오는 숨 가쁜 호흡.......그 너머로 떠올려지는 중학교 시절의 선생님의 모습.........................서서히 눈을 뜨자 내가 눈뜨는 소리조차 들으신 건지 따라서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뜬다.
난 또 참았던 침을 삼켰고, 마치 내가 먼저 그래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도 침을 삼킨다.

키스하길 기다리셨던 걸까.......그냥 생리작용으로 침이 고여 삼키신 거겠지..........그래도 키스하길 기다리셨을까.......고이는 침을 참아가며 삼키실 때까지 입술을 떼지 않으셨다는 건 키스하길 기다리셨던 거겠지.
그렇게 멀뚱히 서로 바라보며 입을 맞추고 서로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듣고 보니 타이밍을 놓친 듯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살며시 윗입술을 물었다가 떼어냈다.

“...........................”
“흠흠.........................그냥...........제정신이 아녔나 봐요. 아무생각도 안 나고.................저도 모르게...........”
“괜.................찮다. 애인............된 기념..........이었지?..............
“.................”
“손은 좀 괜찮아? 정말 병원 안가봐도 되겠어?....................”
“괜찮아요, 한두 번 다치는 것도 아닌데요 뭐........선생님 덕분에 이제 괜찮아요.”
“그래........”
“자! 아~하세요, 오늘 마지막으로 싸드리는 거에요. 참고로 마지막이라 와사비 좀 많이 넣었어요 하하.......”
“너무 콱 쏘면 못 먹는데.......아~~”
“엄살은.......”
“너~~~~어~~~~~!”
“흐흐흐........”

“잘 먹었어요 선생님.”
“웃기고 있네, 내가 산다고 했는데 왜 니가 계산하는데?”
“누가 계산하면 어때요.......그냥 처음이니까 제가 사 드리고 싶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담에는 그러지 마, 나중에 돈 벌면 그때 맛있는 거 많이 사줘.”
“저 일 해요. 주말마다 일도 배울겸 해서 요즘은 통나무집 지으러 다녀요. 꽤 버는데.......”
“그래도 안돼. 안된다면 안돼.......”
“헤.......알았어요, 차는 내일 제가 학교로 친구 보낼께요. 보험처리 할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들어가세요. 운전 조심하시구요........”
“알았어, 하여튼 황소고집이야. 선생님한테 연락하는 거 어려워하기 없기다! 자주 연락 안하면 애인이랑 같이 있을 때 전화해서 방해할꺼야. 알아서 해!”
“말 안하셔도 귀찮도록 연락 드릴거에요. 귀찮아하기 없기에요.......”
“알았어, 잠깐 고개 숙여봐.......”
숙이고 의아하게 쳐다보자 머리를 내밀더니 살짝 입맞춤을 해준다.
“그럼 선생님 간다~전화해~”
“예! 운전 조심하세요~ 방어운전 선생님~!!”

멀어져가며 창문으로 손을 내밀고 흔들고 있다.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밥도 먹었고 선생님의 눈물까지 볼 수 있었다. 애인사이도 됐고 짜릿한 뽀뽀까지 했다........그리고 선생님의 마음까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오늘 난 세상에 태어나서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어서 인지 잃어버릴까봐 겁도난다. 내 마음 한켠에 꼭꼭 숨겨뒀던 것이 봇물 터지 듯 한꺼번에 뛰쳐나온 것 같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건지........사랑받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선생님한테 사랑받고 싶다..................


그날 저녁 안부차 메일을 한통 보냈는데 다음날 답장이 도착했다.

세영아~~답장^^~

거짓말 마러, 어제 다쳤던 손이 무슨 벌써 아무냐? 덧나지 않게 치료 잘해.
다음에 볼 땐 다 나아있어야 한다!
오늘은 선생님이 할말이 아주 많을 것 같다. 새겨듣자 경청!^^

선생님 어제 세영이를 만나고 같이 있는 동안 자꾸만 들뜨는 나를 느꼈고, 널 자꾸 대할수록 꼭 찾아야 될 사람을 찾게 된 거 같았어. 또 다시 너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 땐 마냥 두렵기까지 했고, 휴~국어 선생이면서 이럴 때 왜 이렇게 말문이 더딘지.
그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이제사 나타난걸 보면 야속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도 나고.......
그랬다 선생님이..........

어제 선생님이 했던 말 다 기억하니? 이해할 수 있겠니? 선생님이 했던 말, 행동, 그런 것들이 하나도 어색하거나 당황스럽지 않았어.
나 왜이러니 세영아.........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골백번도 더 나 자신에게 가르치지만 너만 떠올리면 그냥 모든게 당연한 것인 듯 받아들여져. 한 치의 의심조차 없이...........
어제 처음 널 만났던 것처럼 이런 걸 운명이라 부르는 걸까 하는생각도 들고, 지금 글을 쓰는 이순간도 단지 이유를 모를 뿐이지, 이러는 내 마음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 어색하지가 않아. 하물며 이런 내 자신이 가소롭기는커녕 이쁘다........
근데 두려워, 두려운 감정조차 아주 생소해서 말하기가 좀 그런데, 니가 내일이고 언제고 뜬금없이 내 눈에서 사라질까 그게 두렵다 난. 늘 선생님 곁에 있어야한다 알았지?

세영이에 대한 그리움들이 이렇듯 애틋했었나.........
제자든 뭐든 세영이가 다시 내가 볼수있는 선생님그늘로(그냥 그늘이란 표현을 쓴다. 품으로 라고 쓰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찾아와 줘서 기쁘고, 안심도 되고.....니가 선생님 소유물도 아닌데...........모르겠다. 그런 안도감이 막 든다.
긴장해야 될거야! 언젠가 영화<미져리>처럼 선생님이 그럴지도 몰라^^. 주례는 꼭 서주께!
선생님은 언제나 세영이 편, 세영인 언제나 선생님 편, 알지?

덧글- 애인으로서 한마디 하겠는데, 마지막에 세영이가 해준 그거, 그거 아직 느낌이 생생해.
-선생님&애인이.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그 누군가의 마음을 얻게 되기까지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진 작에 찾아뵐 것을..........
그 9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나에게 그림 같은 존재로 꿈속의 여인으로만 살아왔었다.
손에 쥐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수 없는 가슴에만 품어야했던 그런 존재........
그런 그녀가 내 품으로 날아들고 있다.

3부는 섹스씬이 없네요^^;;
그래서 한번 쭈욱 봤더니 별 재미가 없네요ㅡ.ㅜ
반성..반성...
4부에는 있을겁니다. 원래 한부에 한번씩 뒹구는게 제 패턴인데
10부쯤에 등장하실 분을 미리 잠깐 소개 한다는게 엄청 길어져 버렸습니다.
반성..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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